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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정말로 사진까지 보내주셨네요. 감사해요. 제 책상 앞에 있는 게시판에 붙여놓을게요. 이 게시판에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붙여 놓거든요. 엄마랑 아빠, 그리고 리츠, 그리고 어릴 때 함께 찍은 츠보미와의 사진, 그리고 체육대회 때 찍은 육체개조부, 얼마전에 놀러 가서 찍은 뇌감전파부 정도 있어요. 그러고 보니 요즘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 같아서 기뻐요. 사진을 보니까 정말로 얼굴이 더 좋아지신 것 같네요. 처세술만은 너무 어려워서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연애는 못하신다고 하셨었는데 이제 처세술까지 익히신 건가요? 여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에요? 역시 엄청 예쁜가요? 스승님만큼 훌륭한 여자겠죠? 전에 책상 아래에 숨겨놓으신 책을 보면 항상 속옷만 입고 있는 여자들 사진이 가득하던데..... 사진이 아닌 여자가 스승님 옆에 있다는 게 정말이지 상상이 안 가요 그래서 더 궁금하네요 역시 스승님은 대단해요. 


저는 어제도 토메선배와 함께 하루 종일 초능력자를 찾으러 벤치에 앉아 있었어요. 토메선배는 진심으로 외계인하고 교신할 수 있는 초능력자를 찾을 생각이신가 봐요. 저는 찾을 생각은 별로 없기도 하고... 초능력자를 알려주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멍하니 앉아 있어요. 그러다가 가끔 눈에 띄게 확 반응될 정도의 능력자가 있어서 보면 멀리서 지나가고 있던 하나자와군 정도였어요. 멍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자꾸만 왔다가 갔다가 하는 것만 쳐다보고 있으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전에 스승님하고 같이 봤던 영화에 나온 좀비들 같기도 하더라고요. 다들 표정도 없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바쁘게 앞만 보고 걸어가잖아요... 그러고 보니 사람들도 저와 토메 선배를 보고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멍하니 앉아서 사람 구경을 하고 있을 뿐이고, 토메선배도 사람들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고..


스승님도 지나가는 좀비처럼 살고 계신 건가요? 아니 아니, 그래도 스승님은 무표정이 아니라 웃으면서 살고 계시죠? 스승님은 항상 자신감이 넘치시잖아요.


스승님, 요즘 조금 쓸데없지만 사소한 생각이 많아요. 제 동생 리츠 말이에요. 어릴 때부터 초능력을 가지고 싶어 했었어요. 저로서는 이런 쓸모없는 능력을 도대체 왜 가지고 싶을까 하고 의문이 들지만 전에 스승님께서 그러셨잖아요, '사람은 가지지 못한 것을 갈망하는 법이다'라고 말이에요. 리츠도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리츠가 가진 많은 것을 부러워하는 만큼 리츠도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싶은가 봐요. 근데요, 조금 안타깝게 느껴지긴 하다만, 제가 동경하는 사람이 저를 부러워해준다는 것만큼 기쁜 게 없어요. 

물론 리츠가 어릴 때 이후로는 입 밖으로 초능력이 가지고 싶다, 형이 부럽다 이런 말을 한 적은 없었어요. 하지만 얼마 전에 우연히 본 일기장에 쓰여 있는 걸 봤어요. 아, 훔쳐본 건 아니에요. 엄마가 공부하는 리츠에게 간식을 가져다주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피곤했는지 리츠가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있었어요. 그 옆에 쓰던 중으로 보이는 일기장이 펼쳐져 있어서 간식을 놓아주다가 우연히 본 것 뿐이고요. 


리츠는 어릴 때부터 일기 쓰는 것을 좋아했었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여름방학 숙제로 한 달 동안 일기 써오기 숙제가 있었는데 전 쓰지 않은 일기를 채우느라 일주일 동안 지난 한 달동안 뭘 했는지 생각하면서 이미 생각나지 않는 제 생활을 지어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허둥대면서 힘들어하는 저를 보고 리츠는 제 일기장을 보면서 저에게 형, 이날은 나랑 게임했었잖아 그 이야기를 써. 그 다음날은 할머니 댁에 갔던 이야기를 쓰면 되겠네. 하고 도와줬었어요. 리츠는 숙제가 아닌 다른 때에도 꾸준하게 일기를 썼었어요. 신기하다고, 귀찮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일기를 나중에 읽어보면 뭔가 얻는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완 정말 다르죠? 하여튼 리츠는 정말이지 따라갈 수 없다니까요.. 에쿠보는 리츠를 볼 때마다 정말이지 더럽게 성실하네,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투로 말해요. 사실 남이라면 당연히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성실함이기는 해요. 


어쨌든, 일기장에는요, 초능력이 있다고 해서 내 생활이 지금에 비해서 나아진다거나, 없다고 내가 열등감과 비슷한 이상한 감정에 시달릴 이유 같은 건 전혀 없지만.. 단지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더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드는가보다. 라고 쓰여있었어요. 그 한 줄을 읽자마자 리츠가 일어나 버려서 그 뒷부분은 읽을 수 없었구요. 자다가 깬 리츠는 간식을 놓아주러 온 저를 보고는 평소처럼 웃으면서, 형 고마워! 하고 상냥하게 웃어주었어요. 

 

그렇게 모든 것을 다 가지고서도 이런 쓸모없는 능력을 부러워하는 게 저는 참 이상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어릴 때부터 줄 곳 초능력을 가지고 싶어 하길 원하고 있었다면 차라리 저를 대신해서 리츠가 가지고 태어났다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했겠다는 생각이 한편으로는 들기도 했어요. 그렇지 않나요? 제가 이 말을 에쿠보에게 했더니 에쿠보가 그랬다면 세상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네. 하고 음흉하게 웃었어요. 무슨 소리냐고 물어봤더니 네 동생은 너와는 다르니까! 하고 말했어요. 물론 리츠는 저와 다르죠. 성실하고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고.... 그래도 제 동생인 만큼 저와 근본적으로 다르지는 않다구요. 가끔 에쿠보는 이상한 소릴 한다니까요? 역시 제령해버릴까요? 하하 이건 농담이에요. 요즘 에쿠보에게 이런 농담을 하는 게 재밌어서 에쿠보가 이상한 말을 할 때 가끔 하고 있어요. 떨면서 아냐 미안해! 하고 말하는 게 웃기거든요. 저도 약간 바뀌었죠?


곁에 조금 더 계셔서 제 고민을 조금 더 들어주실 수 있으셨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멀리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편지로나마 제 고민 상담을 들어주세요. 역시 전 스승님 같은 조언 상대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저에게 지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구요.. 그저 자잘한 고민 같은 거요. 스승께서도 제 나이엔 고민이 많은 게 당연하다고 하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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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오늘은 14일이에요. 저녁 공기가 시원하게 불고 있어요. 이런 날은 괜히 생각이 부쩍 많아진다니까요. 창문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 리츠가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지 않냐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고 저의 손을 잡아끌어요. 리츠가 이렇게 제 손을 잡으면 저는 뿌리칠 수가 없어요. 리츠의 손은 정말 따뜻하거든요.. 리츠는 항상 자상하게 형, 아이스크림에서 '한 개 더'가 나오면 줄게, 하고 말하는데 그렇게 기대하면 이상하게 나오지 않더라고요. 실망해서 아쉽다고 시무룩하는 표정도 귀여워요. 몰랐는데 리츠는 학교에서 조용하고 예의 바르지만 어딘가 모르게 차가운 이미지래요. 저에게는 이렇게 따뜻한데 말이에요. 아마 이런 표정은 저만 알고 있는 거겠죠? 돌이켜보니 스승님께도 항상 리츠는 차가웠던 거 같아요. 리츠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겐 조금 예민하게 구나 봐요. 제 동생이니 형인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릴게요. 갑자기 생각났는데 이사할 때 리츠가 던져버린 노트북은 괜찮은가요? 


얼마 전에는 리츠를 짝사랑하는 어떤 여자애가 집 앞에 찾아왔어요. 밤 9시였나.. 늦은 시간이었는데 요란하게 초인종이 울려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그날 엄마와 아빠는 모임에 나가시고 집에 안 계셨기 때문에 제가 문을 열어줬거든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여자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는 것에서 한번 놀랐고요, 그다음으로는 그 여자애가 너무 예뻐서 놀랐어요. 장난감을 사러 가서 우연히 본 금발 인형 같았어요. 금발의 긴 머리카락이 엄청나게 반짝반짝하고 눈이 엄청 커다랗고 투명했거든요. 눈이 너무 커서 눈동자 안에 빠져버릴 것 같다는 표현은 이런 여자아이에게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물론 저는 츠보미를 좋아하고 있구...저에겐 츠보미가 최고로 예쁘지만, 츠보미 다음으로 예뻤어요! 조금 쑥스러워하면서 저...카게야마군...을 만나러 왔는데요.. 하고 얼굴을 붉히면서 이야기하더라구요. 리츠는 공부 중이라서 방에 있었어요. 이렇게 저녁에 찾아온 여자를 문 밖에 오래 세워두는 건 신사로서의 행동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우선 들어오라고 해서 소파에 앉으라고 했어요. 그리고 오렌지 주스가 괜찮냐고 물어본 다음에 유리컵에다가 따라서 한잔 마시라고 주기까지 했어요. 그 여자는 조금 얼떨떨해했지만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하더라구요. 


리츠의 방에 가서 리츠, 손님이 왔어. 하고 말하니까 올 사람이 없다며 이상하다고 하면서 거실로 나와선 그 여자를 보곤 적지 않게 놀라 하더라고요 그 여자는 리츠를 보고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서서는 카게야마군.. 저... 아무리 연락을 해도 받질 않길래.. 하고 우물쭈물거렸어요. 리츠는 그 여자아이의 연락을 피하고 있었나 봐요. 리츠는 아무 말없이 잠시 있다가 한숨을 크게 쉬었어요. 그리고는 그 여자아이에게 나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말했어요. 그 여자를 데리고 가려다가 뻘쭘히 서있는 저를 보고는 이 여자아이를 데려다주겠다고 금방 오겠다고 했어요. 와아 데이트를 하는 걸까? 하고 제가 웃으면서 묻자 그런 건 아니라고 딱 잘라서 말했어요. 말은 저렇게 해도 역시나 데이트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얼마 안 되어서 바로 들어오더라고요. 왜 인지 조금 화가 난 눈치였어요.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하고 물어보니까 이내 표정이 밝아지면서 아냐 형, 별일 아니야. 하고 평소처럼 웃어주더라고요. 정말 다행이었어요. 그리고는 소파에 털썩 앉아서 하는 말이, 저런 여자애들은 정말 무서워. 라고 했어요. 


무섭다니? 역시 너무 예뻐서? 

형은 정말 착하구나. 예쁘다고 말해주고.. 저 애가 들었다면 정말 좋아했겠네. 

응? 하지만 진짜 예쁘던데.. 

난 저런 애 무서워. 본인의 마음이 거절당할 거라는 생각을 못하는 거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부럽다. 근데 저런 여자애 면 정말 모두가 좋아할 만큼 예쁘지 않아?.... 어쨌든 오늘 여기엔 왜 온 거야? 

.... 몰라 내가 보고 싶어서 왔데. 

역시 리츠는 인기 정말 많구나! 부럽다.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게 뭐가 부러워.


저렇게 예쁜 여자애가 찾아와 준다면 저는 정말이지 그날 밤 잠도 못 이룰 정도로 행복했을 텐데, 리츠는 그렇지 않은가 봐요. 어쨌든 이렇게 저로서는 조금 이해할 수 없는 대화를 하다가 리츠는 자기 폰을 저에게 보여줬어요. 부재중 전화 22통에 문자가 34개 와있었어요. 대충 보니까 34개의 문자에는 34개의 문자 가득, 카게야마군 뭐하고 있어? 카게야마군 오늘은 뭐해? 바빠? 한 번만 만나면 안 될까? 앞에서 기다릴게. 집으로 찾아가도 괜찮을까? 연락 일부러 피하는 거지? 반장 전화는 받던데.. 카게야마군 아까 집으로 안 가고 다른 곳 돌아다니고 있던데 어딜 가는 길이었던 거야? 뭐하고 있어? 혹시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나 모르는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데 공부 좀 알려줄 수 있어? 집 앞인데 잠시만 나와 줄래? 카게야마군.. 카게야마군......


보는 순간 저도 소름이 쫘악 일었어요. 리츠가 번호도 저장해두지 않아서 동그랗고 딱딱한 이상한 형태들의 숫자가 잔뜩 떠있었어요. 그 동일하게 쭈욱 떠 있는 게 너무 징그러웠어요... 리츠는 한숨을 푹 쉬었어요. 저도 조금 무섭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여자에게 모질게 대하면 안 돼, 리츠! 그런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인기 없는 사람이야! 제 말에 리츠는 말했어요. 형은 인기가 많아지고 싶어 하는구나? 난 인기 같은 거 필요 없는데.

물론, 분명히 저 여자아이의 행동이 잘못된 건 맞아. 하고 제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다음엔 혹시나 또 찾아온다면 내가 꼭 한마디 해줄게! 형이? 리츠는 제가 열정을 보이며 말하자 재밌다는 듯 웃었어요. 


스승님, 물론.. 여자에게 모질게 행동을 하면 신사가 아니지만.. 잘못된 행동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혼자서 좋아하는 감정으로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거니까요. 제가 츠보미를 오랫동안 좋아해 왔지만 집 앞에 이유 없이 찾아가서 문을 두드린다거나, 어디엘 가는지 하루 종일 지켜본다거나, 무리하게 전화를 한다거나 하진 않잖아요?


역시 사람들은 어떤 위치에 있던 다들 고민이 있나 봐요. 그래도 저는 제 동생만큼은 고민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리츠는 정말 친절하고 상냥한 제 동생이니까요.


스승님의 여자친구는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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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브에게 편지를 두통을 연달아 받았다. 날짜는 달랐지만 날짜 텀을 많이 두지 않고 연달아 보낸 탓에 동시에 배달이 되었다. 


[모브.

잘 받았다. 두통이나 보내다니 놀랐어. 요즘 뭔가 고민이 많은 거냐? 사실 편지만 읽어서는 도대체 뭐가 고민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네 동생이 초능력을 가지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거니? 설마? 뭐.. 그런 게 고민이라면.. 뭐, 어쩌겠냐.. 네가 초능력을 쓴다고 한들 저 녀석에게 그 재능까지 심어줄 수는 없는 부분인데.. 그건 네 탓도 아닌 데다가, 네 동생 녀석은 초능력이 아닌 다른 모든 것을 다 가졌으니 네 동생 녀석은 지금 행복한 고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뭐, 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네 편지엔 동생 녀석 이야기가 정말 많네. 여전히 사이가 좋구나. 정말이지 신기하다. 사이가 그렇게 좋은 형제는 흔치 않거든. 보통 형제라면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게 일반적인데 말이야. 내 주변 사람들 보면 나이 먹어서까지 맨날 치고받고 싸우더라. 물론 그런 것보다야 사이좋게 지내는 편이 당연히 좋지. 부모님은 너희 둘이 사이좋은 것만 봐도 마음이 참 편하시겠다. 얼마나 보기 좋으시겠니. 그리고..... 네 동생 녀석이 던져버린 노트북.. 다행히 심한 고장은 없었어. 그러니까 걱정 마라.


그리고 말야, 네 동생은 정~말 의외로 인기가 많네? 사실 난 왜 많은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그리고 말이야, 그 여자애는 그렇게 예쁜데 네 동생 녀석을 왜 따라다닌다냐? 자길 좋아해 주는 다른 남자애들도 많을 텐데. 뭐, 자기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더 흥미가 갔는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무튼 그런 진드기 같은 여자애들은 잘해주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이제 너한테 자꾸 부탁하면서 그 녀석에게 접근하려고 할 거야. 일명 스토커라고도 하지. 넌 이용당하기 쉬운 타입이니까 조심해야 해.


뭐 이 부분에서는 이 정도 해놓고, 너에 대해서 말하자면, 우선 전에도 말했듯이 너의 초능력이라는 것에 대해서 마이너스적인 요소만 생각하지 마라. 너에게 도움받고 있는 사람도 많잖냐! 지금이야 내가 옆에 없지만 내가 전에 가르쳤던 대로 행동하면 된다! 이 스승님의 가르침을 헛되이 하지 말 것!

이렇게 길게 편지를 써서 보내는 걸 보니까 뭔가 너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말로는 표현을 못하는 걸 글로 표출하는 것 같네. 덕분에 너에 대해서 지금도 옆에 있는 것 이상으로 알아가는 것 같아서 이 스승님은 기분이 좋다. 고민이 아닌 그냥 하고 싶은 말이라던가.. 여튼 뭐든지 좋으니까 앞으로도 쭉 써주렴. 나도 최대한 바로바로 답장해줄게.]





편지를 쓰는 도중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시간을 보니 10시 반이었고 그저 뭘 하는지 궁금해져서 전화를 했다고 했다. 응 나 뭐... 전에 말했던 제자에게 두통이나 편지가 와서 답장 쓰고 있어. 와아 답장? 레이겐씨 편지도 쓴단 말이야? 나에게는 한 번도 쓴 적 없지? 내일 나 만날 때 나에게도 편지 써와! 아... 아니 편지랄까... 그냥 이거... 에이포 이면지에 대충 쓰는 건데.... 다 알겠으니까 에이포 용지던 뭐든 좋으니까 나한테도 쓰라구!





[하아.. 모브, 처세술은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힘들단다. 방금 괜히 너한테 편지를 쓰고 있다는 한 마디 때문에 나는 오늘 여자친구에게도 편지를 써야 하는 고생을 해야잖냐. 처세술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도 수많은 생각을 하면서 꺼내야 한단다. 정말 머리 터지는 일이지. 너라면 이렇게 말하겠지? 편지 쓰는 게 왜 힘든가요? 써주면 되잖아요?.. 하지만 말야, 정말 여자친구가 어떤 형태로도 상관없으니까 편지를 써달라고 했더라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절대 안 된단다. 너한테 하듯이 이렇게 에이포 이면지에 써서 주면 전쟁의 시작이 되고 말아. 제자에게 쓰듯이 나에게도 이렇게 쓰면 어떻게 해? 당신 제자와 내가 같아? 라는 말로 시작해서, 성의가 없다며 자기를 사랑하긴 하냐는 둥 변했다는 둥 난리를 칠 거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쓸 때는 편지지도 필히 예쁜 팬시점에서 구입해서 쓰도록 하렴. 글씨도 분명히 또박또박 써야 한다! 이건 스승님의 처세술 조언이다! 


그리고 내 여자친구는 상냥이라던가 친절... 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 물론 착실하고 때론 자상하지만 오히려 털털하고 재밌는 성격이란다. 세상 모든 여자가 마냥 자상하고 상냥하진 않잖니? 네 옆에 있는 토메나 메자토만 봐도 알잖냐. 세상엔 동그라미 세모 네모 육각형 등등 다양한 형태의 사람이 있고, 또 그 모양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야. 그리고 처음엔 동그라미인 줄 알았던 사람이 세모나 네모였다는 걸 나중에 알아채고도 하고.. 뭐, 아직 너에겐 너무 고급 처세술이라 넌 아직 모를 거다.


조금씩 나에게 상담하면 이 스승님이 하나하나 답해주마!

몸 건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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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싸 8화는..... 정말이지 레전드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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