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지오키긴] 꼬리표 22

2015. 8. 19. 14:08

*히지긴/히지오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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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았다. 남을 구슬려서 내 뜻대로 구슬리고 조종하는 것이야 좋지만, 차이나가 그 대상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 꼬맹이가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날 의지해서 인지, 내 말을 잘 들었다. 말을 하라고 하면 말했고, 아이의 상태여서 그런지 거짓을 말하지도 못했다. 가볍게 거짓말을 했을 땐 얼굴에 확 드러나고 이내 사실 거짓말이야! 라고 말하면서 실토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점은 편했다. 거짓말이라고 해봤자, 너무나 사소하고 작은 거짓말이라서 기억도 나지 않는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이 꼬맹이의 마음이 나에게도 피부에 닿는 듯이 느껴졌다. 사소한 모든 일을 말하고, 제 속마음과 가족 이야기까지 가끔 상세하게 나에게 털어놓았다. 아빠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꼬맹이의 오빠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주의 깊게 들었다. 별건 없었다. 이 꼬맹이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편지에서 기록했던 그런 짓을 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녀석이었다. 하긴, 범죄는 원래 그런 사람들이 더 가깝다.

  

차이나의 말에 따르면 요즘 형씨는 매일 어딘 갈 싸돌아다닌다고 했다.(요즘엔 나도 자주 가지 않는 내 공간으로 가는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리고 히지카타의 전화는 거의 받지 않고, 히지카타가 종종 집에 찾아오면 거의 문전박대를 했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차이나는 안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고, 열어주려 하면 나가지 못하게 잡으면서 본인이 나가서 이야기 하겠다며 말려서 히지카타라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자꾸 찾아오는지 이해가 안 간다. 같이 사는 그 아저씨는 맨날 그 녀석한테 화만 내는 것 같던데’ 라고 말했다. 둘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나의 입장으론 좋았으나.. 내가 아닌 형씨를 찾아간 그에게 내가 아닌 형씨가 화를 낸다는 것은 유쾌하지 않았다. 히지카타 병신새끼.

  

“근데, 우리 오빠랑 아빠가 진짜로 오긴 하냐 해? 언제 오냐 해?”

  

“...음.. 글쎄, 곧 오실거야”

  

당황했다. 그러고 보니 꼬맹이들에게 가족이란 존재는 항상 찾게 되기 마련인데..

  

“아빠랑 오빠랑 오면 나 여기서 떠나는 건가?”

  

혼자 잠깐 생각하듯 머리를 갸우뚱 하면서 중얼거렸다.

  

“..더 늦게 왔으면 좋겠다해! 나 오빠랑 헤어지기 싫다해”

  

내 옆에서 나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다행이다. 보채기 시작하면 어쩌나 했는데, 그래도 다른 방향으로 여기에 있는 것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같이 사는 아저씨 말고, 오빠랑 살면 더 좋을 텐데”

  

눈을 빛내며 말하는 차이나가 본래 형씨에게 말 할 법한 이야기를 나에게 해서 좋았다. 나 역시 형씨에게 소중한 하나를 슬며시 쥐고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약간의 우쭐한 감정에 차이나에게 웃으면서 그러게, 아쉽다 라고 말했다. 내 말에 바짝 다가와서 나, 좋아해? 하고 발그레한 얼굴로 물었다. 형씨도 이런 기분 이었나보다. 남에게 누군갈 빼앗아서 내 뜻대로 행동하는 그 우쭐함. 물론 나는 이 꼬맹이와 무엇도 할 생각은 없었지만 무언가를 잔뜩 기대하고선 황홀해하는 누군가를 짓밟는다는 것은(그것도 내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이 아끼는 그 ‘누군가’였기에 더욱 더.) 내가 즐기는 놀이 중에서도 단연 돋보적으로, 충분히 내 관심을 붙잡았다.

  

  

  

히지카타는 내가 이 꼬맹이와 여전히 만난다는 것을 모르는 듯 했다. 꼬맹이는 형씨한테는 나와 만나는 것을 말하는 듯했는데, 형씨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형씨는 여전히 히자카타에게 실망한 듯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이고, 히지카타는 그런 형씨를 별 말 없이 달래려는 것 같았다. 나를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화나는 일이었지만, 나를 쉽사리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그의 행동은 좋았다. 현재 그에게 나는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인 듯했다. 잘라버릴 수도 없어서 어떻게든 달고 다녀야하는. 그가 그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나를 미치도록 기쁘게 했다.

  

나는 당당해서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둔영을 다녔고, 히지카타는 그런 나를 볼 때마다 얼굴에 징그러운 새끼. 라고 말하는 듯 경멸의 눈초리를 나를 한번 쏘아보곤 고개를 돌렸다. 몇 번이고 그에게 말할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런 눈초리를 받는다면 누구라도 말하고 싶을 것이다. 아무리 구차하다고 느꼈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상하게도 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참았다. 지금은 말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병신아 가서 이야기를 해! 구차하지 않아! 내가 아니라는 한마디면 그는 믿을 거야! 라고 속에서 외쳤지만 그가 그런 표정을 지어서인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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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을 때, 꼬맹이가 왔다. 그 날은 다른 날 보다 더 힘이 없고 시무룩 해보여서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일...은 없고.. 그냥.. 뭔가 좀 찜찜하다 해”

  

잠깐 시무룩하더니, 이내 웃으면서 지금 걱정하는 거냐면서 살짝 웃었다. 걱정. 하고 있긴 하지. 꼬맹이가 잠깐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그 아저씨 말이야. 어제 상태가 완전 이상했다해. 잠깐 나갔다 왔더니 넋 나간 사람처럼 한참 앉아 있길래 내가 아저씨, 왜 이러고 있냐해- 하고 물어보니까 날 보더니 막 울면서 아저씨가 아니야. 넌 나를 긴짱이라고 불렀어. 카구라야. 이러는데 기분이 왜 이렇게 이상하냐해? 그래서 좀 무서워서 그냥 다시 밖으로 뛰어나갔다 해. 아저씨들도 우는구나. 난 아저씨들이 우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해! 멍청해 보여! 완전 찌질하다 해”

  

지금 꼬맹이의 입장에선 나도 엄청 커 보일 텐데, 형씨는 더 거대해 보일 거다. 꼬맹이들은 어른들은 피도 눈물도 없고 뭐든 해결해 줄 것 같은 큰 존재라서 그런 눈물에 당황하고 실망한 듯 하다. 투덜거리며 말했다.

  

“오늘은 그 아저씨랑 같이 있기 싫어! 오늘은 오빠랑 있을래”

  

“내가 있는 곳은 엄-청 무서운 아저씨들이 더 많은데?”

  

수준에 맞춰주려 이야기 하는 나 자신이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

 

“괜찮아. 나 엄청 강하다 해!”

  

어렸을 때도 본인이 강한 것은 인지하고 있었나보다. 자기는 이래보여도 누구든 다 이길 수 있다면서 상관없다는 그 꼬맹이에게 말했다.

  

“내가 상관있어 내가”

  

“왜? 내가 걱정되냐 해?”

  

...아니. 지금 이 상황에 널 데려가면 히지카타의 그 눈초리와 더불어 그를 영영 잃게 될 것 같기도 해서.

  

“흠.. 그럼 오늘 나랑 같이 우리 집에서 자고가! 오빠랑 있으면 그 아저씨가 있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해!”

  

자고 갈 생각은 없었다. 난 이 꼬맹이의 방이 두더지 집처럼 생긴 벽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내가 돌아가지 않아도 히지카타는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형씨가 슬퍼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형씨의 그런 엉망인 얼굴을 보고 싶어졌다. 그냥 못이기는 척 꼬맹이의 말에 따르면서 집에 데려다주고 나올 생각으로 순순히 말에 따랐다. 꼬맹이는 나를 쳐다보면서 내 손을 깍지껴서 잡고는 신난 듯이 팔을 흔들면서,

  

“오빠랑 같이 자면 잠도 잘 올 것 같아. 귀신이 나와도 무섭지 않을 것 같아!”

  

라고 말하고는 베시시 웃었다. 귀신의 존재에 대해서 믿지도 않았던 차이나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이 꼬맹이가 아이가 되어 버린 것을 실감하면서 그것이 우스워서 웃었다.

  

꼬맹이의 손에 이끌려서 형씨의 집 앞에 서서 문을 열어주고서 나와 꼬맹이를 바라보는 형씨의 표정이란..

  

“아저씨! 오빠랑 같이 잘거야”

  

차이나이 말에 형씨는 눈을 크게 뜨곤 나를 쳐다보았다. 형씨는 차이나의 말 그대로 잠을 몇일 못잔 듯 표정이 수척했고, 마치 운 것 같은 눈과 어두운 얼굴 빛을 하고 있었다. 형씨의 표정과, 차이나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웃겨서 나는 살짝 웃었다.

  

“장난하냐. 돌아가”

  

형씨는 아마 전에 내가 차이나에 대해서 ‘나에게 대주고 싶어 안달난 여자’라는 식으로 표현한 것을 떠올렸는지 아니면 그저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에게 신경질 적으로 말했다.

  

“왜 그러냐 해!”

  

차이나는 형씨의 말에 내 허리를 끌어안으면서 형씨에게 원망하는 듯한 얼굴과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라면 놓으라면서 떨어트려 놓을 텐데, 형씨의 앞이라서 이 꼬맹이의 행동을 내버려뒀다. 그와 동시에 형씨의 얼굴에서 비치는 이도저도 못하는 당황한 기색. 그것은 내가 히지카타 때문에 형씨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의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그때 내 표정도 저렇게 가관이었나 보다.

  

“비켜라 해”

  

차이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서 있는 형씨를 밀쳐내고 내 손을 잡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쇼파에 잠깐 앉아 있으면 주스를 가져다 주겠다고 밝게 말하곤 주방으로 들어갔다. 쇼파에 앉아있는 내 앞에 형씨가 서서는 죽일 듯이 나를 쳐다보자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모텔이라도 갈 걸 그랬나요?”

  

“이 자식이..”

  

“장난이에요. 그럴 생각 없어요. 그냥 저 꼬맹이가 하도 졸라대서. 어쩔 수 없이 온 거예요”

  

“...너.. 카구라 데리고 장난 하지마”

  

“원래 저랑 차이나는 서로 장난치는 사이예요”

  

차이나는 가져온 주스 컵을 내 앞에 내려놓고는 내 옆에 앉아서 나를 노려보는 형씨를 쳐다보고는 왜 그런 표정으로 보냐면서 화를 냈다. 자기를 걱정해주는 사람이고,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렇게 쳐다보면 짜증난다면서 화냈다. 또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면 자기는 아저씨를 싫어할 거라면서 말했다. 형씨가 나를 죽일 듯한 눈빛으로 노려봤다면, 그 말을 하는 차이나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서 화를 내는 눈빛으로 차이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 눈빛을 잘 안다. 내가 종종 히지카타를 그런 눈빛으로 쳐다봤었으니까. 나와 꼬맹이를 번갈아 보던 형씨는 한숨을 푹 쉬더니 말했다.

  

“그래. 자고 가 그럼. 넌 나랑 자”

  

형씨가 날 가리키면서 말했다. 난 딱히 상관은 없었지만, 형씨와 잠을 자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싫어. 나랑 잘 거야”

  

차이나는 팔을 꽉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나와 상관없이 이어지는 이 둘의 대화.

  

“네 방을 알고 이야기 하는 거야?”

  

“내 방이 왜!”

  

“거긴 네가 혼자 자는 곳이잖아”

  

“그럼 오늘 아저씨가 내 방에서 자”

  

“저 새끼랑 같이 내 방에서 잔다고?”

  

“왜? 안돼냐 해?”

  

“.....그럼 셋이서 자”

  

“싫어. 아저씬 밖에서 자”

  

한참을 그렇게 둘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고, 나는 그 둘의 말다툼이 재밌어서 그저 지켜보았다. 셋이서 자자, 밖에서 자라 계속 말다툼을 하다가 결국 형씨가 카구라의 말에 이기지 못하곤 말했다.

  

“그래. 그럼 문 열어놓고 자”

  

“왜 이렇게 난리인지 알 수가 없다 해”

꼬맹이는 투덜거리면서 알겠다고 했다. 이 꼬맹이의 순수한 생각과, 나와 형씨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달랐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앞서 자고 갈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나는 차이나의 끈질긴 붙잡음과, 신뢰를 더 얻기 위해서, 그리고 형씨의 열 받아서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약속대로 문은 활짝 열어두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나는 꼬맹이를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니까? 나 참. 형씨는 쇼파에 누워서 자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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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중간에 한번 깼다. 그리고 내 얼굴 앞에 있는 차이나를 보고 살짝 놀랐다. 내 예상대로 히지카타는 나를 찾지 않았고, 나는 그대로 괴로워하는 형씨의 태도와 완전 싫다는 눈빛을 마지막으로 보면서 차이나와 함께 잠들었다. 내 손을 꼭 잡은 이 꼬맹이를 보니, 너무나 순진하고도 순수해서 약간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나는 이 꼬맹이만큼 순진하지도 않거니와, 나에게 보내는 절대적인 순수한 마음을 받아줄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고요한 새벽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꼬맹이와, 나의 것을 빼앗아서 벌을 받고 있는 형씨,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의 숨소리만이 울렸다. 그 적막 속에서 나는 내가 차이나를 사랑했다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다. 이것은 순수함에 취해 잠깐의 고통을 겪는 나의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잠에 들기 위해 몸을 한번 뒤척였을 때, 조용한 이 공기를 깨트리고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도둑인가? 나는 일어나야하나.. 하고 잠깐 망설였다.

  

“긴토키!”

  

...하지만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일어날 필요도 없었고.

  

“..... 흐음... 뭐..뭐야..”

  

잠에서 당황해하는 형씨 목소리, 그리고 그런 그를 찾아온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히지카타였다.

  

“그냥.. 니가 보고싶어서”

  

“목소리 낮춰. 애들 자고 있어”

  

 

“아.. 미안”

  

혹시나 나를 찾을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가 일었었지만, 그런 마음을 품기도 전에 히지카타는 형씨에게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도 모르겠지. 슬펐다.

갑자기 목소리가 확 줄어든 둘.

  

“그나저나 왜 왔어? 돌아가”

  

“...말했잖아. 보고 싶어서 왔어”

  

“그래?”

  

“...응”

  

“...그럼 대답을 마저 해. 대답을 듣지 못한 채로는 너를 만날 수 없어”

  

“....”

  

그 집에 대한 이야기를 아직도 계속 하는 듯하다.

  

“이상해. 거기 몇 번을 가봐도 그렇고. 그 앞에서 죽치고 있어봐도 아무도 없어”

  

“...”

  

“너. 거기 다른 사람에게 팔지도 않은거 아냐?”

  

“...”

  

“왜 아니라고 못해? 아, 그리고 어제 발견한 건데, 이 옷 이거 네 꺼지? 이 옷 내가 그 집에서 종종 입었던 옷 맞지?”

  

“...”

  

“이게 왜 카구라 방에서 발견 된 건지 말해볼래?”

  

그 말에서 나는 형씨가 말하는 그 옷이 무슨 옷인지 알았다. 내가 전에 카구라에게 건네줬던 옷이었다. 유령 같다고 말하면서 놀려댔던.

  

“너..”

  

형씨의 말에서 분노가 느껴졌다가, 이내 한숨을 쉬더니 다시 말했다.

  

“너.. 대답할 생각 없구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어. 니가 이러고 있으면 나는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잖아”

  

잠시 적막을 지키다가 말했다.

  

“나도 너를 믿고 싶다.”

  

믿고 싶다. 라는 말은 현재 믿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 정말 웃음을 참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다른 공간에서 이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면 아마 나는 너무 재밌고 우스워서 큰 소리를 내서 웃었을 거다.

  

“씨발... 이야기를 좀.. 하라고...”

  

“......긴토키..”

  

“상황이라도 설명해주라. 내가 이상한 생각이 드니까.....씨발..”

  

그 말에 또 입을 다무는 히지카타에게 형씨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침착하게 말했다.(카구라가 깰 것 같아서 억누른 것 같다.)

  

“그.. 그 어린애를...손발을 다 묶어놓고... 옷까지...... 벗겨놨단 말이야. 심지어... 심지어 울고 있는데.... 나는..나는 카구라의 그런 표정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형씨는 울고 있었다. 화를 낼 단계는 지나간 것 같다. 이번엔 거의 말을 잊지 못한 채로 숨까지 제대로 못쉴 정도로 흐느끼며 울어댔다. 그의 울음소리를 듣다가 카구라가 잡고 있던 내 손을 다시금 꼬옥 잡는 것 같아서 돌아보니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는 꼬맹이가 파란 눈동자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멍한 눈으로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무어라고 말을 하려해서 손으로 입을 막았다.

  

‘쉿’

  

내가 입에 손가락을 대고 신호를 보냈다. 꼬맹이는 계속 눈물을 흘리면서 눈을 감고는 들리지 않게 흐느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차라리 차이나를 사랑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소한의 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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