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없고도 뭔가 찜찜한 꿈을 꾼것 같았다. 그리고 더불어 전날 너무나 많이 마셔댄 술 때문에 날카로워져 미친듯이 울리는 알람을 신경질적으로 껐다. 그리고 시간을 보니 아- 늦었다. 더 일찍나가야 히지카타와 안 마주칠텐데 너무 늦게 일어나버렸다. 마음속으론 착잡했지만 몸이 움직여주지않아 일어나자마자 깨질듯 울리는 머리를 붙잡고 비틀비틀 일어났다.


갑자기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 소리에 또 머리가 울리는 그는 미간을 찌푸리곤 문을 바라보았다.


"일어났어? 못일어날줄 알았더니"


"...."


"자"


무언가가 그를 향해 가볍게 날아왔다. 얼떨결에 놀라 받아들고 보니 오렌지주스였다. 그는 그것을 받아들곤 히지카타를 쳐다보았다.


"뭐해, 얼른준비해"

 

히지카타는 그 말을 마치고 방문을 닫곤 나갔다. 저새끼가 확실히 나를 잘 알긴 잘 안다니까. 그는 히지카타가 닫고 나간 방문을 한참 쳐다보며 오렌지주스를 빨대로 쪽쪽 빨아먹었다.

 

준비를 마치고 나갔을때 그는 다시한번 소스랏치게 놀랐다. 문을 열자마자 히지카타가 방 문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가자"


"..."


갑자기 왜이러는거야? 그는 그를 무시하곤 등을 돌렸다. 그러자 히지카타는 그런 그의 뒷덜미를 잡곤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


"너, 나한테 화난거 아니라고 했잖아"


"...내가?"


"응 너 또 기억안나는구나"


그의 말에 문득 꿈이라고 생각했던 흐릿한 기억들의 조각이 드문드문 떠올랐다. 그리고 그는 온몸에서 소름이 쫘악 돋아오름을 느꼈다. 모든것이 기억나는건 아니였기에 더 무서웠다.


"....아...."


"니가 화 안났다고 했으니까 이제 너, 나 피하지마"


"완전 개같은 논리잖아? 내가 왜.."


"낼 비번이네 뭐해?"


"그건 왜?"


그날 따라 계속 대답할 틈을 안주는 그가 이상했다.


"나랑 어디 좀 가자"


"나 약속있어"


그는 긴토키와의 약속을 생각하곤 대답했다.


"깨면 안돼?"


"내 약속인데 왜 니가 깨라 마라 명령질이야? 내맘대로 약속잡지도 못해?"


"음.. 뭐 그런건아닌데"


사실 소고의 맘 한구석엔 히지카타가 말하는데로 약속을 깨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기꺼이 허락을 하는게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왜 그녀석이 시키는데로 해야해? 라는 거부감이였다.


"너 어제 나랑 한 이야기 기억안나지?"


"아냐 기억나"


"그래? 정말 기억나?"


"...."


그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분명히 집까지 와서 야마자키가 방 앞까지 데려다 준 것까지는 또렷히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이후에 자신이 혹시나 무슨 말을 했을지 미친듯이 불안했다. 에이 설마..


"기억 안나지? 너 이거 들으면 기절할껄?"


히지카타가 그가 당황하는 표정을 보곤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낼 12시에 카부키쵸 거리에서봐- 오면 알려줄게"

 

히지카타는 내일 보자는 짧은 말을 남기곤 먼저 회의실로 향했다. 약간의 도박수를 둔것인데 이렇게 미끼를 덥썩 물어올줄은 알지 못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안색이 싹 변하는 소고의 모습이 너무 웃겨서 계속 놀리고 싶었다. 그 녀석의 당황하는 모습은 흔히 볼수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긴토키는 그날 완전히 늦잠을 잤다. 신파치가 해결사 사무실에 들리지 않고 곧 바로 신센구미 둔영으로 출근을 하기에 깨울사람이 없었다. 신파치가 무어라고 해명을 해 놓았겠지- 그는 대충 씻고 편의점에서 딸기우유를 하나 사들고는 털레털레 걸음을 옮겼다.

일을 하는 내내 아파보였는지 다른 인부들이 계속 아프냐며 물어왔다. 그도 그럴것이 긴토키는 그날하루 혼이 빠져나간 사람마냥 힘없이 걸어다녔고 거의 일을 하지 못한채 그늘에 앉아있는 일이 허다했다.


"제가 몇번을 말해요? 술이 사람을 마시게 하면 안된다고 경고했잖아요"


"....어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어요?"


"아냐.. 차렸어... 근데 신파치... 소리좀 지르지 말아줄래? 나 진짜 힘들어..."


그날은 일이 끝나자마자 신파치에게 잡혀 사무실까지 끌려갔다. 신파치는 술병난게 분명하다며 저녁으로 죽을 끓여주겠다고 했다. 컨디션도 안좋은데에다 일까지 해서 신파치의 말에 저항할 힘도 없었다. 쇼파에 쓰러지듯 누워서 틀어져있는 티비를 초점없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을 뿐이였다. 그 광경을 보고 신파치는 한심하다며 잔소리를 다시 한 바가지로 해댔다. 엄마다 엄마.. 그는 그의 잔소리에 귀를 막았다.

 


Rrrrr-


평소엔 잘 울리지도 않는 핸드폰이 울려 긴토키는 귀찮다는듯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분명 스팸전화겠지 하곤 누구인지 확인도 안한채 귀찮은듯 전화를 귀에 가져다댔다.


[형씨, 저예요- 혹시 지금 앓아 누워있는거 아녜요? 하하]


그 목소리와 웃음 소리에 그는 누워있던 몸을 급히 일으켰다.


"어... 아니거든 그런거- 근데 왠일로 전화를 다해? 넌 좀 괜찮아?"


[저야 뭐 하나도 안취했으니까 당연하죠]


"웃기시네, 나야말로 하나도 안취했거든?"


그냥 괜찮냐는 안부를 물으려 전화를 한것일까? 아까까지만해도 죽을것같이 널부러져 있던 그는 갑자기 온

몸에 생기가 도는걸 느꼈다.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와 설레임에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거 물어보려고 전화한거야?"


[...아.. 뭐 그런것도 있고]


"정말?"


[네.. 뭐..그리고 저 내일 못볼거같아요]


"응? 왜? 안돼 싫어"


[뭐야- 저 일이 있어서요 제가 담에 맛있는거 살게요]


긴토키의 장난섞인 진담에 전화기 너머로 그가 어이없다는듯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얘기하려고 전화한

거구나 그는 물에 젖은 생쥐처럼 추욱 쳐졌다.


"왜애- 무슨일인데"


[일이라니까요 일]


"너 원래 일 열심히 안하잖아- 빠지면 안돼?"


[할땐 꽤 하거든요? 갑자기 유치하게 왜이래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긴토키의 태도가 우스웠는지 웃고 있었다.


"아냐 그냥..그래 그럼 담에봐"


긴토키는 핸드폰을 건너편 쇼파에 던져놓고는 다시 쇼파에 쓰러지듯 누웠다. 신파치는 그런 긴토키를 보곤 의아한듯 누구냐고 물었지만 긴토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일 일 안간다구 했죠?"


"아냐 갈거야"


"안간다면서요?"


"파치야.. 그냥 그런다면 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면 안되냐..지금 긴상은 술병으로 앓고 있단말이야"


"낼 소풍이라도 가기로 했어요? 비와서 소풍 취소된 초등학생처럼 왜이래요?"


신파치는 시무룩하게 쇼파에 쓰러져있는 긴토키를 보며 만든 죽을 그릇에 담아 내밀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바람도 적당하고 구름도 적당히 있어 외출하기엔 적절한 날씨였다. 히지카타는 일을 하다가 올 것이고 그는 비번이라서 실컷 늦잠을 자던 그는 느즈막하게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그는 무척이나 불안했다. 혹시나 술을 먹고 좋아한다 라던가.. 그런 소리를 하진 않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가서 해명을 무어라고 해야할지 전날 한참을 고민하느라 전날 하루종일 넋을 놓고 있었다. 만약 그런 소릴 했다면 난 원래 술마시면 아무에게나 그런 헛소리를 하곤 한다는 변명을 해야겠다 하고 생각했다. 그리곤 속으로 이제 두번다시 술 같은거 안먹어! 라고 다짐하지만 그것은 불가능 할 것이라는걸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약속장소엔 이미 먼저 도착해서 담배를 피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도착해 얼굴을 마주보자마자 바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히지카타씨, 내가 무슨말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나 그거 약간 취해서 그냥 헛소리 한거예요"


"배안고파? 밥먹자"


얼떨결에 끌려온 음식점에서도 그는 마음이 편치 않아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습니까?"


"뭐 먹을거야?"


"음.. 난 이거.., 아니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돌아갈때 알려줄게"


"너 진짜 죽고싶어?"


계속되는 말 잘라먹기, 다른 이야기로 돌리기가 그를 슬슬 짜증나게 만들었다. 이런곳에 반 억지식으로 불

러다놓고 아무렇지 않게 밥이나 먹고 있으라니


"우리가 언제부터 싸웠다고 밥도 같이 먹기 힘든 사이가 됐어?"


"...응?"


틀린말은 아니였다. 지금 자신의 행동이 그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음을 그 순간 깨달았다. 그리고 순간 뭐라고 말을 이어야 할지 생각했다. 아무렇지 않게 뱉는 말이 그에게 제 마음이 들킬까 무서워 뭐라 섣불리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주문하신 음식나왔습니다."


주문한 음식이 다행히도 빠르게 나왔다. 그것을 소고는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음식이 무슨맛이였는지, 달았는지 짰는지 매웠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영화보자"


"영화? 히지카타씨 일 안합니까?"


"니가 지적할건 아니잖아? 일 맨날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하루 땡땡이치지뭐. 가자 예매 해놨어"


"예매?"


히지카타가 예매해놓은 영화는 현재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액션판타지 영화였다. 그 표를 보고 괜시리 심술이 난 그는 표를 한번 보더니 말했다.


"나 이거 안보고 싶은데 나 저거보고싶어"


그가 가리킨건 굉장히 야하다고 평이 난 영화였다. 포스터에 있는 다 벗고 있는 여자의 사진을 보고 소고는 분명 히지카타는 당황한 표정으로 보겠거니 하고 그의 표정을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살폈다.


"너 나이 안돼서 못봐"


덤덤히 말하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은 그는 영화관 안에 있는 매점에 들어가선 말했다.


"나 팝콘도 먹고싶고 핫도그도 먹고싶어요"


"방금 밥먹었잖아?"


"조금씩 먹고싶은데 그렇겐 안팔잖아요 음료수도 음.. 포도주스도 먹고싶고 오렌지 주스도 먹고싶고.."


열받아 할 그의 표정을 보고싶어 그는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그리곤 곁눈질로 그의 얼굴 표정을 살폈다.


"그래 먹고싶은거 다 사"


원하던 반응이 아니여서 그는 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당연히 니가 사는거야 라고 말하곤 한입씩만 먹고 버릴예정인 군것질 거리를 잔뜩 주문하곤 들고 오라는듯 히지카타의 품에 안겨주었다. 보통때라면 장난하냐며 화를 내야 할 그가 별말없이 자신의 말에 응해주는게 이상해서인지 더욱 심술이 났다. 예매율 1위의 영화라 그런지 아니면 오랜만에 본 영화라 그런지 꽤나 재밌었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말은 별로 해주고 싶지 않았기에 그는 영화가 끝나자마자 나오며 히지카타에게 왜 이딴 영화를 보자고 했냐며 투덜댔다. 그런 그의 말에 재미있는데 왜 그러냐고 한마디 하는 히지카타와 오랜만에 영화관 안에서 한바탕 싸움을 했다.

 

초반엔 계속 밀어내려 자꾸만 화를 내며 집에 돌아가려 했지만 어느샌가 그의 페이스에 휘둘려서 인지, 혹은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아서 인지 평소와 다름없이 티격태격하며 싸우곤 자신도 모르게 피식웃었다.

 

어느새 시간도 훌쩍 지나가 있었다.

 


"어... 히지카타씨 오랜만에 사격할래요?"


그냥 돌아가기가 싫었는지 그가 먼저 물었다. 말을 꺼낼까 말까 약간 고민하다 꺼낸 그의 말에 히지카타는 조금 놀란듯 그를 한번 보고는 웃으며 좋다고 말했다.

 

 

 

 

 

 

 

 

 

 

 

"어이 거기 천연파마머리, 심부름 좀 해라"

 

나이 많은 대장급 인부가 긴토키에게 말했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와 험악한 인상 때문인지 모두가 잘 따르는 고참이였다.


"저... 곧 6시 인데요.."


긴토키는 귀찮은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니까 빨리 뛰어갔다와 임마! 얼른!"

대못을 사오라는 지령을 받고 그는 투덜투덜 거리며 천천히 걸었다. 가뜩이나 기분도 안좋은데 하필 이럴때 심부름이라니 하지만 이내 심부름을 하는 쪽이 더 편할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곧장 돈을 받아들고 거리로 나갔다.

 

철물점을 가려면 한 거리를 지나가야 했는데, 그 거리는 놀 거리가 굉장히 많은 곳이였다. 시간이 6시가 되어가서 그런지 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도 이곳저곳에서 꺄르르 웃어대고 있었다. 니넨 좋겠다 뭐가 그렇게 신나니? 그는 거리의 사람들을 신기하게 관찰했다.


사격장. 그곳을 볼때면 출제때 소고가 인형을 잔뜩 선물해줬던 것이 생각나 항상 자신도 모르게 미소짓게 되는 것이였다. 그리고 그 인형들은 그의 방에 있는 선반에 반듯이 전시해 놓았다. 그걸 본 신파치는 이게 다 뭐냐며 손대려는걸 난리를 치며 막았다. 그때 신파치는 다 큰 어른이 이딴 유치한 인형을 이렇게 전시해 놓냐며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그런 신파치에게 상관하지 말라며 볼멘소리로 말했다.

 

 

 

"내기할까?"


"내기?"


"진사람 소원하나 들어주기 어때?"


"유치하게 소원은 무슨 소원입니까?"

 

응? 이 목소리는? 긴토키는 익숙한 목소리에 사격장 안을 자신도 모르게 숨어서 지켜보았다. 검은 제복을 입은 한명과 유카타 차림의 그, 히지카타와 소고였다.


"나 먼저한다?"

 

히지카타의 목소리였다. 가벼운 사격총 소리가 여러번 들리었다.


"아- 오늘은 안맞네"

 

"늙어서 손 떨리시나보네요 히지카타씨"


소고의 목소리였다. 그리곤 또다시 사격총 소리가 몇번 울리다가 멈추었다. 소고는 사격을 멈추고 히지카타를 쳐다보더니 히지카타에게 겨누곤 가차없이 쏴댔다.


"야, 이자식아 너 뭐하는거야? 으 따가워"


히지카타는 넘어져선 소고에게 말했다.


"너 지금 일부러 봐준거잖아. 이녀석아"


그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일부러 너한테 져주겠냐? 뭐 어쨌든 이거 내가 이긴거다? 점수판이 내가 높잖아"

 

사실 일부러 봐준게 맞았다. 히지카타의 입장에선 그날 그의 기분도 맞춰줄겸 제안한 내기였다.


"이 자식이 진짜!"


둘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긴토키는 뭔가 씁쓸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야 돌아왔네"

 

한참을 뒹굴며 싸우다 히지카타가 소고에게 말했다.


"..."

 

그의 말에 소고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는 이런게 좋아"


"응..?"


히지카타는 웃으며 그 녀석의 머리카락을 헝클어 놓았다.


"그리고 너 취해서 별일없었어. 그냥 너랑 하루 놀고 싶어서 내가 장난친거야"


"뭐? 장난?"


너란 새끼의 장난이란거에 내가 얼마나 고민했는줄알아? 소고는 한편으론 안심하면서도 밤새 고민했기에

웃는 그 녀석이 맘에 들지않아 노려보았다.


"나 피하지마. 소원은 그걸로 할게"


"병신"

 

 

긴토키는 자신과 있을때와는 미묘하게 다른 소고의 설레임에 가득찬 표정과 그걸 감추려 히지카타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는 것, 그리고 둘의 대화를 듣고 둘의 사이에 뭔가가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에 그 동안 있었던 모든일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왜 자기가 데리고 갔던 여자를 싫어했는지, 그 여자와 히지카타의 관계를 오해해서 얘기했을때 왜 그녀석이 예민하게 반응했는지, 그리고 축제때 왜 갑자기 기분이 좋았는지.. 그리곤 술자리에서 했던 키스 이야기를 떠올리곤 혹시...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때 당시엔 왜 저러지? 하고 별생각없이 넘겼던 별일 아니였던 일들이 그 순간 모든게 설명되는 것이였다.


그 날 긴토키는 심부름을 하지 않았다. 그냥 그 광경을 지켜보다 그들이 돌아가고 한참후에야 털레털레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해결사 사무실엔 신파치가 왜 연락이 안되냐며 다들 걱정했다며 또다시 한무더기로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런 신파치의 말이 그날은 더더욱 듣고 싶지 않아 그는 미얀하다는 짧은 말을 하곤 신파치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아. 긴상"

 

신파치가 따라들어왔다.

 

"그냥 가 오늘은, 나 피곤하다야 잔소리도 그만하면 됐잖아?"


"갑자기 왜이래요? 그런거 아니구 이거"

 

신파치의 손엔 작은 상자가 하나 들려 있었다. 신파치는 그 상자를 살짝 들어올리며 웃었다.


"아까 둔영에서 나오다가 오키타씨 만났어요 긴상 전해주라는데요?"


".....아..."


"또 타바스코 같은걸로 장난쳤을거 같기도 한데..포장이 안뜯어져 있으니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요?"


긴토키는 그 상자를 받아들곤 한참 그 자리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안좋아하세요? 긴상이 좋아하는 초콜렛이라구요"

 

"아.... 이거 너 먹을래?"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신파치는 어이없이 웃었다.


"긴상, 진짜 어디 아프신거예요? 장난하지마요"


"아냐 진짜야"


"됐어요 나중에 또 무슨소릴 들을지 모르는데.. 피곤하신거같은데 쉬어요 낼봐요!"


손을 흔들고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긴토키는 다시금 손에 들려 있는 상자를 바라보았다. 사실 진짜로 줄 마음은 없었다. 설령 신파치가 받아 들었다 하더라도 곧 바로 뛰어가서 취소한다며 빼앗아 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오해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냥 혼자 오해하는 것일꺼야 라고 생각하며 은근한 기대감에 살짝 들뜨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면서도 얼굴엔 약간의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마츠다이라가 왔다. 자주 오지 않는 그가 둔영에 온것은 거의 두어개의 이유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의 딸에 대한 상담이였다. 곤도는 천성이 좋아서 인지 언제나 그의 말을 잘 받아주었다. 그런 그와는 반대로 히지카타는 왜 그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와서 하냐는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고, 소고는 받아쳐주는 곤도의 옆에서 한마디씩 깨는 이야기로 그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오늘 기분도 별론데 같이 술이나 마실까?"

 

항상 같은 레파토리였다. 사실 곤도나 히지카타는 그와 술을 마시는걸 썩 좋아하지 않았다. 우선 먹기싫어도 억지로 술을 먹이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술을 마시면 일명 '개'가 되는 마츠다이라 때문에 챙겨야 하는 그들의 입장으론 마음 놓고 술을 마시는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고는 원래 술을 마시면 누군갈 챙기는 스타일도 아니였고 옆에 히지카타와 곤도가 있었기에 그를 챙겨야 한다는 마음을 가질 이유도 없었다.

 

그의 입장에선 술을 사주는 마츠다이라와의 술자리를 싫어할 이유가 없는것이다. 오히려 같이 가면 어리다는 이유로 그에게 안주를 고르라고 해주기 때문에 그는 그 자리를 둘과는 다르게 좋아했다.


넷이서 나가는 길에 우연히 야마자키를 만난 히지카타는 야마자키를 잡아 끌며 같이 가자고 했다. 야마자키는 그들이 자신을 데려가려는 이유가 운전 혹은 뒷치닥거리를 시키는것 밖엔 없다는것을 알고 울상을 지으며 따라나섰다.


"곤도, 이제 너도 결혼해야하지않아? 얼른 상대 알아보라고"

 

술을 마시고 조금 취했다 싶을때 꼭 나오는 말이였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그들은 바짝 긴장하곤 했다. 히지카타는 야마자키에게 귓속말로 챙겨야 하니까 좀 도와달라고 속닥였다. 그리곤 옆에서 따른 술을 마시려 잔을 드는 소고의 팔을 마시지 못하게 붙잡았다.


"...? 왜요?"


"적당히 마셔, 너 많이 마셨어"


"좀 마셔도 되지뭐, 어차피 야마자키가 운전할거 아닙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평소와 같이 티격대는 그를 보고 야마자키가 웃으며 말했다.


"두 분 화해 하셨어요? 다행이다. 그 동안 얼마나 눈치봤었는데요"


"화해는 무슨, 그런적 없거든?"

 

야마자키의 말에 소고는 그를 째려보곤 다시 술을 들이켰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옆에 앉은 곤도와 야마자키의 어깨에 양팔을 올리곤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옆에서 곤도는 저.. 선생님 이제 그만 가시는게.. 라고 설득하려 했지만 무슨 소리냐며 연거푸 술을 더 시키는 것이었다. 히지카타는 그런 마츠다이라에게 잡힌 야마자키와 곤도를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곤 조용히 그 방을 빠져나갔다. 시끄러워서 그런것도 있고 술을 마시고는 있지만 마음 편히 마시지도 못하는 자리가 유쾌하지만은 않아 담배나 한대 필 생각이였다. 시끌벅적한 술집의 소리가 밖에 나오니 조금은 가라앉아 들리는게 좀 낫다고 생각했다.

담배 한대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빨아들였다. 내뱉으면 검은 하늘에 잠시 뭉쳤다 흩어지는걸 흰 연기를 하늘을 올려다볼겸 멍하니 올려다 보고있었다. 날이 흐려서 인지 그날따라 반짝이는 것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히지카타씨, 여기서 뭐합니까?"

 

뒤를 돌아보니 소고녀석이 걸터앉아있는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나왔어? 앉아"

 

히지카타가 제 옆에 앉으라는 뜻으로 옆자리를 툭툭쳤다.


"왠지 계속 있으면 나도 당할것 같아서요 아저씨가 어깨동무하면 무겁단말이야, 맛있는걸 사줄땐 좋지만"


그는 작게 투덜거리고는 히지카타의 옆에 앉았다.


"상태보니까 몇잔 더 마시면 가겠고만?"


"그래서 깨려나왔잖아 이녀석아"

 

깨러 나온건 아니였지만 히지카타의 말은 맞았다. 실제로 조금 알딸딸한 기운에 조금씩 시선이 흔들리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옆에서 바라본 그가 담배를 피는 모습이 그날 따라 조금 다르게 보여 그가 물고 있던 담배를 빼앗았다. 그

리곤 제 입에 물곤 크게 한입 빨아들였다.

 

"이녀석아 너 미쳤어?"

 

히지카타가 담배를 한모금 빨아들이는 그를 보곤 놀라 후다닥 담배를 다시 빼앗아 바닥에 짓눌러 담배불을 꺼트렸다. 담배를 펴본적이 없는 그가 담배를 폈기에 그는 눈에 눈물이 고이도록 한참 기침을 해댔다. 하나도 좋은지 모르겠는 이딴걸 왜 피는지 그는 알수가 없었다.


"나한테 니코틴 중독자라 그럴땐 언제고 니가 담배를 펴? 기다려 물이라도 떠다줄게"

 

정신없이 기침을 하다가도 자리에서 일어서는 히지카타의 손을 가지 말라는듯 강하게 잡았다.


"콜록콜록, 아 이제 괜찮... 콜록콜록"


히지카타는 그가 잡은 손을 한번 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한참 기침을 하던 그가 기침을 멈추곤 아- 어지러워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담배 연기 때문인지 뭔가 머리가 더 띠잉하고 울리는 기분이였다.


히지카타는 그의 머리를 제 어깨쪽으로 끌어 당겼다. 어지러워서인지 그가 끌어당겼을때 힘없이 그의 어깨에 기대게 되었다.


"어지럽다며, 기대고 있어"

 

싫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밀어내려 했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이루어지진 않았다. 사실 기대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였을것이다. 어깨에 맞닿아 힐끗 본 히지카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이..."


"...?"


"별이 있었으면 좋았을걸"


"왜?"


"그냥.. 반짝반짝해서 예쁘잖아"


그런말 미치게 안어울려 그는 작게 중얼거리고는 그 상태 그대로 기대어 있었다. 무엇과 닮았다고 표현하기가 어려운 그의 익숙한 체취가 편해 기분이 좋았다. 가슴 한켠에 있는 무거운 죄책감이 자꾸만 안된다고 비명을 질러댔지만 그는 그 순간만큼은 그 상태로 마냥 설레기만 하고 싶었다.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불륜 드라마의 주인공이 이런 심정이려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했다. 사랑해선 안될사람을 사랑하는 그 사람들의 마음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을것이라고 어느순간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는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나도 이러기 싫었어.. 근데 어떻게해 라고 되뇌이며 조금은 합리화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내가 뭘 어쩌겠다는게 아니잖아? 그냥 옆에만 있는건데, 다를것 없이 그냥 지금처럼.

 

"히지카타씨"


"왜"


"그 유우라는 여자, 좋았어요?"


"뭐.. 일잘하니까 싫진않았어"


"아하"


"갑자기 왜?"


"그냥"

 

그는 잠깐 동안 뜸을 들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누나는?"


히지카타는 그의 질문에 놀랐다. 그가 자신에게 미츠바에 대한 감정을 대놓고 물어올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는 놀란듯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잠깐 생각하곤 대답했다.


"... 좋았지 당연히"

 

"당연히?"


"멍청아, 그렇게 예쁜 여자를 안좋아하는 남자가 어딨어?"


그의 대답에 잠시 취해있던 이성이 흐릿한 시야를 걷은듯 또렸해졌다. 소고는 그에게 기대었던 몸을 일으켰다.


"근데 히지카타씨 새삼 대단하네요"

 

"뭐가 또"

 

히지카타는 오늘따라 이상한 그의 말에 물었다.


"어떻게 좋아하는 사람이 고백을 해오는데 그걸 거절합니까? 나라면 아마 죽어도 못할꺼야"


"...."

 

"행복을 바라고 그랬다.. 뭐 그런게 가능한가? 착한척 하는 남자들의 변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해 참"


"무슨말이 하고 싶은거야?"

 

"... 잊었어? 우리 누나"


이 말을 할까 말까 잠깐 사이에 고민했다. 자신이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지 모르지만 마냥 묻고 싶었다.


키스, 나한테 한거 아니잖아 너

둘은 키스한 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사실 히지카타가 꺼내려 했던적은 있었다. 그는 아마 사과를 하려 했을것이다. 하지만 소고는 그때 그 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며 넘겼다. 그리고 쿨한듯 말했다. 고작 그런일 가지고 사과는 무슨, 됐어

히지카타의 입장에선 어이없을것이라고 생각한 건 몇일 후였다. 키스하자마자 다 토해놓고, 몇일간 피해놓고 이제와서 쿨한척이라니. 그에게 '고작 그런일'이 아니였다는 거니까.

 

히지카타는 분명 실수였다고 할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말을 그의 입에서 듣고 싶지 않았다.

그 편이 더욱 좋았다.

 


"잊었길 바라고 물어보는거야?"


당연히 못잊었어, 라는 대답을 기다린 것인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애매한 그의 대답이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


"죽어도 잊으면 안되지 이 나쁜새끼야"

 

그의 말투가 약간은 날카로웠다. 누나는 너를 평생 기다렸어

 

"걱정마 잊고 싶어도 못잊어"


히지카타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소고는 그의 대답이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론 씁쓸했다. 하지만 잊었다는 대답을 들었다면 그를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넌 진짜 귀여운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꼬맹이야"

 

히지카타는 약간 실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다행이네요 그거, 귀엽다는 말도 싫고 꼬맹이라는 말도 싫고 너도 싫어"


그의 말에 히지카타는 작게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느껴져 그 역시 히지카타를 쳐다보았다. 빤히 보는 시선이 어색해서 였는지 소고는 잠깐 눈을 맞추고는 시선을 돌렸다. 얼굴이 살짝 달아올라서 그걸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히지카타는 그런 그가 가끔은 평범한 어린애 같이 보여 귀여웠다. 그런 감정이 특히 요즘 점점 커지는 자신이 어색했다. 의지할 곳없이 어린 나이에 혼자 남아있는 그의 모습이 자신의 어릴적 모습을 보는것 같다고 생각해서 였는지 마냥 곁에 있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전부터 들었던건 사실이였다.

더불어 이렇게 승질 드럽고 감당안되는 녀석을 내가 아니면 누가 있어 주나, 하는 묘한 책임감과 나밖에 없을꺼야 라는 우월감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그녀석의 입술을 볼때면 자꾸 시선이 가는걸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머릿속엔 자기도 모르게 그려지는 그와의 키스장면에 묘하게 흥분되는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과의 키스 이후에 모든것을 게워낼 정도로 역겨워한 걸 알면서, 그 이후에 그렇게 후회를 했으면서.

 

그리고 가장 크게 그 자신이 싫어지는 순간은 소고가 그녀에 대해 물었을때 였다. 잊은건 아니였지만 순간 생각치 못했다. 그녀를. 그리고 그녀석은 그녀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간과 하고 있었다.

 

 

 

 

 

 

 

 

 


긴토키는 뒷 머리를 긁적이며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자재가 놓여 있는 곳으로 갔다. 이미 먼저 와 있는 다른 인부들이 정신 바짝 차리라며 잔소리를 늘어놓는걸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듯 예예- 라고 대답하며 간단한 장비를 챙겨 사다리를 타고 올랐다.


"형씨, 왜이렇게 늦어요? 자꾸 이러면 짤라버릴겁니다"


그 날의 관리인은 이 녀석인 모양이였다. 소고는 반갑다는듯이 긴토키에게 손을 흔들었다.


"누가 누굴짤라? 이 세금도둑아 니가 먼저 짤려야 하지 않겠냐?"


"뭐야 말투 왜이래요? 제가 초콜렛까지 줬는데"


그냥 지나치려 하는 긴토키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그는 말을 붙였다.


"그거 되게 비싼거예요, 외국꺼라던데"


"아직 안먹었어 그리고 따라오지마 나 일해야 되거든?"


나 삐졌어- 그니까 얼른 풀어줘 라고 말하는 그의 심리였다. 중요한 일이 있다고 약속 취소해 놓곤 히지카타와 사이좋게 놀고 있던 그에게 조금은 화가났다. 그리고 더불어 히지카타와 있을때 그의 표정이 머리에 새겨져 자꾸 떠오르는게 생각하기 싫었다.


"뭐야- 비싼거 알고 아껴먹는겁니까?"


"그런거 아니야 그리고 따라오지 말라니까 왜 자꾸 따라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따라오지 않았다면 더 서운했을 것이다.


"저도 일하는 중인데요? 관리인이니까 여기에서 가장 일 안할거 같은 사람 감시하는거죠"


긴토키는 자재를 내려놓고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나한테 초콜렛은 왜 줬어?"


그가 좋은것은 사실이지만 이 순간 왠지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 약간은 그가 자신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기 때문이다.


"선물받았는데 전 그런 너무 단 초코렛은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역시나.. 라고 해야하나 긴토키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랬구나, 그럼 약속은 왜 깼어?"


"일 있었다고 했잖아요"


"너 히지카타랑 사격하는거 봤어"


"뭐야 지금 제가 거짓말 했다고 생각해서 화났습니까?"

 

긴토키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뭐.. 일단 그녀석 인정하기 싫지만 내 상관맞잖아요? 상관님께서 억지부러서 그런거니까 표정풀어요 내가 담에 맛있는거 살게요, 근데 내가 왜 이거 형씨한테 변명하고 있지?"


"화난건 아니야 오해하지마"


긴토키를 부르러 온 다른 인부는 그가 소고와 함께 있는걸 보곤 그냥 돌아갔다.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여럿이서 한 곳을 공사하고 있는 모양이였다. 그 모습을 힐끗 보곤 말을 이었다.


"그 녀석은 너한테 상관이야?"


"히지카타요? 인정하긴 싫지만 상관은 맞죠"


"난?"


"우린 친구라면서요?"


솔찍하게 표현하는 그 였기에 그 순간이 마냥 답답하게 죄어왔다. 답답함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말해버렸다.


"나 너 좋아해"


"예예 나도 사랑해요"


그는 긴토키의 말에 웃으며 장난식으로 받아쳤다. 소고는 정말 모르고 있었다. 가끔씩 있는 미묘한 느낌은 긴토키의 장난 때문이다 라고 생각할 뿐 그 이상의 생각도 해본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의 이런 말도 그가 늘상 해오는 장난의 일종이라 생각하곤 같이 받아쳤다.

 

"나 장난하는거 아니야"


"나도 장난 아니예요"


그는 여전히 장난치듯 웃으며 말했다. 그는 긴토키가 여전히 장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이 말 하기까지 엄청 고민하고 말하는거야, 장난치지마"

 

긴토키의 진지한 말투에 그는 긴토키를 쳐다보았다.


"나 너랑 이렇게 지내기 싫어, 나 너 볼때마다 기대하고 있단 말이야. 얼굴도 한번 만져보고싶고 입술도 한번 만져보고싶고... 너랑 이런저런 야한짓도 해보고싶고 그래"


소고는 그의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무 놀라서 그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도 모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저기... 형씨..."


"몰랐어? 어떻게 몰라? 아니지 모를법도 하지 너 나한텐 관심도 없잖아"


"...아니..저..."


"근데 뭐, 너랑은 상관없겠지."


긴토키는 내려놓았던 자재를 다시 주워들었다. 안들어도 좋을 법한 끔찍한 말을 들은거 마냥 소고의 표정은 충격에 뻥져 있었다.


"혀..형씨"

 


그는 그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뒤 돌아서자마자 사실

그는 후회했다. 이제 친구로써 곁에 있지도 못하는 사이가 되어버리는거겠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