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지오키긴] 꼬리표 18

2015. 8. 19. 14:02

*히지긴/히지오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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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나였다가, 내가 아니었다가를 반복했어. 내가 아닌 은발의 사무라이 옆에 있겠다는 너를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미웠다가, 하지만 미치도록 내 옆에서 웃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커서 다시금 찾아가서 이야기를 하고, 거절하는 너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을 반복한 것 같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항하지 않고, 너의 의지조차 굽히지 않는 네가 너무 화가 났어. 이렇게 나에게 맞으면서도, 그렇게 아파하면서도 그 녀석 옆이 좋다는 네가 이해되지 않았어. 그리고 그렇게 나에게 맞은 날은 병원에 가서 스스로 진찰을 받고, 조금은 상처가 아물 때까지 돌아가지 않고 밖에서 방황하다가 그 은발의 사무라이에겐 깡통차기 따위를 하며 아이들과 장난을 치다 다쳤다고 말하며 그를 안심시키려는 너를 보면서 어릴 적의 네가 다시 떠올랐어. 아이들과 놀다가 넘어져서 오곤 하면 내가 종종 치료해주곤 했는데.. 생각나니?


네가 정말로 나에게 멀어지는 느낌이 다가올수록 나는 조급해졌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잡아야 했거든. 돌이켜보면 그런 조급함이 내가 너에게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 원인인 것 같아. 이 부분에 대해선 너에게 그 어떤 말도..., 미안하단 말도 말할 수 없을 만큼 잘못했지만, 사죄의 의미로 너에게 쓰는 편지이니까 쓰는 나도, 읽는 너도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다 적을게. 이때 나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달라고 비는 속죄의 의미라고 생각해줬으면 하는 나의 작은 소망이야.


다시는 찾아가지 않을 테니 마지막으로 한번만 나를 찾아와 달라고 너에게 말했어. 마지막이라는 말에 너는 순순히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서는 아무 의심 없이, 앉아있는 내 앞에 와서는 오빠.. 하고 작게 불렀어. 마지막이라고 한 말에 약간 니가 흔들렸다고 생각해. 내가 다시 너를 설득할 말을 생각 하려 할 때 니가 했던 말이 거대한 창이 되어 내 가슴에 꽂히는 듯 했어. 그때의 대화가 아직도 기억이 나.


오빠, 같이 가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지금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오빠가 아니라.. 그 녀석이야.
왜?... 왜 그 사람이야? 너의 가족은 나잖아.
피로 이어지지 않아도 가족보다 진한 유대가 있어. 그게 그 녀석이야.


그 말을 하고 충격 받은 내 표정을 살피더니 ‘오빠가 마지막이라고 말해서 조금은.. 아쉬워’ 아쉽다고 말 한 것은 나를 위로하려 한 말이라는 것 쯤은 알았어. ‘그래도 먼 훗날엔 웃으면서 봤으면서 봤으면 좋겠어.’ 하고 나가려는 너를 보고 만약 이대로 헤어지면 겨우 찾은 너를 찾으려 또 다시 먹먹한 가슴을 붙잡고 몇 년을 헤메일 것 같아서 너의 가늘은 손목을 붙잡고 가지 말아 달라고 나도 모르게 흐느꼈어. 그러면 니가 나를 조금은 봐줄 것이라고 생각했나봐. 그리고 너는 나의 기대에 맞게 나의 모습을 보고 망설였고 그런 너를 와락 껴안았을 때 네가 내 품 안에 가득 들어와서 좋았어. 그리고 너에게 마지막이라는 빌미로 너를 이 곳에 끌여들였지만 너와 마지막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한참을 너를 품에 안고 있었어. 나와 떨어지려는 너의 행동이 싫어서 그런 너의 행동에 저항하듯이 더 힘주어 끌어안았다가 입술에 입을 맞추려 할 때, 네가 나를 힘껏 뿌리쳤었지. 오빠는 미친 거야! 라고 말을 할 때. 나는 수긍했어. 응. 맞아. 그 때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어. 그 방안에서 나가려는 너를 거칠게 붙잡고 다시 한번 너의 하얀 몸에, 부드러운 얼굴에 주먹을 내려쳤지. 그리고 나에게서 도망치려는 너를 가장 꼼짝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수단, 누구에게나 있어 치명적이어서 옴짝달싹 못할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어. 그리고 곧 바로 생각해내 버렸어. 그리고 그대로 나는 실행했어. 이미 나에게 맞아서 힘없이 쓰러져 있는 너의 머리채를 붙잡고, 강제로 나와 눈을 맞추게 한 다음 다시 물었어. 실은 나도 약간은 망설였거든. 하지만 너의 대답은 한결 같더라.

오빠가 아니라.. 긴짱이야... 내가 지금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은..

그 말에 이성을 잃은 나는 그대로 너의 손 발을 묶어 놓고 걸치고 있던 옷을 찢어버렸어. 소리를 낼 힘도 없었는지 너는 그저 그 맑은 파란 눈에서 아름다운 투명한 보석 같은 눈물을 톡톡 떨어트리면서 나에게 오빠.. 이러지마. 하고 힘겹게 말하는데 나는 그때 그런 너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들리지 않았어. 옷을 거의 다 찢었을 때 보이는 너의 하얀 속살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거든. 근데 난 너의 그런 몸에 손을 대거나 하진 않았어. 너무 아름다운 것일수록 손을 대기가 힘든 법이야. 너에게 폭력을 가한 나의 말에 모순이 있다는 것은 나도 알아. 하지만, 너의 몸에 폭력이 아닌 다른 것으로 손을 대진 않았던 이유는 아름다워서 라는 이유가 맞아.내 눈에만 담기가 아까워서 카메라로 그 장면을 한 장 한 장 기록했어. 하지만 나중에 확인한 그 결과물은 내 눈에 담은 것보다 못해서 실망한 것은 사실이야. 너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기록하지 못했어. 전혀!


그 일이 있고 이후에 내가 찾아가면 너는 나를 전혀 피하지 않고 오히려 먼저 찾아오기도 했어. 그래서 좋았어. 하지만 나에게 찾아오는 너의 표정은... 뭐랄까.. 증오에 가득 차 있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네가 나를 찾아와 주는 게 좋았어. 그렇게라도 네가 내 앞에 나타나 준 다는 것이 설레었거든. 너는 내 앞에서 몹시 불안해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그 사진을 내 놓으라고 소리 질렀어. 그 사진으로 도데체 무엇을 할 생각이냐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지. 어느 순간부터 내가 너를 찾아가지 않아도 네가 나를 찾아 온다는 것이 행복했던 나는 너의 웃음은 볼 수 없었지만 다른 형태로라도 네가 나를 찾는 게 기뻤어. 심지어 나 때문에 죽어버리고 싶다. 라고 말해줘서 좋았어. 그 은발의 사무라이가 죽으면 함께 죽겠다는 네가. 나 때문에 죽고 싶다고 해줬다는 것에서 오는 성취감이 나를 전율하게 만들었어. 너의 머릿속이 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는 것이 행복해서.. 사실 나는 너의 아름다움을 찍은 사진을 어떠한 용도로도 쓸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너는 내가 그 사진을 누군가에게 보내거나 보여주려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야. 내가 미쳤어? 사랑하는 너의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비록 다 담아내진 못했지만) 담은 사진을 남들에게 보여준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야?


그렇게 한참을 그 사진으로 인해서 너는 내 앞에 나타나서는 그 사진을 돌려달라고 빌다가, 가끔은 폭력적으로 변해서 나에게 덤비다가 하는 것을 반복했어. 그런 모습이 귀여워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어. 그래서 일부러 너에게 그 사진을 한 장씩 보여주면서 일부러 더 자극하기도 했어.


그러던 어느날, 네가 지쳤는지 내 앞에 나타나서 무릎을 꿇고 앉아서 ‘어떻게 할까? 내가 어떻게 해야겠어? 오빠와 함께 가는 것 빼고 다른 원하는 것을 말해’ 라고 했어. 일단 너를 쥐고 있는 것은 나였으니까 같이 가자고 급히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말했지. 와서 내게 키스해. 내 말에 한참 망설이길래 내가 ‘그 은발의 사무라이에게 이 사진을 보낼까?’ 하고 장난스럽게 말하자 그딴 짓을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소리 지르면서, 텅빈 눈에 분노를 가득 채우고, 또 다시 투명한 보석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나의 입에 입을 맞추었어. 내 입에 너의 부드러운 입술이 맞닿을 때, 그리고 내가 너의 어깨를 붙잡고 너의 입안을 헤집을 때.. 나는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이 세상에서 태어나서 누군가를 보고 싶다 라는 감정과 사랑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너라는 존재가 나에게 가득 스며들었거든. 그리고 그 순간 다시 깨달았지. 너와 나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내가 너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어. 나와 마찬가지로 너도 나를 사랑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내가 너에게 불길하고 싫은 존재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둘 중 어느 경우라도, 나는 너에게 떨어질 수 없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꼬리표이자, 그 뒷면엔 사랑이라고 쓰여 있는 꼬리표야. 아무리 떨어트리려고 발버둥 쳐도 떨어지지 않을 거야. 그것은 변하지 않아.


그리고 내가 약간의 심경의 변화를 겪은 건. 니가 나에게 와서 강경하게 태도를 취했을 때였어. 찾아와서 내 앞에 섰을 때는 평소와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였는데 내가 어느 때와 같이 너의 손목을 잡았을 때 나의 손을 힘껏 뿌리치면서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고 침착하고도 냉정하게 말했어. 내가 사진으로 협박을 했는데도 좋을 대로 하라면서 그대로 나가버렸지. 니가 나를 상대로 벌인 도박이었을 거야. 넌 성공했고 나는 내가 너에게 한 협박처럼 너의 사진을 이용할 생각은 없었기에 나를 찾아오지 않겠다는 너를 처음엔 마냥 기다리다가, 이내 너를 찾아갈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 나는 너의 집 주변에서 기척을 숨기고 지켜보다 기억해냈어. 어느 순간 잊고 있었던 너의 미소를. 은발의 사무라이와, 안경과 함께 웃으면서 행복해 하는 너의 잊고 있던 너의 미소를 다시 보고는 이상하게 죄책감이 들었어.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는 걸 알지만 그 미소를 두 눈으로 보는 것이 괴로웠어. 뭔가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 같은 강렬한 뜨거움을 느꼈거든. 그래서 나는 숨어서 너를 지켜보기만 했어. 그리고 돌아와 누워서 멀건 천장을 한참 바라보다가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너의 말대로 나는 미쳤던 거야. 내가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하게. 너를 내 앞으로 인도했던 그 사진을 한 장 한 장 바라보면서 나의 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어. 나의 이런 수단으로는 너의 미소는 커녕 너를 내 앞으로 절대로 데리고 올 수 없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거야. 이미 늦어버린 그 순간에.. 너도 알다시피 사람을 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나에겐 어려웠어. 사랑하는 너에게도 어떻게 해야 너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니가 내 마음을 알아줄지 표현할 방법을 몰랐어. 사실 지금도 잘 몰라. 그리고 그 문제의 사진을 그대로 버릴까도 했지만 이미 이 사진을 가지고 수 없이 협박을 해왔던 내가 이 사진을 버렸다고 말해도 네가 쉽게 믿을 것 같지 않아서.. 너에게 보내기로 결심했어. 가방에 들어있는 것이 모든 것이야. 필름이며 사진이며 모든 것을 다 넣었어. 나는 더 이상 너에게 이 따위 것으로 협박하지 않을게. 그 동안 너를 괴롭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나는 너에게서 떠나진 않을 거야. 아니 떠나지 못할 거야. 그렇다고 찾아가지도 않을 거야. 그냥 네가 나에게 돌아올 것을 알기에. 내 죄의 무게를 짊어지고 네가 나를 용서하고, 나의 얼굴을 보고 웃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게. 너의 꼬리표인 나는 너를 영원히 떠나지 못할 테니까. 너도 나를 결코 떼어낼 수 없을 거야. 그것이 너와 나의 운명이라고 나는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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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와 별개로 마지막 장에는 그의 이름과 그의 주소와 그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 편지를 접어서 다시 본래대로 편지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나는 얼굴도 모르는 차이나의 오빠라는 사람에게 강한 유대를 느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나갈수록, 나와 너무 닮았다고 느꼈다. 내가 히지카타에게 느끼는 그런 복잡 미묘한 감정이 그가 그의 여동생인 차이나에게 느끼는 감정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내가 형씨에게 느끼는 감정조차도 비슷해서 놀랐다.

차이나가 그때 나에게 구해졌던 그 때, 차이나는 찾아온 이 오빠라는 사람에게 심한 말을 했고, 모든 것을 뉘우치고 카구라에게 용서를 빌으려고 찾아왔던 이 오빠라는 사람은 그 화를 참지 못하고 평소 그랬던 것과 같이 폭력을 행사했던 것 같다. 나는 이 편지를 작성한 그가 너무 안쓰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 나와 동질감을 느껴서 더욱 그랬을지도. 꼬리표라.. 이 녀석이 써 놓은 이 단어를 보면서 나도 히지카타에게 꼬리표 같은 존재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의,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그리고 동료라는 이름까지 함께 첨가 되어있는 꼬리표겠지. 그렇기에 훨씬 더 깊고도 복잡 미묘한거야. 너와 나는. 가족이 아니면서 가족이며, 사랑하는 사람이고 동료이기에 구분해야 할지 구분하지 않아야 할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 찾아오면서, 너는 나에게 느끼는 감정이 너무나 복잡해져서 나에게로 오는 도중에 미쳐버린거예요. 히지카타씨. 그래서 형씨에게 잠시 도피해 있는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떨어지지 않으니까 꼬리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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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고 나서 아침 일찍은 아니고 느즈막한 오전 쯔음에 병원을 다시 찾았다. 잠깐 보고 나도 둔영에 돌아가봐야 하기에 제복을 입고 간 나를 보고 간호사는 경찰이였냐며 사복을 입고 있을 때는 전혀 모르겠다며 필요 없는 이야기를 잠시 늘어놓았다. 병실을 일러주는 것을 보아하니 큰 이상은 없는 것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고 알려준 병실로 향했다.


‘207호’

문을 벌컥 열자 병원 밥을 와구와구 먹고 있는 이 꼬맹이를 보고 잠시나마 걱정했던 내가 한심해서 쳇 하고 투덜거리곤 물었다.


“괜찮냐? 먹는 걸 보니 괜찮나보네”

그리곤 그 침대 옆 의자에 앉아서 퇴원을 언제 할지 물었다. 이 꼬맹이는 열심히 밥을 오물거리면서 먹다가 옆에 앉은 나를 생소하게 쳐다보더니 밥을 먹던 숟가락을 놓고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뭐야?”

“....”

“뭐냐 어색하게? 먹던 거 마저 먹어. 언제 퇴원할거냐고 묻잖아”

“...아.. 나한테 물어보는거냐 해..?”

“그럼?”

“..아.. 아저씨. 우리 아빠랑 오빠는 어디에 있냐 해? 난 잘 모른다 해”

...아저씨? 장난하나 이런 농담에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는 그 자리에서 큰 소리로 웃어버렸다. 너무 연기를 잘해서. 아저씨라니

“야, 장난하냐? 빨리 처먹어 가자”

“....무...무섭게 왜 그러냐 해..”

“니가 나를 무서워 할 녀석이냐?”

내가 어이없다는 듯이 다시 이야기 하고 농담 삼아서 진짜로 죽고 싶지 않으면 이런 농담은 그만두라고 말했다. 그러자 차이나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하는 말.

“...아저씨. 자꾸 저한테 그러면 우리 아빠랑 오빠한테 이를 거예요. 우리 아빠랑 오빠 되게 무서워요”

이 꼬맹이가 내가 알던 꼬맹이가 아닌 것처럼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는 나를 쳐다보는 게 황당해서 뭐라고 답을 해야 할 지도 찾지 못한 채 한참 쳐다보고 있는데, 담당의사가 나를 따로 불렀다. 그 의사는 방으로 불러선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일부의 기억이 사라진 듯 합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현재는 어릴 때의 기억만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안심하던 나는 다시금 약간의 불안함 휩싸였다. 어떻게 하지? 이 꼬맹이가 나와 있다가 이렇게 다쳤다는 데에 대한 죄책감이 나를 짓눌러서, 그리고 그 책임이 나에게로 고스란히 돌아올까봐, 형씨가 나를 의심하면서 나에게 죄를 씌워서 그에 의해 히지카타가 나를 미워할까봐 나는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어느 곳에도 연락을 취하지 못하고 그냥 이 꼬맹이에게 다시 찾아갔다. 의사의 말로는 검사는 계속 하겠지만 그저 스스로 찾는 수 밖엔 없다고 했다. 찾아줄 수 있는 방법은 병원에선 딱히 없다며 퇴원은 해도 좋고, 검사 차원으로 병원에 데리고 오라고 했다.


“가자”

“...오빠가 모르는 아저씨는 따라가지 말라고 했다 해” 
 
“아저씨 같은 소리 집어쳐라.. 나 너랑 4살 차이밖에 안나거든?”

“4살?”

이 꼬맹이는 아이처럼 손으로 하나하나 세어보더니,

“어? 우리 오빠랑 동갑이다 해! 그럼 오빠라고 불러야 하나?”

이 꼬맹이는 지금 어린애인 듯하다.

“경찰오빠면 착한사람인거 맞냐 해?”

.........소름이 돋았다. 오빠 같은 소리하네. 나는 다시 침착하게 생각을 다잡고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 나는 이 꼬맹이를 데리고 왔지만 그 전에 같이 있었던 적이 없고, 그저 지나가다가 다친 이 꼬맹이를 보고 병원에 데려다준 사람이다. 무서워 할 필요 없다. 무서워 할 필요 없다... 나는 그녀가 처음에 매고 왔던 배낭을 그녀에게 건냈다.

“응 착한 사람이지. 그리고 너 나랑 친한 사이야. 니가 기억을 못하는 것 같아. 아빠랑 오빠는 지금 없어.”

“.....나.. 나랑 친했다고?”

“응 니가 기억을 못해서 이 경찰아저씨는 슬프다야”

내가 팔짱을 끼고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자 이 꼬맹이가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냐! 나 아저씨..아니 오빠 좋아요! 경찰이면 엄청 훌륭한 사람 맞죠? 엄청 착한 사람 맞죠?”

“뭐... 그렇지”

훌륭한...? 경찰이라는 직업이 아이들에겐 이렇게 선량한 이미지로 다가간다는 것이 조금은 좋게 작용한 것 같다. 직업의 힘을 빌어서 우선 퇴원시키는 것은 성공시켰는데 이 꼬맹이가 나에게 딱 달라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형씨에게 데려다 줘야 해서 해결사 사무실에 가는데 이 꼬맹이가 자꾸 어딜 가냐고 물었다.

“너희 집으로 가잖아”

“우리 집? 경찰오빠는 우리 집도 아냐 해?”

“...오빠라고 하지마. 차라리 그냥 아저씨라고 해라”

“왜! 우리 오빠랑 동갑인데!”

행동조차 영락없는 어린애처럼 고개를 홱 돌리곤 화난 척을 하더니 이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뭐야?”

“손!”

“...?”

“우리 오빠는 맨날 내가 손 잡아준단 말이야”

[어렸을 때의 네가 생각나. 어려서 항상 나의 손을 꼭 붙잡고 다녔었는데..]

나는 그런 이 꼬맹이의 말과 손을 무시하곤 먼저 앞서서 걸어갔다. 이 꼬맹이는 거의 울먹거리면서 왜 먼저 가냐 해! 하면서 날 바짝 쫓아왔다.




형씨의 집에 도착했을 때, 이 꼬맹이는 내 뒤에 숨어서 형씨를 쳐다봤고, 갑작스럽기도 하고 찾아올 거라고 생각도 못한, 반갑지 않은 손님인 나를 보고 형씨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뒤에 숨어있는 카구라를 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다시금 나를 쳐다보았다. 형씨는 이 꼬맹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바로 알아 챈거다.



해결사 사무실의 쇼파에 앉았을 때 이 꼬맹이는 내 옆에 바짝 앉아서는 저 사람 누구냐 해? 하고 작게 물었다. 그 말에 나는 아마 너랑 같이 사는 사람이야- 라고 답하자 이 꼬맹이는 형씨를 무서워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뭐냐 이 시츄에이션?”

형씨는 약간 어이가 없으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지 나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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