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자키, 소고는 어딨어?”

 

“아까 해결사 형씨랑 어디 가던데요?”

 

“해결사?”

 

“네, 방에서 나오던데.. 한번 연락해볼까요?”

 

“아.. 아냐 내가 해볼게”

 

방에 사람을 잘 들이지 않는 그 녀석이 해결사 녀석을 방에 들였다는 말을 듣고 히지카타는 불안함과 더불어 의아했다. 그래서 인지 더욱 그를 찾아 앞에 데려다 놓고 싶었다. 자신의 눈에 띄는 곳에, 눈동자에 비추는 곳에 계속 있어줬으면.

 

히지카타가 그에게 조금은 다른 욕구를 품은 마음을 가져버린 것도 사실이지만, 그는 실제로 그를 상대로 그것을 표출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실제로 도덕적인 사람이고, 반듯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의 시선도 확실하게 의식하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그의 위치에 걸맞는 그 정도의 사람이였다. 꿈에서 있었던 일은 꿈에서의 자신이기에 가능한 일이고, 실제였다면 절대로 그런 실수를 접하지 않았을 거라 확신했다. 그리고 잊으려 노력했다.

 

 

‘히지카타씨 새삼 대단하네요’ 

 

‘어떻게 좋아하는 사람이 고백을 해오는데 그걸 거절합니까? 나라면 아마 죽어도 못할 거야’

 

 

마츠다이라와의 술자리에서 잠시 밖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그가 했던 말이였다. 그땐 무슨 말을 하고 싶냐며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네 녀석이 어떻게 그런 감정을 알고 있어?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그런 감정을 공감하는일이란 엄청난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도 힘들텐데, 그런 감성따윈 매말라 비틀어진 네가 그런 감정을 어떻게 공감할 수 있어?

그는 그 상대가 어쩌면 긴토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그는 소고가 잘 따르는 상대이기도 했고, 부탁도 종종하러 갔었다.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 그 녀석이 잘 따르는 녀석이라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이런 마음의 결과로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소고를 쭉 옆에 잡아두고 싶고, 그가 스스로 자신의 옆에 있어주길 바라지만 그런 생각은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단하다..라.. 그래 자신이 생각해도 그때의 자신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쉬웠던 것은 아니다. 얼마나 많이 생각했는지 얼마나 후회하면서도 후회하면 안된다고 자신을 다그쳤는지, 얼마나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는지, 얼마나 그 순간 괴로워 몸을 혹사했는지.

하지만 자신에게 있을 가슴이 설레여 괴로운 그런 일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다시는 인생에서 맛 볼 수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그 고통의 전야가 안개처럼 내려앉았다.

 

더더욱 상대가 그 녀석 이였기에

그는 핸드폰을 들고 그의 이름을 검색한채 액정에 떠 있는 화면을 멍하니 쳐다보다 결국 연락을 취하지 못한 채 그날따라 무겁게 느껴지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자꾸만 알게 모르게 간섭하게 되는 자신이 잘못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음이 쉽게 정리되지 않았고, 안된다고 생각은 했지만 정리의 필요성을 피부로 와 닿을 만큼 뼈저리게 느끼진 못했다. 순찰을 간다거나 양이지사를 검거한다거나 여러 가지 일을 할 때 그와 함께 있을 수 있어 좋았다. 그래서 가끔 몰래 그 녀석의 순찰 당번을 자신과 같이 하는 것으로 바꿔 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혹은 여러 가지 양심의 문제 때문에 반드시 바꿔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때만 바꿔놓았고, 마땅한 이유가 많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에 둘이 같이 가는날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는 같이 순찰을 가는 날을 기다리는 것이 하나의 낙이였다. 따분한 순찰을 돌고 있을 때 언젠가부터 유우를 자주 만났다. 마주칠 때마다 태워달라고 하거나, 자연스레 음료수를 마시자고 하며 그녀는 말을 걸어왔다. 자주 만나네? 하루는 히지카타가 조금은 이상하게 생각하며 물었다. 그녀는 웃으며 그러게요? 이런거 혹시 운명 아닐까요? 하며 눈을 빛내며 웃었다. 그녀의 다른 말은 크게 새겨듣진 않았지만 ‘운명’ 이라는 말에 그는 왠지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운명이라, 그럼 나는 어떤 운명을 가졌길래 이렇게 도덕적이지 못한 상황에 처해버린걸까 미친것이든 무엇이든 일단 이 감정을 가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 비양심적인 마음을 가지게 했으면서 그것을 거역할 수 있는 용기는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현재 뼈저리게 마음의 정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역시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불어 미츠바가 생각났다. 마음을 고백할 용기도, 받을 용기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 전에 쳐내지도 못한 자신의 우유부단함이 원망스러웠다.

 

 

그가 그렇게 기다리던 그와의 순찰날이 왔다. 언제부터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와의 관계가 전보다 약간은 서먹했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답을 할 수 없었다. 싸운것도 아니고 둘 사이에 무슨 큰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였기 때문이다. 차에 타서도 서로 별 말없이 히지카타는 옆 쪽에 있는 창문만 보고 있었고, 소고도 별 말없이 운전만 했다. 가벼운 차 엔진소리만 조용히 울릴 뿐이였다.

 

 

히지카타는 잠시 생각하다 소고를 힐끗 보고는 말을 걸었다.

 

 

“순찰구역 도착하면.. 경단 먹으러 갈래?”

  

“우와- 땡땡이 치자는 겁니까?”

 

 

몇 번 갔었던 익숙한 경단 집에서 경단을 주문하곤 날이 좋아 밖에 나란히 앉았다. 그가 접시에 놓인 경단을 하나 집어 들곤 말했다.


 

“요즘 나 닮아갑니까? 왜 이렇게 정신상태가 빠졌어요?”

 

경단을 한입 물고는 말했다.

 

“왜, 일 안하고 땡땡이 치는건 너만의 특권인줄알아?”

 

히지카타도 지지않고 투덜거리며 대꾸했다. 한참 서로 말없이 앉아있다가 소고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여자 만났죠?”


“그 여자? 아, 유우 말하는건가? 만났어”


 

이상하게 요즘 자주만나더라 라고 대답을 하려는 찰나 또 다시 마침 이야기 하고 있던 그녀가 둘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히지카타를 보고는 반갑게 달려오다가 옆에 있는 소고를 보곤 약간은 겁먹은 듯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다가왔다. 

 

“부..부장님, 오키타 대장 또 뵙네요”

 

소고는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말없이 경단을 입에 넣었다.

 

“그러게 이상하게 너무 자주 보는거 아냐?”


 히지카타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고를 살폈다. 그의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가 적당히 빠져주길 바랬다. 그녀는 소고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자 약간은 안심한 것인지 히지카타의 옆에서 다른 이야기를 해댔다. 저번엔 다른곳에서 만났었는데 이번엔 여기서 뵙네요? 요즘도 많이 힘드세요? 제가 옆에 있었으면 많이 도와드렸을 텐데, 가끔 가서 도와드릴까요? 그녀는 말끝을 애교있게 살짝 올리며 늘어트리는 말투로 재잘거렸다.

 

“우리 지금 일하는 중이라..”

 

히지카타는 당황하며 말했다.

 

“쉬고 계신거 아니예요?”

 

유우가 웃으며 말했다.

 

“일정표는 어떻게 손에 넣었으려나, 완전 스토커 아니야?”

 

그 둘의 대화를 말없이 듣고 있던 소고가 경단을 다 먹은 스틱을 입에 물곤 그녀에게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거 아니예요 우연히..”

 

“우연같은 소리, 히지카타 너도 무섭지?”

 

그의 물음에 히지카타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몰라 됐다, 얼른 일이나 하러가자 하며 일어섰다. 그러나 소고는 그의 말엔 큰 관심없이 유우 앞에 다가갔다.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며?”

 

소고는 그녀와 히지카타의 대화를 통해 한 두 번 만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우연한 만남을 가장해 계속 그와 접촉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자꾸 얼쩡거리는 그녀를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 유우는 소고를 무서워했지만 둘이 있는 상황이 아닌 히지카타가 옆에 있기에 약간은 안심하곤 히지카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그런 태도가 그를 더 열 받게 만들었다.

 

“미친년이”

 

그는 더 가까이 다가가 거칠게 한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점점 힘이 들어가며 비틀어쥘 때 그녀의 표정이 공포와 고통으로 묘하게 일그러지는 모습에 그는 묘하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람말이 말 같지 않아? 눈에 띄지 말라고 하잖아”

 

“아..아...사...살ㄹ..”

 

“소고!”


 

 

히지카타가 뛰어들어 그를 뜯어 말렸다. 난입한 히지카타 때문에 그는 겨우 약간의 이성을 차리곤 이내 약간은 아쉬워 하며 손을 놓았다. 그리곤 그대로 쓰러져 목을 붙잡고 쉴새없이 켁켁거리는 그녀와 그런 그녀를 부축하는 히지카타를 보며 알 수 없는 비웃음이 지어졌다. 그리고 히지카타는 그런 그를 보고 소리쳤다.

 

“이 새끼야 너 미쳤어? 일반인을 상대로!”


 

부축을 하면서도 사실 그는 약간은 소고가 자신이 그녀에게 호감이 있다고 오해할까봐 ‘일반인’이라는 것을 새삼 강조하며 말했다.

 

“넌 둔영 돌아가서 각오해, 이거 시말서로 안 끝날줄알아”

 

그를 가질 순 없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행동과 오해하게 만드는 행동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경찰이 일반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말이 안되고, 그걸 지켜본 상관이 부하직원을 감싸고 도는건 말이 안되는 일이 아닌가? 당연히 일반인을 감싸는게 맞는거다. 소고는 그를 한참 쳐다보더니 입에 물고 있던 스틱을 바닥에 던지곤 어디론가 사라졌다. 쫓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를 그대로 두고 갈순 없기에 쫓진 못했다. 그가 사라진 방향을 한참 쳐다보다 그녀에게 정중하게 미얀하다고 말하곤 자기가 책임지고 벌을 줄테니 안심하라고 말했다. 일을 크게 만들면 그에게 피해가 갈 것이기에 그는 그녀를 애써 달랬다. 그러자 한참 기침을 하다 진정한 그녀가 그런 그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말했다.

 

“그럼 저 사케 한 잔 사주세요, 그럼 오늘일 다 잊을수 있을거 같아요”


 

 


 

 

 

 

 

 

 

 

 

 

 

 

 

 

오랜만에 곤도가 둘을 불렀다. 셋이 있는건 오랜만이지? 그냥 얼굴이나 보자고 불렀어. 그는 앞에 과일같은 간단한 먹거리를 두곤 앉으라며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곤도가 부르기 전에 소고는 히지카타에게 불려가 잔소리를 들어야했다. 물론 그는 자세히 듣진 않았지만 히지카타는 그를 불러놓곤 말했다. 너, 정신차려 네 녀석의 힘이 힘없는 그런 여자애나 협박하라고 있는 줄 알아? 너 그거 잘못되면 문제 커진다? 제발 부탁이니까 생각 좀 하고 움직이면 안돼? 요즘 좀 조용하다 했더니 이런 사고를 쳐? 너 나 없었으면 어쩔뻔했어? 히지카타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반박을 하고 싶지만 그도 본인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곤 그저 예예- 죄송합니다. 알았어요 잘못했다고. 라고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삐딱한 자세로 앉아 알았으니 그만하라고 말했다. 결국 엄청난 시말서를 써오라는 말을 듣고 그는 투덜투덜 거렸다.


옆에 앉아서 과일 따위를 하나씩 집어먹고 있을 때, 곤도가 히지카타에게 물었다.

 

“연애같은거 안해?”

 

“연애는 무슨”

 

히지카타는 관심없다는 듯 대답했다.

 

“인기도 많으면서 연애는 왜 안해? 아깝다야”

 

곤도는 웃으며 물었다. 그의 말에 소고는 그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관심없어”

 

“하긴, 저녀석이 옆에 있는데 니가 연애나 제대로 하겠어?”

 

“...저 녀석? 그거 혹시 나 말하는 겁니까?”

 

소고가 잠자코 있다가 놀란 듯이 물었다.

 

“그럼, 여기 우리 셋 말고 또 누가 있어?”

 

“내가 뭘 어쨌다고요?”

 

“이 녀석 연애하면 니가 맘편히 살겠냐 이녀석아? 니 질투심에 다른사람한테 쟤 뺏기는걸 보고 가만히 있겠어? 전 부터 여자들이 토시한테 들이대는거 보면 눈에 불켜고 이 녀석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쳐다보면서. 얘가 혹시나 만나는 여자가 생기더라도 여자쪽에서 너 때문에 토시랑 못 만난다고 할걸? 너 같은애 한명 옆에 있는 것 보다는 차라리 연애에도 사사건건 간섭하는 시어머니에 시누이 열명정도 있는게 더 낫다고 생각할지도?”

 

곤도는 머릿속으로 상상했는지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다.

 

“내가 무슨! 그런거 아니거든요? 그리고 쟤 연애 안 하는게 왜 나랑 관계가 있어요? 그건 저 새끼가 고자니까 그런거겠지”

 

곤도는 모르고 있지만 방금 전 그의 말대로 들이대는 여자애를 힘으로 협박했다며 잔소리를 듣고 왔기에 그는 혹시나 마음이 들키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생겼다. 곤도는 여전히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곤도의 방에서 나올 때 히지카타가 장난식으로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그래서 힘없는 여자애를 공격하셨나? 대장님”

 

히지카타는 놀리듯이 물었다. 그리고 내심 그는 곤도의 말에 당황하는 그의 모습이 기분 좋은 것도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시말서는 써와야 된다?”

 

히지카타는 그 모습이 귀여워 웃으며 말했다. 웃어? 소고는 그의 모습에 그녀를 부축하던 일이 생각나 독하게 말을 뱉었다.

 

“별 미친소리를 다 듣네 오늘. 그냥 네 녀석이 누구 옆에서든 행복한 꼴 같은거 보기 싫은거야”

 

그는 어깨에 얹은 그의 손을 쳐내고는 앞서서 걸었다. 개새끼야 그 년한테 니가 너무 무르게 해주니까 자꾸 들러 붙는거 아냐 나한테 먼저 왔어야지 그년이 아니라

 

 

 


 

 


 

 


 

시말서. 세 글자를 쓰곤 한참을 멍하니 하얀 빈 종이를 쳐다보고 앉아있었다. 뭐라고 써야할지 도통 생각나지 않았다. 보통 건물을 부숴서 시말서를 썼을때는 양이지사들에게 뒤집어 씌울수라도 있어 그나마 변명거리가 있었는데 이번일에 대해서는 뭐라고 써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 여자애가 열받게 자꾸 얼쩡거려서 죽여버리고 싶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써서 냈다가 이딴걸 시말서라고 써온거냐며 다시 써오라며 재수없는 그 녀석에게 잔소리만 들었다.

 

“찾았다- 뭐해? 공부해?”

 

어느새 나타난 긴토키가 그의 앞에 의자를 놓곤 마주보고 앉았다. 그리곤 그의 앞에 놓여있는 종이에 써진 글을 보고 물었다.

 

“시말서? 시말서 쓰는거야?”

“..뭐..보다시피.. 이리줘요”

 

“하나도 안썼는데?”

 

“뭐라고 써야할지 몰라서요 아 미치겠다”

 

그는 그대로 책상에 머리를 박고 업드렸다.

 

“그래? 내가 도와줄게! 대충 상황 설명해봐 나 말빨 좀 서는거 알지? 그만큼 이런것도 잘쓰거든? 해결사한테 의뢰하라고”

 

긴토키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소고는 약간 불안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지만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냥 대충 지어내면 안돼?”

 

“옆에 같이 있었으니까 고민이죠, 아 머리아파”

 

“엄청 깨졌겠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설교 들었어요 그 새끼는 잔소리 시작하면 끝이 없다니까요?”

 

“음..근데 왜 그랬어?”

 

긴토키가 묻자 소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냥요 그냥, 짜증나서 그 순간 죽이고 싶었어요. 저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요”


 

소고가 여자애가 누구인지도 말하지 않았고, 상황을 너무나 간략하게 말해서 왜 그랬는지 도통 감을 잡을수는 없었다. 약간 감정상한 듯 툴툴대며 말하는 그에게 긴토키는 웃으며 말했다.


 

“이유 말하기싫구나? 뭐 암튼 그래서 그 여자애는?”

 

“...히지카타가 부축하는거 까지 보고 그 다음은 몰라요 짜증나서 그냥 다른데로 갔거든”

 

그의 말을 듣고서야 긴토키는 그 이유를 대충 눈치챘다. 그리고 그가 약간 감정이 상해 있는 부분도 대충은 짐작 할 수 있었다. 긴토키는 그가 쓰던 종이에 무어라고 글을 쓰며 말을 이었다.

 

“뭐, 직업이니까 당연하겠지 뭐, 근데 나라면 너부터 잡아놓고 부축했을 거야”

 

“...”

 

“너도 뭔가 이유가 있었을거 아냐, 아니 없어도 상관없이 나한텐 니가 1번이니까 니가 무슨 짓을 했다 해도 널 내 옆에서 가게 두지 않았을거야 일단, 난 경찰이 아니잖아?”

 

긴토키는 그에게 말하곤 씨익 웃었다. 어떻게 그런거 일일히 경찰의 역할 따지면서 행동하냐 오오구시군은 새삼 대단하다니까? 긴토키가 작게 중얼거렸다.

 

 
소고는 히지카타에게 화가 나 있었지만 생각할수록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 밖에는 생각할 수 없어 그에게도 그러한 감정을 표현할 수 없었다. 그 녀석이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건 자신이고, 이해를 하면서도 생각할수록 화나는 그 장면에 치를 떨었다. 그 틈을 적절히 파고 들어서인지 긴토키의 말이 그는 약간은 고마웠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긴토키가 새삼 고마워 그는 한참 쳐다보다 말했다.

 

“사탕... 있는데 먹을래요?”

 

“사탕? 왜?”

 

“아니 뭐.. 난 별로 안좋아하니까”

 

우물쭈물 말하는 그를 한손으로 턱을 괸채 쳐다보다 밖에서 자신과 소고를 쳐다보는 히지카타를 발견했다.

 

“음.. 사탕도 좋긴한데.. 이걸로”

 

그는 가볍게 그의 입술에 쪽 소리나게 입을 맞추었다. 조카에게 해주는 듯한 가벼우면서 귀여운 뽀뽀 정도였지만 그는 그 순간이 너무나 달았다.

 

물론 그 이후에 그가 난리를 쳤지만 그런 것 쯔음은 예상했기에 웃으며 받아 넘겼다. 씩씩대는 그가 조금은 진정했을 때 긴토키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시말서 쓰는것도 도와주잖아. 의뢰니까 계산은 해야죠 손님. 그리고 나 약간은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긴토키는 능글맞게 웃었다. 히지카타가 이런 모습을 보게 하려고 일부러 한 것은 소고에게 질투를 받고 있는 그가 부러워 괜히 자신의 마음을 그에게 각인 시키려는 것이였다. 히지카타가 어떤 마음으로 지켜보았을지 그는 알 수 없었지만, 어린 아이가 어른들에게 그들은 관심도 없을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로봇 따위를 들고 자랑하는 것과 같은 심리였고,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의한 것도 있었다.

 


소고는 그 날 이후로, 긴토키에게 궁금한 점이 생겼다. 왜 내가 좋을까? 형씨는 왜 나에게 이렇게 잘해주는 걸까? 이미 거절을 했는데도 이런 행동을 하는건 자존심 상하지 않을까? 그리곤 한편으로는 이 상태에서 긴토키가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다면 약간은 심심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긴토키가 자신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니가 착한 녀석일 리가 없잖아?' 맞아요 형씨, 형씨 말대로 정말 난 착한 녀석은 될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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