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꼬리표 完

[히지오키긴] 꼬리표 02

burts : 버츠 2015. 8. 17.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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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지카타씨, 핸드폰 줘봐요”

 

“..핸드폰? 왜”

 

그가 건네주려다 잠깐 멈칫하고는 말했다.

달라면 내놓을 것이지 말이 많아

 

“아니 뭐 좀.. 하려고”

 

“..연락 올 데 있어서 안돼”

 

“누군데?”

 

“있어. 넌 말해도 몰라”

 

나는 정말 단순하게 폰에 있는 미니게임 따위를 할 생각이었다. 대원들 말로, 이 새끼 폰 기종에 기본으로 들어있는 게임이 재밌다길래. 근데 지금 이 새끼의 태도가 이상했다. 다른 때라면 그냥 내 쪽으로 폰을 냅다 던져줬을 녀석인데 감추는 것이 이상해 나는 이 새끼가 이상하다는 걸 다시금 인지했다. 그리고 이 사건 뿐만이 아니라, 언제부터인진 모르겠지만 가끔 저녁에 몰래 나가기도 하고, 새벽에 들어오는 일이 종종 있다는 걸 바로 기억해냈다. 내가 저녁에 너무 잠이 안와서 이 녀석이 자면 가서 깨워서 놀아달라고 할 요량으로 밤에 찾아 갔었다. 그때 그는 아무 이유 없이 방을 비웠다. 그때 나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었는데, 최근 야간 경비들 말로는 최근에도 종종 나갔다고 했다.

그리고 말이야. 내가 모르는 네 녀석 주변의 인물이 누가 있어? 저 새끼 연애하나? 불현 듯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이었다.

 

“너 연애하냐?”

 

대놓고 물어봤다.

 

“아니”

 

대답이 짧았다. 놀란다거나, 왜 그런 걸 묻냐며 묻지도 않고 아니라고 했지만 뭔가 이 녀석의 대답이 부족해서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왜, 아니라서 아니라고 하는데 뭐가 맘에 안 들어?”

 

“탐정의 추리가 틀렸으니 실망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아직 불만족했다는 듯이 투덜거리며 말했고, 이 녀석은 그냥 그런 나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 자리에서 더 캐 묻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용의주도하니까 증거를 확실히 잡으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 순찰을 돌 때 나는 일부러 만만한 야마자키와 순찰을 가겠다고 했고, 히지카타는 그날 비번이었다.

 

“대장, 가시죠”

 

야마자키가 운전석에 타려할 때 나는 급하게 운전은 내가 하겠다며 그를 운전석에서 잡아 끌었다. 그리고 히지카타가 자리를 뜨는걸 보고 급해진 나는 야마자키를 그대로 버리고, 차를 끌곤 그가 향한 방향으로 서둘러 쫓았다. 하루 종일 그의 뒤를 밟았는데, 저 새끼가 내가 뒤 쫓고 있다는 걸 아는 것인지, 만나는 사람도 없고, 그냥 혼자 돌아다니다가 서점에 들러 책을 보거나, 밥을 먹었는데 밥을 먹을 땐 우연히 형씨를 만나서 둘이 평소와 다름없이 왜 이런 곳에서 만나냐며 티격태격 싸웠다. 그리고 안경과 우연히 지나가다 만나 인사를 하고, 갑자기 전화를 받길래 누굴까 하고 바짝 귀 기울여 보니 곤도씨였다. 이런 짓을 하는 내가 한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평범해서 김이 빠졌다. 그리고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론 안심했다.

 

 

 

 

 

 

 

 

 

 

-

넓은 둔영에 있는게 가끔은 싫었다. 이런 느낌을 받기 시작한 것은 형씨네 집을 자주 드나들며 차츰 생각했는데, 형씨네 집은 작고 뭔가 결집된 무언가가 있었다. 그런 곳엔 혼자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단체, 집단 생활을 하는 나에게 있어 약간의 동경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해결사 형씨네의 배경에 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고, 절대 사절이다.

 

가끔 놀러가서 형씨랑 안경, 차이나가 티격태격 하는걸 보면 신센구미 와는 분위기가 달라서인지 사뭇 신기했다. 우리는 큰 조직이니까. 뭐, 한 마디로 그냥 나는 이 아담한 공간이 부러운거다.

 

최근엔 형씨가 집에 있는 일이 별로 없어서 실망했다. 하는 일도 없는 날백수가 왜 이렇게 바빠? 가면 항상 차이나가 또 왔냐고 소리치고, 옆에서 안경은 오키타씨 들어오세요. 라며 소리치는 차이나를 말렸다. 형씨를 만나지 못해도, 나의 목적은 땡땡이 치는 거였으니까 그냥 차이나와 안경과 셋이서 하찮은 놀이를 하곤 했는데, 끝은 항상 나와 차이나의 주먹싸움으로 번져 처음에는 말리던 안경도 이젠 그냥 헤드셋을 끼곤 츠우의 노래따윌 들으며 모르는 척 회피했다.

 

하루는 벽장이 훤히 열려 있는데 베게와 이불이 그 안에서 마치 누가 자다 일어난 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어 그 안을 힐끗 보며 물었다.

 

“이건 뭐냐?”

 

“이 자식아! 숙녀 방을 함부로 보는 녀석이 어딨냐, 해!”

 

“여기? 여기가?”

 

두더지 새끼도 아니고 벽장 안이 방이라고?

 

“부럽지?”

 

차이나가 완전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미쳤다고 이런 걸 부러워 하겠냐?”

 

“어이, 꼬맹아. 니 녀석이 있는 곳은 너무 시끄러워, 사람이 때로는 혼자 사색에 잠길 시간도 있어야지 말이야.”

 

한껏 깔보는 표정. 약올릴 때 종종 지어보이는 그런 표정이다.

누가 누구더러 꼬맹이래? 이 자식이. 내가 너보다 4살이나 많거든?

 

근데 차이나의 말이 맞긴 했다. 요즘 내가 느끼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였다고. 둔영은 항상 소음이 많았고, 비번이여서 딱히 갈 곳 없어도 결국은 그 안에 있어야 하는 답답함이 있었다. 뭐 그런 것이 아예 싫은 것은 아니다. 다 같이 모여서 술 마시거나, 놀면 재미있긴 하니까.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 형씨의 집을 보고 그리워하는 건, 부슈에서 누나와 살 때를 그리워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땐 누나와 나 둘이 살았고, 집에 찾아오는 건, 히지카타와 곤도씨 뿐 이였으니까.

 

 

그날 돌아가자마자 히지카타를 찾았다. 나는 신센구미 내에서 잠복을 위해 여러 채의 집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세한 수량은 나도 잘 알진 못하지만 분명히 쓸데없이 놔두는 것도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히지카타에게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이런 부탁을 하면 이 새끼가 거절을 할지, 들어줄지 견적이 대충 나오는데 이번은 사실 전자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한번 고집을 부리면 이 녀석은 거의 들어주니까. 그리고 맨날 땡땡이 치긴 하지만, 나도 이 녀석 말을 은근히 잘 듣는 편이다. 화장실 청소 같은 거 정말 끔찍이 싫어하는데 우리 부대에 화장실 청소 배정 했을 때도 암말 안하고 따랐잖아?

 

 

“히지카타씨, 저 부탁있어요”

 

나는 최대한 공손하게 말했다. 내가 이렇게 나오자 히지카타가 뭔가 수상쩍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뭔데”

 

“들어줄거예요?”

 

“아니”

 

이 새끼가..

 

“나. 잠복근무할 때 쓰는 집 하나 주면 안돼요? 그래봤자 원룸 크기잖아?”

 

최대한 생글생글 웃으면서 나는 말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나의 말에 히지카타가 담배를 물고 한참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응 안돼”

 

“왜! 어차피 그냥 쓸데 없이 있는 것도 많이 있을 거 아냐!”

 

“그런 터무니 없는 부탁을 하러 온 거냐 너 지금?”

 

“응”

 

“안돼.”

 

사실 예상은 하고 왔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서 나는 기분이 좋진 않았다. 물론 이 새끼도 그걸 마음대로는 할 수 없다는 것 쯤은 알지만, 그래도 자기 위치면 그런 것 쯤은 좀 노력해 줄 수도 있으면서! 나쁜 새끼. 역시 저 새끼는 마음에 안 든다니까.

 

그 이후로 나는 몇 일간 다시 졸라 보기도하고 화 내보기도하고 별짓을 다하다가, 이 새끼한테 어떻게 하면 내가 화가 났다는 걸 더욱 극대화해서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 같이 순찰 당번이 왠말이야. 같이 순찰을 갈 때 일부러 완전 딱딱하게 말했다.

 

“부장님 타시죠”

 

그리고 흘깃 이 녀석을 봤는데 별로 신경쓰고 있는 것 같지 않아서 열이 뻗쳤다. 씨발 신경을 쓰라고! 나 지금 화났다고! 하루 종일 이 새끼가 하는 말에 네, 네 이 한마디 대답만 하는 건 정말 곤욕이였다. 욕이라도 지껄이고 싶은데 그러면 사실 내가 좀 덜 화나 보일까봐 애써 자제했다. 그런데 히지카타 이 개새끼는 아무 반응 없이 일 이야기만 하는거다. 죽여버릴까.

 

일이 끝나고 홱 돌아서서 가는데 히지카타가 날 불렀다.


“소고.”

 

그럼 그렇지, 날 풀어주려고 하는구나. 이제 알았냐? 나는 약간 기대에 부풀어 그 새끼를 돌아보았다.

 

“이거 두고 갔어”

 

이 새끼가 내민 건 스케줄 표였다. 당황하고 열 받은 내 표정이 관리가 안 되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히지카타가 날 보곤 피식 웃었다. 웃어? 이 새끼야 웃어?

 

“따라와 애써 연기하지 말고”

 

내가 일부러 연출하고 있던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아 짜증나. 쪽팔려.

 

히지카타는 나를 불러놓고 물었다. 왜 그런 부탁을 하는지. 이 새끼도 아무래도 내가 졸랐던 부분을 조금은 신경 썼던 모양이다.

 

“여긴 소음이 너무 많아”

 

내가 말했다. 그가 약간은 의아한 듯이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그를 잠시 쳐다 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다른 대원 녀석들은 쉬는 기간엔 여기가 아닌 다른 갈 곳이 있잖아. 근데 난 없어”

 

누나가 살아 있었을 땐 누나를 만나러 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뭐..

 

“...”

 

“나도 때로는 그냥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을 때도 있다고”

 

내가 약간은 시무룩하게 말하자 히지카타는 전혀 생각 못했다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내 앞에 무얼 던졌다. 내 바로 앞에 떨어진 그것은 열쇠였다.

 

“전에 내가 있었던 곳인데, 난 이제 갈 일이 없어”

 

전? 아하.. 이 녀석 전에 여기에서 쫓겨날 뻔한 일이 있었지.

 

“뭐, 내가 쓰던 집이라 싫을 수도 있지만, 그런 점은 감안하고 그냥 써, 난 절대 안 찾아갈 테니까”

 

“와도 상관없어”

 

나는 한껏 들뜬 말투로 말하곤 그가 던진 열쇠를 집어 들었다. 와도 상관없다는 나의 말은 진심이었다. 아니, 오히려 이 녀석은 와줬으면 했다.

 

다음날, 히지카타는 그 집에 같이 찾아가 주었는데, 나에게 몇 번이나, 혹시 이 곳에서 허튼 짓을 한다면 죽을 줄 알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허튼짓이 뭘 말하는 거냐며 내가 장난스레 물었지만 그는 구체적으론 말하지 않았다. 크진 않았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작은 집이었다. 아직 그 녀석의 짐이 여기저기 많이 남아있었지만 난 그런 편이 오히려 좋았다. 친근해서. 그리고 쉴 때 한번 씩만 찾아갈 생각이였고 많이 찾아갈 생각은 없었기에 그 공간이 있다는 것 외에 다른 것은 크게 신경 쓰진 않았는데 (원래 엄청나게 가지고 싶었던 것이 수중에 들어오면 생각보다 좋지 않은것처럼) 나보다도 오히려 그 녀석이 더 난리를 치면서 잔소리를 해댔다.

아니.. 저기 히지카타, 나 둔영에서 나가는 거 아니라고.

 

 


 

 

 

 

 

 


-

히지카타의 뒤를 밟고도 성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난 그래도 여전히 그를 의심하고 있었다. 정말로 그가 연애는 하지 않더라도 그의 상황에 무언가 바뀐 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나에게 전에 비해 조금은 소홀하게 구는 그 녀석의 태도가 거슬렸다. 그냥 나 혼자 거슬렸을 뿐, 다른 이의 눈에는 별 차이도 없어 보일거다. 여전히 그 녀석은 아침에 나를 깨워주고, 밥 먹었냐며 묻고, 비번 일 때는 오늘 뭐 할거냐고 물어봤다. 음.. 따져보니까 사실 변한 건 없었다.

 

여유롭게 순찰을 돌고 있는데 무심코 쳐다본 2층짜리 카페의 창가에서 형씨와 히지카타가 둘이 앉아있는걸 발견했다. 맨날 싸우고 서로 죽도록 싫어한다고 하지만 친한 건 틀림없다. 둘은 서로를 정말 끔찍이 싫어했고, 그 둘의 싸움을 구경하는게 나에겐 큰 여흥이었다. 그래서 한번은 둘을 수갑으로 연결시켜놓은 적이 있었다. 멀리서 망원경으로 둘을 지켜보면서 히지카타에게 무전을 하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다. 그 이후에 히지카타에게 불려서 시말서는 물론이고, 크게 혼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아, 근데 진짜 웃긴 건 본인이 써오라고 한 시말서도 이 녀석이 써줬다는거. 시말서를 쓰는데 옆에서 맞춤법이 틀렸다고 잔소리, 글씨를 못 알아보겠다고 잔소리, 어법이 틀렸다고 계속 짚어주다가 이내 펜을 빼앗아서는 본인이 써주었다. 난 그런 히지카타의 옆에서 아이고 잘한다 우리 부장님- 하고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 줬고 열 받은 그 새끼한테 쫓겨서 한참을 도망다녔다.

 

내가 한참 그 둘을 쳐다보고 있자. 바쁘게 그 녀석과 이야기 하던 형씨가 나를 발견하곤 손을 흔들었다. 그리곤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마침 나도 목이 말라서 음료수나 한잔 얻어먹을 생각으로 카페에 들어갔다. 내가 들어가자 형씨가 활달하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이 쪽으로 오라며 손짓했다. 히지카타는 턱을 괸채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자자 앉아”

 

형씨가 옆으로 자리를 조금 비켜주며 제 옆자리를 툭툭쳤다. 나는 그런 형씨의 옆에 아무 고민 없이 앉았다.

 

“둘이 사이 안 좋다 안 좋다 하더니 둘이 왜 카페에 다정히 앉아 계시는 겁니까?”

 

“다정하게 있긴, 우연히 만났어”

 

형씨는 웃으면서 초코 파르페를 한 숟갈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우연히도 참 자주 만나시네”

 

내가 어이없이 피식 웃었다. 히지카타의 뒤를 밟다가 생각한건데 정말이지 이 둘은 우연히 정말 많이 만난다는 거다.

 

“그러게 말이야, 쟤가 나 쫓아다니는 것 같어. 역시 신센구미는 스토커 집단아니냐?”

 

형씨는 내 쪽에 귓속말을 하는듯한 동작을 취하면서 얘기했지만 히지카타가 다 들리도록 크게 말했다.

 

“다 들린다. 내가 네 놈을 왜 쫓아다녀?”

 

둘은 또 티격태격 하며 말다툼을 시작했고, 나는 그런 둘을 지켜보다가 음료를 주문했다.

 

“형씨. 요즘 쟤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아- 연애라도 하나 싶어서 열심히 쫓아다녔는데.. 어떤 년인지는 몰라도 진짜 잘 숨더라고요. 기가 막히게”

 

“아, 글쎄 내가 아니랬잖아 이 녀석아”

 

내가 장난스레 말하자 히지카타가 어이없다는 듯이 덧붙였다.

 

“신센구미 진짜 스토커 집단 맞네 맞아. 아 근데 오오구시군 연애해?”

 

“아니라고 방금 말한거 못 들었냐 이 자식아”

 

“어이 오키타군, 혹시 근처 인물 아닐까? 그 누구냐.. 쿠리코였나. 전에 얘 좋다고 쫓아다니던 애 있잖아”

 

응? 쿠리코? 누구지? 아아 마츠다이라 선생님네 딸?

 

“음.. 그랬다간 바로 사격당해서 죽을텐데. 히지카타씨 각오는 되어 있는 겁니까?”

 

“원래 사랑이란 아슬아슬한게 더 좋지 않겠냐? 부모님의 반대가 함께 하다니, 뭔가 운명의 장난 같기도 하고 드라마의 주인공 같기도 하고 말이야. 로미오와 줄리엣 같이.. 아아 줄리엣.. 당신은 어째서 줄리엣인가요”

 

형씨의 로미오 연기에 나는 박장대소를 했다. 히지카타는 그런 우리를 보고 개소리 좀 그만하라며 우리 둘의 말에 한마디 했다.

 

“아니면 혹시 안경네 누나? 상사가 찍은 여자를 가로채고 있는 거 아닙니까 히지카타씨?”

 

“오오 하극상? 개 꼴릿하다야 그치 오키타군?”

 

형씨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나에게 말하고 나도 그 상황이 웃겨서 그렇다고 맞장구 치면서 웃었다. 그 외에도 우리가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여자들을 총 동원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안경 쓴 여닌자와 경찰, 뭔가 멋있지 않냐? 뭔가 슈퍼히어로의 연애이야기 같기도 하잖아. 뒷 세계 요시와라를 지키는 유녀와 반듯한 부장님, 뭔가 자극적이잖아. 좀 섹시 할 거 같기도 하고 그치? 등등 조합을 짜다가 내가 말했다.

 

“혹시 모르죠, 형씨네 집에 있는 차이나일지도”

 

쭉 장난을 받아쳐주던 형씨가 갑자기 약간은 고민하다가

 

“오키타군, 카구라는 건들지마 걘 어리잖아”

 

...뭐야? 지금까지 다른 여자들로 잘 해놓고

 

“왜요 난 이 둘 조합도 개 꼴리는데. 그러다가 걸려서 은팔찌 한번 채우는 것도 좋은데요? 그거 체포하는 사람은 나였으면 좋겠다.”

 

“재밌냐? 작작해라 너희들”

 

히지카타가 질렸다는 듯이 말했고, 나랑 형씨는 눈 앞의 이 녀석의 반응이 재밌어서 다시 한바탕 웃었다.

 

그렇게 한참 엉뚱한 이야기를 하다 내가 갑자기 생각나서 물었다.

 

“근데 요즘 왜 집에 잘 없어요? 이상하게 내가 갈 때마다 없어”

 

“아- 바빠서, 아하하”

 

“그럼 오늘은 나랑 게임하러가요”

 

“야, 너 일안해?”

 

히지카타가 갑자기 나와 형씨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일 많이 했는데 뭐, 히지카타, 넌 오지마 나 형씨랑 놀 거야”

 

내가 장난스레 히지카타에게 말했다.

 

“음.. 그.. 그럴까?”

 

형씨는 웃어보이며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맞장구 쳐주며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말 한데로 히지카타에게 넌 오지마, 나 오키타군이랑 놀 거야 라고 날 흉내내어 말했다. 그때 히지카타의 얼빠진 표정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