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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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라는 시간이 조금은 빨리 지나갔다. 내가 처음 아부토를 찾아갔던 때부터 아부토와 나는 쭉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좁다고 느꼈는지 아부토의 제안으로 집은 조금 더 깔끔하고 넓은 곳으로 옮겼다. 살고 있었던 작은 낡은 원룸도 나름 적응이 돼서 불편한 점은 없었지만 아부토는 나에게 이런 곳에서 사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장난스럽게 알고는 있나봐? 하고 장난스레 던졌지만 아부토는 진심이었는지 별다른 대꾸가 없었다. 


처음엔 내가 제 위가 됐다면서 어이없어하던 아부토도 이제는 그런 것을 더 이상 어이없어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끔 제 멋대로인 나의 행동에 망할 새끼야, 너 진짜 나 죽이려고 작정한 거지? 하고 한탄 섞인 화를 내다가도, 아니지 다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운 거지 에휴, 하고는 비꼬는 말투로 어이 단장 오늘은 어떤 사고를 칠 거야? 미리 마음의 준비라도 좀 하자 하고 투덜투덜거렸다. 그리고 아부토는 항상 나에게 피해가 없도록 깔끔하게 뒤처리를 해놓았다.


누군가와 단순하고도 무식하게 싸워서 이기는 것을 즐기는 나와는 달리 아부토는 처세술에 능했다. 그래서 실제 나가서 일을 처리하는 것에서 과격한 내가 모든 일을 다 뒤집어 엎어놓고 나면 그 일을 수습하고, 내가 귀찮아하는 모든 잡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거의 일이 없이 노는 일이 많고 아부토는 항상 온갖 일에 쫓기는 신세가 되곤 했다. 내가 알게 모르게 심적으로 의지하고 있어서인지 바쁜 그의 큰 등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의 등에 기대어 한참 앉아 있기도 하고 관심도 없는 그의 잡무 내용을 보면서 이건 뭐야? 하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뭐긴 뭐야 이 녀석아, 네가 사고 친 내역이지 하고 투덜거린다. 하지만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이내 피식 웃어 보인다. 내가 버렸던, 나를 지나쳐간 수많은 사람들과는 조금은 다른 묘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다.



내 외모도 그렇고 실제 나이가 너무 어린 탓도 있고, 조금만 동등해 보이거나 강해 보이는 사람만 보면 싸우고 싶어서 안달 나 하는 성격 때문에도 그렇고, 누군가와 교섭을 한다거나 하는 자리에 나를 나가지 못하게 했다. 사실 아부토와 딱 두 번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러 간 적이 있다. 처음에 갔을 때는 뭔가 찔러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 같이 생긴, 샤프한 외모에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여러 명의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만을 잔뜩 늘어놓았었고 나는 하품을 하면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사람들은 나를 무시하고 아부토와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기 바빴고 나는 그 자리에서 엎드려서 잤다. 나중에 아부토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웬 꼬맹이를 이런 자리에 데려왔냐면서 화를 냈다고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는걸, 나는 너무 졸렸고, 그렇다고 재미있어 보이는 녀석도 없고.. 내 말에 아부토는 그냥 웃어 보였다. 그래.. 그땐 웃었었지, 두 번째로 나를 데리고 갔을 때 그저 심심해서 눈 앞에 보이는 한 녀석이 들어오자마자 아부토가 쓰려고 책상 위에 얌전히 놓았던 파란색 볼펜을 그 녀석의 얼굴에 표창처럼 집어 들고 던졌다. 그 녀석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재미없는 놈이었는지 그대로 눈에 볼펜이 꽂힌 채로 얼굴 가득 피를 뒤집어쓰고서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괴성을 질러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싱거운 그의 반응에 나는 조금은 시무룩 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녀석은 다른 조직의 꽤나 힘 있는 새끼였고, 그를 건드리고 나서 그 조직과 우리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질 뻔했다만.. 그쪽은 우리 만한 힘이 없었기에 그저 한 번 일을 덮고서 나중에 더 큰 힘을 우리 쪽에서 실어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서 일을 마무리 지었다. 이 일로 대외적으로 얼굴을 보이는 단장의 역할은 아부토가 맡고, 나는 그런 대외적인 일에 대해서는 아부토의 말을 듣고서, 결정을 내릴 뿐이었지만 사실 결정이라고 할 것도 없이 아부토가 하고 싶은 데로 하게 놔두었다. 그쪽이 나도 편했다.




샤워를 하고 나오자 아부토는 막 일을 끝냈는지 지겹다는 표정을 짓고서 소파에 기대다시피 앉아 있었다. 


"일은 다 한 거야?"


"...... 몰라 이 망할 녀석아"

 

수건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다가 아부토가 앉아있는 소파에 다가가서 그의 무릎을 베고서 누웠다. 긴 머리카락이 그의 무릎 위를 덮었다. 아부토는 지친 모습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다가 무릎을 베고 누운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내 머리칼을 살짝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듯이 만지면서 말했다.


"... 졸려?"


".. 아니"


"머리 말리고 자야지"


".. 귀찮아"


"힘들지?"


"뭐가?"


".. 그냥, 다.."


아부토는 아직도 이상한 소리를 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이런 헛소리를 하는 근원은 자신이 애초에 불안정한 상태의 나를 데리고 와서 폭주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큰 것 같았지만 나로서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황당했다. 또한, 아부토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버릇도 여전했는데, 그중 가장 이상한 태도는 제 무릎을 베고 잠들어버린 내 머리카락과 뺨을 쓰다듬다가, 숨이 닿는 간지러움에 눈을 살짝 뜨면 어느새 방의 침대에 누워 있는 나와 옆에서 나를 지켜보는, 조금 놀란 표정의 아부토. 잠시 눈을 맞추었다가 다시 스르르 잠에 든다.


아부토에게 단장의 자리를 빼앗길 것 같지 않아? 하는 이상한 말을 다른 사단의 단장에게 들었을 때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저 새끼가? 아부토는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나는 강력하게 알고 있다. 아부토는 잘못된 나를 바로 잡기보다 내 멋대로 갈 경우에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길을 편하게 가도록 이끌어주거나, 방해요소를 먼저 제거해 줄 녀석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를 진정시키려 다른 방안을 쓰기도 하지만, 어쨌든 아부토는 내가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들어도 마지막까지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자신이기에 미안하다며 사과를 할 녀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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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토가 하는 일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았던 나는 아부토와 경찰들이 만나는 광경을 봤다. 그것도 당당하게 우리 본부에서. 우리 쪽도, 경찰 쪽도 너무 당당한 태도가 조금 신기한 나는 그들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나서 아부토에게 물었다.


"경찰이 여기엔 왜 와? 조사? 뭐 걸린 거 있어?"


"없어. 저쪽은 우리 건드리고 싶어도 건드리지 못할걸?"


"그래? 왜?"


"뭐, 일단은 우리 조직이 크잖아. 우리가 아예 위에 위치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약간 저쪽이 숙이고 들어오는 쪽이지. 우리도 적당한 눈치는 봐야겠지만. 우리가 적당히 경찰하고 친분을 유지하면서 일반인에게는 피해를 입히지 않고 이런 부류들끼리만 부딪히겠다고 하면 돼. 뭐, 저들에겐 필요한 악인 거지"


"근데 우리, 일반인에게도 피해를 입히고 있지 않나?"


"그렇지, 그니까 적당히 저쪽도 모르는 척 눈 감아 주는 부분도 있을 거야. 우리가 철저히 숨기려고 노력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 조직 꼭대기는 정치 쪽하고도 연결되어 있으니까"


"흐음.. 그래? 신기하네"


아부토는 약간 생각하는 듯한 나의 표정을 보고 약간 겁먹어하며 말했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단장님께서 만나보고 싶다고 할까 봐 이 아래 것은 무섭습니다요"


"에이 그런 재미없는 공무원들이 뭐 있겠어? 걱정 마 관심 없으니까"


어떤 형태든 공무원은 다 재미가 없어. 책상에 하루 종일 앉아서 문서나 작성하고, 시키는 데로 일만 하는 충실한 개들. 내가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자 아부토는 한시름 놨다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날 이후로 서너 명씩 오는 그 경찰들은 유난이 내 눈에 자주 띄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방문을 해왔지만 나와 마주치면 내가 어려서인지 다들 조금은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는 홱 지나갔다. 전혀 관심 없는 그들이었고, 나로서는 흥미를 가질 이유도 없는 그들일 텐데.. 이상하게 마주칠 때마다 뭔가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되었던 것은 나와는 다른 종족들에 대한 호기심뿐이었을 것이다. 깔끔한 제복을 입고서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어 있는 그들, 나와는 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그들.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정도의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곧바로 행동으로 옮길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았다. 분명히. 그렇게 두어 번 정도를 마주쳤다. 아주 머저리들 급으로 약한 놈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막 달려들고 싶을 정도로 강한 정도도 아닌 수준. 항상 오는 대머리, 그리고 옆에 따라다니는 엄청나게 평범해서 존재감도 별로 없는 한 명,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항상 바뀌어서 기억하지는 못 했다. 


그 날도 경찰들이 왔다가 가는 날이었는지 유난히 깔끔한 녀석 4~5명 정도가 아부토와 간단한 인사를 하면서 나왔다. 대머리의 외모가 항상 눈에 띄어 마침 지나가는 길에 마주쳐 쓰윽 지나가려는데 순간 내 눈에 들어온 한 녀석은 나의 모든 생체리듬을 멈추게 했다. 그 녀석은 밝은 모래색 머리카락에 그렇게 큰 몸집은 아닌 체구였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서 귀찮은 듯이 분홍색 풍선껌을 불면서 관심 없이 내 쪽을 한 번 돌아보고는 홱 지나갔다. 그 순간이 너무도 느리게 흘러가고 눈빛이 쨍할 정도로 선명해서 가벼운 두통이 일었다. 그 녀석. 분명.. 분명히 그 녀석이었다. 집을 나온 직 후 꿈에 나타난 것을 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그 녀석. 잠깐이었지만 선명하게 뇌리에 박혔다. 붉은색 눈동자도 그렇고 모랫빛 머리카락도 그렇고 여전했다. 바뀐 부분이 있다면 전보다 분위기가 조금은 가라앉았다고 해야 할까.. 무엇이든 관심 없다는 눈 빛, 앞에서 걷는 대머리와 평범한 녀석이 뒤돌아보면서 말을 걸면 무심하게 고개나 끄덕이는 정도의 조용한, 매력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전보다 약간 마른 것 같기도 하고...


"아.. 저... 저기..."


뒷모습을 한참 쳐다보다가 뒤늦게서야 움직이지 않는 몸을 움직여서 팔을 뻗어 말을 걸고 싶었지만 나 답지 않게 입도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았고, 그때 마침 몰려 들어온 우리 사단 녀석들이 나를 보고는 단장, 오늘은 말이에요!로 시작하는 마구 이상한 말을 해대며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그렇게 그를 놓쳤다. 


자살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꼭 죽지는 않았더라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지는 못할 것이 보였던 그였는데... 경찰이 된 걸까? 아니면 내가 잘못 본 걸까? 확실한 것 같은데..  그 녀석은 나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그냥 지나간 걸까? 아니, 사실 나를 본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아닌데.. 나랑 눈이 마주친 거 같았는데.. 정말 그냥 단순히 닮은 녀석이었을까? 아냐, 그냥 닮은 정도만으로는 내가 그렇게나 동요할 리가 없을 텐데.. 


뺨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쳐다보니 아부토가 음료수를 내 뺨에 가져다 대고는 놀라는 나를 보고되려 본인이 놀라 나를 보고 있었다. 


"뭐야,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뭐 고민이라도 있어?"


하고 말하며 손에 든 음료수를 내밀었다. 


"고민? 고민은 무슨.."


"하긴, 너 같은 바보가 고민은 무슨, 고민도 생각이라는 걸 하는 사람이 하는 거 거든. 넌 머리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쪽이잖아"


"... 그렇지"


그럼 뛰어가서 붙잡기라도 했어야 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지금 내가 이렇게 혼자 생각만 하고 있다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아부토에게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슬쩍 물었다.


"아부토, 오늘 경찰들 왔었지?"


"응"


"어땠어?"


"뭐 어떻긴 똑같지 뭐"


오늘 온 사람 중에 연갈색 머리카락한 경찰 기억나? 그 녀석 말이야, 어땠어? 하고 물으려던 걸 꾹 참았다. 분명 내가 이렇게 한 명을 지목해서 묻는다면 아부토는 내가 또 좋은 장난감을 찾았다는 것을 짐작하고 최대한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선에서 나를 훼방 놓을 것이다. 아부토는 나를 말리지 않는다. 앞에서는 아이고, 또 시작이야, 하고 말하면서 내버려 두다가, 뒤로 움직여서 나를 멈추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 역시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아부토를 약간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다음엔 나도 갈래"


"왜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그런거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정말로 얌전하게 있을게"


내가 말하는 '얌전하게 있을게'는 그렇게 큰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는 아부토는 제발 부탁이다.. 하고 한숨을 다시 푹 내쉬고는 좋을 대로 하라고 했다. 하지만 참을 성이 없는 나에게 한 달을 기다리라는 것은 고문이었다.


"그럼.. 내일 한번 더 오라고해"


"뭐?"


"왜?"


"... 내일은 좀...  뭐 이유라도 있어야 불러들이지"


"그래? 그럼 부를 이유를 만들어서 불러줘. 최대한 빨리"


그 말을 남기고 나는 밖으로 나갔다. 아마 아부토는 또다시 내 욕을 지껄이면서 이유를 만들어 내고 있겠지. 

결국 아부토는 보안상에 이상한 문제가 생겨 조금 봐줬으면 하는 일이 생겼으니 한번 더 방문해 달라는 이상한 말로 그들을 이틀 후에 방문하도록 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기뻐하는 나를 보고 아부토는 조금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그렇게 깊이 수상쩍어 보이지는 않았는지, 나는 네가 기뻐하는 포인트를 가끔은 잘 모르겠다 하고 말하고는 웃어 보였다.  


거의 확신하고 있지만... 만약 만났는데 그 아이가 아니면 어떻게 하지? 너무 화가 날 것 같은데.. 그리고 만약에 그가 맞으면...? 그럼 그땐 무슨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 하지? 분명 나를 딱 마주하게 된다면 말도 없이 떠나버린 나를 좋게 보고 있지는 않을 텐데.. 잘 지냈어? 어떻게 지냈어? 음... 조금 막연한 질문인가? 다시 만났네, 반가워! 이렇게 말할까? 반가워..라는 말은 조금 어색한 거 같기도 하고... 많이 변했네? 이런 말은 좀 기분 나빠할 수도 있으려나? 


시간이 어서 빨리 지나가길 기다리면서 침대에 누웠다. 아부토는 조금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는 티비를 켰다. 물론, 그가 나를 보고 좋아하지 않을 것이야 당연히 알고 있고, 바라지도 않지만 다시 만났을 때 그의 반응이 어떨지에 대해 막연한 상상을 펼쳤다. 그와 헤어지기 직전에 누워 끈적한 살갗을 맞대었던 감촉, 따스한 그 녀석의 안, 2층 침대의 1층, 드문드문 꺼져버린 방 안의 야광 별들, 조용한 집 안, 빈 공간을 가득 메우던 녀석의 숨소리... 


베개에 얼굴을 깊숙이 파묻었다. 다시 한번 그저 옆에 누워 있어보고 싶다. 다시 한번 침대 시트 사이로 그 녀석의 얼굴을 보고 싶다.  

누군가를 없애기 위해서 대기를 할 때에 느끼는 두근거림이 아닌 색다른 설렘과 더불어, 누군가를 기다리는 달콤함이었다. 분명 그를 떠나면서 그에 대한 나의 마음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그날 당일. 아부토는 나를 데리러 왔다. 심장이 자꾸만 쿵쾅거려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도착한 장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본 얼굴은 항상 보던 대머리와 평범한 녀석, 그리고 처음 보는 한 명이 들어온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다른 한 명은?"


"오늘은 세명이서 왔데. 원래 세명이나 네 명이서 오거든"


세명이 오던 네 명이 오던 관심 없고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그 새끼가 맞는지 확인을 하려던 거지 저딴 멍청한 낯짝을 보려고 한 게 아니라고!


나는 표현하기 힘든 실망에 화가 나기까지 하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고 아부토에게 물었다.


"어제 이렇게 왔었나?"


"몰라 나도 맨날 바뀌어서."


"... 한 명 더 있지 않았나요?"


질문을 그들에게 던졌다. 그들은 내 질문에 서로를 잠깐 쳐다보다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한 명은 왜 안 왔는지 궁금해서."


"... 임시 대비 인원이어서 항상 오는 멤버가 아닙니다"


"아 그래? 음.... 그럼 그 한 명 이름을 좀 알려주겠어요?"


내 말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아부토는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고 대머리는 나를 한참 보다가 말했다.


"그게 왜 궁금하신지.."


"별거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그런 작은 호기심이라는 이유로 그쪽에게 저희 팀 인원의 신상을 알려줄 의무는 없습니다. "


건방지게 눈 치켜뜨고 쳐다보는 것 좀 봐. 


"... 아저씨는 참 말이 많네요?"


꼴에 내가 어려서인지 어이없어하는 대머리와 약간 졸은 듯한 평범한 녀석. 아부토는 옆에 있다가 놀랐는지 내 어깨를 힘주어 움켜잡고는 작게 말했다.


"이렇게 시비 걸려고 불러달라고 한 거야?"


"아니, 뭐 좀 확인할게 있어서...."


"뜬금없이 없는 놈 이름은 왜 궁금한데?"


"음.. 아니... 뭐..."


우리 둘이 속닥거리고 있는 게 조금 신경이 쓰였는지 그 대머리가 책상에서 일어나면서 우리에게 말했다.


"별거 없으면 이만 돌아가도록 하죠. 무엇이 궁금한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안에 그쪽하고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인연이 있었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앞으로도 쭉 관심을 꺼주셨으면."


....저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어이가 없어서 대답하지 못하는 나와 아부토를 뒤로하고 그들은 밖으로 나갔다. 저 새끼는 정말 운이 좋아. 조금이라도 내가 흥미를 보일만한 부분이 있었다면 이 방을 살아서 나가지는 못 했을 텐데 말이야. 쾅 닫히는 문을 보고 아부토도 어이가 없었는지 피식 웃었고 나도 작게 웃었다.


"됐어 이제? 저쪽은 우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우리도 마찬가지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우리 사단의 부하들이라고 생각하면 좀 곤란한 상황이 벌어져. 그니까 앞으로도 쭉, 제발 이런 일은...."


"아니 앞으로는 나도 같이 참석할래. 재밌네"


그 대머리 새끼의 도발에 내가 넘어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에 오지 않은 그 녀석이 내가 찾는 녀석이 맞던 아니던 내 눈으로 확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왜인지 이곳에 있으면 언젠가 그 녀석이 올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녀석이 내가 생각하는 그 녀석이 맞던 아니던 나를 멈추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한 번은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재밌을 것 같은 강한 느낌을 받았거든. 


네가 어떤 형태로든 내 앞에 다시 올 것이라는 확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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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무오키 제발 겨론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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