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누구에게나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完

 

 

 

 

 

 

 

 

 

 

 

 

 

 

미안해 라는 말을 해본적이 별로 없었다. 그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참 힘든 일이였다.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자신이 졌다고 본인도 모르게 생각하는 것이였다. 항상 싸워왔던 히지카타와도 역시 서로가 서로에게 딱히 그런말을 해본적이 없다. 원래 남자들이란 그런 낯간지러운 말 같은건 안해도 금방 풀리곤 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서로를 잘 알고있기에-

 

 

뭔가 안풀리는날은 뭐든 안풀린다고 그날따라 캔도 잘 안열린다. 소고는 신경질 적으로 캔 끝부분을 손톱으로 만지작 거렸다. 그 모습을 보곤 긴토키가 장난스럽게 빼앗아 보란듯이 딱- 소리가 나게 캔을 따서 앞에 내밀었다.

 


"너 이거 진짜 내가 특별하게 해주는거다? 나 이거 캔 따는거 되게 싫어하거든, 전엔 여친이 내꺼 따줄때도 있었어"

 

"이야- 이거 진짜 특별취급이네요"


그 한마디를 나누고 그 둘은 말없이 한캔을 금세 비웠다. 다 비우고 다른 캔을 꺼낼때, 안주로 받아온 오징어를 잘근잘근 씹던

긴토키가 물었다.

 

 

"근데 왤케 기분이 안좋았어?"


"그날인가봐요"


그 말에 맥주를 마시다 푸웁- 하고 반쯤 맥주를 뿜어내며 켁켁 거렸다.


"콜록콜록- 아 그러고보니 너 오늘 하는짓이 좀 여자애들 그날일때 지랄하는거 같더라"


"형씨 때문에 옷 버렸잖아요- 지금은 됐고 좀 있다가 잘때 입을거나 하나 빌려줘요"


옷을 손으로 건성으로 툭툭 털고는 말했다.

 

한손으로 턱을 괴고는 맥주만 계속 들으키는 그를 보곤 긴토키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이야 방금 대사 섹시하다- 환장하겠다야"


그말에 본인이 무슨말을 했었나 잠깐 생각하곤 소고 본인도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 오빠도 참 나 그날이라니까"


"나쁜년이네 이거"


"오빠 나 이럴라고 만나는거야?"

 


살짝 늘어트리는 그 특유의 말투와 표정에 긴토키는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잘아네? 나 그말 진짜 많이 들어봤는데"


"뭐,3류 드라마 단골대사잖아요. 근데 진짜로 여자들이 저런말을 해요?"


"응 맨날 하던데"


"얼마나 질척거리면 저런대사를 맨날들어요? 형씨도 참.."


"여자들은 말이지, 속으론 좋아도 일부러 저런대사를 한다고 마음을 확인하는 차원이랄까.. 암튼 뭐 그런거지"


"피곤하네요 그거 참"


긴토키가 맥주를 쭈욱 들이키다 뭔가 생각난듯 맥주를 내려놓곤 능글 맞은 표정으로 물었다.


"키스해봤어?"


"아뇨"


키스. 언젠가 본 만화책이나 드라마에선 남녀가 처음하는 키스의 묘사를 항상 이런식으로 했었다.

[천사들이 날아다니고 귀에선 종소리가 들리며 뭔가 환상에 젖은 둘은 같이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뭐 대충그런식? 그는 그 표현을 보고 어이가 없다며 한참 웃었다. 옆에서 같이 보던 곤도는 그런 소고에게

왜 웃냐며 저거 진짜야- 뭐 이런식의 농담을 던졌었다.


"아- 키스도 안해봤냐 꼬맹아"


"형씨 해봤어요? 궁금하다, 어때요? 진짜 귀에서 종소리라도 들리려나"


본인이 말하고도 웃기다는듯 소고는 웃기다는듯이 작게 웃었다. 약간의 술기운에 뺨이 살짝 물들어 있었다. 고개를 삐딱하게 한손으로 괴고 있던 그를 보곤 긴토키는 의자에 기대어 앉아있다가 그에게 바짝 다가갔다.

 


"해볼래? 진짜 종소리 들리는지?"


그가 그의 턱을 한손으로 잡으며 점점 다가갔다. 그러자 그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앞에있던 접시로 그의 얼굴을 그대로 내리치며 말했다.


"어이 오빠, 나 이럴라고 만나시나"


아야야야... 얼굴을 매만지는 그를 뒤로하고 그는 맥주캔을 내려놓으며 먼저잘게요- 옷은 그냥 아무거나 꺼내입을게요 하곤 먼저 방으로 휙 들어갔다.

 

너랑 있으면 재밌어- 그냥 니가 웃는거 계속 보고싶어 그리고 긴토키는 자신도 모르게 키스하는 상상을 해버렸다.

 

저 녀석은 왠지 순순하게 키스할 것 같진 않다. 아, 아니 순순하게 해도 괜찮을거같아. 역시 남자란 정복욕이 있어서 쉽게 잡히는건 별로 흥미가 안생기나봐

 

키스하면.. 흠 어떤 느낌일까?

 

 

 

 

 

 

 

 

 

 

 

히지카타는 여느때와 같이 순찰을 하고 있었지만 바쁘게 무언갈 찾고있었다. 옆에서 운전을 하던 야마자키는 의아한 표정으로

히지카타를 쳐다보았다.

 

"부장님 뭐 찾으시는거 있으세요?"

 

"아니"


"엄청 찾으시는거같은데...."


"아니라니까. 여기서 나 내릴거야 너 먼저가"


카부키쵸의 근처에서 그는 그 근처 가게등을 둘러보려 차에서 내렸다. 야마자키가 차의 창문을 열고 부장님 순찰은 어떻게... 라고 말하는걸 보곤 무슨일있으면 연락하라고 짤막하게 대답하곤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보니 요즘 그는 계속 소고녀석만 찾는 자신을 보곤 순간 본인이 한심해졌다. 아 일도 하나도 집중을

못하고 있고... 도데체 뭔지

 

"어어? 히지카타씨 아니세요?"


밝은 목소리가 들려 히지카타는 순간 다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해결사네 안경이였다. 소고녀석이 자신에게 저렇게 상냥한 말투를 사용할리 없다는걸 알았지만 혹시나 하는 심정이였을까.

그리고 곧 실망하곤 인사치레를 한다.

 


"어 오랜만이네 잘지내?"


"네 히지카타씨도 잘지내시죠?"


"응 뭐.."


응? 아 그러고보니..그는 신파치를 보곤 순간 떠올렸다. 혼자 못찾겠으니 해결사한테 부탁이나 해볼까..
뭐라고 설명을 해야하나.. 잠시 고민하던 히지카타는 신파치에게 물었다.


"신파치군, 혹시 해결사 요즘 일 많아?"


"일이요? 당연히 없겠죠? 있으면 긴상이 절 불렀을거예요 하하"


"뭐야, 해체한거야?"


"에이 무슨그런말을!! 잠시 카구라도 여행가고 해서 저도 도장재건 문제로 잠시 휴가거든요"


"흐음.. 그래?"


"내일이나 해서 긴상 한번 찾아가볼까 했는데 왠지 혼자있고 하니까 좀 걱정도 되고 해서 하하"


"그래? 그럼 내일말고 오늘가라 오늘"


"네? 갑자기 무슨.. 왜요?"


히지카타의 적극적인 말에 신파치는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아니.. 나 의뢰를 하나 할까 해서..."


"의뢰요?!"

 

신파치는 그말에 소스랏치게 놀라며 두손을 모으곤 눈을 빛냈다. 긴상이 정말 좋아하실거예요!!!!!

 

 

 

 

 

 

 

신파치는 히지카타와 약속을 잡은후, 긴토키의 집으로 냉큼 뛰어갔다. 이게 얼마만의 의뢰야!! 게다가 그는 자신이 그런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게 뭔가 자신이 일을 따온것만같은 기분에 우쭐했다.


"긴상!!!! 의뢰가 왔다구요!!!!"


"응?"


역시나 긴토키는 티비를 보며 곧 흘러내릴듯 나른하게 앉아있었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신파치 니가 왠일이냐? 좀 더 있다가 온다고 하지 않았나?"

 

 

그의 심드렁한 표정을 보곤 신파치는 볼멘소리로 오랜만에 보는데 반가운척이라도 좀 하란말야! 하고 소리쳤다.


"어어 반가워 반가워, 근데 무슨 의뢰? 일? 설마?"


"네네! 제가 약속까지 잡아왔다구요! 오늘 저녁에 일없죠? 같이 가요"


"그래 간만이니 힘내볼까"

 


그는 몸을 일으켜 하품을 크게 하며 기지개를 폈다. 느릿느릿 일어나는 긴토키를 보곤 신파치는 평소와 다름없이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긴상! 이거 정리 이렇게 해놓으라고 했잖아요! 설거지도 제때 하지 않으면 날파리 생긴다고 몇번을 말해요?

어휴 쌓인거봐

 


긴토키는 옆에서 아.. 곧 하려고했어.. 이제 하려고했어.. 라는 말만 늘어놓고 있었다.


"그래서 의뢰인은 어떤사람인데? 좀 쉬운거였으면 좋겠다"


"히지카타씨예요!"


"응? 히지카타? 마요라말하는거 맞냐?"


"네네! 아까 오다가 만났거든요!"


"아 그래? 그 자식이 무슨일이래? 그래 아, 근데 저녁에 보는거면 밥먹으려나?"


"그러겠죠?"


"음.."

 

 

긴토키는 잠시 생각하듯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내가 밥먹으러가면 그녀석은 혼자 먹어야 되잖아? 상대가 히지카타라서 데려갈수도없고... 그러면서도 속으론 지금 소고가 집에 없는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신파치에게도 같이 있다는걸 바로 괜히 알리고 싶진않았다. 비밀? 이랄까 비밀로 해달라고 한적은 없지만 긴토키 혼자만의 괜한 약속이였다. 그가 답답하다며 잠깐 나갔다 온다는걸 붙잡지 않은걸 새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는길에 점프좀 사다달라는 부탁은 덤


"뭘그렇게 생각하세요?"


"아 아냐 그래 가자"

 

 


같이 집을 나선 둘, 신파치는 신났는지 옆에서 계속 떠들어 댔다. 긴상 누나가 만든 달걀말이 때문에 정말이지 미치겠다니까요? 아 그리고 이번에 츠우 앨범 들어보셨어요? 역시 츠우는 최고예요 곧 콘서트투어 있어서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가야되서 요즘 정신이없어요 
그래, 그래 이 오타쿠야 그만좀해- 짧게 대답하곤 그는 계속 표정이 썩 좋진 않았다. 그리곤 몇걸음갔을까

그는 신파치에게 말했다.

 

 

"먼저가있을래? 나 잠깐 놓고온게 있어"

 

"에? 뭔데요?"

 

"아, 있어 먼저가 나 바로갈게!"


그는 다시 집으로 뛰어들어왔다. 왠지 안먹을거같단말이야 그는 메모지에 급하게 펜으로 휘갈겨 메모를 남긴다. 그리곤 다시 약속 장소를 향했다. 아무것도 안하는것보다는 나으니까.. 하고 그는 스스로 자신을 약간 위로했다.

 

 

 

 

"뭐야? 의뢰인을 기다리게 하면 어떡해?"


"갑작스레 불러냈으니까요 손님~ 그나저나 담배좀 꺼주시면 감사하겠는뎁쇼?"


빈정대는 그의 말투에 신파치는 긴토키에게 긴상! 그러지마세요! 하며 팔을 잡아끌었다.


"그래서 의뢰할게 뭔데?"


그는 쇼파에 기대어 거만한 포즈로 앉아서 물었다. 마침 나온 긴토키의 식사에 긴토키는 먹음직스럽게 한입 크게 떠 입에 넣었다.


"사람을 좀 찾으려고"


"사람? 실종된 사람 찾는건 니네 일 아녀? 아 뭔가 귀찮은 일이 될거같은 느낌인데.."


긴토키는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여자냐? 사진이나 줘봐 예쁘면 필사적으로 찾을텐데 말이지"


"여자도 아니고 사진도 없어!"


"뭐야 특징으로 사람찾기 뭐그런거냐?"


"아니 니네 아는사람이거든"


히지카타는 말해놓고 약간 뜸을 들이곤 말했다.


"소고녀석좀 찾아줘"


그 말에 긴토키는 수저질을 멈추고 잠시 그를 쳐다보았다. 이건 무슨상황이야?


"오키타씨요? 무슨일있는거예요?"


신파치가 그말에 놀라 물었다.


"아.. 아니 뭐 그건아니고"


긴토키는 그저 히지카타의 반응만 살피고 있을 뿐이였다. 그게 이상했는지 신파치가 긴토키의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긴상- 왜 아무말도 안하세요?

 

신파치의 말에 아차, 하곤 평소처럼 말을 이었다.

 


"아- 뭐야 보수는 두둑히 주는거지?"


"그건 성공후에 얘기하시지?"


"마지막으론 어디에서 보셨죠? 무슨일에 말려들었을 가능성은요?"


신파치는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하지만 긴토키는 그저 묵묵히 그런 신파치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였다.

맞아 나도 원래라면 저딴 의미없는거 물어봤을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곤 남은 밥을 입안에 모두 털어 넣었다.


"왜 찾는건데?"


"응?"


"걔 근신중이라며? 곧 돌아올거아냐? 왜찾는데?"


"음...? 근데 내가 그녀석 근신중이라고 말했던가?"


"...아..."


실수해버렸다. 그는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전에 우연히 한번 마주쳤어"


"..!!! 어디서? 언제?"


"흠... 좀됐어.. 잘 기억안나 암튼 잠깐 봤었거덩, 여튼 왜찾는데"


"연락도 안되고 해서 뭔가 걱정.. 이랄까.. 사고치진않나 해서..."


약간 말 끝을 흐리는 히지카타를 한참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그냥 냅두지그래?"


다 먹은 밥그릇에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기다리면되지만 걱정되서 그런다고 하잖아"


"긴상! 왜그러세요!"


신파치는 의뢰에 대한 긴토키의 태도에 의아하다는 듯이 긴토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 바빠서 가야되니까 먼저 간다- 찾으면 연락하지"


긴토키는 끊임없이 의미없는 질문을 하는 신파치의 팔을 잡으며 가자 하곤 일어섰다.

 

그냥 나가는 긴토키를 보곤 신파치는 황급히 따라나서서는 잔소리를 이었다. 긴상- 뭐 단서가 있어야 찾을거 아니예요!

 

 

 

밖으로 나와서 약간 생각을 하던 긴토키는 신파치에게 말했다.


"음.. 신파치- 너 도장재건으로 바쁘잖아 그니까 이번 의뢰는 나 혼자 할게"


"네? 혼자요?"


"응 별거 아니잖아?"


"음.. 그래도...저도 같이 해결사인데.."


"카구라도 쉬고있잖아? 그니까 이 때 너도 쉬어둬, 너 츠우 콘서트 투어도 가야되서 바쁘다며"


"긴상, 뭔일 있어요?"


"아니? 진짜 그냥 너 휴가니까 하는말이야. 이럴땐 그냥 네 감사합니다 하고 그냥 가는게 더 좋아보인다 신파치-"

 


긴토키의 말에 신파치는 어쩔수 없다는듯이 웃으며 네네~ 감사합니다 하곤 또다시 잔소리를 시작했다.
아까 보니까 설거지도그렇고 집안꼴이 엉망이라고요! 그리고 세탁건조대는 쓰고 난 후에 바로바로 접어서

놓으라고 했잖아요! 그의 잔소리가 다시 쏟아져 나오자 긴토키는 네네- 잘못했습니다 하곤 황급히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생각이 쓸데없이 많아지는것이였다. 긴토키는 이상하게 그의 의뢰에 응하고 싶지 않았다. 찾아주면 왠지 그냥 그대로 떠날거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호하게 안한다고 말할걸그랬나.. 아니면 찾아줘야 하나? 나 지금 이기적인 생각인건가? 아니지 어차피 길지도 않은 기간인데- 아닌가 이건 이기적인 내 생각인가
그러고보니 새삼 같이 있을 시간도 길지 않다는걸 깨달았다.

 


도착한 집엔 막 도착했는지 식탁위에 자신이 써놓은 메모를 보던중이였는지 손에들고 자신을 보는 그를 보

곤 성큼성큼 들어가 그를 와락 껴안았다.

 


"뭐.. 뭐예요?"


"..."

 

"놔요 이거 징그럽게 왜이래요"


그가 긴토키를 밀쳐내려고 품에서 꼼지락대자 긴토키는 더욱 꽈악 끌어안았다.

 

"형씨- 이거 놓으라는 말 안들려요?"


그는 서서히 힘을 풀었다. 그리고 소고는 그런 긴토키를 뿌리치고는 물었다.


"밥 먹고 온다면서요?"


"아.."

 

"이 쪽지는 뭐예요? 누굴 초등학생으로 보는거예요?"

 

밥먹고 올지도 모르니까 꼭 챙겨먹어- 라니 소고가 그 쪽지를 소리내어 읽으며 웃었다.

 

 

"응? 아.. 아니 혹시 몰라서"


"뭐야 나 빼놓고 맛있는거 먹은거예요? 칫"

 

그는 긴토키를 흘겨보며 투덜거렸다.


"아..아니 나도 안먹었어 같이 먹자"

 

"이 쪽지는 뭐예요? 누굴 초등학생으로 보는거예요?"

 

이미 밥을 먹고왔는데 한번 더 먹고 있다니.. 이거 완전 사업가들이 점심먹었는데 클라이언트의 점심드셨어요? 같이 먹죠 라는말에 거절못해서 또 먹는 꼴이다. 다행히 그렇게 많이 먹었던건 아니였어서 한그릇쯤 더 먹는거야뭐.. 그는 밥을 입에 우겨넣었다.

 

 

"의뢰인 만난다면서요? 와 진짜 누군진 몰라도 치사하다- 불러내놓고 밥도 안사요?"


"그러게"


"그래서 무슨일인데요?"


"...응? 음.. 그게...왜?"


"재밌는일이면 나도 도와줄까 했죠 심심해서-"


그러게 재밌는일이였으면 나도 너한테 같이 하자고 하려고 했지.. 그는 한숨을 한번 푹 쉬었다.


"할까말까 고민이야 뭔가 재미도없어보이고 좀 그래서"


"형씨 아직 살만한가보네요 재미없다는 이유로 의뢰를 거절할정도면?"


"네에네에- 살만합니다"


"형씨가 이러니까 돈이 없는거예요"


"오키타군 나랑 같이 해결사 할래?"


그가 밥을 억지로 먹던걸 멈추고 그에게 물었다.


"아니요"


"예상은 했지만 너무 바로 대답하는거 아냐? 생각하는 척이라도 좀 해주지"


그는 볼멘소리로 투덜투덜거렸다.

 

 

 

 

 


어느덧 축제날이 다가왔다. 전에 같이 가자고 했었던 터라, 원래 축제같은걸 그렇게 즐기는 타입은 아니였지만 그날은 좀 설레이고 있었다. 신파치가 같이 가자고 제안해왔지만 선약이있다며 거절했다. 그의 대답에 신파치는 소스랏치게 놀라며 혹시 여자친구라도 생긴건 아니냐며 난리를 피웠다. 물론 그런건아니라며 적당히 달랬다.


긴토키와는 약간 다르게 소고는 다가온 축제에 조금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날 아침까지 진짜 가도 되나 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축제를 좋아하긴 했지만 상황도 상황이였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아마도 신센구미가 올거란 걸 알았다. 그 상황들 때문에 본인이 생각해도 본인 답지않게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그 날 아침부터 긴토키와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은 긴토키의 설득에 못이겨 축제가 시작하는 저녁 시간에 맞춰 도착할수 있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그 곳은 가기전엔 기분이 별로 안좋았던 사람들도 그 분위기에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축제를 찾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둘은 도착하자마자 어렵지않게 신센구미의 일행을 바로 볼수 있었다.


"와- 저러고 있으니까 진짜 뭔가 좀 있어보이는데요? 우리들?"


"우리들? 아 신센구미 말하는거냐?"


"네"


"저러고 뒤에선 얼간이짓 하고 있겠지뭐"


"형씨 뭔가 말하는게 히지카타 같네요"


"난 마요라랑은 다르거든?"


"..일안하고 쉬는건 좋은데..."


"..?"


"이럴땐 뭔가 기분이 좀 이상하네요"


"무슨?"


"그런거 같아요, 일이 있을때 땡땡이치는건 좋은데 그냥 마냥 쉬니까 싫은거요- 그리고 뭐랄까 짧지만 그

래도 멀리서 보고있으니까 소속감이 없어진 기분이랄까-"


"너 역시 머리가 좀 이상해졌구나?"


답지 않게 사뭇진지하면서도 살짝 가라앉은 그를 보곤 긴토키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가봐요"


갓을 쓰고 있어서 표정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것 쯤은 직감할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동시에 다시 고민했다. 나 어떻게 해야하지?


그 생각을 잠깐 하는 찰나- 소고는 긴토키가 자신 때문에 가고싶은 축제에 와서도 살짝 숙연해졌다는걸 인식하고 팔목을 잡아끌었다.


"게임하러가요 내기할래요 형씨?"

 

 

 

 

 

 

 


해결사 녀석 뭔가 석연치 않단말이야- 그냥 내버려두지그래? 라고 묻는 그 녀석의 말이 자꾸 거슬려 그는 고민이 많았다. 맘에 안들지만 그래도 과정은 엉망진창이지만 결과론적으로는 확실하게 일을 해결해 주는 녀석이였는데 이번은 왜이리 찜찜한 구석이 있는지 알수 없었다.


축제 보안담당이라- 축제때 보안을 담당할때마다 그녀석 맨날 땡땡이 치곤 했었는데..

화려한 불빛과 시끄러운 사람들- 그러고보니 에도에 올라와서 신센구미를 결성하고 나선 제대로 축제도 못 즐겼던것 같다. 전엔 맘편하게 게임같은것도 하고 그랬었는데

 

배치를 완료한 후, 머리도 식힐겸 산책이나 할까 해서 길을 그나마 사람이 좀 적은 길로 걷는중 그는 유우를 만났다. 그녀는 그를 찾아다닌것 같았다. 두리번 거리다 그를 발견하곤 환하게 웃으며 뛰어왔기 때문이다.

 

"어 왔어?"


"네- 부장님 축젠데 못 즐겨서 아쉽진 않으세요?"


"나야뭐 항상이런데 뭘"


"저.. 드릴말씀이.."


"뭔데?"

 

 

 

 

 


무슨게임으로 어떤 내기를 할지, 한참 나름 활발하게 얘기하며 걷던중 소고는 히지카타와 그녀를 발견했다.

 

그리곤 긴토키가 했던 이야기를 같이 떠올렸다. 둘이 사귀는거 아니야?
그러고보니 축제인데 둘이 이야기..? 가서 일이나 할것이지-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긴토키에게 말했다.

 


"형씨- 나 쟤네 얘기하는거 듣고싶어요"


소고가 가리키는 쪽을 본 긴토키는 자신이 전에 봤던 그 둘이 있는걸 보고 그 역시도 흥미를 가졌다. 그리곤 흔쾌히 승낙했다.

 

 

"그러고보니 내가 전에 얘기 했었지? 쟤네 뭐 있다니까? 봐- 축제때도 둘이 얘기하고있잖아"


그 말에 소고는 그냥 긴토키를 한번 쳐다보고는 별말은 하지 않았다.


긴토키와 소고는 어수선하게 엉클어진 수풀틈에 숨어서 그 둘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뭔데? 할말이"


"저.. 전에 말씀드렸던...거 말이예요"


"어떤거?"


"저..부장님 좋아해요"


"아"


그는 그제야 생각났다는듯이 대답하곤 담배를 한번 후욱 빨아들였다.


"저 진심이예요"


그녀의 그 말에 히지카타는 별 대답은 하지않았다.


"남자와 여자로써 진짜 부장님 좋아해요"


"아쉽네 그거"


뜻을 알수 없는 대답에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네?"


"내가 너에게 듣고싶은 말은 그런말이 아닌데"


"...네?"


"다른 할말... 있지않아?"


"..."


"너 아픈몸이고 하니까 시간을 준거야. 근데 말할생각은 없나보네-"

 

히지카타의 말에 그녀는 온몸이 굳은듯 꼼짝 할수가 없었다. 무슨...


"그녀석 그런짓 할 녀석 아닌거 알아- 벌을 준건 그녀석이 아무말을 안했기 때문이지 널 믿은건아니야"


"...."


"그래, 백보양보해서 니가 정말로 피해를 입었다고 치자, 그래도 난 그녀석 편에 서야하는 입장이거든"


"...에..?"


"하지만 그녀석이 그럴리없고 지금 니가 당황하는걸 보니 니가 피해자는 아닌것같네"


"저.. 부장님"


"아쉽다 나는 니가 싫진않았는데-"


"저기.. 부장님"

 

"시간은 줄게 신센구미에서 나가"

 

"..."


"너에게도 여기 있는게 좋진않잖아? 병을 앓고 있는 사람 데리고 더 이상 마찰 일으키고싶지않아"

 

 

 

 

 

 

 

 

 

 

 

 

 


 

 

 

 

 

 

 

 

 

 

 

 

 

 

 


[오늘 날씨는 전국적으로 화창하겠습니다. 기온은 평균기온과 다름없이...]


"케츠노 아나 진짜 예쁘지 않냐?"

 

아 너무 예뻐... 진짜 예쁘다...아침기상예보를 보며 긴토키는 한참 중얼거린다. 얼마전에 사다놓은 초코칩 쿠키를 쇼파에 누워서 먹음직스럽게 먹어치우는 긴토키를 보며 소고는 그가 정말 마다오 같다고 생각했다.


"야, 니가 봐도 진짜 예쁘지?"

 

"..그냥그런데요"

 

아. 예뻐 그래 다시봐도 너무예뻐 분명히 내 타입인데... 내 이상형인건 확실한데 말이지..그는 자신이 누워있는 탓에 쇼파에 기대어 앉아있는 그 녀석을 힐끗 본다.


"왜요"


"아냐"


좋아하나?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는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였다. 연애도 할만큼 해봤겠다, 이런경험 저런경험 다 해본 그는 그런 감정이 두렵다거나, 인정할수 없다거나, 그런문제는 아니였다.

 

그런말도 있잖아? 이상형과 실제로 사귀게 되는 사람은 전혀 다른경우가 많다고

실제 그가 사귀었던 사람들은 가지각색이였기에.


아직 확신은 안섰지만 비슷한 감정에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아 어제 밤. 그는 잡았던 손의 온기가 다시 느껴져 괜시리 민망함을 느꼈다. 이녀석은 무슨생각일까 사뭇 궁금하기도하고. 서로 어색함을 느꼈다는걸 알아챈건 소고 역시 그날따라 고분고분 했기 때문이였다. 평소라면 쇼파에 누워있으면 저리가라고 했다던가, 아침기상예보를 보고있으면 이런거 재미있냐고 투덜투덜 한소리 했을텐데 그는 오늘따라 별말이 없었다.


소고 역시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고있었다.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하지? 아 소름끼쳐


"아.. 맞다"


"응?"

 


한참 머리를 굴리던 소고가 입을 열었다.


"어제 형씨 진짜 웃겼던거 알아요? 3류 연애 드라마 찍으시나"


이런얘기를 일부러라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더 민망하다고 생각한 그는 이야기를 꺼냈다.


"왜? 손잡는 순간 찌릿찌릿 하셨나?"


"찌릿찌릿하기만 했겠어요? 형씨가 여자였으면 덮쳤을지도?"


"남자네"


"남자죠 그럼"


"나도 니가 여자였으면 그 순간 키스했을지도 몰라"


"약하다 약해, 고작 키스가 뭐야? 형씨가 그러니까 여자를 못사귀는거예요"


"야- 그 이상을 기대하는 여자에게 난 여기까지만, 널 지켜주겠어 이런 절제력을 보여주는게 요즘 트렌드거덩? 니가 여자없는 이유를 알겠다"

 


그 말에 소고는 재밌다는듯이 웃었다.

 


"역시 형씨는 히지카타랑은 다르네요"


"이자식이 어디서 비교질이야? 당연히 내가 그자식보단 훨씬 위지"


"제가 언제 비교했어요? 다르다고 했지"


"그럼 다른사람인데 같겠냐?"


"히지카타 야한농담하면 진짜 웃겨요 엄청 당황해 하거든요"


"아그래? 음.. 오오구시군은 당황해할거같다 확실히"

 


긴토키는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말했다.

 

 


"히지카타를 좋다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걸 거절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말 다른애들한테 전해듣고 히지카타한테 가선 왜? 따먹고 버리지. 너같은 남자를 보고 줘도 못먹는놈이라고 하는거야 이녀석아- 라고 했다가 엄청 난리났었어요"


소고는 그때 당시 상황을 생각하며 소리내어 웃었다.

긴토키도 같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야 웃기긴한데, 그런말 누가 알려주냐?"

 

"대원들이죠 뭐, 다 남자들만잇으니까 다들 그런얘기만 하거든요"


"오 좋다, 나도 가서 끼고싶어"


"제가 좀 저런 야한농담하면 엄청열받아 하면서 누가 그런말 알려줬냐고 물어봐요, 그럼 일부러 맘에 안드는 부대나 대원 이름 말해요 그럼 그날 걔네 엄청 혼내거든요"

 

아- 걔네 혼나는거 지켜보는게 그렇게 재밌었는데- 하고 중얼거리며 환히 웃는 그를 보곤 생각했다. 역시 웃을때가 귀엽긴하네-


"아하- 역시 넌 도S야, 근데 화 풀렸냐?"

 

"에?"

 

"오오구시군한테 화난거 아녀? 이런저런 일화 얘기하면서 웃는거보면 화풀렸나보네?"


"아...."

 

 


긴토키의 그 말에 잠깐 멈칫 하더니 말을 이었다.

 


"아..하하 형씨, 내가 기집앤줄알아요? 이정도 기간이면 당연히 화 풀렸죠 뭐, 사내새끼가 언제까지 혼자 씩씩거리고 있어요?

아하하"


약간은 당황하면서도 주절주절 늘어놓는 그의 모습이 또 귀여워 그는 머리카락을 잔뜩 헝클었다.


"그래, 착하네"


"만지지 마요 쫌"

 

그는 귀찮다는 듯이 긴토키를 흘겨보며 말했다.

 


마침 티비엔 불꽃 축제 기간을 알리는 광고가 시끄럽게 나왔다. 밤하늘을 가득 메우는 불꽃이 터지는 화면이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축제라- 그러고보니 전에도 같이 갔었지.


"야, 우리 저기 가자"


"축제?"


"응, 너 좋아하잖아"

 

전에 축제서 만났을때를 떠올리곤 말했다.

 


"음.. 가도 되려나"

 


기대반 걱정반에서 갈등하는듯한 그를 보곤 긴토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뭘고민하는거야? 당연히 오케이 해야되는거아냐?"


"파트너가 맘에 안들어서 고민하잖아요 지금"


그런 이유가 아니라는걸 알고있는 긴토키는 일부러 농담을 던졌다.


"가자, 오빠가 재밌게 놀아줄게"


"아저씨 버전으로 해주세요"


"어이- 꼬맹아 아저씨가 놀아줄게 나 위험한사람아냐"


"별로 안 땡기는데요? 여자 버전으로"


"오빠아~ 나랑놀자아~ 긴코가 재밌게 해줄게! 여러가지의미로?~"


"안갈래요"


긴토키가 쇼파에 누워서 열심히 성대묘사를 하다 그의 대답에 벌떡일어나 아래 앉아있는 그의 뒷목을 움켜

잡으며 말했다.


"죽을래?!"


"이러면 안돼죠 더 가달라고 졸라야지"


"...너 진짜 짜증나는 타입이다"

 

 

 

 

 

 

 

 

 

 

 


하루종일 멍하니 있는 히지카타를 보곤 야마자키가 물었다. 어디아프세요? 그말에 정신을 차린 그는 손짓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냥 나가려는 야마자키를 보곤 갑자기 생각났다는듯이 급하게 그를 불러세웠다.

 

"그니까.. 혹시 너 나한테 뭐 숨기는거 없어?"

 

"...네에?!"

 

난데없이 불러세워놓고 숨기는게 없냐고 물어보다니 순간 야마자키는 오늘 아침 훈련시간에 몰래 배드민턴을 친 일, 그리고 얼마전에 다른 대원들과 같이 모여서 점프를 본일 등등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며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뭐.. 연락...뭐 그런거 있잖아"

 

히지카타 입에서 나온 뜬금없는 말에 야마자키는 뻥진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네?무슨소릴하시는거예요? 전혀모르겠는데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자신을 쳐다보는 야마자키를 보곤 아.. 아니다 하고 말하며 다시 머리를 감싸쥐었다.

.

"저.. 부장님 그렇게 광범위하게 물어보지 마시고 그냥 물어보세요.."


야마자키의 말에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담배에 불을 붙이곤 한모금 빨아들였다.

 


"아니 그니까 내가.. 소고녀석한테 뭘 좀 물어보려고 하는데 연락이 안되서"

 

아 그니까 일을하다가 뭐 좀 이상한게 있어서 말야! 라고 급하게 덧붙였다.

 

"오키타대장이요? 뭘 물어보실건데요? 그냥 저희한테 물어보시는게 낫지 않을까요?"

 

아- 이녀석 말을 듣고보니 그렇다.


"아 그러네- "

 


약간은 안심한 야마자키는 곧 히지카타의 복잡해 보이는 표정을 보곤 의아하듯이 말했다.


"왜그러세요? 뭐 걱정되세요? 설마 사고칠까봐?"


"응? 아- 어어 그래,걔가 좀 문제아야?"


"에이, 그래도 설마 상황이 이런데 조용히 있겠죠"


"음.. 그래..근데 폰이 아예 정지되어있더라고"


"애초에 한달동안 연락 할 일이 없으니까 정지해놨나보죠 뭐"


"아.. 어어 그래 그러겠지?"


"설마 그 일때문에 이렇게 복잡해 하시는거예요? 그건 아닌거같고.. 어디아프세요?"


그러네 지금 과민반응인가? 그는 그말에 말없이 그냥 웃옷을 들고는 잠시 나갔다오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야마자키말은 틀린게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본인도 사고칠까봐 걱정을 하고있는건 아니였으니까. 그렇다고 그녀석이 누구한테 당할녀석이야? 그것도 아닐거고- 근데 왜이렇게 답답한거야

 

 

힘없이 터덜터덜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갈만한데가 어디있을까 그녀석이 자주 다녔던 그런곳- 그는 막상 생각나는 장소가 없어 한참을 땅만보고 걸었다. 그리곤 같이 돌아다녔던 장소를 한번 순회할 뿐이였다. 경단가게라던가, 아니면 혹시 또 여자들 싸움하는거나 구경하러갔나 해서 투기장에도 가보고 그는 한참을 그렇게 정처없이 떠돌다 벤치에 앉아서 음료수나 하나 마셔야겠다는 생각으로 벤치에 앉았다. 자판기에서 뽑은 음료수- 항상 마시던건데 오늘따라 드럽게 맛도 없다.

 

처음엔 걱정, 그리고 그 다음엔 짜증, 그리고 다시 걱정 또 짜증... 역시나 내일 부슈에나 다시 가볼까

그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아- 벌써 해가 지고 있잖아 짜증나게

 

 

 


"부장님?"


부르는 목소리에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병원에 가느라 일주일간 나오지 못한다고 했던 그녀다.


"어.. 병원간다며?"


"네 다녀오는 길이예요"

 

그녀는 평소처럼 웃어보였지만 병원에 다닌다, 아프다, 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뭔가 헬쓱해보이는 인상이였다.

 


".. 옆에 잠깐 앉아도 되요?"


"뭐 좋을데로"


그는 습관처럼 담배를 입에 물었다가 옆에 있는 그녀가 환자라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고는 다시 담배를 담배갑에 넣었다.


그녀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싱긋웃었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좋다-"


"..?"

 

그는 말없이 그녀의 말에 그녀를 쳐다보았다.

 

"전 그냥 이렇게 벤치에 앉아있는거 좋아해요"


"..."


"부장님은요?"


"글쎄.. 생각안해봤어"


"그냥 있어도 좋은데... 좋아하는 사람이랑 앉아있으면 더 좋잖아요"


"..."


그는 말없이 남아있는 음료수를 끝까지 들이켰다. 으 역시 오늘따라 별로 맛이없어 마지막 한방울까지 탈탈 털어마신 그는 음료수 캔을 찌그러 트리곤 쓰레기통을 향해 던졌다. 쓰레기통과의 마찰음을 내며 음료수캔이 그대로 안으로 들어간다.

 

"난 바빠서 들어가봐야겠어"


그는 웃옷을 챙겨 들었다. 일어섰을때 그녀 역시 같이 일어섰다.

 

"저.. 부장님"


"둔영에서 보자고"

 

 

그대로 멀어지는 그의 모습을 본 그녀는 한참을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사건이후 대원들의 시선이나 태도가 사뭇 달라짐을 느꼈다. 뭐 여자니까 처음엔 호기심반, 관심반으로 잘해주긴 했어도 항상 상냥했었는데 그 이후론 뭔가 소외감을 강하게 느꼈다.

 

그 사건이 막 있고나서, 1번대의 통솔을 히지카타가 직접한다길래 그녀는 조금은 기쁜마음에 히지카타를 찾아갔었다. 제가 도와드릴거 없나요? 라는 물음에 그는 시선도 주지 않은채, 너 1번대 도와줬었잖아 그럼 가서 부대장 도와줘 라는 차가운 대답에 그녀는 그 전보다 더 큰 벽이 생긴건가 하는 불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결국 벌을 받은건 내가 아니잖아? 그녀는 애써 자신을 위로하며 생활했다. 그러던 와중, 본인이 아프다고 말해놓은것도 있고, 동정의 요소가 좀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병원의 이유로 일주일을 쉬다 오겠다고 전했다.


그리고 오늘 우연을 가장한 만남에서 보기좋게 차인거나 다름없는 대답에 곧 바로 둔영에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위바위보해서 아이스크림 사오기 내기를 해서 진 긴토키는 반쯤 풀린눈을 하곤 힘없이 걸었다. 아- 괜히 하겐다즈 먹자고 해서 멀리까지 가야되잖아 머리를 긁적이며 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한걸음 한걸음 옮겼다.


편의점에 이왕 온김에 이것저것 더 주워담기 시작했다. 하겐다즈는 역시 딸기맛이야 딸기맛, 그리고 딸기맛 우유 아, 집에서 맥주나 한잔할까 하고 맥주도 여러병 샀다. 안주는 아랫집 할망구한테 좀 달라고해야지

 


그리고 그는 돌아가는길에 히지카타와 유우를 멀리서 목격했다. 맞다 첨에 오오구시군 때문에 신센구미 들어간다고 들어가고싶댔었지 진전이 있는건가? 멀리서 지켜보던 그는 방금 산 아이스크림을 떠올리고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나 아까 이거 사오면서 재밌는거 봤어"


긴토키는 문을 열자마자 소고에게 말했다.


"아이스크림은요?"


"응 여기"


잔뜩 사온걸 냉장고에 정리해서 넣으면서 그는 말을 이었다.


"아, 너 유우알지? 넌 별로 안좋아했던가? 걔 오오구시군이랑 친해?"


긴토키는 탁자에 앉아 아이스크림 뚜껑을 열었다. 큼직한 통에 한가득 있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보곤 한수

저 크게 떠 입안에 넣었다. 크 맛있다


"글쎄요 잘 몰라서"


소고 역시 긴토키 앞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한숟갈 떠서 입에 넣었다. 그녀의 이름과 히지카타의 이름이 같

이 언급되는게 별로 좋지않아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아하하 걔 오오구시군이랑 사귀는거 아냐? 아까 같이 있던데? 걘 사복차림이고 오오구시군은 제복차림이던데 밖에서 몰래 만나는거 아냐?"


"...아 진짜요?"


긴토키는 그의 얼굴이 점점 굳어가는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계속 말을 이었다. 나도 멀리서 본거라 잘은 모르겠지만 말야 그 남녀사이에 있는 분위기가 있다고 분위기가- 하고 말하며 재밌다는듯이 웃었다.


"안먹어?"


한숟갈 떠먹고는 그냥 수저를 입에 물고 있는 그를 보곤 긴토키가 의아하게 물었다.


"너 안먹으면 내가 다 먹는다?"


"남녀사이에 있는 그 분위기가 뭔데요?"


"아 그건 말로 표현 못하는데- 삘이라는게 있거덩"


"아하-"


그는 아이스크림을 느릿느릿 한숟갈 떠올렸다. 에이설마- 둘이? 진짜? 그래서 그렇게 급하게 나한테 근신내린건가? 이상한 상황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 녀석이 그런 사적인 감정에 휘둘려서 그럴리는 없는데 그래, 그리고 설령 진짜 사귄다 하더라도.. 그녀석이 나를? 나를? 감히?

 

 

"오오구시군 진짜 인기많네- 걔보다 내가 낫지않아?"


"네 뭐.."


"그치? 아 근데 너도 몰랐어? 진짜 철저하게 비밀로 하나보네 그런경우 여자가 되게 서운해 할텐데"


"하하"


그는 또 한참 숟가락을 물고있다가 탁- 소리나게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안먹어?"


"다 먹었어요"


"왜? 더 먹어, 단거 별로안좋아해도 이건 먹는다며"


"다 먹었어요"


"몇 숟갈 먹지도 않았으면서-"


그는 내려놓은 그의 숟가락으로 대신 아이스크림을 크게 한술 떠서 그의 입에 내밀었다.


"자, 아~해"


"...안먹어요 진짜"


"아 빨리~"


그는 긴토키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쳐냈다. 그 바람에 숟가락은 거실 한가운데 떨어져 숟가락에 올려져 있던 소량의 아이스크림과 함께 나뒹굴었다.

 


"안먹는다구요"


"....뭐야?"


"안먹는다고 얘기 하잖아요"


긴토키는 그의 표정과 나뒹구는 숟가락을 번갈아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숟가락을 주웠다. 그리곤 티슈로 숟가락을 닦아내곤 그의 앞에 다시 놓았다.


"그래, 근데 갑자기 왜 이렇게 과민반응이야?"


"나 원래 싸가지없잖아요"


"너 승질 진짜 더럽다"


"그걸 이제 아셨나"

 

 

그는 그대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아- 그러고보니 히지카타와 있을때도 이런일이 있었다. 상황이 약간 달랐지만

그때 소고는 고열에 시달려 누워있을 때였다. 마침 싸우고 난 뒤라 화해의 의미로 히지카타가 사온 죽을 그 녀석 얼굴보자마자 괜히 열받아서 그릇채로 던져버린 일이 있었다. 사실 그때도 히지카타의 표정을 보곤 조금은 내가 심했나? 하고 생각하곤 약간은 후회했었다.

 

그때 히지카타가 어떻게 했었더라..


아- 내가 지금 왜 이런생각을-


히지카타 이 씨발새끼- 개새끼- 그 새끼는 진짜 맘에 안들어

 

 

그는 벽에 기대어 무릎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 짜증나

 

그때 볼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그는 얼굴을 들어 그쪽을 보았다. 긴토키가 맥주 한캔을 들고 아무일 없다는듯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스크림이 싫으면 맥주마시자 이건 괜찮지?"

 

 

 

 

아- 생각났다. 그 녀석 다른죽을 다시 사왔었어 흰죽은 역시 별로 맛이없지? 하면서

 

 

 

 

 

 

 

 

 

 

 

 

 

 

 

 

 

 

 

 

 

 

 

 

 

 

 

 

 

 

제 집인양 쇼파에 누워 티비를 보는 소고를 보곤 긴토키는 있는 힘껏 그를 노려봤다. 시선을 느꼈는지 그가 긴토키를 쳐다보더니 한마디 했다.

 

 

"너무 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형씨, 애초에 이런 제안을 한건 형씨라구요"


"제안을 한건 내가 맞지만... 이 치사한놈아 고작 집세 좀 낸다고 사람을 이렇게 개처럼 부려먹으려 들어?"


"... 고작 집세도 못내서 몇달이나 밀려있는 사람도 있던데요 뭐"


"제안은 내가 한거 맞지만 이정도 일줄은 몰랐습니다요!"


투덜투덜대며 긴토키는 주방에 터벅터벅 들어간다. 보통의 꼬맹이가 아닌건 알았지만 딜교환을 정확히 할줄

아는 꼬마라는걸 새삼 느꼈다. 그럼 형씨가 밥도 다 해주시는거죠? 물론 청소도- 라니... 대화를 다시 회상하며

냉장고를 열었다. 근데 뭐... 그래봤자 먹을게....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소고의 앞에 밥 한공기를 턱- 소리나게 내려 놓았다. 밥위에 날계란과 간장이 뿌려져있는 밥을 보곤 그가 멀뚱히 쳐다본다.


"음.. 그니까 나도 먹기 싫은데 집에 있는게 이거 밖에 없다야... 하하"


"아아- 이거 보니까 둔영이 얼마나 좋은 곳이였는지 새삼느끼게 되네요"


젓가락으로 밥을 뒤적뒤적대는 그를 보고는 한마디 했다.


"야 이녀석아 밥 차려준 사람에 대한 예의냐 그게!"


투덜거리는 긴토키의 말에 한입 크게 입에 넣고는 우물우물 거리며 긴토키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녜요 맛있네요 근데 맨날 이런거 먹고 사는겁니까? 형씨는?"


"아냐! 맨날 먹진않는다고 나도!....... 못먹을때가 가끔있지...."


"...그건 더 최악인데요?"

 

 

 

 

 


쇼파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 긴토키는 잠이 오지않아 한참을 뒤적거렸다. 원래 자신이 자는 방을 이젠 집세를 자기가 냈으니 한달동안은 자신의 집이라며 방을 빼앗겼다. 상대를 잘못골랐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을 내쉬었다. 나름 비싸게 주고 산 쇼파라고 생각했는데 왜이리 불편한지 이번에 일을해서 돈을 받는다면 쇼파를 바꾸고 싶다는 크나큰 꿈을 가지게 되었다.


불편함에 뒤척이다 열려있는 방문틈으로 그녀석을 힐끗보았다. 역시 잠이 안오는지 폰따위를 만지작대고 있는 모습을 본 그는 별거 아닌 그 모습이 인간적이라고 생각했다.

쇼파에 누운채로 말을 걸었다.


"야 안자냐"


"잘거예요"


그말에 핸드폰을 탁- 소리나게 닫는 그를 보곤 긴토키는 다 안다는 표정으로 음흉하게 웃으며 물었다.


"연애하냐? 이저녁에 무슨-"


"연애는 무슨- 연락도 안되는데 잘자요"

 

 

뒤돌아 눕는 그를 보곤 긴토키도 자세를 고쳐 누웠다. 그래도 혼자보다는 같이 있는게 뭔가의 안정을

찾아준다고 생각했다. 전혀 안그럴거 같은 사내새끼가 잘자요 같은 간지러운 말도 할줄알고 말이야

 

 

 

 

 

2,3일정도가 지났을때 긴토키가 느낀건 이녀석이나 자기나 크게 다를게 없다는 거였다. 신파치는 잔소리도

하고 늦게 일어나면 깨우고, 약간 시어머니 같은 느낌이 강했다면 이녀석의 경우는 본인과 비슷했다.

긴토키가 쇼파가 불편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그를 깨우는 목적으로 가서 옆에서 잠에 파묻힌 목소리로

일어나- 한마디 정도 하곤 옆에서 같이 자는일이 허다 했다. 그래도 자신이 잠을 깨운다는 면에서 (사실 깨우는것도 아니였지만) 긴토키는 역시 어린이는 어린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역시 본인이 어른이라는 약간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전에 여러가지 일 때문에 몇번 마주쳤을때의 소고는 엉뚱한데다 재밌는 꼬맹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같이 사는 동안의 그는 생각보다 말이 없었다. 뭔가 생각이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한 긴토키는 자신이 약간은 위로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쇼파에 엎드려 점프를 읽는 그를 보곤 긴토키가 다가가 볼을 쭈욱 잡아 늘렸다

 


"..아야.. 뭐예요"


"그냥 심심해서"


"뭐야 싱겁게"

 


다시 점프로 시선을 돌리는 그를 보곤 다시 볼을 쭈욱 잡아 늘렸다.

 


"아 진짜! 아파요!"

 

그가 볼을 문지르며 화난 표정으로 약간 목소리를 높였다.


"근데, 근신 뭐땜에 받았어?"


"..그러게요"


"하긴, 너 하는짓 보면 받을만하긴 했어, 니가 좀 문제아야?"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시비예요?"


"아냐아냐, 그냥 사실을 말하는것 뿐이라고"


약간 화난듯한 표정에 긴토키는 장난이야 장난- 하곤 소리내어 웃었다.


"맞다 그 여자애있잖아, 걘 잘있어?"


"아- 걔 형씨가 데리고 온 여자였죠? 뭐,. 엄청 잘지내죠 뭐"


"전에 몇번 찾아와서 얘기랑 하고 그랬었는데, 눈치 보아하니... 너 걔 별로 안좋아하는구나?"


긴토키가 비꼬는 그의 말투를 듣곤 씨익웃으며 물었다.


"아니 그 반댄가? 좋아하나?"


긴토키의 질문에 어이없다는듯이 그저 코웃음을 쳤다. 큰 반응이 없어 긴토키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다른 얘기 거리를 찾았다.

 


"너 삐졌구나?"


"삐져요?"

 


당황함과 열받음이 같이 보이는 그녀석의 표정에 긴토키는 제대로 화제거리를 찾았다는 생각에 재밌었다. 그리곤 그는 바짝 다가가서는 말을 이었다.


"너한테 근신 내린거면 뭐.. 안봐도 오오구시군 일거아녀?"


"누가 삐져요? 그런거 아니고 화난겁니다 형씨"


소고가 복수겸으로 긴토키의 볼을 쭈욱 잡아당겼다.


"아야야야.. 삐진거나 화난거나 그게 그거잖아?"


"삐지는건 여자애들이나 하는거죠 묘한 차이가 있다고요 그거"


삐진건 화났어? 했을때 고개를 휙 돌리면서 아냐, 화 안났어- 라고 하면서 속으로는 달래주길 바라는 치졸한 짓이지만,

화났다는건 화났어? 라고 말하기전에 싸움을 걸거나 물었을때 선빵먼저 날리는거죠 - 주절주절 차이를 설명하는 그를 보곤 소리내어 웃었다.


"아 그러네 근신끝나면 가서 선빵부터 날리시겠네?"


"선빵은 무슨, 죽여버릴거예요"


"그래그래, 근데 무슨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지금 휴가인거잖아? 한달동안?"


"휴가?"


"일 안가니까 휴가지뭐, 그동안 즐겁게 지내면 되잖아?"


"?"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자신을 쳐다보는 그의 얼굴에 바짝다가가서는 능글맞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빠랑 영화보러 갈래?"


".. 오빠?..더럽ㄱ..."

 


뒤에 대답을 채 하기도 전에 긴토키는 소고의 머리에 갓 씌워 누르며 손을 잡을 끌었다. 그 근처는 번화가라서 신센구미도 돌아다닐거니까 쓰고 나가면 문제 없지? 마주치면 안된다며? 그는 씨익 웃어보였다.

 

 

영화라, 소고는 누군가와 같이 보는건 오랜만이였다. 곤도는 오타에를 따라다니느라 같이 같이 보자는 말도 못했었고, 히지카타와는 비번이 겹칠일이 많지 않았다. 설령 겹쳐서 같이 있었어도 영화를 같이 보러 가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한번은 우연히 영화관 앞을 지나가다가 야한 애니메이션 극장판인듯한 여자 캐릭터가 주요 부위만 보일듯 말듯하게 가린 포스터를 보고 보러가자고 장난 쳤다가 한대 얻어맞은 일을 생각하고는 피식 웃었다.

 

 

"왜?"


"아니예요"


엉망으로 씌워진 갓을 고쳐 쓰며 말했다.

 

 

 

도착한 영화관엔 곧 여름이기도하고 시간대가 저녁이라 그런지 호러물의 영화들이 줄줄이 상영하고 있었다. 제목이나 포스터부터 소름돋도록 연출해놓은 인쇄물을 보며 긴토키에게 물었다.


"뭐보실래요?"

 

"으..응? 그..글쎄?"

 

"근데 귀신 무서워하셨었죠?"

 

소고가 둔영에서 모기천인으로 난리났던 때를 기억해내고는 물었다.


"야임마! 누가 무서워해 그딴거? 나 절대 그런거 아니거든?"

 

안색이 그닥 좋지 않은 그를 보고는 재밌었는지 그럼 집에서 목을 매달아죽은 귀신이 나타난다는 내용의 영화가 있는데,

그거 보실래요? 아니면 코타츠에서 귀신이 나오는 내용의 영화가 있는데 그거 보실래요? 그래봤자 15세 관람가인걸보니 별로 안무서울거예요 하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요즘 영화 진짜 잘만든다 그쵸?"

영화를 다 보고 영화볼때 먹다 남은 팝콘을 마저 들고 오독오독 먹으며 즐거운 표정으로 긴토키에게 물었다.


"아... 어... 그.. 그러네"


자길 배려해서 15세 영화따윌 보자는 식으로 말하는 그의 말투에 쓸데없이 자존심이 상해 제일 무서운걸로 보자며 기를 쓰고

19세 관람가 까지 붙은 공포영화를 고른 긴토키는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영화를 볼때도 그 녀석은 별 신경안쓰고 팝콘에 음료수까지 맛깔나게 먹으며 여유있게 보는데 정작 본인은 딱딱히 굳어 식은땀을 뚝뚝 흘리며 고통스러워했다. 왜!! 왜 내가 돈내고 이렇게 고통스러워해야하는 거야 왜!!

 

 

"형씨 많이 더워요? 왜이렇게 땀을 흘려요?"


"응? 아.. 어.. 좀 덥네"


"설마 영화가 무서워서 그런건 아니죠?"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소리내어 웃는 그를 보고 저... 절대 그런거 아냐... 라고 말해보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그러게 제가 15세 영화로 보자니까- 하며 놀려댔다. 아니야!! 그런거 아니라고!!!

 


집에 도착해 잘자요- 하곤 방으로 들어가는 그를 보곤 긴토키도 역시 쇼파에 누웠다. 방금 본 영화는 영화일뿐이야. 하고 자꾸 생각나는 영화의 한장면을 잊으려 노력해보지만 그럴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탓에 이불을 머리 끝까지 쓰곤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갑자기 웅웅거리는 냉장고 소리에 흠칫 놀라서 잔뜩 웅크리곤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따윌 해댄다.

 

 

제발.. 제발 잠들게 해주세요 제발-

 

 

 

 

 

 

 

 

 

 

-


익숙한 길이다.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는 그의 눈에 들어온 풍경을 보고 뒤늦게야 깨달았다. 어릴때 살았던 부슈다. 옆에 있는 살았던 집을 보고 다시한번 놀랐다. 기억과 다름없이 전혀 낡지도 않고 심지어 안에 있는 물건까지 그대로 배치되어 있는걸 본 그는 그리움에 방안으로 한발짝 들어간다.


"소짱- 소짱-"

 

본인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한명밖에 없기에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에이 설마- 그리곤 그대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온몸이 마비된듯 꿈쩍도 하지 못했다. 누나? 진짜?

 

"...어? 누나?.. 진짜? 누나예요?"

 

본인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고 한참을 눈만 깜빡였다.


"그럼! 오랜만이라 내 얼굴도 못알아보는거니?"


그녀는 달려와서는 양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안았다. 잘지냈니?


"누나... 보고싶었... 어요"


실감이 나지 않아서였을까 그는 만감이 교차해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기쁘고 놀랍고 반갑고 또...


"잘지냈지 그럼-! 봐. 얼굴 많이 좋아졌지?"

 

눈꼬리를 늘어트리며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누나는 언제나 제일 예쁘니까

 


"토시로씨를 만나러 갈거야"

 


그 말에 그는 기쁜 감정이 다른감정으로 변하는것을 느꼈다. 불안함? 그래 불안함이다. 가지마요


"..누..누나 그냥 안가면 안돼요? "

 

"응?"


"그런자식 뭐하러 만나요? 만나지마세요 그딴자식 진짜 맘에 안든다니까"

 


그는 눈을 마주칠수가 없었다. 알수없는 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였을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약간의 침묵에 이상해 다시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불안하니?"


의외의 질문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질문에 뭔가 거짓말을 하다 들킨 사람마냥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녀의 표정은 화가났다거나, 기쁘다거나, 슬프다거나 하는 그 어떤 감정도 읽을수 없는 표정이였기에

소고는 더욱 놀라움에 고개를 저었다.


"에? 무슨.. 뜻.. 이예요?.."


"내가 토시로씨를 안만났으면 좋겠니? 불안해보여 왜? 나도 만나면 안돼?"


가까이 다가와 자신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 내리는 손길이 얼어붙은 쇠붙이 마냥 차가워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평생 미츠바에겐 느껴본적없는 위화감이였다. 누나.. 무슨소릴 하는거예요..

 

 

 

 

 

 

 


"으아아아아아아아!!!"


비명소리에 정신이 돌아온다. 아. 꿈이였구나- 식은땀으로 가득한 그는 소리의 정체를 알기위해 안대를 벗어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리곤 곧 본인이 자고 있는 방의 구석에서 베게를 안은채 덜덜떨고 있는 긴토키를 보곤 물었다.


".. 여기서.. 뭐하세요 형씨?"


"야 이자식아! 니가 갑자기 잠꼬대해서 내가 얼마나 놀랐는줄알아?!"


"아..미얀해요 근데 여기서 뭐하시는.."


"아냐..미얀할필요없어! 근데..."


"?"


"나 여기서 자면 안돼?"


이미 그럴생각으로 온걸 말하고 있는, 긴토키가 끌어안고있는 베게를 보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형씨 설마.. 무서워서..."


"그런거 아냐!!! 그런거 아니고!! 밖에 냉장고 소리가 시끄럽잖아! 자꾸 웅웅 울리고.. 아 그리고 밖에 또 추워!! 그리고 또..."


"네 여기서 자요"

 

생각보다 순순히 대답하는 소고를 보곤 긴토키가 한숨돌리며 말했다.


"너.. 너도 악몽꾼거 아냐? 너도 무서웠지?"

 

"영화본거 때문에 그런건 아니거든요?"

 

"아냐 너도 영향이 있었을꺼야"

 

"제가 형씨하고 같은줄아시나본데..."

 

"자"

 

긴토키가 옆에 누워선 손을 내밀었다. 그런 그를 멀뚱히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가위를 내곤 이겼네요- 하고 말했다.


"야임마 그게 아니잖아 손달라고 손-"


알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는 손을 내밀었다.


긴토키는 손을 포개어 잡았다. 아직 덜 성장한 손이 그의 손에 잡기 좋게 들어왔다.


"뭐야 이거놔요"

 

손을 빼내려 손을 꼼지락대는 그의 손을 긴토키는 점점 강하게 잡았다. 그리고 소고는 그런 그를 이상하다는듯이 쳐다보았다.


"너 무서울까봐 잡아주는거니까 가만히있어"


"그니까 안무섭다니까요?"


"오늘만 이러고 자자"

 

그는 잡은 손을 잡은 상태에서 다시한번 꼬옥 잡았다.

 

 


잡은 손 너머로 둘의 눈이 마주쳤을때 둘은 시선을 뗄수 없는 이끌림에 말없이 한참을 서로 바라봤다. 시간을 멈춘것 같은 그 공기의 흐름을 느꼈을때 소고는 이마에 올렸던 안대를 끌어내리고는 잘거예요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긴토키는 이녀석의 눈이 지금까지 봤던 그의 눈동자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무서움에 이상해졌나 하곤 눈을 비벼댔다.


포개어 잡은 손의 따뜻함이 가슴부근까지 전해지는듯한 간지러운 느낌이 기분이 좋았다. 벌써 잠이 들었는지 쌔액쌔액 숨소리가 그의 가슴속에 파도치듯 파고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이거봐- 이러고 있으니까 너도 잘자잖아-

 

 

 

 

 

 

 

 

 

 

 

 

 

 

 

"아 엄청 고요하네요- "


"그러게"


"아 유우씨는 병원에 가야해서 한 일주일정도 못온데요"


"그래"


"부장님 무슨일있으세요?"


"없어"


한손으로 턱을 괴고 무심하게 서류뭉치를 휙휙 넘겨대는 그를 보고 야마자키가 물었다.


"결제란은 이쪽인데요?"


"아...."


"결제한두번 하시는것도 아니고 왜그러세요?"


야마자키가 히지카타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야.. 너 옆에서 자꾸 떠들지 말고 그냥 좀 꺼져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다 사라지는 야마자키를 보고는 머리가 복잡한듯 두손으로 머리를 잡고 본인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었다. 아 답답해- 아, 담배라도 하나 펴야겠다. 아마 담배를 피지않아서 그럴거야. 그는 담배갑에서 한개피 꺼내어 입에 물었다. 한입크게 한모금 빨아들었을때 조금 나아지나 싶더니 더더욱 복잡해진 그는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재털이에 비벼댔다. 그리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냥 가서 한번 보고와야겠어 그는 겉옷을 급히 챙겨 밖으로 뛰어나갔다.

 

 

"부장님 어디가세요?"


"어 나지금 잠깐 가야될때가 있어서"


"저 이거.."


"책상위에 놔 갔다와서 할게"

 


그는 성급히 뛰쳐나갔다. 진작에 이럴걸 왜 계속 머리싸매고 있었나몰라 역으로 뛰어가는 그는 마치 소풍가는 어린아이처럼 가슴이 벅차 오르는걸 느꼈다. 만나면 뭐라고 해야하나 엄청 놀라겠지? 군법위반이라고 나한테 되려 뭐라고 할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면 오랜만에 한대 쥐어박아줘야겠다.


부슈행 기차를 탄 그는 빠르게 지나가는 창밖의 풍경을 보며 만나면 무슨 말을해야하나, 답을 뭐라고 해야하나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부슈에 가는건 오랜만이네. 거기에서도 참 많이 싸웠었는데 거기에있는 라면집 아직도 있으면 오랜만에 거기서 밥이나 먹자고 할까-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부슈에 도착했을때 그는 서둘러 자신이 알려준 주소로 달려간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 장소에 도착했을때 그는 그 장소에서 심호흡을 한번 한후 문고리를 비틀었다. 잠겨있는 상태를 보곤 어딜나갔나- 하는 생각에 자신이 가진 비상열쇠로 문을 열었다.

 

들어가서 기다리지뭐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갔을때 방의 차가운 공기와 아무것도 변함없는 그 방을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뭐야.. 그는 황급히 들어가 이곳저곳 뒤졌다. 현재 사람이 있다는 흔적이 전혀 없는 그 방의 상태를 보고는 그는 온갖 서랍과 구석구석을

살피기 시작했다. 본인이 주소를 잘못찾은건가 그는 다시 나가서 주소를 확인하기까지 했다. 주소는 틀림없다는걸 확인한 그는 불안함이 엄습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여긴 시골이니까 사람도 별로 없으니 한번쯤 보긴했을꺼야

 

"저 혹시 여기 키 이정도 하는 베이지색 머리... 꼬맹이 한명 본적 없습니까? 18살정도 되는.."

 

"음.. 본적 없어요 여긴 젊은 사람은 거의 없어요"

 


몇명을 붙잡고 물어도 돌아오는건 여긴 지금 다 나이많은 사람밖에 없어요 라는 대답밖엔 돌아오지 않았다.

뭐야 여기 온거 아니였어..? 그럼어딨는건데..갈데도없으면서 어디간건데

 

돌아오는 기차에서 그는 손톱을 불안함에 손톱을 물어 뜯었다. 이럴때일수록 갑자기 풍부해지는 상상력이 야속했다.

설마.. 아냐 그녀석이 누구한테 당하거나 그럴녀석이야? 말도 안되지, 설령 무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설마..설마...

아니 그럼 도데체 어디간건데? 지금 떠난 시간도 상당히 지났는데-

 


내리자마자 그가 황급히 찾은건 공중전화였다. 뛰어들어가서 급하게 동전을 하나하나 넣었다. 동전이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다이얼 버튼을 하나하나 눌른다. 새삼 또박또박 누르는 다이얼을 다시 재확인하며

신호음을 기다린다. 이걸 기다리는 시간이 그날따라 왜이리 긴지-

 


[사용자의 사정에 의하여 사용이 잠시 정지되었습니다.]

 


기계음 섞인 목소리를 듣곤 히지카타는 재다이얼 버튼을 눌러 다시 번호를 눌렀다. 아냐- 번호를 잘못누른거 같은데 내가 잘못기억하고있나? 그렇게 다시 하기를 몇번 그는 들고있던 공중전화의 수화기를 그대로 떨어트렸다.

 

아냐 이 번호는 틀리지않았어-

 

 

 

 

 

 

 

 

 

 

 

 

 

 

 

 

 

 

 

 

 

 

 

"여- 하세가와-"

 

 

 

 

하세가와가 항상 있는 공원으로 찾아간 긴토키는 주위를 둘러보며 그를 찾는다.

늘 있는 공원벤치에 그가 없는걸 보고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덧 밤이 깊다못해 하늘이 군청색빛으로 빛나는걸 확인하곤 괜시리 부지런한 사람이 된것같아 기분이 좋다.

그날따라 손대면 베일것만같이 얇은 초승달이 눈에 박힌다.


고요한 새벽. 하세가와를 찾으며 방황하던 그는 새벽에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들려 그 소리를 쫓아 건너편에 있는

강의 다리까지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가자 웅성대는 소리에 하세가와의 이름을 부르며 다리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갑자기 하세가와서 개 목걸이를 차고는 얻어맞았는지 팅팅부은 눈, 그리고 커다란 혹을 달고는 괴성을

지르며 뛰쳐 나온다.

 


"으아아아! 엇! 긴토키! 나..나좀.. 나좀 살려줘!"


"응? 하세가와 너 이꼴이 뭐야?"


"사... 살려줘 살려줘!"


"뭐야, 또 영역싸움 하는거야? 빠칭코나 가자고 하려고 했는데.. 뭐... 어쩔수 없지뭐, 담에봐"


하세가와의 꼴을 보고는 귀찮은 일에 말려들기 싫다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등을 돌렸다.


"어이 마다오- 어디가? 강아지는 집에 가만히 있어야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의 역할은 집을 지키는 거잖아"


분명히 아저씨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라 생각하던 곳에서 어린 목소리, 심지어 낯익은 목소리에 긴토키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하세가와는 죄..죄송합니다 얌전히 있겠습니다! 라고 외치며 덜덜 떨었다. 그 꼴을 보며 어둠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본 긴토키는 어울리지 않는 곳에 있는 그를 보곤 소리질렀다.


"엥?! 소이치로군?!"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두 사람에게 긴토키는 캔 음료를 하나씩 내밀었다.


"음.. 나 이거 별로 안좋아하는 맛인데"


"이녀석아! 젤 싼거라 어쩔수 없었어! 그냥 주는데로 먹어!"


"마다오, 이것도 먹어- 아껴놨다가 내일 먹으면 되잖아"

 


소고는 음료수를 인심쓰듯이 하세가와에게 내밀었다.

 


"싫다고 당당히 말해놓고 인심쓰는척 하지마!"


"왜요? 버리려던거 주는건데"


"그니까 그게 더 나쁜거거든? 아, 그나저나 너 여기서 얘네들이랑 이시간에 뭐하고 있던거야?"


"저.. 긴토키... 난 이만 가봐도 될까?"


하세가와가 소고가 내민 음료수를 받아들더니 긴토키의 말에 끼어들었다.


"응? 왜? 같이 빠칭코 가자니까?"


"아.. 아니.. 나... 오늘은 좀.. 다...담에봐!!"


팅팅부은눈과 큰 혹이 난 이마를 문지르며 하세가와는 후다닥 자리를 피한다.

 

"흠.. 공원에 앉아있는데 저쪽 무리가 둘러싸고 말걸잖아요 삥뜯기는거 같이- 저 너무 무서워서.."


"....엥..? 무서워..?"


"원래 선수 필승이잖아요? 선빵날렸죠"


"아하.. 그래..신센구미 1번대 대장 오키타 소고님께서 저런 무리한테 삥을 뜯길거 같아서 무서우셨구나.."


"근데 형씨는 이시간에 뭐하세요?"


"잠이 안와서 하세가와랑 놀까 했는데... 누가 방해해서 말이야"

 


팔짱을 끼고는 옆에 앉은 소고를 흘겨본다.

 


"그건 제 탓이 아니라니까요"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새벽근무중인거야? 왜 제복도 안입고 있어?"


유카타 차림의 그를 보고는 긴토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음.. 사정이.."


"그래? 칼도 없고 이러고 있으니까 삥뜯기 좋은 꼬맹이 같긴하네"


"꼬맹이?"


"어때? 삥뜯기는 기분은?"


"재밌네요. 선빵날렸을때 표정들도 아-주 재밌었어요"


덤덤하게 말하는 그를 긴토키는 빤히 쳐다보았다. 원래 분위기가 발랄하다거나 밝은 편은 아니였지만 오늘의 그는

뭔가 사뭇 가라앉은 분위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 그렇지, 너 지금 어디 갈데 없으면 나랑 놀래?"


"... 놀아요?"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어차피 새벽이고, 갈곳도 딱히 없었기 때문에 잠시 고민했다. 그리곤 곧 수락했다.

이럴때일수록 혼자 있어봤자 생각이 생각을 꼬리물어 도돌이표처럼 반복해 더욱 괴롭게 만든다는걸 잘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음.. 시간이 늦었으니까 술은 못마시겠고.. 빠칭코가자! 아. 너 어려서 못들어가나?"


"몇번 가봤어요"


"오- 의외네 많이 땄어?"


"일때문에 왔었어요"


"아, 맞다 너 경찰이지"

 

머쓱하게 웃던 긴토키는 말을 이었다.

 


"그럼 가서 게임을 직접해본적은 별로 없나보네, 한번해봐! 재밌어 내가 알려줄게!"

 


빠칭코의 건물은 화려하기 그지없어 멀리서부터 알아볼수 있을만큼 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시간의 그 거리는

술에 찌든 사람들이 친한척 어깨동무를 하며 농담을 주고받고 작업을 거는듯한 남자들이 술을 잔뜩 먹인 여자를 데리고

어디론가로 데려가는 등, 썩 보기 좋은 풍경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특히나 길가에 잔뜩 뿌려진 전단지,

그리고 지나친 양의 술을 마셔 게워낸 오물 등이 뿌려져있는 모양은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순간 긴토키는 잘못데리고 왔나..하는 생각이 들어 곁눈질로 그를 살폈다.

하지만 소고는 차라리 이런곳이 좋다고 생각했다. 화려한 불빛도, 시끄러운 잡음도, 평소엔 그닥 좋아하지

않았지만 시각적 청각적인 혼란이 차라리 지금 순간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요?"


시선을 느낀 그가 긴토키를 쳐다보면서 의아하게 물었다.


"아니, 아무래도 미성년자를 이런곳에 데리고 오니까 괜히 찔려서 말야 하하"


"새삼스럽게 왜이러세요 형씨 어울리지 않게"

 

 

 


긴토키는 나름 많이 와봤다는 자부심으로 소고에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서 돈을 바꿔서- 저쪽은 이런게 있고, .. 넌 직접해보는건 처음이니까 내가 쉬운것부터 가르쳐줄게

자신감있게 게임을 시작하는 긴토키를 그는 뒤에서 잠자코 지켜보았다.

 

 

"어?.. 아 아깝다 다시..."

 

"..."

 

"에이... 한번더.."

 

"..."

 

"아냐아냐 다시, 다른거 해보자"

 

"형씨- 다 잃은거 아니예요?"

 

"응? 벌써? 아냐! 기다려!"

 

갑자기 위에 걸치던 기모노를 벗더니 그 옷으로 돈을 빌려오는 긴토키를 보곤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형씨....."


"기다려! 이러다가 한방 터지는거라고! 인생이 다 그런거 아니겠냐?"

 

 

 


어느덧 팬티차림의 그를 보곤 소고는 말했다.

 

"형씨가 왜 마다오인지 다시한번 깨달을수 있었던거 같아요, 전 이만"


"잠깐!! 오키타군!! 나 두고 갈꺼야? 응?"


"그럼요?"


"나..나 옷좀..."


"...옷을 맡긴건 형씨 아닙니까? 제가 왜.."


"어이, 그래도 나 하루만 살려준답시고.."


"아, 그럼 이렇게 하죠 저도 게임해서 좀 따면 찾아줄게요"

 

 

 

 

팬티차림으로 그는 후다닥 소고의 뒤를 따랐다. 오키타군, 젤 빨리 따려면 저걸 하는게 좋지 않겠어?

아냐 너무 많이 걸면 좋지 않아. 등등 잔소리를 하는 킨토키를 귀찮은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좀 가만히 계세요 쫌

 

그런 그는 슬롯머신을 돌리면 777, 마작이면 마작, 슈팅게임, 홀짝맞추기 등등 모든게임에 적중하며 돈을 잔뜩 쓸어 담았다.

 

 

"우와- 이거 되게 재밌는데요? 근데 형씨는 왜이렇게 못해요?"

 

"...아... 그러게..."

 


소고는 기분좋게 긴토키의 옷을 찾아다주며 말했다.

 


"하하, 저 오늘 되는 날인가보네요"


"왜 난 맨날 안되는 날일까?"

 

긴토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형씨, 뭐좀 마실래요? 비싼걸로 골라요, 사줄테니까"


"아... 예 감사합니다요 이거.... 근데 더 안할꺼야?"

 

"네 여기서 끝"


"왜? 이녀석아 되는날 더 따야지!"


"이래서 형씨가 안되는 거예요, 이만큼 땄으면 이제 잃을때가 온다고요"


"쳇, 근데 그만큼 땄으면서 고작 음료수야? 있는것들이 더 한다더니"


"옷도 찾아줬잖아요, 형씨가 저한테 사주셔야 되는거 아녜요?"


옷을 주섬주섬 입던 긴토키가 그말에 움찔하곤 다시 쳐다본다. 아- 역시 넌 하세가와나 신파치랑은 다르구나..

하고 중얼거린다.

 

 

 

빠칭코 안에 있는 고급식 카페에서 파는 값비싼 쥬스를 기분좋게 마시는 그를 보고 긴토키가 말했다.


"처음엔 좀 다운되보이던데, 지금은 좀 나아졌나보네"


"아아.. 뭐.. 잔뜩 땄으니까"


긴토키의 그 말에 다시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지 유리컵에 맺힌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쓰윽 쓸어 내린다.


"흠.. 벌써 아침되어가네 근데 넌 어디가?"


"역으로요"


"역? 어디가는데?"


"부슈요"


"왜가?"


"...거참, 취조하시나 왜이렇게 캐물어요?"

 

귀찮다는듯이 한쪽팔로 턱을 괴더니 애꿎은 주스만 휘휘 저었다.

 


"아니, 이시간에 혼자 돌아다니니까 이상해서 그렇지 이녀석아"


"취조당하는 입장이 이렇구나. 앞으로는 약간은 친절하게 해줘야지"


"..대답안할꺼냐?"


"......근신이라서요"


약간의 텀을 두고는 대답하고선 자리에서 바로 일어섰다. 저 이만 갈게요


"근신??! 그럼 부슈가서 뭐해?"

 


긴토키가 같이 벌떡 일어나선 그의 팔목을 붙들었다.

 


"?가서뭐하긴요 그냥 찌그러져 있어야죠 뭐"


"아! 그래? 그럼 어딜가도 상관은 없는건가?"

 


그의 얼굴에 갑자기 급 화색이 돌았다.

 

 

"오키타군 가서 어차피 혼자 있을거면 우리집으로 같이 가지 않을래?"

 

 

긴토키는 혼자있는거야 아무래도 좋았지만 밀려있는 집세와 오토세의 끈질긴 독촉을 생각하곤 급제안했다.

물론 끈질기게 버티곤 있었지만 이번엔 오토세도 사정이 있는지 한달꺼라도 내달라고 얘기 했기 때문이다.


어.. 그니까 부슈는 멀고.. 시골에 있는 것 보다는 여기서 나랑 노는게 더 재밌지 않아? 내가 재밌게 놀아줄게!

아 집에 카구라도 없어 여행갔거든, 나 혼자있어 어때? 괜찮지? 사람은 혼자 있을때가 가장 불쌍하다고 하잖아?

특히 넌 단체 생활에 익숙하니까!


뭔가 필사적인 모습에 소고는 그의 말이 멈추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어때? 응?"

 

"수상한데요"

 

"수상하긴! 남의 성의를!"

 

긴토키는 능글맞은 웃을 지어보였다.


"...."

 

뭔가 의심쩍인 얼굴로 쳐다보는 소고를 한번보고는 머쓱하게 말했다.

 

"음... 이번달 집세만... 내주라.."

 

그 말을 들은 소고는 다시 자리에 앉더니 거만한 포즈로 씨익 웃으며 물었다.


"아하-얼만데요? 뭐, 좀 더 말해보세요 형씨- 전 부슈로 가도 딱히 상관은 없어서 말이죠"

 

 

 

 

 

 

 

 

 

 

 

 

 

 


"토... 토시!! 이... 이게 뭐야? 무슨일이야?"


곤도가 허겁지겁 히지카타에게 달려왔다. 출장을 갔다가 막 도착한 곤도가 놀라서 뛰어 올일은 한가지 일

밖에 없었기에 히지카타는 딱히 놀라거나 하진 않았다.


"곤도씨, 별일은 없었어?"

 

놀란 마음에 감정을 주체 못하는 곤도와는 달리 히지카타는 차분히 안부를 물었다.

 

"어.. 나야뭐.. 아니 근데 무슨소리야! 소고는?"


"..."


"아냐 말도 안돼! 믿을수 없어!"


"뭐..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해"


"근데.. 이렇게 빨리 근신조치라니.. 너.."


"그일은 내가 처리 할테니까 신경쓰지마"


"갈데도 없을텐데.."


"내가 말 해놨어 다"


"아.. 아니 그래도.."


"당신 내일 또 출장 있다고 하지 않았어? 걱정말고 다녀와"

 


곤도는 별 표정없이 묵묵히 말하는 그를 보곤 더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 그날따라 항상피던 담배를 물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고민이 있거나 정말 기분이 좋지 않을때 그는 담배를 피지 않았다. 사실 더 다그쳐 묻고

싶었지만 이럴때의 히지카타에겐 그냥 말없이 맡기는게 낫다고 생각해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 니가 잘 알아서 하겠지"

 

 

 

 

 

 

 

"1번대 부대장한테 이제 보고는 나한테 직접하라고해 내가 통솔할테니까"


"네"

 

 

어차피 소고는 항상 땡땡이 치기가 일수였으니 본인이 일을 직접 한다고 해도 큰 지장은 없었다. 그런면에선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엔 잘 보지 않는 시계지만 그는 유난히 시계를 자주 보고 있었다. 새벽에 나갔는데 어디에 있었을까?

도착했으려나.. 혼자 있을텐데 뭐하려나, 멍하니 쳐다보다 자신이 담배를 평소에 비해 꽤나 오래 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오랜기간 쭈욱 붙어있었던 사이 였기에 둘이 만난이후 떨어져 있어본적이 없다. 길게 떨어져봤자 2-3일 정도 였지만

그때도 아예 혼자 놔둬 본적은 없기에 더욱 걱정이 됐다. 잠시 떨어졌어도 사고칠까봐 무서워 항상 전화로

뭐하냐, 별일없냐 등등 연락은 취해 왔기에.

 


항상 그랬다. 떨어져있어서 전화하면 항상 귀찮은듯이 아- 히지카타씨 정말 이거 신경과민이라고요 신경과

민 이라고 중얼거리며 투덜대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지만 그래도 안받는 법은 없었다.

 

1번대 애들 전화는 종종 안받는 그 였지만 자신의 전화는 일부러 안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건 1번대

녀석들이 연락이 안된다고 답답해 하고 있을때 히지카타의 전화로 전화를 했을때 너무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바로 받아드는

그녀석 때문에- 돌이켜 보니 새삼 기분이 좋았다.

 


히지카타는 핸드폰을 한참 만지작대다가 연락처 부분을 눌렀다. [오키타 소고]라고 저장되어 있는 그 이름에

한참 버튼을 누르지 못해서 망설였다. 연락을 해서도 안되는건 알고 있었지만 업무상의 핑계라도 대서 연락을 취하고 싶었다.

 

 

 


"부장님 이거.."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갑자기 말을 거는 야마자키 때문에 당황한 나머지 핸드폰을 허공에 두어번 띄우고

는 그대로 아래로 떨어트렸다. 그리고 다가오는 야마자키의 발아래로 들어간 핸드폰은 그대로 두동강이 되

어 바닥에 널부러졌다.


"아.. 아아.. 부..부장님... 죄...죄송..."


두동강난 핸드폰을 들곤 덜덜 떨며 야마자키가 핑계를 댔다. 그런거 아니고 저 진짜 일부러 그런거 아니예

요 전 그냥 여기로 걸어오는 중이였고 이게 제 발아래로 온거예요 정말이예요

 

"..... 응.. 그래 수리 맡겨줘"


"화... 화나셨죠 죄송해요 최대한 빨리 수리 할게요"


"아냐 연락할곳도 없는데 뭐"


최대한 빨리 해달라고 할게요! 라고 외치며 열정적으로 핸드폰을 가지고 뛰어 가는 야마자키의 뒷모습을

보곤 생각했다. 아냐 잘됐어.... 근데 오늘 왜이렇게 답답하지

 

급 술땡긴다

 

 

 

 

 

 

 

 

 

 

 

 

 

 

 

 

 

 

 

 

 

 

 

 

 


순찰을 하던 히지카타는 자꾸 집중이 안되어 고개를 마구 저었다. 자꾸 생각이 나서 미치겠다.


히지카타는 머리가 아픈듯 관자놀이를 꾸욱 눌렀다.


"부장님, 오늘 어디 아프십니까? 계속 멍하시고.. 왜그러세요?"


"아.. 아냐"

 


신경쓰지 말라는듯이 손사래를 치곤 창 밖을 바라본다. 그녀석.. 기억은 하나도 못하는거 같은데..

 


"... 오키타 대장은 어제..."


"뭐?! 뭐뭐!"


"에..? 왜이렇게 놀라세요? 놀래라"


"아.. 아니... 왜왜 소고 녀석이 왜"


"아니.. 어제 많이 드신거 같았다구요"


"어... 그런거 같더라"


"오후에 할거 많을텐데 아마 또 하나도 안하셨을거 같은데"


"어.. 어어"


히지카타의 귀엔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저 복잡 미묘한 본인의 감정에 주체가 되지 않아 한없이 생각에 잠겨있을 뿐.

 


오전 순찰을 마치고 둔영에 들어온 그럴 가장 먼저 찾은건 소고였다.

 

 

"히지카타씨, 보고 오늘까지 였다면서요? 모르고 있었어요"

 

"어? 어... 어어"

 

멍하니 서있는 히지카타를 보곤 그는 히지카타 이녀석아 어디 아퍼? 하고 얼굴앞에 바주카포를 가져다 대며 묻는다.

 

"아... 이런건 좀.. 치우라고 이녀석아!"

 


멍하니 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얼굴 앞에 들이밀어진 바주카포에 놀라 소리쳤다.

 


"여기서 보고 할 순 없잖아요. 여기서 할까요?"


"아.. 아냐 회의실로 와"

 

 

마주보고 앉아 서류를 앞에 놓으며 말을 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히지카타는 자꾸 어제일의 잔상이 지워지지

않아 집중을 할수가 없었다.

 

"일이 이런식으로 진행이 됐는데 아직 처리를 못했어요"

 

"어... 어어"

 

"그리고 이 사건은 제가 건물을 부숴버려서 뒤집어 씌워야 하는데 아직 처리 못했어요"

 

"어.. 어어"

 

"히지카타씨가 다 해주세요"

 

"어.. 어어"

 

"그리고 이건-"


이제 보니 아랫입술이 참 도톰하다- 뭐라고 하는지 들리진 않았지만 그저 그의 입술이 조금씩 움직이는걸 보고 그대로

시선을 빼앗겼다.


"자- 보고끝"

 

"어.. 어어... 응?"

 

"보고 끝났어요 히지카타씨가 처리해준다니 정말 감사할일이네요"

 

"엉?"

 

"왠일이예요? 히지카타씨? 혹시 정말 죽을때가 된건가?"

 

 

좋았어! 부장자린 내꺼다! 하곤 서류를 히지카타 앞에 몰아놓고는 부장님- 잘부탁드립니다 하곤 겉옷을 챙겨선

밖으로 뛰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곤 앞에 쌓인 서류를 보곤 한숨을 푹쉰다.

 

나 진짜 죽을때가 된건가..

 

 

 

 

 

 

 


쪽지에 써있는 이틀후- 오늘이다.

 

12시라.. 소고는 그쪽지를 몇번이나 다시 읽으며 킥킥거렸다. 날 보면 무슨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기대되는걸?

조용한 방안에 울려퍼지는 시계 초침 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느리다고 생각하며 침구에 누워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그리곤 노래를 노래를 흥얼거렸다.


 

레이디를 기다리게 할수 없으니- 조금일찍가서 기다려주지.

 

 

 

자정무렵이 되어 슬슬 나가려 방문을 열자 밤의 찬공기가 얼굴에 와닿는다. 다들 자는지 둔영은 조용하다.

 

밖의 경비병 몇명이 따분한지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작게 들려온다. 옆방 불이 아직 켜있는걸 보곤 아직도 안자고 뭐하나 힐끔 쳐다보고는 발걸음을 옮긴다.

 


둔영에 있는 작은연못. 그곳은 유난히 어둡고, 여름마다 그곳에 대한 갖가지 괴담이 떠돌아 약간은 으스스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곳이였다. 연못 옆에 있는 큰 고목 나무가 그 괴담에 큰 기여를 하여, 인적이 드문 곳이였다.

 


그는 깊은 밤의 하늘을 비추어 더욱 까맣게 빛나는 연못을 바라본다.

 

 


고백하려는 뉘앙스던데 이렇게 어둡고 으슥한 곳으로 사람을 부르는것이 으아했다. 이런식으로 불러놓고 사람죽이려고 하나.

고목나무에 기대서서 쪽지를 다시 읽어본다.

 

고목나무에서 마저 떨어지지 못한 낙엽이 바람이 불자 이제야 떨어지는지 눈앞으로 두어장 떨어진다. 나무에 기대어 서있으니 어렸을때 몰래 들었던 고백이 생각났다. 지금이나 그때, 닮은게 많아서 인지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미처 치우지 못한 낙엽을 밟는 바스락 대는 소리에 그쪽 방향을 바라본다.

 


어두워서 그저 이 늦은 시간에 이곳에 올 사람이 그녀밖에 없다고 짐작할 뿐이였다. 그것은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 부장님.."

 


아, 맞구나- 말을 가로채려 입을 열려는 찰나, 그녀는 갑자기 그의 쪽으로 뛰어들었다.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그녀는 말했다. 저- 부장님 좋아하나봐요

 

 

"뭐하는 거야? 너"


그말에 가까이에서 얼굴을 본 유우가 기겁을 하며 떨어졌다.


"무슨..."


"뭐야. 사람 이런 으슥한데 불러놓고 이럴라고 한거였어? 난 또 살인이라도 계획하는줄 알았지"


그녀는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듯 잠시 멍하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


아- 이거 그는 그녀가 히지카타에게 선물한 과자 꾸러미와 쪽지를 그녀의 앞에 툭 던진다.


"니가 준거지? 덕분에 이것도 잘 읽었어, 근데 너 필력은 영 별로더라"


그녀는 자신의 앞에 떨어진 과자와 쪽지를 번갈아 보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걸 어떻게..."


"근데, 좀 신기해 매운맛과자를 좋아했다는게 말이야"


"에? 그건"


"나 아는 사람도 그런 맛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거든 너 볼때마다 좀 비슷한 분위기라고 생각이 들긴했어"

 

"..아.."


"어떻게 알았는진 모르겠지만 정보같은건 잘 캐나봐? 재능있네"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잘 모르겠.."


"그래서 나는 너를 볼때마다 기분이 매우 나빠. 그리고 너 같은걸 히지카타가 좋아하지도 않을꺼야"


"...."


"여기에서 이제 그만 나가 경고야 이거"

 


스산한 바람이 둘의 사이를 지나간다. 나뭇잎이 사아아- 소리내는게 새삼 으스스하게 느껴진다.


유우는 그의 말을 듣고 우습다는듯이 웃었다.

 


"하하, 불안한가봐요"

 

"불안?"

 

"그게 아니면 굳이 이런데까지 와서 이런말을 할 이유가 있나요? 아- 혹시 저 좋아하세요?"

 

"....미친건가"

 

"그게 아니라면 혹시 그쪽도 부장님쪽을 좋아하는건가?"

 

"..."

 

 

그는 그 물음엔 당황함과 분노가 동시에 느껴짐에 화가났다.

 


"에이 아니겠지 설마 누님이랑 좋아했던 사람을 말야, 그쵸?"


"... 너.. 그 입 닥쳐"

 

"왜요?"


그는 그녀의 멱살을 거칠게 잡았다.


"내가 여자라고 봐주는 그런 다른 남자들과 같다고 생각하지마"

 

"저 역시 다른 여자와 같다고 생각하지마세요"

 

 


그녀는 멱살이 잡혀 흐트러진 옷을 그대로 흐트러 트리더니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아아아아-

 


그리곤 그의 앞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녀의 비명이 둔영에 울려 퍼지고 그 소리의 울림이 채 가시기 전에 둔영의 불이 하나하나 들어온다. 그리곤 경비병,

그리고 대원들이 그와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하나같이 뛰어들어왔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앞에서 소리내어 울며 그만둬주세요.. 하며 흐느꼈다. 그는 지금 이게 무슨상황인지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가 본인들을 비추는 불빛에 정신을 차리고는 실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때 히지카타와 눈이 마주치고는 정신이 멍해짐을 느꼈다.

 


".. 뭐야?.."


"흐흑. 부장님... 흑...."


"...."


"아.. 일단 데리고가"

 

 

히지카타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원들에게 그녀를 데리고 가라고 손짓한다. 다른 대원이 그녀를 부축하자

그녀는 일어서서는 히지카타의 품에 와락 안겨 흐느낀다.

 

히지카타는 일단... 하고 말을 이어가려 하자 부장님이 데려다주세요! 하며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히지카타는 멍하니 서있는 소고를 한참 바라보다 옆에 있는 야마자키를 불렀다. 소고에게 우선 방에 가있으라고해.

뒤를 돌아 소고를 쳐다보는 그녀의 입에 살짝 실린 미소는 승리에 취해 있었다.

 

 

 

술렁이는 대원들을 정리시키는 야마자키를 보고는 소고는 히지카타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는 방에 들어가 불도 켜지 않고는 벽에 기대어 앉았다.


그녀의 입에 살짝 실린미소 그리고 부축해주던 히지카타의 뒷모습이 생각나서 왠지 모를 비참함에 무릎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는 그런타입의 여자를 한번도 상대해 본적이 없었기에 약간은 당황한것도 사실이였다.

 


죽여버리고싶어

 

 

조용한 방안을 유난히 크게 울리는 시계의 초침소리가 괜시리 열받아 시계를 바닥으로 내리쳐버렸다.

째깍째깍 소리가 멈추고 초침만이 덜덜 떨리고 있다.

 

 

 

"왜 괜한 시계에 화풀이야?"

 

"...."


"따라와"


"...."

 

 

그 한마디를 던지고 방으로 들어가는 히지카타를 앉아서 올려보다가, 그가 방으로 들어간뒤 뒤를 이었다.

 

히지카타역시 방의 불을 켜지 않았다. 그리고 뒤돌아 그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대로 긴 침묵이 이어졌다.

긴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건 히지카타였다.

 

 


"어떻게 된거야?"


"..."


"유우에게 일차적인 상황을 듣긴했어"


"....뭐라고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아니야"


"그래. 그럼 왜 그 시간에 같이 있었어?"

 


히지카타의 질문에 그는 말문이 막혔다. 본인이 그렇게 떳떳한 행동도 아니였기 때문에.

당신에게 고백하려 불러내는게 너무 웃겨서 놀아주려고 했어라고 대답한다면 왜? 라는 질문에그것에 대한

답변을 뭐라고 해야할지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가 히지카타에게 고백을 하려고 했다라는 사실을 이상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 감정을 그녀에게 마지막까지 휘둘리고 싶지 않은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니가 불러서 나갔다던데 왜 불렀어?"


"...부른적없어"


"나 지금 장난치는거 아니야. 니가 말을 해야 내가 ..."


"걔 지금 거짓말하는거 몰라? 내가 그런애한테 관심이나 보일 사람이야?"


"그래. 알아, 아니까 물어보잖아"

 

 


히지카타도 어이가 없는건 마찬가지였다. 그런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것 쯤은 당연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냥 무작정 아니라고만 대답하는 그가 답답했다.

 

그렇게 한참을 득이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곤 긴 침묵을 이어갔다.

 

 

"대답할 생각이 없나본데.... 그럼 난 징계를 내릴수밖에 없어"


"...징계? 난 잘못한거 없어"


"그니까 말을 확실히 하라고!"


히지카타가 거칠게 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리곤 다그쳤다.

 


"말해, 뭐라도"


"....."


말할 의지가 없는 단호한 눈빛을 보고는 히지카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소고의 얼굴이 홱 돌아간다.

 

"..."


"이자식아 니가 이러면 어떻게 되는줄은 알아?"


"...."


"말할생각 없으면 꺼져. 우선 한달 근신이야"


"...."


"지금 당장 꺼져"


히지카타가 잠시 뭘 서랍에서 무언갈 꺼내더니 맞은 얼굴을 매만지는 소고앞에 툭 던진다.

열쇠였다. 그리곤 메모지에 주소를 적어서 내민다.


"부슈에 있어"


"...뭐야, 지금 병하고 약을 같이주는 겁니까?"

 

 

실소를 터트리는 그가 히지카타는 더 화가 치밀어 주먹으로 얼굴을 한대 더 때렸다. 그리고는 아차 하고는

그를 다시 바라본다.


그는 주섬주섬 일어서더니 말했다.

 


"역시, 난 당신이 진짜 싫어"


"..."


"지금 꺼지랬으니까 지금 갈게"

 

 

 

 

 

 

 

 

 

 


근신에는 규칙이 몇개 있다. 폐도령 시대에 맞게 무기를 지닐수 없는것, 그리고 그 근신기간에는 대원들을

마주쳐서는 안되다는것, 근신기간에 자숙의 의미로 물의 및 사건을 일으키지 말것.

 


간단한 짐을 꾸려서 나온 소고는 막상 히지카타가 자신을 때린것이 화나서 막상 나오긴했지만, 그 시간은

새벽 4시. 패기좋게 나온것은 좋았으나 그시간에 기차가 있을리도 없고 그는 그저 무작정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를 한번 돌아본다.

 

이새끼- 말리러 나오지도 않네

 

 

 

 

 

 

 

 

히지카타는 소고가 둔영을 나간 다음 담배를 꺼내어 물었다.

 

'역시, 난 당신이 진짜 싫어'

 

이 말을 할때 그녀석의 표정이 정말 싫어하는 표정이였기에 따라나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애초에 벌을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렇게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 역시 잘 알고있었기에

더욱 애써 참았던 것이다. 그리곤 잠시 회의감에 젖었다. 나는 왜 부장자리에 있는거지?

 

사실 섣부르다면 섣부르다고 할 수 있었지만 히지카타는 다음날의 대원들의 수군거림이나 눈초리를 받을 소고를

생각하고는 일단 피해있으라고 하고 사건이 정리가 되면 부를 생각이였다. 그런것에 괴로워하는 그녀석을 볼수가 없어서.

 

그리고 당연히 믿고 있으니까.


그것이 자신을 원망할 것도 알았지만 더러운 역할은 많이 해왔으니까.

 

 

 

 

 

 

 

 

 


새벽- 긴토키는 그날따라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카구라도 그날 아침 아빠를 따라 여행을 다녀오겠다며 떠났고, 신파치도 도장재건 때문에 두어주일정도 쉰다고 했기 때문이다.

알수 없는 허전함이 강하게 들어서 일까. 뒤척임을 이기지 못하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캔 꺼내어 목을 적신다.

 


괜시리 티비를 틀어보지만, 늦은 새벽에 하는 티비 프로그램이라곤 지루한 종교이야기, 혹은 시청률 낮은 기타 프로그램들이 방영하고 있었다. 이곳저곳 의미없는 채널을 1번부터 100번대의 채널까지 돌리기를 여러번, 그는 창밖을 보다가 공원에 잠시 나가기로 했다.

 


공원에 가면 하세가와가 있을거니까 같이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해야겠다-

 

뭐하면 빠칭코가서 밤새 놀자고 해도 좋고. 돈은 없지만


 

 

 

 

 

 

 


 













"히지카타 그녀석 죽여버리겠어"


"대장, 죽여버려요"


술에 잔뜩 취해 소고가 시작한 히지카타의 욕에 모두가 히지카타 욕을 한창 거들어간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 술의 양 또한 빠르게 줄어간다. 그걸 본 야마자키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대장- 너무 많이 마시는거 아니예요?"


"어- 야마자키- 넌 왜 안마셔어?"


"전 뒷정리를 해야해서요"


"뒷정리이? 그런게 어딨어? 얘들아 쟤 잡아"


"대장! 잠시만요! 저 부장님께 죽어요!"


"낼 히지카타한테 죽나 나한테 지금 죽나 비슷하지 않을까?"


다른 대원들에게 붙잡혀 발버둥 치는 야마자키에게 반쯤 풀린 눈으로 덤덤히 말했다.


"그.. 그건 그렇지만..."

강제로 입을 벌리게 야마자키의 얼굴을 한손으로 쥐더니 재밌는걸 찾았다는 듯이 어둡게 웃는다. 그냥 마실래? 아니면 부어줄까?


"마실래요! 저 사실 아까부터 엄청 먹고 싶었어요!"


"그래. 근데...."


술을 야마자키에게 억지로 부어넣으며 말한다. 그냥 먹겠다고 하면 내가 재미가없거든?










"그니까- 맨날 나는 잠복근무하면서 고생하는데 와서- 자기 혼자- 라면으을 시켜먹는거 있지이? 죽어라- 히지카타!"


어느덧 잔뜩 취한 야마자키가 다른이들과 함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채 횡설수설 거렸다.


-띠리리


"에에... 여보세요오...."


[나다. 야마자키, 지금 시간이 몇신데... 야 너 말투가 왜이래?]


"어? 어어어? 히지카타 부장님이시다... 하하..."


[뭐야, 너 술마셨어?]


시간이 늦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대원들이 걱정되어 전화를 건 히지카타는 마찬가지로 취해서 전화의 상대도

제대로 모르는 야마자키의 상태에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 그렇지 이녀석이


멀리에서 들리는 전화상에선 히지카타 죽어라- 하는 소고의 목소리도 작게 들려온다.


아- 저녀석이 있으면 감당하기 힘들었을거 같기도 하네



째깍거리며 울리는 시계의 바늘이 12시 50분쯔음을 가리킨다. 가봐야겠지 얼간이들 처리하러-


자리에서 일어났을때, 툭 하고 뭔가 떨어진다. 아까 받은 과자. 매운맛이라.. 누군가가 떨오르는 히지카타였다.


그리고 그걸 들어 책상위에 놔둔채 걸음을 옮겼다.



'모두와... 토시로씨와 함께 있고 싶어요'


히지카타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고개를 저었다. 안돼 생각하지마-

사람은 다시 떠올렸을때 가장 힘들었을때의 기억은 잊고 싶은법이다. 히지카타 역시 그녀에 대한 생각은 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다시금 떠오르려는 기억을 애써 누르며 담배를 하나하나 태워간다.



다시금 찾아간 그곳엔 모두가 뻗어서 술을 마시고 엉망진창으로 된 모습으로 늘어져있었다.


"..너희.... 지금 당장 일어나서 들어가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익숙한 말투와 목소리, 그리고 약간 화난듯한 말투에 뻗어있던 대원들이 자리에서 반 자동으로 벌떡 일어났다.

네! 부장님. 비틀거리긴해도 나름 정신을 붙잡고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대원들을 보곤 내일 지각이면 다들 죽여야겠다. 하고 생각한 히지카타였다.


그리곤 혼자 앉아있는 소고의 곁으로 다가갔다.


"넌 안가?"


"갈꺼야"


그리곤 벌떡일어나더니 몇발자국 못가선 픽 쓰러진다.


"개그하냐?"


"음.... 못일어나겠어어.."


바닥에 뻗어서는 히지카타를 올려보며 말하는 소고를 보곤 히지카타는 한숨을 푹 쉬더니 팔 한쪽을 본인 어깨로 올리고는 가자, 하곤 일으켜 세운다.


".....어..."


"뭐?"


"...못걷겠어-..."


"어쩌라고 그럼?"


"업어줘"


"뭐?"


"빨리이- 업어줘"


그렇게 실랑이를 한참하다 진짜로 못걷겠어 진짜아- 하면서 풀린눈으로 말하는 소고를 보곤 업어서 옮기는게 빨리 옮기는 길일거라 싶어 등을 내밀었다. 자- 얼른가자.


목을 감싸는 그의 팔에 순간 움찔했지만, 설마 취한 와중에도 내목을 조르거나 하진않겠지 하면서도 조마조마해 업힌 그의 동태를 조심히 살피면서 걸음을 옮긴다.

그러고보니 옛날에도 곤도는 무등을 태워주거나 업어주거나 많이했지만 이녀석을 본인이 업어본적은 처음이기에 약간은 어색했다. 맨날 서로 싸우기 바빴으니까. 그의 오른쪽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소고의 거친숨이 간지럽다.


"소고, 자냐?"


"..."


"니가 이렇게 가만히 나한테 엎혀 있으니까.. 조금 니가 그냥 평범한 꼬맹이같다"


"... 꼬맹이... 아니야... 이녀석아..."


술김으로 자다가 살짝 깼는지 잠꼬대 식으로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히지카타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안좋은 기억이 떠올라 얼마전까지 기분이 좋지 않았던 그였지만, 그 순간은 이상하게도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미 까맣게 물들어버린 하늘 틈의 달빛이 유난히 밝다고 생각했다. 그의 등에 느껴지는 심장소리가, 어깨쪽에 느껴지는 날숨이,괜시리 따뜻하다고 생각했다. 뭐야 나 미친거야?






소고의 방문앞에 선 그는 잠겨 있는 방문과 엎혀서 곤히 자는 소고를 번갈아 보고는 말했다.


"일어나, 다왔어"


"...."


"아 미치겠네, 갑자기 문은 왜 잠그고 나온거야? 젠장"



업었던 그를 벽에 기대에 앉혀 놓고는 열쇠어딨어? 하며 볼을 툭 걸드린다. 흔들어봐도 말이 없는 그를 보곤 뒤져야 되나? 하곤 주머니를 뒤지려 그의 허벅지 부근의 주머니를 손으로 더듬었다. 안쪽 주머니에 있나? 가슴팍에 손을 가져다 댔을때 그는 수없이 해왔던 몸수색이지만 괜시리 얼굴이 달아올랐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일어날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 그를 한번 보곤 옆방인데뭐... 우선 데려가서 깨워서 보내지뭐.. 하곤 방으로 끌고 간다.


본인의 침구에 눕혀놓고 그는 벽에 기대에 앉아 세상모르고 자는 그를 한참 쳐다보았다.


그동안 생각 못했었는데.. 꽤나 많이 닮았다. 쌕쌕 거리는 숨소리가 방안을 간지럽힌다. 술기운에 살짝 붉어진 뺨을 한번 만져보고 싶다고 생각을해, 가까이 다가가 얼굴에 손을 대려는 찰나, 그가 어두운 적색 눈동자를 보이며 눈을 두어번 깜빡였다.


"어?.. 어어... 아! 너.. 너 일어났냐? 아.. 열쇠가 없어서, 아니 못찾아서- 갑자기 문이 잠겨서- 아니 너 왜 갑자기 문을 잠궈놨어-"


이 상황이 민망해 히지카타는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으며 두서없이 말을 쏟아낸다.


그런 그를 가만히 쳐다보던 그가 안쪽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어 툭 던지며 말했다.



"...너무밝아"


"응?"


"밝아서- 잘 못자겠어요. 안대 좀- 가져다주세요"


"응? 아... 어어...가 아니라! 너 니 방으로 가란말이야!"


그말엔 들은체도 안하곤 이불을 끌어올려 덮으며 등을 돌리는 그를 보곤 투덜대며 그의 방에가서 항상쓰고

자는 안대를 찾아온다.



"자, 여기... 혹시 자는거야?"


등을 돌리고 있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 조심스레 말을 걸자 그가 부시시한 머리를 매만지며 일어났다.


"씌워줘"


"뭐?"


"씌워달라구요 안대"


"너.. 진짜 사람을 아주 막 부리는구나 오늘"



눈을 비비는 그의 앞에 마주앉아 이마에 안대를 씌워주는 와중에 손에 닿는 머리카락이 부드럽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니까 너.. 얼른 방으로 돌아가, 나도 자야되니...ㄲ"


말을 끝마치기전에 반쯤 감긴 눈으로 그는 히지카타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녀석이아 너 또시작이냐!"


말없이 그는 히지카타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아... 뭐야진짜, 좀 곱게 취하면 안되냐 이러다가 혹시 남아있는 양이지사 녀석들이 쳐들어오기라도 하면.."


늘 하던 잔소리가 멈춘것은 그의 입술에 도톰한 무언가가 닿았기에.

키스라고하기엔 너무나 가벼운것이였다. 입술박치기 정도 라고 해야겠찌만 그런단어를 쓰기엔 좀더 순한 그런것이였다. 길지도 않은 입맞춤이지만, 그것을 인식하기엔 약간의 시간이 걸렸고 화악 달아오르는 그의 눈에 비췬건 덤덤의 표정의 소고였다.


"야.. 너... 지금... 뭐...뭐...무..무슨"


"아- 시끄러"


그는 한마디 하고는 이마에 걸쳐진 안대를 눈으로 끌어내리고는 이불을 덮고는 다시 잠에든다.


"저.... 저새끼가 진짜..."


이상하게 요동치는 가슴팍을 붙잡고 그는 아까 건네받은 열쇠를 가지고 옆방으로 간다. 이자식 내일 일어나면 죽여버릴꺼야









-

아침에 눈을 뜬 소고는 자신의 방과 약간 다른 천장과 주변에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이상하다. 분명히 안대도 하고 있는데.

그것보다 우선 속이 너무 좋지않아 그저 약간 낯선 천장을 멍하지 바라보았다.



"일어났냐?"


히지카타가 문앞에서서 묻는다.


"아.. 에.. 근데 나 속이 너무 안좋아서 반차쓸래요"


"그럼 일어나서 최소한 문서라도 작성해서 내라고 이녀석아!"


가까이 다가가 멱살을 움켜잡은 히지카타는 덤덤한 표정의 그를 보자 어제의 그 감촉이 다시 생생히 기억나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히지카타씨 얼굴 빨개요"


"신경쓰지마! .. 아.. 그니까 너 .. 기억안나냐?"


"무슨?"


"아.. 아니다 아.. 여튼 빨리..."


"히지카타씨가 해주세요"


"응?"


"해주실거죠?"


"...어?"


"그나저나 여기 히지카타씨 방이구나 아침에 놀랐어요. 귀찮으니까 여기서 좀더 자고 오후에 갈게요"


다시 안대를 눈쪽으로 끌어내리는 그를 보곤 히지카타는 그래.. 오후에보자 하곤 방문을 닫고 나간다.


순순히 물러나는 히지카타의 태도가 이상해 소고는 다시 안대를 이마로 올리곤 닫혀진 방문을 바라본다. 왜이래? 불안하게



그렇게 두어시간을 누워있다가 슬슬나가야겠다 하고 일어났을때 그의 눈에 띈건 책상위에 올려져있던 과자였다.

마침 뭐좀 먹고싶었는데 잘됐다. 그는 투명하게 포장되어있는 과자 꾸러미를 집어들었다.


끈으로 리본이 매어져있는 포장을 열자 안에는 갖가지 모양의 과자와 쪽지가 하나 들어있었다.

쪽지에 붙어있는 스티커가 아직 붙어있는걸보니 아직 히지카타도 읽지 않은 모양이다.



[부장님, 생일축하드려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부장님 곁이면 항상 행복해요.


저.. 주제 넘치지만 제가 부장님 곁에 함께 하고 싶어요. 이틀후 자정에 둔영에 있는 작은 연못 뒤에서 잠깐 뵐수 있을까요?]




뭐야이건? 쪽지를 읽고는 자신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여러가지 의미로 귀여워 죽겠네 미치게-

그리곤 과자를 하나 집어 먹었을때 입안에 알싸하게 퍼지는 매운맛에 실소를 터트렸다.



생각나는 사람때문에- 그리고 그 쪽지 뒷편에 이름을 다시 확인한다.



유우-


소고는 그 과자와 쪽지를 가지고 즐거운일을 발견한 양 킥킥 웃으며 히지카타의 방에서 나온다.

안됐네- 이런걸 나한테 먼저 읽혀서





"뭘봐? 하라는건 다 했어?"


시선이 느껴지자 누워서 게임을하다가 말하는 소고를 보고 유우는 흠칫 놀랐다.
뭐야- 옆에 눈이라도 달렸나 하고 생각하고는 거의다했어요- 하곤 다시 일에 집중했다. 야마자키의 말을

들은뒤에 유우는 소고를 관찰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였다. 하지만 뭐랄까.... 이해를 못하는건 아니지만 이해를 하기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지금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는게 더욱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였다.

'두 분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던건 맞지만, 부장님께서 거절하셨다고 들었어요'

야마자키의 말이 자꾸 생각나서 아- 몰라 그냥일단 생각하지말자, 일아나 하자- 하곤 일에 집중하려

애써보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밖에선 히지카타를 죽이려고 달라드는 소고와 가만안둔다고 화내느 둘의 시끌시끌 떠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쳇, 또 실패했네"


"이녀석아! 너진짜!"


"왜그러세요? 그저 히지카타씨 쪽에 벌레가 있어서 잡아드리려던거라구요"


"벌레를 잡는다고 진검을 휘두르는 녀석이어딨어!! 벌레가 아닌 날 잡으려던거잖아!!"


"히지카타씨- 그거 신경과민이라구요. 신경과민"


일어서서 옷에 묻은 흙을 털며 소고에게 니놈 진짜 죽는다- 하고는 갑자기 생각났는지 그러고보니 너 요즘

시말서랑 보고서 꽤 잘써서 올리더라? 역시 유우가 도와주는건가? 하고 묻는다. 아뇨- 절 뭘로보는거예요

히지카타씨 당연히 제가 다 하고있죠- 하고 답하는 소고의 목소리를 듣고 유우는 바깥을 노려보았다.

"저.. 다음날 하루 비번인데요"


누워서 게임을 하던 소고가 그 말을 듣더니 벌떡 일어서서 비번 명단이 적힌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명단을 확인하고는 그래- 쉬어 오늘하던거 다 정리하고- 하고는 다시 게임기를 집어들었다.

그가 확인한 비번 명단엔 다음날 유우와 5번대의 다른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어머 유우! 오랜만이다. 잘지냈지? 어떻게 지내?"

"하하 진짜 신센구미에 들어갈 줄은 몰랐어 너 아프다고 거짓말까지 했다며?"

"아.. 뭐..."


그녀의 두명의 친구들이 쉴세없이 질문을 퍼붓는다.


"저.. 얘들아 나 요즘 고민이 있어..."


"니가? 고민? 뭔데? 설마 남자때문에?"


"그러게 설마! 남자때문이겠어? 꼬셔서 안넘어오는 남자를 한번도 못봤는데 말야"


두명의 친구들이 키득키득 웃으며 과거 이야기를 나열한다. 그때 진짜 니가 꼬실줄은 몰랐어- 내가 남자여도

여자가 그런행동하면 넘어가겠더라 얘, 너같이 착실한 얼굴을 한 애들이 더 무섭다니까?

"아... 아니 그사람을 둘째치고, 다른사람때문에.."


유우는 최근에 자신을 지독히 괴롭히는 소고에 대해서 털어놓기 시작했다. 열에 뻗쳐 씩씩대는 유우를 보곤

두 친구가 이해간다는 식으로 한마디씩 거들었다. 어머- 대놓고 괴롭히는데? 그런사람도 있구나- 미친거같애

완전 괴롭히는것도 즐기는거같은데?


소고의 행동에 대해 나열하던중 친구한명이 묻는다.


"근데 몇살이야? 아저씨? 너한테 왜그러는거야?"


"........18살이야"


10초쯤 정적이 흘렀을까 두 친구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18살? 유우- 이거 완전 머리에 피도 안마른 애기아냐? 그런애한테 지금 당하고있는거야 너 지금? 하고는 다시 한참을 웃다가 그중 한명이 생각났다는듯이 말한다.


"아!! 혹시... 이름이.. 오키타?"


"!어?! 어떻게 알아?"


"신문에 가끔 나오잖아 신센구미사고치거나 하면- 너무 어려보여서 기억하고있어, 귀엽게 생겼던데? 모습과 달리

무서운꼬맹이라고 생각했는데, 하하"


"너희... 웃지마.... 내가 아까 말했잖아! 진짜 사람 미치게 만든다고!"

유우는 앞에서 계속 웃는 친구들을 향해 말한다. 니네가 당해 봐야 안다고!!

"너 좋아하는거 아냐?"


"응 그건 확실히 아니야"

괴롭다는듯이 머리를 감싸쥐고 하... 그 꼬맹이 때문에 요즘 미치겠다.... 하고 중얼거리는 유우를 보고

친구한명이 말한다.


"흠.. 뭐 너를 괴롭히는걸 좋아한다면 니가 즐기는척을하던가...."

커피잔을 휘휘저으며 유우는 친구의 말을 귀기울인다.

"더 열받게 자극해봐- 원래 그렇게 자존심도 쎈 타입이 자신이 무시하는 상대가 기어오르기 시작한다고 생각할때

더 미쳐 하지않을까? 뭐 방법은 니가 생각해봐야겠지만"

그 이야기 이후로 연예인 이야기, 요즘 유행인 화장품 등등 여러가지 대화가 오갔지만

유우는 한참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앞에서 떠드는 친구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

봄.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설레이는 계절이다.
여러가지 설레이게 하는 요소는 많겠지만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봄에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벚꽃을 함께

보고싶어 한다.

그리고 어느덧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5월 벚꽃이 만개할 쯔음, 그리고 그 중에서도 5일. 히지카타의 생일

이 다가왔다.

"아- 유우씨, 오늘 히지카타 생일이기도하고 해서 다같이 벚꽃놀이 하러 가기로 했으니까 알고 있어! 그리고

소고녀석에게도 전해줘"


곤도는 사람좋은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에 같이 미소지었지만 그녀는 그에게 말을 전하라는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떻게 들어갈까? 노크는 두번정도하고.. 가서 국장님께서.. 하고 말을 시작하면될까.. 하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두어번정도 한 후, 문앞에 섰지만 선뜻 움직이질 못하고 두어번 신호흡을 하고선 들어갔다.

"벚꽃놀이?"


"네..초저녁쯤 간다고 하시던데요"


"응 알았어"


"이거 어제 말씀하신 서류예요"


"응"

한쪽으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그쪽에 놔둬- 하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소고를 보곤, 오늘은 한마디 해

야겠다, 하고는 대장님- 하고 낮게 불렀다.


"놓고가"


"아... 저 이제 시키실일 더 없으면.. 부장님 도와드리러 가도 될까요? 요즘은 별로 일도 없는거같은데.."


"그걸 왜 니가 판단해?"


"아... 아니 그게.."


소고가 신경질적으로 한쪽 귀에 있는 이어폰을 빼어 책상위에 탁 소리나게 내려놓는다.


"그냥 시키는거나 제대로 하는게 어때?"


어리지만 이런 그가 무서웠지만 그만큼 왜 이런자신을 곁에 두고 있는지도 의문이였다.
이렇게 싫어하면서 왜?

"대장님. 절 이렇게도 싫어하시면서 왜 옆에 두려고 하십니까?"


"..뭐?"


"제 얼굴보는것도 싫어하시면서 왜..."


"당연히 내가 편하니까"


"네?"


"편하고 재밌으니까"


"...재미.?.."


"나가, 더이상 말대꾸하지마"


무표정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게 더 무서워 그 이상의 대꾸는 할수없었다. 그대로 떨어지지 않는 발

걸음 애써옮겨 방을 빠져 나온다. 그리곤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유우씨! 여기예요 여기-!"

일처리 때문에 늦은 유우를 보곤, 야마자키가 손을 흔든다. 이미 다들 술을 한잔씩 걸쳐서 약간은 들뜬 듯

한 대원들을 보고 약간은 우스워 작게 소리내어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어느새 히지카타를 찾고 있었다. 아! 저기에 있다. 그가 입고있는 검은색 유카타가 꽤

나 잘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생일파티라고 하면 케익이나 케익이 아니여도 비슷한거라도 있을줄 알았으나 없는걸 보곤 하나 사올걸 그

랬다.. 하고 후회했다.


"유우- 여기 와서 한잔해, 한잔정도는 괜찮지?"

그녀를 발견한 곤도가 어색해 하는 그녀를 불렀다. 곤도가 있는 자리엔 히지카타와 곤도가 있었다. 소고가

없는걸 보고 약간을 안심하며 히지카타와 곤도의 곁으로 갔다.

"부장님 생일축하드려요"


"어.. 고마워"

그녀는 얼굴이 약간 달아오르는걸 느끼며 술병을 들고 한잔 따라드릴게요- 하곤 곤도와 히지카타의 잔에

한잔씩 술을 따른다.


"소고녀석 도와주고 있다지 요즘?"


곤도가 술잔을 반쯤 비우더니 물었다.


".. 하하 .. 네"


"그녀석... 좀... 힘들지?"


"아... 아니예요! 전혀 안그래요"


그녀가 웃으며 손을 흔들며 말한다. 일이 많으니 어쩔수 없죠 하고 생글생글 웃는다.


"정말? 너 대단하구나.. 우리도 감당이 안되서 가끔미치겠는데 말이지..."


곤도가 한숨을 푹 쉬며 남은 술잔을 비워낸다.


"하하.. 근데 대장님은 어디계세요?"

물어보면서도 유우는 조심스러웠다. 어디에 있는지 위치파악정도의 질문이였기에.


"저-기, 1번대 애들이랑 있네"

바라본쪽엔 1번대대원들에게 둘러쌓인 소고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대장님- 오늘은 부장님 생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린이날 아닙니까? 그래서 저희 1번대가 준비했습니다!"

"어린이? 니놈들 진짜 죽고싶구나?"


덤덤한 표정으로 말하는 소고에게 대원들은 왜이러십니까 대장님! 저희 신센구미중에 나이는 가장 어리신건

사실이잖습니까! 하며 제법 비싸보이는 건담 피규어를 손에 쥐어준다.

우와- 멋있는데? 하며 이리저리 살피는 소고를 보며 히지카타는 어휴- 저 얼간이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토시- 근데 쟤네가 왠일이냐?"


곤도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의아하다는듯이 말한다.


"저거.. 내 생일 선물로 샀다길래 그냥 저녀석 주라고 했어. 도데체 나한테 주려고 저런걸 샀다는게 난 이해가 안된단말야,

누구 놀리는것도 아니고"


1번대 녀석들 점점 다들 소고녀석하고 비슷해지는거 같아서 큰일이야, 하고 중얼거리며 술을 한모금 들이킨다.

자! 한잔해! 원샷! 하고 크게 외치며 유난히 분위기가 급 좋아진 1번대를 지켜보다가 옆에 있는 유우를 보고는

너도 요즘 1번대랑 같이 일하고 있으면 가봐야 하는거 아냐? 하고 1번대 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아.. 아니예요 그냥 여기 잇을래요- 하고 웃으며 빈컵을 앞으로 내밀었다. 한잔주세요-!


마침 곤도가 다른 대원들에게 불려갔을때, 한모습씩 술을 홀짝대며 유우는 옆에 있는 히지카타를 흘깃흘깃 쳐다본다.

춤추듯이 떨어지는 벚꽃잎과 그런 핑크빛 벚꽃잎을 색색으로 물들이는 조명, 서서히 어두워지는 하늘,

그리고 ..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따라주는 술, 그녀는 이 풍경이 전부 사랑스럽다.


"부장님 오늘 많이 안드시네요?"


"좀 이따 가서 해야 할 일이있어서"


"아~ 제가... 도와드릴까요?"


"됐어, 소고 잘 도와줘 고생이 많다 니가"


"아니예요! 저 진짜 진짜 괜찮아요! 도와드릴게요!"


"됐어 진짜로, 내가 해야될 일이라서- 난 이만 가봐야겠다"


그리곤 술에 취해서 난리난 대원들을 쭉 보더니, 그나마 멀쩡한 야마자키에게 뒷정리를 부탁했다.


"에? 부장님 가시게요? 왜 이렇게 빨리 가세요?"


"할일있어- 애들 잘챙겨서 너무 늦지 않게 들어가라"

돌아서는 히지카타를 보고는 이제야 발견했는지, 1번대에 둘러쌓여 있던 소고가 후다닥 달려왔다.


"히지카타 이녀석아아, 너어 어디가?"


"..일있어 일.. 너 술 많이마셨지? 너도 이리와"

반복해서 여기저기서 묻는말에 히지카타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소고의 풀린 눈을 보고는 소고의

뒷목을 잡아끈다.


"싫어어 나 안취했어- 히지카타 이녀석아아 너도 같이 먹자아아"


"너 취했어 이녀석아"


"안취했어어어 같이 먹자아 이녀석아"


잔뜩 꼬인 혀로 안끌려 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소고와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다가 완강한 태도의 소고를 보고는

뒷목을 끌던 손을 그냥 놓았다.


야마자키, 얘 잘 챙겨라 하고는 뒤돌아서 가는 히지카타의 눈빛에 소고는 뭔가 모르게 더 화가 치밀어 오르는 찰나,

부장님 같이가요- 하고 쪼르르 달려가는 유우를 보곤 야마자키에게 말했다.


"야마자키 가서 술 더사와"

술도 잘 먹지도 못해서 아침에 맨날 술병으로 고생할꺼면서- 나이도 어린게 벌써부터 술도마시고 말이야.


히지카타는 지금 상황이 그닥 맘에 들지않았다.

1번대 녀석들도 그래. 어린이날이라고 선물줘놓고.. 물론 내가 주라고 한거지만 그래도 술을 저런식으로 먹이는거야?

뭐 먹였다고 하긴 뭐하지만.. 하고 생각하다 왜 자신이 그녀석 걱정으로 감정을 소비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곤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내가 왜 저딴자식을....


부장님! 같이가요! 하고 부르는 소리에 히지카타는 뒤를 돌아본다.


"저도 들어갈거예요! 같이가요!"


뛰어왔는지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보곤 의아한듯이 쳐다봤다.

"더 놀다오지 왜 이렇게 빨리?"


"저두 피곤해서요- 근데 오늘 생일이신데 좀 더 즐기지 그러세요?"


"아- 생일이 뭐 별거야? 그냥 하루 같이 다들 모일 구실 찾는거지 뭐."


표정이 별로 좋지 않은 히지카타를 보고 유우는 주머니에서 뭔갈 꺼낸다.


"저.. 부장님 이거.. 선물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응?"


그녀는 손바닥만한 투명한 비닐에 예쁘게 포장되어있는 과자를 하나 내밀었다.


"이거... 생일선물로 드릴겸해서 구워봤어요.. 뭘 사드려야할지도 모르겠고.. 해서.."


"아... 뭐 이런걸.. 일단 선물이라니까.. 잘먹을게"


하곤 별모양 하트모양으로 모양낸 과자를 신기한듯 다시 본다.

"혹시 매운맛 좋아하세요? 전 과자 매운맛 좋아하거든요"


그말에 히지카타는 약간은 놀란듯 그녀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냥 웃으며 혼자드세요- 다른분들 주지마시구요~ 하고 싱긋 웃어보였다.


 

 

 

 

 

 

 

어느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햇살이 둔영을 따스히 감싸고 조회에 늦지 않기 위한 모든 대원들의 분주한 움직임 소리에 시끌벅적하다.


요즘 통 잠을 설치는 탓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소고는 시끌벅적한 소리에 터덜터덜 씻으러 밖으러 나간다. 다른 때와 다름없는 대원들의 장난치는소리, 거칠게 몸싸움을 하는 소리에 아- 정신없어 하고 중얼거리며 수건을 집어 들었다.

 

 

 

"너희 그거 알아? 유우씨랑 부장님 요즘 이상하다던데?"


"어어!! 요즘 다들 그얘기하던데? 나도 들었어!"


"역시나 부장님은 인기가 좋으시다니까 크 궁금하다"


"요즘 일부러 관찰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요즘 완전 핫하다고!"


"우-와 정말? 더 자세히 얘기해봐! 궁금한걸?"


"어어 그게 말이지, 얼마전에 둘이- 으아앗!!! 대장니임!!"

 

수근대던 대원들이 별생각없이 이야기하다가 본인들의 대화에 낀 소고를 보고 귀신이라도 본듯 소리지른다.


"뭐야, 내가 들으면 안될 이야기야?"


"저-얼대 아닙니다. 대장님! 전 언제나 대장님을 사랑하니까요!"


같이 얘기하던 1번대 카미야마가 소고에게 뛰어와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는 말한다기 보다는 외친다.

그리고는 소고에게 착 달라붙어서는 얘기한다. 대장님- 부장님하고 유우씨 말입니다. 얼마전에 같이 비번이였는데 심지어

둘이 같이 나가고 늦게 들어왔데요- 이거 진짜 대박아닙니까? 혹시 비밀연애라도 하는건 아닌지 벌써 소문 쫙 났다고요-

옆에서 호들갑을 떨며 얘기하는 카미야마를 보며 흠- 뭐야 별거아니네- 하곤 돌아선다.

 

그리고 준비를 마칙고 나가는 길에 유우를 만났다.

 

 

'둘이 비밀연애라도 하는건 아닌지...'

 


그 말이 문득 생각이 나서인지, 그는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서 그녀를 빤히 관찰했다. 시선을 느낀 그녀가 소고를 바라보고는 싱긋 웃어보인다. 그리곤 잘잤어요? 오늘 날씨가 좋죠? 하며 식상한 대화를 건다.

그런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고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생각한다. 저게 매력있나? 예쁜가? 이런타입이야? 별론거같은데-

 


"...군!, 소고군! 왜이렇게 빤히 쳐다봐요? 할말있어요?"


"어..? 아아.. 아니 없어"


"아- 저는 있는데-!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아요?"


뜻밖의 물음에 놀랐지만 왜? 하고 반문하자 그녀는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그냥- 소고군에게 차한잔 사주고

싶기도하고.. 뭐 그래서요 하하 하고 웃다가 마지막에 살짝 아.... 뭐 물어볼것도 있고 라고 덫붙인다.


"뭔데? 그냥 지금 물어봐"

 

"아.. 그건 안돼요- 저녁 7시쯤? 카부키쵸 거리에 있는 그 카페 있죠~ 과일주스 자주 마신다는, 그곳에서 봐요!"


하곤 뭐 좋은일이라도 있는지 손까지 흔들며 달려간다.

 


'둘이 비밀연애라도 하는건 아닌지...'


이 말이 자꾸 머리속에 맴도는 소고는 사실 가고싶지 않았지만 물어볼것도 있다- 라는 말에 호기심이 발동

해 그 장소에 가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약간의 불안함이 있었는지 그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약속시간에 딱 맞춰 장소에 도착한 유우는 카페에 앉아서 소고를 기다린다. 커피한잔을 주문한 후,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창문을 바라보며 기다린다. 심호흡과 한숨을 번갈아 쉬며 불안한듯 약간 발을 동동구른다.

 

20분쯤 지났을때, 풍선껌을 불며 느긋히 걸어오는 소고를 보곤 소고군! 이쪽이예요! 하고 밝게 외친다.
그리고 지나가는 점원을 붙잡고 과일주스 한개더 주세요- 하고 주문을한다.

 


"과일주스 시킬거였죠? 좋아한다고 하길래"


"누가그래?"


"부장님께서 그러시던데요?"

 


부장님이라는 세글자에 히지카타와 자주와선 항상 과일주스를 시켰던 것을 기억해내고는 아- 맞다. 항상

이거 먹었었지, 하고는 그녀를 마주본다.

 


"안올수도있을거같아서 약간 걱정했어요, 와줘서 고마워요"

 

"..물어볼거 있다길래"

 

유우는 아직도 머리속에 정리가 깔끔하게 되지 않아 우물쭈물한다. 사실 시간이 더 있었어도 우물쭈물했을것이다.

그 둘 사이에선 약간 어색한 기류가 흘렀지만 그나마 다행인것은 카페의 조용히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와,

카페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는 것이였다.

 


"과일주스 나왔습니다."


점원이 과일주스를 소고의 앞에 조심스레 놓는다. 유리컵에 맺힌 물방울이 한두방울씩 매끄럽게 흘러내린다.

 

"음.. 그니까 제가 물어보고싶은건요.. 뭐 별건 아니고.."

 

"..."

 

"어렸을때부터 부장님하구 가깝게 지냈고 친하셨다길래"

 

"..."

 

"다음달에 생신이시길래, 선물 드리고 싶은데 어떤걸 드려야할지 몰라서요, 친하시니까 좀 알려주시면.."

 

"...별로안친한데"

 

"에이- 국장님께 다 들었어요 세분 신센구미 만들기 전부터 친하셨다고 그러시던데"


"..."


"진짜 모르세요?"


그러고보니 소고는 생일을 챙겨줘본적이 딱히 없다. 생일이라- 곤도와 셋이서 생일땐 그저 술을 같이 먹는 정도? 혹은 그냥 맛있는걸 먹는 정도 였기에 대답해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대답을 할수도 없었다.

 


"선물을 해본적이 딱히 없어서"


"아.. 역시 남자들이라 그렇구나-"


하고는 뭔갈 더 말하고 싶은지 우물쭈물한다. 소고는 과일주스를 한모금 들이킨다.

 

"아.. 이런거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말에 마시던 유리잔을 내려놓고 그녀를 본다.


"혹시.. 부장님은 어떤 여자 좋아하세요?"


"여자?"


"아... 그냥 뭐...조금더..알고싶은 그런... 뭐 그런 아하하"


얼굴에 홍조를 띈채 약간 당황하며 말하는 그녀의 말은 똑바로 말하진 않았지만 히지카타를 좋아한다- 라고 말하고

있다는걸 알수있었다. 소고는 한편으론 비밀연애를 한다 어쩐다 했던건 그냥 소문이였구나 하고 안심하는 한편으론, 누이인 미츠바의 모습이 떠올랐다. 역시 내가 이 여자를 싫어했던건 히지카타를 좋아하는 모습이, 누나의 모습과 겹쳐보여서 그랬던 거였나..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그쪽은 아닐거같은데 말이지"

 

"에? 어떤면이요?!"

 

남아있는 과일주스를 한모금 더 들이키더니,

 

"아 그리고 전부터 거슬렸는데 내 이름 함부로 부르지마"


"에?.."


"오키타 대장님."


"...?!"


"엄연히 직책이 있잖아? 존대 똑바로하고 예의갖춰서 대하라고"


"아... 죄송해요 남동생같은 느낌이 들었어서...."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유우가 죄송합니다. 하고 말한다.


"누가 니 남동생이야? 웃기고있어"


그대로 일어서서 나가버리는 소고를 보고 유우는 직감했다. 아- 나 저사람한테서 미움받고있구나

 

 

 

 

 

 

 

 

 

 

-

 


"히지카타씨 저도 요즘 바쁜데 유우씨 저 도와주게 하면 안될까요?"


간만에 실실웃으며 말하는 소고의 표정을 보고 뭔가 오싹한 느낌이 들어서 니가 하는일이 뭐가있어서 바뻐? 하고 담배연기를

후욱 뱉어낸다.

 

"음- 그동안 일을 안해서 밀렸으니까 바쁘죠 헤헤-"


"뭐.. 난 요즘 일이 별로 없어서 상관은 없긴한데 나 왜 불안하지?"


실실웃는 소고를 보고 불안한 히지카타가 의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소고를 본다. 네놈이 이렇게 좋은 얼굴로 나한테 뭔갈 말하면 불안하단말야- 하곤 다시 한모금 내뱉는다.

 

"히지카타씨- 무슨소리예요? 제가 왜? 그저 바빠서 도움을 요청하는것 뿐이라고요"

 

"...그래... 그럼 너한테 가라고 할게, 세시쯤 가라고 하면될까?"

 

"아뇨 당-장-"


생글생글 웃으며 히지카타씨 부탁해요~ 하곤 총총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아.. 저녀석 불안한데.. 하곤 담배를 다시 문다.

 

 

소고는 그 두사람을 계속 붙여놓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낸것, 그래 니가 니 발로 신센구미를 나가고싶도록 괴롭혀주지-. 오랜만에 먹잇감을 발견한 동물처럼 그의 빨간 눈동자가 빛난다.

 


"저.. 대..대장님 찾으셨다고 하셔서요"

 

유우가 소고의 방에 찾아왔다. 유우는 기분이 좋진않았다. 자신의 마음도 말한 입장에서 바로 자신을 떨어트려 놓는 느낌이 들었기에.

 

"왜이렇게 늦어? 빨리와"

 

들어가자마자 거만하게 앉아있던 소고가 벌떡 일어나더니 앉아, 시말서 좀 써. 하고 사건전후를 대강 적은 종이를 내민다. 이번에 일이 많아서 말야 한사건당 10장씩? 인데 사고를 많이쳐서 양이 좀 많긴한데 할수 있지?


"저.. 대장님.."


"아, 하기전에 가서 야끼소바빵좀 사와, 돈은 당연히 니가 내는거야"


"... 저기..."


"남동생같다며? 이정도 못사줘?"


싸늘히 식은 그의 표정을 보고 유우는 잘못걸렸다... 하고 생각하곤 그저 네... 하곤 방을 나간다. 뒤에선 15분 줄게, 넉넉하지? 뛰어갔다오라고- 하고는 게임기를 꺼내는 그를 보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진다.

 

 

 

 

 

 

 

 

"대장님 여기 시말서입니다."


밤새 쓰고 있을때, 우연히 만난 1번대 대원들이 도와줘서 금방쓸수 있었다. 1번대 대원들은 에-? 이거 유우씨가 다쓰십니까? 대장님이 왠일로 본인이 다 쓰시겠다고 하셔서 왠일인가 했는데 역시.... 근데 유우씨 오키타 대장님께 밉보이는거 절대 좋지 않아요 하며 다들 입을 모아서 말한다. 하지만 유우는 본인이 무얼 잘못했는지 왜 자신을 싫어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어 줘봐"

 


받아든 시말서를 한장씩 확인하는 그를 보곤 유우가 그를 의아한듯 쳐다보았다. 소고는 시말서를 한장씩 보더니 픽 웃는다. 애들이 도와줬나보네, 내가 너한테 시켰지 다른사람한테 시킨건 아니잖아? 그치? 하고는 대원들이 도와준 시말서를 골라내더니 앞에 툭 던진다. 다시써- 내일까지 가져와. 뭐해? 빨리주워.

 

시말서는 시말서대로, 보고서나 기타업무는 물론 모든일을 다 맡겼다. 틈만나면 가서 뭐좀사와- 해서 먹을거라던가 사오면 이제 먹기싫어졌어 그냥 너 먹던가 버리던가해- 이런일들이 일상이 되다보니 사람의 스트레스 라는게 무엇인지 세삼스레 깨달았다. 동시에 히지카타 부장님하고 일하고싶다. 라는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

 

그리고 그날은 피곤함이 많이 쌓여있었던 탓인지 일을 다 하지 못한채 책상에 엎드려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뭐야? 다 못한거야?"


"...그게..."


"응 말해"


"아.. 좀 너무 피곤했어요 죄송해요"


"히지카타가 시킬땐 다 하더니?"


너랑 부장님이 시킨게 같은줄알아! 그리고 부장님은 이런식으로 일 안시킨다고!! 라고 말하고 싶은걸 꾹 참은채 그저 죄송합니다로

일관했다.

 

 


"5시, 써와"


가벼운 목례후 다시 돌아가는길에 저거 완전 짜증나는 스타일이다- 라고 생각하며 다시 챙상에 앉는다. 너무 화가나서 멍- 하니 앉아있는데 야마자키가 그런 유우를 보고는 커피한캔을 내민다.


"유우씨 요즘 바쁘신거 같던데요?"


"아. 고마워요 야마자키씨, 좀 바쁘네요"


"소문으론 오키타 대장께 엄청 당하고 있다던데 어쩌다 그런거예요? 오키타 대장 요즘 완전 즐거운거같던데"

 


야마자키의 한마디에 지금까지 쌓여있던 감정이 폭팔해서 인지 유우는 하소연하듯 야마자키를 붙잡고 말한다. 전 진짜로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야마자키씨! 제가 얼마전에 같이 카페가서 부장님에 대한... 그냥 그런거 물어봤을뿐인데 그 이후로 갑자기 이런다구요.. 힘들어요 진짜- 하며 한숨과 함께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아... 유우씨... 그거...제 예상...으로는..."

 


야마자키가 살짝 고민하다가 천천히 입을땐다.

 

 

 

"이거 그냥 제가 말했다고 하지도 마시고... 아는척도 마시고.. 그냥 듣기만 하세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오키타 대장 누님께서 부장님하고 서로 좋아하는 그런 사이였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아마 그런일때문에 생각나서 그런지 좋게 보지 않는거 같아요. 오키타대장께 그런얘기 왜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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