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

[히지오키긴] 꼬리표 01

2015. 8. 1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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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누나의 장례식 마지막 날이였다.

 

 

장례식의 첫날은 누나가 정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실감하지 못했다. 그래서 눈물은커녕, 다른 대원들과 이야기도 그럭저럭 잘했다. 밥도 먹고, 괜찮냐고 물어오는 대원들에게도 괜찮다며 덤덤히 이야기했다. 그렇게 시끌시끌하다가 순간 생각 없이 멍해지는 순간은 있었지만, 그냥 크게 아프다거나 그런 것을 느끼진 못했다. 그냥... 그랬다.

 

곤도씨가 가만히 어깨에 손을 얹으며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라고 슬픈 표정으로 말했고, 나는 그냥 그러겠지요. 라고 건조한 대답을 했다. 곤도씨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내 옆에서 연신 눈물을 훔쳤는데, 우리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누나가 곤도씨의 애인쯤 되는 줄 알았을거다. 가늘게 피어오르는 향연기와, 누나와 닮은 하얀 빛깔의 국화꽃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데도 나는 이상하게 그 상황을 뼈저리게 느끼진 못했는지 무덤덤했다. 그렇게 장례식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함께 자리를 지켜주던 다른 대원들은 모두 자신이 있어야 자리로 돌아갔다.

 

그제야 나는 내 곁에 온전한 나의 편이 되어줄 사람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나 홀로 남겨진 듯 한 기분이 나를 엄습했다. 눈을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걷고 있지만 지탱할 바닥이 없고, 소리를 쳐도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 미지의 밀실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향 냄새가 진동하고, 옆 건물의 소독약 냄새가 뒤섞인 기분 좋지 않은 그 병원의 의자에서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놓여져 있었다. 이제야 누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괴로움에 절여져 그저 미지의 밀실을 떠다니고 있었다. 그때 내 얼굴에 차가운 알루미늄 캔 같은 것이 닿았다 떨어졌는데 그걸 느꼈음에도 나는 놀란다거나 그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려 쳐다보지 않았다.

 

“마셔, 오늘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특유의 낮은 목소리가 그가 누구인지를 단번에 알려주었다. 그는 내 옆에 털썩 앉더니 캔 뚜껑을 손수 따서 다시 내밀었다. 하지만 나는 받을 수 없었다. 손이, 팔이 움직이지 않았고, 사실 움직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반응하지 않는 나를 보고 그는 그 음료를 옆에 가만히 내려놓고는 말했다.

 

“다 돌아갔어, ..우리도.. 가자”

 

그래.. 돌아가자. 나는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우선 그 말을 해야 할 입이 떨어지지 않았고, 온몸에 힘도 없었다. 사실 이 새끼 앞에서 내가 힘들어 하는 모습 같은 거 보이기 싫었지만 그땐 내가 제 정신이 아니었고, 나는 내가 아니였다. 내가 대꾸도 없이 그냥 한참을 고개를 푹 숙인 채 벽에 기대어 앉아있자, 히지카타도 그런 나에게 더 이상 말을 걸지 않고 잠자코 침묵을 지켜주었다. 그 점은 약간 고마웠다. 그러다 그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나의 머리에 손을 얹더니 자신의 가슴 팍 쪽으로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다시 말하지만 그땐 내가 내가 아니었으니까 나는 그대로 힘없이 그 녀석의 가슴팍에 안겼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안겨 있었다. 이 녀석의 품에서 나는 누나가 안아주던 어릴 때를 잠시나마 떠올려버렸고, 조금은 울컥했다.

 

“걱정.. 걱정하지마”

 

이 녀석이 조용히 말했다. 걱정은 무슨..

 

“내가.. 내가 너의 가족 역할까지 다 도맡아줄게. 내가..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분명히 다시 말하지만, 나는, 분명히, 그땐 오키타 소고이면서, 오키타 소고가 아니였다는 것은 확실하다.

 

나는 그의 말에 안심했는지, 아니면 이 녀석의 목소리 역시 가늘게 떨리고 있어서 함께 그 슬픔에 젖었는지, 실감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야 실감하면서 감정이 터져버렸는지, 무엇이 슬펐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품에 안긴 형태로 소리를 내어서 눈물까지 왈칵 쏟아내면서 아무도 없는 어두운, 그래서 더 쓸쓸한 병원에서 한참을 울어버렸다. 그는 그런 나의 등을 큰 손으로 가만히 토닥여 주었는데 그때 쓸어준 그 손길이 조금은 감동적이였다. 그때만큼은 모든 걸 쏟아 부은 듯이 울었던 것 같다. 어떻게 둔영에 돌아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이 나는 건 히지카타가 운전을 했고 나는 그의 옆 조수석에 앉자마자 스르르 잠들었던 기억, 그리고 깨어보니 아침이었다.

 

그 다음날 나는 여전히 우울했지만, 그래도 그 전날처럼 정신을 놓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내 그 전날 자존심 상하게 그 녀석의 품에 안겨서, 소리까지 내면서 울었다는게 정말 죽을 만큼 자존심상해서 그 녀석을 피해 다녔다. 왠지 그 얘기를 다시 꺼내며 비아낭 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씨발 죽어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그 녀석은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치곤 놀라서 후다닥 숨는 나를 보고도 나의 생각과는 달리 전혀 웃지도 않고, 아는 척도 하지 않고 그냥 제 갈 길을 갔다. 다행이었다. 그 녀석은 덤덤했지만 나는 미친 듯이 쪽팔렸는지 그를 마주친 것만으로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낄 정도로 부끄러웠다.

 

이 녀석이 한 말이 가슴 속 깊이 잔상으로 맺혀버렸는지 자꾸 떠올랐고, 난 그런 그가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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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아, 일하다 말고 또 낮잠이냐? 엉?”

아.. 또 왔네.. 이 녀석은 맨날 나만 감시하고 있는게 틀림없다. 어떻게 이렇게 먼 구역에 있는데도 땡땡이 치는 날 깨우러 온단 말이야? 나는 안대를 머리 위로 올리곤 자다 깬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고, 역시나 나는 이 녀석에게 한참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아 지겨워 진짜.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히지카타가 나에게는 엄청나게 무르다는 것을. 그렇다고 그가 나에게 눈에 띄게 잘해준다거나, 설설 긴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대원들과 다른 대장급들을 보면 느낄 수 있었다. 똑같은 잘못을 해도 난 조금은 덜 혼났고, 항상 그 녀석에게 장난을 일삼는 나의 행동은 다른 대원들과 대장들에게는 상상조차 못할 일이였기 때문이다. 아 물론 그런 것은 나의 뛰어난 실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히지카타는 나에게 이겨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 있었구나. 전에 누나 일로 다투었을 때 정도? 난 실력적으로도 출중했고 신센구미 내의 천재로 통하는 뛰어난 검술가니까. 그래서 이 새끼도 나에게 심하게는 못할지도. 나는 나의 실력에 어느 정도의 자신감과 자만이 있었다. 그런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그 이후론 히지카타에게 잔소리를 듣는 일이 많았다. 뭐라더라.. 신센구미에 없을지 몰라도 바깥엔 너 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많을거야 이 꼬맹아 라고 했었나? 겉으로는 히지카타에게 빈정대며 그럼 그런 녀석을 내 앞에 데리고 와보시던가~ 라고 말했지만 난 그가 원하는 데로 연습을 게을리 하진 않았다. 그 녀석의 말을 듣고 쫄아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그 녀석이 내가 연습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이 녀석과 나의 유대는 그런 것이었다. 서로 죽어라 히지카타 이 녀석아, 너나 죽어 이 애새끼야. 라고 욕하면서 부딪쳐도 나도 그가 원하는 걸 조금은 알고 행동했고, 이 녀석은 내가 자신을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아니, 훨씬 더 나를 위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잔소리를 듣고 있을 때 지나가던 형씨가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또 놀고 있냐 이 세금 도둑들아”

 

<백수> 라는 말이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 마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를 보자 히지카타는 네 놈 같은 백수한테 그런 말 들을 이유 없다고 소리치며 그가 화를 내는 대상이 나에게서 자연스레 형씨에게 넘어갔다. 나는 귀찮았는데 잘됐다고 생각하며 둘이 싸우는 모습이 재밌어서 그런 모습을 구경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해결사 형씨는 나랑 죽이 잘 맞았다. 성향이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형씨는 나에게 있어서 친구였다. 그래서 누나가 살아있을 때도 소개한 적이 있었고, 그런 내가 남에게 마음 터놓고 처음으로 이야기 한 것도 형씨였다. 나는 그를 좋아했다. 형씨는 히지카타와는 반대로 나에게 무른 사람은 아니였다. 오히려 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쪽이었고, 히지카타에게는 통하지만 형씨에겐 통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난 히지카타에겐 없는 그런 다이나믹한 모습에 형씨를 재밌어 하는 듯 하다. 그래서 종종 일을 부탁하기도 하고, 같이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보거나 하며 노는 일도 많았다. 그거 까진 좋은데... 갈 때마다 있는 차이나 계집애는 정말이지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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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지카타와 나는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피곤 할 때가 가끔 있었다. 히지카타는 어떻게 느낄지 잘 모르겠지만 우선 나는 그 점이 가끔 피곤하게 다가올 때가 많았다. 가끔 하찮은 감기 따위에 걸릴 때가 있는데 앓아누울 정도로 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한 기침 감기나 혹은 날씨가 건조해서 생기는 약한 목감기가 있을 때도 히지카타는 그런 나의 상태를 나보다도 먼저 알아 차리는 경우가 잦았다. 난 그냥 좀 있으면 낫지 뭐, 하고 별 생각 없이 하루 이틀 생활하고 있으면 내 방 문을 열고 약 봉투를 휙 던지고 가는데 나는 그의 그런 행동이 진실로 너무 싫어서 그대로 그걸 주워 들고 가선 싸우곤 했다. 나는 이딴 거 안 먹어도 금방 낫는다고! 라고 소리치며 화를 냈고, 그 녀석은 그런 나를 보면서 금방 나을 거 더 빨리 낫게 약 먹어. 라고 침착하게 말하는데 난 그 녀석의 그런 태도가 나를 약한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아서 더 화를 냈다. 웃긴 건, 난 그렇게 싸우고 와서는 그 녀석이 준 약을 착실하게 먹었다. 내가 그럴 줄 알고 그 녀석은 항상 그렇게 행동 하는 거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이 녀석이 조금 이상하다는 걸 내가 느꼈다. 뭐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엔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냥 자꾸 느낌이 이상했다. 내가 무엇인지 몰라서 그 녀석을 한참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뭘 봐?”

 

“음.. 뭐지, 요즘 히지카타씨 조금 이상해요”

 

“뭐가?”

 

그 녀석이 어이없다는 듯이 날 쳐다보며 물었다.

 

“아.. 그게 뭔지 도통 모르겠단 말이야 뭔가 좀 이상한데..”

 

내가 바짝 다가가서 그의 얼굴을 쳐다보자 이 녀석이 내 얼굴을 밀어내면서,

 

“오늘은 탐정놀이냐? 하여간 애새끼는 놀아주기 힘들다니까”

 

하곤 그대로 가버렸다. 애새끼 아니라니까 이 녀석아.

 

그리고 곧 나는 그 이상한 점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이 녀석이 요즘 나에게 하는 태도가 전과는 미세하게 다르다는 것. 사실 남들이 보면 뭐가 달라졌냐며 의아하게 묻겠지만 그건 남이 봤을 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 조차도 그 녀석에게 느끼는 위화감이 무엇인지 한참 고민했고, 뭐가 달라졌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할 수는 없었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게 아니었으니까.

 

그 이후로 그 녀석이 말하는 소위 ‘탐정놀이’를 하며 그 녀석이 모르게(하지만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녀석을 맴돌며 그 녀석을 관찰했다. 하지만 딱히 별 건 없었다. 일부러 이 녀석의 옆에 붙어서 관찰하려고 순찰도 같이 나가겠다고 졸라서 같이 갔는데 그럼에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서서히 시간을 두고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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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씨, 나 왔어요”

 

문을 두어번 두드리고 말하자 갑자기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벌컥 열렸고, 차이나가 소리를 버럭 지르며 뛰어나왔다.

 

“이 자식아! 니가 여길 왜 와!!”

 

아이고야.. 또 나왔다. 재수없는 꼬맹이. 나는 이 꼬맹이를 노려봤고, 차이나도 나에게 지지 않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형씨는? 안에 없어?”

 

“좀 있다가 온다고 했다, 해. 얼른 꺼져 이 악마야!”

 

“악마라니? 니가 지금 더 심하게 하고 있잖아 이 녀석아”

 

이 꼬맹이를 무시하고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겠다는 듯이 쇼파에 털썩 앉자 나를 쪼르르 쫓아와서는 누가 들어와도 좋다고 했냐며 다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이고 귀 아퍼, 형씨는 이렇게 맨날 허구한 날 소리나 질러대는 이런 애랑 어떻게 사나 몰라.

 

“야, 시끄러워 가서 물이나 한잔 가져와”

 

“내가 미쳤냐, 해? 네 녀석이 직접 떠다 마시던가!”

 

차이나가 부엌에 위치한 냉장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뭐야 저기 있다고? 언젠 나가라더니.

내가 냉장고 문을 열자 옆에서 차이나가 물 컵을 가지고 와선 식탁에 놓아주었다. 그런 이 꼬맹이와 물 컵을 번갈아 보다가 수상쩍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물을 따라 마시면서도 나는 뭔가 수상해서 자꾸만 옆의 차이나를 힐끗힐끗 보았는데, 별 일은 없었다. 차이나의 이런 점은 가끔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히지카타와 나, 그리고 형씨와 차이나 이렇게 넷이 마주치면 히지카타는 형씨와, 나는 이 차이나랑 부딪치는 구도가 많았는데 뭔 여자애가 힘이 어찌나 쎈지, 나와 호각으로 맞서는 걸 보고 놀랐다. 형씨 말로는 야토족이라고 했었나.

 

나는 이 차이나가 맘에 들지 않았다. 일단 목숨 걸고 싸우는 것이 아니고 설렁설렁 장난으로 싸운다 하더라도, 여자인데다가 나보다 어린 이 꼬맹이가 나와 호각으로 맞받아치는 것 자체가 싫었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재미는 있었다. 이 꼬맹이도 형씨와 닮은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물을 마시고 컵을 내려놓자 이 꼬맹이가 나에게 내가 먹다 남은 물을 나에게 냅다 부었다. 나는 옷이 축축하게 젖은 느낌이 불쾌했다.

 

“이 자식아, 아깝게 물을 왜 남겨? 긴쨩이 물 한 방울도 남기는 건 죄라고 했다. 해!”

 

아, 정말이지 날 열 받게 하는 재주가 뛰어난 꼬맹이였다. 나와 차이나는 서로를 한참 노려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엎치락 뒷치락 했다. 서로 때리고 맞고를 반복하다가, 차이나가 내 위에 올라타서 주먹으로 때리려 할 때, 문 소리마저 게으르게 열리며 형씨가 돌아왔다. 그리곤 우릴 보고 물었다.

 

“뭐하냐 니네?”

 

“긴쨩!, 저.. 저 녀석이 날 때린다 해, 긴쨩이 좀 혼내주라”

 

차이나가 형씨에게 달려가 답지 않게 뒤에 숨어선 말했다. 어이, 지금 내 위에 올라타서 주먹을 휘두르던 애는 누구냐 엉? 나는 몸을 일으켜 앉았고, 형씨는 그런 나와 차이나를 보곤 별 관심 없다는 듯 형식적으로 차이나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었다.

 

“아, 오키타군, 오늘은 내가 좀 피곤하니까 다음에 와라. 너 어차피 놀러 온거지?”

 

“형씨, 여기까지 왔는데 이러깁니까? 뭘 했다고 피곤해요”

 

“야 임마, 어른들의 사정이라는 게 있거든? 돌아가 얼른, 아님 혼자 놀다가던가 난 잘거니까”

 

하암- 하고 늘어지는 하품을 한뒤 형씨는 방으로 들어 가버렸다. 돌아가면 또 일 시킬건데.. 나는 바로 돌아가기 싫어서 한참 그 자리에 앉아 있다가 옆에 있는 차이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게임할래?”

 

차이나가 은근히 하고 싶었는지 약간 눈을 빛내다가 이내 돌변해서는 아.. 아니 딱히 하고싶... 진 않지만 니가 정 원하면 뭐.. 하고 뒷로 갈수록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츤데레냐? 어울리지 않게, 그런 것도 너 같은 애가 하면 꼴불견이다 그거.

 

게임은 팀이 되어서 퀘스트 같은걸 깨는 게임이였는데 나와 형씨의 취향대로 꽤나 잔인한 게임이였다. 처음 하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잘해서 놀랐다. 나와 차이나는 차레 차례 적을 무찔렀고 웃기게도 ‘우리’가 되어 그 게임을 하는 동안은 동료의식이 싹텄다.

 

“저 새끼 때문에 나 죽을 뻔 했어 죽여줘”

 

“저 자식! 죽여버리겠다 해, 감히 우리 팀을!”

 

우린 그때 나와 형씨와 몇 번을 해도 못 깼던 그 퀘스트를 완료 했고,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동시에 기겁을 하며 떨어졌다. 내가 미쳤나. 이 게임의 퀘스트 하나 깬 걸 가지고 저런 것하고 껴안다니.

 

“어.. 깨..깼네.. 시..신기하다”

 

차이나는 우물쭈물 말했다.

 

“그러네. 너 생각보다 완전 잘한다”

 

내가 말하자 차이나는 나의 칭찬에 약간은 어색했는지 얼른 꺼져! 다시는 오지마! 하고 평소처럼 소리를 지르고는 그 뒤에 작게 또 오던가.. 하고 중얼거렸다.

 

외계에서 와서 이 쪽 말을 잘 모르는 건가? 오지 말라 해놓고 오라는 건 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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