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지오키긴] 꼬리표 06
*히지긴/히지오키 주의*
ㅠㅠ.. 수가 2명 있을 경우는 삼각 컾링 표기가 너무 애매하고 어렵다니까요 ㅠ_ㅠ
네이버에 검색해도 나와있지 않습니다........................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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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바의 장례식을 하는 날이었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지도 못했고, 제대로 한마디 못해본 체로 그녀를 보냈다는 죄책감에 나는 그녀의 장례식에 가면서도 약간은 가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래도 마지막 용서라도 빌으려면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어떻게 이렇게 이성적인 생각을 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장례식에서 본 소고의 모습은 생각보다 덤덤했다. 원래 장례식에서 상을 당한 사람의 가족들이 생각보다 덤덤한건, 실감나지 않아서 라던데, 이 녀석도 그런것 같아서, 보는 내내 걱정이 되었다. 미츠바를 사랑했던 나도 가슴이 아팠던건 사실이지만 그녀를 버리고 갔던 내가 아파야 하는건 당연스러운 일이고, 짊어져야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어릴적에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하나 핏줄인 누나마자 잃은 이 녀석이 너무 가엾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분명히 또 지랄지랄 할거다.
그때 해결사 녀석도 왔다. 장례식장 안에서는 서로 가벼운 인사만 하고 지나쳤다.
장례식이 끝나고, 다른 대원들이 다 돌아갔을때, 나는 소고녀석을 제일 먼저 찾았다. 아직 안에 있나, 해서 들어갔는데 이제야 실감이 나는지 병원 안에서 넋을 빼고 힘 없이 앉아있는 녀석을 보고 평소의 이 녀석의 모습이 아니라 더욱 가슴이 쓰라리게 아팠다. 이 녀석의 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라서. 그래서 더 아팠다.
나는 옆에 앉아서 한참 침묵을 지켜주다가 이 녀석이 너무 안쓰럽고, 가엾고, 안타까워서 그대로 끌어안았다. 평소라면 무슨 짓이냐고 화라도 냈어야 할 이 녀석이 힘없이 내 가슴팍에 안기는 것도 참을 수 없게 아팠다. 나는 그대로 이 녀석을 끌어안고 말했다.
“내가.. 내가 너의 가족 역할까지 다 도맡아줄게. 내가..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그때서야 실감이 났는지, 아니면 참고 있었던게 터졌는지 모르겠지만 내 품에서 소리내어서 우는 이 녀석이 한 없이 약한 이 녀석 나이의 꼬마로 보였다. 어쩌면 신센구미의 1번대 대장 같은게 아니라 이렇게 부모님 품에서 응석 부리면서 살아도 될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더불어, 나에게 묘한 책임감이 돌았다. 미츠바가 나에게 남기고 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가 그녀를 대신해서 이 녀석을 챙겨줘야 겠다는 마음.
울다 지쳐서인지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그를 방에다 데려다 주고, 눕혀주고, 눈을 스르르 감는 것까지 본 후에 나는 그의 옆에서 한참 그를 바라보았다. 아팠다. 그리고 눈 가에 있는 눈물자국을 살짝 훔쳐주었다.
둔영안은 너무 답답해서 밖으로 나왔다. 나는 마음놓고 사람들 앞에서 울 수 있는 입장도 위치도 아니여서 장례식장에선 오히려 울지 않았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숨을 거두었던 병원의 옥상에서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그때, 그 해결사 녀석이 뒤에 있었다.
이 슬픔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모르겠고, 그대로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술이나 한잔 할까 하고 작은 포차에서 술을 마시려 들어갔는데 그 안에 하얀 머리가 특이한 해결사 녀석이 이미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항상 티격태격하는 이 녀석과 오늘은 싸울 의지도, 기운도 없어서 그냥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랬더니 해결사 녀석이 날 힐끔 보더니 잔을 내밀었다.
"자"
"..뭐야"
"그냥, 내가 한 잔 사는거니까 마셔"
맨날 엉뚱한 짓만 할 것 같았던 그가 내미는 술잔이 고마우면서도 어색해서 망설이다가 받아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아무말도 안했다. 나도, 그 녀석도 그냥 술만 연거푸 마셨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 녀석에게 약간의 관심을 가졌던것은 이때부터 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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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구시군. 나 너를 좋아하나봐"
그가 나를 불러놓고 할말이 있다며 다짜고짜 말했다. 근래 들어서 제일 깜짝 놀란 말이었다.
"그.. 그게... 너도 나한테 마음 있는거 아냐?"
그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쑥스럽다는 듯이 약간은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나는 그의 물음에 부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원채 그가 장난을 많이 치는 녀석이라서, 대답을 뭐라 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이 녀석이 다시 한마디 했다.
"장난아니야, 그리고 나랑 사귀면 니 날라리 아들녀석도 내가 잘 잡아줄게"
"아들..?"
"응, 맨날 너랑 붙어다니는 그 꼬맹이. 니 아들이잖아"
"아들 같은 소리.."
"오케이 하는거지? 그럼 나랑 사귀는거야?"
장난스러우면서도 밝아지는 그의 개구진 표정이 좋았고, 따뜻했다. 나는 이 녀석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그냥 고개를 조심스레 끄덕였고, 그게 우리의 시작이었다.
나중에 들었는데 그때 말을 할때 엄청 고민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내 마음을 말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했더니 남자새끼가 찌질하다며 욕을 해댔다.
그래... 뭐, 다 좋았는데.. 문제는 소고녀석이었다. 분명히 알게 된다면 비웃으면서 둔영 여기저기에
'얘들아 히지카타가 남자랑 사귄댄다! 그 상대가 누군지 알아? 전에 우리 가끔 도와주는 그 해결사 형씨 알지? 그 사람이래 미친거 아니냐?'
보지않아도 뻔했다. 분명 관심없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 말하고 다니면서 내가 당황하고 괴로워하는걸 즐기고 있겠지. 특히 이 녀석이 죽도록 싫어하는 나인데, 분명 기회다! 하곤 신나서 날아다닐거다. 고민하다가 긴토키에게 말했다.
"저..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말고 들어. 다 좋은데 나는.. 음.. 뭐랄까.. 공개적 일수는 없어. 너의 생각은 어쩔지 모르지만.. 나 일단은 신센구미의 부장이라는 직책도 그렇고.. 특히 소고 녀석한테 들키면 진짜로 끝이야! 너도 그 녀석을 알잖아, 그래서... 음... 좀...."
"비밀로 하자고?"
나는 그의 말에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겠다. 완전 스릴 넘치고 좋은데?"
예상외로 그는 굉장히 재밌어했다. 그리곤 덧붙여서 자신도 카구라와 신파치에게 절대로 들키면 안된다며 혼자 유난떨지 말라고 소리쳤다. 관계가 이렇게 된다 한들, 그와 나의 사이
가 크게 바뀌진 않았다. 여전히 우린 티격태격 많이 싸웠고, 그래도 바뀐 부분이라면 조금의 배려가 늘었다는 점과 전처럼 서로 눈치보면서, 마음 들킬까 걱정할 필요 없이 서로를 챙겨줄 수 있다는 점 정도였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데엔 이유를 꼽을수 없다지만, 내가 이 녀석을 좋아하게 된 수많은 이유중 한가지는 지친 내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상대라는 점이었다. 곤도씨, 소고, 대원들 모두를 짊어지는 나에게 휴식을 주는 유일한 대상이었다. 나를 신센구미 부장이 아닌, 그냥 히지카타 토시로로써 존재하게 해주는 대상이었다.
긴토키에게 둔영에서의 일 이야기를 가끔 했었는데, 말 없이 잠자코 들어주는 것을 보고,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자꾸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자 그 녀석은 퉁명스럽게 이제 알았냐? 다시는 하지마. 라고 말하고 나서도 오늘은 뭐했어? 라던가, 소고녀석이 사고쳐서 신문에 나온걸 보고 웃으면서 말하곤 했다.
"오- 이번 사진 되게 잘나왔는데?"
나와 그는 소고나, 그가 데리고 있는 카구라와 신파치 이야기도 곧 잘했다. 사실 이 녀석과 하는 이야기중 50~60퍼센트가 그들 이야기 였을 것이다. 사실 나는 카구라와 신파치와는 그렇게 친하지 않았지만 긴토키는 소고와도 친했었어서 이 녀석 이야기를 좀 더 많이 했는데, 하루는 그가 말했다.
"히지카타, 그 녀석은 너 같은 놈의 승질로 다스릴수가 없어요 이 사람아, 나 같은 사람이 더 잘 다룬다고"
내가 어이없이 쳐다보자 그가 말을 이었다.
"그 녀석 내말은 되게 잘들어"
그러고보니, 미츠바에게 소개시키기도 했었지, 참.
"왜, 그 녀석 제 누나에게도 나 소개시켰잖아"
순간 생각을 들킨 것 같아서 놀랐다. 그리고 괜히 이 녀석이 미츠바 이야기를 꺼내니까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별 말없이 담배를 물자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맞아. 그 녀석 누나 예뻤는데"
"응.. 뭐, 예쁘지"
"아직도, 못 잊었어?"
그가 나에게 여전히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무어라고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러자 그가 바로 웃으면서, 뭐야? 왜 당황하냐? 하면서 크게 웃었다.
첫사랑 이야기를 숨겨도 모자랄 판에 서로가 알고 있기까지한 그런 이상한 상황.. 그냥 기분이 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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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토키는 나에게 맨날 소고를 아들녀석 혹은 아들새끼 라고 말했는데, 처음엔 그런 말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말라고 화를 내다가 지금은 그 말에 별 다른 소리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행동에 가끔 나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녀석을 굉장히 잘 알고 있었다. 뭐, 오랜 세월을 같이 보냈으니 내가 아는 만큼 그 녀석 역시 나를 잘 알고 있을테지만. 그래서 더 조심했다. 자동으로 긴토키와 나는 그 녀석 앞에선 으르렁 대면서 싸웠는데, 연기... 라기보다는 정말로 우린 가끔 그렇게 싸웠으니 크게 어려운 것은 없었다.
"히지카타씨, 조금 이상해요"
이 녀석이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순간 나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눈치 챘나? 나는 당황한 것을 감추려 탐정놀이 하지말라고 말하고는 뒤돌아갔다. 내가 알고 이 녀석이라면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에서, 특히 그 목표대상이 나라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으니까 나는 긴토키에게 바로 연락을 취해선 말했다. 단분간 우연을 가장해 만나자고. 남들이 보면 그렇게까지 해야하냐고 어이없어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소고녀석에게 만큼은 죽어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단순히 소문이 퍼져서 ? 정말 그것 뿐인지는 모르겠다.
그녀석이 나를 위심하는 눈으로 볼 때부터 습관이 하나 생겼다. 긴토키와 문자나, 연락을 하면 그 즉시 문자와 받은 연락 기록을 삭제하는것.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긴토키가 재밌어 하다가 한마디했다.
"우와 그렇게까지 해야되냐? 완전 본처 몰래 바람피는 남자같네 아주, 그 녀석 그렇게까지 안봤는데, 폰 검사도 하냐?"
"하겠냐, 그냥 혹시 몰라서, 그 새끼는 가끔 내가 생각치도 못한 행동을 한단말이야"
전에 쏘우 영화 보고나서 지구본인지 지구조였는지 모를 그 새끼와 짜고서 한 장난은 정말이지 지금 생각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 일이다. 나 하나 골탕먹이려고 자기 자신까지 4일 무렵을 굶어가면서, 그렇게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열받는 건 그 때 그 새끼는 내가 자신을 절대로 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는게 더 열받는 일이다. 그때 돌아와서 그 자리에서 그 새끼를 죽이지 못한게 한이 된다며 한참을 열받아 했던게 생각난다. 그때 그 녀석은 내 앞에 와선 '아무도 죽게 하지 않겠어! 너도, 신센구미도!' 라고 내 목소리를 따라하면서 한참을 놀려댔는데, 다음에 그런 장난을 다시 한다면 기필코 죽여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열받아하는 내 행동이 재밌었던지 한참을 즐겁게 웃어댔다.
그때 그 녀석에게 메세지가 왔다.
[야끼소바빵]
내가 그걸 보고 핸드폰을 닫자 긴토키가 옆에서 쓰윽 다가와서 같이 보았다.
"뭐야?"
"소고녀석이 올때 사오라고"
"너는 겉보기엔 전혀 이런 말에 응해줄 것 같지 않은데 생각보다 고분고분하단 말이야 신기해"
음..? 그런가.? 이 녀석이 말을 이었다.
"너 오키타군 존나 좋아하는구나?"
"좋아하긴, 골치덩어리새끼. 내 인생에 도움이 하나도 안되는 새끼야 이새끼는"
"히지카타, 니가 자꾸 이 녀석을 받아주니까 이 녀석이 더 이러는거야"
"받아주긴 뭘? 나 이녀석한테 맨날 화내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이녀석아"
그 말을 하고 긴토키는 그냥 웃었다. 그가 무슨말을 하는지, 내가 무엇이 문제인지 알수 없었다. 뭐, 설령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고쳐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소고 녀석에게 행하는 나의 행동이 이런 것이 무의식중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모양이다.
앞에서 초코 파르페를 한 숟갈 떠 먹더니 말했다.
"오늘 밤에 그 곳으로 와"
긴토키가 씨익 웃으면서 내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가 그렇게 말하면 나는 몽유병 환자 마냥 밤에 그 녀석을 만나러 갔다. 그가 말하는 '그 곳' 은 내가 전에 징계 받을 때 썼던 집이었다. 원래 잘 가진 않았지만 이 녀석과 몰래 만나기 시작하면서 그곳은 우리의 아지트가 되었다. 저녁에 몰래 나와서 가면 그 녀석은 먼저와서 문을 열어주었는데, 장난을 친답시고 '어이,그래서 당신 마누라는 이혼 안해준데? 그럼 다시는 나 만나러 오지마, 나 가지고 지금 장난치는거야 뭐야 이 자식아' 라면서 장난을 쳤다. 그리고 자긴 이런 상황이 아침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막장드라마 같아서 너무 재밌다고 했다. 재밌냐, 난 피곤해서 돌아버리겠다.
내가 침대에 걸터앉자,그가 다가와서 내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이 녀석은 항상 관계의 시작 전에 가볍게 입을 맞추는 버릇이 있었다. 이 녀석과 함께하는 모든것이 좋지만 나는 이것이 가장 좋았다. 그 입맞춤을 할때면 순수한 어릴때로 돌아간 것 같다는 착각이 일었다. 둔영에 대한 책임이고 뭐고, 내 위치가 뭐든간에 다 내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가지 아쉬운건 이 녀석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너무 한정적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 녀석도 마찬가지였다.
"얼마전에 집에 돌아갔더니 카구라가 깨서 새벽에 어디갔다 오냐고 물어보는거야, 나 진심으로 소름끼쳤어.... 아 맞다, 어제 오키타군 우리집 왔었는데"
그 녀석이 내 무릎을 베고 누워선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어제? 이 새끼 또 땡땡이 쳤구나"
"니네 진짜 세금도둑 아녀?"
"난 빼고 얘기할래? 난 머리터지게 일하고 있거든?"
"원래 아래가 잘못하면 윗대가리가 욕먹는거지 뭐"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여기도 좋지만, 밖에서 좀 평범하게 만나고 싶어"
"... 그러게"
어떻게 생각하면 예상도 못할지도 모르는 일이긴 한데, 우리 둘 다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것도 사실이었다. 그 만큼 우린, 아니 내가 조금 더 이 사실이 밝혀지는걸 두려워 했다.
"아. 나 갑자기 좋은 생각났어"
그가 몸을 일으키고는 말했다.
"니 아들녀석 우리집와서 나 아니여도 카구라랑도 잘 놀더라고, 그럼 그때 내가 나올게, 그럼 우리 방해꾼들은 하나로 집에 묶어 놓을수 있잖아. 맨날 가는 우지 긴토키 스페셜 덮밥도
좋지만 나도 너한테 비싼것 좀 얻어먹을래 니 아들녀석처럼"
아들이라고 하지 말라니까.
이 녀석은 쓸데없는 곳에 머리가 잘 돌아가는 녀석이다. 이번엔 꽤나 그럴듯 했고, 소고녀석이 그 근처에 순찰을 가면 이 녀석의 집에 찾아간다는 건 내가 알고 있고, 소고의 순찰 스케쥴이야 내가 항상 알고 있으니 그리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계획은 아주 그럴듯해도 생각못한 변수가 뒤통수를 치듯이, 우리의 이런 사소한 계획도 생각못한 일이 많았다. 긴토키가 나오다가 소고녀석에게 잡힌다거나, 갑자기 카구라가 나들이를 가자고 해서 아예 다같이 외출을 해버린다던가, 소고녀석과 카구라가 집에서 너무 심하게 싸워서 집이 망가졌다거나 이런 일들이 생기면 나는 언제 올지도 모르는 이 녀석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연락을 하면 의심을 살 수 있으니까 연락을 하긴 해도 제대로 못했다. 이럴때 순간 왜 우린 이런 사이가 되기 전에 서로 으르렁 대며 서로를 싫어하기 바빴는지 후회되었다. 조금 더 살갑게 지냈으면 연락정도는 편하게 했을수도 있었을텐데.
그 날도 잡혔는지 오지도 않고,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는데 소고 녀석이 받아들곤, '어, 히지카타씨가 왠일로 형씨한테 전화를 다 합니까?' 하고 묻길래 잘못 걸었다며 끊었다. 아. 땡땡이 치는거냐며 화를 냈어야 했는데 다른 점을 너무 의식하느라 그 점에 대해선 말도 못했다. 여튼 연락도 안되는 상황에서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처음에 이 녀석을 다른 요인 때문에 기다렸을땐 그래도 밖에서 만나는게 어디야, 라는 생각에 크게 불만이 느껴지진 않았는데, 이것도 한두번이지. 자꾸 반복되다보니까 여간 힘든게 아니다. 언제 올지도 모르고, 못올지도 모르는 상태로 우두커니 기다리는게 한심하기도하고.. 한 두시간 지났나. 이 녀석이 그제야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화가 치밀어서 나도 모르게 욱해선 말했다.
"이제오냐? 나 이제 들어가야 되니까 다음에 봐"
"... 뭐야. 화난거?"
내 퉁명스러운 말을 듣고 그가 말했다.
"미안 카구라가 자꾸 산책가자고 졸라대서 말이야. 바쁘다는데도 작정하고 붙잡아서 어쩔수가 없었어, 그니까..."
"그래서?"
순간 나도 모르게 약간은 큰 소리를 냈다. 그리고 나른한 표정 가운데에 약간의 놀란 기색이 보이는 그 녀석을 보고 다시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아...,"
내가 지금 화가 났다기 보다는 지금 짜증스러운 내 감정의 분출이었는데 그 이유도 뭐 다른 것도 없이 그냥 기다림의 연속에서 오는 투정이었다. 내가 이런 투정을 부리는 사람도 이 녀석 하나 뿐이었는데, 가끔 그는 다른 사람에겐 그렇지 않은 내가 자신에게는 그런다는걸 조금은 서운해 하는것 같았지만, 원래 우린 그런사이였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내가 화를 낸 이유가 말하기엔 어이없는 말이라서 적당히 다른 말로 둘러댔다. 그런 내 속 마음을 알았는지, 긴토키가 나를 약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더니 말했다.
"너는 ....나 만나러 올때, 그 녀석이 가지 말라고 하면, 넌 나에게 안올거잖아."
그가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 긴토키도 나에게 약간은 화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난 지금 이 녀석의 말엔 전혀 반박할 수 없었다. 그의 말에 무어라고 답을 하지 못하자, 그가 그런 나를 보곤 한마디 더 했다.
"봐, 넌 빈말로라도 아니라고 대답도 못하는 등신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