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나를 가만두지 못해서 안달일까? 최근들어 생각할 것이 많아 복잡한 걸 느끼는 그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정말이지 생각도 못했다. 대답 같은건 할 틈도 주지 않고 등을 보이는 긴토키의 뒷 모습이 측은했다. 평소의 모습이 활달하고 장난을 즐겨 하는 그 였기에 더욱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까이 지내던 사람에게 뜬금없이 그런 말을 듣는다면 누구나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며칠 후, 소고는 해결사 사무실에 찾아갔다. 퇴근 즈음의 시간이니 긴토키 역시 둔영에서 일을 하고 들어올 것이라 생각해 사무실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 속으론 이래도 되는걸까 하고 고민했지만 그보다 긴토키와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조금 기다리다 혹시나 해서 문을 살짝 당기자 힘없이 열리는 문을 보곤 안으로 들어갔다. 전에 같이 있었을 때와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 모습을 보고 여전하다고 생각하며 쇼파에 앉았다. 얼마 후 신파치와 함께 들어오는지 작은 말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어? 오키타씨?”

 

신파치가 안을 보곤 놀라서 외쳤다.

 

“어, 안녕 문이 열려있길래 들어와서 기다렸어, 상관없지?”

 

신파치는 그가 직접 여기까지 찾아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의아하긴 했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

 

“네 뭐, 저희 전골 먹으려고 했는데 같이 드세요”

 

신파치는 잔뜩 장을 봐온 봉투를 들곤 부엌으론 들어갔다. 뒤에 신파치를 따라 들어오는 긴토키는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 왠일이야?”

 

그의 물음에 소고는 부엌쪽의 신파치가 신경쓰이는지 한번 돌아보곤 말했다.

 

“놀러왔어요”

 

“아. 그래 밥먹고 가. 우리 마침 저녁 먹을거였으니까”

 

긴토키는 그를 지나쳐 부엌으로 향했다. 긴토키는 먼저 들어간 신파치의 입에서 나온 이름이 너무나 놀랐다. 그가 집에 찾아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왔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직 버리지 못한 마음과 기대감이 점점 그를 다시금 괴롭게 만들었다.

 

밥을 먹으려 모여 앉았을 때 신파치는 그날따라 말이 없는 둘 때문인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오키타씨, 그거 아세요? 요즘 긴상은 더 어린애가 되어간다니까요? 인형같은걸 방에 잔뜩...”

 

“자”

 

긴토키는 신파치의 말을 급히 자르고는 전골을 국자로 적당량을 덜어주었다. 그릇을 받으려 손을 내밀자 그냥 앞에 손수 내려놔 주었다.

 

“뜨거우니까 조심해”

 

소고는 그런 긴토키를 보곤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둘의 행동에 신파치가 물었다.

 

“둘이 왜 이렇게 어색해 보이죠?”

 

“...! 뭐.. 뭐가?”

 

긴토키는 눈에 띄게 움찔 하고 놀라며 물었다.

 

“아니.. 뭐 그냥 느낌이..”

 

“아니거든! 그런거! 내가 지금 좀 피곤해서 그래 그치? 오키타군?”

 

“아.. 네 뭐.. 형씨 많이 피곤해 보이네요 하하”

 

어색하기 그지 없는 둘의 대화가 이상하다는걸 신파치는 단숨에 알았다. 하지만 신파치는 별 생각없이 넘기는 듯 했다. 긴토키도 소고도 신파치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식사시간이였다.

 

대화를 하러 왔지만 이 상태로는 무리라고 생각한 소고는 밥을 대충 먹고는 이만 돌아가겠노라고 말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신파치는 긴토키에게 말했다.

 

“긴상, 아이스크림 사오는거 어때요?”

 

“응..?”

 

“오늘 점프도 발매하는 날이잖아요, 요리는 제가 거의 했으니까 긴상이 가서 사와요”

 

신파치는 긴토키의 등을 떠밀었다. 신파치는 둘이 싸웠다고 생각했다. 우선 오키타가 이렇게 와서 목적을 말하지 않고 집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는것도 그렇고 항상 유쾌하게 장난을 치던 긴토키가 유난히 이상했기 때문이다.

 

계단을 내려가던 소고가 떠밀려 나온 긴토키를 뒤돌아 보곤 걸음을 멈추었다. 긴토키는 민망한 듯 뒷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나 편의점 가야되서..”

 

아.. 이말은 하지말걸.. 긴토키는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얘기하러 왔어요 나”

 

“무슨얘기?”

 

긴토키는 계단을 내려갔다.

 

“그냥.. 뭐 전에 그렇게 말하고 그냥 가버렸으니까”

“아 그래?”

 

“네 뭐, 누구라도 신경쓰지 않겠어요?”

 

“넌 안할줄 알았어”

 

“제가 착하진 않지만 그렇게 나쁜놈도 아니라고요”

 

긴토키는 그를 똑바로 보지 않았다.

 

“나랑 어떻게 지내고 싶어요?”

 

그의 물음에야 비로소 긴토키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때 말했잖아”

 

긴토키의 말에 소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제가 나쁜 새끼로 남길 바래요? 좋은 사람으로 남길 바래요?”

 

“니가 좋은 녀석 일 리가 있냐?”

 

“전처럼 계속 지내자고 말하려고 했는데.. 음..”

 

“역시 넌 좋은 녀석은 아니네 그거 완전 이기적이잖아”

 

“...”

 

“나 안받아줄거면 이 이상의 행동하지마 그게 날 도와주는거야”

 

“...”

 

“난 지금도 너한테 키스하고 싶어”

 

긴토키는 그에게 한발짝 가까이 다가갔다. 소고는 그런 그를 멀뚱히 올려다보았다.

 

“왜 쳐다보기만해?”

 

“안할거잖아요”

 

그의 말에 긴토키는 아무말없이 서있다 그를 와락 껴안았다. 키차이 때문에 긴토키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은 그는 갑작스런 긴토키의 행동에 떨어지려고 긴토키의 팔을 꽉 움켜 쥐었다.

 

“잠깐만 이러고 있으면 안돼?”

 

“...”

“이정도는 그냥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주라”

 

긴토키는 그를 품에 안고 조금만... 조금만... 하고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는 그 모습에 단순히 신경쓰인다는 문제가 아니라 미얀한 감정이 들었다. 히지카타가 아닌 이 사람을 좋아했다면,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랬다면 빌어먹을 죄책감 따위도 느끼지 않았을텐데

 

 

그 이후로 그는 긴토키를 더욱 신경쓰고 있었다.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 둔영에서 마주치면 약간은 어색하지만 인사정도만 간단히 했다. 그와는 반대로 신파치는 웃으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댔다. 그래서 그는 그런 신파치에게도 일부러 약간은 어색하게 대하게 되었다.

 

하루는 히지카타가 그에게 물었다.

 

“해결사하고는 어떻게 지내?”

 

그의 질문에 소고는 마시고 있던 음료수를 다 뱉을 뻔 했다. 말할 수 없는 일이 있었기에 그는 괜시리 찔려 한참 기침을 하다 답했다.

 

“어떻게 지내긴 뭘, 똑같죠 뭐”

 

“그래?”

 

“그럼 뭐 별 다를게 있습니까?”

 

“아니 그냥 궁금해서”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그를 좋아한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그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둘은 꽤나 친했고 그의 뒷덜미에 남긴 키스마크가 자꾸 떠올라 화가났다.

 

“그녀석이랑 너무 가깝게 지내지마”

 

“... 그건 또 무슨 소리래”

 

“아니.. 그냥”

 

히지카타는 마시던 음료수를 마저 입에 털어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말해야겠어”

 

쭉 어색하게 피해오던 긴토키가 둔영에서 소고를 마주치자 앞을 막아서곤 말했다.

 

“...뭘요?”

 

“너, 나 맛있는거 사준댔잖아, 내가 좋아한다는 말 했다고 해서 취소하는건 아니지?”

 

“내가요?”

 

“응 전에 약속 취소해서 사준댔잖아. 사줘. 나 원래 이런거 귀신같이 얻어먹는 사람이잖아”

 

그의 표정은 당당하면서도 단호했다. 긴토키가 오히려 이렇게 행동해주는 쪽이 그는 좋았다. 계속 어색한 사이로 있기엔 주위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 뭐.. 그래요”

 

“오늘. 오늘사줘”

 

강경하게 나오는 긴토키를 보곤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불고기 먹어도 돼?”

 

“네. 형씨 먹고 싶은거 먹어요”

 

뭔가 상황이 이상해졌다. 그를 동정해서 일까? 긴토키가 말하는 데로 맞춰주고 있었다. 그리곤 스스로 자신이 꽤나 철들었다고 생각하며 약간은 뿌듯해했다.

 

“많이 먹어도 돼?”

 

“아니요”

 

뭐, 사람 천성이 쉽게 변하진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의 단호한 대답에 긴토키는 피식 웃었다.

 

“내가 살게 많이 먹어”

 

“나 별로 안먹을거예요. 그리고 오늘 나한테 얻어먹으려고 온거 아니예요?”

 

“음.. 그냥 오늘 내가 살테니까 담에 니가 사”

 

“...?”

 

“니가 오늘 사면 다음에 밥 같이 먹기 힘들 거 아냐”


“형씨”

 

“응”

 

긴토키는 짧게 대답을 하곤 지나가는 점원을 붙잡고 주문을 했다.

 

“이상의 행동은 하지 말라고 한건 형씨예요”

 

“응 근데?”

 

“...그니까”

 

“이건 니가 하는거 아니잖아. 내가 하는거잖아”

 

“...”

 

“그냥 못이기는척 따라줘. 너 원래 나쁜새끼잖아”

 

긴토키는 그가 찾아 왔던날, 그를 품에 안았을 때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첫사랑이였던 타카스기가 불현 듯 떠올랐다. 그때에 비하면 비교적 나은 상황이 아닌가. 그는 긍정적인 사고를 하려 애썼다. 그에게 있어 사랑이라는 감정의 정의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하는 것 이였기에 그는 크게 계산하지 않았다. 왜 포기하려 생각했을까 하고 자신을 한심하게 여겼다.

 

“여자도 아닌 남자에 휘둘리면 더 기분 더러울텐데”

 

“여자나 남자나 마찬가지지 뭐”

 

긴토키는 그의 그릇에 다 익은 불고기를 덜어주었다.

 

“먹어. 신파치나 카구라랑 오면 전쟁해야 되는데 이렇게 여유롭게 먹으니까 어색하다”

 

“신파치도 데려오지 그랬어요?”

 

신파치의 이야기에 소고가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넌 데이트에 동생이나 친구 데려오는 사람 봤어?”

 

“데이트?”

 

“응 너랑 나 데이트 하고 있잖아. 방식이야 어쨌든”

 

“그냥 밥먹는거잖아요”

 

“데이트가 별거야? 그냥 밥먹고 차나 한잔 마시고, 아니면 영화보던가 술마시던가, 이 레파토리에서 거의 벗어나질 않거덩?”

 

“아하- 그래서 끝은 다 모텔이겠네요”

 

긴토키는 그의 말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했다. 전에 자신이 고백했을때의 말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어 곁눈질로 그를 한번 쳐다보았다.

 

“어이.. 그래 그때 내가 좀 지나치게 솔직한 부분은 있었다고 생각해”

 

“응? 그거 떠올리고 한 말 아닌데요?”

 

“근데말야, 니가 여자도 아니고 그런걸 굳이 숨겨야 할 필요있어?”

 

“글쎄요 제가 숨겨달라고 한적은 없어요”

 

“그..그치?”

 

“근데 좀 놀라긴 했어요”

 

“왜?”

 

“그런식으로 볼거라곤 생각 못했으니까”

 

긴토키는 약간은 기가 죽어 그가 하는 이야기를 잠자코 들었다. 그리곤 물었다.

 

“음.. 나 많이 싫어?”

 

그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소고는 그가 히지카타와 닮은 부분이 많다는 걸 떠올리곤 말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다 라고 짚어낼수는 없었지만 언뜻언뜻 그가 하는 행동이 그와 겹쳐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는 대답했다.

 

“음... 싫다... 라기보다는 싫어하지 않아요. 오히려 난 형씨가 좋아요. 다른 의미로”

 

 

 

 

 

 

오랜만에 양이지사들을 검거했다. 성공적이였지만 신센구미도 피해를 입었다. 적지않은 부상을 입은 대원들을 부축하라고 명하며 히지카타는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어깨가 뜨겁게 달아오르는게 아까의 접전에서 한놈의 칼에 꽤 깊이 스친 듯 했다. 피에 축축히 젖어들어 제복이 살짝 달라붙어가는걸 보며 옷을 벗을 때 약간은 애를 먹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눈은 소고를 찾고 있었다.

 

“히지카타씨 어깨 다친겁니까?”

 

그가 별일 없다는 듯이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여유롭게 걸어왔다. 얼굴에 묻은 다른이의 피 말고는 큰 상처는 없어보여 히지카타는 한시름 놓았다.

 

“다친데 없어? 있으면 가서 치료해”

 

“당연히 없죠”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의 얼굴에 묻어 있는 다른이의 검붉은 피가 그는 거슬렸다. 늘상 있는 일이지만 새삼스러웠다. 그는 그에게 다가가 피가 묻은 얼굴을 한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듯 잡곤 엄지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볍게 문질러 닦아주었다. 손에 닿는 솜털의 부드러운 감촉이 기분 좋았다.

 

“뭐.. 뭐야”

 

“피 묻어서”

 

“내가 닦을 수 있어”

 

그는 얼굴을 거칠게 돌리고는 뒤돌아갔다. 다치지 않아 다행이야.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대충 뒷 수습을 마친 후 그는 방으로 돌아왔다. 옷을 벗으려 겉옷을 잡았을 때 그는 잠시 잊고 있었던 어깨의 상처를 인식하곤 약간은 힘겹게 옷을 벗어 제꼈다. 옷에 늘러붙어 있던 피가 상처에서 떨어지며 상처가 다시금 살짝 벌어졌는지 어깨 부근이 다시 뜨거웠다. 읏 하는 짧은 신음과 함께 상처 부근의 옷을 벗었을 때 조용히 방문이 열렸다.

 

“히지카타씨”

 

소고였다. 그는 들어왔다가 그의 어깨의 상처를 바라보곤 말없이 방으로 들어왔다.

 

“의무실 안갔습니까?”

 

평소와 다름없이 장난끼 섞인 그의 말투에 히지카타는 말했다.

 

“늦었어, 그리고 별거 아냐, 그보다 왜왔어?”

 

“아 이거 곤도씨가 전해주라길래.. 봐요 혼자는 힘들잖아”

 

답지 않은 그의 상냥한 말투에 히지카타는 조금은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소고는 그의 앞에 마주보고 앉았다. 상처를 소독해주려 약품을 꺼내는 모습, 그리고 그가 도통 보여주지 않던 말투가 자꾸만 그녀와 겹쳐 보임이 원망스러웠다.

 

왜 너는 그녀의 동생이였을까? 아니 나는 왜 너에게 이런 말도 안되는 마음이 생겨버렸을까

 

소독약을 찾아 솜에 묻히고는 상처 부위에 가져다 대자 벌어진 상처의 통증이 강해져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허세가 너무 심하다니까? 이녀석아”

 

“허세라니 이자식아”

 

가벼운 장난을 치며 그는 한편으로는 마음같은 것은 억누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라면 가능해.

 

‘나를 두고 가는 거니까 뒤돌아보면 안돼요’

 

사람이란 간사했다. 그녀를 매정하게 찬 것도 모자라 마지막까지 곁에 있어주지도 못한채 그녀를 보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녀의 혈육에게 그녀에게 품었던 마음, 형태는 달랐지만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마음을 품고 있는 자신에게 모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걸 이해한 여자였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모든걸 믿어준 여자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을 보고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것마저 웃으며 이해해줄까? 그 이전에 이 녀석은 무슨 표정으로 날 쳐다볼까?

 

소고는 그의 어깨에 붕대를 감아주었다. 언뜻언뜻 스치는 손가락이 살짝 닿을때마다 그 부근이 간지러우면서도 뜨거웠다. 어깨의 통증 때문에 본인이 예민해진 것이라 생각했다. 가까이에 있는 그녀석의 피부가 눈에 들어오자 아까 만졌던 촉감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다 되었다며 어깨의 상처를 툭 건드는 바람에 상처 부근을 붙잡고 고꾸라졌다. 그는 그런 히지카타를 보고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히지카타는 그 웃음소리가 계속 듣고 싶었다.

 

 

 

 

 

 

 

“...어어?”

 

어느날과 다름없이 일을 마친 후 방으로 들어온 그는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가 아니라고 잘못들어왔다고 생각했는지 밖에 나가서 다시 확인을 했다.

 

지붕이 휑하니 뚫려 있었다. 그리고 방에 가득 떨어져 잇는 지붕의 잔해가 그를 열받게 만들었다. 그런 자신의 방의 상태에 어이가 없어 한동안 그 상태를 바라보다 뚫려 있는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어? 니 방이였어?”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말하는 긴토키를 보고 그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곤 지붕에 있는 그를 보곤 달려 올라가 멱살을 쥐었다.

 

“어떻게 할꺼예요? 형씨. 나 지금 진짜 열받았거든?”

 

“아.. 미얀”

 

“미얀? 사과하면 다 끝나는줄 아시나본데 다 짤라버릴거야”

 

그는 신경질적으로 잡았단 멱살을 놓으며 뒤돌아섰다.

 

“너무한다 진짜”

 

“누가 할 소리를 지금..”

 

“난 맨날 너 때문에 고민하고 있단말이야. 그런 사람에게 너무 말 막하는거 아냐? 멱살까지 잡고 말야”

 

그는 그가 잡은 옷자락을 당겨 정돈하며 말했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이건 내가 책임지고 다 정리해줄게”

 

“됐어요 이건 무슨 개같은 논리..”

 

“하루하루 먹고 사는 나같은 사람 안 불쌍해? 봐주라 좀- 게다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런 너무한 말 듣고 있는 내 심정은 어떨거같아?”

 

긴토키의 말에 그는 할말을 잃었다.

 

“봐준다는걸로 알게!”

 

그는 고맙다고 말하며 소고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 그는 손을 뿌리쳤다.

“그건 그렇고 생각해봤어?”

 

“무슨..?”

 

“대답 생각안했어?”

 

“이미 했잖아요?”

 

“언제? 음.. 아직 생각중이구나? 천천히 생각해봐”

 

그는 자신의 할말만 남긴채 후다닥 자리를 벗어났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소고는 이 상황이 뭔가 이상했다. 자신이 전보다 더 그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긴토키는 그가 자신의 말에 할말을 잃고 자신을 바라보는 표정을 보고 그가 자신에게 약간은 흔들리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싫어하지 않아요 오히려 좋아하고 있어요 라고 말한 부분을 다시금 떠올리곤 그는 씨익 웃었다. 싫어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그걸로도 괜찮지 뭐.

 

 

 

 

 

 

 

“오늘 너랑 같이 자도 되?”

 

히지카타는 늦은시각 베게를 안고 찾아온 그를 보곤 이건 무슨상황인가 하고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아.. 지붕이 좀.. 이상이 생겼나봐요 방이 좀 엉망이 돼서”

 

말하면서도 어색했는지 그는 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상관은 없지 뭐.. 저기 옆에 깔고 자”

 

히지카타는 자신의 침구 쪽을 가리켰다. 그의 말에 말없이 그는 그 쪽에 침구를 펴고 침구위에 앉아선 물었다.

 

“안자? 늦었는데”

 

“먼저자, 나 이것 마저 하고”

 

“네 뭐 그럼”

 

히지카타는 안대를 쓰고 누워있는 그를 힐끗 보았다. 그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것이 묘하게 그를 어지럽혔다. 어째서인지 계속 집중력이 흐트러져 그가 온 이후로는 하나도 일을 처리하지 못해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흐트러트렸다. 살짝 뒤척거릴 때마다 들리는 바스락거리는 가벼운 이불의 마찰음이 그렇게 크게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저 녀석은 남자다. 그리고 내가 사랑한건 저 녀석이 아니야, 그는 수차례 되뇌이며 마저 했던 일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옆자리에 누워 그가 조용히 자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언저리가 뭉클하고 설레었다. 안대를 벗겨보고 싶어 그의 얼굴 가까이에 손을 뻗었다가 만약 깬다면 뭐라고 해야할지 알수 없어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숨을 쉴때마다 가볍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그를 보자 따뜻한 그의 온기를 느껴보고 싶어 자꾸만 시선이 귀 아래로 보이는 하얀 목덜미와 벌어진 유카타 사이로 보이는 가슴 부근에 자꾸 시선이 고정되어 그는 이불을 끌어다 그의 목까지 덮어주었다. 그리고 그 녀석의 반대방향으로 뒤돌아 누웠다.

 

 

 

 

“히지카타 자?”

 

한참 잠을 못 이룬채 두눈을 깜빡이고 있을 때 자다가 깬건지 아니면 쭉 깨어 있었는지 모를 그가 물어왔다. 그의 물음에 히지카타는 놀랐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니가 말걸어서 깼어 왜”

 

“잠이 안와서”

 

“너 그러니까 맨날 늦잠 자는거야 허튼 소리 말고 어서 자”

 

히지카타는 눈을 감고 잠이 들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내 그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어딜 가려는 걸까 하고 생각할 때 그가 바짝 뒤에 다가와서 물었다.

 

“어깨 많이 아파?”

 

“...잘거니까 말시키지 말고 너도 얼른자”

 

히지카타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는 히지카타의 말을 무시하곤 다친 쪽 그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그의 행동에 히지카타는 일어나서 그의 손목을 잡았다.

 

“내가 그냥 빨리 자랬지”

 

“아프냐?”

 

그는 이마에 안대를 쓰곤 예민하게 반응하는 히지카타의 행동을 보곤 킥킥 웃었다.

 

어깨가 아픈 것은 다른 문제였다. 히지카타는 그를 그대로 끌어안고 싶었다.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의 본능에선 그를 끌어안고 싶다. 그대로 그의 입술을 깊게 빨아들이고 싶다. 그리고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어 보고싶다..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그의 손목을 뿌리치듯 놓았다.

 

“장난치지 말고 쳐자, 나 피곤해”

 

그는 다시 돌아누웠다. 그런 기분은 히지카타에게 있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였다. 그가 자신의 공간에 있다는 사실에 불안한 것인지 초조한 것인지 설레는 것인지 심장이 크게 뛰는 뛰는 것이 도통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여전히 그가 작게 뒤척이는 소리 하나하나에 청각이 곤두세워져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히지카타 자?”

 

“왜 또, 왜”

 

그는 돌아보지 않은채 말했다. 그러자 그가 바짝 다가와서는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너도 잠 안오는거 아냐?”

 

그의 입김에 그는 순간 몸이 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닥치고 자라 나 피곤해”

 

히지카타는 눈을 감곤 퉁명스럽게 말했다. 갑자기 등 뒤의 그가 그를 꼬옥 끌어안았다. 등 뒤에 얼굴을 파묻은 그가 약간 발음이 파묻힌 말투로 말했다.

 

“으음.. 나 전혀 잠이 안와”

 

그가 숨을 내쉬자 등 뒤에 그가 얼굴을 파묻은 부분이 순간 뜨거워 졌다. 그리고 등뒤의 그의 손이 히지카타의 단단한 가슴 쪽에 닿았을 때 그는 벌떡 일어나 그의 손목을 잡곤 한손으론 머리를 침대 시트에 짓눌렀다.

 

“너.. 이새끼야 너 뭐하는거야?”

 

“히지카타씨, 나랑 자고 싶은거 아냐?”

 

그 말에 그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자신의 생각이 들켰다는 불안함과 무서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가 놀라 짓눌렀던 손을 떼자 그는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그가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했을 때 나오는 미소였다. 그런 그의 모습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 순간은 무언가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였다.

 

“부장- 안아줘요”

 

그는 히지카타의 품에 안겨 가슴팍에 머리를 파묻었다. 부장. 그가 히지카타를 부장이라 부르는 일은 많지 않았다. 거의 비꼬아 놀릴 때 쓰는 호칭이였다. 하지만 그 순간 그가 부르는 그 호칭이 싫지 않았다.

 

“아.. 너.. 무슨..”

 

“너 나랑 하고 싶잖아. 그냥 아무 생각하지마”

 

책임전가. 그가 절대로 행하지 않는 일이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의 죄책감을 덜고자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었다. 그래 난 잘못이 없어. 품에 안긴 그가 하는 말에 그는 약간의 위안을 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그를 탐하고 싶다. 탐하고 싶다. 가지고 싶다. 가지고 싶다.

 

그의 얼굴을 한손으로 감싸자 그는 웃으며 다가와 입술을 포게어 왔다. 그 순간 남은 한가닥의 이성마자 날아가 버리는 것을 느꼈다. 혀가 뒤엉켜 있을 때 그는 유카타 품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드러난 하얀 속살이 매끄러워 그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목에 얼굴을 파묻었을 때, 목 옆에서 뛰는 맥박을 입술로 느끼는 것이 따뜻하고 포근해 좋았다. 쇄골과 목을 빨아들였을 때 그의 입술에서 작게 새오나오는 신음에 그는 자신이 아닌 것 같은 흥분감을 느꼈다. 피를 보아도 쉽게 흥분하지 않는 그 였기에 그 자신도 그런 자신이 신기하면서도 그걸 느낄 새도 없이 정신없이 그를 탐하고 있었다.

 

“...흐읏.. 역시.. 넌.... 하아... 쓰레기 새끼야...”

 

“..하아.. 알아..”

 

“...개.. 개새...끼.. 하아...”

 

그가 드문드문 해오는 욕설도 좋았다. 멈출수도 이성을 차릴수도 없어 그는 그의 입에 키스했다. 그 틈으로 새어 나오는 신음 소리가 더 듣고 싶었다. 아래에서 내려다본 그의 반쯤 감긴 눈에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좋아 언제까지고 그 순간을 유지하고 싶었다.

 

 

 

“히지카타 이녀석아”

 

갑자기 얼굴에 차가운 물이 쏟아져 그는 몸서리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눈앞엔 소고가 실실 웃으며 자신에게 뿌린 것으로 보이는 작은 물통을 들고 앉아 있었다.

 

“어...어어..?”

 

“늦잠? 그 귀신부장님께서?”

 

그는 히지카타의 눈 앞에서 놀리듯 크게 웃었다. 그는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그의 어깨를 잡곤 자신이 남긴 자국이 생각나 그의 목덜미를 유심히 보았다. 없었다. 그냥 꿈이였을 뿐이였다. 꿈이 너무 생생해서 인지 한편으로는 안심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웃고 있는 그에게, 그리고 그녀에게 무거운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꿈에서 그가 자신에게 욕을 지껄이던게 생각나 그는 허탈하게 피식웃었다.

맞아 난 쓰레기야

 

 

그 날은 그에게 있어서 최악이였다. 늦잠을 잔 것부터 시작해서 잠을 잔 것 같지도 않은 느낌, 그리고 보통 쉽게 낫는 상처정도였던 어깨도 그날따라 통증이 심해져 의무실을 찾았다.

 

“다크써클”

 

소고가 그의 앞에 와서 눈 밑을 가리켰다.

 

“어...”

 

“피곤하다더니 진짜였습니까?”

 

그는 히지카타의 책상 앞에 의자를 거꾸로 놓고 앉아 등받이 부근에 팔을 얹은채로 그를 쳐다보았다.

 

“...”

 

‘부장- 안아줘요’

그 말이 그의 얼굴을 보면 자꾸 생각나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정신이 이상해졌나 보네요 히지카타씨”

히지카타의 생각을 알 리가 없는 그가 그의 앞에서 이러다 죽을짖도 몰라 히지카타 이녀석아 하고 다름없이 장난을 걸어왔다.

꿈이라지만 그의 생각을 완벽하게 적용하고 있던 탓에 그는 죄를 지은 듯 그의 얼굴을똑바로 바라볼수가 없었다. 꿈에서 끝난 것이 아닌 아직도 자신이 그에게 그러한 감정과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더욱 그를 죄책감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생각할수록 자신이 너무 더러워 견딜수가 없었다. 어릴때부터 봐온 사내아이, 동료에게 그런 추악한 인간의 감정으로 이끌리고 있다는 것. 그는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더욱 꿈에서 그와의 관계가 미치게 좋았다는 점이 더욱 그러했다.

 

 

 

“부장님, 오랜만이예요”

 

순찰을 하다 너무 머리가 아파 한참 거리를 무작정 걸어다니다 어떤 여자의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들고 앞을 보았다. 전에 둔영에 잠깐이나마 함께 있었던 그녀였다. 그녀는 밝게 웃어보였다.

 

“어... 오랜만이네”

 

히지카타는 그녀가 웃어 보이는게 신기했다. 사실 마지막이 그렇게 좋게 끝난 것은 아니였기에.

 

“잘지내셨죠? 시간되시면 커피라도 한잔 하실래요?”

 

카페에서 둘은 마주보고 앉았다. 둘은 약간의 침묵을 지킨 후,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부장님.. 제가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뭐가?”

 

“제가 거짓말 한거, 맞아요 알고 계셨겠지만 정확히 말씀드리지 못한점 죄송해요 너무 늦게 말씀드린 점도 포함해서요”

 

“아... 그거 나한테 미얀하다기 보다는.. 소고녀석한테 미얀한거 아냐?”

 

“뭐.. 그렇죠 제가 다음에 오키타 대장께 직접 사과할게요”

 

“응.. 그래”

 

“그리고.. 저 사실 아프다고 한것도 거짓말이였어요”

 

“...”

 

“그렇게 해서라도 부장님 곁에 있으면서 조금은 가깝게 지내고 싶었어요. 좋게 보이진 않으시겠지만 저를 너무 미워하진 말아주세요. 사람에겐 다 그 순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지고 싶은게 있잖아요? 반대로 아무리 해도 안되는게 있고.. 결국 전 그 두개 다 깨달아버렸네요”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옅게 웃어보였다.

 

 

“그랬구나 딱히 신경 쓰고 있지않아”

 

그는 덤덤히 말했다. 사실 크게 관심이 없었다.

 

“저 저기 케이크 가게에서 일하고 있어요. 가끔 둔영 놀러가도 될까요?”

 

“놀러?”

 

“그냥 부장님 뵈러 가고 싶어서요 따로 만나주시진 않을거잖아요 아, 자주 찾아가진 않을게요”

 

그녀는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말했다. 그리고 히지카타는 그런 그녀가 순간 안쓰러웠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포기를 한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차마 찾아갈 용기는 없었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면 약간의 두려움에 움츠려들 것이다. 찾아갔을 때 니 까짓게 여길 왜 와? 라는 경멸의 시선을 보낼까봐 그녀는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마주친 것은 우연이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렇게 모질지 않은 그를 보고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이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몰라. 다시금 하늘이 나에게 주는 기회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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