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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자와군을 만났어요. 하나자와군은 학교 앞까지 일부러 찾아와서는 상담할게 있다고 말했어요. 대충 들어보니 역시 초능력 사용에 대한 가벼운 문제에 대한 고민이었고, 사실 제가 대답해줄 수 없는 문제였어요. 하나자와군도 저에게 답을 듣기 위해서 왔다기보다는 그저 같이 초능력을 사용할 줄 아는 동지로써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구요. 

저희 학교의 여자애들은 저를 찾아온 하나자와군을 보고는 누구냐며 수군 수군대고, 다들 곁눈질을 하면서 지나가거나 대놓고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는 지켜보곤 했어요. 그런 시선들이 너무 당연해서 의식하지 않는지, 아니면 모르는 건지 그런 여자들의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저를 보면서 자상하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저였다면 그런 시선이 너무나 부담스러워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 했을 거예요. 스승님도 아시다시피 하나자와군은 굉장히 잘생겼잖아요? 전에 저희 엄마도 지나가다가 하나자와군과 있는 저를 보고는 그날 저녁에 다시 물어봤었어요. 아까 같이 있던 친구는 누구니? 굉장히 잘생겼던데. 너에게 그렇게 잘생긴 친구도 있었니? 하고요.


요즘 저는 하나자와군을 조금은 피하고 있었어요. 전에 제가 말했듯이 저는 하나자와군이 부러웠거든요. 인기도, 재능도, 심하게 대해버렸던 저에게 자상할 수 있는 인품까지. 제가 하나자와군의 옆에 있으면 그나마도 작은 제가 더욱 작은 인간이 되어버리는 끔찍한 기분이에요. 그래서 하나자와군의 눈도 쳐다보지 못한 채로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는 먼저 가보겠다고 했어요. 하나자와군은 그런 저를 보고는 카게야마군, 혹시.. 돈이 없는 거야?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 하고 말하면서 저를 달래려고 했지만 그런 말조차 저는 기분이 나쁜 거예요! 물론.. 돈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요... 어쨌든, 하나자와군에게 저는 억지로 웃어 보이면서 그런 게 아니고 정말로 바쁜 일이 있으니 다음에 보자고 말하면서 뒤돌아 왔어요.

에쿠보는 그런 저를 뒤따라오면서, 뭐야, 딱히 별일 없잖아? 하고 물었어요. 저는 에쿠보의 말에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어요. 하나자와군 하고 같이 있으면.. 뭐랄까.. 하나자와 군이 싫은 건 아니지만.... 뭐랄까... 음... 아니 오늘은... 하고 말을 망설이자 에쿠보는 저를 보곤 말했어요. 뭐야, 열등감이냐? 그런 걸로 치자면 리츠와도 비슷하잖아? 리츠에게도 느끼고 있는 거야? 열등감? 하고 웃겨 죽겠다는 얼굴을 했어요.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리츠는.. 리츠는 달라

뭐가 달라? 아, 하나자와에 비하면 빈약한 초능력?

그런 거 아니야! 그... 뭐랄까.. 아무튼... 리츠는... 달라

시게오 너 의외다. 은근히 초능력을 가진 그릇을 두고서 차별하는구나? 뭐 나쁘다고 하는 건 아냐, 차별이 가끔은 필요하기도 하지만...

에쿠보. 조용히 해줄래?


제가 말하자 에쿠보는 그 이후로는 별말없이 제 곁을 조용히 따라왔어요.


스승님! 리츠와 하나자와군은 다르다구요. 리츠는 항상 완벽한 것이 당연한 존재예요. 저는 언젠가 리츠가 초능력을 쓸 수 있을 거라고도 믿고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리츠가 초능력이 생겼다는 말을 했을 때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었고요. 게다가 걱정했던 것을 비웃듯이 초능력이 생겼음에도 여전히 저에게 좋은 동생으로 남아있잖아요. 무엇에도 자만하지 않는 그 겸손함이 항상 저를 설레게 만들었거든요. 리츠에게 제가 열등감같이 더러운 감정을 느낀다니... 에쿠보는 정말이지... 정말이지 항상 이상한 소리만 한다구요...!


그래서 제가 가다가 에쿠보를 홱 돌아보면서 말했어요.


에쿠보, 앞으론 이렇게 착 달라붙어서 나를 따라다니지 마 








스승님, 저는 밤을 좋아해요. 왜냐하면 밤이 되면 조용하고, 시원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깊은 저녁이면 제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오는 저만의 사랑스러운, 아름다움의 결정체...! 

제가 그랬던 것처럼 몰래 다가와서는 자는 척하는 저를 빤히 쳐다보는 거예요. 그러다가 내가 했던 행동과 똑같이 제 입술을 한번 슬쩍 만져보기도 하고요. 아, 손끝마저 따스하구나. 하고 저는 다시 한번 느꼈어요. 가까이 다가오는 가벼운 숨결에는 숨이 막힐 것만 같아요. 만약, 자객이었다면 기꺼이 목숨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자객인 거죠. 눈치가 없는 저라도 그 의도를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 돼요. 왜냐하면 저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저는 감은 눈을 슬그머니 떴어요. 제 시선을 보고 움찔 놀라 했고요. 침착한 쪽은 저였어요. 저, 역시 조금은 변했죠? 먼저 입술을 맞대었던 것은 저였거든요. 저는 짧게 대었다가 떼었지만 그다음에 제 뒷목을 잡아끌었던 것은 리츠였어요. 입안은 참 따뜻해요. 이상하게 미끌미끌 한 것이 내 기분마저 이상하게 만드는 거예요.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어요. 리츠가 그만하고 떨어지려는 걸 제가 저지하고서는 계속 접촉해 있었었거든요. 느꼈을 거예요. 아, 형도 계속 나와 이렇게 나누고 싶은 거구나. 하고요. 그리고 안심했을 거예요. 저희 둘의 맞닿은 혀가 너무 달콤했어요. 제 혀에 닿자마자 사르르 하고 녹아내리는 것이 마치 물 표면에 떨어져 내리는 눈꽃송이처럼, 아니, 놀이공원에 파는 커다란 분홍색 솜사탕처럼 예쁘고 달콤하고 환상적이었어요. 하늘에 떠 있는 구름처럼 후 하고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이 가볍고 부드럽게  폭신폭신하기도 한 그런...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듯한 벅찬 감정을 주는 것이었어요.


제 파자마를 말아올리고는 손을 집어넣는 바람에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계속 키득키득 웃어댔어요. 리츠는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고요. 그리곤 제 귀에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돼. 말하자면 우리 둘의 비밀이야.

신난다, 리츠와 둘만의 비밀이라니!

쉿 조용히 해. 엄마가 깨겠어,


하고 말한 뒤에 그 촉촉한 입술을 다시 제 입술에, 그리고 그 따뜻한 손을 다시 제 몸에..!


스승님 그거 아세요? 입을 맞추고 난 다음의 입술은 빛이 없는 밤이라도, 불이 꺼진 어두운 집안이라도 투명하게 촉촉한 것이 선명하게 느껴져요. 희미한 불빛에 빛나는 눈동자는 달빛의 조각을 하나 떼어둔 것 같이 아름답습니다.


다행히 에쿠보는 보이지 않았어요. 아마 다른 곳을 돌아다니고 있나 봐요. 정말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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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감전파부에서 오늘은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어요. 상영 중인 영화를 영화관에 가서 보는 것은 아니었구요. 토메 선배가 자신의 집에 커다란 TV가 있다며 저희를 집으로 초대했어요. 모두들 음료며 과자를 사들고는 신나서 뛰어갔고요. 친구의 집이라니.. 저도 눈에 띄게 내색을 하지는 못했지만 처음이라서 너무 신나버렸어요.


토메선배는 외계인과의 교신이라던가, 텔레파시라던가 남들과는 다른 조금 이상한 면이 있는 선배지만, 선배의 집은 생각보다 평범했어요. 저희 집하고 비슷한 크기의 주택이지만 아들 둘이 있는 집과는 다르게 인테리어에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거든요.

토메 선배가 빌려온 영화 비디오는 제목이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는 영화였어요. 정말이지 부원들이 전부 남자인 뇌감전파부와 저를 모아놓고서 멜로 영화라니, 모두가 센스가 없다며 항의했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하자 모두 입을 다물고 영화에 집중했어요. 


물론 초반이 지루하다고 느낀 부원 2명은 앉아서 졸기 시작했구요, 토메 선배는 교회에라도 앉아있는 듯이 두 손을 모으고서, 꼭 보고 싶었지만 혼자 보긴 너무 외로울 것 같았다면서 감동에 벅차올라 있었어요. 저는 별생각 없이 보고 있었고요. 재미가 없는 것도,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닌 잔잔한 영화였어요. 영화의 중반에서 헤어졌던 남자와 여자가 드디어 만나게 되어 반가움에 벅차올라 긴 시간 동안 입을 맞추는 장면이 나왔어요. 토메선배는 그 장면을 보자 제 팔을 잡으면서, 모브! 이 장면이야 이 장면! 완전 하이라이트라구! 너무 아름답고 로맨틱하지 않아? 하고 마치 본인이 영화에서 막 입맞춤을 끝낸 여자처럼 뺨을 양손으로 잡고 어쩔 줄 몰라 했어요. 저 역시 곧바로 리츠가 생각나서 얼굴을 뜨거워졌어요. 혀끝의 그 미끄러운 감촉이 곧바로 생각나버렸거든요. 

옆에서 이누카와가 영화가 끝난 후에 황홀해하는 토메선배에게 말했어요.


부장, 너무 그렇게 황홀해하지만은 마세요. 제 친구가 키스를 해봤다는데요 생각보다 그렇게 좋지만은 않데요. 게다가 막 입에서 이상한 냄새도 나고....

에엣?! 말도 안 돼! 종소리가 들린다고 했다고! 남자들은 로맨틱한 감정이 없어서 말이야. 뭘 하겠어 너희들?!


그 말을 듣다가 제가 웃다가 말했어요.


하하, 그렇지 않던데요? 전 기분 좋은 치약 냄새가 났었는데.. 종소리라는 것은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히 좋은....

응? 모브 너도 그런 이야기하는 거 듣고 그러는구나? 좀 안 어울린다야. 역시 그 수상한 알바하는 곳의 레이겐씨가 이야기해주신 거야?

아.. 아뇨 스승님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신 적은 없는데..

그럼?

아.. 그게...

그러고 보니 치약 냄새....는 


제가 대답을 못하자 갑자기 같이 있던 모두가 저를 홱 돌아보면서 정적이 흘렀어요. 뭐야? 설마 모브 너 키키...키..키스라도 해본 거야? 하고 다들 눈알이 튀어나올 듯한 얼굴을 하고서 저를 바라봤어요. 하지만 이건 저와 리츠의 비밀이기 때문에 저는, 아니에요. 그냥 TV라던가...에서 본... 거예요. 하고 대답했어요. 제 대답에 다들 엄청나게 맥빠진 표정으로 뭐야, 깜짝 놀랐잖아! 하고 버럭 했어요.


하지만 토메 선배의 말은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요. 종소리가 울린다는 것은 조금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전혀 과장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누카와가 말한 그 친구는 종소리 같은 것을 들을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 사람과 입맞춤을 하지 않은 거죠. 정말로 좋은 사람과 했다면 분명히 아,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절대로 과장된 것이 아니구나! 하고 알게 될 거예요.




얼마 전은 모의고사 날이었어요. 채점 결과는 당연히.. 높진 않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올랐어요. 이런 날은 기분이 별로예요. 모두 다 기운이 쭉 빠져있거든요. 활기차게 저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메자토도 그날은 조용할 정도라니까요? 그날은 제가 주번이라서 교실 뒷정리를 하고 가야 했어요. 같이 주번을 하는 친구는 몸이 아프다며 오늘만은 혼자 해주면 안 되겠냐며 죽는 소리를 하며 말했어요. 혼자 하면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지만 아프다는 애를 붙잡는 것은 안되잖아요? 어서 집에 가보라고 했어요. 내일은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고 말했구요.


집 가는 길에 학교 안에서 리츠를 만났어요. 리츠는 역시나 시험을 잘 봤겠죠? 리츠는 딱히 기운이 없지도 않았고 평소와 같았어요. 학생회 완장을 차고 있었구요. 아직 집에 돌아가는 게 아니었는지 가방을 들고 있지는 않았어요. 


리츠, 시험은 잘 봤어?

나야 뭐, 형은?

난....하하 조금 오른 정도...라고 해야 하나...

집에 가는 거야?

응! 리츠는 안가? 가방은?

나는 학생회에서 잠깐 학교 단속 문제로 둘러보라고 해서 보다 가려고

아 그럼 지금 못 가겠구나? 그럼 나도 도와줄게!

그래? 그럼 나야 고맙지


일찍 끝난 덕에 학교는 텅 비어 있었어요. 일찍 끝나는 날엔 불량학생들이 학교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과학실에서 이상한 약물을 가지고 장난을 치거나, 빈 교실에서 소지품을 훔치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학생회에서 번갈아가면서 한 명씩 학교의 특정 장소를 한 번 둘러보고, 그다음 수위 아저씨가 한 번더 둘러본 이후에 문단속을 하게 되어 있데요.


모두 그런 소식을 알았나 봐요. 리츠와 걷는 학교의 복도에는 그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넓은 학교엔 타박타박 하는 저희 발걸음 소리만이 조금 작게 울리고 있었거든요. 


리츠, 학교엔 우리밖에 없나 봐

그러게. 아무도 없는 것 같네

그... 아무도 없으면....

응?

손.. 

손?

손잡으면...


제가 좀 우물쭈물하면서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뭐야, 하고 작게 웃으면서 제 손을 살짝 잡아줬어요. 그래서 제가 보다가 말했어요. 그 학생회 완장도 내가 차보고 싶어! 하고요. 사실 이 말을 할까 말까 계속 망설였거든요.. 뭔가 좀 너무 찌질해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리츠는 제가 말하자 바로 빼내서는 제 팔에 채워줬어요. 


나는 리츠가 이걸 찼을 때가 가장 멋있었어. 아 물론 평소에도 엄청 멋있지만..

뭐야 그거. 아무것도 아닌데

이거 잠깐이지만 내가 차고 있으니까 뭔가 내가 리츠가 된 거 같아. 시험 보면 당연하다는 듯이 맨날 1등에 인기도 많고, 나 같은 얼간이 짓도 하지 않는...

형이 얼간이라니, 그런 거 아니야


텅 빈 학교의 고래 내장 속 같은 긴 복도를 지나다니다가 우리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양호실이었어요. 이곳에선 가출한 학생들이 숨어 있다가 자고 가기도 한데요. 꼼꼼히 살펴봤는데 역시 양호실도 텅 비어있었어요. 새하얀 커튼과 새하얀 침대가 얌전히 있었구요. 

저는 이 양호실과 친해요. 육체개조부의 활동 때문에 자주 누워있었거든요. 제가 침대에 걸터앉아서는 말했어요.


리츠, 여기 잠깐 앉아. 잠깐 쉬었다가 가자.

수위 아저씨가 기다리실걸? 어서 나가야 해

어? 지금 학생부의 말에 거역하는 거야?


제가 농담 식의 말투로 카무로 회장 흉내를 내면서 말했어요.


이 완장 보이지? 나 학생회야


리츠는 어이없다는 식으로 웃었어요


어때? 나 똑같지?

전혀. 회장이 그렇게 무른 말투로 말한단 말이야?

에이..


리츠는 제 옆에 앉았어요. 


리츠도 양호실 자주 왔었어?

뭐 전해주러 가끔

그렇구나 난 자주 왔는데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무리하는 건 좋지 않아

응! 하지만 선생님도 친절하시고 여기 누워서 깰 때 운동장에서 와아아 하고 들리는 애들 소리도 좋아


제가 침대에 앉은 채로 뒤로 털썩 누워서는 말했어요.


리츠도 내 옆에 누워봐! 아.. 오늘은 모두 집에가서 조용하네


제 말에 리츠도 누워서는 그러게, 조용하네. 하고 작게 말했어요.

옆에 누워서 보는 리츠는 더 잘생겼어요. 천장을 보고 있는 리츠에게 저를 봐달라는 뜻으로 볼을 한번 콕 찔렀어요.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리츠의 손을 다시금 꼭 깍지 껴서 잡고는 말했어요.


뽀뽀. 하고 싶어


저와 리츠는 그대로 입술을 가만히 맞대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시간이 멈춘 듯했어요. 학교 안도, 학교 바깥도, 엄청나게 조용했거든요. 조용히 부는 바람조차 우리의 비밀스러운 행각을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듯 멈춰버렸어요. 그리고 저는 리츠의 입안에서 녹는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정말로 달콤하게 말이죠. 

양호실에 베여있는 소독약 냄새와 새하얗게 바스락대는 침대 시트가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리츠와 저는 학교의 모든 공간, 세상의 모든 것들로부터 쫓겨와서는 이 자리에 와서야 비로소 완성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듯이 허겁지겁 서로를 핥고, 혹여나 놓칠까 무서워서는 깍지 낀 손을 더욱 꼬옥 움켜잡는 것이에요. 


침대에 파묻혀 벅차오르는 희열, 무서운 공포감, 두려움, 그리고 함께 있다는 안정적인 평화로움을 한 몸에 느끼면서 가만히 눈을 감아요. 


스승님,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 나를 사랑스럽게 만져주고 있다는 것이 정말로 제가 대단한 사람이 되어버린 듯한 착각이 일어버린다니까요.. 사실은 별것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더욱 이 손을 놓고 싶지 않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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