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오키] Jacob's ladder 24
*압캄압/히지오키 요소 주의
멜팅님(@youyoutiktik)님께서 그려주신 그림입니다^^ 감사합니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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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쪽에서 세운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버렸기 때문에 완전히 비상사태가 되었다. 하루사메의 단장 한 명이 경찰에게 당해서 잡혀들어갔다는 이미지는 다른 모두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힌 것이다.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니라면 나 역시도 모두와 함께 어이없어하며, 이게 무슨 쪽팔린 일이냐며 황당해하고 잡혀간 그를 비난하며 있었을 것이다.
"이상해"
"그렇지? 역시 조금 이상해"
모두들 둘러앉아서 이상하다며 수군거렸다.
"그 1번대 대장 새끼. 꽤나 유명한 놈이어서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나 이상해. 그 새끼 말이야. 원래 칼 쓰는 놈 아니었어? 잡힌 카다의 상태를 봐. 칼에 당한 상처가 아니잖아"
"그러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칼놀림이 특기라고 들었는데.. 진짜 이상하네"
"게다가 잡힌 그곳으로 들어오는 통로를 아는 건 하루사메의 내부 사람이 아니면 알 수가 없어"
5사단 단장의 말에 우리 모두는 숨을 죽였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 거야"
"..."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 물론 나도 이게 아니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지만"
"..."
"우리 안에 스파이가 있는 것 같아"
우리는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생각해봐. 경찰에서 증거로 넘긴 신분의 증거도 그래. 카다는 사기 쪽으로는 완전히 타고난 사람이야. 우리들 신분 세탁에도 완전히 크게 관여하며 도와준 사람이라고... 이렇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카다가 미쳐서 우리로써는 한숨 놓은 거야. 만약 제정신 상태로 잡히면 정보를 불어버릴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거 아냐?"
답이 나오지 않는 회의의 결론은 결국 내부에 스파이가 있는 것 같다는 짐작만을 두고서 찜찜하게 회의를 끝냈다. 아부토는 아무런 말이 없는 나를 한번 바라보고는 내 팔을 잡고서 가까이에서 작게 말했다.
"너야?"
"뭐가?"
"사실대로 말해"
"그러니까 뭐가"
회의를 마친 단장들이 옆을 우르르 지나가자 무슨 말을 하려던 아부토는 입을 다물고는 나를 제 자신의 방으로 끌고 갔다.
"맞잖아. 그 여자를 경찰에 팔아넘긴 거.. 너 아니야?"
"아니야"
"나에겐 사실을 말해. 그래야 내가 만약의 상황이 왔을 때를 대비할 거 아냐!"
"..."
"어서 말해"
"응 나야"
정말로 내가 그랬을 거라는 건 믿고 싶지 않았는지 아부토는 놀란 듯 잠시 말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는 이내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듯이 눈을 무겁게 감았다.
"그래. 내가 그랬다고"
".. 왜 그랬어"
"왜 그랬냐고 묻는 이유를 더 모르겠는데? 더 이상 내 눈앞에 있는 게 보고 싶지 않아서"
"이거 들키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아?"
"몰라 그런 거"
"조직의 배반이야. 알잖..."
"아부토, 난 지금 그런 거 알고 싶지 않다고 했어"
"..."
"언제부터 네가 내 말에 이렇게 많은 말을 했어? 더 이상 나를 화나게 하지 마"
"... 아... 그래.. 미안해"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만약의 순간에 대비한다고 했으니까 이제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하면 되겠네"
문을 획 열고 나가는 내 뒷모습을 보면서 아부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를 떠나려 한 자신을 약간을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카다는 아부토와 맞물려 자기 자신의 명을 본인이 재촉한 꼴이 된 것이다. 나가는 길에서 본 핸드폰에는 오키타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나 오늘 6시쯤 집으로 갈 것 같은데 너도 그 쯤 올수 있으면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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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원상태, 아니 그 이상으로 좋은 상황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좋은 상황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 공을 세우고 우리의 위기가 끝났을 때는 히지카타가 나에게 달려왔다고 하지만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히지카타는 다시 쿠리코에게 달려가야 하는 상황은 여전했다. 오히려 더욱 행복하게 달려갔다. 그것이 나를 더 슬프게 만들었다. 히지카타를 내 옆에 두기 위해서는 저 여자와 함께 있는 꼴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 정말 나를 미쳐버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틀 후, 늦은 저녁 멍하니 집에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귀에 꽂은 도청장치는 정말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소리가 들렸기에 나는 그날 한숨도 잠을 자지 못했다.
히지카타와 쿠리코의 뒤엉킨 신음소리.
아아.. 히지카타씨.. 너무 좋아요.. 응 나도 사랑해.. 하아.. 좋아요.. 조금 더 깊게 해줘도 좋아요.. 흐응~ 아앗.. 히지카타씨... 히지카타씨... 쿠리코.. 히지카타씨.. 이번에는 꼭 아이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아앗.. 하.. 사랑해요.. 사랑해.. 히지카타씨.. 쿠리코...
착착 감기는 듯한 살의 마찰음까지 더해지는 그 충격적인 소리를 듣고서 나는 이어폰을 빼려 손을 들었지만 이상하게 온몸이 굳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 하는 히지카타와 쿠리코의 짧은 신음소리. 그리고 쿠리코의 잔뜩 거친 숨소리와 함께 토시로씨... 사랑해요.. 하고 말하는 그 축축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리고 둘의 입을 맞추는 듯 쪽쪽 하는 소리가 들리는 그 순간.. 나는 정신이 흐릿해질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정신을 차린 후에는 한없이 부정하다가.... 이내 죽고 싶을 정도로 우울해졌다. 물론 내가 한 일은 아니었지만 큰 위기를 하나 지나간 일이 이 둘의 관계를 더욱 끈끈해지게 만들어준 것 만 같아서 정말이지 죽고 싶었다. 겨우 이어폰을 내던지고서 홧김에 약국으로 뛰어갔다. 약국으로 가면서 머릿속엔 온통 죽어야지, 죽어야지, 죽어서 히지카타 그 새끼가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게 만들어야지. 유서엔 히지카타 이름만 써놓고 죽어야지. 하는 생각 밖엔 없었다. 수면제... 수면제 주세요.. 수면제 주세요.. 수면제.. 많이... 많이 주세요... 잔뜩 흥분한 상태로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잘 들리지 않았을까? 내 말에 약사는 나를 한참 보더니, 어?! 뉴스에서 봤어요! 오키타 소고! 1번대 대장이죠? 와 어린 나이에 정말 대단하세요! 하고 악수를 청하는 것이었다. 얼떨결에 손을 잡자 손을 마구 흔들더니 아, 뭐 달라고 하셨었죠? 하고 머쓱하게 웃으며 물었다. 나는 더 이상 수면제를 달라고 말할 수가 없는 기분이 되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저 조금 스트레를 받는 거 같으니 약을 달라고 했다. 약사는 웃으면서 스트레스엔 푹 쉬는 게 가장 좋아요. 하고 말하고는 비타민 따위의 약을 처방해 주었다.
홧김에 수면제를 먹고 죽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순간에 어이없이 소심해져버렸다. 정말로 수면제를 잔뜩 구입해서 집으로 갔다고 하더라도 입에 수면제를 물고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뱉었을 거다. 그래.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닌가 보다.
하지만 자살이 목적이 아니었어도 수면제는 반드시 구입했어야 했다. 귀에선 자꾸만 히지카타씨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쿠리코.. 하는 둘의 목소리와 행위를 알려주는 듯한 마찰음이 자꾸만 맴돌고.. 눈을 감으면 나도 모르게 내가 본 그 침실에서 둘이 옷을 헐벗고 헉헉대며 쿠리코가 다리를 올리고 허리를 움직이는 히지카타가 자꾸만 보여서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결국 술을 꺼내어 마시다가 언제 잤는지도 모르게 소파에서 쓰러져서 잠들었다.
참 이상했다. 그렇게 당하고도 나는 그 도청 이어폰을 귀에서 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난 밤 그렇게 충격을 받아놓고도 이상하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귀에 꽂고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냥 별 시덥지 않은 대화였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오늘은 늦게 오신다고 하셨죠? 하고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평범하고 식상한 대화에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했다.
히지카타의 태도는 다른 때와 똑같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다시 또..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있었다고 하더라도 집에 돌아가면 쿠리코와 섹스를 하고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르며 자꾸만 히지카타와 쿠리코의 엉켜있는 모습이 상상되어버려서 하루 종일 히지카타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히지카타가 나에게 와서 어디 아프냐? 하고 어깨를 툭 치며 물을 때에도 만지지 말라는 강력한 표현의 방식으로 손을 쳐내기만 할 뿐 대꾸도 안 했다. 내 반응에 히지카타는 조금 머쓱한 듯이 가만히 있다가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오늘은 히지카타를 오래 보고 싶지 않아서 카무이에게 곧바로 연락을 해서 6시에 오라고 문자를 했다.
6시를 조금 넘겼을 때, 영문을 모르는 상태로 온 카무이를 끌고 가다시피 해서 놀이공원으로 데리고 갔다. 밤의 놀이공원은 낮보다 즐겁다.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도 적당히 많고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낮에 비해 많지 않으며 무엇보다 시원하고, 맥주를 한 잔씩 마시기도 좋다.
"뭐야, 이 시간에 놀이공원에 가는 거야?"
카무이는 내가 이곳으로 자신을 데려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놀이공원 가고 싶다며? 그래서."
"오늘 가고 싶다고는 안 했는데"
"난 오늘 가고 싶어서"
"뭐야. 그럼 무효"
".. 싫어. 나 지금 약간 후회하고 있단 말이야"
"뭘?"
"그냥.. 너한테 도움받은 것에 대해서.."
"뭐야 내가 도와줘서 뭐가 잘못됐어? 엄청난 스타가 되셨던데?"
카무이는 내 표정을 보면서 씨익 웃으면서 물었다.
"스타는 무슨.."
"왜 우리 사ㄷ... 아니 지나가는 사람들도 너를 알고 있던데?"
"그런 거 관심 없어"
"인터뷰에서 뭐라고 했었더라? 제가 이렇게 이 악질 범죄자를 잡게 된 것은 국장님과 부국장님의 조언과 분석을 비롯해 모두의 노력의 결실입니다...! 이 범죄자를 조사하며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앞으로 저희에 대해서 함부로 지껄이지 말아주셨으면. 이상입니다"
카무이는 내 앞에서 내가 인터뷰 때 했던 대사를 그대로 외워서 하면서 옆에서 자지러지게 웃었다. 조사했다고 하기에 창피하지도 않았나 봐 대장님~
"아니.... 나는 같이 하자는 건 줄 알았지. 그렇게 너랑 네 친구 둘이서 이미 잡아놨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
"하하, 고마웠지?"
".... 물론 고맙지"
"근데 이렇게 멋대로 날짜도 잡고... 너무한 거 아니야? 나름 대가로 제안한 건데?"
"고맙지, 고마우면서도 사실.. 미치게 불안해"
"뭐가?"
대답을 하려는 순간 하늘에선 커다란 폭죽이 퍼엉 하고 굉음과 함께 찬란한 빛을 내며 검은 하늘을 밝혔다. 나를 바라보던 카무이는 그 소리에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혹시, 일부러 밤에 오자고 한 거야?"
".. 일부러.. 라기보다는"
"이 폭죽 보려고?"
"응. 너랑 같이 하늘을 보려고"
"..."
"너 햇빛 못 보잖아"
내 말에 카무이는 웃으면서 웬일이지? 하고 천진하게 웃어 보였다 나는 그 웃음을 보면서도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리며 불안해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이제 와서 이런 말.. 너무 치사한 것 같기도 하고.. 황당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
'미안해. 너무 늦게 말했어"
".. 뭐가?"
"너 그렇게 항상 우산 쓰고 다니는 것도 다 나 때문이잖아. 다시 돌이킬 수 없으니.. 사과도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이 말은 꼭 해야겠다 싶었어. 미안해"
"뭐지?"
카무이는 내 사과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큰 잘못을 했는데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를 도와주니까.... 불안했어.. 아니면 혹시 다른 속셈이 있어서 이렇게 나에게 잘해주다가 뒤통수를 치려는 건가?"
"내가? 내가 널? 음... 생각 안 해봤는데 참고할게"
"야, 나 지금 장난치는 거 아니다?"
카무이는 내 말에 다시금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지금 왜 그러는지 나는 생각도 안 나. 지금 나 불편한 것도 없고. 너한테 원한도 없어."
"그럼 왜 왔어? 더 이상 나와 아무 관련 없는 사이잖아"
"그건 그렇지"
"...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냥 내가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 내 마음 편하고 싶어서 너에게 물어보는 거야. 그냥.. 단순한 질문이야"
"... 전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정말 별 이유 없어. 갑자기 생각이 나서 집에 왔어. 그런데 그 집에 네가 있었고.. 너를 보니까 옛날에 함께 살 던 때가 생각나서 같이 살고 싶었던 것뿐이야. 그리고 그 여자를 잡은 건.. 너 때문.. 이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함께 있어. 그러니 걱정 같은 거 안 해도 괜찮아. 정 계속 미안하면 내 옆에서 계속 미안해하면서 살아. 어때?"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나중에 네가 떠나라고 해도 안 떠난다?"
"음.. 좋은데 같은데 그건?"
퍼엉하고 다시 한번 거대한 소리를 내며 폭죽이 터졌다. 하늘을 수놓는 빨간색, 분홍색 노란색 하늘색이 한번 모였다가 미끄러지듯이 넓게 퍼진다. 광활하게 퍼지는 빛이 반사되어 카무이의 눈 안에 그대로 작게 빛난다. 웃는 것이 때로는 기분 나쁘고 소름 끼치는 녀석이지만 오늘 내 앞에서 보이는 웃음에는 그 어떤 악의도, 살의도 느껴지지 않아서 안심이 되었다. 폭죽놀이가 끝나자 신데렐라의 마법이 끝난 듯이 화려함은 모두 사라지고, 다시 적당한 소음이 도는 평범한 놀이공원으로 돌아온다. 나는 그제야 카무이에게 왜 이곳에 오자고 했는지를 물었다.
"음.. 그냥 여기서 솜사탕도 사 먹고 싶고.. 음.."
"솜사탕?"
"사실은 예전에 같이 탔었던 저거, 다시 타고 싶어서"
카무이가 손으로 가리킨 것은 동그란 관람차였다.
"뭐야"
"왜?"
"아냐 가자, 부탁 들어주기로 했는데.. 가야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생각이 날 수밖에 없었다. 전에 이 놀이공원에서 벌칙으로 이 녀석과 나는 이 관람차를 억지로 탔었다. 지금은 그런 벌칙을 나에게 내릴 사람이 없지만... 다시 내가 이곳에 와서 같은 사람과 이 관람차를 타게 될 줄은 몰랐다. 고집스럽게 창밖을 쳐다보던 때의 내가 이 관람차를 열면 그 안에 앉아있을 것만 같고 그 밖에선 누나가 웃고 있을 것만 같았다..
들어가서 마주 보고 앉아서 퉁명스럽게 물었다.
"이런 곳에서 어색하게 이렇게 앉아 있는 게 좋냐? 너도 참 취향 한 번 이상하다"
"... 그런가?"
"당연하지 미친놈아. 나랑 여기서 사이좋게 다른 연인들처럼 키스라도 하게? 으, 소름 끼쳐"
"... 못할 건 또 뭐야?"
"... 그냥 닥치는 게 좋을 것 같지 않아?"
진심으로 주먹을 쥐고 물었다.
"하하 장난이고, 그냥 한번 더 타고 싶었어. 하늘도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기도 하고"
".... 봐, 특이하다니까"
"한번 더 벌을 받는 기분이잖아"
카무이가 밖을 보며 멍하니 중얼거리는 소리에 잊으려 노력하던 그때의 기억이 나를 뚫고 지나가는 것 같이 아파서 할 말을 잊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만큼이나 이 녀석도 함께 아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울컥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절대로 이 새끼 앞에선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뜨거워진 눈을 깜빡이며 나도 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잘 보면 야곱의 사닥다리가 보일지도 모르고"
카무이는 까매진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너 머리가 조금 이상해진 거 아니야? 뭐, 항상 그랬지만"
"갑자기 지금 죽으면 천국은 못 가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 뭐야 갑자기. 누군가에게 협박이라도 당하고 있어?"
"내가 그런 걸 당하겠어?"
"당하고도 남게 생겼지.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 너 같은 놈이 딱 맞고 다니기 좋게 생겼다고.. 뭐... 이런 말하는 거 보니 생각보다 멀쩡한 것 같지만"
"...그냥 나도 너와 비슷한 이유로 내 마음이 좀 편해지고 싶어서 그래"
"응? 뭔 개소리야"
"그냥 그런 이상한 이유야.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카무이는 다시 밖을 바라보며 조금은 생각하는 듯 보였다. 전엔 내가 고집스럽게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면 이번엔 이 녀석이 밖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빤히 바라보면 아까 이 녀석이 말한 야곱의 사닥다리라도 내려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같이 바라본 하늘은 너무 까맣다. 폭죽이 터질 때의 찬란함은 이미 찾을 수도 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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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아부토와 이렇게 어색해진 관계를 약간은 회복하기 위해서 나는 카구라를 아부토에게 소개하기로 했다. 적어도 변명의 여지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도 있었지만 다른 것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카구라는 나를 찾아왔다. 똑같이 그 지하의 카페에 가벼운 발걸음을 하고서 눈을 반짝이며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내가 도착하기 전에 아부토도 그 카페에 있었다. 어째서 아부토가 그곳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찾는 카구라를 보며 카구라에게 어째서 나를 찾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카구라를 그런 아부토를 보고 꽤나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관하지 마' 라고 차갑게 대답했다고 한다. 카구라를 내쫓으려고 하는 와중에 내가 나타난 것이다. 카구라는 나를 보자마자 오빠아! 하고 달려와선 팔에 매달렸고 아부토는 생각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나와 카구라를 번갈아 보았다. 이렇게 정면에서 딱 마주쳤으니 굳이 숨기기도 그렇겠다 생각한 것이다.
"아, 아부토가 있었네? 얘는 내 동생.. 인 카구라라고 해"
"동생? 네가 전에 말하던 그 동생?"
"어? 아.. 어어"
"전에 없어졌네 어쩌네 하더니 아니었어?"
"뭐... 응 그냥.. 이렇게 됐어"
"집에 못 들어오던 이유가 동생을 만났기 때문이었구나? 전에도 가족을 엄청 생각하고 그랬었지 너.."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 아부토는 좋은 해석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쭉 이어져 오던 우리 관계의 딱딱함이 이제 풀린 듯했다. 아부토는 오랜만에 나에게 미소를 보이며,
"진작 말하지 그랬어. 난 또.. 걱정했잖아. 그래. 그럼 둘이 잘 이야기 나누다가 와. 난 먼저 갈게"
아부토는 오래간만에 웃어 보이면서 인사를 하고 떠났다.
"집에 못 들어가는 이유가 나 때문은 아닌데. 누구야? 같이 사는 친구가 저 사람 아니야?"
카구라는 아부토의 뒷모습을 보고서 내게 물었다.
"갑자기 찾지 말랬잖아"
"가족을 엄청 생각하고 그랬었냐 해? 진짜냐 해? 오빠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냐해?"
"나는 너와는 달라서 바쁘다고"
"근데도 나에게는 오지 않고... 누굴까.. 오빠랑 같이 사는 그 친구가.."
"너 경찰들 잘 안다며? 요즘 기세등등한 것도 잘 알겠네?"
"...응 안다해"
"그래서 이 오빠는 힘들어. 이만 가봐. 나 바빠"
"내가 도와줄까해?"
"아니 그런 거 필요 없고 이런 시답잖은 이야기하려고 왔으면 돌아가"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카구라는 항상 이런 식으로 갑작스레 찾아와 목적도 없는 만남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특히 괴상한 말투는 더욱 나를 참을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카구라를 싫어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늘 말하지만 나는 카구라를 같은 혈육으로써 동질감을 느끼고 있으며, 다시 만난 것은 정말 반갑지만.... 다시 만났을 때 이렇게 귀찮게 행동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뿐이다.
"카구라, 어쩌다 가끔 만나는 남매가 나는 좋다니까? 이런 시시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지 마"
내 말에 카구라는 또다시 가끔 나오는 마녀의 눈을 하고서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나 오늘 기분 너무 안 좋아. 이대로 계속 울면서 집에 갈 거다 해!"
그리고는 카페를 나가버렸다. 아... 피곤해...
카구라의 저런 재수 없는 행동을 또다시 눈앞에서 본 것은 싫지만 그래도 한가지 얻은 것이 있다면 아부토가 나에 대한 적개심을 거뒀다는 것이었다. 아부토는 카구라와의 만남 후에 나를 보고, 처음 만났을 때의 평소처럼 단장! 이리 좀 와봐! 하고 웃으면서 나를 불렀기 때문이다. 아부토가 나를 부를 때엔 저렇게 웃으면서 불러주어야 한다. 내가 그의 눈치를 볼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번의 아부토의 웃음을 보고 약간은 안심하는 나를 보면서 내가 아부토의 저런 행동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조금은.. 아주 조금은 눈치를 살피고 있나? 하고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부토는 다가온 나에게 다른 사단에서 가져온 만두를 쥐여주면서, 좋아하잖아? 어서 와서 먹어. 하고 웃으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 하나를 호호 물어서는 종이에 싸서 주었다. 나는 그런 아부토의 행동에 활짝 웃는다. 응! 내가 다 먹을 거야!
이제야, 나도 그렇고, 아부토도 그렇고 제자리로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나를 불편해하는 아부토가 아부토란 말이야? 그런 아부토는 있을 수 없다. 항상 날 이해하고 남들과 가까운 위치에서 나에게 구박도 하지만 나를 두려워해야 되고, 항상 나의 편에 서서 나를 돌봐줘.
그런 편안함과 함께 나를 더 즐겁게 해주는 건 오키타였다.
만두를 먹다가 뜬금없이 걸려온 전화는 아부토가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완전히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이 녀석은 새삼 진지한 말투로, 나에게 경찰이 되지 않겠냐고 물어온 것이다.
[생각해봤는데, 그런 큰 녀석을 잡을 정도로 전투력이 좋다면.. 그래도 조금은... 뛰어난... 것 같아서. 너 지금 하는 일이 뭔진 자세히 모르지만 시험 정도는 봐도 되잖아? 내가 추천해줄게. 나랑 같이 일하는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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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므 덥네요..
다들 화 이 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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