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누구에게나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完

 

 

 

 

 

 

"아깐 미얀하다. 내가 대신사과할게 밥도 제대로 못먹었지?"


"아.. 아니예요!! 맛있었어요!"


식사후 카페에 들어온 둘은 창가쪽 자리가 아닌 안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히지카타는 커피를 그리고

유우는 과일주스를 주문했다.


"과일주스 그거 맛있다고 하더라. 소고가 오면 맨날 그거 시키더라고"

 


한모금 들이킨 과일주스는 그녀의 기분만큼이나 상큼했다. 이런저런 일이있었다 해도 같이 있다는 순간이 가장 좋은거니까.


"네 맛있어요"

웃으며 주스를 마시자 히지카타가 농담조로 왤케 입바른소리만해? 기분이 별로일땐 화도 내라고- 라며 약간

어색해 보이는 유우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런 히지카타의 말에 화들짝 놀란 유우가 고개를 저으며 아녜요 진짜진짜 좋았어요! 저..정말이예요! 하며 당황한다.


그리곤 좀 망설이다가 얼굴에 홍조를 띄운채 시선을 피하며 다.. 다음엔 더 맛있는걸로 사주셔야 되요- 저 오늘

지.. 진짜 놀랐단말이예요- 라고 말하며 과일주스에 얼굴을 파묻다시피 고개를 숙였다.

 


"그래- 너한텐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덕분에 일을 쉽게 했거든"


"아니예요 제가 감사하죠 헤헤"


"그래 그럼 이제 들어갈까? 슬슬 어두워지는데"

 


뭐야, 지금 7시도 안됐는데! 벌써 들어가는거야?

점점 어둡게 물들어가는 무지개빛 하늘을 보며 말하는 히지카타가 유우는 무척 아쉬웠다. 차라리 오늘 저녁에

사케라도 한잔 사주세요- 라고 할껄 하고 후회했지만

너무 들이대는 여자는 되고싶지 않아 그냥 네- 가요 하고 대답했다.

 


-띠리리

카페에서 나와 잠시 걷는와중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 나다"

 

[부장님 저 하라다 입니다. 비번중 죄송하지만 잠시 캬바쿠라로 와주시겠습니까?']

 

"캬바쿠라? 국장님과 함께 있는거냐?"

 

[아 그게.. 국장님이 너무 취하셔서... ]

 

"일단 알았어"

 


전화를 끊고는 유우를 한번 쳐다보는 히지카타가 약간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국장님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거예요?"


"아니뭐, 큰일은 아니고.. 가봐야할거같은데 나 먼저 가볼게"

 

등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는 히지카타를 보며 유우는 손을 뻗어 멀어지는 그의 옷자락을 살짝 움켜쥐었다.

그리고 돌아보는 히지카타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잡은 옷자락을 확 뿌리치며 아- 죄송합니다! 하고는 고개를

푹 숙인다. 뭐야- 낼 회의실에서 보자고 하며 다시 돌아서는 히지카타의 손목을 덮썩 잡으며

저... 저도 같이 가고싶어요! 하며 그의 손목을 잡은 손을 보고는 당황해 확 놓으며 우물쭈물 거린다.

 

 

 

"음... 여자가 오면 좋진않을거같은데.."


"그.. 그래도! 저도 캬바쿠라 한번 가보고싶어요! 저... 한번도 안가봐서 궁금하기도하고.... 그래서.."

 

 

 

 

 

 

 


캬바쿠라 앞엔 신센구미 차량 한대와 그 앞에서 풍선껌을 우물우물 씹고있는 소고가 이어폰을 한쪽에 낀채

삐딱하게 서 있다. 그는 핑크색 풍선껌을 얼굴 반 만큼이나 크게 불며 무표정한 얼굴로 이제 막 도착한 히지카타와

유우를 번갈아 본다.


"하라다 얘기론 곤도씨가 취했다고 하던데, 많이 취한거야?"


"글쎄요, 난 아직 안들어가봤어요"


"...일부러 나 부른거냐?"


"음 뭐 반반? 히지카타왔으니 슬슬 들어가 보죠! 하라다는 먼저들어갔어요"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캬바쿠라의 여자들이 히지카타를 보고는 일제히 몰려왔다. 꺄- 꺄- 하는 소리에 소고는

쳇- 시끄럽네 하고 중얼거렸고, 히지카타는 그저 묵묵히 곤도의 위치를 묻고 묵묵히 곤도를 찾고 있었다.

 

이런곳에 처음 와보는 유우는 이 공간이 분위기가 적응 되지 않았다. 여자를 끼고 술마시는 아저씨들,

그리고 술을 따르는 여자들.. 그런 공간이 다른세계 같아서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난장판으로 술취한 사람들과

눈이 몇번 마주치고는 성급히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

 

그러다 아, 그러고 보니 소고군은 미성년자잖아! 라는 생각에 옆을 보자, 그저 덤덤히 풍선껌을 불며 히지카타의

뒤를 따르는 그를 보고 물었다.


"저.. 소고군, 소고군은 미성년인데 이런데 많이 와봤어요?"


"뭐, 곤도씨 때문에 몇번"


"어린데 이런데도 오는거.... 안되는거 아냐?"


"상관할바 아니잖아"

 


쳐다도 보지 않고 대답을 하는 그를 보고 유우는 역시 어리다- 하고 생각했다. 풍선껌을 씹는 옆 모습이

영락없는 어린애의 얼굴이라 그런지 그렇게 자신에게 틱틱거리는 그가 그렇게 싫지 않았다.

그저 뭔가 앙탈부리는 아이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귀엽게 느껴졌다.

 

 

콰앙-

 

테이블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 그곳을보니, 그곳엔 찾으러간 하라다 마저 같이 취해 곤도와 술에 떡이 된 체로

어? 토시- 드디어 왔구나! 부장님 드디어 오셨군요- 라는 혀 짧은 소릴 내며 난리를 치고 있다.

 


"어? 히지카타씨, 하라다씨까지 취한겁니까?"

 

뒤따라온 소고가 그 둘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너도 와서 좀 도와줘"


도데체 지금이 몇신데 이렇게까지 취한겁니까? 하고 소고는 투덜투덜거리며 곤도를 부축한다.

어 소고- 너 왜 이렇게 늦게왔어- 너도같이 한잔해야하는건데 말야, 오늘은 오타에씨가 말이지- 하며 혼자

중얼중얼 거리는 곤도를 질질끌고 신센구미 차량에 던져 넣다시피 던져 넣는다.

하라다까지 던져 넣다시피 차에 태운 히지카타를 보곤 소고가 오늘은 인심쓴다- 라는 표정으로 히지카타씨 타요,

오늘은 내가 특별히 운전할테니까! 하며 운전석에 탄다.


당연히 니가 해야지 이녀석아, 하며 조수석 문을 열다가 멈칫하는 히지카타를 보고 빨리타요 아니면 그냥

출발할꺼야 하고 소고가 시동을 켠다.

 

 

"아.. 소고, 아까 니 옆에있었던 유우 못봤어?"


"흠 들어갈땐 같이있었는데"


"잠깐만 기다려봐, 아직 안에 있나봐, 찾아올게"

 


그렇게 말하고 다시 급하게 캬바쿠라로 뛰어들어가는 히지카타의 뒷모습을 본다. 그리곤 그냥 자동차의 엑

셀을 거칠게 밟는다. 따라왔으면 잘 따라다니기나 하던가, 뭐하는거야?

 

 

 

 

 

 

다시 캬바쿠라로 들어간 히지카타는 한참을 헤매다 그 안에서 유우를 찾았다. 너 왜 전화도 안받아? 하며

숨을 몰아쉬는 히지카타를 보고 아.. 너무 시끄러워서 벨소리가 안들렸어요 죄송해요, 어디가셨었어요! 하며

약간은 놀란듯이 반가운기색을 표했다.

 

술취한 사람들이 유우를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인줄 착각해 자꾸 말을 거는데 그런 모습에 당황한 유우가

그런 말에 일일해 답하자 그런모습에 답답함을 느꼈는지, 히지카타가 손목을 잡고 거칠게 잡아챘다.

 

그 탓에 거의 넘어질뻔 하다시피 히지카타의 가슴팍에 머리가 찧은 유우가 당황해서 올려다보니, 아- 미얀 이라고 짧게

답하고 손목을 잡고 끌고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유우는 살짝 웃음을 참는다.

 

 

"미얀, 곤도씨랑 하라다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어"


"제가 죄송해요 잘 따라다녔어야 했는데... 놓쳐서 그만..."


"얼른가자 소고녀석 기다리겠다"

 

 

 

 

 

 

 

 

그리고 신센구미 차량이 있었던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 내가 이자식 이럴줄알았어 하고 작게 중얼거리고는 택시를 잡으려 두리번 거린다.

 

그때 엄청난 소음과 함께 히지카타 앞에서 신센구미 차량이 급정거를 한다. 그리고 차량 창문을 열어서 그

둘을 바라보는 사람은 다름아닌 소고였다.

 


"어? 소고 안갔었구나?"

 


소고를 보고 화색이 돈 히지카타가 유우와 함께 차를 타려 다가가자 차문을 급히 잠그고는 둘이 사이 좋으

시네? 그럼 계속 손잡고 걸어오시죠? 하고는 감정적으로 엑셀을 밟는다.

 

 

뒤에선 곤도와 하라다가 운전이 왜이래... 토할거같아.. 소고 살려줘.... 라며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며

괴로워했다. 그리고 멀리선 히지카타가 이녀석아 운전 그따구로 하지 말랬지! 하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후방거울로 그 둘을 바라보던 소고는 승질을 이기지 못하고 후방거울을 부셔버렸다. 뒤에서 곤도가 술에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고.. 운전하는데 그거 없으면 위험해서 어떡하냐... 라는 혀꼬인소리가 들렸지만 가볍게 무시한채 카트라이더라도 하듯이

굉음과 함께 급정지 급발진 급커브로 둔영에 도착했다.

 

 

 

 

 

 

 

 

 

 

 

 

그럼그렇지- 저녀석이 설마 태우러 왔으려고- 하며 담배하나를 꺼내 지그시 물고 불을 붙인다. 춥지? 기다려봐

야마자키한테 연락해서 태우러 오라고 해야겠다. 하며 폰을 꺼내 연락처를 검색한다.

하지만 유우는 그런 히지카타의 핸드폰을 빼앗으며 그냥 걸어가자고 제안했다.


"걸어가자고? 꽤 걸릴텐데?"


"괜찮아요! 날씨도 선선하고 해서..하하"


"흠.. 그래그럼, 다리 아프다고 하면 버리고 갈거다- 가자"

 


앞장서서 가는 히지카타의 한발작뒤에 걷는다. 서늘한 밤공기가 뺨을 간지럽게 스치고 동시에 그의 스킨향이

가볍게 퍼지자 순간 그 향에 취할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같이 걷는, 이 밤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함과

동시에 태우지 않고 그냥 가버린 소고가 고마웠다. 다시보면 아무리 까칠하게 굴어도 잘해줘야겠다.

 

 

 

 

 

 

 

 

 

 

 


소고의 방과 히지카타의 방은 바로 옆이라 히지카타가 방에 들어갈땐 소고의 방을 지나서 가야했다.

 

10분, 20분, 30분, 뭐야? 왜 안와? 하고 히지카타의 방문을 열어본다. 없다.
뭐야 내가 걸어오라고 했더니 진짜 걸어오는거야?

 

시간이 점점 늦어지자 왜 본인이 초조한지 모르겠지만 계속 문밖의 발소리에 귀기울이고 있었다.

30분 하고도 정확히 18분 후에 익숙한 발소리가 들리자 소고가 제 방문을 활짝 열어 제꼈다. 막 도착해서

들어가려는 히지카타와 소고가 3초정도 서로 쳐다보다가 히지카타 먼저 입을 연다.

 


"다시 왔으면 태우고 가지 그냥가냐 네놈은?"


"걸어오란다고 진짜 걸어온겁니까? 히지카타씨? 난 또-"


"또? 또 뭐"


"안들어오는줄알았지"


"... 안들어오면 나 어디서 자라고?"


"뭐 여자랑 잘 곳은 많이 있잖아"

 

뭔가 수상쩍다는 표정과 비웃음을 같이 머금은 표정으로 히지카타에게 비아낭거렸다.


퍽-

기어이 머리를 한대 맞은 소고가 머리를 감싸쥐고는 아야야... 하고 히지카타를 올려다본다.

 

 

"왜때려 히지카타 이녀석아!!!"


"어린놈이 못하는 소리가 없어!"


소고가 머리를 매만지며 입을 삐쭉거린다.

 

"그리고 너, 한번만 더 운전 그런식으로 위험하게 하면 운전다시는 못하게 할꺼다"


"..."


"근데, 설마 나 기다린거냐?"


"무슨 말도 안되는!! 발소리가 거슬려서 문 열어본거야 히지카타 이녀석아!"


이마에 눈동자가 그려진 빨간 안대를 쓰고는 맞은 머리를 매만지는 모습을 보고 히지카타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비웃는거냐 이녀석아! 하면서 씩씩대는게 괜히 웃겨서 베이지색으로 빛나는 그의 머리를 마구 헝클며 쓰다듬는다.


"..뭐야?"

어색한 히지카타의 행동에 소고가 약간은 어색한듯 쳐다보더니 수상한데- 하면서 히지카타의 얼굴을 노려본다.


"뭐가 수상해? 가서 잠이나 자 이녀석아, 낼 지각하면 오늘 운전한 건까지 합해서 두배로 혼날거니까 각오하고"

 

 

 

 

방문을 열고 들어갈때까지 히지카타를 쳐다보던 소고는 그가 쓰다듬어준 머리칼을 다시 매만진다.

 

 

 

 

 

 

 

 

 

 

 

 

 

 

 

 

 

 

 

 

 

 

연말이 다가왔다. 책상에 가득 쌓여있는 서류를 보고 히지카타는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푹쉬었다. 그래도 다행인게, 새로 들어온 유우가 여자라서 그런지 서류처리 부분은 곧 잘해냈다.


기타 서류를 올린다거나, 경위서 등등을 작성해 낼때 거의 모든 대장급들이 오타는 기본, 두서없이 써서 작성해 내는걸 항상 다시 정리해야 했는데 유우가 옆에서 그런 부분을 잘 검토해주고 있었다.


바쁜 연말 3~5일을 밤늦게까지 정리해서 제출을 하다보니 본인이 경찰인지 직장인인지 수험생인지 도통 알수가없었다.

 

아- 죽겠다- 히지카타는 거의 정리된 그 상황을 앞두고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잠시 뻗었다. 이런 머저리들 이번이 끝나고 앞으로는 서류 대충써서 내면 할복 시켜야지 하고 다짐을 하고 또 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 그리고 피곤함이 같이 몰려오는 와중 손끝에 차가운 뭔가가 닿아서 보니 유우가 녹차한잔을 조심스레 히지카타 앞에 내려 놓았다.

피곤해 보이시는데 담배는 그만피세요- 라는 말과 함께

 

 

"아- 고마워 근데 넌 아무렇지않아 보인다? 난 죽겠다 아주-"


"저랑 부장님의 책임의 무게가 다르잖아요-"


"응?"


"전 그냥 부장님이 시키는 일만 할 뿐이고, 부장님께서는 이 일외에도 할일이 많으시니까요"


"..아아- 아 죽겠다 아주-"


"부장님 이렇게 고생하시는거 다들 알아줄거예요"

 


옆에서 도와주는 이가 그런말을 해준건 처음이라서 약간 당황했지만, 히지카타는 그런 위로가 싫지 않았다. 사실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노고를 알아준다는건 굉장히 기쁘기 때문에 그 누구였어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확실히 여자는 이렇게 위로도 해주고- 확실히 남자와는 다르네, 대장급들이 좀 그렇게 알아줬으면 좋겠다"


"다 알고 계실거예요"


"알긴 개뿔이... 다 나 어떻게 괴롭힐지 고민하는 녀석들 뿐인데 뭐- 하하 좀만 더 하면 되니까 얼른하고 쉬자 -"

 

일어나서 기지개를 켠후 다시 일에 몰두하는 히지카타를 보곤 유우도 그 옆에서 열심히 일을 도운다.

이런남자의 옆에서 일을 하게 된것이 너무나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연말에 같이 고생을 한 둘은 같은 날 비번을 받았다.


내일이 쉬는 날이기에 최대한 일을 처리해 두고 가려고 약간은 서두르는 히지카타의 모습을 보고 유우는 도와 드릴게요- 하면서 옆에서 일을 덜어준다.


"저.. 부장님, 내일 비번인데 뭐 하실 계획이세요?"


"나? 그냥 일단 여길 떠나서 좀 둘러보기라도 하려고"


".... 아.. 저 ... 뭐 혹시 약속... 있으세요?"


유우는 이 말을 눈을 꼭 감고 던져놓고는 아.. 말해버렸다...어쩌지... 하고 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만약 약속이 있다고 하면 어쩌지- 그냥 사실 나도 있었다고 해야겠다. 아니면 그냥 아무렇지 않은척 그러셨구나 저도 약속있어요 이러면서 넘어가야겠....


"약속은 없어"


그말에 표정이 밝아진 유우가 두손을 모으며


"저.. 그럼 저...저랑 같이! 가실래요? 저도 마침 약속도 취소됐고, 그래서 마침 할일도 없고... 아 그니까 뭐 불편하시면 어쩔수 없긴 한데... 하하.."


이 말을 하고 시선 둘 곳을 몰라 눈동자를 굴리며 안절부절못해서 횡설수설하는데 서류에 집중하던 히지카타가 유우의 얼굴을 잠깐 보더니 말한다.


"왜이렇게 당황해? 맘껏 부려먹었으니까 밥이라도 사라 이 말 하고싶은거 아냐? 하하, 그래 가자"


환하게 웃어주는 히지카타를 보자 그녀는 속으로 나이스! 를 외치며 내일 무슨옷을 입어야 하나 이걸 입으면 너무 꾸몄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걸입으면 너무 뚱뚱해 보이지않을까- 향수를 뿌릴까, 향을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밤새 고민을 하다 겨우 잠에 들었다.

 

 

 

 

 

 

 

 

 

 

 

그 다음날 아침조회 시간에 소고는 무언갈 찾는듯 두리번 거린다.


"대장님 뭐 찾으십니까?"


"아니 뭐 찾는다기 보다는.. 히지카타씨가 안와서"


"부장님이요? 오늘 비번이시잖아요"


아차 깜빡했다 하고는 비번록의 오늘 날짜에 히지카타의 이름을 적어 넣는다.


"오호~ 오늘 비번? 그럼 난 순찰가야지!"


오늘은 어떻게 골려줄까 기대에 찬 목소리로 소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에이- 대장님 오늘 순찰은 하시더라도 부장님 살해계획은 쉬어주셔요"


"응? 왜?"


"이거 대장님께만 말씀드리는데요-"


소고에게 귀를 대라는 시늉을 하며 소곤거렸다. 제가 어제 집무실에 놓고온거 있어서 늦게 잠깐 갔었는데 말입죠, 유우씨가 부장님께 내일 같이 나가자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던데요? 이거 데이트 아닙니까? 그쵸?


아- 데이트? 하고 소고가 잠깐 생각을 하는듯 하더니 말없이 뒤를 돌아서 걸어간다.


"대장님! 혹시 순찰 가시는거면 저도 데리고 가주세요!"


떠드는 1번대 대원을 뒤로 하고 순찰을 준비하는 야마자키에게 다가가 오늘 순찰이라며? 어디쪽으로가? 하고 묻는다.


"저 오늘 A구역쪽으로 갑니다."


"그래? 나도 같이 가"


"대장님하고 가면 맨날 시말서 써서 싫ㅇ..."


"싫다고?"


시퍼런 칼날을 자신의 목에 대고 있는 소고를 보고 식겁한 야마자키가 아니요! 행복합니다. 대장님! 어디든 이 운전사 야마자키가 함께 하겠습니다! 라고 외치곤 문까지 열어주었다.


차를 탄 소고는 눈을 감았다.


흠 데이트라 데이트.. 어딜 갔으려나

근데 왜 이런걸 내가 신경쓰고있지?. 하면서도 이상하게 꼭 그 현장을 확인하고 망쳐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소고였다. 그러면서 아- 역시 난 어쩔수 없는 S라니까 하고 다시금 확신한다.

 

이런저런 준비를 해서 나온 야마자키가 운전석에 앉으며 출발하겠습니다 대장- 이라고 말하는 소릴 들으며 소고는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하고있었다.

 

 

"뭐 오늘도 크게 별일은 없네요-"


"음 - 별일없네"


"근데... 대장 오늘 왜이렇게 열심히십니까?"


소고는 창밖을 망원경으로 열심히 보고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은 최근들어 거의 없었고 거의 조수석에 앉으면 앉자 마자 안대쓰고 잠이 드는 사람이였기 때문에 야마자키는 더욱 놀랐다.


"야마자키, 이 근처에서 여자랑 데이트를 한다면 어디로 갈까?"


"데이... 트요?"


"응. 해본적 없어?"


"대장 설마 지금 부장님 추적하러 갑니까?"


"어? 너도 알고있었네. 나한테만 알고있으라고 알려주던데 역시 비밀이란 모두가 알고있는거였어"


"대장..."


"이럴때 괴롭혀야 더 재밌잖아"


그때 갑자기 치익- 하고 무전기에서 대원 한명의 목소리가 들린다.'오키타 대장님 B지역 13거리에서 지나가는걸 목격했습니다.'


"야마자키 들었지? B지역! 밟아"


자신의 관자놀이 쪽에 철컥- 하며 총구를 겨누는 소고를 보며 나왔다. 도S... 시키는대로 해야겠다 하고 하고 엑셀을 밟는다.

 

 

 

 

 

 

 

 


"비번일때 신센구미나 해결사에서 맨날 사고쳐서 제대로 쉬어본적이 없어-"


"오늘은 별일없어야 될텐데요"


평소보다도 더 밝은 유우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한다.


"뭐 먹고싶은거 있어?"


하고 물어보는순간- 그들 옆을 지나가는 신센구미 차를 지나가는 차량을 본 히지카타는 갑자기 불길함이 엄습했다.

아- 소고녀석을 잊고 있었다. 거의 매번 비번일때 쫓아와서 죽이려고 노리는 그 녀석을 잊다니...


"유우, 딱히 먹고싶은거 없으면 저기 갈까?"

히지카타가 가리킨 곳은 다름아닌 그냥 별 볼일없는 라멘집이였다. 갑자기 표정이 확 어두워진 히지카타를 보며 어디 아프냐고 물었지만 쫓기듯 그녀의 손목을 잡고 그 가게로 끌고갔다.


"부장님?"


"어- 아니 내가 오늘 라멘이 너무 먹고싶어서 하하"


당황하고 불안해 보이는 히지카타였지만 유우는 그가 손목을 잡아끌었을때 감기는 손목의 감촉이 좋았다. 그리고 불편하지 않은 듯한 약간 허름한 집에서 식사를 한다는것도 좋았다. 편안한 사이가 된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공간이였기 때문이였다.


주문을 하려는 찰나-


콰앙- 하고 소음과 함께 가게의 문이 부서지며 일제히 그 곳을 쳐다보았다.

 

"히지카타 죽어어어어어!!!!"

 

부서진 문쪽에서 바주카포를 들고 서있는 소고를 본 히지카타는 올게 왔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쉰다.


"아... 소고...제발.."


"어라? 보좌하는 분까지 같이 계셨네, 몰랐어, 미얀 같이 있었던 히지카타를 원망하라고"


"아.. 하하 소고군 식사 안하셨으면 같이 식사 하실래요?"


유우가 놀란 가슴을 지정시키고는 물었다.


"야마자키랑 먹을꺼야, 야마자키 밥먹자"


그렇게 말하고는 옆테이블에 떡하니 앉는 소고를 보고 유우는 그냥 같은 테이블에서 먹어요- 하고 말했지만 들은척도 안하고는 두개를 주문한다. 야마자키는 뒤늦게 들어오며 죄송합니다... 얼른 먹고 갈게요... 죄송합니다... 라고 중얼거리며 소고의 앞자리에 앉았다.


작은가게라 손님이 그렇게 넷 밖에 없었던터라, 가게안은 정적이 흘렀다.


"왜 말이 없으세요? 저희 없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얘기 나누시죠"


소고가 유우와 히지카타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같으면 이렇게 어색하게 따로 앉은상황, 다들리는공간에서 무슨 얘기를 하겠냐- 라고 생각하며 소고를 제외한 셋은 그렇게 그 정적속에서 밥을 먹는다. 소고 혼자서만 야마자키- 왜 너까지 말이 없어? 야마자키 이거 먹고 나선 열심히 일하자고! 등등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밷고 있었다.

그리고 소고 본인도 본인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수 없었다.

 

"잘먹었습니다-"


소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계산은 히지카타씨가 하실거예요 라고 말하며 야마자키를 끌고 나갔다. 그리곤 얼굴만 다시 빼꼼 내밀며 이번 사건도 잘 처리 부탁드려요 히지카타씨- 하곤 얄밉게 웃으며 나가는 소고를 보곤 머리를 감싸며 말했다.


"아- 내가 저녀석때문에 담배를 못끊어"

 

 

 

 

 

-

 

 

 

 

 

"아 대장!! 저 진짜 체했다구요!! 왜 그런델 가선!!"


야마자키가 운전석에 앉아서 투덜투덜 거리며 말했다. 다시 A구역 가면 되는거죠? 라는 질문에 대충 그냥 고개를 한번 끄덕인후 이번엔 그냥 안대를 쓰고 의자를 있는 힘껏 뒤로 젖혔다.


"아 이거봐,이거봐 내가 이럴줄알았어"


"나 너무 피곤하니까 대충 돌다가 가자"


"오늘 뭐 한게 있다고 피곤...."


"잔다-"


하곤 귀에 이어폰을 꽂아 버리는 소고를 보고 야마자키는 에휴.. 제발 저 말고 1번대 애들 데리고 다니세요 제발- 이라고 중얼거렸다.


눈을 감고 누운 소고는 야마자키의 잔소리를 뒤로 한채 근데 나 진짜 거기 왜 갔지? 하고 방금 있었던 일을 곱씹는다.
그 여자, 히지카타 좋아하는건가? 아 뭐 좋아할수도 있지 뭐 히지카타는 뭐 원래 여자한테 인기는 많으니까. 그러고 보니까 그 여자 분위기가 좀 누나랑 닮은거 같기도하고 그래서 신경쓰이는거 같기도하고 신센구미에 여자가 있어서? 아님 너무 착해척하는거같아서? 아 모르겠다 그냥 생각하지 말자 하고 잠에 들려 애썼지만 이런저런 생각때문인지 잠이 오지않았다.


 

 

 

 

 

 

 

 

 

 

 

얼마나 잤을까? 소고가 눈을 떳을때는 매일 쓰고 자는 안대가 엉망진창으로 뒤틀어져 씌워져있었고, 이부자리도 엉망인 상태에서 널부러져서 누워있었다. 아.. 속쓰려 하면서도 비틀비틀 다시 이부자리속에 들어간다. 조금만 더 자야지.. 하고 안대를 고쳐쓰는 와중 히지카타가 문을 훽 열어재낀다.

 

"소고- 일어나라 몇시냐"

 

"나 너무 속이 안좋아서.... 조금만 더 누워있...."

 

"그러게 누가 술을 그렇게 무식하게 마시래? 일어나 요녀석아"


"...도저히 못일어나겠다고 요녀석아"


"이거 먹고 얼른나와"

 


문앞에 둔것은 오랜지주스였다. 맨날 술을 마시면 비틀비틀 거리며 오랜지 주스를 사러나가는게 일상이였던 소고는 그걸 보고 어라? 하면서 혹시 독같은거 넣어둔건 아니냐며 먼저 한모금 마시라고 계속 들이댔다.

 

 

"아아아!!!! 정말 요녀석은 사다줘도 난리네!!!"


"혹시 모르잖아! 당신이 뭘 넣었을지!!"

 


아이고 내팔자야 하며 이마를 탁 짚더니 히지카타는 오렌지 주스를 한모금 마시고는 소고에게 내밀었다. 자 됐냐? 라는 눈빛과 함께.
그러자 몇일 물 못마신 사람처럼 휙 낚아 채더니 주스를 쪽쪽 빨아먹는 소고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오후부터 순찰을 명받은 소고는 야마자키와 함께 차를 타게되어 밖을 나가려는 순간 뒤에서 잠깐만요! 하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유우가 허겁지겁 쫓아나왔다.

 

 

"저도 부장님께서 시키신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같이 타고 가도 될까요?"

 

 

소고이 표정은 썩 좋지 않았지만, 야마자키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뛰어가서 당연히 괜찮죠! 라고 외치며 뒷좌석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셋을 태운 차안은 마치 기도드리는 예배당 만큼이나 조용해서 야마자키를 미치게 만들었다. 제발- 제발- 한마디라도 해야해, 생각해라 야마자키!!!를 울부짓으며 머리를 열심히 굴리다가 유우에게 용기내어 물었다.


"유우씨 히지카타 부장님 심부름이면 어..어떤걸 사러 나가시는겁니까?"

 

"종이나 붓도 좀 사고 편지도 부치고 오라고 하셨어요"

 

"아..하! 그렇구나- 하하 부정님 엄청 멋있으시죠? 하하"


아 어색하다 무슨말을 해도 어색하다- 라고 야마자키는 생각하며 영 기분이 좋지않은것 같은 소고를 곁눈질로 살펴보았다.

 

"하하 네 멋있으세요 잘 챙겨주시구요. 다른분들 말씀으론 인기도 많으시다던데요?"

 

"에에.. 뭐 유우씨도 인기 많으시잖아요! 신센구미 팬들이 가득하잖아요!"

 


둘이 화기애애 하게 히지카타 이야기를 한창 하는 와중, 계속 창밖만 바라보던 소고가 한마디 거들었다.

 


"뭐가 멋있어 그녀석."

"소고군하고 부장님은 정말 사이 좋으시던데요?"

"별로 안좋아"

 

 

아.. 속이 안좋아서 그런가 그렇지않아도 성격도 별로안좋은 대장 완전 기분 별로인가보다- 난오늘 죽었다. 라고 생각하며 야마자키는 단답대답을 늘어놓는 무표정한 얼굴을 덜덜떨며 지켜본다.


"아, 근데 혹시 히지카타 부장님 여자친구는 있으세요?"

 

그 한마디에 그렇지 않아도 어색한 기류가 계속 감도는 그 차안은 약 삼초간의 정적과 찬바람이 쌔앵 불었다.

 

"아.. 하하 없으실거예요 아마.."

 

 

 

 

 

 


-

 

 

 


유우는 종이와 붓, 그리고 편지도 정확히 부치고 돌아오며 이곳저곳 구경을 하던중, 해결사 긴을 만났다. 긴을 본 그녀는 폴짝폴짝 뛰어가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오! 아니 이게 누구야! 잘 지내고있나?"

 

"네! 덕분에요!"

 

 

해결사 사무실에 같이 가게된 유우는 처음 의뢰하러 왓을때와 다름없는 부서진 문, 그리고 잔소리하는 신파치, 뛰어다니는 사다하루와 카구라를 보고 여전하다고 생각했다.

카구라는 유우를 보고 뛰어놀던 걸 멈추고 환히 웃으며 반겨주었다.

 

"어떠냐 해? 남자들만 득실득실거려서 너나 나같은 여자는 좀 위험하지 않냐, 해?"

 

"카구라, 유우씨라면 몰라도 넌.."

 

퍽- 긴이 카구라에게 한대 얻어받고 푹 쓰러진다.


"사디스트랑 마요라가 괴롭히진 않냐,해? 마요라야 그렇다 치고 사디스트 놈은 걱정된다,해!"


"사디스트?"

 

유우가 눈이 동그래지며 물었다.

 


"아- 이름이 뭐였지? 소이치로였나? 그그그 마요라랑 같이 다니는 꼬맹이말이다,해"

 

"아- 오키타군 말하는 것 같은데요? 카구라씨?"

 

"응! 맞다 걔는 조심해야해! 그자식은 악질이다, 해!"

 

"아하하 그래요? 아직은 말도 별로 안해봤어요"


"저 근데.. 왜 아프다는 말까지 하면서 신센구미에 가고 싶었던 거죠? 물어봐도 되나요.."


신파치가 신이 나서 얘기하는 카구라의 옆에 앉아서 물었다.


"아.. 그건 제가 전에 위기에 처했을때 신센구미 분들이 도와주셨거든요"

 

"아.."

 

"그때 엄청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꼭 한번 같이 생활해 보고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보통 여자들이 그 집단이 멋있다고 그 안에 들어갈 생각은 안하잖아요.. 남자만 있는데.. 참..유우씨도

뭔가 막무가내인 면모가 있다니까요?"


신파치가 걱정스러움, 안쓰러움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말야 신파치, 그 머저리 신센구미가 멋있냐, 해?"


카구라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유우를 쳐다봤고, 신파치도 그러게 말입니다. 라고 덧붙였다.

 

 

 

 

 

 

 

 

 


"다녀왔습니다-"

 

"유우씨,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다들 걱정했잖아요!"

 

"아.. 저 오다가 길을 좀 헤메서요.. 죄송합니다-"

 

"여기가 좀 으슥한 곳에 있긴하죠? 전화주시면 모시러 갔을텐데!!"

 

대원들이 유우가 오자마자 우르르 몰려가서 말 한마디씩 건넨다. 그러다 손에 든걸 보고 들어준다는둥, 이

게 뭐냐는둥, 물어보다가 히지카타의 심부름으로 사온걸 알고 부장님께 먼저 가셔야겠네요- 하며 비켜선다.

 


"저- 부장님, 늦어서 죄송해요 오다가 헤메서 그만.."

 

"아, 아냐 들어와"

 


종이를 산으로 쌓아놓고 뭔갈 열심히 쓰고 있는 히지카타가 유우가 들어오자 한번 쳐다보고는 자신이 쓰고있는걸 잠시 보다가 잠깐 생각했다- 를 반복했다.


"하실 말씀이랄도 있으세요?"

 

"아.. 아니 그게.."

 

약간 쑥쓰러운듯 조금 말하길 망설인다. 평소에 무뚝뚝하고 차가운 인상의 사람인지라 그런 모습이 유우는

무척 귀엽다고 생각했다.


"아... 진짜 진짜 미얀한데.. 나 시말서 쓰는 것좀 도와주면 안될...까?"


말하면서도 민망한지 히지카타는 자신의 뒷머리를 쓸어내리며 에휴 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나온 말이 시말서 쓰는걸 도와달라는 말이라니.. 너무 의외의 모습이라 유우는 자신도 모르게 풋 하고 소리내어 웃고는 당연하죠-! 도와드릴게요- 하고는 옆자리에 앉았다.

 


시말서의 사건은 폭탄테러에 의한 책임 시말서였다. 가끔 테러 사건이 있긴하지만 전에 비하면 매우 조용한 요즘 폭탄테러라니...

 

"저.. 근데 폭탄테러..? 무슨일이셨어요? 아직도 그런일이 있나요?"

 

"아.. 아니 그런건아니고 그냥 뭐 여러가지.. 그냥 내가 쓴거 참고해서만 좀 써줘, 하하"

 


폭탄테러는 다름아닌 소고가 히지카타를 죽인다고 던진 폭탄을 던진 곳에 막부 상층부의 관련있는 사람이 같이 있어서 사건이 크게 번지게 되었다. 에휴 이녀석 내가 언젠간 터질줄 알았다- 하고 속으로 한숨을 깊게 쉬며 쌓여있는 종이를 볼뿐이였다.

 


평소답지않게 당황해 하는 히지카타여서 유우는 네! 열심히 할게요! 하고는 열심히 붓을 움직인다.

 

 

시간이 얼마 없기도 했고, 다른일도 많았기 때문에 둘다 말없이 집중한지 몇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집무실문이 드르륵 하고 열렸다.

 

"히지카타씨- 많이 쓰셨어요?"

 

히지카타와 유우가 열중해서 쓰다가 일제히 바라본 문쪽엔 소고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예상치 못한 유우를 보고 소고는 약간 놀랐다.


"니가 저지른 일 때문에 이게 뭐냐 이녀석아! 넌 얼마나 썼어?!"


"에?.. 아.. 3장..? 정도?"


"3장? 장난하냐!! 이거 쓰라고 한지가 언젠데!!"


평소같았으면 그 이후에 말을 받아쳤을 소고였지만 이상하게 그 상황에선 받아칠 그 다음말이 나오지않았다.

 

"뭐야? 왜 아무말도 안해? 어디 아프냐?"


히지카타가 평소와 다른 오키타의 반응에 약간 당황해서 소고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열있나? 하고 소고의 이마에 손을 얹으려던 찰나, 무표정으로 있던 소고가 손목을 잡고 바깥쪽으로 확 꺾고는 히지카타를 넘어트린다.

 


"우왓!! 이녀석아 아픈것도 아니고만 상태 왜이래?"


"... 당연히 안아프죠, 제가 누군데.. 근데 저 여자가 도와주나보죠? 그럼 남은 제것도 마저 써주시죠?"


"뭐? 야 너 이리안와?"

 


넘어진 히지카타가 소고에게 소리치며 올려다 봤을때, 내려다보는 그의 표정은 가끔씩 나오는 무섭게 굳어진 무표정이였다.


"...? 뭐... 뭐야?"

 

히지카타가 당황해서 쳐다보는데 유우가 후다닥 뛰어와서는 부축한다. 그걸 본 소고는 신경적으로 등을 돌려 나가버린다.


방으로 돌아온 소고는 방에 돌아오자마자 어라....? 하고 정신이 돌아왔다. 뭐야.. 나 왜그렇게 승질내고 온거지? 하고 정신 차리고는 책상에 앉아서 시말서를 쓴다. 기간이 많지 않아서 쓰다 졸다를 반복하며 쓰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11시다. 자야겠다- 하고 안대를 이마에 쓰다가 문득 아까 너무 심하게 이유도 없이 화를 냈나 싶어 방에 들어오지 않은 히지카타를 확인하고 다시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 근처에 가니 작은 대화소리를 듣고 아직도 같이 있다는걸 알았다.


문이 열려있어 열려있는 문을 두어번 두드리고는 히지카타 부장님- 하고 부른다.


문쪽을 바라본 히지카타는 서있는 소고를 보고 코웃음을 쳤다.


"부장님? 니가 무슨- 너 진짜 오늘 왜이러냐? 조울증이냐?"


"아깐 좀 아팠어요"

 

"안아프다며 이녀석아"

 

"내입으로 아프다고 하면 쪽팔리잖아요"


"그래, 세장썼댔지? 니꺼도 몇장썼으니까 가져가"


"우와, 진짜 써주셨네요, 근데 지금 11시인데 안주무십니까?"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구나, 유우 이제 방으로 들어가~ 늦게까지 고맙다."


소고의 말에 시간을 보고 화들짝 놀란 히지카타는 화들짝 놀라며 유우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주섬주섬 정리를 하더니 유우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잘자요~ 하고 폴짝폴짝 뛰어간다.

 

 


"아깐 너무 했다 싶어서 온거지?"


"...그런거 아니거든요 히지카타 요녀석아."


"빨리자라, 잠부족이다 그거"


"흥 영원히 잠들어버려 히지카타 요녀석아-"

 

 

 

 

 

 

 

 

 


 

 


"대... 대장님 일어나시랍니다.... 부장님께서 좀 화나신거같...."

 

"엄마아- 오늘은 월요일이 아니고 화요일이라구요 거참.."

 

거칠게 쓰고있던 안대를 벗어제꼈다. 옅은 베이지톤의 머리칼과 붉은색으로 빛나는 눈동자.

18세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신센구미의 1번대 대장을 맡고있는 남자다.

 


그의 눈에 들어온건 덜덜떨고있는 야마자키와 그 뒤에 있는 힘껏 째려보며 담배연기를 내뿜고 서있는 히지카타.

그는 검지만 빛을 받으면 초록색으로 빛나는 머리칼에 상당히 매서운 눈빛을 가지고있었다.

 

"도대체! 니놈은 직장을 어떻게 알고있는거냐?"

 

".. 어레레- 몇번을 말해야 안답니까? 제가 우습게 아는건 히지카타 당신뿐이라고."

 

"...연습있으니까 얼른나가서 니네 부대 통솔해"

 

 


소고는 뒤에서 하는말을 가볍게 못들은척 하며 그저 발걸음을 옮겼다. 요즘들어 조용한 나날이 이어져 따분함을 감출수가 없는 신센구미들은 다들 따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있었다. 히지카타 부장의 성화에 못이겨 연습을 하고는 있으나 야마자키는 배드민턴을 그리고 나머지 대원들은 모두 재각각 모여서 요즘 핫한 연예인 이야기, 그리고 최신 드라마 등등 재잘재잘 대고 있었다.

 

가끔 순찰을 나가기는 하나 딱히 문제 일으키는 사람도 없어 그저 차를 타고 그저 한바퀴 돌고오면 되는 그런 일상의 반복,

 

그게 반복되는 어느날 남자들이 가득한 그곳에 왠 여자와 함께 해결사 긴이 찾아왔다.

 

"니놈이 여긴 무슨일이냐?"

 

"싸우러 온거 아니니까 힘좀빼셔~ 아하하"

 

평소에 늘 으르렁 거리던 둘인데 긴의 상태를 보아하니 부탁을 하러 온게 틀림없다고 모두 생각 하고있었다. 해결사의 말로는 이 여자가 신센구미에 들어가는게 소원인데 자신도 신세를 많이졌다며 폐 끼치지않는 선에서 같이 훈련만 이라도 시켜주면 안되겠냐는 부탁이였다.

 

그 여자는 흑갈색의 머리카락에 동그란눈, 그리고 남자들이 가장 좋아할 법한 늘씬한 키를 가지고 있는 누가봐도 한번은 쳐다볼법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뭔가 군대에 어울리지 않을법한 외모였지만 그런것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신센구미에 여자라니, 대원들 모두 떠들석하며 선뜻 나설수는 없어 다들 해결사 긴과 곤도, 히지카타, 오키타 셋이 얘기하는것을 몰래 훔쳐보고있었다.

 

"아.. 뭐 우리야 좋지!! 찬성이야 찬성!! 그치 토시? 소고? 으헤헤헤헤"


곤도는 얼굴까지 붉히며 우리야 당연히 찬성이지 해결사 자네가 왠일인가! 라며 이미 해결사와 죽이 척척 맞고있었다.


"왜 신센구미가 되고 싶은겁니까? 당신 이곳을 어떻게 알고있는 겁니까!"

 

"그건 내가 너한테 물을 말이잖냐 소고. 곤도씨가 찬성한다면 우리도 할말은 없지만 ..."

 

"1번대에 넣어준다면 전봇대에 묶어 놓고 순직시켜드리죠"

 


마지막 말에 기어이 한대 맞고 소고는 입을 다물었다. 해결사 긴의 말로는 이 여자애가 그리 오래 살지는 못하는 시한부 인생이고 그래

서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며 한번만 부탁한다고, 부모님께서도 오셔서 간곡히 부탁했다며 소고와 히지카타에게도 한번만 부탁하자며 졸라댔다. 그렇게 신센구미에 여자 한명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 여자 한명이 들어옴으로써 방을 옮겼는데, 히지카타와 소고의 방이 바로 옆방이 되었다. 짐이야 다른 대원들이 옮겨줘서 큰 힘은 들지않았지만 소고는 그런것들이 마음에 들지않았는지 계속 툴툴거렸다.


"아- 힘들어 아- 귀찮아 내가 왜 저런여자애 때문에 방을 옮겨야 됩니까?"

 

"니가 딱히 짐을 많이 옮기고 있지도 않으면서 뭐가 힘드냐 이녀석아"


히지카타가 담배를 물고 팔짱을 끼며 니가 이래서 어린애라는거다 라고 덧붙였다. 칫- 하고 짧게 소리낸 소고는 1번대 대원들에게 괜한 심퉁을 부리며 전에 있었던 그대로 해놓지 않으면 다 죽여버리겠어- 라고 하고는 훌쩍 나가버렸다.


"히지카타 부장님, 오키타 대장님은 왜 저렇게 기분이 안좋으신겁니까? 여자가 오는데!"

 

"그러니까 말임다. 저희는 저 여자가 와서 짐을 옮기는데도 저흰 행복합니다 부장님!"

 

 

 

-

 

 

 

이름은 유우라고 했다. 전혀 무술이나 싸움같은걸 할줄 모르게 생겼지만 신센구미에 들어온다고 하여 생긴것과 다르게 반전이 있나보다 하고 다들 힐끗 봤지만 딱히 반전은 없는 그런 여자였다.

 

시골출신 사무라이들이라 그런지 다들 나서서 사적으로 말을 걸지는 못했다. 그저 그 여자만 보면 다들 홍조가 생기며 힐끗힐끗 쳐다보기만 할뿐 눈이 마주치면 바로 고개를 돌리는 그런 바보들이였다. 공적으로 말을 전할때도 서로 니가해- 니가해- 하다가 하게된 사람은 어렵사리 다가가 더듬더듬 할말을 전하곤 했다. 그런 녀석에게 그 여자는 환한 미소로 답해 더욱 설레는 존재가 되어갔다.

 

그 여자는 훈련을 지켜보기만 하고 간단한 훈련에만 참가했으며 히지카타의 업무가 많이 밀려있어 보좌를 담당하게 되었다.

 


"부장님 좋으시겠어요~"

 

"뭐가?"

 

"에이~ 모르는척 하시긴! 유우씨가 보좌하신다면서요! 대원들 다 부러워서 죽는다구욧!"

 

담배를 물고 무언갈 열심히 쓰는 히지카타의 옆에서 야마자키가 재잘거렸다. 아 나도 부장하고싶어라- 라는말을 덧붙이자 마자 머리를 한대 맞고는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고 얌전해졌다.

 

"부장님~ 야마자키씨~ 차좀 내왔어요 드시면서 얘기하세요~"

 

그녀는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그 대화에 자연스레 낀다. 그녀가 들고 온 차에서 은은한 향이 돌았고, 남자들만 있는곳이라 그런지 그녀 특유의 샴푸냄새 등등이 자연스레 퍼진다.

 

"아.. 네..네 유우씨 고마워요 하하, 이런거 제가 해도 되는데요 하하"

야마자키가 어쩔줄 몰라하며 몸을 베베 꼬며 어쩔줄 몰라했다.

 

"에이~ 이런건 여자가 해줘야 더 맛있는거죠~"

 

"어, 고마워"

 

히지카타는 그쪽은 눈길도 주지않고 그냥 바쁘게 붓을 움직인다. 두고가 라는 말을 했는데 그건 마치 이 대화에 끼지마- 라는식의 분위

기를 풍겨 유우는 그냥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히지카타를 뭐 이런남자가 다있어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고는 유우를 쫓아가 고워요 지금 부장님이 바쁘신가봐요 하하- 라는 말로 위로를 해주었다.

 

조금은 이전과는 다른 신센구미의 분위기 때문에 곤도는 다같이 술을 먹자고 제안했다.

 

"뭐 새식구도 왔고 하니 다같이 술이라도 먹자고!"


"와아! 술이다! 곤도씨 데낄라로 하죠"

 

"소고 너 아직 술마실나이 아니잖아? 미성년자는 주스나마셔!"

 

"주스라니? 맨날 같이 먹었잖아 히지카타 요녀석아-"

 

"또 시작이냐 너희는... 아, 아무튼 유우씨는 술 괜찮으십니까?"

 


곤도가 티격태격 하는 남자 무리에 있는 유우에게 물었다. 다소곳하게 앉은 그녀는 네- 잘은 못마시지만요 라며 살짝웃었다.

 

술 사러 나가기 게임을 해서 당첨된 두 사람은 유우와 히지카타 그리고 소고 이렇게 셋이 되었다.

 

"흠 나는 술을 못사니까 유우랑 히지카타 둘이서 사서 들고오면 되겠네"

"그러니까 짐꾼은 너잖아!!!!"

"미성년자가 술같은거 들고 다녀도 됩니까?"

"먹는건 되냐? 요녀석아!!"

 

여전히 침착한 표정으로 할말 다하는 소고와 으르렁 거리는 히지카타를 보며 유우가 환히 웃으며 두분 친하신가보네요- 라고 말하며 어서 가자며 둘을 잡아 끌었다.

 

"놔!"

 

소고는 그녀가 잡은 팔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리곤 씩씩 대며 먼저 걸어간다.


"쟤가 아직 여자애 다운 여자애를 어색해서 저러니 너무 맘에 담아두진 마- 가자고"

히지카타가 유우에게 위로랍시고 한마디 건넨다.

 


술자리가 한창- 그렇게 몇시간 지났을까 다들 거하게 취해서 먹는 와중 유우는 혼자 조용히 담배를 피며 한입 술을 홀짝대는 히지카타

옆에 앉았다.


"원래 말이 별로없으세요?"

 

"글쎄 딱히"

 

"하하.. 저는 부장님 보좌 하게되서 영광이예요! 많이 가르쳐 주세요!"

 

 

술을 약간 마셔서 살구색으로 빛나는 뺨, 그리고 동그란 눈이 살짝 아래로 쳐진 상태로 약간 어눌한 발음으로 헤헤- 하고 웃으며 말하는게 히지카타는 나쁘지 않았다.

 

 

"아 .. 뭐 내가 가르쳐줄게 있나.."

 

하고 술을 들이키는 찰나-


"히지카타- 죽어어어어어어어어어!!!!!!!!!!!"

 

 

여느때와 다름없이 약간 술취해서 비틀비틀 거리는 오키타가 히지카타에게 죽도를 들이대며 소리치고 있었다.

 

 

"어이 야마자키, 쟤 많이 마셨냐?"

 

"에- 그게 많이 드신거같기도하고 안드신거같기도하고오- 그러니까아-.."


이미 맛이 갔는지 야마자키는 혼자 중얼중얼 하더니 습관대로 갑자기 배드민턴 채를 허공에 휘적휘적 저어

대며 휘청 거리고 있다.

 

"히지카타 요녀석아 죽어어!!!!!!!!!!!!"

 

 

오키타가 또다시 술병을 들고 휘청휘청 거리는걸 본 히지카타는 요녀석아 여기 앉아- 하면서 머리를 짓눌

렀다.

 

술을 꽤나 마셨는지 오키타도 평소의 무표정은 없고 뭔가 추욱 쳐져 있는걸 보니 역시 술은 어쩔수 없구만

- 하면서 옆에있는 유우와 오키타에게 한잔씩 따랐다. 오키타는 얼른먹여서 재워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유우와는 어색할테니 이런자리에서 얘기라도 하게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였다. 

 


"더 따라 더 더, 술을 더 가져와"

 

연거푸 그자리에서 술을 들이키더니 그냥 그자리에서 푹 쓰러지는 오키타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본

다.


"유우씨, 여기는 남자들의 소굴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만큼 거칠어. 뭐 다들 잘해주겠지만 본인도 조심해야

할거야"

 

"하하 네 부장님 주의할게요!"

 

"근데 몇살이지?"

 

"23살이예요- "

 

"흠 아 그리고 저런애를 조심해, 쟤도 아 얘도"

 

술먹고 난리치게 놀고 있는 대원들을 보며 히지카타는 요주의 인물 몇명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유우는 그

런 히지카타의 말에 눈을 빛내며 다정히 들었다.


그렇게 그 둘은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사담을 주고 나누었다.

남녀가 가장 빨리 친해지는 수법중에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술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 자리를 통

해 유우는 제법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히지카타 토시로, 그와 말을 많이 했다는게 그녀에게는 더욱더 값지게 다가왔다.


그날밤 유우는 술을 마셔서 속이 안좋은지, 너무 심장이 뛰어서 인지, 아니면 생각이 많아서인지 도통 모

르겠지만 잠을 설쳤다.

한번더 이렇게 술을 먹어보고 싶기도 하고, 과거엔 어떤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여자친구는 있을까

? 있다면 어떤사람일까?

 무슨색을 좋아할까? 웃는건 잘 본 적이없는데 웃을땐 어떤 얼굴일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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