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상, 요즘 좀 이상해요”

  

“뭐가? 내가? 내가 왜”

  

수상쩍게 쳐다보는 신파치의 눈빛에 긴토키는 약간 움찔했다. 신파치는 은근히 이상한 시점에서 눈치가 빨라서 무서울 때도 종종 있었다. 연애를 암묵적인 룰으로 숨기고 있었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신파치가 어떤 눈빛으로 볼지 두려운 감정도 약간은 앞섰다.

  

“요즘 감정 기복이 심하길래, 혹시나.. 말도 안되지만 연애라도 하나 했죠. 왜 연애하면 그 사람 때문에 기분이 오락가락 한다잖아요? 근데 뭐.. 설마... 하하”

  

신파치는 여전히 수상쩍은 눈으로 보았지만 설마 저런 날 백수가 연애를 하겠어? 라는 의문을 더 크게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긴토키는 그의 말을 부정하듯 TV에 나온 케츠노 아나운서의 모습을 보고 우와! 케츠노 아나다! 오늘 하루도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외치며 그날따라 더욱더 과장된 액션으로 TV앞에 딱 붙어 소리쳤다.

  

“뭐.. 저런 한심한 꼴을 누가 좋아하겠어..”

  

신파치가 탄식하듯 말하고는 긴토키가 늘어놓은 만화책과 먹고 남겨놓은 딸기 우유 등을 치우며 말했다.

  

“야, 신파치 너 은근히 사람 관찰하는거 좋아하지 않아? 니가 봤을 때 오오구시군은 어때?”

  

지금 소고의 행동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하면서 약간의 열등감으로 제 3자의 입장으로써의 히지카타의 평가가 궁금했다.

  

“음.. 히지카타씨는.. 멋있죠, 우선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있잖아요? 누구랑은 다르게 말이야. 카리스마도 있고, 뭐.. 일단 잘생겼으니까”

  

늘상 듣던 그의 평이였다.

  

“누구랑은 다르게라니.. 그거 설마 날 가리키는거냐? 그럼 나는?”

  

“정- 반대겠죠”

  

“됐다 됐어, 너한테 이런 걸 묻는 내가 잘못이다 잘못이야”

  

긴토키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누웠다. 이 사람아 청소하는거 안보여! 신파치는 그대로 털썩 드러누운 긴토키에게 소리쳤다. 아아.. 완전 엄마야 엄마...

  

“아 맞다! 어제였나? 오키타씨 만났어요”

  

그 이름에 긴토키는 귀를 쫑긋 세웠다. 최대한 덤덤하게 물었다.

  

“아아. 그래?”

  

“완전 표정 안 좋던데, 요즘 그 쪽도 무슨 일 있어요? 인사했는데 보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쳐가더라고요”

  

“아.. 그래?”

  

그러게 나도 궁금하다야.

  

“긴상 모르세요? 오키타씨랑 친한거 아니예요? 요즘 자주 만나잖아요?”

  

“아.. 뭐.. 친하지..”

  

  

  

  

  

  

  

  

  

  

  

  

  

  

“......그야.. 내가 너한테 미쳐버렸으니까”

  

그 말이 사실 소고에게는 약간 놀랍기도, 설레기도 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이 문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미쳤다. 너에게 미쳤다. ‘미쳤다’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대충 그가 알고 있는 뜻은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을 한다거나, 제 정신이 아닌 상태를 이르는 말이었다. 딱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생각하고 있을 때 히지카타가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뭐야, 하는 생각에 그를 약간은 공격적인 눈빛으로 쳐다보았고, 히지카타는 그런 그의 공격적이고 반항적인 눈빛이 그를 다시 한번 자극하는 촉매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그를 와락 껴안았다. 말 그대로 히지카타는 제정신이 아니였다. 무슨 용기로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했는지. 무슨 용기로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했는지, 그것은 저항할 수 없는 무언가의 이끌림이였다. 가슴팍에 안겨 숨 쉴때마다 작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가슴과 입고 있는 제복을 뚫고 나오는 따스한 온기가 미치게 좋았다. 히지카타는 약간 자세를 낮추곤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려했다. 다가오자 약간 고개를 틀어서 피하려 했지만 히지카타는 그의 뒷 머리를 끌어당겨 그대로 키스했다. 소고는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한, 지금 입을 맞춰오는 그의 말의 뜻을 반은 의심하고 반은 이해했다. 이 새끼는 나를 아직도 누나랑 겹쳐 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한쪽, 그리고 한쪽으론 아냐 혹시나 나를.. 하는 생각으로 복잡했다. 제 누이의 마음에 대한 죄책감은 아직도 한쪽 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그와 맞댄 입술이 너무 달아서 그 순간은 떼고 싶지 않았다.

  

그 공간에서 둘만의 시간이 바깥과 시간이 분리되어 다르게 흐르는 듯 했다. 처음 부슈에서 재수 없다고 생각한 이 녀석을 만났을 때부터, 에도에 올라와서 있었던 수 많은 일들이 영화 필름처럼 머릿속에 촤르륵 흘러갔다.

  

키스. 라는 단어를 두고두고 생각한다면 분명 이 순간을 평생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꿈인가? 하고 의심할 정도로 몽롱하고 데일 정도로 뜨겁게 맞닿은 입술과 뒤엉키는 매끄러운 혀의 감촉이 이상할 정도로 야릇했다.

  

계집애도 아니고 첫 키스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니 첫 키스도 이 녀석과 함께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게 한참을 서로 정신을 놓고 키스 할 때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소고가 놀라 떨어지려 하자 히지카타가 물었다.

  

  

“왜”

  

둘은 약간은 뜨거운 입김을 서로 약하게 내뱉고 있었다.

  

“아.. 아니..”

  

뭔가 어색한 기운이 그를 감쌌다.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전개여서 그런지, 그는 히지카타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말했다.

  

“누..누가 오잖아”

  

“안와.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했어”

  

히지카타가 다시 입을 맞추려 들자 그제야 약간은 제정신을 찾곤 그는 고개를 홱 돌려 피했다.

  

“왜 또”

  

“..왜 라니 이 새끼야. 지.. 지금 이제 저.. 정상적인 행동이야? 미친 씨발”

  

그는 실수 했다는 생각이 들어 욕을 지껄였다. 히지카타에게 하는 욕이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욕이였다. 있는 힘껏 히지카타를 밀쳐내곤 나가려고 문고리를 비틀어 열자 뒤에서 히지카타가 신경질적으로 문을 밀쳐 닫았다. 부서질 듯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가지마”

  

무슨짓이야? 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가 뒤를 돌아보자 히지카타는 그에게 다시 입을 맞추었다. 그와의 키스가 결코, 절대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실은 그 역시 계속 하고 싶었지만 자꾸만 그의 머릿속에 재생되는 히지카타와 제 누이의 고백 장면이 그를 자꾸만 멈칫하게 만들었다. 키스하다가 자꾸 멈칫 멈칫하며 피하려는 그의 행동이 히지카타를 약간은 더 자극하는 셈이 되었다. 한손으로 윗 단추 두어개를 풀어 해치자 소고는 그의 손을 급히 잡곤 다시 한번 그에게서 떨어지려 했다.

  

“...소고, 너.. 진짜 자꾸... 짜증나게, 할래?.. 가만히 있어”

  

히지카타는 그를 붙잡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목에 입술을 파묻었다. 꿈에서만 벌어지는 상황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고, 가슴이 벅차오는 기쁨과 그 광기에 숨이 가빠올 정도였다. 그래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가 약간씩 움직일 때마다 모습을 선명히 드러냈다가 숨었다 하는 쇄골이 이렇게 야했었나 하고 생각했다.

  

“놔! 이 새끼야”

  

소고는 신경질적으로 그를 밀쳐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문꼬리를 잡자 히지카타는 그의 뒷덜미를 잡곤 문에서 억지로 떨어트려 바닥에 던지듯 눕혔다. 히지카타와 자주 싸웠기에 대충 완력 정도야 가늠하고 있었지만, 그 순간 그의 힘이 평소와 달리 너무나 강해서 소고는 당황했다. 바닥에 부딪쳐 등과 뒷 머리가 욱신거려 그는 미간을 좁혔다.

  

“소고.. 나는 말이야..”

  

히지카타가 그의 위에 올라타선 말했다.

  

“나는... 최대한 노력했다고 생각해.. 정말이야.. 그래서 술집에 가서 여자랑 술을 먹어보기도하고.. 그 여자를 옆에 두기도 했고.. 그러면서 너랑 멀어지려고 노력도 했고.. 그래서 방도 옮겼잖아..”

  

“무슨 소릴 하는거야”

  

“계속 니가 옆에 오면.. 참을 수가 없어서.. 그래서... 그래서...”

  

히지카타는 그의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그의 손이 흥분에 의해 약간은 떨리고 있었다. 보송보송한 솜털과 키스직후여서 인지 타액에 의해 매끄럽게 빛나는 그의 입술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먹음직스러웠다.

  

“근데... 근데... 왜 니가.. 니가 자꾸 나를 괴롭혀.. 내버려두지.. 왜 나를 자꾸... 힘들게 해..”

  

소고는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여자를 두었다는게 왜 노력한 것이며, 참을 수가 없었다는 말은 또 무슨 뜻인지 그는 히지카타를 쳐다보았다. 그때까지도 그에게 히지카타는 도덕적이고 정갈하며 자신이 자주하는 음담패설에 대해 항상 혼내곤 했기에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히지카타는 두어개 풀어 해쳤던 그의 셔츠의 단추를 마저 풀었다. 급했는지 다소 그의 손길이 거칠었다.

  

“씨발 진짜 미쳤냐 이새끼야!”

  

소고는 그럴 리가 없는 그가 지금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그에게서 떨어지려 그를 밀쳐내려고 했다. 힘이 이상하게 너무 쎈 눈 앞의 이 녀석이 오늘은 도데체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강하게 저항을 했다. 아무리 히지카타의 완력이 그 보다 강하다 하지만 그 역시 일단은 남자였고, 저항을 쉽게 막을 수는 없었다. 그가 옷 단추를 푸르는 것 이상의 행동은 못하게 되어 눕혀 있던 몸을 반쯤 일으키려 할 때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가 확 돌아가고 약간 일으키려 했던 몸이 다시 바닥에 떨어지고 순간 눈 앞에서 전기가 튄 듯 번쩍 하고 튀었다. 정신이 머엉 하면서 볼 언저리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때렸어? 그는 놀란 표정으로 주먹을 쥐고 있는 히지카타를 쳐다보았다.

  

“히지카..타..”

  

말을 잊기 전에 두어번 더 얻어 맞았다. 턱과 귀쪽을 맞아서 인지, 히지카타가 갑자기 이렇게 강력하게 강압적으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해 충격을 받아서 인지 다소 흐릿했다.

  

“소고, 내가.. 내가 가만히 있으랬잖아. 반복해서 말하게..하지마.. 나..오늘은 진짜.. 화나려고.. 하거.. 든?”

  

이 새끼가 히지카타가 맞는건가.. 내가 지금 다른 사람과 착각을 하고 있는 건가.. 물리적, 정신적 충격 탓 인지 몸도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널부러져 있었다 라는 말이 어울렸다. 어물어물한 시야로 보이는 광경은 히지카타가 그의 몸을 애무하고 있다는 것 정도와 자신도 모르게 약간씩 움찔 움찔하는 그의 반사적인 몸이 수치스러웠다. 씨발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고 되뇌이고 있을 때 밖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어떤 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부장님. 국장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불러달라고 하시는데요”

  

다행히도 그 이름 모를 대원은 들어오지 말라는 히지카타의 명령에 철저히 따랐고, 노크 후 밖에서만 이야기 했다. 그런 그 대원의 행동은 히지카타에게도 소고에게도 무척이나 다행이였다.

  

그 목소리에 히지카타는 헤매고 있던 이성을 간신히 찾았고, 한참을 거칠게 내뱉던 숨을 한 차례 진정시키곤 대답했다.

  

“어.. 조금 있다가.. 간다고 전해”

  

히지카타는 눈 앞에 있는 헤집어져 있는 셔츠와 쇄골 언저리의 키스마크, 얻어 맞아서 생긴 얼굴의 흔적들이 모두 자신의 행동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그에게 황급히, 마치 못 볼 것을 본 사람 마냥 떨어져 이미 거친 숨을 더욱 거칠게 몰아 쉬었다.

  

“아.....”

  

그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 미친.. 더러운 새끼”

  

소고는 울리는 머리를 붙잡곤 몸을 일으켜 옷을 추스렸다. 히지카타는 못 볼 것을 본 것 마냥 떨어져 놓고도 그는 그의 옷을 추스르는 그의 모습이 이내 아쉬웠다. 미얀해, 괜찮아 라던가 그런 류의 말을 할 용기는 없었다. 그저 이 녀석이 비틀비틀 나가는 모습을 보고 한참을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와 맞대고 있었던 그 순간이 그리워 시간을 되돌리고 싶기도 하면서 되돌린다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텐데.. 하고 두 가지 정 반대의 생각을 했다. 다행이야 여기에서 멈춰서. 하지만 조금 아쉽기도.. 아냐 다행이야 여기에서 멈춰서. 하지만 조금은 ..

  

  

  

  

  

집무실에서 나온 소고는 방금 있었던 히지카타와의 일을 떠올리곤 곧 바로 미츠바가 떠올랐다. 키스는 분명히 본인도 원했지만, 그 이후의 일은 사실 원하고 있지 않았다. 사실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추잡한 짓은 그에게 단순한 유흥거리로 대원들이 보는 걸 같이 보거나, 그런 것을 소재로 당황하는 사람들에게 농담을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의 대상이 본인이 될 거라 생각 해 본적이 없기에 다시 떠올리곤 그는 온몸에 소름과 거부감 그리고 만약 그 대원이 부르러 오지 않았다면? 혹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면? 하는 생각에 역겨움을 느꼈다.

  

히지카타를 좋아하는 감정은 있었지만 그에 비례한 만큼 실망도 컸다. 그리고 자존심이 쎈 그 였기에 더더욱 자신에게 그런 짓을 억지로, 심지어 저항하는 자신에게 주먹까지 휘둘러가며 하려 했던 그를 용서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켠으론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약간은 있었는지 거부감과 역겨운 감정은 분명히 있었지만 자꾸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생각이 나면서 이해하고 싶어서 고민도 했다. 그러나 용서 될 리가 없었다. 일단 그에게 저항했다는 이유로 얻어 맞았다는 것에서 오는 충격이 첫 번째 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그 녀석의 축축한 입술과 혓바닥이 자신의 목덜미와 쇄골부터 가슴, 배와 허리 부근까지 맛보았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이 두 번째 였다.

  

긴토키에게 여러차례 연락이 왔다. 하지만 그는 이 상황에선 별로 만나고 싶지도,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가장 흔하면서도 그 대답에 화를 낼수도, 따질수도 없는 대답으로 바빠요, 바빳어요, 바쁠거같아요 라는 대답으로 상황을 피해갔다. 둔영에 일하러 긴토키가 올 때가 가장 큰 문제였는데, 그때는 일부러 그가 오기 전에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도망치듯 하루 이틀, 삼일정도를 피해 다니길 5일째가 되던 날, 그 날도 다름없이 긴토키가 올 쯔음에 후다닥 밖으로 나가는 앞에서 긴토키를 정면으로 딱 마주쳤다. 이제야 잡았다 라는 표정을 짓고있는 긴토키를 보고 당황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게 인사했다.

  

“어디가?”

  

“아.. 일이 좀..”

  

“왜 너만 그렇게 정신없이 바빠?”

  

“나만 바쁜거 아니예요 다 바빠요 지금 우리”

  

“그래? 아까 야마자키는 요즘 일이 별로 없어서 심심하다고 하던데”

  

“.. 그 새끼야 맨날 뭐..”

  

“누가 들으면 너 일 엄청 열심히 하는 성실한 공무원인줄 알겠다야”

  

긴토키는 기가 찬 웃음을 보이고는 곧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 요즘 이상해”

  

“...”

  

“나 피해?”

  

“누가 피해요? 그런거 아니고 진짜로 바빠요 요즘”

  

“따라와 너 안 바쁜거 알어”

  

“싫어요”

  

“왜?‘

  

“그냥”

  

“그냥이 어딨어 왜그러는데”

  

“.... 생각을 좀..”

  

“생각? 무슨생각”

  

긴토키는 그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시점부터 히지카타와 사귀고 있었던 그 여자의 죽음까지, 그리고 지금. 생각을 한다고 말하니 약간 불안했다.

  

“아.. 제발..지금은 그 누구도 만나기 싫어요”

  

그가 지칭하는 ‘그 누구도’에 자신이 속해 있다는게 그는 서운했다. ‘우리’로 칭해져야 하는 사이 아냐? 우리. 끝내 자신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그를 보고 긴토키는 왜인지 자꾸만 히지카타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 녀석에게 히지카타라는 이름을 먼저 내뱉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말을 하려다가 그저 한숨만 내뱉었다. 조용히 지내던 날들의 순간이 왠지 멀어지는 느낌이였다.

  

“오키타, 나는”

  

“...”

  

“나는 너랑 있었던 시간이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이겠지만, 한번도 마음 편히 지낸 적이 없었어. 넌 편하냐”

  

“...”

  

“어때 넌”

  

“... 형씨. 내말 듣고 있어요? 나 오늘은 아무도 만나기 싫다고 했어요. 일하러 온 거면 일이나 하고 가요”

  

그는 약간 신경질적으로 이야기했고, 여전히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히지카타와 격렬한 키스를 나누었으며, 히지카타가 자신을 강제로 탐하려 했던 순간이 화가나고 역겹지만 아주 약간의 미세한 한켠으로는 그를 생각하고, 이유가 뭐였든간에 고민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였다. 긴토키를 너무 너무 좋아해서, 혹은 순정만화에 흔히 나오는 나의 첫 키스를 너에게 주지 못했어! (그 때가 처음도 아니였지만) 라는 착한 척 가증떠는 그런 여자 따위가 하는 생각도 아니고, 그냥 옆에서 믿어주는 듯한 그의 행동에 대한 의리였다.

  

  

“그래”

  

긴토키는 이 녀석에게 화가 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였지만 그 날은 정말로 화가 났다. 원래 얄밉게 자신이 화를 내던 말던, 기분이 좋던 말던 자기 내키는 대로 하는 녀석이라는걸 알지만 말하는 꼴이 그날따라 정말이지... 아.. 너무 화가나서 생각 하는 것도 멈추 었다. 지붕 공사도 어느덧 거의 끝나고 있었다. 표정 관리가 안되어 화풀이 하듯 거세게 망치질을 해대고 있자 무서웠는지 심부름을 밥 먹듯이 시키는 대장급 인부도 말을 걸지 않았다. 씨발 이럴 때 일이나 빡세게 시킬 것이지.

  

  

  

  

  

  

‘한번도 마음 편히 지낸적이 없었어’

  

그 말이 가슴 깊숙이 파고 들었는지 그 말을 할 때의 긴토키의 표정까지 함께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게, 나도 마음이 펴하진 않았어요. 여러 가지 이유로. 그리고 그제야 갑자기 실수했다는 생각이 조금은 들기도 했다. 히지카타를 좋아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고, 홧김에 옆에 있던 그를 찾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다시 그를 찾아도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소고는 그가 헤어짐을 말하려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이론과 드라마나, 만화책 따위에서 이별을 보았기 때문에 알지만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였다. 썩 기분이 좋은 느낌은 아니였다.

  

그러다가도 한켠에선 집무실에서의 히지카타가 자꾸 떠올라 낮게 욕을 내뱉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생각은 충분히 했어? 뭔 생각을 그렇게 오래하냐 너]

  

긴토키였다. 그 문자를 은근히 기다렸나보다. 그의 말투가 생각나 살짝 웃음이 나왔다.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다시 문자가 왔다.

  

[네 아니요 정도의 대답은 해라]

[얼마나 피 말리는 줄 알아? 나도 너와 같아서 당하는데엔 약하거든?]

  

아- 찌질해 그는 그렇게 생각하곤 피식 웃었다.

  

[찌질하니까 문자는 한 개만 보내요]

  

  

  

그리고 그날 밤, 둘은 만나서 화해했다.

  

긴토키는 무엇을 생각했냐며 묻진 않았다. 대신 무슨 일이 있으면 털어놓으면 안되냐고 투정을 부렸다. 그의 말에 소고는 그냥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나는 니가 나랑 헤어지려 한다고 생각했어”

  

“난 형씨가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나? 내가? 에이 무슨”

  

긴토키는 웃으며 절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이내 고민하다 말을 꺼냈다.

  

“히지카타 말이야”

  

말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소고가 말했다.

  

“... 그 새끼 이야기 하기 싫어요 하지마요”

  

긴토키가 본 소고의 표정은 진심이였다. 긴토키는 약간 어둡게 변하는 그의 표정을 보고 그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그를 강력하게 진심이 담긴 표정으로 부정해주어 기뻤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기뻤다. 긴토키는 소고를 와락 껴안았다. 소고는 순간 그와 닮은 히지카타가 생각나 자신도 모르게 작게 움찔 했지만 긴토키는 다행히도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미안. 사실은 유우가 죽었다는 얘기 듣고 혹시 니가 아직도 히지카타에게 마음이 있는건 아닌가. 혹시 그래서 연관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잠깐. 아주 잠깐. 진짜로 1초 정도? 생각했어. 미안.. 진짜로 미안..”

  

아- 역시 형씨는 눈치가 빠르시네. 맞아 내가 그랬어요 나 가지지 못 할 거, 남 주기도 싫어서. 아 씨발 그 새끼만 생각하면 존나 소름끼치고 구역질나게 싫은데 그래도 그 새끼가 다른 누구랑 있는 건 존나 싫어요. 아아 걱정마요 난 형씨 곁에선 떠날 생각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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