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지오키/압캄압 요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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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하기 짝이 없는 복수심일지도 모른다. 조금 더 그럴싸한 이유를 붙여보려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내 머리에서 뭐 얼마나 고상하고 고고한 단어가 떠오르겠는가? 


인쇄 버튼을 누르자 프린터가 바쁘게 인쇄된 종이들을 토해냈다. 내일 히지카타에게 모든 증거를 보여주기로 했다. 수북이 쌓이는 종이를 보며 순서대로 나왔는지 검토하면서 차례대로 정리했다. 


아직도 숙취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느즈막한 저녁에 겨우 만난 히지카타는 웃으면서 나에게 음료를 주며, 기억은 나냐며 물었다. 히지카타의 예상으로는 전날의 추태를 보인 내가 조금은 당황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분명 기분이 좋았더라면 나 역시도 당황해하면서 히지카타의 얼굴을 보기도 민망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럴 기분이 아니었고, 되려 싱글싱글 웃으며 묻는 히지카타의 면상을 한대 후려 갈기고 싶은 기분이었다. 히지카타가 민망할 정도로 정색하며 답했다.


"기억나. 전부 다"

"다행이네"

"다행? 뭐가 다행인 건데?"


내 말에 히지카타는 말 문이 막혔는지 답하지 않았다. 까칠하고 싸늘하게 구는 내 태도에 히지카타도 당황해 했다. 어제 술 마실 때의 나는 굉장히 기분이 좋았고, 히지카타에게 의존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기에 더 괘씸한 거다. 그런 내 태도를 봤으면 나를 혼자 두고 가진 말았어야지.


"일어나보니까 너 없더라.. 나 혼자 있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누구보다도 네가 잘 알 거야"

"..."

"기분 진짜 좆같았어"

".... 속은 괜찮아? 앞으로 그렇게 무식하게 먹지 마"


히지카타는 내 눈을 피하며 말했다. 변명 대신 말을 돌리네.


"응. 이제 그렇게 안 마실 거야. 사실 하려던 중요한 이야기가 있었어. 술김에 신나버려서 말할 타이밍을 놓쳐버렸어. 내일은 술 마시지 말고 차나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하자"


인쇄가 끝났는지 프린트에서 나오는 미세한 소리가 멈추었다. 출력을 마친 인쇄 종이를 봉투에 넣었다.


".. 뭘 출력하는 거야?"

"내일 보면 알아. 왜? 일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어색해?"

"아니.. 뭐.. 그런건 아니고.."

"원래 나같이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들이 뭔가를 열심히 할 때가 무서운 거잖아"


히지카타가 무언갈 이야기하려고 할 때, 일부러 듣지 않고 밖을 나갔다. 봉투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더 쏴붙였어야 했는데 왜 일부러 나왔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분 나쁘게 일부러 어깨라도 부딪치고 나올 걸....


손에 들린 종이봉투를 다시 쳐다보았다. 홧김에 히지카타를 지나쳐서 나왔지만... 사실 조금은 무섭기도 하다. 내가 터트린 이 일로 변화될 히지카타와 이 안의 조직, 그리고 이 일이 사회에 상상이상으로 큰 이슈가 될까 봐... 맞아. 일단 지금의 나는 나 답지 않다. 히지카타와 관계되어 있기 때문인가? 이상하게 드는 이런 복잡한 감정은 뭘까.... 하지만 마냥 망설여지는 것만도 아니다. 히지카타도 알아야 할 일이고, 어차피 곧 밝혀질 일을 내가 먼저 들춰내는 것 뿐이다. 지금껏 내가 일하면서 만들어진 사건들 역시 상상 이상으로 컸는데 뭐, 


히지카타의 충격받은 표정과 마츠다이라 선생의 모든 걸 잃은 표정이 보고 싶다.. 이쁘장한 얼굴을 한 쿠리코의 절규.. 절대 그런 일 없었다며 히지카타에게 매달리는 그 모습.. 혹은 정곡을 찔려서 새파랗게 질려서는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며 무릎이라도 꿇으며 히지카타를 잡는 그런 추한 모습이 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어서.... 


이제 방해자들을 싹 정리하는 거야. 히지카타, 너와 나 이제 전처럼 아침까지 같이 누워 있었으면 좋겠다. 길다란 손가락으로 내 머리카락도 한번씩 쓰다듬어줬으면 좋겠어. 같이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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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월광소나타' 

카페에 가볍게 선율이 울린다. 클래식 같은 걸 즐겨 듣는 편은 아니지만 이 음악은 알고 있다. 파란 빛을 머금은 가냘픈 초승달이 옅은 구름이 간간히 뿌려져 있는 보랏빛 하늘에 떠 있는 장면이 어렵지 않게 연상되는 음악이었다. 끊어질 듯한 미세한 달빛.. 봐달라며 애처롭게 말하는 감정이 들어있지만 결국 작곡가 자신도 비극으로 끝날 결말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얇고, 강렬하면서도 불안하다. 베토벤이 청혼하려 만들었지만 그 여자의 약혼자의 앞에서 연주해버린 그런 비운의 음악.


음악이 끝나갈 즘에 히지카타가 들어왔다. 노트북을 보고 있는 나를 보며 달려왔다.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 같다고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오늘따라 히지카타는 더 잘생겼다. 은은한 여유까지 있고.. 히지카타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입을 뗐다.


"...몸은 괜찮아?"

"뭐, 당연하지. 너랑 술도 먹을 정도 였잖아. 근데 여기까지 부른 이유는 뭐야?"


뭐가 급한지 바로 묻는다. 승질도 급하셔라. 저 초조한 모습이 우습기까지 하다. 앞에 놓인 주스 한잔을 마시면서 물었다.


"너도 들어봤을 거야. 부모가 자기 자식을 제일 모른다고들 하잖아"

".... 응 많이 들어봤지"

"그렇다면 애인은 서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각하는 중이야"


히지카타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그리고는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해 둔 사진을 꺼내서 히지카타의 앞에 내밀었다. 히지카타는 내가 책상에 놓은 사진들을 들고서 한 장 한 장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마주보고 앉은 나는 옆에서 눈을 빛내며 쳐다볼 뿐이다. 조금은 심각한 표정으로 사진을 훑어본 히지카타는 내 앞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 이 사진을 보여주는 이유가 뭐야?"

"내가 그런 것도 알려줘야 돼? 잘 봐, 이 사진 속 여자. 쿠리코, 아니 네 아내잖아"

".... 알아. 근데?"

"... 이 옆에 남자는 마츠다라고...!"

"다 알아. 근데 그게 뭐가 문제가 되는지를 모르겠다는 거지. 같이 커피 한잔 마신 게 뭐가 어때서?"

"커피만 마신 게 아니니까 그렇지. 이거 봐. 이 뒤에 사진 보면 집까지 드나들고 있잖아!"


내가 다시 사진을 집어 들고 콕 집어서 보여주자 히지카타는 다시 그 사진을 보고는 다시 나를 보며 물었다.


"할 이야기라는 게 고작 이런 거였어?"


... 히지카타가 아닌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 할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게 자존심 상했더라도... 그게 내 앞이라서 체면을 지키려 애쓰더라도, 절대로 감추지 못할 정도의 충격이라고 생각했다. 말로는 저렇게 덤덤하게 말하더라도 표정이라도 살짝은 굳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런 의심 없는 표정으로 하는 말이 고작 이런 거였어? 라니... 사랑이 없어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라면 정말 좋았겠지만.. 지금 히지카타가 이렇게 말하는 데엔 사랑의 부재라기보다는 그 여자를 향한 굳은 믿음이 보이는 것 같아서... 어지러울 정도로 조급함을 느꼈다.


"고...고작? 고작이라니? 나는....! 너 없는 동안에 이걸 알고 갈등했어. 너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이걸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고민? 고민을 했다고? 네가? 내가 돌아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보여주고 있는데?"


히지카타는 내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꽤나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보기에 내가 이런 사실을 알려준 것 자체가 잘못된 건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지만 그건 아닐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자신의 부인이 이런 짓을 하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도 이렇게 냉정할 수 있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이미 알고 있었거나, 뒤에서 이런 짓을 하고 다녀도 별로 상관없는 사이라는 것.


"아하, 너 이미 알고 있었구나?"

"... 뭘?"

"혹시나 해서 통화기록하고 같이 드나드는 영상 같은 것도 다 준비했는데.. 필요 없겠네"

"....."


히지카타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의도를 읽을 수가 없어서 나도 히지카타를 빤히 바라보았다.


"뭐야,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 너 이상해서"

"뭐가 이상해"

".... 내가 다시 돌아올 줄 알고 있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확 돋는다. 안된다. 이렇게 던지는 말에 냉정함을 잃어서는 안된다.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다..당연하지. 그게 우리 둘 사이의 믿음 아니겠어?"

"그런 막막한 상황에서 백 퍼센트의 믿음 같은 건 생기지 않을텐데. 너 정말 대단하다"

"대단하다,라는 표현은 틀렸어. 너 정말 나를 믿는구나 라고 말해야지"


우리 사이에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히지카타는 이상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히지카타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은 처음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상황을 보면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히지카타는 자신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인지했는지, 의미를 알 수 없는 실소를 터트리며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래, 미안. 지금 내가 조금 예민하지?"

"응. 지금 예민해. 그래도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이번엔 내가 이해할게"

"소고.. 네가 쿠리코를 싫어하는 거, 잘 알아. 그래도.. 이런 모함은 하지 마"

"모함 아니야. 뭐야? 지금 나를 못 믿는 거야?"

"못 믿는다는거 아니야. 하지만 이런 건 지금 시점에서 도움 안 돼. 우리가 할 일은 따로 있잖아"

"업무상의 이야기를 하고 싶으시다..? 납치범 찾는 이야기인가?"

"우린 경찰이야. 이런 시덥지 않은 이야기보다는 업무 이야기하자"

"이미 찾아뒀어. 범인도"


내 대답에 히지카타는 내 말에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나에게 물었다.


"찾았다니?"

"걱정하지 말라구, 찾았어"

"어떻게 찾았는데?"


히지카타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다시 물었다. 그리고는 취조하듯이 나에게 질문을 연속으로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어떤 근거로? 네가 나한테 납치당한 정황이나 그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어떤 환경이었는지, 납치범 목소리는 어땠는지, 물어본 적은 있어? 내가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걸 알아볼 시간도 없었을 텐데. 네가 어떻게? 


히지카타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해졌다. 내가 당황하고 있다는 걸 감출 수 없을 정도로 당황했다. 히지카타는 내 표정을 살피더니 다시 말했다.


"납치범을 추정하는 거야? 아니면 한 명 찍어서 범인으로 만든 다음에 이 사건을 끝내려는 거야?"

"... 끝내려는 건 아니야. 굳이 말하자면 추정..."

"추정...이라.."


히지카타의 표정은 계속 어두웠다. 지금 예민하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이대로는 절대 이야기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지 않았다. 우선 히지카타의 이런 까칠하고 진정되지 않는 태도에 나 자신이 이 대화를 더 이상 진행시키고 싶지 않았다. 히지카타가 무어라고 이야기를 하려 할 때 히지카타의 말을 가로막고서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만. 네 상태 지금 진짜 별로다.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

"앉아"

"다음에 이야기하자"

"앉으라고!" 


벌떡 일어나서 나가려는 나를 향해서 테이블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히지카타가 나에게 저렇게 소리친 적은 그렇게 많지 않다. 카페의 모든 사람들이 히지카타와 나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냉정한, 아니 그 이상으로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는 히지카타를 빤히 바라보다가,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카페를 나갔다. 문에 달려 있는 작은 종소리가 짤랑- 하고 짧게 울리었다. 물론 히지카타가 나에게 명령을 내리는 상사의 입장인 것은 맞지만 오늘 같은 개같은 명령은 정말이지 사람 빡치게 만든다. 바깥 바람을 가볍게 맞으며 히지카타가 혹여나 쫓아올 것 같아서 몇 걸음 가다가 뒤를 슬쩍 돌아보았지만 히지카타는 카페에 그대로 앉아서 뭐가 복잡한지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비록 쫓아오길 바란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나가는 나를 보며 쫓아와서 미안하다고 어딜 가냐며 날 붙잡길 바란 것도 있다. 하지만 뭐.. 저런 모습을 보니.. 분명 후회하고 있겠지. 나한테 소리 지른 것, 그리고 재수없는 말투를 써버렸다는 걸.

 

다시 걸음을 몇 발자국 옮기는데, 뒤에서 잡아당기는 힘 때문에 나도 모르게 홱 뒤돌게 되었다. 히지카타가 내 어깨를 잡아당긴 것이다. 히지카타의 표정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표정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사과를 하려 온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야기라도 들어보자. 네가 추정하는 사람이 누군지"

"..."

"이야기해 보라고!!! 누굴 잡으려고 나한테 신나서 이야기 한 건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한다고 했잖아! 진짜 범인을 찾지 않고 추정으로만 이렇게 했다고 지금 화난 거 같은데..."

"그런 거 아니니까 말해"


히지카타는 지금 굉장히 조급했고,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화가 나 있었다. 내 어깨를 잡은 손이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세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깨가 욱신욱신 거렸지만 아프니까 놓으라는 식의 말을 이 상황에 하기는 자존심이 상해서 전혀 표현하지 않은 채로 히지카타를 당당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 거 아니면 너 지금 왜 이렇게 화났는데? 왜, 네 아내가 너 없을 동안 바람피웠다는 사실이 그렇게 인정이 안돼? 내 아내가 이럴 리가 없는데.. 이 새끼가 지금 모함하는구나 하고? 거기에다가 내가 지금 단지 추정만으로 범인 잡겠다고 한다고 지금 화난 거잖아 너"

"그런 거 아니라고 하잖아"

"그럼 왜 화났냐고!!"


히지카타의 빙빙 돌리는 말에 나 역시 화나서 소리를 높였다. 히지카타는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나 역시 히지카타를 노려보았다. 잡힌 어깨가 너무 욱신거려서, 나도 모르게 히지카타의 팔을 쳐내면서, 시발 이거 좀 놓고 이야기해! 하고 말하고는 욱신 거리는 어깨를 살짝 인상 쓰며 잡았다가, 아프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더럽다는 듯이 어깨 부분을 툭툭 털었다. 평소라면 먼저 굽혔어야 할 히지카타는 복잡하다는 듯이 담배를 입에 물고는 나를 지나쳐갔다.

괜히 한마디 했다가 이게 뭐야... 그래도 예전 같으면 내가 엉뚱한 추정으로 범인을 몰아가도 웃으면서 잘 받아줬으면서.. 자신의 일이라 그런가.... 

뭐.... 이번엔 내가 조금은 잘못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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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구라를 달가워 하지 않는 나와는 다르게 아부토는 카구라에 대해서 이것 저것 많이 생각해 주었다. 바닥이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 고급스러운 공간을 제공했었는데, 카구라는 다다미 방으로 된 인테리어가 좋다고 해서 인테리어를 새롭게 했다. 처음에 쓸데없이 큰 공간은 별로라고 투덜댔었지만 금새 넓은 곳에 적응해가면서 새로운 것에 관심을 보였다. 최근에 관심을 보인 것은 게임이었다.


내가 갔을 때도 카구라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죽어! 죽어! 하고 조금은 우습게 외치면서 게임기를 몇 개를 부쉈는지 모른다. 아부토가 그 놈의 게임기를 몇 개를 사다 줬는지 모른다며 투덜투덜 거리는 걸 몇 번이나 들었다. 네 동생은 어떻게 너랑 하나도 다를게 없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똑같애! 내가 봐도 똑같았다. 일단 아부토가 저렇게 안절부절 못하며 시중드는 것 까지 포함해서. 


전에 있었던 해결사에게는 아직도 종종 연락을 하는 것 같았다. 알고 있었지만 굳이 말리지 않았다. 그쪽에서 카구라에게 어디에 있냐, 잘 지내냐 등등 묻는 것을 들었지만 카구라는 늘 찾던 가족을 찾아서 잘 지내고 있고, 지금 행복하다고 답했다. 


나와 점심을 함께 먹는 것으로 카구라는 꽤나 안심하는 듯 보였다. 같이 앉은 식탁은 컸다. 처음에 카구라가 가장 만족해했던 것은 큰 식탁과 먹고 싶은 만큼 제공해주는 음식이었다. 늘 식사시간엔 카구라가 원하는 만큼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카구라가 식사를 할 때에 나는 그렇게 많은 음식을 먹지 않았다. 점심에 마주보고 앉았을 때 이상하게 입맛이 별로 없었다. 카구라는 게걸스럽게 식탁 위의 음식을 해치우며 나에게 왜 먹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냐 나도 먹고 있어. 말하며 나도 숟가락을 들었다. 말없이 식사를 하다가 카구라가 나에게 물었다.


"내가 나가지도 못하게 하면서, 왜 긴쨩하고 연락하는 건 아무 말도 안 해?"

"굳이 말릴 거 없잖아"

"내가 나가고 싶다고 말하면 긴쨩은 날 구하러 올 건데?"

"정 이곳에서 나가고 싶으면 말해. 보내줄게"

 

카구라는 내 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런 대답을 바라는 게 아니라는 거.. 오빠도 알고 있는 거 안다 해"

"... 밥이나 먹어"

"그렇게 이야기 할게 아니라, 긴쨩이랑 연락하지 말라고 나에게 부탁이라도 해야 되는 거다 해"

"부탁? 그런 부탁을 뭐하러 해? 내가 진심으로 네가 그쪽과 연락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면 네가 가지고 있는 핸드폰을 부숴버리면 그만이야"

"..아, 그런 자신감 때문에 그렇게 까칠했냐 해? 하지만 그건 안될걸?"


카구라는 내 말에 오히려 묘한 자신감을 얻었는지 방금 전 약간이나마 흥분하던 모습을 감추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이었다.


".... 일정 시간에 한번 내가 직접 예약 취소를 하지 않으면 긴쨩에게 자동으로 문자가 전송될 거야"

"...."

"긴쨩에게, 그리고 경찰에게... 내가 찾았다는 가족이 하루사메 7사단 단장이고, 사실 나는 납치되었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 더불어 최근 신센구미 부국장을 납치했던 주범이라고. 그리고 현재 오키타 소고와 동거 중이라는 것까지 전부. 긴쨩은 내 말을 당연히 믿을 거고.... 신빙성을 더해주겠지. 물론 오빠를 잡는건 조금은 힘들지도 몰라... 하지만 꿩대신 닭이라는 말도 있다해? 경찰의 입장에서 오빠를 잡는 게 힘들다면.... 대상을 바꾸겠지?"


카구라는 말 끝을 흐리며 내 표정을 힐끗 살폈다. 그리고는 키득키득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자신만만하게 핸드폰을 부숴버리면 그만이라던 오빠가 왜 표정이... 굳어졌을까...... 그렇게 되는 건 싫은가 보다 해? 바보오빠"

"...뭐, 상관없어"

"정말 상관없냐 해?"


카구라는 앞에 있는 고기 한 점을 칼로 거칠게 반절로 자른다. 내리친 칼과 대리석 식탁의 마찰음이 시끄럽게 울렸다. 째앵 하는 소리가 반사되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멈춘 후에야, 카구라는 먹음직스럽게 입에 넣고는 우물우물 씹었다. 유난히 빛나는 눈동자가 약간은 섬뜩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무어라고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내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했는데.. 받아칠 말이 도저히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웃는 얼굴을 유지해야 했다.


"...."

"하하하 우리 영원히 사이좋게 지내자 오빠야. 이제 저녁도 나랑 같이 먹는거 어떻냐 해?"


카구라는 웃으면서 앞에 놓인 딸기 주스 한잔을 마셨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보란 듯이 켜고는 말했다. 하아.. 간만에 망할 사디에게 연락이나 해볼까아... 그 새끼... 생각보다 멍청한 바보 새끼라서 아직도 제 옆에 있는 사람이 뭔지도 모를 텐데....


죽여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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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떠날 줄은 몰랐다. 차이나는 전에 말했던 것처럼 정말로 해결사를 떠난 것이다. 아직 본인도 조금은 그리워하는지 형씨와는 연락을 지속한다고 들었다. 가족에게 돌아갔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카구라가 없는 형씨가 조금 쓸쓸해 보이기는 했지만 어차피 자신이 평생 데리고 살 수는 없으니 다행이라고 했다. 나는 이제 어쩌면 평생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 친하지 않았던 사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따로 연락을 해서 안부를 물을 정도로 친근했던 사이 역시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차이나에게 연락이 왔다.


[안녕! 잘 지내?]


뜬금없다 못해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일단은 반가웠다. 왜 이런 문자를 형씨도 아닌 나에게 보냈을까?


[네가 나한테 이런 문자를 보낼 때도 있네. 소름 끼친다]

[잘 지내냐고 물어봤잖아. 답은?]

[너 없어서 잘 지내. 형씨도 아니고 나한테 연락을 하다니]

[감동했냐해?]

[그럴 리가]

[돌아온 마요라 상태는 어떠냐 해? 역시 별로지? 범인에 대해 수사하고 있어?]


히지카타에 대해서 묻다니. 히지카타의 상태.. 조금 예민하고.. 또 약간 뭔가에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하고.. 나를 조금 불신하는 것 같기도 하고....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잖아]


한참을 고민하다가 보냈다. 히지카타의 상태에 대해 차이나에게 알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해.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자. 그전까지는 먼저 연락 안 했으면 좋겠다 해]

[? 뭔 소리냐 연락은 지금 네가 먼저 했거든?]


내 말에 카구라는 말이 없었다. 이상하다.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을 때, 히지카타가 나에게 다가왔다. 


"오키타"

"...응"

"잠깐 이야기 좀 하자"


히지카타는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회의실로 들어갔다. 또 뭘로 지랄을 하려고 저러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앉아서 삐딱하게 나를 기다리는 히지카타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들어가서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 끼익하고 문이 닫혔다.


"네가 전에 하려던 이야기, 마저 듣고 싶어서"

"...."

"그날 내 상태가 별로 였던 거 인정하고 사과할게. 다시 이야기해봐"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다 잊고 순순히 말할 성격으로 보여?"

"...쿠리코 이야기 먼저 해봐"


쿠리코 이야기를 먼저 해보라는 말에 조금 솔깃했다. 이제야 의심이 시작된 건가? 


"왜 갑자기 다시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네가 나를 찾아와서 직접 한 이야기잖아. 게다가 네가 지목한 범인이 누군지도 궁금하고.. "


히지카타는 뭐가 불안한지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히지카타가 자주 불안할 때 하는 행동이었다. 내가 한 쿠리코의 이야기에 의심이 시작된 걸까? 밖에 대원 하나를 불러서 내 노트북과 책상 안의 서류들을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히지카타는 아무런 표정 없이 내 이야기를 전부 들었다. 여전히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치면서. 


"내가 어제 이야기한 거 여기까지야. 왜 다시 듣고 싶었는진 모르겠지만."

"그럼 이제 그것도 이야기해봐. 납치범도 찾았다며"

"그건 아직..약간 부족하지만...."

"부족한 거 이미 알고.. 네가 그저 추측으로 한 놈을 잡아넣어서 여론을 막으려 했다면.. 어떤 놈을 찍었는지도 궁금해"


히지카타의 초조해하는 손을 바라보면서 조금 망설이다가, 준비해 놓았던 서류 봉투에서 카무이의 사진을 꺼내어 내밀었다.


"이 녀석이야"


히지카타는 그 사진을 보고는 조금 놀라는 듯 했지만 큰 반응은 없었다.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하는진 몰라도 그런 건 걱정 안 해도 괜찮아. 나랑 동갑이야. 왜 이 녀석을 찍었냐고 한다면.... 우선 충분히 수상해"


다른 서류에서 카무이 녀석에 대한 개인정보를 내밀었다. 빈 칸이 많았고 이름부터 시작해서 제대로 작성 되어있는 정보가 없었다.

 

"내가 알기로 어떤 조직에 속해 있다고 알고 있어. 어딘진 정확히 모르지만.... 다른 무엇보다 하루사메에게 연결해서 널 찾도록 도와준 전적이 있어"


히지카타는 말 없이 날 바라보며 말했다.


"너...와는 어떻게 아는 사인데? 널 도와줄 정도라면...."


어떻게 아는 사이.... 가족....이라고 말하기엔 내가 너무 개새끼같아서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친구....라고 해야 하나..."

"..친구?"

"말하기 애매한 사이지만 어느 정도의 친분이 있어. 너 찾으려고 여기저기 찾다가...."

"말하기 애매한 사이?"

"무고한 사람을 잡아넣는다고 생각 할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의 무능을 더 이상 드러낼 수 없잖아. 이 정도면 대충 그림도 맞고.. 그래서 추천한거야. 일단 잡아넣고 진범은 천천히.... 어때?"

"이 새끼 어떻게 잡을건데?"

"내가 있는 곳을 알아. 내가 진행하게 해주면 일주일 안에 잡아올게"


내 말에 히지카타는 말을 멈췄다. 나를 한참 바라보았는데 이상하게 눈빛이 슬퍼 보인다.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는지 궁금하지만 차마 물을 수는 없어서 나도 모르게 히지카타의 손을 덥썩 잡아버렸다. 히지카타는 내가 잡은 자신의 손을 보고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떨구고는 일단 알겠다고 답했다.


"죄가 없는 사람을 잡는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아니야! 분명 죄가 있잖아. 뭐하면 뒤집어 씌워도 괜찮잖아? 근거는 충분히 있어. 뭘 걱정하는거야?"


히지카타는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다음날 다시 이야기하자면서 먼저 방을 나갔다. 왜일까?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약간의 돌발상황이 생기기는 했지만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내 계획 대로인데..... 왜일까....




"여기, 왜 이래?"


옷을 갈아입을 때, 카무이는 내 어깨에 있는 멍 자국을 보며 물었다. 거울에 비춰보니 부분 부분이 붉게 변하여 손가락 모양으로 선명하게 멍울져있었다. 순간 뭐라고 변명을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종종 있는 범죄자들과의 몸싸움이라고 둘러댔다. 


"너 완전 정신이 빠진거 아니야?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멍이 질 때까지 잡고 있게 놔뒀단 말이야?"

"상황이라는 게 있잖아"

"상황? 그런 상황이라는 게 있을까? 네가 그렇게 쉽게 잡힐 놈이 아닐 텐데. 어떤 놈이야?"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 녀석에게 까칠하게 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새끼를 곧 잡으려면 최대한의 신뢰를 얻어두는게 좋다.


"답지 않게 걱정이야?"


웃으면서 물었다.


"응. 궁금하기도 하고.. 어떤 놈일까"

"... 걱정따위 하지 말라고 해야하나,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되나?"

"음... 평소에 걱정따윈 하지 말라고 했었으니까 이번엔 좀 색다르게 고맙다고 해줘. 음... 사실 둘 다 상관없어. 어쨌든 내가 너를 한 번은 더 생각 했다는거 아니겠어?"

"그렇구나, 너무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

"그러니까 너도 나를 걱정해줘..라고 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나를 걱정할 일은 없겠네. 난 너처럼 찌질하지 않으니까"


카무이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저 말을 하며 웃는 이 새끼의 얼굴을 보자 갑자기 이 새끼와 있었던 지난 날들이 갑자기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주마등처럼 빠르면서도 천천히, 그리고 생생하게... 이제 와서 양심이 뜨거워진 건가? 이제 와서 저 새끼에게 조금은.. 미안한가? ...미안하다기보다는 저 녀석 말대로 조금은 걱정이 된다. 내가 잡으면 분명 놀란 얼굴로 쳐다보겠지? 왜 자신이 잡혔는지도 의문일 거야. 그리고 죄명을 말해준다면.. 자신이 기껏 베풀어준 호의로 인해서 철창으로 가게 되는 자신의 이상한 운명을 저주하게 되겠지.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있는 나.. 나를 지금보다 더 많이, 다른 방향으로 더 많이 생각할거야. 한번, 두번으로는 화가 풀리지 않아서 아마도 평생... 네가 사랑한 나를 아마도 영원히 증오하게 될 거야. 나는 널 바로 잊겠지만.


나는 정말로 괜찮은데... 네가 조금은, 아주 조금은 걱정된다 나도.


침묵 속에서 카무이는 뒤에서 나를 꼬옥 껴안았다. 둘이 이렇게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뒤를 살짝 돌아보니 카무이가 뺨에 가볍게 키스해왔다. 마음이 이상하게 무섭다. 그리고 참을 수 없이 무겁다. 등에 부딪히는 따스한 온도가 조금은 생각 날 지도 모른다. 계속 이렇게 있고 싶다.. 하고 중얼거린다. 나도 모르게 나를 안고 있는 이 녀석의 손을 살짝 잡았다. 카무이는 나를 그렇게 잠시 안고 있다가 갑자기 연락을 받고서는 급히 회의가 생겼다며 나갔다 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빨리 올 테니까 기다려야 해! 하고 웃으며 말했다. 나도 웃음으로 겨우 답했다. 


 

나가는 걸 확인하자마자 잠시나마 있었던 내 불편한 마음이 싹 가신다. 저 새끼를 이대로 내 손으로 보내는게 양심에 잠깐 찔렸을 뿐이다. 급하게 방에 숨겨두었던 도청 장치의 이어폰을 바로 귀에 꽂았다. 히지카타에게 정식으로 쿠리코의 일에 대해서 말했으니 둘은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전에도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땐 카무이 녀석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들을 수 없었던 것도 있었고, 쿠리코에 대한 정보, 카무이 녀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느라 들을 여력이 없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서 전원 버튼을 누르자 잠시의 침묵과 함께 오류라도 있는지 지지직 소리를 내며 도청이 끊어져 버렸다. 고장이라도 난 건가? 전원도 껐다가 켜보기도 하고 설정을 다시 건들어보았다. 그런데도 연결 오류로 나타나는 소음은 멈추지 않았다. 쭉 잘 됐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접속했나? 몇 번이나 더 설정을 만지작 거리다가 내 승질을 이기지 못하고 도청기계를 내려쳤는데, 그만 외관의 알 수 없는 어떤 부분이 살짝 부숴져버렸다. 하필이면 이럴 때에 고장이 날 게 뭐야?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참을 더 만지작거리다가 아쉬운 마음에 히지카타의 집 앞에라도 가볼까도 고민했다. 히지카타와 쿠리코가 싸우는 장면, 싸움이 아니라면 쿠리코의 구차한 변명을 꼭 듣고 싶었는데... 


뭔가에 홀린 듯이 신발을 신었다. 나도 나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신발을 신고 신발장에 서서도 한참을 멍하니 갈등했다. 이 상황에 히지카타의 집 앞을 찾아갔다가 히지카타라도 만난다면.. 히지카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냐, 가지 말자. 오늘은 그냥 참자....


하지만 내가 신은 신발이 저주받은 빨간 구두라도 되는지 발은 멋대로 나가는 문 방향으로 방향을 틀어버리는 것이다. 손을 느리게 뻗어 문고리를 열고 나가려는 찰나, 연락이 왔다.


[긴급회의. 각 번대 대장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출석 바람. 지하 회의실로. 30분 이내.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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