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집인양 쇼파에 누워 티비를 보는 소고를 보곤 긴토키는 있는 힘껏 그를 노려봤다. 시선을 느꼈는지 그가 긴토키를 쳐다보더니 한마디 했다.

 

 

"너무 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형씨, 애초에 이런 제안을 한건 형씨라구요"


"제안을 한건 내가 맞지만... 이 치사한놈아 고작 집세 좀 낸다고 사람을 이렇게 개처럼 부려먹으려 들어?"


"... 고작 집세도 못내서 몇달이나 밀려있는 사람도 있던데요 뭐"


"제안은 내가 한거 맞지만 이정도 일줄은 몰랐습니다요!"


투덜투덜대며 긴토키는 주방에 터벅터벅 들어간다. 보통의 꼬맹이가 아닌건 알았지만 딜교환을 정확히 할줄

아는 꼬마라는걸 새삼 느꼈다. 그럼 형씨가 밥도 다 해주시는거죠? 물론 청소도- 라니... 대화를 다시 회상하며

냉장고를 열었다. 근데 뭐... 그래봤자 먹을게....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소고의 앞에 밥 한공기를 턱- 소리나게 내려 놓았다. 밥위에 날계란과 간장이 뿌려져있는 밥을 보곤 그가 멀뚱히 쳐다본다.


"음.. 그니까 나도 먹기 싫은데 집에 있는게 이거 밖에 없다야... 하하"


"아아- 이거 보니까 둔영이 얼마나 좋은 곳이였는지 새삼느끼게 되네요"


젓가락으로 밥을 뒤적뒤적대는 그를 보고는 한마디 했다.


"야 이녀석아 밥 차려준 사람에 대한 예의냐 그게!"


투덜거리는 긴토키의 말에 한입 크게 입에 넣고는 우물우물 거리며 긴토키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녜요 맛있네요 근데 맨날 이런거 먹고 사는겁니까? 형씨는?"


"아냐! 맨날 먹진않는다고 나도!....... 못먹을때가 가끔있지...."


"...그건 더 최악인데요?"

 

 

 

 

 


쇼파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 긴토키는 잠이 오지않아 한참을 뒤적거렸다. 원래 자신이 자는 방을 이젠 집세를 자기가 냈으니 한달동안은 자신의 집이라며 방을 빼앗겼다. 상대를 잘못골랐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을 내쉬었다. 나름 비싸게 주고 산 쇼파라고 생각했는데 왜이리 불편한지 이번에 일을해서 돈을 받는다면 쇼파를 바꾸고 싶다는 크나큰 꿈을 가지게 되었다.


불편함에 뒤척이다 열려있는 방문틈으로 그녀석을 힐끗보았다. 역시 잠이 안오는지 폰따위를 만지작대고 있는 모습을 본 그는 별거 아닌 그 모습이 인간적이라고 생각했다.

쇼파에 누운채로 말을 걸었다.


"야 안자냐"


"잘거예요"


그말에 핸드폰을 탁- 소리나게 닫는 그를 보곤 긴토키는 다 안다는 표정으로 음흉하게 웃으며 물었다.


"연애하냐? 이저녁에 무슨-"


"연애는 무슨- 연락도 안되는데 잘자요"

 

 

뒤돌아 눕는 그를 보곤 긴토키도 자세를 고쳐 누웠다. 그래도 혼자보다는 같이 있는게 뭔가의 안정을

찾아준다고 생각했다. 전혀 안그럴거 같은 사내새끼가 잘자요 같은 간지러운 말도 할줄알고 말이야

 

 

 

 

 

2,3일정도가 지났을때 긴토키가 느낀건 이녀석이나 자기나 크게 다를게 없다는 거였다. 신파치는 잔소리도

하고 늦게 일어나면 깨우고, 약간 시어머니 같은 느낌이 강했다면 이녀석의 경우는 본인과 비슷했다.

긴토키가 쇼파가 불편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그를 깨우는 목적으로 가서 옆에서 잠에 파묻힌 목소리로

일어나- 한마디 정도 하곤 옆에서 같이 자는일이 허다 했다. 그래도 자신이 잠을 깨운다는 면에서 (사실 깨우는것도 아니였지만) 긴토키는 역시 어린이는 어린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역시 본인이 어른이라는 약간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전에 여러가지 일 때문에 몇번 마주쳤을때의 소고는 엉뚱한데다 재밌는 꼬맹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같이 사는 동안의 그는 생각보다 말이 없었다. 뭔가 생각이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한 긴토키는 자신이 약간은 위로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쇼파에 엎드려 점프를 읽는 그를 보곤 긴토키가 다가가 볼을 쭈욱 잡아 늘렸다

 


"..아야.. 뭐예요"


"그냥 심심해서"


"뭐야 싱겁게"

 


다시 점프로 시선을 돌리는 그를 보곤 다시 볼을 쭈욱 잡아 늘렸다.

 


"아 진짜! 아파요!"

 

그가 볼을 문지르며 화난 표정으로 약간 목소리를 높였다.


"근데, 근신 뭐땜에 받았어?"


"..그러게요"


"하긴, 너 하는짓 보면 받을만하긴 했어, 니가 좀 문제아야?"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시비예요?"


"아냐아냐, 그냥 사실을 말하는것 뿐이라고"


약간 화난듯한 표정에 긴토키는 장난이야 장난- 하곤 소리내어 웃었다.


"맞다 그 여자애있잖아, 걘 잘있어?"


"아- 걔 형씨가 데리고 온 여자였죠? 뭐,. 엄청 잘지내죠 뭐"


"전에 몇번 찾아와서 얘기랑 하고 그랬었는데, 눈치 보아하니... 너 걔 별로 안좋아하는구나?"


긴토키가 비꼬는 그의 말투를 듣곤 씨익웃으며 물었다.


"아니 그 반댄가? 좋아하나?"


긴토키의 질문에 어이없다는듯이 그저 코웃음을 쳤다. 큰 반응이 없어 긴토키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다른 얘기 거리를 찾았다.

 


"너 삐졌구나?"


"삐져요?"

 


당황함과 열받음이 같이 보이는 그녀석의 표정에 긴토키는 제대로 화제거리를 찾았다는 생각에 재밌었다. 그리곤 그는 바짝 다가가서는 말을 이었다.


"너한테 근신 내린거면 뭐.. 안봐도 오오구시군 일거아녀?"


"누가 삐져요? 그런거 아니고 화난겁니다 형씨"


소고가 복수겸으로 긴토키의 볼을 쭈욱 잡아당겼다.


"아야야야.. 삐진거나 화난거나 그게 그거잖아?"


"삐지는건 여자애들이나 하는거죠 묘한 차이가 있다고요 그거"


삐진건 화났어? 했을때 고개를 휙 돌리면서 아냐, 화 안났어- 라고 하면서 속으로는 달래주길 바라는 치졸한 짓이지만,

화났다는건 화났어? 라고 말하기전에 싸움을 걸거나 물었을때 선빵먼저 날리는거죠 - 주절주절 차이를 설명하는 그를 보곤 소리내어 웃었다.


"아 그러네 근신끝나면 가서 선빵부터 날리시겠네?"


"선빵은 무슨, 죽여버릴거예요"


"그래그래, 근데 무슨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지금 휴가인거잖아? 한달동안?"


"휴가?"


"일 안가니까 휴가지뭐, 그동안 즐겁게 지내면 되잖아?"


"?"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자신을 쳐다보는 그의 얼굴에 바짝다가가서는 능글맞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빠랑 영화보러 갈래?"


".. 오빠?..더럽ㄱ..."

 


뒤에 대답을 채 하기도 전에 긴토키는 소고의 머리에 갓 씌워 누르며 손을 잡을 끌었다. 그 근처는 번화가라서 신센구미도 돌아다닐거니까 쓰고 나가면 문제 없지? 마주치면 안된다며? 그는 씨익 웃어보였다.

 

 

영화라, 소고는 누군가와 같이 보는건 오랜만이였다. 곤도는 오타에를 따라다니느라 같이 같이 보자는 말도 못했었고, 히지카타와는 비번이 겹칠일이 많지 않았다. 설령 겹쳐서 같이 있었어도 영화를 같이 보러 가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한번은 우연히 영화관 앞을 지나가다가 야한 애니메이션 극장판인듯한 여자 캐릭터가 주요 부위만 보일듯 말듯하게 가린 포스터를 보고 보러가자고 장난 쳤다가 한대 얻어맞은 일을 생각하고는 피식 웃었다.

 

 

"왜?"


"아니예요"


엉망으로 씌워진 갓을 고쳐 쓰며 말했다.

 

 

 

도착한 영화관엔 곧 여름이기도하고 시간대가 저녁이라 그런지 호러물의 영화들이 줄줄이 상영하고 있었다. 제목이나 포스터부터 소름돋도록 연출해놓은 인쇄물을 보며 긴토키에게 물었다.


"뭐보실래요?"

 

"으..응? 그..글쎄?"

 

"근데 귀신 무서워하셨었죠?"

 

소고가 둔영에서 모기천인으로 난리났던 때를 기억해내고는 물었다.


"야임마! 누가 무서워해 그딴거? 나 절대 그런거 아니거든?"

 

안색이 그닥 좋지 않은 그를 보고는 재밌었는지 그럼 집에서 목을 매달아죽은 귀신이 나타난다는 내용의 영화가 있는데,

그거 보실래요? 아니면 코타츠에서 귀신이 나오는 내용의 영화가 있는데 그거 보실래요? 그래봤자 15세 관람가인걸보니 별로 안무서울거예요 하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요즘 영화 진짜 잘만든다 그쵸?"

영화를 다 보고 영화볼때 먹다 남은 팝콘을 마저 들고 오독오독 먹으며 즐거운 표정으로 긴토키에게 물었다.


"아... 어... 그.. 그러네"


자길 배려해서 15세 영화따윌 보자는 식으로 말하는 그의 말투에 쓸데없이 자존심이 상해 제일 무서운걸로 보자며 기를 쓰고

19세 관람가 까지 붙은 공포영화를 고른 긴토키는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영화를 볼때도 그 녀석은 별 신경안쓰고 팝콘에 음료수까지 맛깔나게 먹으며 여유있게 보는데 정작 본인은 딱딱히 굳어 식은땀을 뚝뚝 흘리며 고통스러워했다. 왜!! 왜 내가 돈내고 이렇게 고통스러워해야하는 거야 왜!!

 

 

"형씨 많이 더워요? 왜이렇게 땀을 흘려요?"


"응? 아.. 어.. 좀 덥네"


"설마 영화가 무서워서 그런건 아니죠?"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소리내어 웃는 그를 보고 저... 절대 그런거 아냐... 라고 말해보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그러게 제가 15세 영화로 보자니까- 하며 놀려댔다. 아니야!! 그런거 아니라고!!!

 


집에 도착해 잘자요- 하곤 방으로 들어가는 그를 보곤 긴토키도 역시 쇼파에 누웠다. 방금 본 영화는 영화일뿐이야. 하고 자꾸 생각나는 영화의 한장면을 잊으려 노력해보지만 그럴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탓에 이불을 머리 끝까지 쓰곤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갑자기 웅웅거리는 냉장고 소리에 흠칫 놀라서 잔뜩 웅크리곤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따윌 해댄다.

 

 

제발.. 제발 잠들게 해주세요 제발-

 

 

 

 

 

 

 

 

 

 

-


익숙한 길이다.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는 그의 눈에 들어온 풍경을 보고 뒤늦게야 깨달았다. 어릴때 살았던 부슈다. 옆에 있는 살았던 집을 보고 다시한번 놀랐다. 기억과 다름없이 전혀 낡지도 않고 심지어 안에 있는 물건까지 그대로 배치되어 있는걸 본 그는 그리움에 방안으로 한발짝 들어간다.


"소짱- 소짱-"

 

본인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한명밖에 없기에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에이 설마- 그리곤 그대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온몸이 마비된듯 꿈쩍도 하지 못했다. 누나? 진짜?

 

"...어? 누나?.. 진짜? 누나예요?"

 

본인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고 한참을 눈만 깜빡였다.


"그럼! 오랜만이라 내 얼굴도 못알아보는거니?"


그녀는 달려와서는 양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안았다. 잘지냈니?


"누나... 보고싶었... 어요"


실감이 나지 않아서였을까 그는 만감이 교차해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기쁘고 놀랍고 반갑고 또...


"잘지냈지 그럼-! 봐. 얼굴 많이 좋아졌지?"

 

눈꼬리를 늘어트리며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누나는 언제나 제일 예쁘니까

 


"토시로씨를 만나러 갈거야"

 


그 말에 그는 기쁜 감정이 다른감정으로 변하는것을 느꼈다. 불안함? 그래 불안함이다. 가지마요


"..누..누나 그냥 안가면 안돼요? "

 

"응?"


"그런자식 뭐하러 만나요? 만나지마세요 그딴자식 진짜 맘에 안든다니까"

 


그는 눈을 마주칠수가 없었다. 알수없는 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였을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약간의 침묵에 이상해 다시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불안하니?"


의외의 질문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질문에 뭔가 거짓말을 하다 들킨 사람마냥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녀의 표정은 화가났다거나, 기쁘다거나, 슬프다거나 하는 그 어떤 감정도 읽을수 없는 표정이였기에

소고는 더욱 놀라움에 고개를 저었다.


"에? 무슨.. 뜻.. 이예요?.."


"내가 토시로씨를 안만났으면 좋겠니? 불안해보여 왜? 나도 만나면 안돼?"


가까이 다가와 자신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 내리는 손길이 얼어붙은 쇠붙이 마냥 차가워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평생 미츠바에겐 느껴본적없는 위화감이였다. 누나.. 무슨소릴 하는거예요..

 

 

 

 

 

 

 


"으아아아아아아아!!!"


비명소리에 정신이 돌아온다. 아. 꿈이였구나- 식은땀으로 가득한 그는 소리의 정체를 알기위해 안대를 벗어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리곤 곧 본인이 자고 있는 방의 구석에서 베게를 안은채 덜덜떨고 있는 긴토키를 보곤 물었다.


".. 여기서.. 뭐하세요 형씨?"


"야 이자식아! 니가 갑자기 잠꼬대해서 내가 얼마나 놀랐는줄알아?!"


"아..미얀해요 근데 여기서 뭐하시는.."


"아냐..미얀할필요없어! 근데..."


"?"


"나 여기서 자면 안돼?"


이미 그럴생각으로 온걸 말하고 있는, 긴토키가 끌어안고있는 베게를 보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형씨 설마.. 무서워서..."


"그런거 아냐!!! 그런거 아니고!! 밖에 냉장고 소리가 시끄럽잖아! 자꾸 웅웅 울리고.. 아 그리고 밖에 또 추워!! 그리고 또..."


"네 여기서 자요"

 

생각보다 순순히 대답하는 소고를 보곤 긴토키가 한숨돌리며 말했다.


"너.. 너도 악몽꾼거 아냐? 너도 무서웠지?"

 

"영화본거 때문에 그런건 아니거든요?"

 

"아냐 너도 영향이 있었을꺼야"

 

"제가 형씨하고 같은줄아시나본데..."

 

"자"

 

긴토키가 옆에 누워선 손을 내밀었다. 그런 그를 멀뚱히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가위를 내곤 이겼네요- 하고 말했다.


"야임마 그게 아니잖아 손달라고 손-"


알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는 손을 내밀었다.


긴토키는 손을 포개어 잡았다. 아직 덜 성장한 손이 그의 손에 잡기 좋게 들어왔다.


"뭐야 이거놔요"

 

손을 빼내려 손을 꼼지락대는 그의 손을 긴토키는 점점 강하게 잡았다. 그리고 소고는 그런 그를 이상하다는듯이 쳐다보았다.


"너 무서울까봐 잡아주는거니까 가만히있어"


"그니까 안무섭다니까요?"


"오늘만 이러고 자자"

 

그는 잡은 손을 잡은 상태에서 다시한번 꼬옥 잡았다.

 

 


잡은 손 너머로 둘의 눈이 마주쳤을때 둘은 시선을 뗄수 없는 이끌림에 말없이 한참을 서로 바라봤다. 시간을 멈춘것 같은 그 공기의 흐름을 느꼈을때 소고는 이마에 올렸던 안대를 끌어내리고는 잘거예요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긴토키는 이녀석의 눈이 지금까지 봤던 그의 눈동자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무서움에 이상해졌나 하곤 눈을 비벼댔다.


포개어 잡은 손의 따뜻함이 가슴부근까지 전해지는듯한 간지러운 느낌이 기분이 좋았다. 벌써 잠이 들었는지 쌔액쌔액 숨소리가 그의 가슴속에 파도치듯 파고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이거봐- 이러고 있으니까 너도 잘자잖아-

 

 

 

 

 

 

 

 

 

 

 

 

 

 

 

"아 엄청 고요하네요- "


"그러게"


"아 유우씨는 병원에 가야해서 한 일주일정도 못온데요"


"그래"


"부장님 무슨일있으세요?"


"없어"


한손으로 턱을 괴고 무심하게 서류뭉치를 휙휙 넘겨대는 그를 보고 야마자키가 물었다.


"결제란은 이쪽인데요?"


"아...."


"결제한두번 하시는것도 아니고 왜그러세요?"


야마자키가 히지카타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야.. 너 옆에서 자꾸 떠들지 말고 그냥 좀 꺼져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다 사라지는 야마자키를 보고는 머리가 복잡한듯 두손으로 머리를 잡고 본인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었다. 아 답답해- 아, 담배라도 하나 펴야겠다. 아마 담배를 피지않아서 그럴거야. 그는 담배갑에서 한개피 꺼내어 입에 물었다. 한입크게 한모금 빨아들었을때 조금 나아지나 싶더니 더더욱 복잡해진 그는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재털이에 비벼댔다. 그리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냥 가서 한번 보고와야겠어 그는 겉옷을 급히 챙겨 밖으로 뛰어나갔다.

 

 

"부장님 어디가세요?"


"어 나지금 잠깐 가야될때가 있어서"


"저 이거.."


"책상위에 놔 갔다와서 할게"

 


그는 성급히 뛰쳐나갔다. 진작에 이럴걸 왜 계속 머리싸매고 있었나몰라 역으로 뛰어가는 그는 마치 소풍가는 어린아이처럼 가슴이 벅차 오르는걸 느꼈다. 만나면 뭐라고 해야하나 엄청 놀라겠지? 군법위반이라고 나한테 되려 뭐라고 할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면 오랜만에 한대 쥐어박아줘야겠다.


부슈행 기차를 탄 그는 빠르게 지나가는 창밖의 풍경을 보며 만나면 무슨 말을해야하나, 답을 뭐라고 해야하나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부슈에 가는건 오랜만이네. 거기에서도 참 많이 싸웠었는데 거기에있는 라면집 아직도 있으면 오랜만에 거기서 밥이나 먹자고 할까-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부슈에 도착했을때 그는 서둘러 자신이 알려준 주소로 달려간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 장소에 도착했을때 그는 그 장소에서 심호흡을 한번 한후 문고리를 비틀었다. 잠겨있는 상태를 보곤 어딜나갔나- 하는 생각에 자신이 가진 비상열쇠로 문을 열었다.

 

들어가서 기다리지뭐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갔을때 방의 차가운 공기와 아무것도 변함없는 그 방을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뭐야.. 그는 황급히 들어가 이곳저곳 뒤졌다. 현재 사람이 있다는 흔적이 전혀 없는 그 방의 상태를 보고는 그는 온갖 서랍과 구석구석을

살피기 시작했다. 본인이 주소를 잘못찾은건가 그는 다시 나가서 주소를 확인하기까지 했다. 주소는 틀림없다는걸 확인한 그는 불안함이 엄습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여긴 시골이니까 사람도 별로 없으니 한번쯤 보긴했을꺼야

 

"저 혹시 여기 키 이정도 하는 베이지색 머리... 꼬맹이 한명 본적 없습니까? 18살정도 되는.."

 

"음.. 본적 없어요 여긴 젊은 사람은 거의 없어요"

 


몇명을 붙잡고 물어도 돌아오는건 여긴 지금 다 나이많은 사람밖에 없어요 라는 대답밖엔 돌아오지 않았다.

뭐야 여기 온거 아니였어..? 그럼어딨는건데..갈데도없으면서 어디간건데

 

돌아오는 기차에서 그는 손톱을 불안함에 손톱을 물어 뜯었다. 이럴때일수록 갑자기 풍부해지는 상상력이 야속했다.

설마.. 아냐 그녀석이 누구한테 당하거나 그럴녀석이야? 말도 안되지, 설령 무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설마..설마...

아니 그럼 도데체 어디간건데? 지금 떠난 시간도 상당히 지났는데-

 


내리자마자 그가 황급히 찾은건 공중전화였다. 뛰어들어가서 급하게 동전을 하나하나 넣었다. 동전이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다이얼 버튼을 하나하나 눌른다. 새삼 또박또박 누르는 다이얼을 다시 재확인하며

신호음을 기다린다. 이걸 기다리는 시간이 그날따라 왜이리 긴지-

 


[사용자의 사정에 의하여 사용이 잠시 정지되었습니다.]

 


기계음 섞인 목소리를 듣곤 히지카타는 재다이얼 버튼을 눌러 다시 번호를 눌렀다. 아냐- 번호를 잘못누른거 같은데 내가 잘못기억하고있나? 그렇게 다시 하기를 몇번 그는 들고있던 공중전화의 수화기를 그대로 떨어트렸다.

 

아냐 이 번호는 틀리지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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