은혼/ing A

[카무오키] Jacob's ladder 22

burts : 버츠 2017. 5. 13. 10:2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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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는 무슨 일이 있는지 온종일 시끌시끌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웃음소리가 아닌 기자들의 다급한 소리만이 계속해서 울리는 걸 보아하니 요 근래 일들이 많이 터졌는가 보다. 다른 부대 대장들의 말을 들어보니, 한 달 전부터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터졌다고 한다. 평소에도 이 정도의 사건들은 일어나기 마련인데, 뉴스에서 이렇게 부각시켜서 터트리는 것은 무언가 다른 일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찬찬히 짚어 보니, 최근 사기꾼들과 요시와라를 판치고 있는 범죄자들에 대한 의문과 의혹의 자료가 모아져서 고발을 목적으로 하는 익명의 동영상이 인터넷을 떠돌면서, 우리 조직에 대한 비판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뉴스의 화면에는 우리 조직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며, 시민들은 도대체 그 머저리 집단은 하는 일이 뭐냐며 성내고 있었다. 공공연하게 거리를 활개 하는 범죄조직들이 여럿 있지 않습니까? 그런 집단 하나 제압을 못 하는 새끼들에게 저희가 세금을 내야 된다는 것이 억울하다 이겁니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서 인터뷰를 하는 시민이 잔뜩 화가 난 듯이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통계를 보니 최근 일어나는 범죄들의 치솟는 숫자들과 피해 입은 사람들의 잇따른 피해들이 수치화되어서 나타나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서 경찰의 우두머리인 마츠다이라 선생님과 곤도 이사오에 대한 책임감의 지수가 높아지면서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히지카타의 결혼과 맞물려 나도 마찬가지고 대원들도 마찬가지고, 히지카타도 그렇고 곤도씨도 그렇고 우리 모두가 약간은, 아주 약간은 느슨해져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이 이렇게 커다랗게 터질 정도로는 아니었을 텐데....

물론 갑자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원래 이런 뉴스에 나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히지카타나 곤도씨 같은 경우는 분명 조금씩 올라오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도 이렇게 커다랗게 몰려들어올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으리라. 이미 곳곳에서는 소규모의 대모까지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 뉴스를 멍하니 보고 있을 적에 히지카타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소고 오늘 마츠다이라 선생님과 곤도씨와 함께 회의 있어. 3시까지 뒷문으로 들어와... 조금 상황이 좋지 않다]
[아.. 나도 지금 뉴스 보고 있었어]
[여튼... 조금 있다가 봐]

히지카타는 머리 아프다는 듯이 이야기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만난 마츠다이라 선생님과 히지카타, 그리고 곤도씨는 모두 심각한 얼굴이었다. 들어오는 나를 보고 마츠다이라 선생님은 어서 와 앉게, 하고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한숨과 함께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 대충은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한다. 지금 우리 조직을 향하고 있는 화살이 조금 거세. 그냥 묵인하고만 있기에는 절대로 그냥 넘어갈 것 같지 않을 만큼 상황이 안 좋아. 너희도 생각이 많겠지만……. 뭐…. 우리가 돌려서 말할 사이도 아니고...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도록 하겠다. 내가 어제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는 대략 2가지 정도 있는 것 같아. 뭐 더 많은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선 내 머리 안에 있는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이 여론을 잠재우는 방법들이다. 둘 다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만."

마츠다이라 선생님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며 당당하게 말하고서도 마음이 편치 않은지 다시금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첫 번째, 이건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을 정도로 쉬운 방법이다. 현재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 정도의 흉악범을 잡아넣는 것.. 이 정도라면 지금까지 우리가 일을 못했던 게 아니라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 이건…. 뭐 너희들도 당연히 잘 알 거라고 생각해. 절대로 쉽지 않다는 것도...  그렇기에 실현 가능성이 크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우린 지금까지 결코 놀았던 적이 없어. 심지어 우린 요시와라의 거대 조직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은밀하게 지속적인 만남까지 가져가면서도 사소한 증거 하나 찾기가 힘들어서 눈앞에 두고도 잡을 수가 없는 상황을 이어가고 있었지. 표면적으로만 사이좋게 지내자면서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실제로 우리가 이 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건 아니었잖냐. 그렇게 눈을 번뜩이며 찾아도 지금까지 미꾸라지처럼 도망가는 이 녀석들을 잡지 못했다는 거야……. 사람들이 이름도 모르는 그런 작은 사건의 범인들이야 잡을 수 있겠지만 말이야."

마츠다이라 선생님의 말씀은 사실이다. 물론 나는 땡땡이도 치고 놀러 간 적도 많지만, 그래도 범죄자들을 잡는 데에는 꽤 열심히 일했었고... 내가 아닌 곤도씨와 히지카타는 항상 정말로 이 일에 몸 바쳐 일했다. 그 잠깐의 느슨함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그러한 사실은 선생님이 더욱 잘 알고 계실 것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서도 선생님은 담뱃재를 톡톡 털어내면서 잠시 고민하듯이 눈을 살며시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는 묘하게 뜸을 들인다. 선생님의 그런 모습에 나와 히지카타, 그리고 곤도씨까지 모두 가볍지 않은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었다.

"....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
"……."
"……. 나는 정말…. 내가 지금 말하는 방법을 쓰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만큼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고…."
"……."
"……. 지금 모인 우리 넷, 그니까 현재 우리 조직에서 가장 유명하고, 이름만 들어도 모두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사람 중 한 명이 이 사건의 모든 일을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다."
"... 네? 지금 사퇴라고 하셨...."

내 귀를 의심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내 반응에 히지카타는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내 팔을 꼬옥 잡았다. 마츠다이라 선생님은 그런 나의 반응을 잠깐 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게만 한다면 현재 성나있는 민심들도 언론들도 모두 깔끔하게 정리되겠지. 사퇴한 그 한 명이야 당연히 힘들겠지만…."

그리고는 또다시 담배 한 모금.

"아, 오키타 너는 빠져라"

마츠다이라 선생님은 숨을 죽이고 쳐다보는 나를 보며 말했다.

"너 같이 어린애가 뭘 알아서 뒤집어쓰며, 책임질 직급도 약간 어중간해. 오키타는 빼고 둘 중 한 명으로... 혹시나 가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말해도 좋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거야..... 이렇게 어려운 것을 선택하게 만들어서 정말로 미안하다. 그럼……. 선택은 맡길게. 그럼…. 난 먼저…."

그 말을 하고 마츠다이라 선생님은 우리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서 자리를 떴다. 아마 가장 꼭대기에 있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과 더불어 가정을 꾸리고 있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의 충돌 때문에 우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게 된 것에 대한 이기적인 자신의 태도에 더욱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선택을 강요당한 히지카타와 곤도씨는 자리를 뜨는 마츠다이라 선생님의 등을 흐릿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남아버린 우리 셋. 나는 옆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둘을 쳐다보았다. 이 선택의 답은 나도 알고 있다. 마츠다이라 선생님은 둘 중의 한 명이라고 하셨지만, 자신의 딸과 결혼한 히지카타에게 그만두라고 할 리는 없다. 곤도씨에게 모든 것을 책임지라는 뜻인 것이다. 나조차 눈치챈 이 사실을 곤도씨가 모를 리가 없었다. 곤도씨도 히지카타도 한참 말이 없이 있었고, 그 답답한 침묵을 깨고서 곤도씨는 우리를 보며 환하게 웃으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

"자, 이만 해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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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지카타는 그날 이후로 내가 본 적 없는 최악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곤도씨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평소처럼 웃으면서 모두를 대했지만, 혼자서 마음속으로는 얼마나 힘들 것인지, 그리고 그에게 그런 선택을 맡길 수밖에 없었던 히지카타 역시도 얼마나 힘들 것인지도 잘 알고 있다.
누나가 떠나고 난 이후부터 쭉 함께 했었던 곤도씨는 내가 히지카타와는 약간의 다른 마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이 공간에서 사라지는 것은 나 역시도 몸서리치게 싫었다. 게다가 그냥 떠나는 것도 아니고 이 모든 시민의 항의와 언론의 화살을 받아내는 화살받이로써 묻히게 될 것을 히지카타도 나도 잘 알고 있기에…. 그렇기에 더욱 우리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히지카타가 이대로 내 옆에 사라진다는 것은 곤도씨가 사라지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니, 절대로 허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곤도씨가 사라지는 것도 싫지만, 히지카타가 내 옆에서 사라지는 것은 내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럴 리는 없지만, 혹여나 히지카타가 곤도씨와 함께 나가겠다는 말을 하면 어쩌나 하고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쿠리코 때문에라도 히지카타는 마츠다이라 선생님 옆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나를 안심시키면서, 정말 싫은 그 여자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조금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소고, 오늘 바빠?"
"아니 왜?"
"같이 술이나 한잔할까 해서. 오랜만에"
"둘이?"
"응. 둘이"
"... 곤도 씨는?"
"... 바쁘신가 봐"

히지카타는 곤도씨를 묻는 나의 시선을 피해서 대답을 했다. 오래간만에 둘이 먹는 술이라서 이상하게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히지카타가 너무도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처럼 심한 장난을 치거나 막말을 하거나 하지는 못했다. 일을 마치고 사복으로 갈아입고서 히지카타가 가자며 안내한 곳은 조용한 선술집이었다. 너무도 작은 술집이라서 손님도 별로 없는 그런 소박한 곳이었다.

"오늘은 내가 먹고 싶은 거 시킬게"

히지카타는 조금은 힘없이 메뉴판을 펼치며 말했다.

".. 누가 뭐래? 맨날 네가 나한테 선심 쓰듯이 먹고 싶은 거 시켜! 하고 말했던 것뿐이잖아"
"... 그러네. 그랬었지...."

히지카타는 내 말에 희미하게 웃어 보이면서 메뉴판을 훑더니, 대충 나베 하나를 골라서 주문을 하고는 술을 시켰다.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술잔에 술을 가득 따라서는 나에게도 한 잔 주고, 본인의 잔에도 술을 따랐다. 그리고는 답지 않게, 천천히 마시라고 말하고는 본인 입에 한 번에 툭 털어 넣었다. 어두운 녹빛을 띄는 머리칼이 뒤로 찰랑이며 살짝 넘어가는 것을 보니, 다시 한번 아…. 존나 잘생겼네…. 하고 감탄하고 싶지 않아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히지카타가 무섭게 술을 들이켜자 반대로 나는 한잔 정도를 띄엄띄엄 끊어 마시면서 들이키는 히지카타의 눈치를 보며 마주 앉아 있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히지카타가 5잔 정도 술을 연달아 마신 후에야 주문한 탕이 나왔다. 그 이후에도 한참을 술만을 시키며 술만 들이키는 히지카타를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

"야 히지카타. 너 원래 이렇게 술을 무식하게 마시는 사람이었어? 안주 나왔으니까 좀 먹으면서...."
"... 소고 네가 그런 말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 뭐래, 걱정해줘도 지랄이야."

어이없다는 듯이 내뱉으면서도 나는 히지카타의 말에 괜스레 얼굴이 달아오르고, 술에 잔뜩 취해 살짝 풀려버린 히지카타의 눈빛이 조금 섹시해 보이기도 해서, 나를 보는 히지카타의 시선을 피했다. 또다시 서너 잔을 들이키던 히지카타는 혼잣말을 하듯이 나에게 말했다.

"음... 그니까... 어떻게 생각해보며언...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생각하고.. 있어어.."
"..뭐가?"
"나나 곤도씨 중의 선택이잖아아. 일단 너는.... 남게 되었고..."
"..뭐야, 그게 다행이야?"
"그러엄! 나나 곤도씨는 다른 곳에서도 분명....! 할 수 있느은.. 사람들이잖아! 근데 너 같은 꼴통 새끼느은 어디가서 적응하기도 힘들고.. 그냥... 지금 이 곳에서어 너 받아주는 대원님들께! 감사하면서 일해 이 짜식아아"
"...."
"물론! 우리가 아닌 사람들이... 너의 윗사람으로 온다며언... 지금처럼 네가 편하게 맞먹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닐수도 있겠지마안! 분명 시간이 지나면 네가 그 사람들을 이겨먹고오... 올라갈 수, 있을 거야"
"... 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진심이야"

지금 이 새끼는 너무 취해서 이상한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불안한 마음을 가득 품으면서 히지카타에게 물었다.

"... 너 지금 .... 그만둘 것처럼 이야기한다?"
"...곤도씨가 나간다면... 미안해서 내가아.. 어떻게 있겠어.."
"...그럼...나는?"
"너느은! 남아있으라니까"
"...아니.. 야 히지카타, 너 쿠리코도 그렇고.. 마츠다이라 선생님도 그렇고..."
"알아알아, 쿠리코는 물로온... 말리겠지.. 응.. 분명히 말릴거고.. 마츠다이러 선생님도.... 내가 타깃이 아니었다면서 잡으실거고..."
"아니, 그럴 것이라는 걸 그렇게 잘 알면서...."
"... 너도 알다시피 곤도씨와 나는 오래지냈잖냐... 나의, 내 모드은! 정신적인 기둥이야. 그런 사람을 짓밟고 올라서면서.. 고개를 뻣뻣이 쳐들고 이런 자리에 어떻게.... 앉아 있겠니"

처음 보는 히지카타의 술 주정..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렇다. 히지카타는 이렇게 혼자서 극도의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술 자리 테이블에 잔뜩 취해서 엎드린 채로 자꾸만 어떻게 해.. 내가 어떻게 그래... 하고 답지 않게 웅얼웅얼 거리는 히지카타를 한참 보다가 지금의 히지카타를 내가 직접 쿠리코에게 데려다주기는 싫어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히지카타가 많이 취했으니 데려가라고 짧은 통화를 한 후 홀로 술집을 빠져나왔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간 집에는 카무이가 안테나처럼 쫑긋 솟은 바보 털을 세우고서, 힘없이 들어오는 나를 보고는 웃으며 늦었네? 하고 말했다. 아, 정말이지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카무이에게 그대로, 야 우리... 할까? 하고 물었다. 그러나 바로 오케이를 할 줄 알았던 이 녀석은 어쩐 일인지 거절했다. 그리고는 내 옆에서 나를 끌어안으면서, 음…. 그냥 이렇게 조금 더 있다가 하는 것으로 하자고 명랑한 말투로 말했다. 이 녀석의 체온 역시 나쁘지 않았으므로 나 역시 무거운 머리를 이 녀석에게 살짝 기대고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카무이도 나를 따라서 커다란 한숨을 내쉰다.

"뭐야, 따라 하지 마"
"따라 한 거 아닌데"
"갑자기 왜 한숨을 쉬어 네가? 어울리지도 않게"

카무이는 소리를 내어서 웃었다. 우리가 서로 끌어안다시피 한 자세를 하고 보는 TV에서는 또다시 우리 집단에 대한 이슈가 방송되고 있었다. 국민의 세금, 모두 이런 썩어빠진 그룹에 들어가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고 시민들의 데모 현장과 함께 시민들의 거센 인터뷰가 나오고 밉상을 한 아나운서는 더욱더 한숨을 내쉬며 정말이지 큰일입니다….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다시 또 머리가 지끈 하고 아파져서 TV를 껐다. 카무이는 나에게 너희 쪽 이야기지? 하고 물었다. 나는 대답하고 싶지도 않아서 몰라. 아 모르겠다…. 하고 눈을 감았다. 카무이는 가만히 있다가, 조금 피곤한 듯한 나를 보고 아까 그 사람, 누나의 남자친구였잖아. 방금 TV에 나왔던 사람. 잘 지내? 하고 물었다. 나는 무미건조한 말투로, 어떤 년이랑 결혼해서 혼자 잘 지낸다. 씨발놈이. 하고 탄식하듯 말했다. 그리고 나서 화제를 돌리기 위해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러고 보니 너 친구의 일을 도와준다고 했지? 그 친구는 무슨 일을 해?"
"응? 아.. 음.. 어.. 그니까.. 정보상..이라고 해야 하나...?"
"정보...상?"
"어.. 뭐..."
"....정보상이라... 뭐 좋은 정보 있으면 좀 알려줘봐. 예를 들어서 범죄자에 대한 정보라던가....."
"범죄자?"
"뭐, 당연히 없겠지만"

그리고 나는 곧바로 이 새끼에게 범죄자의 정보에 대해서 달라고 하는 내가 어이가 없어서 작게 웃었다.

"갑자기 범죄자는 왜?"
"나 경찰이잖아. 범죄자를 쫓는 건 당연한 일이지"
"흠.. 뭐. 그런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대도 안 해. 그냥 말한 거야.... 나도 답답해서"
"만약 내가 그런 정보를 주면 나에게 뭘 해줄 거야?"
"... 쓸데없이 기대 주지 마"
"왜? 혹시 모르는 건데"
"네가 말하는 혹시..라는 건 별로 신뢰가 안가"
"아냐 정말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런 거 고급 정보라서 보통은 돈 주고도 많이 거래하고 그렇다고"
"돈을 달라 이거야? 음.. 얼마 정도 하는데?"

나는 곧바로 머릿속으로 현재 내 통장에 대략 얼마 정도가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려줄게!"

카무이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 모습이 더욱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런 게 가능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계속 생각하긴 했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저 녀석이 주는 범죄자의 정보라고 해봤자 애꿎은 좀도둑이나 가벼운 죄를 지은 날강도 정도 될 것이고.... 한숨을 다시금 푹 내쉬었다. 핸드폰에는 히지카타를 데리고 간 쿠리코가, [연락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혹시나 히지카타씨가 뭔가 폐를 끼치진 않았을지 모르겠네요] 하고 마치 저가 보호자인 마냥 나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씨발년.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닫자 나에게 기대고 있던 카무이가 누구야? 하고 물었다.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있어. 내가 완전 싫어하는 년이야. 하고 대답했다. 카무이는 웃으면서 꼭 한 명씩은 있기 마련이지. 그렇게 싫어하는 사람 말이야. 하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는 카무이는 조금 어색하다고 느꼈다. 분명 착한 녀석은 아니지만 누군가를 싫어하는 모습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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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구라가 찾아왔다. 전에 만났던 지하에 있는 그 어둑어둑한 카페에서 주스 한 잔을 시켜놓고서 요란하고 음란하기까지 하게 쪽쪽 소리 내며 붉은색 빨대를 빨아대면서 무엇이 좋은지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보고서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평소엔 동그랗게 뜨고 있는 눈을 가늘게 휘며 눈웃음을 지었다.

"왜 왔어?"
"그야, 오빠가 보고 싶으니까 왔다해"
"그렇구나"
"오빠오빠, 나 케익도 먹고 싶은데 시켜도 되냐해?"
"먹어"
"움... 어쩌지.. 저기에 진열되어 있는 모든 맛이 다 먹고 싶은데.."
"... 다 먹어"

카구라는 신난 듯이 벌떡 일어나서는 별로 맛없어 보이는 케익이 가득 있는 쇼케이스로 달려가서는 여기에 있는 거 한 조각씩 전부 주세요! 하고 애교가 잔뜩 섞인 목소리로 주문을 했다. 카구라는 꽤나 신나 보였지만 나를 포함해 이 카페에 있는 모두는 그다지 즐겁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그녀를 제외한 모두가 암울했고, 암울이라는 것을 뛰어넘어 조금은 음침했다. 그런 것들 따위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무시하고서 찬찬히 자리로 돌아와서 소파에 풀썩 앉으면서 물었다.

"오빠, 근데 그거 알고 있냐해?"
"응?"
"경찰 내부가 요즘 시끄럽잖아"
"당연히 알지. 뉴스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는데 모를 수가 있나"
"하하, 오빠는 조금 즐거운 눈으로 보고 있을 수도 있겠네?"
"내가 왜?"
"사이가 좋진 않을 거 아니냐 해"
"뭐.. 관심이 없어서"
카구라는 무심하게 말하는 내 앞에서 웃으면서, 요즘 자신과 연이 닿아있는 그 경찰 놈들이 엄청 힘들어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글쎄 말이야.. 뭐든지 척척해내는 긴쨩도 그들의 고민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 거 있지? 하여간 긴쨩은 오지랖이 너무 넓다 해, 그러면서 본인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면서 나와 신파치에게 범죄자나 사냥하러 가 볼까? 하고 실없는 소릴 하기도 하고 말이야,.... 아, 근데 오빠, 오빠는 이 곳, 요시와라에서 범죄 지수가 꽤나 높은.. 사람이냐 해?"
"...음.. 글쎄? 왜? 나를 사냥하러 오게?"

카구라는 내 대답이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 웃었다. 곧 주문한 케이크가 나오자 한입 크게 포크로 찍어서 입안에 밀어 넣으며 음, 맛있다 하고는 다시 또 키득키득 웃는다. 기분 나쁜 그 키득거림을 들으면 그 누구라도 순식간에 최악의 기분이 될 것이다. 우물거리며 다소 얄밉게 케익을 먹는 카구라를 보다가 말했다.

"왜 그딴 식으로 웃는지 말해볼래?"
".. 그야...! 조금 고민하고 있어서.. 난 오빠가 잘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기도 하고.. 긴쨩이 잘 되는 것도 진심으로 바라고 있기도 하고.. 내 경찰 친구들이 잘 되는 걸 바라고 있기도 하고...."
"..."
"음... 하지만 역시 오빠가 제일 잘 되는 게 더 보고 싶다 해! 그러니까 혹시나 어려운 일이 생기거든 나에게 얼마든지 부탁해도 좋다 해!"
"... 됐고. 오늘처럼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오지 마"
"역시 오빠는 내가 보고 싶지 않았던 거냐해? 나는 오빠를 여기에 오면 볼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 하루 종일...."

아... 머리 아파.

"그만, 그런 거 아니고 내가 오늘 바빠서 그래"
"역시 그렇지?"

카구라는 내 말에 다시금 활짝 웃으면서 놀랐다며 배시시 웃어 보인다. 짜증나지만 역시 나는 앞에 있는 내 친동생에게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엔 조금은 자상한 가족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마녀에게는 내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조금 서툴렀던 것도 있다. 웃을 때에는 처음에 만났던 이상한 누나가 언뜻 언뜻 떠오르기도 하고, 오빠는 내가 보고 싶지 않았던 거냐 해? 하고 눈을 치켜뜨며 물어올 때는 이상하게 오키타의 누나가 떠오르기도 하는 그 오묘함 속에서 이상한 긴장감과 적지 않은 갈등을 하고 있었는지도.

"나는 오빠랑 같이 살고 싶은데.. 오빠랑 같이 있다는 그 친구는 도대체 누굴까...?"

카구라는 새빨간 빨대에 다시 입술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자꾸 그렇게 묻지 마. 그렇게 물어도 난 대답하지 않을거야. 내가 너에게 그 긴쨩이라는 사람이 누구냐며 너에게 꼬치꼬치 캐묻으면 좋겠니?"
"어..! 난 조금은 좋을 것 같기도.. 아! 오빠는 긴쨩이 보고 싶냐해? 그렇다면 내가 소개해 줄 수도 있다해!"
"범죄자를 사냥하겠다는 사람 앞에 나를 팔아넘기려는 거구나"
"에이.. 그런 걸 두려워하는 게 아닌 거 다 안다해"

카구라는 싱긋 웃어 보였다.

"카구라. 은혜는 은혜로 갚아야지. 실컷 널 거둬서 먹여주고 재워주는 은인이자 연인 아니야?"
"은인은 맞지만 연인은 아니다 해. 오해다 해!"
"어쨌든. 카구라. 우린 여기까지의 선을 지키며 이렇게 어쩌다 한 번씩 만나는 남매로 지내자. 이 이상으로 깊은 가족애를 느끼지 않았으면 해"

내 말에 카구라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어쩌다 한번..은 싫다해.. 자주 보는 남매가 되고 싶다해.. "

하고 파란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내 주위의 경찰들이 필요하냐해? 그게 오빠의 앞길에 필요하다면 내가 적극적으로 오빠를 위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꿔볼 수도 있다해. 하고 다시금 활짝 웃어 보였다.

"어떻게 믿니 너를"
"....어떻게 믿냐니? 고아원에서 나를 잃어버려서 힘들었던 고통만큼 나를 믿어주면 된다해"

카구라는 활짝 웃어 보이고, 그 말에 나도 활짝 웃어 보였다. 삐그덕 대는 나뭇 바닥을 천천히 밟으며 카페에서 일하던 알바생이 천천히 다가온다. 그리고는 고개를 천천히 숙여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단장. 부단장이 찾으십니다. 그 말에 나는 카구라에게 일이 있으니 먼저 가보겠다고 했다. 그리곤 덧붙여서 말했다.

그래 너를 충분히 믿을 테니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거절하지 않고 나의 부탁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나의 말에 카구라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나는 거절하지 않아! 하고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대답할 뿐이다. 마지막 남은 케이크를 포크로 푹 찍어선 제 입안에 넣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