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봐? 하라는건 다 했어?"


시선이 느껴지자 누워서 게임을하다가 말하는 소고를 보고 유우는 흠칫 놀랐다.
뭐야- 옆에 눈이라도 달렸나 하고 생각하고는 거의다했어요- 하곤 다시 일에 집중했다. 야마자키의 말을

들은뒤에 유우는 소고를 관찰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였다. 하지만 뭐랄까.... 이해를 못하는건 아니지만 이해를 하기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지금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는게 더욱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였다.

'두 분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던건 맞지만, 부장님께서 거절하셨다고 들었어요'

야마자키의 말이 자꾸 생각나서 아- 몰라 그냥일단 생각하지말자, 일아나 하자- 하곤 일에 집중하려

애써보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밖에선 히지카타를 죽이려고 달라드는 소고와 가만안둔다고 화내느 둘의 시끌시끌 떠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쳇, 또 실패했네"


"이녀석아! 너진짜!"


"왜그러세요? 그저 히지카타씨 쪽에 벌레가 있어서 잡아드리려던거라구요"


"벌레를 잡는다고 진검을 휘두르는 녀석이어딨어!! 벌레가 아닌 날 잡으려던거잖아!!"


"히지카타씨- 그거 신경과민이라구요. 신경과민"


일어서서 옷에 묻은 흙을 털며 소고에게 니놈 진짜 죽는다- 하고는 갑자기 생각났는지 그러고보니 너 요즘

시말서랑 보고서 꽤 잘써서 올리더라? 역시 유우가 도와주는건가? 하고 묻는다. 아뇨- 절 뭘로보는거예요

히지카타씨 당연히 제가 다 하고있죠- 하고 답하는 소고의 목소리를 듣고 유우는 바깥을 노려보았다.

"저.. 다음날 하루 비번인데요"


누워서 게임을 하던 소고가 그 말을 듣더니 벌떡 일어서서 비번 명단이 적힌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명단을 확인하고는 그래- 쉬어 오늘하던거 다 정리하고- 하고는 다시 게임기를 집어들었다.

그가 확인한 비번 명단엔 다음날 유우와 5번대의 다른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어머 유우! 오랜만이다. 잘지냈지? 어떻게 지내?"

"하하 진짜 신센구미에 들어갈 줄은 몰랐어 너 아프다고 거짓말까지 했다며?"

"아.. 뭐..."


그녀의 두명의 친구들이 쉴세없이 질문을 퍼붓는다.


"저.. 얘들아 나 요즘 고민이 있어..."


"니가? 고민? 뭔데? 설마 남자때문에?"


"그러게 설마! 남자때문이겠어? 꼬셔서 안넘어오는 남자를 한번도 못봤는데 말야"


두명의 친구들이 키득키득 웃으며 과거 이야기를 나열한다. 그때 진짜 니가 꼬실줄은 몰랐어- 내가 남자여도

여자가 그런행동하면 넘어가겠더라 얘, 너같이 착실한 얼굴을 한 애들이 더 무섭다니까?

"아... 아니 그사람을 둘째치고, 다른사람때문에.."


유우는 최근에 자신을 지독히 괴롭히는 소고에 대해서 털어놓기 시작했다. 열에 뻗쳐 씩씩대는 유우를 보곤

두 친구가 이해간다는 식으로 한마디씩 거들었다. 어머- 대놓고 괴롭히는데? 그런사람도 있구나- 미친거같애

완전 괴롭히는것도 즐기는거같은데?


소고의 행동에 대해 나열하던중 친구한명이 묻는다.


"근데 몇살이야? 아저씨? 너한테 왜그러는거야?"


"........18살이야"


10초쯤 정적이 흘렀을까 두 친구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18살? 유우- 이거 완전 머리에 피도 안마른 애기아냐? 그런애한테 지금 당하고있는거야 너 지금? 하고는 다시 한참을 웃다가 그중 한명이 생각났다는듯이 말한다.


"아!! 혹시... 이름이.. 오키타?"


"!어?! 어떻게 알아?"


"신문에 가끔 나오잖아 신센구미사고치거나 하면- 너무 어려보여서 기억하고있어, 귀엽게 생겼던데? 모습과 달리

무서운꼬맹이라고 생각했는데, 하하"


"너희... 웃지마.... 내가 아까 말했잖아! 진짜 사람 미치게 만든다고!"

유우는 앞에서 계속 웃는 친구들을 향해 말한다. 니네가 당해 봐야 안다고!!

"너 좋아하는거 아냐?"


"응 그건 확실히 아니야"

괴롭다는듯이 머리를 감싸쥐고 하... 그 꼬맹이 때문에 요즘 미치겠다.... 하고 중얼거리는 유우를 보고

친구한명이 말한다.


"흠.. 뭐 너를 괴롭히는걸 좋아한다면 니가 즐기는척을하던가...."

커피잔을 휘휘저으며 유우는 친구의 말을 귀기울인다.

"더 열받게 자극해봐- 원래 그렇게 자존심도 쎈 타입이 자신이 무시하는 상대가 기어오르기 시작한다고 생각할때

더 미쳐 하지않을까? 뭐 방법은 니가 생각해봐야겠지만"

그 이야기 이후로 연예인 이야기, 요즘 유행인 화장품 등등 여러가지 대화가 오갔지만

유우는 한참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앞에서 떠드는 친구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

봄.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설레이는 계절이다.
여러가지 설레이게 하는 요소는 많겠지만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봄에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벚꽃을 함께

보고싶어 한다.

그리고 어느덧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5월 벚꽃이 만개할 쯔음, 그리고 그 중에서도 5일. 히지카타의 생일

이 다가왔다.

"아- 유우씨, 오늘 히지카타 생일이기도하고 해서 다같이 벚꽃놀이 하러 가기로 했으니까 알고 있어! 그리고

소고녀석에게도 전해줘"


곤도는 사람좋은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에 같이 미소지었지만 그녀는 그에게 말을 전하라는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떻게 들어갈까? 노크는 두번정도하고.. 가서 국장님께서.. 하고 말을 시작하면될까.. 하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두어번정도 한 후, 문앞에 섰지만 선뜻 움직이질 못하고 두어번 신호흡을 하고선 들어갔다.

"벚꽃놀이?"


"네..초저녁쯤 간다고 하시던데요"


"응 알았어"


"이거 어제 말씀하신 서류예요"


"응"

한쪽으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그쪽에 놔둬- 하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소고를 보곤, 오늘은 한마디 해

야겠다, 하고는 대장님- 하고 낮게 불렀다.


"놓고가"


"아... 저 이제 시키실일 더 없으면.. 부장님 도와드리러 가도 될까요? 요즘은 별로 일도 없는거같은데.."


"그걸 왜 니가 판단해?"


"아... 아니 그게.."


소고가 신경질적으로 한쪽 귀에 있는 이어폰을 빼어 책상위에 탁 소리나게 내려놓는다.


"그냥 시키는거나 제대로 하는게 어때?"


어리지만 이런 그가 무서웠지만 그만큼 왜 이런자신을 곁에 두고 있는지도 의문이였다.
이렇게 싫어하면서 왜?

"대장님. 절 이렇게도 싫어하시면서 왜 옆에 두려고 하십니까?"


"..뭐?"


"제 얼굴보는것도 싫어하시면서 왜..."


"당연히 내가 편하니까"


"네?"


"편하고 재밌으니까"


"...재미.?.."


"나가, 더이상 말대꾸하지마"


무표정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게 더 무서워 그 이상의 대꾸는 할수없었다. 그대로 떨어지지 않는 발

걸음 애써옮겨 방을 빠져 나온다. 그리곤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유우씨! 여기예요 여기-!"

일처리 때문에 늦은 유우를 보곤, 야마자키가 손을 흔든다. 이미 다들 술을 한잔씩 걸쳐서 약간은 들뜬 듯

한 대원들을 보고 약간은 우스워 작게 소리내어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어느새 히지카타를 찾고 있었다. 아! 저기에 있다. 그가 입고있는 검은색 유카타가 꽤

나 잘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생일파티라고 하면 케익이나 케익이 아니여도 비슷한거라도 있을줄 알았으나 없는걸 보곤 하나 사올걸 그

랬다.. 하고 후회했다.


"유우- 여기 와서 한잔해, 한잔정도는 괜찮지?"

그녀를 발견한 곤도가 어색해 하는 그녀를 불렀다. 곤도가 있는 자리엔 히지카타와 곤도가 있었다. 소고가

없는걸 보고 약간을 안심하며 히지카타와 곤도의 곁으로 갔다.

"부장님 생일축하드려요"


"어.. 고마워"

그녀는 얼굴이 약간 달아오르는걸 느끼며 술병을 들고 한잔 따라드릴게요- 하곤 곤도와 히지카타의 잔에

한잔씩 술을 따른다.


"소고녀석 도와주고 있다지 요즘?"


곤도가 술잔을 반쯤 비우더니 물었다.


".. 하하 .. 네"


"그녀석... 좀... 힘들지?"


"아... 아니예요! 전혀 안그래요"


그녀가 웃으며 손을 흔들며 말한다. 일이 많으니 어쩔수 없죠 하고 생글생글 웃는다.


"정말? 너 대단하구나.. 우리도 감당이 안되서 가끔미치겠는데 말이지..."


곤도가 한숨을 푹 쉬며 남은 술잔을 비워낸다.


"하하.. 근데 대장님은 어디계세요?"

물어보면서도 유우는 조심스러웠다. 어디에 있는지 위치파악정도의 질문이였기에.


"저-기, 1번대 애들이랑 있네"

바라본쪽엔 1번대대원들에게 둘러쌓인 소고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대장님- 오늘은 부장님 생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린이날 아닙니까? 그래서 저희 1번대가 준비했습니다!"

"어린이? 니놈들 진짜 죽고싶구나?"


덤덤한 표정으로 말하는 소고에게 대원들은 왜이러십니까 대장님! 저희 신센구미중에 나이는 가장 어리신건

사실이잖습니까! 하며 제법 비싸보이는 건담 피규어를 손에 쥐어준다.

우와- 멋있는데? 하며 이리저리 살피는 소고를 보며 히지카타는 어휴- 저 얼간이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토시- 근데 쟤네가 왠일이냐?"


곤도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의아하다는듯이 말한다.


"저거.. 내 생일 선물로 샀다길래 그냥 저녀석 주라고 했어. 도데체 나한테 주려고 저런걸 샀다는게 난 이해가 안된단말야,

누구 놀리는것도 아니고"


1번대 녀석들 점점 다들 소고녀석하고 비슷해지는거 같아서 큰일이야, 하고 중얼거리며 술을 한모금 들이킨다.

자! 한잔해! 원샷! 하고 크게 외치며 유난히 분위기가 급 좋아진 1번대를 지켜보다가 옆에 있는 유우를 보고는

너도 요즘 1번대랑 같이 일하고 있으면 가봐야 하는거 아냐? 하고 1번대 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아.. 아니예요 그냥 여기 잇을래요- 하고 웃으며 빈컵을 앞으로 내밀었다. 한잔주세요-!


마침 곤도가 다른 대원들에게 불려갔을때, 한모습씩 술을 홀짝대며 유우는 옆에 있는 히지카타를 흘깃흘깃 쳐다본다.

춤추듯이 떨어지는 벚꽃잎과 그런 핑크빛 벚꽃잎을 색색으로 물들이는 조명, 서서히 어두워지는 하늘,

그리고 ..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따라주는 술, 그녀는 이 풍경이 전부 사랑스럽다.


"부장님 오늘 많이 안드시네요?"


"좀 이따 가서 해야 할 일이있어서"


"아~ 제가... 도와드릴까요?"


"됐어, 소고 잘 도와줘 고생이 많다 니가"


"아니예요! 저 진짜 진짜 괜찮아요! 도와드릴게요!"


"됐어 진짜로, 내가 해야될 일이라서- 난 이만 가봐야겠다"


그리곤 술에 취해서 난리난 대원들을 쭉 보더니, 그나마 멀쩡한 야마자키에게 뒷정리를 부탁했다.


"에? 부장님 가시게요? 왜 이렇게 빨리 가세요?"


"할일있어- 애들 잘챙겨서 너무 늦지 않게 들어가라"

돌아서는 히지카타를 보고는 이제야 발견했는지, 1번대에 둘러쌓여 있던 소고가 후다닥 달려왔다.


"히지카타 이녀석아아, 너어 어디가?"


"..일있어 일.. 너 술 많이마셨지? 너도 이리와"

반복해서 여기저기서 묻는말에 히지카타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소고의 풀린 눈을 보고는 소고의

뒷목을 잡아끈다.


"싫어어 나 안취했어- 히지카타 이녀석아아 너도 같이 먹자아아"


"너 취했어 이녀석아"


"안취했어어어 같이 먹자아 이녀석아"


잔뜩 꼬인 혀로 안끌려 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소고와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다가 완강한 태도의 소고를 보고는

뒷목을 끌던 손을 그냥 놓았다.


야마자키, 얘 잘 챙겨라 하고는 뒤돌아서 가는 히지카타의 눈빛에 소고는 뭔가 모르게 더 화가 치밀어 오르는 찰나,

부장님 같이가요- 하고 쪼르르 달려가는 유우를 보곤 야마자키에게 말했다.


"야마자키 가서 술 더사와"

술도 잘 먹지도 못해서 아침에 맨날 술병으로 고생할꺼면서- 나이도 어린게 벌써부터 술도마시고 말이야.


히지카타는 지금 상황이 그닥 맘에 들지않았다.

1번대 녀석들도 그래. 어린이날이라고 선물줘놓고.. 물론 내가 주라고 한거지만 그래도 술을 저런식으로 먹이는거야?

뭐 먹였다고 하긴 뭐하지만.. 하고 생각하다 왜 자신이 그녀석 걱정으로 감정을 소비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곤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내가 왜 저딴자식을....


부장님! 같이가요! 하고 부르는 소리에 히지카타는 뒤를 돌아본다.


"저도 들어갈거예요! 같이가요!"


뛰어왔는지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보곤 의아한듯이 쳐다봤다.

"더 놀다오지 왜 이렇게 빨리?"


"저두 피곤해서요- 근데 오늘 생일이신데 좀 더 즐기지 그러세요?"


"아- 생일이 뭐 별거야? 그냥 하루 같이 다들 모일 구실 찾는거지 뭐."


표정이 별로 좋지 않은 히지카타를 보고 유우는 주머니에서 뭔갈 꺼낸다.


"저.. 부장님 이거.. 선물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응?"


그녀는 손바닥만한 투명한 비닐에 예쁘게 포장되어있는 과자를 하나 내밀었다.


"이거... 생일선물로 드릴겸해서 구워봤어요.. 뭘 사드려야할지도 모르겠고.. 해서.."


"아... 뭐 이런걸.. 일단 선물이라니까.. 잘먹을게"


하곤 별모양 하트모양으로 모양낸 과자를 신기한듯 다시 본다.

"혹시 매운맛 좋아하세요? 전 과자 매운맛 좋아하거든요"


그말에 히지카타는 약간은 놀란듯 그녀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냥 웃으며 혼자드세요- 다른분들 주지마시구요~ 하고 싱긋 웃어보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