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지오키긴] 누구에게나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15
"다음에 봐요"
그는 아무렇지 않게 환히 웃으며 긴토키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 그래.."
뒤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아쉽게 바라보았다. 우연으로도 자주 만나는 사이였으니 아예 만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서운한 감정이 드는건 어쩔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나가는 그를 급하게 붙잡았다.
"데려다줄게"
"됐어요 무슨"
자신의 손을 가만히 밀쳐내며 말하는 그의 뒷모습을 본 그는 그의 뒷목에 남은 울긋한 자국을 보곤 소스랏치듯이 놀랐다.
아 몰랐는데... 그리곤 다시 그를 급박하게 붙잡았다.
"잠깐만 잠깐만!"
황급히 방으로 뛰어들어가는 그를 보곤 소고는 이번엔 또 뭐냐고 물었다. 급하게 들어가서 가지고 나온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데일밴드였다.
"뭐예요?"
"아니 별거아닌데.. 뒤돌아봐"
수상쩍은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것을 느낀 긴토키는 왜 그런 표정으로 보냐며 괜시리 화를 냈다.
"그니까 너 방금보니까 다친곳이 있길래 잠깐 뒤 돌아봐"
"어디요?"
그는 뒷목에 울긋한 자국위에 데일밴드를 조심스레 붙여주었다. 소고는 긴토키가 붙여준 데일밴드쪽을 매만지며 하나도 안아픈데.. 하고 중얼거렸다.
"작은 상처야 작은- 일주일정도 있다가 떼면 되지 않을까?"
그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소고에게 그냥 씨익 웃어보였다.
"가자!"
그의 어깨를 감싸며 이끌었다.
그는 일부러 걸음을 천천히 했다.
바람도 크게 불지 않는 딱 적당한 날씨다. 밤이여도 서늘하지 않았고 그날따라 가늘게 떠있는 초승달이 조금은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날이다.
그러고보니 그를 처음에 만났던 날도 초승달이 유난히 눈에 박혔던 것이 생각났다.
"너 처음 만났을때도 초승달이였어"
"에? 그런걸 기억하고있어요?"
"그날 우연히 하늘을 봤거든"
"그 표현 참 시적이네요 형씨와는 안어울리게"
그 말에 긴토키는 작게 웃었다.
"나 만나러 또 올거지?"
"음.. 일있으면?"
"일없어도 와, 너랑나 절친한 친구잖아?"
그말에 소고는 미츠바에게 그렇게 소개 했던 일을 떠올렸다. 긴토키는 말을 이었다.
"AS끝내주지? 계속해줄게"
"딱히...."
"아닙죠 고객님, 나름 너 VIP야 니가 의뢰 젤 많이 했을걸? 이 정도 서비스는 해드려야지"
"형씨가 왠일이예요? 그리고 형씨 요즘 좀 이상해요"
"나? 내가 뭘?"
"우리들 싫어하는거 아니였어요?"
"우리들이라니? 아아 신센구미? 아직도 싫어하는데?"
"요즘 형씨가 저한테 너무 과한 친절을 베푸니까 약간 무섭다고요 이거, 나중에 왠지 엄청난 청구금액이 날아올것같은 불안함 같은거? 아무리 그러셔도 전 안넘어갑니다?"
"넌 친구니까!"
"친구같은 소리.."
"아아! 아니다 친구지만 너무 편해지는건 별로야 음.... 일단 내가 나이는 너보다 훨씬 많잖아?"
친구라고 편하게만 다가갔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더러 있음을 생각해내고 긴토키는 급하게 말을 수정했다.
"나이많은게 자랑입니까?"
"응 자랑이야 여튼 너 안오면 내가 찾아갈거야"
"그럼 체포할거예요"
"체포당하면 너랑 취조실에서 얘기도 하고 그러려나? 난 초코파르페로 부탁해"
그 말에 소고는 소리내어 웃었다.
"형씨는 이런점이 재밌어서 좋아요"
"응?"
"근데 요즘 과한거 아녜요? 다른사람이 보면 형씨가 나 좋아하는줄알겠어"
재밌다는 듯이 웃는 그 모습을 보고 긴토키는 그저 아.. 그런거 아냐.. 이정도의 간단한 대답을 했다.
"소름끼치죠? 그러니까 작작해요 형씨도"
그 말에 긴토키는 아무대답도 하지 않았다.
장난식으로 말한것에 반응이 보이지 않자 그는 긴토키는 올려다 보았다. 사뭇 진지한 표정에 웃으며 형씨? 하고 되물었다. 그런 그를 보고 긴토키는 잠시 생각하는듯 하다가 애써 웃어보였다.
사아아하고 바람에 부딪치는 나뭇잎의 마찰음이 그 순간 유난히 크게 들리었다.
"다왔네 난 갈게 또 보자"
먼저 뒤돌아서서 걷는 그의 뒷모습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그의 머리칼이 여운있게 느껴진 것인지 소고를 조금은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한달만에 둔영에 도착한 그는 경비병들과의 가벼운 인사를 나누곤 바로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열자 그는 조금은 놀랐다. 히지카타에게 전에 장난식으로 청소좀 해놓으라고 말한걸 정말로 실행해 놓을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왠일이야? 그는 오랜만에 돌아온 본인의 공간에 새삼 한번 둘러보곤 침구위에 풀썩 몸을 눕혔다.
'나 만나러 또 올꺼지?'
'너 안오면 내가 찾아갈거야'
그리고 마지막에 긴토키의 새삼 진지한 표정이 자꾸 머리속에 맴돌아 괜시리 마음이 복잡했다.
소고는 긴토키의 그런 괴짜스러운 모습을 좋아했다.
시시껄렁한 농담도 그렇고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서 그런지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 그도 곧 잘 따랐다. 그 밖에 여러가지의 도움을 받은 일도 있었고, 실력도 있고 그리고.. 히지카타와의 닮은 면이 었다는것도 한 몫 했을것이다.
그에겐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는 아니여서 그런지 그냥 이런저런 생각에 머릿속이 잔잔한 호수에 돌맹이 하나를 던져 넣은것 마냥 잔잔하게 울렸다. 사소하다고 생각한 그는 깊이 생각하진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잡았다. 그냥 사람이 쓸데없이 진지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는 그 순간이 지금이라고 단정했다.
문 밖에선 타박타박 하고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히지카타인가? 또 일하다 이시간에 들어오나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 발걸음에 귀를 기울였다. 소리내어 움직이던 발걸음이 멈추더니 방문이 드르륵 열렸다.
"누가 멋대로 들어오래?"
소고는 몸을 반쯤 일으키곤 히지카타를 쳐다보았다. 그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지 히지카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 내일올줄알았는데"
"아침에 못일어날것같아서요 근데 주인도 없는 방엔 왜온거야?"
"아니 그냥.."
"없어진거 있으면 히지카타씨가 가져간 겁니다? 나 책상위에 이만엔정도 두고 갔던거같은데..."
"잘 정리 됐나 확인하려고 그랬다 이녀석아!"
결국 머리를 한대 얻어맞고는 아픈지 머리를 매만지는 그를 보고 살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손치워 이녀석아"
그는 히지카타의 손을 쳐내며 노려보았다.
"너 없어서 심심했어"
"지금당장 꺼지라고 할땐 언제고? 그 다음엔 뭐? 걱정?"
"그.. 그거야 당연히 걱정하지! 네 녀석이 어디서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는데!"
"돌아왔으니까 이제 더 사고치고 다닐거니까 기대하세요"
입이 댓자로 나와선 투덜투덜거렸다.
"얼른 잠이나 자- 내일 일어나야되니까"
문을 닫고 나가려는 히지카타에게 그는 닫히는 문을 손으로 저지했다.
"음.. 방청소 해달라는건 그냥 한말이였는데 진짜 해놔서 놀랐어요"
"...응?"
의외의 말에 히지카타는 놀란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니까.. 음.. 다음에도 부탁한다고요"
시선을 못마주치고 답지않게 말도 살짝 더듬으면서 말하는 그를 보곤 히지카타는 피식 웃었다.
그냥 고맙다고 하지 이 자식이
"아 그리고 나 뭐 먹고싶어요"
"응? 근데"
"라면끓여주라"
"너 내일 팅팅붓는다"
"괜찮아요 누가 나 자세히 보는사람도 없을거니까"
"그나저나 니가 끓여먹으면 되잖아,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둘다 있긴한데 귀찮으니까 좀 해주라 히지카타 이녀석아"
내가 미쳤어? 하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 히지카타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석의 손에 이끌려 부엌까지 이끌려 왔다는걸 알았다. 소고는 식탁에 앉아서 얼른해 히지카타- 하고 말하며 턱을 한손으로 괴곤 쳐다보고 있다.
저자식이 아주 나를 부려먹네 부려먹어
"라면은 건강에 안좋으니까 국수먹어"
"그거 만들기 귀찮은데"
"니가해? 나한테 만들으라고 시켰잖아 암튼 라면은 안돼"
"할줄은 알아요? 왠지 맛없을거같은데"
"사람시켜놓고 지금 그게 할말이야? 이녀석아"
"알았어- 빨리해 히지카타 빨리"
히지카타는 소고가 해달라는것을 투덜거리면서도 거의 다 해주는 편이다. 그리고 그걸 알고있기에 소고도 곧 잘 이용해먹었다. 물론 그런 부탁은 사소한 일일 경우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어느날은 무리한 일을 막무가내로 한참을 우겨댔을 때가 있었다. 뭐 사실 그 일도 괜한 고집이였지만, 절대 안된다는 히지카타의 단호함에 약간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래 그럼 어쩔수없지- 하고 약간 유순한 말투를 사용해서 말하자 히지카타는 굉장히 당황해했었다. 결국 그때 소고는 자신의 고집대로 이루었지만, 히지카타가 갑자기 순순히 말을 들어준 그 이유를 후에 짐작했을때 그는 기분이 좋지않았다.
돌아갈때 그 모습을 옆에서 본 다른 대원중 하나가 말했다.
'대장, 아까 순한 표정지으니까 누님하고 굉장히 많이 닮으셨어요'
그 말을 들은 이후로 그는 히지카타 앞에서 다시는 그런 표정을 보이지않았다. 자신을 통해 미츠바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 나빴기 때문이다.
히지카타는 먹음직스럽게 김이 폴폴 나는 국수 한그릇을 앞에 내려놓았다.
"히지카타씨는 안먹어요?"
"난 생각없어 너 먹어"
젓가락으로 국수 한젓가락을 집어선 한입 먹고는 말했다.
"맛없어"
"너 내가 먹어서 맛있으면 죽어"
히지카타가 소고의 말에 신경질적으로 젓가락을 들곤 몇가닥을 먹곤 말했다.
"완전 맛있거든 이거? 사먹는것보다 훨씬 낫거든?"
그의 말에 소고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같이 먹어"
"음.. 그럼 마요네즈 넣어서 먹을까?"
"됐어 그냥 꺼져"
"장난이고 너 먹어 난 생각없어"
그리곤 앞에 앉아서 그가 먹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너 살쪘어"
그의 말에 한참 먹던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좀 쪄도 되지 뭐? 그리고 사람 먹는데 앞에서 그딴 얘기할바엔 그냥 꺼지는게 좋지 않을까요?
"지금이 더 보기좋아"
"웃기지도 않네 진짜"
"진짜야"
"..."
그는 의외의 말에 먹는걸 잠시 멈추고 그를 한번 쳐다보았다.
"돼지야"
그럼 그렇지
"죽어 히지카타 이녀석아!"
먹다 말고 그렇게 또 부엌에서 한바탕 난리를 치게 된 건은 둘다 항상 있던 일이라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였다. 그래도 오랜만이라 그런지 소고는 이런 순간이 나름 재미있었다. 한참을 투닥투닥 싸우다 히지카타가 소고의 볼을 가볍게 잡아 늘였다.
"이만 자자 내일 오랜만에 일하러 가잖아 너"
평소라면 더 대들었을 그였지만 그날 히지카타의 손길과 살짝 미소짓는 얼굴이 새삼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달까- 알수 없는 오묘함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날 밤 그는 어째서 자꾸 그녀석이 만진 볼 언저리가 자꾸 생각나는지 알수 없었다.
-
소고는 손바닥에 잡히는 단풍잎에 그는 위를 올려다 보았다.
단풍잎?
하늘에 가득 떠있는 별이 총총히 빛나고 있었다. 밤이구나
주변을 둘러보곤 자신이 서 있는 곳은 전에 살던 부슈의 집이라는것을 알았다. 어째서 그런곳에 자신이 있는지는 알수 없었지만 시골 특유의 으스스한 나무 그림자가 조용한 마찰음을 내며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가볍게 들리는 말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인채 말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겼다.
"다같이 에도에 가서 군대를 만들거라는게 사실이예요?"
"누가그래?"
"소고가 어제 신이 나서 말했어요"
"바보같긴"
"저도.. 데려가 주세요"
이 말소리... 그는 말소리가 들리는 곳을 나무 뒤에서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미츠바와 히지카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많이 본... 많이 본듯한 장면이였다.
"전.. 소고의 부모와 같은걸요 그 애에겐 내가 있어야해요.. 그리고 나.. 모두와..."
아.. 이건.. 다시 보고싶지 않은 장면이다. 이미 겪었던 일인데도, 그는 더이상의 말을 듣고싶지 않았다. 뛰어나가서 말리고 싶은 그 한마디가 남아있었기에-
"토시로 씨와 함께 있고 싶어"
아...
"이녀석아- 일어나"
익숙한 목소리에 그는 벌떡 일어나 안대를 벗어제꼈다. 그를 깨운 히지카타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꿈이였다지만 일어나자마자 그 녀석을 보자 갑자기 확 기분이 나빠진 그는 투덜투덜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 근래 이틀 쭉 똑같은 꿈을 꾸었다. 같은 꿈을 연달아 꾸었다는게 그는 썩 기분이 좋진 않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찝찝함이랄까
샤워 후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대충 닦아내곤 아직 꿈의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일까 그는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다. 대충 닦아내 머리카락에서 아직도 천천히 똑 똑 떨어지는 물방울이 간지러웠다.유카타의 어깨부분이 살짝 젖어갈때 쯔음 히지카타가 열어놓은 방문 밖에서 그를 보곤 들어와 그의 덜 닦은 머리 위에 수건을 풀썩 얹었다.
"잠 덜깬거야? 이러고 있으면 감기걸린다"
꿈은 꿈일 뿐이니까- 이미 다 끝난 이야기고. 그는 다시 마음을 다잡곤 그가 얹은 수건으로 마저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아 냈다.
준비를 마치고 회의실로 향하려던 차에 그는 히지카타를 마주쳤다. 아침엔 원래 상태가 저기압이기도 하고 딱히 그 와중에 친한척을 하고 싶진 않았기에 말없이 뒤돌아서 가려는 와중 히지카타가 그를 불렀다.
"목 뒤에 다쳤어?"
그는 새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었다. 히지카타의 말에 그제야 생각이나 데일밴드가 붙여진 뒷목 부근을 손가락으로 살짝 어루 만졌다.
"네 뭐.. 근데 가볍나봐요 아프진않아"
"봐봐"
"안아프다니까?"
히지카타는 그를 자신의 방으로 잡아 끌었다.
"방에 하나있으니까 그거로 붙여줄게"
"아 괜찮다니까"
"그럼 좀 봐봐 니가 뒤를 잡혀?"
"싸움같은건 안했는데.. 그냥 어쩌다 다쳤나봐요"
히지카타는 목 뒤에 붙어 있는 데일밴드를 떼어냈다. 그러자 소고가 물었다. 어때요? 아무렇지도 않죠?
"..."
상처? 라기엔 이건.. 히지카타는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그건 누가봐도 키스마크라고 생각할 자국이였기 때문이다. 그 자국을 보자마자 그는 머리를 새게 얻어맞은듯 머리가 띠잉 하고 울리는듯히 놀랐다.
왜그러냐고 묻는 그녀석의 말에 다시금 정신을 차린 그는 다시 그 자리에 밴드를 급히 붙여주었다.
"어.. 어어 좀 더 붙여야겠다야"
"흐음- 이상하네 여튼 먼저갑니다"
소고는 히지카타를 뒤로하고 먼저 회의실로 향했다. 히지카타는 그것을 보고 그리고 그녀석의 뒷모습을 보고 그 순간 수많은 생각이 머리속을 왔다갔다 하는것을 느꼈다.
에이 그럴리가- 말도 안돼-
혹시 모르는거긴한데..
회의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흘렀다. 무슨말을 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땐 모두가 흩어지며 소소한 농담따윌하고 있는 풍경이다.
"그래서 그 여자랑 해봤어?"
"무슨소릴 하시는거예요!"
"좋아하는 여자 있다며? 뭐야 설마 해보지도 못한거야?"
익숙한 음담패설. 히지카타가 본 곳에는 소고녀석이 다른 대원들을 놀리며 음담패설따위를 던지고 있었다.
그에 더불에 다른 대원들도 함께 옆에서 키득키득 웃으며 장단을 맞춰주고 있었다.
"대장, 너무 그러지마세요 차였데요"
"차여? 진짜? 그럼 입으로라도 한번 해달...아얏"
뒤에서 험악한 표정으로 서있는 히지카타를 보곤 다른 대원들은 재빠르게 도망치기 바빴고, 소고는 자신을 때린 히지카타를 노려보았다.
원래도 그런 말을 하면 찾아가서 혼내곤 했지만 아침에 본게 있어서 그런지 그날따라 히지카타는 더욱 예민한 상태였다. 심지어 저런 농담을 하는 녀석이였다- 는 생각이 들자 머릿속은 시장통마냥 시끄러운게 정신이 하나도 없다.
"따라와 이녀석아 너 오늘 나랑 같이 순찰이야"
"와 운전 오랜만이다 근데 저희는 어디쪽으로 갑니까?"
소고는 운전석에서 핸들을 매만지며 말했다. 대답을 기다리는 소고를 보는 그는 자꾸 그녀석의 목쪽으로 시선이 가는걸 멈출수가 없었다. 그와 동시에 왠지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게 주체되지 않았다.
"..그것도 안보고 왔어?"
"당연히 히지카타씨가 보고왔을거 아녜요?"
"안봤어 가서 보고와"
아 유치하다- 본인답지 않게 지금 괜한 일로 화풀이 한다는걸 히지카타도 알았지만 치밀어 오르는 짜증에 괜히 툴툴거렸다. 서로 말없이 있어도 어색한 사이는 아니였지만 오늘 따라 상태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 소고는 히지카타를 한번 보더니 말을 꺼냈다.
"라디오 틀까요?"
"아니"
"그럼 음악?"
"닥치고 운전이나 해"
그의 표정이 굳어있는걸 보고 그는 말없이 라디오의 전원버튼을 눌렀다.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시시한 사연따윌 소개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히지카타는 짜증이 확 밀려와 신경질적으로 전원버튼을 다시 눌렀다.
"싫다고 했잖아, 운전이나해"
"히지카타씨 그거 신경과민이예요 신경과민"
"닥쳐"
가볍게 대꾸 해주고는 창문을 열고 담배를 물었다.
평소에 자주 티격태격하는 사이인건 맞지만 갑자기 분위기가 확 가라앉은 히지카타를 보고 소고도 의아했다. 무슨일 있냐고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는 히지카타의 태도에 그 역시도 슬슬 짜증이 몰려오고 있었다.
"일 끝나고 오랜만에 사격할래요?"
"혼자해"
히지카타는 곁눈질로 소고를 한번 훑어 보더니 말을 이었다.
"쉬는 동안 뭐했어?"
"뭘하긴요 자숙하고 있었죠 얌전히"
"요시와라 갔었냐?"
"그런데가서 암퇘지들한테 내돈 퍼주는건 사양이거든요"
"그럼 공짜로 노셨나봐?"
소고는 그 말에 히지카타를 한번 쳐다보고는 브레이크를 신경질적으로 밟았다. 때문에 차는 귀가 찢어질듯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멈춰섰다. 히지카타는 그렇지 않아도 겹친 화가 그 탓에 더욱 열받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소고는 사실 그 정도의 농담이였다면 화를 내진 않았겠지만, 히지카타의 태도 그리고 비아낭대는 말투가 농담이 아니였기에 그를 더욱 열받게 만들었다.
"내가 너 운전 이런식으로 하지 말랬지"
히지카타의 낮게 깔린 저음을 듣는둥 마는둥 소고는 무전기를 꺼내들고 야마자키에게 연결했다.
"어- 야마자키 지금 우리 카부키쵸 d구역쯤이야 여기로좀 와"
"너 지금 뭐하는.."
"땡땡이 칠거야"
"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고는 차 문을 신경질적으로 닫았다. 부서질듯 무섭게 닫히는 차문과 함께 열려있는 창문틈으로 차키를 던져 넣곤 말했다.
"야마자키 불렀으니까 야마자키한테 운전하라고 하세요 부장님"
한참을 걷다 소고는 곧 후회했다. 내가 내릴게 아니라 그녀석에게 내리라고 할걸- 키 주지말고 그냥 가지고 올걸그랬나 어떻게 하면 더 열받게 할지 약간은 궁리하는 와중 경단집에 앉아서 경단과 단팥죽을 먹고 있는 긴토키를 발견했다.
"어? 형씨"
긴토키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어- 오키타군 제복입은 모습보니까 또 새롭네"
소고는 긴토키의 옆에 앉아 그가 먹으려고 놓아둔 4개짜리 경단을 집어 들었다.
"그렇죠? 형씨는 여기서 뭐해요? 일?"
노란 안전모를 쓰고 평소의 옷차림이 아닌 작업복같아 보이는 후줄근한 옷차림을 보고 그가 물었다.
"오늘은 지붕 수리공이야 지금 신파치도 하고 있는데 나 땡땡이 치고있어"
"나도 땡땡이 치는중인데"
"이거봐! 우리 닮았지?"
긴토키의 말에 그는 그냥 피식웃었다. 그리곤 이내 긴토키가 데려다줄때의 상황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근데 넌 돌아가도 역시나 땡땡이 치고 있구나 어때? 가니까 좋아?"
"세상에 일하는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난 좋은데? 일좀 있었음 좋겠어 둔영에 일없어?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난 사소한것도 완전 오케이거든?"
"음.. 지금은 없는것 같은데 있으면 바로 의뢰할게요"
"너 지금 땡땡이 치는거면 나랑 같이 놀자"
긴토키는 소고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이미 같이 놀고있잖아요?"
히지카타는 곧 바로 다시 연락을 취해 야마자키에게 오지 말라고 다시 일렀다. 하지만 그도 바로 일을 할 생각은 나지 않았기에 운전석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신경과민이예요 신경과민'
갑자기 소고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래 나 지금 좀 피곤해서 예민해진건가봐
히지카타는 차에 있는 라디오 버튼을 눌렀다. 그냥 조금 쉴겸 라디오따위나 들으며 시간이라도 떼울 셈이였다. 조금만 듣다가 다시 일을 해야겠다 하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겐 자꾸 화를 내게 되는것 같아요. 관심없는 사람에겐 오히려 화를 내지 않게 되죠 보세
요 대표적으로 어머니들은 항상 자식들에게 화만 내시죠 하하
예를들어 관심없는 사람이 감기에 걸렸다- 그럴경우 그냥 조심해 빨리나아 등등 겉치레에 가까운 얘기를
하게 되지만 관심있는 사람일경우 어쩌다그랬어! 그러니 내가 조심하라고 했잖아! 이렇게 화를 내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화를 내기전에 3초정도 생각해 보고 말을 해보세요.
걱정해서 화를 내는거지만 상대는 그걸 서운하게 생각할수도 있지않겠어요?]
시시하다. 시덥잖은 라디오를 잠깐 듣다가 그는 다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동을 걸었다. 라디오는 당연히 꺼버렸다. 그런 감성팔이 식의 라디오는 들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후, 그는 순찰을 하다 긴토키와 함께 웃고있는 소고를 먼 발치에서 발견했다.
해결사녀석. 전에 의뢰일이 있고나서 연락을 다 피하고는 나중에 성의없이 문자가 달랑 한개 왔다.
[잘 된거잖아? 우리 서로 힘빼지말자고^ㅇ^]
어떻게 하면 그렇게 문자도 열받게 보내는지 그것도 재주라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소고녀석은 모르는거같았는데.. 여자에 흥미도 없는애가 진짜 여자랑 놀았을것 같진 않은데..
그리고 저녀석은 왜 나한테 자기가 데리고 있다고 말도 안해준거야? 내가 뻔히 걱정이되서 그런다고도 말했는데
좀 떨어진 곳에서 잠깐 지켜보던 그는 긴토키가 소고를 바라보는 눈빛, 손길을 보고 알수 없는 분노로 끓는걸 느꼈다.
그리곤 그 순간 화가나서 였는지 저 해결사 녀석, 혹시 쟤 좋아하는거 아냐? 하는 본인이 생각해도 어이없는 상상을 해버렸다. 저 목에 키스마크 남긴사람이 저새끼 아냐? 그리고 그 상상의 끝에 이성을 잃었다.
그리고 그는 차에서 내려 그 둘에게 다가갔다.
다가온 그를 보고 긴토키도 소고도 동시에 그를 쳐다보았다. 소고가 무어라 말을 하려고 할때 그는 거칠게 그의 손목을 억지로 잡아 끌었다.
의아한 행동에 소고가 잡아 끌려 가면서 잠깐- 잠깐만, 하고 외쳤지만 그의 귀에는 웅웅 거리는 소리로밖엔 들리지 않았다.
긴토키는 그런 히지카타를 그자리 그대로 앉아 날카로운 눈매로 지켜보고 있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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