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누구에게나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完

[히지오키긴] 누구에게나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04

burts : 버츠 2015. 8. 18. 00:26

 

 

 

 

 

 

"아깐 미얀하다. 내가 대신사과할게 밥도 제대로 못먹었지?"


"아.. 아니예요!! 맛있었어요!"


식사후 카페에 들어온 둘은 창가쪽 자리가 아닌 안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히지카타는 커피를 그리고

유우는 과일주스를 주문했다.


"과일주스 그거 맛있다고 하더라. 소고가 오면 맨날 그거 시키더라고"

 


한모금 들이킨 과일주스는 그녀의 기분만큼이나 상큼했다. 이런저런 일이있었다 해도 같이 있다는 순간이 가장 좋은거니까.


"네 맛있어요"

웃으며 주스를 마시자 히지카타가 농담조로 왤케 입바른소리만해? 기분이 별로일땐 화도 내라고- 라며 약간

어색해 보이는 유우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런 히지카타의 말에 화들짝 놀란 유우가 고개를 저으며 아녜요 진짜진짜 좋았어요! 저..정말이예요! 하며 당황한다.


그리곤 좀 망설이다가 얼굴에 홍조를 띄운채 시선을 피하며 다.. 다음엔 더 맛있는걸로 사주셔야 되요- 저 오늘

지.. 진짜 놀랐단말이예요- 라고 말하며 과일주스에 얼굴을 파묻다시피 고개를 숙였다.

 


"그래- 너한텐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덕분에 일을 쉽게 했거든"


"아니예요 제가 감사하죠 헤헤"


"그래 그럼 이제 들어갈까? 슬슬 어두워지는데"

 


뭐야, 지금 7시도 안됐는데! 벌써 들어가는거야?

점점 어둡게 물들어가는 무지개빛 하늘을 보며 말하는 히지카타가 유우는 무척 아쉬웠다. 차라리 오늘 저녁에

사케라도 한잔 사주세요- 라고 할껄 하고 후회했지만

너무 들이대는 여자는 되고싶지 않아 그냥 네- 가요 하고 대답했다.

 


-띠리리

카페에서 나와 잠시 걷는와중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 나다"

 

[부장님 저 하라다 입니다. 비번중 죄송하지만 잠시 캬바쿠라로 와주시겠습니까?']

 

"캬바쿠라? 국장님과 함께 있는거냐?"

 

[아 그게.. 국장님이 너무 취하셔서... ]

 

"일단 알았어"

 


전화를 끊고는 유우를 한번 쳐다보는 히지카타가 약간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국장님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거예요?"


"아니뭐, 큰일은 아니고.. 가봐야할거같은데 나 먼저 가볼게"

 

등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는 히지카타를 보며 유우는 손을 뻗어 멀어지는 그의 옷자락을 살짝 움켜쥐었다.

그리고 돌아보는 히지카타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잡은 옷자락을 확 뿌리치며 아- 죄송합니다! 하고는 고개를

푹 숙인다. 뭐야- 낼 회의실에서 보자고 하며 다시 돌아서는 히지카타의 손목을 덮썩 잡으며

저... 저도 같이 가고싶어요! 하며 그의 손목을 잡은 손을 보고는 당황해 확 놓으며 우물쭈물 거린다.

 

 

 

"음... 여자가 오면 좋진않을거같은데.."


"그.. 그래도! 저도 캬바쿠라 한번 가보고싶어요! 저... 한번도 안가봐서 궁금하기도하고.... 그래서.."

 

 

 

 

 

 

 


캬바쿠라 앞엔 신센구미 차량 한대와 그 앞에서 풍선껌을 우물우물 씹고있는 소고가 이어폰을 한쪽에 낀채

삐딱하게 서 있다. 그는 핑크색 풍선껌을 얼굴 반 만큼이나 크게 불며 무표정한 얼굴로 이제 막 도착한 히지카타와

유우를 번갈아 본다.


"하라다 얘기론 곤도씨가 취했다고 하던데, 많이 취한거야?"


"글쎄요, 난 아직 안들어가봤어요"


"...일부러 나 부른거냐?"


"음 뭐 반반? 히지카타왔으니 슬슬 들어가 보죠! 하라다는 먼저들어갔어요"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캬바쿠라의 여자들이 히지카타를 보고는 일제히 몰려왔다. 꺄- 꺄- 하는 소리에 소고는

쳇- 시끄럽네 하고 중얼거렸고, 히지카타는 그저 묵묵히 곤도의 위치를 묻고 묵묵히 곤도를 찾고 있었다.

 

이런곳에 처음 와보는 유우는 이 공간이 분위기가 적응 되지 않았다. 여자를 끼고 술마시는 아저씨들,

그리고 술을 따르는 여자들.. 그런 공간이 다른세계 같아서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난장판으로 술취한 사람들과

눈이 몇번 마주치고는 성급히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

 

그러다 아, 그러고 보니 소고군은 미성년자잖아! 라는 생각에 옆을 보자, 그저 덤덤히 풍선껌을 불며 히지카타의

뒤를 따르는 그를 보고 물었다.


"저.. 소고군, 소고군은 미성년인데 이런데 많이 와봤어요?"


"뭐, 곤도씨 때문에 몇번"


"어린데 이런데도 오는거.... 안되는거 아냐?"


"상관할바 아니잖아"

 


쳐다도 보지 않고 대답을 하는 그를 보고 유우는 역시 어리다- 하고 생각했다. 풍선껌을 씹는 옆 모습이

영락없는 어린애의 얼굴이라 그런지 그렇게 자신에게 틱틱거리는 그가 그렇게 싫지 않았다.

그저 뭔가 앙탈부리는 아이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귀엽게 느껴졌다.

 

 

콰앙-

 

테이블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 그곳을보니, 그곳엔 찾으러간 하라다 마저 같이 취해 곤도와 술에 떡이 된 체로

어? 토시- 드디어 왔구나! 부장님 드디어 오셨군요- 라는 혀 짧은 소릴 내며 난리를 치고 있다.

 


"어? 히지카타씨, 하라다씨까지 취한겁니까?"

 

뒤따라온 소고가 그 둘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너도 와서 좀 도와줘"


도데체 지금이 몇신데 이렇게까지 취한겁니까? 하고 소고는 투덜투덜거리며 곤도를 부축한다.

어 소고- 너 왜 이렇게 늦게왔어- 너도같이 한잔해야하는건데 말야, 오늘은 오타에씨가 말이지- 하며 혼자

중얼중얼 거리는 곤도를 질질끌고 신센구미 차량에 던져 넣다시피 던져 넣는다.

하라다까지 던져 넣다시피 차에 태운 히지카타를 보곤 소고가 오늘은 인심쓴다- 라는 표정으로 히지카타씨 타요,

오늘은 내가 특별히 운전할테니까! 하며 운전석에 탄다.


당연히 니가 해야지 이녀석아, 하며 조수석 문을 열다가 멈칫하는 히지카타를 보고 빨리타요 아니면 그냥

출발할꺼야 하고 소고가 시동을 켠다.

 

 

"아.. 소고, 아까 니 옆에있었던 유우 못봤어?"


"흠 들어갈땐 같이있었는데"


"잠깐만 기다려봐, 아직 안에 있나봐, 찾아올게"

 


그렇게 말하고 다시 급하게 캬바쿠라로 뛰어들어가는 히지카타의 뒷모습을 본다. 그리곤 그냥 자동차의 엑

셀을 거칠게 밟는다. 따라왔으면 잘 따라다니기나 하던가, 뭐하는거야?

 

 

 

 

 

 

다시 캬바쿠라로 들어간 히지카타는 한참을 헤매다 그 안에서 유우를 찾았다. 너 왜 전화도 안받아? 하며

숨을 몰아쉬는 히지카타를 보고 아.. 너무 시끄러워서 벨소리가 안들렸어요 죄송해요, 어디가셨었어요! 하며

약간은 놀란듯이 반가운기색을 표했다.

 

술취한 사람들이 유우를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인줄 착각해 자꾸 말을 거는데 그런 모습에 당황한 유우가

그런 말에 일일해 답하자 그런모습에 답답함을 느꼈는지, 히지카타가 손목을 잡고 거칠게 잡아챘다.

 

그 탓에 거의 넘어질뻔 하다시피 히지카타의 가슴팍에 머리가 찧은 유우가 당황해서 올려다보니, 아- 미얀 이라고 짧게

답하고 손목을 잡고 끌고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유우는 살짝 웃음을 참는다.

 

 

"미얀, 곤도씨랑 하라다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어"


"제가 죄송해요 잘 따라다녔어야 했는데... 놓쳐서 그만..."


"얼른가자 소고녀석 기다리겠다"

 

 

 

 

 

 

 

 

그리고 신센구미 차량이 있었던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 내가 이자식 이럴줄알았어 하고 작게 중얼거리고는 택시를 잡으려 두리번 거린다.

 

그때 엄청난 소음과 함께 히지카타 앞에서 신센구미 차량이 급정거를 한다. 그리고 차량 창문을 열어서 그

둘을 바라보는 사람은 다름아닌 소고였다.

 


"어? 소고 안갔었구나?"

 


소고를 보고 화색이 돈 히지카타가 유우와 함께 차를 타려 다가가자 차문을 급히 잠그고는 둘이 사이 좋으

시네? 그럼 계속 손잡고 걸어오시죠? 하고는 감정적으로 엑셀을 밟는다.

 

 

뒤에선 곤도와 하라다가 운전이 왜이래... 토할거같아.. 소고 살려줘.... 라며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며

괴로워했다. 그리고 멀리선 히지카타가 이녀석아 운전 그따구로 하지 말랬지! 하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후방거울로 그 둘을 바라보던 소고는 승질을 이기지 못하고 후방거울을 부셔버렸다. 뒤에서 곤도가 술에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고.. 운전하는데 그거 없으면 위험해서 어떡하냐... 라는 혀꼬인소리가 들렸지만 가볍게 무시한채 카트라이더라도 하듯이

굉음과 함께 급정지 급발진 급커브로 둔영에 도착했다.

 

 

 

 

 

 

 

 

 

 

 

 

그럼그렇지- 저녀석이 설마 태우러 왔으려고- 하며 담배하나를 꺼내 지그시 물고 불을 붙인다. 춥지? 기다려봐

야마자키한테 연락해서 태우러 오라고 해야겠다. 하며 폰을 꺼내 연락처를 검색한다.

하지만 유우는 그런 히지카타의 핸드폰을 빼앗으며 그냥 걸어가자고 제안했다.


"걸어가자고? 꽤 걸릴텐데?"


"괜찮아요! 날씨도 선선하고 해서..하하"


"흠.. 그래그럼, 다리 아프다고 하면 버리고 갈거다- 가자"

 


앞장서서 가는 히지카타의 한발작뒤에 걷는다. 서늘한 밤공기가 뺨을 간지럽게 스치고 동시에 그의 스킨향이

가볍게 퍼지자 순간 그 향에 취할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같이 걷는, 이 밤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함과

동시에 태우지 않고 그냥 가버린 소고가 고마웠다. 다시보면 아무리 까칠하게 굴어도 잘해줘야겠다.

 

 

 

 

 

 

 

 

 

 

 


소고의 방과 히지카타의 방은 바로 옆이라 히지카타가 방에 들어갈땐 소고의 방을 지나서 가야했다.

 

10분, 20분, 30분, 뭐야? 왜 안와? 하고 히지카타의 방문을 열어본다. 없다.
뭐야 내가 걸어오라고 했더니 진짜 걸어오는거야?

 

시간이 점점 늦어지자 왜 본인이 초조한지 모르겠지만 계속 문밖의 발소리에 귀기울이고 있었다.

30분 하고도 정확히 18분 후에 익숙한 발소리가 들리자 소고가 제 방문을 활짝 열어 제꼈다. 막 도착해서

들어가려는 히지카타와 소고가 3초정도 서로 쳐다보다가 히지카타 먼저 입을 연다.

 


"다시 왔으면 태우고 가지 그냥가냐 네놈은?"


"걸어오란다고 진짜 걸어온겁니까? 히지카타씨? 난 또-"


"또? 또 뭐"


"안들어오는줄알았지"


"... 안들어오면 나 어디서 자라고?"


"뭐 여자랑 잘 곳은 많이 있잖아"

 

뭔가 수상쩍다는 표정과 비웃음을 같이 머금은 표정으로 히지카타에게 비아낭거렸다.


퍽-

기어이 머리를 한대 맞은 소고가 머리를 감싸쥐고는 아야야... 하고 히지카타를 올려다본다.

 

 

"왜때려 히지카타 이녀석아!!!"


"어린놈이 못하는 소리가 없어!"


소고가 머리를 매만지며 입을 삐쭉거린다.

 

"그리고 너, 한번만 더 운전 그런식으로 위험하게 하면 운전다시는 못하게 할꺼다"


"..."


"근데, 설마 나 기다린거냐?"


"무슨 말도 안되는!! 발소리가 거슬려서 문 열어본거야 히지카타 이녀석아!"


이마에 눈동자가 그려진 빨간 안대를 쓰고는 맞은 머리를 매만지는 모습을 보고 히지카타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비웃는거냐 이녀석아! 하면서 씩씩대는게 괜히 웃겨서 베이지색으로 빛나는 그의 머리를 마구 헝클며 쓰다듬는다.


"..뭐야?"

어색한 히지카타의 행동에 소고가 약간은 어색한듯 쳐다보더니 수상한데- 하면서 히지카타의 얼굴을 노려본다.


"뭐가 수상해? 가서 잠이나 자 이녀석아, 낼 지각하면 오늘 운전한 건까지 합해서 두배로 혼날거니까 각오하고"

 

 

 

 

방문을 열고 들어갈때까지 히지카타를 쳐다보던 소고는 그가 쓰다듬어준 머리칼을 다시 매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