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누구에게나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完

[히지오키긴] 누구에게나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09

burts : 버츠 2015. 8. 18. 09:41

 

 

 

 

 

 

 

 

 

 

 

 

"여- 하세가와-"

 

 

 

 

하세가와가 항상 있는 공원으로 찾아간 긴토키는 주위를 둘러보며 그를 찾는다.

늘 있는 공원벤치에 그가 없는걸 보고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덧 밤이 깊다못해 하늘이 군청색빛으로 빛나는걸 확인하곤 괜시리 부지런한 사람이 된것같아 기분이 좋다.

그날따라 손대면 베일것만같이 얇은 초승달이 눈에 박힌다.


고요한 새벽. 하세가와를 찾으며 방황하던 그는 새벽에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들려 그 소리를 쫓아 건너편에 있는

강의 다리까지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가자 웅성대는 소리에 하세가와의 이름을 부르며 다리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갑자기 하세가와서 개 목걸이를 차고는 얻어맞았는지 팅팅부은 눈, 그리고 커다란 혹을 달고는 괴성을

지르며 뛰쳐 나온다.

 


"으아아아! 엇! 긴토키! 나..나좀.. 나좀 살려줘!"


"응? 하세가와 너 이꼴이 뭐야?"


"사... 살려줘 살려줘!"


"뭐야, 또 영역싸움 하는거야? 빠칭코나 가자고 하려고 했는데.. 뭐... 어쩔수 없지뭐, 담에봐"


하세가와의 꼴을 보고는 귀찮은 일에 말려들기 싫다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등을 돌렸다.


"어이 마다오- 어디가? 강아지는 집에 가만히 있어야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의 역할은 집을 지키는 거잖아"


분명히 아저씨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라 생각하던 곳에서 어린 목소리, 심지어 낯익은 목소리에 긴토키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하세가와는 죄..죄송합니다 얌전히 있겠습니다! 라고 외치며 덜덜 떨었다. 그 꼴을 보며 어둠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본 긴토키는 어울리지 않는 곳에 있는 그를 보곤 소리질렀다.


"엥?! 소이치로군?!"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두 사람에게 긴토키는 캔 음료를 하나씩 내밀었다.


"음.. 나 이거 별로 안좋아하는 맛인데"


"이녀석아! 젤 싼거라 어쩔수 없었어! 그냥 주는데로 먹어!"


"마다오, 이것도 먹어- 아껴놨다가 내일 먹으면 되잖아"

 


소고는 음료수를 인심쓰듯이 하세가와에게 내밀었다.

 


"싫다고 당당히 말해놓고 인심쓰는척 하지마!"


"왜요? 버리려던거 주는건데"


"그니까 그게 더 나쁜거거든? 아, 그나저나 너 여기서 얘네들이랑 이시간에 뭐하고 있던거야?"


"저.. 긴토키... 난 이만 가봐도 될까?"


하세가와가 소고가 내민 음료수를 받아들더니 긴토키의 말에 끼어들었다.


"응? 왜? 같이 빠칭코 가자니까?"


"아.. 아니.. 나... 오늘은 좀.. 다...담에봐!!"


팅팅부은눈과 큰 혹이 난 이마를 문지르며 하세가와는 후다닥 자리를 피한다.

 

"흠.. 공원에 앉아있는데 저쪽 무리가 둘러싸고 말걸잖아요 삥뜯기는거 같이- 저 너무 무서워서.."


"....엥..? 무서워..?"


"원래 선수 필승이잖아요? 선빵날렸죠"


"아하.. 그래..신센구미 1번대 대장 오키타 소고님께서 저런 무리한테 삥을 뜯길거 같아서 무서우셨구나.."


"근데 형씨는 이시간에 뭐하세요?"


"잠이 안와서 하세가와랑 놀까 했는데... 누가 방해해서 말이야"

 


팔짱을 끼고는 옆에 앉은 소고를 흘겨본다.

 


"그건 제 탓이 아니라니까요"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새벽근무중인거야? 왜 제복도 안입고 있어?"


유카타 차림의 그를 보고는 긴토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음.. 사정이.."


"그래? 칼도 없고 이러고 있으니까 삥뜯기 좋은 꼬맹이 같긴하네"


"꼬맹이?"


"어때? 삥뜯기는 기분은?"


"재밌네요. 선빵날렸을때 표정들도 아-주 재밌었어요"


덤덤하게 말하는 그를 긴토키는 빤히 쳐다보았다. 원래 분위기가 발랄하다거나 밝은 편은 아니였지만 오늘의 그는

뭔가 사뭇 가라앉은 분위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 그렇지, 너 지금 어디 갈데 없으면 나랑 놀래?"


"... 놀아요?"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어차피 새벽이고, 갈곳도 딱히 없었기 때문에 잠시 고민했다. 그리곤 곧 수락했다.

이럴때일수록 혼자 있어봤자 생각이 생각을 꼬리물어 도돌이표처럼 반복해 더욱 괴롭게 만든다는걸 잘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음.. 시간이 늦었으니까 술은 못마시겠고.. 빠칭코가자! 아. 너 어려서 못들어가나?"


"몇번 가봤어요"


"오- 의외네 많이 땄어?"


"일때문에 왔었어요"


"아, 맞다 너 경찰이지"

 

머쓱하게 웃던 긴토키는 말을 이었다.

 


"그럼 가서 게임을 직접해본적은 별로 없나보네, 한번해봐! 재밌어 내가 알려줄게!"

 


빠칭코의 건물은 화려하기 그지없어 멀리서부터 알아볼수 있을만큼 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시간의 그 거리는

술에 찌든 사람들이 친한척 어깨동무를 하며 농담을 주고받고 작업을 거는듯한 남자들이 술을 잔뜩 먹인 여자를 데리고

어디론가로 데려가는 등, 썩 보기 좋은 풍경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특히나 길가에 잔뜩 뿌려진 전단지,

그리고 지나친 양의 술을 마셔 게워낸 오물 등이 뿌려져있는 모양은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순간 긴토키는 잘못데리고 왔나..하는 생각이 들어 곁눈질로 그를 살폈다.

하지만 소고는 차라리 이런곳이 좋다고 생각했다. 화려한 불빛도, 시끄러운 잡음도, 평소엔 그닥 좋아하지

않았지만 시각적 청각적인 혼란이 차라리 지금 순간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요?"


시선을 느낀 그가 긴토키를 쳐다보면서 의아하게 물었다.


"아니, 아무래도 미성년자를 이런곳에 데리고 오니까 괜히 찔려서 말야 하하"


"새삼스럽게 왜이러세요 형씨 어울리지 않게"

 

 

 


긴토키는 나름 많이 와봤다는 자부심으로 소고에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서 돈을 바꿔서- 저쪽은 이런게 있고, .. 넌 직접해보는건 처음이니까 내가 쉬운것부터 가르쳐줄게

자신감있게 게임을 시작하는 긴토키를 그는 뒤에서 잠자코 지켜보았다.

 

 

"어?.. 아 아깝다 다시..."

 

"..."

 

"에이... 한번더.."

 

"..."

 

"아냐아냐 다시, 다른거 해보자"

 

"형씨- 다 잃은거 아니예요?"

 

"응? 벌써? 아냐! 기다려!"

 

갑자기 위에 걸치던 기모노를 벗더니 그 옷으로 돈을 빌려오는 긴토키를 보곤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형씨....."


"기다려! 이러다가 한방 터지는거라고! 인생이 다 그런거 아니겠냐?"

 

 

 


어느덧 팬티차림의 그를 보곤 소고는 말했다.

 

"형씨가 왜 마다오인지 다시한번 깨달을수 있었던거 같아요, 전 이만"


"잠깐!! 오키타군!! 나 두고 갈꺼야? 응?"


"그럼요?"


"나..나 옷좀..."


"...옷을 맡긴건 형씨 아닙니까? 제가 왜.."


"어이, 그래도 나 하루만 살려준답시고.."


"아, 그럼 이렇게 하죠 저도 게임해서 좀 따면 찾아줄게요"

 

 

 

 

팬티차림으로 그는 후다닥 소고의 뒤를 따랐다. 오키타군, 젤 빨리 따려면 저걸 하는게 좋지 않겠어?

아냐 너무 많이 걸면 좋지 않아. 등등 잔소리를 하는 킨토키를 귀찮은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좀 가만히 계세요 쫌

 

그런 그는 슬롯머신을 돌리면 777, 마작이면 마작, 슈팅게임, 홀짝맞추기 등등 모든게임에 적중하며 돈을 잔뜩 쓸어 담았다.

 

 

"우와- 이거 되게 재밌는데요? 근데 형씨는 왜이렇게 못해요?"

 

"...아... 그러게..."

 


소고는 기분좋게 긴토키의 옷을 찾아다주며 말했다.

 


"하하, 저 오늘 되는 날인가보네요"


"왜 난 맨날 안되는 날일까?"

 

긴토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형씨, 뭐좀 마실래요? 비싼걸로 골라요, 사줄테니까"


"아... 예 감사합니다요 이거.... 근데 더 안할꺼야?"

 

"네 여기서 끝"


"왜? 이녀석아 되는날 더 따야지!"


"이래서 형씨가 안되는 거예요, 이만큼 땄으면 이제 잃을때가 온다고요"


"쳇, 근데 그만큼 땄으면서 고작 음료수야? 있는것들이 더 한다더니"


"옷도 찾아줬잖아요, 형씨가 저한테 사주셔야 되는거 아녜요?"


옷을 주섬주섬 입던 긴토키가 그말에 움찔하곤 다시 쳐다본다. 아- 역시 넌 하세가와나 신파치랑은 다르구나..

하고 중얼거린다.

 

 

 

빠칭코 안에 있는 고급식 카페에서 파는 값비싼 쥬스를 기분좋게 마시는 그를 보고 긴토키가 말했다.


"처음엔 좀 다운되보이던데, 지금은 좀 나아졌나보네"


"아아.. 뭐.. 잔뜩 땄으니까"


긴토키의 그 말에 다시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지 유리컵에 맺힌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쓰윽 쓸어 내린다.


"흠.. 벌써 아침되어가네 근데 넌 어디가?"


"역으로요"


"역? 어디가는데?"


"부슈요"


"왜가?"


"...거참, 취조하시나 왜이렇게 캐물어요?"

 

귀찮다는듯이 한쪽팔로 턱을 괴더니 애꿎은 주스만 휘휘 저었다.

 


"아니, 이시간에 혼자 돌아다니니까 이상해서 그렇지 이녀석아"


"취조당하는 입장이 이렇구나. 앞으로는 약간은 친절하게 해줘야지"


"..대답안할꺼냐?"


"......근신이라서요"


약간의 텀을 두고는 대답하고선 자리에서 바로 일어섰다. 저 이만 갈게요


"근신??! 그럼 부슈가서 뭐해?"

 


긴토키가 같이 벌떡 일어나선 그의 팔목을 붙들었다.

 


"?가서뭐하긴요 그냥 찌그러져 있어야죠 뭐"


"아! 그래? 그럼 어딜가도 상관은 없는건가?"

 


그의 얼굴에 갑자기 급 화색이 돌았다.

 

 

"오키타군 가서 어차피 혼자 있을거면 우리집으로 같이 가지 않을래?"

 

 

긴토키는 혼자있는거야 아무래도 좋았지만 밀려있는 집세와 오토세의 끈질긴 독촉을 생각하곤 급제안했다.

물론 끈질기게 버티곤 있었지만 이번엔 오토세도 사정이 있는지 한달꺼라도 내달라고 얘기 했기 때문이다.


어.. 그니까 부슈는 멀고.. 시골에 있는 것 보다는 여기서 나랑 노는게 더 재밌지 않아? 내가 재밌게 놀아줄게!

아 집에 카구라도 없어 여행갔거든, 나 혼자있어 어때? 괜찮지? 사람은 혼자 있을때가 가장 불쌍하다고 하잖아?

특히 넌 단체 생활에 익숙하니까!


뭔가 필사적인 모습에 소고는 그의 말이 멈추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어때? 응?"

 

"수상한데요"

 

"수상하긴! 남의 성의를!"

 

긴토키는 능글맞은 웃을 지어보였다.


"...."

 

뭔가 의심쩍인 얼굴로 쳐다보는 소고를 한번보고는 머쓱하게 말했다.

 

"음... 이번달 집세만... 내주라.."

 

그 말을 들은 소고는 다시 자리에 앉더니 거만한 포즈로 씨익 웃으며 물었다.


"아하-얼만데요? 뭐, 좀 더 말해보세요 형씨- 전 부슈로 가도 딱히 상관은 없어서 말이죠"

 

 

 

 

 

 

 

 

 

 

 

 

 

 


"토... 토시!! 이... 이게 뭐야? 무슨일이야?"


곤도가 허겁지겁 히지카타에게 달려왔다. 출장을 갔다가 막 도착한 곤도가 놀라서 뛰어 올일은 한가지 일

밖에 없었기에 히지카타는 딱히 놀라거나 하진 않았다.


"곤도씨, 별일은 없었어?"

 

놀란 마음에 감정을 주체 못하는 곤도와는 달리 히지카타는 차분히 안부를 물었다.

 

"어.. 나야뭐.. 아니 근데 무슨소리야! 소고는?"


"..."


"아냐 말도 안돼! 믿을수 없어!"


"뭐..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해"


"근데.. 이렇게 빨리 근신조치라니.. 너.."


"그일은 내가 처리 할테니까 신경쓰지마"


"갈데도 없을텐데.."


"내가 말 해놨어 다"


"아.. 아니 그래도.."


"당신 내일 또 출장 있다고 하지 않았어? 걱정말고 다녀와"

 


곤도는 별 표정없이 묵묵히 말하는 그를 보곤 더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 그날따라 항상피던 담배를 물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고민이 있거나 정말 기분이 좋지 않을때 그는 담배를 피지 않았다. 사실 더 다그쳐 묻고

싶었지만 이럴때의 히지카타에겐 그냥 말없이 맡기는게 낫다고 생각해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 니가 잘 알아서 하겠지"

 

 

 

 

 

 

 

"1번대 부대장한테 이제 보고는 나한테 직접하라고해 내가 통솔할테니까"


"네"

 

 

어차피 소고는 항상 땡땡이 치기가 일수였으니 본인이 일을 직접 한다고 해도 큰 지장은 없었다. 그런면에선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엔 잘 보지 않는 시계지만 그는 유난히 시계를 자주 보고 있었다. 새벽에 나갔는데 어디에 있었을까?

도착했으려나.. 혼자 있을텐데 뭐하려나, 멍하니 쳐다보다 자신이 담배를 평소에 비해 꽤나 오래 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오랜기간 쭈욱 붙어있었던 사이 였기에 둘이 만난이후 떨어져 있어본적이 없다. 길게 떨어져봤자 2-3일 정도 였지만

그때도 아예 혼자 놔둬 본적은 없기에 더욱 걱정이 됐다. 잠시 떨어졌어도 사고칠까봐 무서워 항상 전화로

뭐하냐, 별일없냐 등등 연락은 취해 왔기에.

 


항상 그랬다. 떨어져있어서 전화하면 항상 귀찮은듯이 아- 히지카타씨 정말 이거 신경과민이라고요 신경과

민 이라고 중얼거리며 투덜대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지만 그래도 안받는 법은 없었다.

 

1번대 애들 전화는 종종 안받는 그 였지만 자신의 전화는 일부러 안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건 1번대

녀석들이 연락이 안된다고 답답해 하고 있을때 히지카타의 전화로 전화를 했을때 너무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바로 받아드는

그녀석 때문에- 돌이켜 보니 새삼 기분이 좋았다.

 


히지카타는 핸드폰을 한참 만지작대다가 연락처 부분을 눌렀다. [오키타 소고]라고 저장되어 있는 그 이름에

한참 버튼을 누르지 못해서 망설였다. 연락을 해서도 안되는건 알고 있었지만 업무상의 핑계라도 대서 연락을 취하고 싶었다.

 

 

 


"부장님 이거.."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갑자기 말을 거는 야마자키 때문에 당황한 나머지 핸드폰을 허공에 두어번 띄우고

는 그대로 아래로 떨어트렸다. 그리고 다가오는 야마자키의 발아래로 들어간 핸드폰은 그대로 두동강이 되

어 바닥에 널부러졌다.


"아.. 아아.. 부..부장님... 죄...죄송..."


두동강난 핸드폰을 들곤 덜덜 떨며 야마자키가 핑계를 댔다. 그런거 아니고 저 진짜 일부러 그런거 아니예

요 전 그냥 여기로 걸어오는 중이였고 이게 제 발아래로 온거예요 정말이예요

 

"..... 응.. 그래 수리 맡겨줘"


"화... 화나셨죠 죄송해요 최대한 빨리 수리 할게요"


"아냐 연락할곳도 없는데 뭐"


최대한 빨리 해달라고 할게요! 라고 외치며 열정적으로 핸드폰을 가지고 뛰어 가는 야마자키의 뒷모습을

보곤 생각했다. 아냐 잘됐어.... 근데 오늘 왜이렇게 답답하지

 

급 술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