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지오키긴] 꼬리표 25

2015. 8. 19. 22:10

*히지긴/히지오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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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꼬맹이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고민했다. 얼굴 볼 자신이 없어서 돌아가지 않겠다는 차이나. 근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내가 약간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도 맞다.
괴로운 쪽이라면 이대로 '안'보던, '못‘보던 어느 쪽이 던지 마주치지 않는 쪽 이라는 것.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다. 아니, 그보다 더 아련하고 가슴이 아플지도 모른다.

나는 엎드려 있는 꼬맹이가 심한 말을 내뱉고 나서 뛰쳐나온 것에 대해 후회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 것은 그냥 일시적인 감정에 의해 뱉고 있을 뿐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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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이 없다는 차이나에게 더 이상 돌아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냥 차이나의 편에 서서, 숙소를 잡아주겠다고 했다. 나의 말에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하는 차이나. 그리고 방까지 데려다 준 다음 가려는 나를 끈덕지게 붙잡았다. 어딜 가냐면서 이런 곳에 자기가 혼자 있으면 어떻게 하냐면서 자꾸만 나를 붙잡았다. 아 정말이지.. 꼬맹이들은 가끔은 너무나 순수하게 다가와서 약간은 망설이게 만들 때가 있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고집으로 물고 늘어지면서 칭얼댈 때는 나를 무척이나 화 나게 만들 때가 많다. 다음날 아침 일찍 오겠다고, 무슨 일이 있다면 전화하라고 말하면서 겨우겨우 달래놓고 나왔다. 피곤해, 정말이지 애들은 피곤하단 말이야. 하나같이. 특히 차이나, 너의 이런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적응 안 된다고.


둔영에 돌아온 나는 머리가 너무 아파서 한참을 그냥 바닥에 누워서 뒤척였다. 히지카타는 무얼하고 있을까? 아직 자고 있으려나. 그 날 그렇게 수 많은 담배 꽁초의 재를 손끝으로 떨어트리면서, 처량하게 울리는 신호 연결음 만을 들으면서 그도 느꼈길 바랐다. 둘 사이가 끝났다는 것을. 혹여나 그 녀석의 그런 행동에 의해서 형씨가 흔들릴까봐 조바심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 근데, 그건 그렇고 차이나는 이제 어쩌지? 저렇게 그곳에 계속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만약 돌아가서 화해라도 해버리다면, 그것 역시 싫은데... 이렇게 머리를 쓰는 것이 특기가 아닌 나는 이런 고민 같은 걸 하는 게 익숙치 않아서 머리만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이른 새벽. 나는 혹여나 그가 다시 찾아갈까봐 온몸의 신경을 청각으로 집중시킨채 고요한 둔영을 감지하고 있었다. 조용한 기운 만이 이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 나는 조용히 밖을 나와서 뺨에 닿는 차가운 새벽의 공기를 느끼며 잠시 고민할 때, 탁- 하고 히지카타의 방 문이 열리는 가벼운 마찰소리에 그 쪽을 돌아보았다. 히지카타는 나와 있는 나를 보고 놀랐는지 잠깐 멈칫 하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게 무얼 하냐고 물었다.

"그러는 넌, 뭘하는데?"

이 새벽에 몸도 성하지 않은 이 녀석이 바깥에만 나왔다는 것 자체로도 화가 날 정도로 나는 예민해져 있었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들어가서 자라고 말하고는 신발을 신는 그 녀석을 보고 다시 한번 화가 치밀어서 다시 물었다.

"너, 어디가?"

나의 말투에 가시가 돋혀 있었을거다. 그렇게 내 앞에서 당당하게 신발을 신으면서 떳떳하게 행동을 해 올 줄은 몰랐다. 아니지 일부러 그러는 거 일수도.

"알아서 뭐하게"

그의 짤막한 한마디. 그리고 나를 뒤로한 채 둔영을 떠났다. 나는 몇 차례 형씨에게 가는 그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이대로 놔두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그의 뒤를 당당하게 밟았다. 멀리서 보이는 히지카타가 그 날도 어김없이 형씨의 해결사 사무실로 향하는 걸 보고 나는 진심으로... 뭐라고 해야하나... 비참함을 느꼈다. 내가 뒤쫓아 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모를 수도 있지만, 모른다는 것이 나는 더 슬프다. 나를 전혀 신경쓰고 있지 않다는 거니까. 이랬건 저랬건, 나는 이 녀석에게 그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는 그런 위치의 사람이었다. 짜증나. 불공평했다. 나는 그를 위해서 나의 많은 것을 희생해왔다. 그 것은 그도 잘 알 것이다. 나를 잘 알고 있으니까. 근데 니가 지금 나에게 이런 행동을 취한다고? 너는 말야. 형씨만큼이나 이기적이고, 나만큼 치사한 새끼야. 그리고 다시 그가 해결사 사무실의 앞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초라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

"미친새끼"

"..."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걸 보니, 내가 뒤 따라온걸 몰랐나보다. 개새끼. 병신새끼. 이 나쁜 새끼야.

"뭐해?"

"..."

".....돌아가자"

내가 말했다. 사실 욕을 무더기로 해주고 싶은 마음이 무엇보다 컸지만, 뱉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 소고"

"응"

"돌아가"

"응, 돌아가자"

"가"

"그래, 가자"

"가"

"갈거야! 같이"

"..."

그는 나의 말에 말없이 흰 연기를 내 뿜으면서 약간은 단호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 난 안갈거야. 너 혼자 가라고 말하고 있잖아"

나 혼자? 내가 말 없이 그를 쳐다봤으나, 그의 눈은 바로 눈 앞에 있는 내가 아니라, 불이 꺼져 있는 해결사 사무실 안의 어두컴컴한 창문만을 말없이 쳐다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자고 있으려나..."


그 중얼거리는 아무것도 아닌 한 마디가 나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는지 모를거다. 나는 그 순간 그 동안 참아왔던 모든 기억들이 떠올랐다. 내가 그를 사랑해서 했던 모든 행동들. 나는 나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자존심마저 너를 위해서 내려 놓는데에 얼마나 큰 결심과, 수치심을 느꼈는지... 너는 모를거야. 그리고 그만큼 비례한 분노가 이 이상으로 표출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정신 못차리는 이 답답한 새끼를 어떻게 정신이 들게 만들어야 할까. 얼마 전의 나라면 충분히 이성적이었을 텐데, 지금의 나는 그렇지 못해서 나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향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그 순간 타는 듯이 아파 오는 내 손. 사실 이성적이지 않아서 무슨 생각으로 그를 때렸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때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의 얼굴에 한번 주먹을 내리치고 나서 이상하리 만큼 순순히 쓰러진 그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끌고서 잘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개를 끌고 가듯이 질질 끌고서 갔다.


골목. 난 분명히 이런 으슥한 골목이 이 녀석과 형씨의 섹스가 떠올라서 미치도록 혐오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선 역시 이런 골목만큼 좋은 곳은 없다. 쾌쾌한 냄새와 보이지 않는 어둠, 그리고 이상하게 순순히 나에게 맞아주며 저항하지 않고 끌려온 이 녀석. 거칠게 이 녀석을 내려 놓았을 때, 수 많은 골목들의 가지로 뻗어있는 골목의 한 쪽 구석에선 이 녀석과 형씨가 그 때와 같이 서로의 이름을 신음과 함께 뒤섞어서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히지카타의 몸을 개걸스럽게 핥아내리는 형씨가 자꾸만 내 눈에 보였다.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려도, 그 소리가 굉장히 생생하게 내 귀를 파고 들어서 귀를 막아도, 자꾸만 내 옆에 있는듯이 생생하게, 너무나 괴롭게! 자꾸만 내 눈에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하는 쪽에서 나타난 히지카타를 끌어안은 형씨와 눈이 마주쳤을 때, 형씨가 나에게 말해왔다.

'뭐하는 거야?'

그 눈이 너무나 섬뜩해서 나는 순간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못했다.

‘어이 오키타. 사랑이 뭐라고 생각 하는거야? 나처럼 이렇게. 그의 품에 안겨있는 것이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한번 그의 목덜미를 핥아올리는 그 장면을 보고 나는 몸이 차게 식으면서 식은땀이 내 온 몸을 간지럽게 타고 흘렀다. 그 역함에 의한 공포를 이기려 내 눈앞에 순순히 나에게 끌려온 이 녀석을 신경질 적으로 더 폭력을 가했다. 씨발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이렇게 된 원인은 다 너라고!

깊이 생각하진 못했다.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끌고 와서도 나는 한참이나 그의 얼굴에, 온 몸에 주먹을 내리치면서 분노에 이해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내 눈앞에 자꾸 보이는 형씨도, 그런 형씨와 부둥켜안고 있는 너도,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서 내 앞에 피를 흘리면서 주저 앉아있는 너도.... 다 나를 화나게 한다고 지금!


"씨발.. 사람을 언제까지.. 병신으로 보는거야..."

히지카타는 대답도 없었고,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런 그의 행동이 나를 더 화나게 만들었다.

"응? 히지카타"

아프다고, 하지 말라고 말이라도 하란 말이야 병신새끼야. 나는 말없이 나에게 순순히 맞는 이 녀석의 태도가 더 화가나서 계속해서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치다가, 반응 없는 그의 행동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발길질까지 해댔다. 내 주먹도 맞은 이 녀석만큼이나 아팠다. 내 피인지, 이 녀석의 피인지 모를 피가 뒤섞여 손에서 뚝뚝 떨어질 때 나는 이상하게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재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무리 때려도 반응이 없었고, 전투 의지조차 없는 그런 사람에게 폭력을 가한다는 것은 유쾌하지 않았으나, 사랑하는 이 사람의 엉망이 된 모습을 보는것도 나쁘진 않았다. 심지어 그 가해자가 '나'라는 것에 대한 기쁨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반응이 있었다면 조금 더 좋았을거라고 생각해.

피로 물들은 이 녀석의 얼굴을 한참 쳐다보다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내가 말했다.

"히지카타.. 아파?"

"..."

"니가 자꾸.. 그런 병신같은 짓을 하니까.."

"..."

"내가....내가.. 화가 나잖아.. 니가 자꾸 나의 마음을 몰라주잖아! 외면하잖아! 나는 그만큼 너를 위해주고 있는데, 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지도 않잖아! 오히려 그런 나에게 자꾸.. 자꾸 내 마음을 난도질하잖아! 저.. 저딴 저 이상한 새끼랑 더럽게 몸을 섞으면서 나는 쳐다보지도 않잖아! 원래.... 원래 형씨의 자리는... 내 자리였는데 말이야...."

"..."

여전히 아무말도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이 녀석의 멱살을 잡아 쥐고는 거칠게 흔들면서 말했다.

"왜 대답이 없어? 왜? 말해! 말하란 말이야! 나의 편이 되어주겠다면서, 나의 곁에서 있어주겠다면서, 그렇게 약속했으면서!"

그때 나는 약간 흥분을 못 이겨서 악을 쓰면서 말했다.


".........힘들었...겠구나"

그가 드디어 입을 열고 한 첫 마디였다.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건.. 슬프네...생각보다 더 심하게."

나는 그 말을 듣고 그의 멱살을 잡았던 손에 힘을 뺐다. 나에게 그렇게 맞으면서도 내 생각이 아닌, 형씨 생각을 하고 있어서. 씨발 미친새끼. 형씨가 너를 못 믿는게 그렇게 힘들어? 그거, 말했잖아. 너는 나를 더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형씨에게 아무 말 못한거라니까.? 왜 그걸 모르는거야. 이런 모습의 히지카타는 진실로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이나 혐오스러웠다.

지금 이 순간은 이 녀석과 더 이상 그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히지카타를 싫어하게 되었다거나, 놓아주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잠시, 이 순간만..

쓰러져서 피를 흘리고 있는 히지카타를 뒤로하고서, 양 손에 흐르는 나와 히지카타의 피로, 내가 걸어가는 길을 표시하듯이 피를 떨어트리면서 걸었다. 주체되지 않는 분노 때문에 몸을 덜덜 떨기까지 하면서. 둔영에 돌아온 나는 카구라의 오빠라는 사람이 쓴 편지가 생각나서 통 보지도 않는 두꺼운 책에 끼워둔 그의 편지를 다시 꺼내어 펼쳐들었다. 나는 무척이나 흥분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여전히 미세히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펼쳐들었다. 형씨는 나에게서 그를 빼앗아서는, 혼자 일어서지도 못하게 팔 다리를 잘라내버린 개 같은 자식이다. 남의 것을 썼으면 얌전히 돌려줘야지. 씨발. 마지막 장에 써 있는 카구라의 오빠라는 사람의 연락처를 보고 나는 급하게 그 마지막 장을 들고서 뛰쳐나갔다. 공중전화는 사람들이 잘 쓰지도 않고, 오래 되기도 해서 그 옆에 있는 담배꽁초 더미와, 빛 바랜 전화기, 구식의 다이얼버튼 그리고 비위생적인 수화기가 마음이 들진 않았지만,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런 낯선 사람에게 나의 연락처 따위를 알리고 싶진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몇 번의 신호 연결음이 울리고, 받았는지 울리던 연결음이 끊겼다. 받았다는 것은 알았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화너머의 상대도 아무런 말 없이 시간이 몇 초쯤 흘렀을 때,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입을 열었다.

[카구라..?]

“...제대로 걸었나보네”

[..뭐야, 어떤 놈이야?]

차이나의 오빠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목소리나 말투가 부드러웠다.

[이런 장난, 좋아하지 않아. 죽고 싶어?]

죽고싶어? 라는 말뒤에 작게 웃어보였다. 전체적인 말투도 싱글싱글 웃는 말투였다. 하지만 장난식으로 하는 말투에 보이지 않는 살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역시 상당히 위험한 사람임은 확실했다.

“카구라가, 그 쪽을 기다리고 있어”

[...넌 뭔데?]

“카부키쵸에 60-5번지에 있는 여관. 내일 4시 이전까지 와서 데려가”

[...너는 뭐냐고 묻잖아.]

“..지구의 경찰. 가족을 찾아주려는 것 뿐이야.”

무어라고 이야기 하려하는 그의 말은 더 이상 들을 이유도,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추어, 그 새벽에, 정말 모두가 잠들었음에 의심치 않을 그 시각에 울린 내 핸드폰 액정엔 차이나의 이름이 띄워졌다. 잠깐 와달라는 전화였다.









-
차이나에게 가면서 갑자기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오빠라는 사람. 올까? 내가 4시까지라고 말 한 것은 일부러 시간을 정해 준 것이었다. 마지노선도 없이 초조해지고 싶지 않아서. 당연히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지 않는다면? 음... 그것은 장담 할 수 없었다. 그 때의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오겠지. 나는 그와 닮았기 때문에 그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누구와 작별인사 같은 것은 나누게 하지도 않을거야. 나도 그럴 테니까.


-
여관에 찾아갔을 때, 문을 열자마자 차이나는 급히 와서는 나에게 그 여관을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아무래도 형씨를 찾아가야겠다면서 가서 심한 말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래? 그럼 내일...”

“아냐! 지금 가야겠다해!”

“..내일가자. 내가 같이..”

“아냐! 지금 가야된다해!”

차이나는 나의 말을 단호하게 자르면서 말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말이야, 그래도.. 그래도 모르겠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래도.. 그래도 만나야 할 것 같다해!"

다시 나를 제치고 가려는 차이나의 어깨를 다시 붙잡고 말했다.

"가지 말라니까!"

"아냐! 지금 가야해!"

"늦었잖아!"

나의 다시한번 정신차리라는 듯이 어깨를 강하게 잡자 차이나가 움직임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지금이 몇시인 줄 알기나해? 지금 새벽이잖아. 다들 자고 있을..시간이잖아. 그리고... 위험..하니까.. 너 혼자 어딜가겠다는건데?"

기다려, 내일까지만.. 내일 언제올지 모르는, 네 오빠가 올 때까지만 얌전히 있으란 말이야! 하루만, 하루만..
차이나는 절대로 갈 수 없을 것이다. 아니. 가게 하지 않을거야. 만나지마! 만나지 않겠다고 네 입으로 나에게 말했잖아!

"아... 미안하다해.."

꼬맹이가 나의 말에 얌전해져서는 말했다.

"이 새벽에 막무가내로 불러내서는... 나 완전히 제 멋대로다해"

그리고는 히지카타와 나의 피로 물들어 있는 내 손을 보더니, 다쳤냐면서 물었다. 나는 왜 인지 모르게 그 손이 부끄러워서 그냥 신경쓰지 말라면서 대답을 피했다. 나를 쳐다보면서, 와줘서 고맙다면서, 다시 그 무서울 정도로 순수한 파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이렇게 막무가내로 굴어도 찾아와줘서' 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아서 순간 차이나가 무서워졌다.

“나 잠들 때 까지만 있어 주면 안돼? 그리고 내일부턴 정말 말 잘 들을게. 꼼짝 말고 여기에서 기다릴게”

응. 좋아. 나는 대답대신 꼬맹이가 누워 있는 침대 옆에 앉아서는 빨리 자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 내가 기억 못하는 시절에 나는 어땠냐 해?”

“.. 그냥 뭐..”

“그때도, 내가 오빠 좋아했냐 해?”

“아니”

“그때의 나랑 지금의 나랑, 어느 쪽이 더 좋아?”

“지금”

지금의 너니까 이렇게 순순히 내 말에 따라주잖아.

“다행이다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자”

“...내 친오빠는 말야. 항상 웃고 있었지만 기뻐서 웃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해. 지금 오빠도 그래보여. 그냥.. 뭐랄까.. 불안해 보인다해”

“얼른 자라니까”

“내가 옆에 계속 있게 해주면, 불안하지 않게 해 줄 자신 있는데... 나도...네가.. 아니 오빠가 있어주면 전혀 불안할 것 같지 않다해.!... 생각해보니까.. 진짜 가고 싶었으면 그냥 뛰쳐나갔을텐데.. 와 달라고 전화를 한거보면 나도 약간 망설였나보다해.. 그냥 너무 불안해서. 그래서..........”

내가 별 대꾸가 없자, 벌써 자냐해? 하고 묻고는 한참 후에 까지 별 말 없는 걸 보니 잠이 들었나보다. 이 꼬맹이가 나를 향하는 마음은 정말이지.. 그래, 분명히 나를 감동시킬 만했을 거야. 지금 내가 이렇게 혼란스럽고, 네 옆에 있는 그 형씨라는 사람이 나의 것에 손을 대지 않았다면 말이야.

봐요! 히지카타, 난 착한 경찰이야. 길을 잃고 헤메이는 어린아이를 봐서, 가족을 찾아주는 것이잖아. 형씨 같은 변태적인 성욕을 가진 사람의 곁에 꼬맹이를, 그것도 여자 꼬마아이를 두는 것은 정말로 위험하잖아요. 이 꼬맹이도 계속 두게 된다면 어딘가에 가지도 못하게 팔 다리가 잘릴지도 모른다고 당신처럼! 그렇죠? 그렇죠 부장님? 나 잘했죠? 그렇죠? 날 칭찬할 수 밖에 없을 걸? 나는 착한 경찰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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