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지오키긴] 누구에게나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14
꽤 시간이 흘렀다.
긴토키는 여전히 히지카타에게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 가끔 연락이 왔지만 그는 거의 안받거나 그저 몰라 못찾았어 라는 식의 성의 없는 대답으로만 일관할뿐이였다.
몰라 몰라 될데로 되라지뭐- 난 그냥 내가 하고싶은데로 할꺼야. 그는 고민을 길게 하는 성격이 아니였기에 그렇게 생각하곤 이내 잊어버렸다.
얼마나 잤을까- 항상 깨우러와서 옆에서 자곤했는데 오늘은 옆에도 아무도 없다. 너무 일찍일어났나? 그는 눈을 비비곤 시계를 확인했다. 11시? 진짜? 11시?
방문을 열고 밖에 나가자 아직 쇼파에서 자고 있는 긴토키를 발견하곤 다가갔다.
"형씨 지금 몇신줄알아요? 형씨가 좋아하는 그 아나운서 일기예보도 끝났다고요"
"..."
"이제 일어나야 하지않을까요? 11시인데"
"..."
추운듯 웅크리고 자는 그를 보곤 긴토키의 어깨를 잡곤 흔들었다. 그 바람에 살짝 실눈을 뜨더니 이내 다시 눈을 감는 긴토키를 보곤 11시라고요 11시! 라고 외치며 다시금 그의 몸을 흔들었다.
"나.. 좀... 아픈거같아"
또 장난인가? 해서 눈치를 살폈지만 긴토키의 상기된 얼굴과 약간 거친 호흡을 보곤 긴토키의 이마에 제 손을 얹었다. 어 진짜네 약간 높은 열이 손바닥에 서서히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계속 불편하게 자기도 했고, 아무리 그래도 밤과 새벽엔 확실히 기온이 떨어지는건 사실이니까- 약간 자신때문인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은 미얀한 감정을 느꼈다.
"일어나요"
"아-.. 나 아프다니까.."
"들어가서 자요 여기 추우니까"
"그냥여기있을래.. 움직이기 싫어"
"형씨 계속 그러면 끌고갈겁니다?"
긴토키가 이불을 뒤집어 썻다가 그의 말을 듣더니 다시금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아아 정말- 환자한테도 가차없네"
"덜 아픈거같은데요 뭐"
그는 긴토키의 뒷덜미를 잡아채선 그대로 질질 끌고 방에 밀어 넣었다. 아야야 긴토키는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침구에 힘없이 널부러졌다. 그리곤 이불을 다시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세상이 어질어질한게 핑핑 도는것 같은 기분이다. 열이 있는지 약간 으슬으슬 춥기까지 하다.
다시 잠들었는지 조용한 그를 보곤 소고는 방문을 조용히 닫아주었다. 그는 아플때 사람을 간호해 본적이 없었다. 본인이 받은적은 있었어도 해본적은 없었기에 그런일에 익숙하지 않았다. 약먹고 자면 나았던거같은데?
그는 기억을 되살려 약을 샀다. 감기약이랑 요즘 잠을 통 못자는탓에 가벼운 수면제까지- 그리고 죽을 먹었던거같아서 주위를 둘려봤지만 해결사 사무실 근처엔 죽같은걸 파는곳이 없어 다시 돌아왔다. 잠깐 약먹으려면 밥먹어야되는데- 설마 내가 해줘야 되는거?
그는 한숨을 푹 쉬곤 부엌에 들어갔다. 요리라.. 어릴땐 누나가 많이 해줬으니 해본적이 없고, 신센구미에 와서는 밥을 해주는 아주머니들이 있으니 해본적이 없었다. 해본 요리라면 누구나가 할수있는 계란 후라이나, 간단한 라면끓이기 정도?
죽... 끓여줘야겠지?
"형씨 잠깐 일어나봐요"
흔들어 깨우는 감각에 그는 힘겹게 눈을 떴다. 아.. 아직도 머리가 울리는게 감기가 제대로 걸린 모양이야
그는 지끈거리를 머리를 제손으로 짚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밥 먹어야죠 밥"
"응..? 아 밥.. 야 오늘은 그냥 대충먹... 응?"
그의 앞에 놓여진 그릇에 담겨있는 멀건 죽을 보고 긴토키는 놀라서 쳐다보았다.
"죽먹고 약 먹은다음 자는게 젤 좋다잖아요"
"니가 만든거야?"
"완전 고맙죠 형씨?"
"이야.. 아프니까 별일이다있네 니가 해준 요리도 먹고"
그는 그릇을 들고 멀건 하얀죽을 한번 그리고 약간 뿌듯해 하는 그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한숟갈 떠서 김이 폴폴 나는 죽을 두어번 입으로 후후 식힌후 한입 물었다.
"사실 별로 맛은없어요"
응 맛없다. 그는 한입 넣곤 바로 생각했다. 맛은 없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단 맛이 느껴져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아냐 괜찮아 달아서 좋은데? 나 단거 좋아하잖아"
그래, 아주 못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너 아니였으면 이렇게도 안먹어. 근데 니가 만든거니까 먹어주는거야. 이렇게 웃으면서-
"맛없다고 했으면 그릇에 얼굴 박아버렸을지도"
그 말에 긴토키는 그를 한번 째려봐주고는 다시 먹던걸 이었다. 그는 항상 먹던것처럼 먹음직스럽게 그릇에 담겨 있는 죽을 다 먹어 치웠다. 넌 안먹어? 긴토키가 묻자 소고는 아.. 난 환자가 아니니까 다른거 먹을거예요 하고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니가 해놓고도 썩 먹기는싫지? 나니까 이렇게 먹어주는거다 긴토키는 나름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
"형씨 이거"
물과 약을 건네 받았다. 약 봉지와 물 한컵이 이렇게 감동적으로 다가온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먹어요 이거 먹고 자면 괜찮데요"
"아.. 고마워 사왔어?"
"뭐 바로 앞에 있으니까"
"나 걱정되서 사온거..아니야?"
"나 때문에 아팠다는 소리 듣기싫어서 사온겁니다"
그냥 걱정했다고 해주지 긴토키는 아픈와중에도 입을 쭈욱 빼곤 뒤돌아 누웠다.
"쉬어요 나 밖에 있을테니까"
"나 수건 차갑게 해서 머리에 얹어주거나 그런건 안해줄꺼야?"
....? 소고는 그말을 듣곤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았다.
"아픈사람 간호할때 그거 기본아냐? 나... 오늘 진짜 아프다고"
긴토키가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며 최대한 불쌍한 듯한 표정, 말투로 말했다. 인간이란 아프다고 부탁하면 피도 눈물도 아닌사람이 아닌이상 굉장히 싸게 먹히는 존재라는걸 알기 때문이다.
"아플때 혼자있으면 진짜 서롭다는거 몰라? 그냥 옆에 있으면 안돼?"
그 말에 그는 곁눈질로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그대로 문을 닫곤 나가버렸다.
어라..역시 저..저저 나쁜새끼- 아플때 사람 서롭게 하면 두고두고 얼마나 생각나는줄알어? 넌 나 다 나으면 죽을줄알어
긴토키는 이불을 끌어올리곤 감기약에 첨가되어있는 수면제 때문인지 다시금 스르륵 잠에 들었다.
아파서인지 뭔가 기분나쁜 꿈을 꾸었다. 뭔가 이상한 괴물들에게 쫓기거나 갑자기 알수없는 무언가에 공격을 당해서 크게 다친다거나.. 그 꿈이 너무 생생해 그는 꿈속에서 숨이 막힐듯 괴로웠다. 꿈이 꿈인지 인지 하지도 못하는 상황인지라 그 공포에 몸서릴때 쯔음
앗 차가워!
그는 눈을 번쩍떴다. 온몸에 기분나쁜 식은땀과 함께 자기 이마 위에 올려져있는 차가운 물수건- 그리고
거친 숨을 쉬는 자신을 놀란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그녀석까지
"놀래라-"
"아... 하아..뭐.. 뭐야?"
"뭐긴요 해달래서 해주잖아요"
"...안해줄것처럼 하더니"
"형씨는 왠지 두고두고 울궈먹을거같아서"
"응 그럴라고 했어"
그말에 소고는 작게 웃었다. 그리곤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긴토키의 배 부근을 편한듯 베고 누웠다.
"아- 형씨 계속 누워있으니까 심심하긴하다"
"어이.. 나 환자라고.."
"오늘만 이렇게 아프고 낼부턴 나랑 다시 놀아줘요"
"빨리 나아요 뭐 이런식으로 말해주면 안돼?"
"더 아파도 상관없으니까 내일은 나랑 놀아줘 뭐 그런뜻인데요"
긴토키는 그냥 알았다는 듯이 자기 배를 베고 누워있는 그의 머리카락을 한손으로 가볍게 쓸어 내렸다. 덮은 이불 위로 느껴지는 약간의 무게감이 그는 마냥 좋았다. 손에 가볍게 엉키는 머리카락이 가볍게 흩어질때 그가 말했다.
"만지지마요 누워있을때 머리만지면 졸린단말이야"
"자 그럼"
"감기 옮을거같아요"
"이정도로 안옮거든?"
"부대에선 병걸리면 바로 격리 시키는데"
"감기가 병이냐.."
"병이긴 병이죠 형씨 지금 누워있잖아요-"
"환자 취급이나 제대로 해주고 말하시지?"
".."
"야 자?"
".. 으음.. 아니..요.."
잠에 취해서 몽롱한 말투와 흐느러진 발음의 그의 목소릴 듣고 긴토키는 더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뭐야- 누가 환자야?
움직이고 싶은데 그가 누워있어서 깰까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그는 그런 자신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그냥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그냥 계속 이대로 있었으면- 니가 계속 내 옆에 이대로 있었으면-
따스함을 느끼며 조용히 눈꺼플을 닫았다. 아마.. 지금은 나도 악몽을 꾸지 않을거야
얼마전까진 히지카타는 정말 미친듯이 바빴다. 그 덕에 나름 찾아본다고 하지만 찾지도 못했고, 거의 생각도 못했다는 말이 맞을정도로 일에 시달렸다. 일은 제대로 해야만 했기에 그 책임감에 아무것도 못했다는게 맞다.
가끔 긴토키에게 연락을 해보지만 답장은 거의 오지도 않고, 가끔오는 답장은 성의없기 짝이 없었다. 분명 또 연락을 보고 귀찮은듯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답장을 했을 그를 생각하니 정말이지 다시는 일을 맡기고 싶지 않을정도로 화가났다. 하지만 그 녀석만큼이나 편하게 일을 맡길 사람이 없다는 일이 애석할 뿐이다.
복잡한 일이 해결되고 오랜만에 하는 순찰에 그는 새삼 순찰이 정말 좋다- 고 느꼈다. 짜증나는 일도 많지만 어쨋든 답답한 심정은 좀 풀어지기에 그러고 보니 그녀석 돌아오는 날도 얼마 안남았다. 그냥 해결사에게 의뢰 취소하고 혹시나 정말 혹시나 안 돌아오면 다시 의뢰할까-
순찰이 끝나고 그는 운전을 하는 야마자키에게 카부키쵸에 내려주고 먼저 가라고 일렀다. 야마자키는 알겠노라고 대답하고 차를 돌렸다. 아 그러고 보니 담배가 떨어졌네
그는 차에서 내려선 근처 편의점에 들렸다. 늘 피던 담배를 구입한후, 해결사의 사무실 방향으로 길을 걷던 중 그는 걸어오던 어떤 사람과 크게 부딪쳤다. 이런저런 생각하며 걷던 터라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그 바람에 부딪친 사람이 쓰고 있던 갓이 벗겨져 떨어지고 말았다. 미얀한 마음에 그는 갓을 주워 같이 넘어진 그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아 죄송합니.."
"이 새끼야 앞 안보고다....녀...? 어..어어?"
그 갓의 주인- 그토록 찾던 그녀석이다.
그는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입에 물고있던 담배를 떨어트렸다. 이자식! 그는 찾았다는 기쁜마음과 동시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얼마나! 얼마나 걱정했는데 화를 내려는 찰나 잽싸게 도망가려는 그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이거놔 이녀석아!"
역시 말버릇도 여전하네 버릇없는 말투 목소리, 자신의 손에 잡혀있는 그를 보고 안심이 되었는지 그는 끓어오르듯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가 이내 차분히 가라앉았다. 사실 화를 냈다면 그가 어이없이 니가 뭔데 지금 나한테 화를 내는거야? 라는 식의 반응으로 더욱 거세게 반항했음이 틀림없다. 그는 화를 내지 않은 자신을 스스로 대견해 하며 차분히 그에게 말했다.
"잠깐 얘기좀 하자"
"얘기는 무슨얘기?"
그가 히지카타의 말을 듣고는 도망치려던 몸부림을 잠깐 멈추곤 뒤를 돌아보았다.
"어디에 있었어?"
"...아 당연히.."
부슈.. 라고 말하기에 지금 마주친 이곳이 부슈와는 너무나 먼곳이기에 그는 뭐라고 해야할지 한참 망설였다.
"얼마나 걱정했는줄 알어?"
"걱정?"
"어 걱정"
"...이럴땐 나도 사고 안치거든?"
"가자-"
"어딜?"
"밥먹으러- 안먹었지?"
약간은 망설이는 그의 모습을 보곤 막무가내로 팔목을 잡아 끌었다. 자꾸 주저하는 그를 보곤 히지카타는 물었다.
"밥 먹었어?"
"안먹었어! 근데 지금 그딴 이유가 아니잖아"
"그럼?"
"근신중이라 만나서도 안되는 사람을, 부장님이 어떤분이신데 부장님께서 이러시니 제가 당황스럽지 않겠습니까?"
비꼬는 말투와 반존대, 아 오랜만이다. 히지카타는 입가에 미소를 살짝 지었다.
"지금은 그냥 선후배 사이에 밥이나 먹자고, 너 내 선배잖아?"
그 말에 그녀석 눈이 토끼눈이 되어 눈을 두어번 깜빡이더니 물었다.
"히지카타씨 맞아요?"
"응"
"또 못난이 오타쿠 버전인가.."
"아니라고 이녀석아!"
결국 소고는 히지카타와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 뭐 먹고 싶은거 있어? 오늘은 니가 먹고싶은거 사줄게 라는 인심좋은 말에 소고는 잠깐 생각하더니 마츠다이라가 기분 좋을때 가끔 데려가주는 비싼 스시집을 말했다. 그곳에 있는 초밥은 물론 맛있긴 했지만 도데체 무슨재료로 어떻게 요리를 하길래 이 가격이 나오나 하고 의문을 품을 만큼 비싼 곳이였다. 그래서 그는 마츠다이라가 그곳에서 밥을 먹자고 하면 굉장히 신나했다. 물론 그 이후에 오는 일거리는 충분히 힘든 일이였지만-
사실 당황해 하거나 장난하냐며 화내는 모습을 상상하고 말한 곳인데 그말을 들은 히지카타는 덤덤하게 알았다고 하며 가자고 이끌었다. 응? 이게 아닌데 예상치 못한 반응에 그냥 해본 말이였다고 말하곤 몇번 갔었던 회전 초밥집에 가자고 말했다. 가서 비싼접시만 먹을거야 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어디있는데?"
맞다 아까 대답 못했었지- 그는 먹던 젖가락을 그저 쪽쪽 빨아댔다. 생각해보니 굳이 숨길 이유도 없다.
"해결사 형씨랑 같이 있었어"
"해결사? 그 천연파마자식?"
응? 히지카타는 그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이였기 때문이다.
"응 어쩌다보니"
"아 그랬구나"
해결사 이자식...뭐하자는거야? 맨날 못찾았다고 해놓고는... 하지만 더이상 묻지 않았다. 지금 그 녀석 이야기를 그닥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이자식 왜 가만히 있지? 분명 만나면 나 죽인다고 난리 칠줄 알았는데.. 히지카타는 곁눈질로 옆에
앉아서 한입한입 먹는 그를 슬쩍 보았다.
"뭐, 밥먹는거 처음봐?"
"처음이겠어? 지겹게봤는데"
"보지마세요 닳아"
평소때와 다름없는 실없는 소리. 이번건 좀 오래갈줄 알았는데 벌써 풀린건가-
"만나면 죽인다고 난리칠줄알았는데 안그러네"
"그건 둔영돌아가서 할거니까 걱정마세요"
"아니.. 뭐 그런 문제가 아니라.."
히지카타는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지금 이렇게 얌전히 있는 녀석한테 괜시리 화난거 아니야? 라던가 그 전의 일을 말하면 난리가 날거같아 뭐라고 말을 꺼낼지 망설였다.
그리고 그런 히지카타를 보고 소고는 떠올렸다. 맞다 나 이녀석한테 화난 상태였었지? 하지만 축제때의 장면을 떠올리곤 인심쓰듯이 말했다.
"히지카타씨도 참, 나 완전 쿨한 남자거든요? 그딴거 뭐 기억도 안나요 남자가 되서 쪼잔하게 그런거 다 기억하고 있을줄알아요?"
응 너라면 기억하고도 남지- 특히 상대가 나라면 이라고 덧붙이고 싶었지만 오늘은 이녀석에 맞춰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냥 그래
그래 하고 넘겼다.
"뭐야 오늘 왜이래요 히지카타씨 어색하게"
"내가 뭐"
"왜이렇게 순순해요? 곧 죽을때라도 된건가"
"너 돌아오면 또 맨날 싸울텐데 오늘 하루정돈 쉬어도 되잖아?"
"..아 역시 오늘 이상하단말이야- 히지카타씨 오늘컨셉 나쁘지않았어요, 이러니까 평소보다 좀 무섭긴 하네요"
"좀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말을 들을순 없는거야..?"
밥을 다 먹은후 히지카타는 해결사의 집 앞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그 말에 소고는 누굴 어린애로 아냐며 어이없어했다.
"너 미아될까봐 그런거 아니고, 길 모를까봐 그런거 아니거든?"
"그럼 얼른 꺼지시죠 부장님"
"그냥 내가 걷고 싶어서 그래- 가자"
히지카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자연스레 얹었다. 소고는 제 어깨에 얹은 손을 한번 보고는 히지카타를 살짝 올려다 보았다.
"왜?"
"니 녀석이 자꾸 이렇게 내 어깨에 손 올리니까 내가 키가 안크는거야"
"그거 키작은 사람들의 가장 어이없는 변명이야"
"나보다 몇센치 크지도 않으면서 있는척은"
"그래, 오늘은 절대로 아무말 안할테니까 그냥 막 말해라 막해"
히지카타는 담배 한대를 꺼내어 입에 물곤 한모금 깊게 빨아들였다. 내밷은 담배연기가 까만 하늘에 잠깐 뭉쳤다가 아스라이 흩어진다.
"담배 꺼 이녀석아"
"응?"
"아무말 안한다면서요? 얼른 꺼"
잘못말했다. 이녀석이 어떤녀석인지 뻔히 알면서 그는 밷어놓은 말 때문에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방금 꺼낸 한입 밖에 못핀 담배를 발바닥으로 비벼서 껐다. 씁- 한입만 더 피고 끌껄
"맞다. 나 아이스크림 사러 나왔었는데 아이스크림도 사주세요"
"그래.."
"그리고 곧 돌아가는데 생각해보니까 나 가기전에 방 엄청 난리 쳐놓고 나왔던거같은데 정리좀 해주세요"
"그래 해줄게"
"뭐야... 소름끼쳐 왜이래"
"왜 잘해줘도 지랄이야?!"
"내가 히지카타씨한테 잘해주면 뭔가 소름끼치지 않아요?"
그말에 히지카타는 순간 생각했다. 아니.. 난 니가 잘해주면 니가 왠일이야.. 라고 생각했던거같아 그래서
난 항상 너한테 속아넘어가는 바보라고 니가 놀리잖아!
"아니다 히지카타씨 맨날 내가 잘해주는척하면서 속이면 속았던거같은데, 그거 한두번이면 그러려니 하는데 계속되면 그거 멍청한거 아닌가요?"
"니가 나쁜거지! 이녀석아!"
결국은 마지막에도 그 녀석의 페이스대로 흘러갔달까- 결국 되도 않는 말싸움을 하고 말았다. 아니 말싸움이랄까 그녀석 말에 넘어가 본인이 발끈한 거라고 봐야 맞겠다. 발끈한 히지카타의 모습에 소고는 재밌다는듯이 웃었다. 히지카타는 역시 그와 이런 관계가 피곤하면서도 떨어트릴수 없는 유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석도 자신과 똑같이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조금은 유별나잖아
해결사의 집앞에 도착해선 그가 사달라고 했던 아이스크림을 사서 안겨주었다. 그리고 간단히 인사했다.
곧 보자- 히지카타도 뜸들이는거 없이 그저 뒤돌아서 걸어갔고 소고는 꼭 살아서 봅시다- 라는 정말 여전히 어이없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는 기분좋게 걸음을 옮겼다. 본인이 왜 걱정을 했는지도 알수 없게 허무한 상황이였다. 그러고 보니 해결사 이자식은 나랑 도데체 뭐하자는거야? 히지카타는 뒤늦게 열이 뻗쳐 긴토키에게 연락을 취했다.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오시나"
들어가자마자 처음 들은 말이였다. 긴토키의 약간 열받은 표정에 소고는 건네받은 아이스크림을 긴토키에게 그대로 안겨주었다.
"자- 많이 사왔으니까 됐잖아요?"
"된게 아니라...아이스크림사러 가놓고 몇시간동안 안오면 난 무슨생각을 하면서 기다리겠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오나 라는 생각?"
"진짜 그 생각을 하고있겠냐.. 아 암튼 밥이나먹게 일로와"
"시간이 몇신데 아직도 안먹었어요? 저 밥 먹었어요"
"누구랑?"
"히지카타 만나서 같이 먹자길래 같이 먹었어요"
응? 히지카타? 그 마요라? 긴토키는 행동이 정지된듯 멈추었다.
"아.. 히지카타?"
그 순간 쇼파에 있던 핸드폰이 어느때보다 유난히 시끄럽게 울린다. 수신인란에 적힌 마요라 라는 이름으
로 저장된 이름이 선명하게 보이자 그는 핸드폰 배터리를 서둘러 분리해버렸다.
"전화 온거 아니예요? 또 집세 독촉받는거에요?"
"아.. 아니 스팸이야 스팸 광고전화 하하"
별 신경 안쓴다는듯 소고는 그냥 사왔던 아이스크림 중 포도맛 쭈쭈바를 하나 꺼내어 물었다. 긴토키는 그런 그를 한번 보더니 물었다.
"히지카타가 어디있냐고 안물어봐?"
"아 그거 물어보더라고요"
"뭐라고 했어?"
"뭘 뭐라고 해요? 여기있다고 했죠"
"아.. 그래 언제가더라?"
"4일? 아니다 낼모레, 저 전날저녁에 갈거예요"
"아 그래? ...그래 귀찮은데 빨리 가버려라"
전부 다 맘에 안들었다. 그 날은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왠일로 아이스크림 사오기 내기에서 그녀석이 졌기 때문이다. 가서 아이스크림 사오라고 할때 까진 좋았다. 왜 하필이면 오늘 내가 이기고 난리냐 맨날 졌었는데 오겠지 오겠지 하고 기다린게 3시간- 오면 밥먹으려고 기다렸는데 심지어 밥도 먹었데 그리고 하필이면 히지카타를 만났어?
그러고 보니 히지카타와 그녀석은 맨날 같이 다니는 사이인데 왜 둘이 만나는게 싫은지는 알수 없었다. 본인이 소고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품었다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는것 쯤은 알았기에 여자도 아닌 히지카타를 만나는것 쯤은 사실 상관없는 것이다.
뭐 눈엔 뭐만보인다는건가- 그렇게 생각을 해도 기분이 찜찜하게 나쁜건 어쩔수 없었다.
다른 무언갈 먹고싶지도 않아 혼자 시위하는 마음으로 식빵과 밥을 식탁에 혼자 앉아서 우적우적 먹고 있자 쇼파에 앉아서 쭈쭈바를 빨면서 보던 소고가 긴토키 앞의 의자에 앉았다.
"형씨 식빵을 반찬으로 밥을 어떻게 먹어요?"
"남이사 뭘 먹던지 말던지 뭔 상관이야"
원래 이런 성격아닌데.. 자신도 모르게 말을 툭툭 내밷고 있었다. 소고는 약간 기분이 안좋은걸 눈치챘는지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선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쭈쭈바만 쪽쪽 빨아대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무언갈 주면 다시 받길 원한다. 정확히 1:1교환은 아니더라도 내가 이만큼 해줬는데.. 너도 이만큼은 해주겠지, 내가 이때 이렇게 했는데 너도 이때 이렇게 해주겠지 정도의 기대심은 약간은 품고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줄때 다시 받을것을 기대하면 안된다는 것 쯤은 긴토키도 잘 알고 있었다. 받는걸 기대하며 무언가를 주는 순간, 그 사람에 대한 실망감이 생기고, 그만큼 괴로운건 본인이라는것도 잘 알기에 실제로 지금까지 그런걸 기대하며 누군갈 도와준다거나, 그런적은 없었다.
근데 지금 왜 이녀석에게 화를 내고 있는지, 불만을 토로 하고있는지- 사실 맘속에서 약간은 기대하고 있는것이다.
나는 너와 이렇게 있는거 둘만의 비밀이길 바랬고, 그래서 너도 나와같은 마음으로, 아무것도 아닐수 있지만 숨겨주길 바랬어
밥도 나랑 먹는다고 뿌리치고 와주길 바랬고, 나랑 최대한 오래 있고 싶은듯이 조금 더 있다 간다고 하길 바랬어
그리고 내가 좀 톡쏘듯이 기분안좋게 말하면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주지 이녀석아
식빵을 반찬삼아 먹는게 사실 맛으로 먹는건 아니지만 더더욱 어떤 맛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생각없이 밥을 거의 먹어갈쯔음- 소고가 사왔던 딸기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어 앞에 내밀었다.
"디저트예요 딸기 좋아하잖아요"
내가 좋아한다고 딸기 사왔구나..
... 병신... 이거 하나에 또 기분 다 풀려서 실실 웃고있는 나란 새끼 진짜 병신.
한번 지독한 감기에 앓아 누운이후로 긴토키는 방안에서 같이 자게 되었다. 자신이 나가서 잔다는 소고에게 이녀석아 니가 뭐 처음 남자랑 모텔간 여자야? 뭐 이리 비싸게 굴어? 그냥 같이 자는게 어때서? 라고 한마디 하자 바로 침구 하나를 더 꺼내어 옆에 깔았다. 그리곤 그는 이렇게 대꾸했다. 순진한여자로 취급되는것 보다는 썅년쪽이 더 낫네요
마침내 그가 가겠다고 말했던 저녁이 내일 저녁이다. 둘은 각각의 침구에서 천장을 보고 누웠다.
"내일 저녁에 간다고?"
"네"
"그러지말고 아침에 일찍가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힘들어요"
"내가 깨워줄게"
"형씨를 뭘믿고.. 아 맞다 약먹어야겠다"
그가 침구에서 일어나선 약을 찾았다. 그가 최근에 먹는약은 수면제였다. 수면제를 먹고 자는 그를 보고 긴토키는 옆에서 이런걸 뭐하러 먹냐고 한소리 했었다. 긴토키의 말에 그는 여기 있을때라도 푹 자려고요 가면 비상사태도 있어서 잘 못자거든요 라고 대꾸했다. 그 말이 괜히 안쓰럽게 느껴져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확실히 그 약이 효과가 있어 보이긴했다. 먹고 나면 곧 잠들곤 했으니까
물과 함께 약을 가볍게 넘기고는 다시 침구에 누웠다. 잘자요 하는 가벼운 인사 그리고 얼마 후 가벼운 숨소리가 방안에 간지럽게 퍼졌다.
"자?"
긴토키는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 자나 하고 한참 쳐다보는 와중 그가 긴토키에게서 등을 돌리고 누웠다.
등 돌리지마 정없어 보이잖아 긴토키는 그의 뒷모습을 한참 쳐다보았다.
오늘이.. 마지막인건데
긴토키는 등을 돌리고있는 그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다시한번 속삭였다. 오키타군 자? 미동도 없는 그를 보자 약간은 욕심이 생겼달까 그의 귓볼을 입술만으로 가볍게 물었다. 이렇게 가깝게 있었던 적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혹여나 잠에서 깨어날까봐 두려운 것인지, 떨려서인지 긴토키의 심장이 소리가 들릴것처럼 미친듯이 뛰었다.
자는애 상대로 뭐하는거야 나- 라고 머리로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딱 오늘 하루만인데 오늘하루만 오늘이 마지막인데 라는 아쉬움이 그를 더욱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고 숨을 후욱 들이켰을때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정도로 좋은 향기에 그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었다. 머리카락에서 뒷목으로 미끄럼타듯 내려가는 자신의 입술이 그리고 그의 살결이 무척 따뜻하다고 생각했다. 뒷목으로 옮겨간 그의 입술이 조심스레 살점을 빨아들였다. 그리곤 깰까 무서워하면서도 그를 뒤에서 살며시 안았다. 이내 그가 뒤척여 긴토키에게 안긴 모양새가 되었을때 긴토키는 순간 놀라 손을 떼었다가 이내 그를 꼬옥 껴안았다.
잘자- 그는 그의 볼에 가볍게 키스했다.
시간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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