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C

[히지오키] 비창 1

2016. 1. 8. 17:30

*근친주의*













"음.. 그러니까.. 이걸 한번 읽어 보시는 게..."


담임 선생님이 직접 연락이 와서는 어머님께도, 소고에게도 알리지 말고 퇴근시간에 잠시 면담할 것이 있다면서 히지카타에게 연락이 왔다. 그리고는 머뭇거리면서 내민 종이. 


"이게 뭐죠?"


"음..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주제로 작문을 해보라고 했더니 이런 글을 썼어요 음... 사실 제출한 것은 아니고 쓰고서는 제출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학교가 끝난 후에 교실에 정리할 게 있어서 갔다가 떨어져 있어서 우연히 발견한 거예요. 이러면 안 되겠지만 왜 제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읽고 나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저는 도무지 모르겠기에.. 어머니에게 말씀드릴 사항도 아닌 것 같구요.물론 아직 아이가 어리다면 어린 나이이니, 감정의 혼돈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아니, 그냥 어린 나이에 겪는 잠깐의 성 정체성의 혼란이라고 보고 있어요. 오이디푸스 증후군이라던가.. 뭐 그런 증후군이 있잖아요. 이런 경우는 뭐라고 할지 잘 모르겠다만.."


담임 선생님은 약간 고민을 하면서 말을 꺼내다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버님, 제 생각엔 소고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많이 못 받았기 때문에 이러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하고 장난치면서 평범하게 노는 것을 보면 심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다만, 그냥 아이에게 관심을 좀 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네 뭐.. 이건 천천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히지카타는 담임선생님이라는 여자에게 받은 종이를 들고는 학교에서 나왔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게 당황하는 그 여자를 보니 무슨 글이길래 이럴까 하는 생각도 심심치 않게 들었다. 어릴 적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던 히지카타는 아버지가 아들을 대할 때엔 어떤 식으로 대해야 좋을지 몰랐기에 서툴렀던 것일 뿐이었고, 그래서인지 조금은 더 자상하게 대해줘야겠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생각만큼은 수차례 했었고, 그를 못마땅해한 미츠바도 여러 번 이야기를 했었다. 그것이 쉽게 고쳐질 수 있는 문제였다면 이렇지도 않았을 텐데.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 여선생이 너무 말을 더듬어서인지, 아니면 너무나도 저를 안심시키려 해서 인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곧바로 그 종이를 펼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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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아빠랑 이혼을 한다면 누구랑 살 거야? 하고 묻는다면 다들 곤란해하잖아요. 근데 나는 바로 대답할 수 있어요. 엄마를 따라가겠다고! 그러면 나는 엄마의 기존의 성을 따라갈 거잖아요. 그럼 나는 오키타 소고가 되는 것이고, 그럼 아빠와는 남이 되는 거야. 근데 뭐.. 둘이 헤어질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슬프긴 하지만요.  


내가 봐도 나는 아빠와는 티끌만큼도 닮지 않은 아이예요. 사람들도 아빠는 하나도 닮지 않았지만 엄마와는 정말 똑같이 생겼다면서 다들 놀라 해요. 그래서인지 가끔은 아빠가 친아빠는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해요. 내가 봐도 엄마는 예뻐요. 성격도 조용조용한 여성스러운 성격이지만, 웃는 얼굴로 사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에요. 어떻게 보면 가장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아빠는 엄마와 연애할 때 당시 엄마를 엄청 괴롭게 했었데요. 그래서인지 엄마에게 꽉 잡혀서 살아요. 아빠는 나보다는 엄마를 훨씬 훨씬 좋아해서 무언가를 하다가도 엄마가 부르면 다 내려놓고 달려가요. 나는 그게 싫어. 

나는 아빠가 좋아요. 아빠는 나이에 비해서도 엄청 젊어 보이는 인상인데다가, 사람들이 말하길 능력도 좋아서 그 나이에는 걸맞지 않은 높은 직위라고 하더라고요. 멋있어. 나도 아빠처럼 되고 싶기도 하고, 아빠가 상대적으로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래요.


내가 딸이었으면 아빠는 나에게 더 관대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잠깐 했어요. 엄마랑 똑같이 생긴 내가 여자였다면 정말로 엄마와 똑같이 생겼을 텐데. 남자아이라는 것으로 아빠는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일까요? 


아주 가끔 학교를 태워다 줄 때가 있어요. 차 안에서도 별 대화는 없어요. 그냥 차 시동 소리, 미세한 엔진 소리, 닫은 창문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바깥소리만 들려요. 안전벨트 해야지. 하고 건조하게 한마디 할 뿐... 엄마와 나란히 앉아 있을 때는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직접 안전벨트도 매주거든요. 너무 조용하다 싶으면 용돈이 필요하냐고도 물어봐요. 그러면 나는 보통 없어요. 하고 대답하고는 또다시 바로 대화가 끊어져요.


싫어요. 아빠. 나도 엄마처럼 대해주세요. 내가 남자아이라는 것을 빼면 나도 엄마와 똑같이 생겼잖아요. 나는 엄마처럼 무서운 사람이 아닌 데다가, 사실 내가 엄마보다 아빠를 더 사랑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학교에 도착해서 내리려고 하면 또 한마디 해요. 집에 일찍 들어와라 하고. 그것도 날 위해서는 아니고 엄마가 걱정하기 때문이에요. 그게 싫어서 한 번은 연락도 없이 밤늦게 들어간 적이 있어요. 11시에 집 앞에 와서는 아무 말없이 서 있는데 날 찾아다니다가 들어오는 길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그때 마침 집에 돌아오던 아빠를 집 앞에서 마주치고는 처음으로 아빠에게 맞았어요. 뺨이 얼얼하니 뜨거워져서 그냥 손으로 만지작거리는데 이후에 엄마가 와서 날 발견하고는 와락 끌어안아주더라고요. 걱정했다면서, 어딜 갔다 오느냐면서. 아빠의 표정에 불안함이 잔뜩 보여서 내가 걱정이 되어서 나를 때렸다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나 아픈 거 싫어하는 거 알면서.


그날 잠자리에 누워 자려는데 누가 들어오는 것을 느꼈어요. 잠들지 않았지만 잠든척하고 있었어요. 엄마가 왔나? 하고 생각하는데 엄마가 아닌 아빠였어요. 아빠에겐 아빠의 냄새가 나거든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옅은 담배 냄새. 그리고는 내 침대로 다가와서는 내 머리칼을 살짝 넘기고, 본인이 때려서 빨갛게 부어있는 뺨을 살짝 손으로 감싸줬어요. 그때 너무 심장이 뛰어서 미쳐버릴 것 같았어요. 엄마와 같이 오지 않고 혼자 왔다는 게 나는 더 좋았어요. 그리고 그때 나는 아빠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엄마 몰래 나에게 온 이유가 그것이 아니고는 무엇이었겠어요? 아빠는 엄마의 눈치를 보는 거예요. 내가 조금 더 용기가 있었다면 목이라도 확 끌어안았을 텐데. 그럴 용기는 차마 없었어요. 


아빠가 한참을 내 옆에서 있다가 돌아간 후, 그때야 나는 호흡을 진정시키고,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했어요. 그러고 보니 아빠는 나를 볼 때 항상 뜨거운 눈빛으로 봤던 것 같아요.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닌 것인데, 나는 그 눈빛을 보지 못 했던 거예요. 혹시 나와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된다면 나를 더, 더, 더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일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내가 이미 아빠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도 몰라요. 엄마는 무서운 사람이니까 아빠는 엄마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도 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지도..


그 이후로 아빠는 정말로 나를 볼 때에 약간은 비밀스러운, 그래서 조금은 은밀한 것을 나누고 싶다는 눈빛을 보내요.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지만, 이것은 그 눈빛을 보는 당사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거예요. 나는 그래서 항상 잔뜩 설레요. 엄마는 요즘 왜 이렇게 기분이 좋니? 하고 물어봐요. 안돼! 비밀이야, 그렇죠 아빠? 나는 속으로 생각하고는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저어요.  


사람이 사랑을 할 때는 정신적인 교감뿐만이 아닌 육체적인 교감이 동반되어야 한대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그건 정말로 그 어떤 것보다 설레는 것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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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정말로 나를 볼 때에 약간은 비밀스러운, 그래서 조금은 은밀한 것을 나누고 싶다는 눈빛을 보내요.'


다 읽고 나서 히지카타는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사실 소고 녀석이 진심으로 이런 것을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한 장난이었을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면서, 동시에 최근 정말로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그 녀석을 생각하면서 약간의 찝찝함을 느꼈지만.. 그 녀석의 담임선생님이라는 여자의 말대로 자신이 너무 무뚝뚝하게 굴은 것에서 온 애정결핍을 분출하는 다른 형태라고 생각을 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을 하려고 노력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이미 집에 와있는 소고와 미츠바가 있었고, 미츠바는 웃으면서 왔냐고 밝은 미소로 맞았다. 소고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하고 인사를 할 뿐이었다. 저렇게 자신에게 말도 잘 걸지 못하는 애가 설마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그는 그냥 잊어버리려 고개를 젓고서 겉옷을 벗었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설마 진심일까? 하는  어이없는 생각에 자꾸만 사로잡혀 그의 아들을 관찰했다. 그 녀석은 눈은 잠깐 마주칠 때마다 두려운 듯이 황급히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썼던 글에서는 엄마를 무서운 사람이라고 써놓았지만 하는 행동을 봤을 때는 아버지인 자신을 어려워하지만, 어머니에게는 어리광도 피우는 그저 평범한 아들이었다. 


"소고, 잠깐 이리 와볼래?"


마침 미츠바는 그를 불렀고, 그의 아들은 즐거운 듯이 네에~ 하고 대답을 하면서 총총 뛰어갔다. 15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앳된 모습이 아직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미츠바는 자신이 쿠키를 구웠다면서 소고에게 맛을 보라면서 재잘대고 있었고 소고는 웃으면서 어머니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 


"와서 하나 먹어봐요"


미츠바는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히지카타에게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 그는 그제야 약간은 정신을 차리고선 그들에게 다가갔다. 소고는 여전히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다. 담임 선생님이 말했던 애정결핍으로 인한 다른 표출이라는 말을 떠올리고는 미츠바 옆에 서 있는 그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다. 그 행동이 그렇게나 놀랄만한 일이었는지, 화들짝 놀라면서 쳐다보는 그 눈동자가 미츠바와 많이 닮았다. 그리고는 소고는 곧바로 고개를 푹 숙였다. 조금은 기뻐하는 듯한 모습이어서 히지카타는 한편으로 미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모든 것의 원인은 어쨌든 본인에게 있다는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히지카타는 그날부터 수많은 고민을 했다. 분명히 담임 선생님은 별일 아니라고 했고 잊으라고 했지만 자꾸만 따라다니는 그 글귀들이 소고를 볼 때마다 떠오르고 그를 가로막아 그의 아들에게 더더욱 다가가지 못 했다. 잠깐 눈이 마주치면 서로 시선을 피하기에 바빴다. 


히지카타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와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결론을 짓고서 미츠바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기숙학교에 보내자는 말에 미츠바는 떨어지고 싶지 않다면서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냐며 당황해했지만 히지카타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 조금은 냉정해지라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했고, 결국에 미츠바는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무리해서 결정한 것이었기에 소고도 그 소식을 듣고는 일방적인 통보에 당황해했다. 하지만 그는 별말없이 그의 아버지의 말에 수긍을 하듯이 고개를 숙인 채 별 말은 하지 않았다. 기숙 학교로 가는 길에 그는 히지카타를 조금은 애처롭게 쳐다보았지만 히지카타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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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지카타는 그를 보낸 이후로 그가 마지막에 쳐다보던 그 눈동자를 자꾸만 생각했다. 어쩌면 정말로 자신이 그 아이에게 정말 무언가가 있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이나마 하기도 했지만 그럴 리는 절대로 없고, 소고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것은 그 아이의 착각일 뿐이라며 끔찍한 무언가를 본 듯이 강력하게 부인하였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잠시나마 품은 자신을 증오했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죄악인 것이다.

제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미츠바를 보면 이내 그런 생각은 가루가 바람에 날리듯 날아갔다. 이렇게 예쁜 아내를 두고.. 어떻게 감히 다른 마음을 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왜 인지 모르게 그 아들이 두려웠고, 만나지 않아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아버지 된 자의 정으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어찌 없겠냐만, 그럴 때마다 이따금 그가 썼던 그 문제의 글을 다시금 읽어보았다. 하지만 읽을수록 이상한 기분이 들어 왜 이것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었는지 본인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 히지카타는 그 종이를 꾸깃꾸깃 구겨서 쓰레기통에 즉시 버렸다. 왜 인지 자꾸 그가 자신에게 보낸듯한 그 편지가 아름다운 미성으로 그의 귀에 가까이 대고 속삭이는 듯한 간지러운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를 기숙학교로 보낸 이후 2년 동안 히지카타는 그를 절대로 마주치지 않았다. 소식은 미츠바에게 틈틈이 들었다. 미츠바는 웃으면서, 우리 소고가 많이 컸어요, 키도 많이 컸고, 이제 다시 보면 당신은 못 알아볼지도 몰라. 하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이내 못마땅하다는 듯이 왜 아이를 만나려 하지 않느냐면서 핀잔을 주기도 했다. 히지카타는 그런 미츠바에게 이번엔 꼭 만날게 하고 핑계를 대고서 막상 그 당일이 되면 일 핑계를 대고선 그 아들을 만나는 것을 꺼렸다. 그렇게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너무 오랜 기간이 흘렀기에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다른 마음을 품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아들과 작게나마 의심했던 자신도 서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히지카타는 이번에 그 아들이 오는 날에는 꼭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오랜만의 만남이라 그런지 은근하게 설레기도 하고, 새삼스레 자신이 참으로 독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보통의 아버지라면 이런 판단은 내리지 못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모두 그를 위한 결정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며 그것으로 애써 위안을 삼았다.


"오늘은 소고가 집에 온대요. 오늘은 절대로 나가면 안 돼요! 일 가는 것도 안돼! 오늘은 다 취소하세요"


미츠바는 그날따라 단호하게 말했고, 이미 그는 그의 아들을 만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앞에서 조금은 뾰로통하게 볼을 부풀리며 투정을 부리는 자신의 아내를 마냥 사랑스럽게 보았다. 그래, 오늘이다. 만나면 조금은 잘 해줘야겠어. 그가 올 시간이 거의 되었다는 것을 알자마자 오랜만이라 그런지 설레이는 가슴을 조금은 진정시키면서 그를 기다렸다. 이상하게 떨리는 듯도 하였다.


조금 후에 그의 잔뜩 팽창한 긴장을 깬 것은 조금은 요란하게 울리는 초인종이었다. 미츠바는 어린아이처럼 신난 듯이 달려나가서는 문을 열어주었다.


"엄마, 오랜만이에요"


하고 2년 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 2년 전과는 달리 조금은 아이의 티를 벗은 미성이 들렸다. 소고는 들어와서는 히지카타를 보고는 아무렇지 않게 앞에 다가와서는 웃으면서, 아빠, 오랜만이에요 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전엔 두려워하는 듯이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던 그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저에게 다가와선 말을 걸어오자 그는 약간 당황해 어.. 어어 오랜만이다 하고는 본인이 생각해도 어색한 대답을 했다. 확실히 2년 전과는 달리 키도 많이 컸고 전엔 영락없는 아이였다면, 조금은 소년이 된 느낌이었다. 미츠바와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니, 새삼스레 많이 닮았다 하고 다시금 생각했다.


"요즘 학교는 어떠니?"


"좋아요. 선생님들도 잘해주시고요"


"그래? 다행이네. 친구들도 많이 있구?"


"... 음... 네 뭐.. 마음에 안 드는 녀석들이 있긴 하지만..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엄마는요?"


둘의 대화를 멍하니 지켜보는데 그가 히지카타를 딱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친 것이 왜인지 당황해 시선을 어떻게 돌려야 할지를 고민할 때, 그는 입꼬리를 씨익 끌어올리며 웃어 보였다. 그 미소가 조금은.. 외설적이었다고 해야 할까. 외설, 외설적? 히지카타는 그의 아들을 다시 보며 그런 천박한 단어를 떠올렸다는 것에 당혹스러웠고, 그와 동시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아랫배에 끓어 뭉치는 욕정에 한번 더 당황스러워 고개를 저었다.


별다른 대화는 하지 않았다. 그의 아들은 계속 미츠바와만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본인에게는 처음의 인사, 그리고 조금은 이상한 느낌이 드는 웃음을 한번 흘렸을 뿐이다. 


"아빠. 돌아갈 땐 오랜만에 태워다 주시면 안 돼요?"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약간은 도전적인 느낌마저 드는 그의 시선이 조금은 과감하다고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조금은 움츠러들기까지 했다.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니다. 그저 자신의 아들을 태워다 주는데 뭐가 그렇게 두렵고 무서운가. 히지카타는 괜스레 복잡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짐이 더 있느냐고 물었고 그 역시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짐은 그다지 많지 않다면서 이야기했다.


돌아가는 길에 소고는 차에 타서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실 없는 사생활 이야기를 했다가 하는 것을 반복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선생님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히지카타는 그런 그가 조금은 어색했지만 저 녀석도 이제 다 컸고, 어릴 때와는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뿌듯하다는 생각도 하면서 그저 옅게 웃어 보였다. 


"아빠, 다음 주에 학교에 한번 오세요"


"학교?"


"네, 저 보러 오세요"


"응?.. 왜?"


"부모가 자식을 보러 오는데 이유가 있어요? 아니면 오지 못하는 이유가 있으신 거예요?"


아니! 그런 건 없어 히지카타는 자신도 모르게 다급하게 말했고, 그 모습이 우습다는 듯이 조수석에 앉은 그의 아들은 키득키득 웃어댔다. 뭐야, 왜 이렇게 급하게 대답해요? 하고 말하면서 배시시 웃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금 힘이 들어가는 사타구니 부근의 감각에 자신을 혐오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아.. 엄마는 제가 봐도 여성스럽고, 참 사랑스러운 여자예요 나도 엄마 같은 여자가 내 앞에 나타난다면 결혼은 이 여자와 해야겠다 하고 생각할 것 같아요"


".. 응 뭐, 그렇지"


"... 근데, 섹스는 재미없을 것 같아"


지금 뭐라고 했니? 히지카타는 제 귀를 의심하고서 그를 돌아봤지만 그의 표정은 생각보다 덤덤했고 놀라는 기색, 혹은 장난의 기색도 전혀 없이 사뭇 진지한 눈으로 그를 쳐다본다. 그리고는 이내 풋 하고 웃으면서 장난이에요 장난 하고는 눈꼬리를 살짝 휘게 웃었다. 다음에 봐요! 하는 짧은 인사를 하고는 차 문을 닫고 유유히 사라졌다. 하얀 피부, 적갈색 눈동자까지 어릴 적에 봤었던 그녀와 아련하게 서서히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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