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지오키긴] 누구에게나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07
"히지카타 그녀석 죽여버리겠어"
"대장, 죽여버려요"
술에 잔뜩 취해 소고가 시작한 히지카타의 욕에 모두가 히지카타 욕을 한창 거들어간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 술의 양 또한 빠르게 줄어간다. 그걸 본 야마자키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대장- 너무 많이 마시는거 아니예요?"
"어- 야마자키- 넌 왜 안마셔어?"
"전 뒷정리를 해야해서요"
"뒷정리이? 그런게 어딨어? 얘들아 쟤 잡아"
"대장! 잠시만요! 저 부장님께 죽어요!"
"낼 히지카타한테 죽나 나한테 지금 죽나 비슷하지 않을까?"
다른 대원들에게 붙잡혀 발버둥 치는 야마자키에게 반쯤 풀린 눈으로 덤덤히 말했다.
"그.. 그건 그렇지만..."
강제로 입을 벌리게 야마자키의 얼굴을 한손으로 쥐더니 재밌는걸 찾았다는 듯이 어둡게 웃는다. 그냥 마실래? 아니면 부어줄까?
"마실래요! 저 사실 아까부터 엄청 먹고 싶었어요!"
"그래. 근데...."
술을 야마자키에게 억지로 부어넣으며 말한다. 그냥 먹겠다고 하면 내가 재미가없거든?
"그니까- 맨날 나는 잠복근무하면서 고생하는데 와서- 자기 혼자- 라면으을 시켜먹는거 있지이? 죽어라- 히지카타!"
어느덧 잔뜩 취한 야마자키가 다른이들과 함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채 횡설수설 거렸다.
-띠리리
"에에... 여보세요오...."
[나다. 야마자키, 지금 시간이 몇신데... 야 너 말투가 왜이래?]
"어? 어어어? 히지카타 부장님이시다... 하하..."
[뭐야, 너 술마셨어?]
시간이 늦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대원들이 걱정되어 전화를 건 히지카타는 마찬가지로 취해서 전화의 상대도
제대로 모르는 야마자키의 상태에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 그렇지 이녀석이
멀리에서 들리는 전화상에선 히지카타 죽어라- 하는 소고의 목소리도 작게 들려온다.
아- 저녀석이 있으면 감당하기 힘들었을거 같기도 하네
째깍거리며 울리는 시계의 바늘이 12시 50분쯔음을 가리킨다. 가봐야겠지 얼간이들 처리하러-
자리에서 일어났을때, 툭 하고 뭔가 떨어진다. 아까 받은 과자. 매운맛이라.. 누군가가 떨오르는 히지카타였다.
그리고 그걸 들어 책상위에 놔둔채 걸음을 옮겼다.
'모두와... 토시로씨와 함께 있고 싶어요'
히지카타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고개를 저었다. 안돼 생각하지마-
사람은 다시 떠올렸을때 가장 힘들었을때의 기억은 잊고 싶은법이다. 히지카타 역시 그녀에 대한 생각은 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다시금 떠오르려는 기억을 애써 누르며 담배를 하나하나 태워간다.
다시금 찾아간 그곳엔 모두가 뻗어서 술을 마시고 엉망진창으로 된 모습으로 늘어져있었다.
"..너희.... 지금 당장 일어나서 들어가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익숙한 말투와 목소리, 그리고 약간 화난듯한 말투에 뻗어있던 대원들이 자리에서 반 자동으로 벌떡 일어났다.
네! 부장님. 비틀거리긴해도 나름 정신을 붙잡고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대원들을 보곤 내일 지각이면 다들 죽여야겠다. 하고 생각한 히지카타였다.
그리곤 혼자 앉아있는 소고의 곁으로 다가갔다.
"넌 안가?"
"갈꺼야"
그리곤 벌떡일어나더니 몇발자국 못가선 픽 쓰러진다.
"개그하냐?"
"음.... 못일어나겠어어.."
바닥에 뻗어서는 히지카타를 올려보며 말하는 소고를 보곤 히지카타는 한숨을 푹 쉬더니 팔 한쪽을 본인 어깨로 올리고는 가자, 하곤 일으켜 세운다.
".....어..."
"뭐?"
"...못걷겠어-..."
"어쩌라고 그럼?"
"업어줘"
"뭐?"
"빨리이- 업어줘"
그렇게 실랑이를 한참하다 진짜로 못걷겠어 진짜아- 하면서 풀린눈으로 말하는 소고를 보곤 업어서 옮기는게 빨리 옮기는 길일거라 싶어 등을 내밀었다. 자- 얼른가자.
목을 감싸는 그의 팔에 순간 움찔했지만, 설마 취한 와중에도 내목을 조르거나 하진않겠지 하면서도 조마조마해 업힌 그의 동태를 조심히 살피면서 걸음을 옮긴다.
그러고보니 옛날에도 곤도는 무등을 태워주거나 업어주거나 많이했지만 이녀석을 본인이 업어본적은 처음이기에 약간은 어색했다. 맨날 서로 싸우기 바빴으니까. 그의 오른쪽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소고의 거친숨이 간지럽다.
"소고, 자냐?"
"..."
"니가 이렇게 가만히 나한테 엎혀 있으니까.. 조금 니가 그냥 평범한 꼬맹이같다"
"... 꼬맹이... 아니야... 이녀석아..."
술김으로 자다가 살짝 깼는지 잠꼬대 식으로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히지카타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안좋은 기억이 떠올라 얼마전까지 기분이 좋지 않았던 그였지만, 그 순간은 이상하게도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미 까맣게 물들어버린 하늘 틈의 달빛이 유난히 밝다고 생각했다. 그의 등에 느껴지는 심장소리가, 어깨쪽에 느껴지는 날숨이,괜시리 따뜻하다고 생각했다. 뭐야 나 미친거야?
소고의 방문앞에 선 그는 잠겨 있는 방문과 엎혀서 곤히 자는 소고를 번갈아 보고는 말했다.
"일어나, 다왔어"
"...."
"아 미치겠네, 갑자기 문은 왜 잠그고 나온거야? 젠장"
업었던 그를 벽에 기대에 앉혀 놓고는 열쇠어딨어? 하며 볼을 툭 걸드린다. 흔들어봐도 말이 없는 그를 보곤 뒤져야 되나? 하곤 주머니를 뒤지려 그의 허벅지 부근의 주머니를 손으로 더듬었다. 안쪽 주머니에 있나? 가슴팍에 손을 가져다 댔을때 그는 수없이 해왔던 몸수색이지만 괜시리 얼굴이 달아올랐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일어날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 그를 한번 보곤 옆방인데뭐... 우선 데려가서 깨워서 보내지뭐.. 하곤 방으로 끌고 간다.
본인의 침구에 눕혀놓고 그는 벽에 기대에 앉아 세상모르고 자는 그를 한참 쳐다보았다.
그동안 생각 못했었는데.. 꽤나 많이 닮았다. 쌕쌕 거리는 숨소리가 방안을 간지럽힌다. 술기운에 살짝 붉어진 뺨을 한번 만져보고 싶다고 생각을해, 가까이 다가가 얼굴에 손을 대려는 찰나, 그가 어두운 적색 눈동자를 보이며 눈을 두어번 깜빡였다.
"어?.. 어어... 아! 너.. 너 일어났냐? 아.. 열쇠가 없어서, 아니 못찾아서- 갑자기 문이 잠겨서- 아니 너 왜 갑자기 문을 잠궈놨어-"
이 상황이 민망해 히지카타는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으며 두서없이 말을 쏟아낸다.
그런 그를 가만히 쳐다보던 그가 안쪽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어 툭 던지며 말했다.
"...너무밝아"
"응?"
"밝아서- 잘 못자겠어요. 안대 좀- 가져다주세요"
"응? 아... 어어...가 아니라! 너 니 방으로 가란말이야!"
그말엔 들은체도 안하곤 이불을 끌어올려 덮으며 등을 돌리는 그를 보곤 투덜대며 그의 방에가서 항상쓰고
자는 안대를 찾아온다.
"자, 여기... 혹시 자는거야?"
등을 돌리고 있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 조심스레 말을 걸자 그가 부시시한 머리를 매만지며 일어났다.
"씌워줘"
"뭐?"
"씌워달라구요 안대"
"너.. 진짜 사람을 아주 막 부리는구나 오늘"
눈을 비비는 그의 앞에 마주앉아 이마에 안대를 씌워주는 와중에 손에 닿는 머리카락이 부드럽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니까 너.. 얼른 방으로 돌아가, 나도 자야되니...ㄲ"
말을 끝마치기전에 반쯤 감긴 눈으로 그는 히지카타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녀석이아 너 또시작이냐!"
말없이 그는 히지카타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아... 뭐야진짜, 좀 곱게 취하면 안되냐 이러다가 혹시 남아있는 양이지사 녀석들이 쳐들어오기라도 하면.."
늘 하던 잔소리가 멈춘것은 그의 입술에 도톰한 무언가가 닿았기에.
키스라고하기엔 너무나 가벼운것이였다. 입술박치기 정도 라고 해야겠찌만 그런단어를 쓰기엔 좀더 순한 그런것이였다. 길지도 않은 입맞춤이지만, 그것을 인식하기엔 약간의 시간이 걸렸고 화악 달아오르는 그의 눈에 비췬건 덤덤의 표정의 소고였다.
"야.. 너... 지금... 뭐...뭐...무..무슨"
"아- 시끄러"
그는 한마디 하고는 이마에 걸쳐진 안대를 눈으로 끌어내리고는 이불을 덮고는 다시 잠에든다.
"저.... 저새끼가 진짜..."
이상하게 요동치는 가슴팍을 붙잡고 그는 아까 건네받은 열쇠를 가지고 옆방으로 간다. 이자식 내일 일어나면 죽여버릴꺼야
-
아침에 눈을 뜬 소고는 자신의 방과 약간 다른 천장과 주변에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이상하다. 분명히 안대도 하고 있는데.
그것보다 우선 속이 너무 좋지않아 그저 약간 낯선 천장을 멍하지 바라보았다.
"일어났냐?"
히지카타가 문앞에서서 묻는다.
"아.. 에.. 근데 나 속이 너무 안좋아서 반차쓸래요"
"그럼 일어나서 최소한 문서라도 작성해서 내라고 이녀석아!"
가까이 다가가 멱살을 움켜잡은 히지카타는 덤덤한 표정의 그를 보자 어제의 그 감촉이 다시 생생히 기억나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히지카타씨 얼굴 빨개요"
"신경쓰지마! .. 아.. 그니까 너 .. 기억안나냐?"
"무슨?"
"아.. 아니다 아.. 여튼 빨리..."
"히지카타씨가 해주세요"
"응?"
"해주실거죠?"
"...어?"
"그나저나 여기 히지카타씨 방이구나 아침에 놀랐어요. 귀찮으니까 여기서 좀더 자고 오후에 갈게요"
다시 안대를 눈쪽으로 끌어내리는 그를 보곤 히지카타는 그래.. 오후에보자 하곤 방문을 닫고 나간다.
순순히 물러나는 히지카타의 태도가 이상해 소고는 다시 안대를 이마로 올리곤 닫혀진 방문을 바라본다. 왜이래? 불안하게
그렇게 두어시간을 누워있다가 슬슬나가야겠다 하고 일어났을때 그의 눈에 띈건 책상위에 올려져있던 과자였다.
마침 뭐좀 먹고싶었는데 잘됐다. 그는 투명하게 포장되어있는 과자 꾸러미를 집어들었다.
끈으로 리본이 매어져있는 포장을 열자 안에는 갖가지 모양의 과자와 쪽지가 하나 들어있었다.
쪽지에 붙어있는 스티커가 아직 붙어있는걸보니 아직 히지카타도 읽지 않은 모양이다.
[부장님, 생일축하드려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부장님 곁이면 항상 행복해요.
저.. 주제 넘치지만 제가 부장님 곁에 함께 하고 싶어요. 이틀후 자정에 둔영에 있는 작은 연못 뒤에서 잠깐 뵐수 있을까요?]
뭐야이건? 쪽지를 읽고는 자신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여러가지 의미로 귀여워 죽겠네 미치게-
그리곤 과자를 하나 집어 먹었을때 입안에 알싸하게 퍼지는 매운맛에 실소를 터트렸다.
생각나는 사람때문에- 그리고 그 쪽지 뒷편에 이름을 다시 확인한다.
유우-
소고는 그 과자와 쪽지를 가지고 즐거운일을 발견한 양 킥킥 웃으며 히지카타의 방에서 나온다.
안됐네- 이런걸 나한테 먼저 읽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