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지긴/히지오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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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는 존나 착하다. 항상 냉정한 얼굴을 하고 있고, 부하들을 갈구는 때에는 죽어라고 갈구지만, 오래 지켜봐온 나는 알고 있다. 아, 물론 그렇다고 병신같이 착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가끔 병신보다 더 병신같이 착할 때도 있다는 것. 아- 그립다. 정말 병신 같다고 느꼈을 때가 있었는데. 우리의 사랑이 가장 컸던 때였다.


지금 현재 그와 나의 위치를 바꾼다면 난 아마 반강제적으로 행했다고는 하나 동기를 부여한 그에게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것인데, 그는 나에게 죄책감을 느끼는지 계속해서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나 아무렇지도 않아. 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말을 하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안에서만 빙빙 돌 분,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를 위로하기는 커녕,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음.. 딱히 화가 난 것도 아니고, 그를 원망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나 스스로가 하고 싶은 움직임을 취할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멈춘 듯, 그도, 나도 움직임을 멈춘지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내가 몸을 일으켰을때 그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죄인처럼 내 곁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번엔 나를 위해 무릎을 꿇었다고 생각하니까 몸이 전율하듯이 기뻤지만, 웃음이 나오지는 않았다. 우선 나는 허리가 너무 아파서 몸을 일으키면서 짧은 신음을 나도 모르게 내뱉었던 것이다. 히지카타는 그런 나를 보고 널부러진 옷을 주워다 주었다. 그가 내민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으면서도 몇 번이나 짧은 신음을 뱉으면서, 그리고 그의 표정을 관찰하면서 알았다.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인지를. 사람은 개와 같아서 쫓으면 도망가고, 뒤돌아서면 쫓게 된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까지 내가 그를 쫓았다면, 지금 이 일을 계기로 그와 나의 위치가 바뀌었다. 나는 이렇게 가끔씩 뒤돌아서 있으면 되고, 그러면 그는 나를 쫓아올 것이라는 것. 나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허리를 짚고, 엉망진창인 제복을 입고서 불편한 걸음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히지카타가 말 없이 내 뒤를 따라와서 내 어깨에 제 제복을 걸쳐주었다. 내가 말없이 그를 쳐다보자 그가 내 시선을 급히 피하면서 말했다.


"...옷이.. 엉망이니까.."


말 없이 돌아서서 걸었지만 나는 그의 체취가 섞인 옷을 사랑하는 그가 직접 나에게 걸쳐주었다는 것이 설레어서 뒤돌아서서 소리 없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걸었다. 차이나도 그래서 나를 그렇게 좋아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가 걸쳐준 옷 하나에 나는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었고, 마치 그가 나를 껴안아주고 있는 듯한 기분에 한껏 들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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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허리는 정말 더럽게 아팠다. 다음날 방에서 하루종일 누워서 티비나 보고 있는데, 아무도 날 부르러 오지 않는 거다. 그건 좋았다. 아마도 히지카타가 그냥 내버려 두라고 했겠지? 그것도 좋지만, 찾아와서 한번 더 나를 걱정하거나, 나에게 용서라도 빌러 와주는 게 난 더 좋다. 히지카타, 니가 나에게 차라리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다면 나는 오히려 더 재미가 없었을지도 몰라. 니가 그렇게 나왔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쿨한 척 하면서 이왕 이렇게 된거 섹스파트너를 형씨에서 나로 바꿔보는건 어때? 라는 말을 했을지도? 물론 나는 형씨같은 동일한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말은 안했을 것이다. 만약에 라는 것이니 아무렇게나 상상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일어나지 못할 일이니까. 그러니까 막 상상해보는 거지 뭐.


둔영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돌아오고, 시끌시끌해져 모두가 돌아온 것을 알았다. 무기력하게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있는데, 어울리지 않게 문 앞에서 나를 불렀다.


"소고.."


나는 대답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들어갈게"


그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를 나른하게 눈을 치켜뜨고 쳐다보았다. 그런 나를 보고 여전히 시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는 어색하게 서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조용히, 잠자코 있다가 물었다.


"...왜 왔어?"


"...걱정...되서.."


"무슨 걱정?"


"..."


"형씨, 찾아갔어?"


"...아니.."


그럼, 그래야지. 역시 너는 다시금 내 앞에서 병신같이 착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왜? 왜 안 갔어?"

그는 내 물음에 대답하길 한참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네가.. 신경쓰여서"


병신, 다시 생각해도 너는 진짜 병신새끼야. 히지카타, 그러니까 내가 너를 이렇게 미친듯이 사랑하고, 가지고 싶어 하는 거야. 네가 이렇게 사랑스러우니까. 네가 너무 멋있으니까. 너 같은 사람을 소유하는 사람은 모두가 그렇게 느낄걸? 아마 형씨도 잠시나마 그런 우월감에 찌들어 있었을거야. 그리고 너와의 관계가 깨진 지금은 아마 더 크게 추락하고 있을 거고. 그러게 누가 남의 것에 손을 대라고 했나? 처음부터 나는 경고했는데.


"이미.. 너는 나에 대해서.. 완전히 정이 떨어졌겠지만..."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여전히 침대에 누워서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니까 더. 네가 나와 어떻게 지내고 싶은지 궁금해. 네가.. 항상 말하는 것처럼 부장자리를 내놓고 떠나라면.. 떠날게. 지금 니가 잠자코 있는게...나는 더 괴로워서.. 싫어할 걸 알면서도... 찾아왔어"


그랬어? 내가 떠나라고 하면 떠날 생각까지 했어? 니가?


"떠날 수 있어?"


"...응"


"거짓말"


"..."


대답하진 않았지만, 그가 허튼 소리는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그를 떠나 보낼 생각도 없고,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를 미워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나는 지금도 내 눈앞에 있는 그가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나를 안아줬으면, 나에게 키스해줬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엔 형씨의 이름이 아닌 내 이름을 부르면서.별 대답 없이, 나는 그냥 목이 마르니 물을 한잔 가져다 달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나를 의아하게 보다가 잠시 머뭇거리고는 물을 한잔 가져다주었다.


떠나? 니가 나를 떠나? 누구 맘대로 떠나. 나를 사랑하니까 떠날 수 없다고 말해야지. 그러면 더 좋았을 텐데.


 아직도 네가 나에 대해 품었던 마음을 기억하지 못 하는 건 참 슬퍼.그가 제 정신이든 아니든, 이제 그것은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그가 내 옆에만 있기만 하면 된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내가 원하는 데로 행동할테니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하기도 했으나, 나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히지카타가 나에게 '떠나라고 하면 떠나겠다'는 말을 한 뒤로 난 약간의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가 끝까지 나를 사랑한다고는 말해주지 않아서 서운하기도 했다. 마냥 미안해, 미안해가 아니라 (기억을 못하더라도) 사랑해서 그랬어 라고 한마디라도 해주지. 그냥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도 조금은 좋았을 것 같은데, 기억이 돌아온 걸까? 나 사랑받고 있는 걸까? 하고 조금은 두근두근 했을 텐데. 아아....아니, 아니지. 실제로 이렇게 말했으면 더 지랄을 떨었을 지도 모르겠다. 정말 나를 사랑해? 정말이야? 맹세할 수 있어? 그러면 해결사 사무실에서 울고 있는 형씨를 너의 권력을 다 동원해서 뭐라도 죄목을 만들어서 내 앞에 끌고 와봐요. 죽이라고는 안 할테니 감옥에 처넣어봐요. 물론 고문은 내가 할거야. 그리고 차이나를 찾고 있다고 했지? 나, 차이나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랑 갔는지, 어떤 꼴을 누구에게 어떻게 당했었는지 전부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말하지 않을 거야. 나를 사랑한다면 그런 일들은 아무것도 상관없는 일이지? 그렇지? 라고 끝없이 비아낭 대면서 거짓말을 한 너에게 미친 듯이 확인하려 들었을거야.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테니까.

사실.. 네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그렇게 확인해대는 거..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괴롭고 힘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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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여러 가지의 이름과 색깔을 지니고 있다고 하듯이, 나는 히지카타의 사랑이 어떤 이름으로 나에게 존재하던 상관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가 나에게 보여주는 사랑의 이름은 '책임'과 '죄책'. 행동의 댓가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그 책임감 말이다. 밝고 명랑한 색상은 아니였지만, 그런 형태의 사랑도 나는 사랑했기 때문에 기뻤다. 자꾸만 죄책감에 의해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그에게 나는 말했다.


"형씨, 만나고 있어?"


그는 내 말에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지금의 그를 100퍼센트 믿지는 못하는 입장이다. 그는 나에게 이미 여러 번의 거짓말을 해왔으니까.


"아, 그렇구나"


그가 전에 나에게 자신이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확실한 답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내 옆에서 내가 대답해주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겠지만.


"형씨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


"난 너와 형씨가 만나는게 너무 싫어"


"..."


사실 이런 말을 하지 않아도 그는 형씨를 만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린 나는 끊임없이 그를 의심하고, 확인받지 못하면 괴로웠다. 











-

그 이후로는 무기창고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히지카타의 앞에서 일부러, 더 병적으로 그 곳을 가길 기피했고, 그럴 때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내가 히지카타에게 형씨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이후로는 딱히 별 일이 없이 잔잔했다. 히지카타는 전보다 더, 병신같이 착했다. 나는 그래서 그런 그가 너무 좋았다. 정말 의심 할 구석 하나 없이, 나의 말을 잘 따랐다. 하지만 그를 100퍼센트 신뢰하기엔 앞서 거짓말을 했던 일들이 자꾸 떠올라서 깊숙이 믿진 못했다. 새벽에 나갈까봐 의심한 나는 항상 그의 침구에 들어가 그의 온도에 의해 데워진 이불 안에서 그의 품에 안겨서 잠이 들었다. 그의 살 냄새는 언제 맡아도 기분이 편안해져서 나는 언제나 그에 의해서 치유 받는 기분이 들곤 했다. 그는 나의 털끝하나 건들이지 않았다.


 

나 몰래 연락을 했던 적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항상 통신 쪽에 히지카타의 연락내역 조회를 받았다. 경찰이라는 직업은 이런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참 편리하다. 그것을 받으면 항상 보란 듯이 히지카타의 책상 위에 떡하니 올려놓았다. 물론, 그 목록에서 형씨가 그에게 연락을 취한 것은 몇 번 있었지만, 전부 받지 않은 것이었고, 그가 연락을 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올려놓은 것을 우두커니 서서 그것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에게 다가가서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말했다.


 

“혹시, 나 몰래 형씨와 만난다거나, 연락 같은 거, 한다면 싫어”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 

-

다시는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던 형씨는 허겁지겁 둔영에 찾아왔다. 정말 다행히도, 내가 마침 문 쪽을 서성이고 있었고, 히지카타는 집무실에 있었다. 형씨를 잘 알고 있는 대원들은 형씨를 그냥 들여보내려 할 때, 나는 다가가서 말했다.


"뭐야?"


"아, 해결사 형씨께서 오셨어요"


경비병은 나에게 웃으면서 말했고, 그의 뒤에서 형씨는 나를 보곤 나와 저 사이에 있는 경비병의 어깨를 허겁지겁 해치곤 나에게 바짝 다가왔다. 몰골이 정말 말이 아니다. 원래도 복실복실한 머리카락이 지금은 더 엉망진창이 되어서 저절로 눈살이 찌푸러졌다.


"오...오키타군 나.. 나 히지카타를.. 마..만나려고.."


내 어깨를 잡은 손이 덜덜 떨려왔다. 아, 불쌍해


"왜요?"


내 어깨에 올려져있는 손을 약간 기분 나쁘다는 식으로 쳐다보면서 물었다.


"연락도...안되고... 아니..나 그러니까.. 잠깐.. 할.. 할 이야기가.."


"히지카타는 없어요"


"집무실에 계신데.."


옆에 작게 말하는 경비병의 작은 중얼거림 소리. 닥치고 있을 것이지 저 새끼가.


형씨는 그 경비병을 한번 보고, 나에게 다시 잠깐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불러달라고 말했다. 거의 울부 짓고 있었는데 그 몰골이 너무 안쓰러워 보여서 형씨를 좋아하지 않는 나라고 하더라도 불쌍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그렇다고 나의 것을 잠시나마 빼앗은 사람에게 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해 줄 정도로 마음이 넓지 않은 나는 그런 형씨를 한참 쳐다보다가 다시 말했다.


"히지카타는 없어요"


"있다고 하잖아"


"없어요"


"너...이 자식.."


형씨는 다소 흥분한 듯 했지만, 힘이 없어서인지, 나에게 달라 들어도 크게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히지카타는 더 이상 형씨를 만나지 않아요"


"비켜, 직접 이야기하겠어"


"더 이상 만나지 않는다니까요"


한 발짝 둔영 안쪽에 발을 들여놓는 형씨의 어깨를 거칠게 잡았다. 전보다 더 죽어버린 그 동태눈깔이 우스워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나는 뒤에서 무슨 상황인지 몰라 우리를 멀뚱히 바라보는 대원들에게 말했다.


"뭘 쳐다보고 있어? 문 닫아"


닫히는 문틈사이로 나에게 밀쳐져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형씨의 모습에서 시체 냄새가 나는 듯이 역했다.





형씨가 그렇게 와서 난리를 치기를 몇 번, 히지카타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완전히 소리 소리를 지르면서 난리치기를 몇 번했으니까. 그럴 때마다 나는 죽어가는 몰골을 한 형씨를 보면서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하고 물었다. 그러면 항상 힘없는 목소리,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히지카타.....히지카타... 하고 중얼거리고는 내 앞에 주저앉곤 했다. 다행히도 히지카타는 그런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무슨 일이냐고 묻지도 않았으며, 관심 가지지도 않았다. 나는 그런 그의 태도가 너무 기뻤다.



지쳤는지, 형씨는 언젠가 부터는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 히지카타에게 찾아가서 턱을 괴고 일에 집중하는 그를 관찰하곤 했다. 조금은 살이 빠졌나.. 약간 야윈 것 같다.


“살 빠진 것 같아”

 

“..그래?”

 

“응”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누구?”

 

“너”

 

“딱히 별 생각 없는데?”

 

“...아....그래"

 

그는 잠깐 무슨 말을 꺼내려는 듯 했지만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나는 대충 짐작은 했다. ‘자신에게 어째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 뭐 그런 말이었겠지 뭐. 그에게 자꾸만 애정을 표현하는 내가, 가끔은 그와 있었던 일에 대해 트라우마가 남은 듯한 행동을 보였기 때문에.


“넌 나를 사랑해”


“...”

 

“그래서 그런 거야, 그렇지?”


그는 내 말에 하던 일을 멈추고 또 다시 대답을 피했다.

 

 








-

형씨가 왜 찾아오지 않는가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 나는 나의 개인적인 행복에 취해 있기 바빴으니까. 그러다가 우연히 해결사 사무실을 지나가다가 그 곳의 관리자인 할멈과 고양이 귀 천인 둘이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

 

“긴토키 저 새끼는 죽으려고 작정을 한 모양인지, 하루 종일 집에 틀여 박혀서 도데체 무얼 하고 있는 거야? 가서 밥 먹었나 확인해보고 안 먹었으면 먹으라고 협박이라도 해! 억지로라도 먹여 그리고 이것도 좀 가져다 주고!"


그 할멈이 건넨 도시락 같은 것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고양이귀 천인을 빤히 쳐다보았다.


처음 해결사 형씨의 사무실을 봤을 때, 이 곳의 첫 인상이 생각난다. 그땐 차이나, 형씨, 그리고 안경 셋이서 시끌시끌했고 밝은 공기가 항상 가득했었다. 잠시나마, 이 곳을 동경했을 정도로. 하지만 지금의 이곳은 형씨와 비슷하게 시체 냄새가 풍기는 음침한 시체 소각장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내가 싫어하는 그 음침한 골목길과 함께 더불어 절대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강한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굳게 닫힌 창문으로 불이 켜 있지 않은 컴컴한 공간을 잠시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히지카타는 전과 달라질 것 없이, 내 옆에 있었다. 둘이 있을 때 가끔 나는 그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추곤 했는데, 히지카타는 그럴 때 약간 당황하면서 잠시 우울해 하는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 것은 나에게 행한 행위가 생각나서 죄책감에 의한 것이라고 나는 짐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안경은 지나가다가 나를 만나면 형씨의 소식을 종종 털어놓곤 했는데, 내 생각엔 저도 답답해서 그러는 것 같다. 얼마나 말 할 사람이 없으면 나에게 털어 놓겠어. 안경은 거의 울먹거리면서, 계속해서 목이 메어 하면서 말을 했는데 안경의 말에 의하면 형씨는 심하게 앓았다고 한다. 대충 이야기하는 기간을 보아하니, 내가 전에 고양이 천인과 할멈의 이야기를 엿들었을 쯔음인 것 같다. 안경은 그때 당시 카구라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아다녀보고 있었다고 한다. 형씨는 의사도 부르지 않고, 심하게 앓다가 우연히 한껏 밀린 집세 독촉을 하러 왔다가 발견한 할멈이 겨우 의사를 불러 치료를 해서 목숨은 겨우 구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신적인 충격이 컸는지 목소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병원에 입원을 하자고 해도 필사적으로 거부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혹시 카구라가 잠깐이라도 이 곳에 올 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충격이 큰 것은 이해하지만 갑자기 이제 와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면서 울먹거렸는데, 내 생각엔 카구라와 동시에 히지카타와의 관계가 끝나버렸던 영향도 컸던 것 같다.


나는 계속 울먹거리며 이야기 하는 안경의 이야기를 그냥 옆에 앉아서 경단을 하나씩 빼먹으면서 아, 그랬구나.. 저런... 정도의 가식적인 말을 작게 중얼거리면서 여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를 들을 뿐이다.


"히지카타씨는 그 이후론 연락도 없으시고.. 바쁘신지 찾아오시지도 않으시네요. 잘 지내시죠?"


"응 걘 항상 바쁘지 뭐"






차이나에게는 편지가 두 세통 왔다. 펼쳐보기는 했는데, 자세히 읽지는 않았다. 대충 훑어봤을 때 잠깐 눈에 각인된 구절은 [오빠가 가끔 이상해].


나는 앞으로는 이 주소가 아닌 다른 주소로 보내라면서 주소 한 줄 만을 써서 답장했다. 계속 이 곳으로 편지를 보내는 것은 싫어. 혹시 히지카타가 보고 오해하면 어떡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과 연락하는 것이 끔찍히 싫은 나는 그 심정을 사무칠 정도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 행동이다. 물론 그 주소는 나도 모르는 이상한 곳으로 적당히 골라서 썼다. 



히지카타는 가끔 멍하게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럴 때마다 뒤에서 껴안으면서, 사랑해, 너도 그렇지? 하고 물었다. 힘없이 그래. 하고 답하면 그런 건 싫어. 너도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줘 라고 말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잘 하지 못하는 그를 나는 조금은 이해하기로 해서 딱히 별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나의 사랑스러운 연인인 그의 품에 안겨서 항상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그가 내 옆에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안심하면서 안정을 찾았다.

 

다시 이 품을 되찾기 위해, 나 혼자만이 소유하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히지카타. 나는 네가 정말로 좋아. 사랑해.

 


 





 


 

부장님, 전과자들은 전과를 꼬리표로 달고 어떻게 생활할까요?

어떻게 생활하긴, 타협해서 살아야지 뭐. 그걸 뗄 방법도 없잖아? 제 업보인데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지 뭐.

그렇겠죠? 떼고 싶어도 떨어지지 않겠죠?

잘 알면서 그런 건 왜 물어봐?

아니 그냥요. 얼마 전에 어떤 사람이 꼬리표 때문에 자꾸 걸려서 힘들다면서 혹시 없냐고 묻길래.

그런게 있겠냐. 그렇기 때문에 무서운 거야. 꼬리표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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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을 내지 말라고 몇몇 분들이 말씀하셨지만, 제가 처음에 스토리를 짰을때의 구성이 여기까지 였습니다

아마 이런 완결이 될거라고 생각하시고 말씀하신것 같네요

히지오키 쏘우편을 보다가 문득 집착하는 오키타 보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쓰게 됐습니다 그래서 막힐때마다 쏘우편 재탕하면서

생각을 많이했어요 결말을 정해놨지만 저도 고민을 너무 많이했습니다...ㅜㅜ

이걸 쓰면서 저도 너무 재미있게 썼었어서 저 역시 끝을 썼다는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예요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 모두 완전 사랑합니다 같이 히지오키 파고 천국갑시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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