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오키] 융해점 3

2015. 9. 15. 00:00
















이 악당은 나를 구속하지는 않았다. 나도 더 이상 이 녀석이 무섭지는 않았다. 분명히 도망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도망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쫓아온다면 다시 잡혔겠지만) 하지만 이 녀석도 자신이 나를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내가 떠날거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상처까지 치료해 준 것을 보면. 사람들은 나에게 종종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내가 봤을 때 이 녀석도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이질 않았다. 그런 이 녀석을 자극, 혹은 떠봐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내가 말했다.


"칼이 있었으면 좋겠어"


"칼?"


"응"


"어떤 게 좋은데?"


조금 의외인 답이었다.


"저런 거?"


어떤 사람이 차고 지나가는 칼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건 별로. 저런 거"


내가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돌아다니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하나를 가리켰다.


"저거면 된다 이거지?"


나는 그의 웃음을 보고 순간 말한 것을 잠깐은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그 칼을 쥐고 있던 주인에게 다짜고짜 찾아가서는 그 칼을 내놓으라고 말했다. 순순히 줄 리가 없는 그 사무라이인지 양이지사인지 하는 사람은 그에게 반항의 뜻을 보이다가 칼집에서 칼을 뽑아내기도 전에 팔이 뜯겨나갔다. 피가 콸콸 쏟아지는 팔을 보고선 잠시 쳐다보다가, 뒤늦게 비명을 지르는 그 사람이 떨어트린 칼을 집어 들고, 뒤에서 팔짱을 낀채 구경을 하고 있던 나에게 여유있게 걸어와선 건네주었다.


손수 빼앗아서 나에게 가져다 줄지는 몰랐다. 나와 다시 한번 싸우고 싶은 생각이겠지?


"자, 너에게 더 어울려"


당연하지. 나는 기분 좋게 그 칼을 받아들었다. 역시 칼이 없으면 허전하다니까?






나는 경찰이고, 그는 악당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경찰을 죽여왔지만(물론 내가 아닌 이 악당이), 여기가 다른 지역이라서 그런지 눈에 익은 우리 집단이라던가, 우리의 라이벌인 미마와리구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 점이 나를 조금은 편하게 만들었는지도. 나는 장난스럽게 그가 건네준 칼을 칼집에서 슬쩍 빼서 칼날을 확인하면서 물었다.


"이렇게 무기까지 손수 구해다줘도 괜찮아? 내가 너를 죽여버릴수도 있잖아"


"죽일거야?"


"기회가 오면"


"됐어 그럼"


그는 내 어깨를 살짝 툭 치면서 말했다. 순순히 죽어주지도 않을거면서.


훔친 차를 타고 달려가면서 창문에서 부는 바람을 얼굴로 잔뜩 받아내다가 문뜩 생각나서 물었다.


"어디로 가는거야? 어디에서 자야겠다 하는 정도의 생각은 하고 있어?"


"넌 왜 이렇게 걱정이 많아?"


걱정이 많다는 이야기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봤다. 히지카타는 항상 나에게 '생각을 좀 해' 라거나, '걱정이라는 것을 좀 하면 안되겠어?' 라고 다그쳤기 때문이다.


"내가 걱정이 많은 게 아니라 네가 너무 없는 거야"


내 말에 그 녀석은 그냥 웃었다.







녀석이 차를 세운 곳은 몇 개의 집만이 드문드문 불을 키고서 황량하게 있는 시골이었다.


"어? 왜 이런 시골로 와버렸지?"


하곤 투덜거렸다. 이 녀석은 운전을 해서 어디로 갈 계획도 없고, 그냥 길이 있는 데로 운전하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나는 놀라지 않았다. 실수로 이 곳에 와버렸다고 하더라도 나는 여기가 정겨워서 꽤 좋았기 때문이다. 이 곳은 내가 어릴 적에 있었던 부슈를 연상시키게 하는 짙은 파랑에서 먹색으로 부드럽게 연결된 하늘이 있었다. 그리고 더불어, 흩뿌려진 별들이 쏟아질듯 펼쳐져 있어서 잠시나마 나를 어릴 적으로 돌려 놓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소록소록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들도, 특유의 풀냄새를 가득 품은 공기까지도.


"저기서 잘까?"


그가 왠 가정집을 하나 가리키면서 나에게 물었다. 나는 그가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 알 것 같아서 그의 뒷덜미를 잡고, 다른 곳으로 가자면서 잡아끌었다. 그는 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끌려오면서 왜 그래? 하고 물었다. 나는 그 말엔 대답하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왠 창고 같아 보이는 곳을 찾아서 그 곳에서 오늘은 보내자고 말했다. 그 녀석은 불만 인 듯 투덜거리면서 마지못해 따라왔다. 꾸준히 관리를 하는 곳인듯 상당히 깨끗했지만, 워낙 사람이 없는 시골이라 그런지 문도 잠겨 있지 않았다. 도시와는 다르게 시골은 이런 것이 좋다.


"또 사람을 죽일 생각이었잖아"


투덜거리면서 들어오는 녀석에게 내가 말했다.


"넌 참 이상해"


그 녀석이 아무대나 털썩 앉아서는 말했다.


"네가 이상하지"


"너도 좋아하잖아? 싸우는 것도. 사람 죽이는 것도 좋아하잖아"


분명히 그 점은 사실이다.


"근데 왜.."


"그러면 안 되니까.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으니까 네가 악당인거야"


내가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


"왜?"


"왜라니"


"지금까지 한 번도 말리지 않았잖아"


맞다. 나는 이 녀석을 강하게 말리거나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 녀석이 다른 사람의 칼을 잔인하게 빼앗아서 쥐어주었을때는 좋아하기 까지 했으니까. 이 녀석 생각엔 내가 모순되게 비추어질만 하다고 생각했다.


"넌 참 이상하단 말이야"


그는 중얼거리면서 털썩 누웠다.이 녀석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 궁금하지도 않고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이런 악당 녀석. 그 날밤 나는 그날따라 얌전히 잠든 이 악당의 옆에 나란히 누워선 잠에 들었다.






* * *





떠나면서 나는 그를 설득했다.


"여기는 돈이 있어야 당당해질 수 있는 거야.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짓은 범죄야."


"돈?"


"그래. 그러니까 마냥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이야기야. 사람들은 그냥 어쩌다 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이잖아. 그 곳에서 우연히, 불행하게 널 만났다는 이유로 죽이는 짓은 그만둬"


"그래. 잘 알았어. 그니까 돈이 필요하다는 거지?"


'돈이 필요해'라고 들렸나? 사실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순순해서 당황했다.


"...뭐.. 그런거지."


"알았어. 그럼 은행에 가자"


"...돈 있어?"


"당연하지"


그는 나에게 완전하게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차에 올라탔다. 차 안에서 그가 나에게 물었다.


"근데, 넌 왜 도망가지 않아?"


"니가 잡으러 온다며"


"아 그건 그렇지, 근데 별 의지도 없어보여서"


"그러는 너는 그렇게 날 죽이고 싶어하면서 왜 데리고 다녀?"


"몰라. 이상하게 죽이고 싶은데 죽이기 싫어"


뭐야?


"나도 뭔지 모르겠어. 그냥 재밌어"


그가 다시 웃는 얼굴로, 하지만 약간은 진심이 섞인 듯이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이 악당의 머릿속에도, 내가 이 녀석을 상대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것처럼, 그런 비슷한 단어를 떠올렸다고 생각했다.


"그니까 가지마"


이 악당이 나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그런 그를 슬쩍 보고는 약간 건조한 말투로 말했다.


"글쎄, 생각 좀 해보고"


이 악당은 내 말에 생각 같은 소리.. 하고 작게 중얼거리고는 시동을 켰다.






시골이여서 그런지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 전과 같은 사고(사람을 치고 지나가는)는 없었다. 이 악당도 재미가 없었는지 속도를 잔뜩 줄여선 천천히 운전을 했다. 이 녀석도 나도 처음 오는 곳이라서 작은 은행 하나를 찾는데도 한참 걸렸다. 겨우 지나가는 어떤 사람에게 은행의 위치를 물어 겨우겨우 찾았다. 시골의 은행은 사람도 거의 없고, 있어도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아줌마 몇 명이 있었다. 일하는 사람들도 드문드문 몇 명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곳에 들어선 순간 촌스럽고 어색했다. 악당 녀석이 여유롭게 휘파람을 불면서 나를 앞질러 걸었다.


“은행에선 번호표를 받아야지”


내가 번호표를 뽑아서 그에게 내밀었다.


“여기 숫자가 저기에 뜨면 가는 거야”

“흐음...”


그는 내가 내민 번호표를 한참 쳐다보다가 내 옆에 앉았다.


“너 되게 꽉 막혔구나?”


막혔다고? 내가? 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이게 여기서 모두가 지켜야 할 암묵적인 룰이라고 새끼야”


내 말에 그는 참 이상한 것을 지킨다면서 중얼거렸다. 차례가 되서 카운터로 가는 그를 보곤 잠시 잡지나 볼까 하고 잡지를 들고 몇 장 펼치는 순간, 타앙- 하고 큰 소리와 더불어 화약 냄새가 잔뜩 풍겼다. 놀라서 바라본 그 악당은 카운터의 직원을 겁을 주려고 했는지 다행히 그 사람 바로 옆에다가 총을 쏘았다.


“저 가방에 들어갈 만큼 돈 넣어”


창백하게 얼어붙은 직원들과, 자리에 앉아있는 나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뻥진 채로 읽으려던 잡지를 들고 있는 나.


“거기 너, 문 닫아”


그가 옆에 있는 다른 사람을 우산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은행에 돈이 있다는 말은 이런 걸 말한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딱 봐도 총 같은 것은 쏴본 적도 없고, 지금 이 상황이 무서워 죽겠다는 표정을 한 나이든 무장경찰이 책임감 있게 나타나서는, 죽이지도 못할 총을 들고는 악당 녀석에게 총을 겨누면서 외쳤다.


“가.. 가만히 있어!.. 우...움직이면 쏠거야!”


듣기만 해도 만만했다. 저런 표정, 말투에 쫄아 있을 악당은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을 것이다. 악당은 별 관심없이 있다가 웃으면서 그 나이든 무장경찰에게 다가갔다. 덜덜 떠는 그 무장경찰을 보고 나는 이 악당이 다음에 행할 행동을 보지 않아도 알았다. 그리고는 먼저 그 경찰에게 다가가선 기절시켰다. 쓰러지는 무장경찰과 나를 보고는 맘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짓고서 잠깐 나를 노려보았다. 나 역시 지지않고 그를 노려봤다. 그리고 이 악당은 돈을 챙겨서 넘기는 직원에게 가방을 낚아채듯이 받아들곤 말했다.


“가자”


그때의 나는 진심으로 화가 났다. 밖에 나오자 신고를 받은 시골의 경찰들이 오는 듯 싸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즐거워하는 표정을 짓으면서 요란한 소리의 방향을 바라보는 그를 잡으면서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냥 가. 충분히 도망칠 수 있잖아”


내가 진짜 화가 난 것처럼 보여서인지,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차에 올라탔다. 경찰은 쉽게 따돌릴 수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보면서 속으로 아, 저래서 우리 신센구미가 욕을 먹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저렇진 않았을거다. 우리라면 이렇게 쉽게 놓치진 않았을거야. 아마도.







“뭐야, 불만이야?”


그가 말없이 창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물었다.


“네가 돈이 있어야 당당하다며? 돈이 필요하대서 돈을 가지고 왔어. 근데 뭐가 불만이야?”


“... 그 돈이 네 돈은 아니잖아”


“내 손에 있으니까 내꺼지”


“당당하게 얻은게 아닌데 어떻게 그걸 그렇게 생각해?”


“당당하게 가서 달라고 한 거잖아”


“빼앗은 거지”


“빼앗긴 쪽이 잘못인거잖아?”


말이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안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 녀석은 이것이 그의 방식인 것이다. 이 녀석 입장에선 내가 이상한 사람이었다. 다르게 생각하면 이번엔 아무도 죽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제 돈이 있으니 범죄는 저지르지 않고 조용히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그래. 알겠어. 어쨌든 돈이 있으니 더 이상의 살인은 하지마”


그는 그냥 웃었다.





* * *





돈이 있는 우리는 부족한 것이 없어서, 정말 평화롭게 지냈다. 그도 더 이상 살인은 하지 않았고, 나 역시 금세 이 녀석에게 화가 났던 일은 모두 잊고서 마냥 즐겁게 지냈다. 여행이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흔할지도 모르는 긴 여행 한번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이 이상한 악당 녀석과 함께라는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이 악당은 나를 정말 좋아했다. 내가 그것을 느낄 정도로. 가끔 부딪치는 일이야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웬만하면 내말을 들어주려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내가 경고한 다음부턴 정말로 살인을 하지 않았고, 사실 그럴 일도 별로 없었다. 같이 있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돼서 알고 싶지 않아도 서로를 약간은 알 수 있었는데, 이 녀석은 여행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많이 싸돌아 다녔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 일 없이 지구를 이렇게 오래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너, 동료에게 연락 오는 거 기다리고 있지 않았어?”


“아부토 말하는 건가? 괜찮아. 그 새끼 나 잘 찾아.”


그가 킥킥 웃었다. 그리곤 다시 말했다.


“근데 네 동료들은 너 찾으러 안와?”


“...인질로 잡고 있던 새끼가 참 좋은 거 물어보네”


“그치?”


그가 내 말에 소리내어서 웃었다. 히지카타도 나를 참 잘 찾아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상황에선 찾기가 힘들다는 거 알아. 그리고 나도 딱히 그를 기다리고 있진 않았다. 나에게 지금이 달콤한 휴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금 이상한 점이 많지만... 지구에서 놀아본 적이 없다면서 나에게 보통 사람들은 무엇을 하냐고 물었다.


“그러는 넌 보통 뭘 하는데? 나는 보통 쉴 때... 그냥 게임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


“난 맨날 싸우기만 해서 뭐”


너 답다.


“격투기 보러 갈래?”


“격투기? 가면 싸우는 거야?”


“아니 싸우는 걸 구경하는 거지 스포츠 같은 거야”


“보는 건 싫은데? 내가 싸우고 싶은데”


“그럼 너 선수할래? 너한테 다 걸어야겠다”


내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결국 다 해보고 싶다고 해서 게임을 하러 피씨방에 갔다. 안 해봐서 그런지 게임은 존나 못해서 이 새끼는 나를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이 새끼는 계속 지는 상황이 열 받아 하면서 나에게 정말 경찰이 맞긴 하냐면서 밥 먹고 게임만 하는게 아니냐면서 열을 올렸다. 일을 열심히 한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맞다고 약간 기고만장하게 이야기 하고는 졌으니 컵라면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이러고 있으니 곤도씨랑 몇 번 피씨방에서 밤을 새다가 히지카타에게 들켜서 둔영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한참을 기다렸던게 생각난다. 곤도씨는 계속 밖에서 토시~ 잘못했어 나도 시간을 못 봤다니까? 이러면서 싹싹 빌고, 그러면 히지카타는 소고 녀석이야 그렇다 치겠는데 어떻게 당신까지 동참해서 그런 짓을 해? 하면서 화를 냈다. 그러면 난 옆에서 그러게요 곤도씨 왜 그러셨어요 이러면서 히지카타 편을 들면 히지카타는 열받아 하면서도 나는 조금은 너그럽게 봐주곤 했었다. 히지카타는 항상 나를 많이 봐주는 녀석이니까. 다른 사람들은 귀신부장이니 어쩌고 하면서 히지카타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녀석이라면서 수근거리는데, 내가 봤을땐 글쎄?


격투기를 보러가서는 같이 구경을 하는 이 녀석이 어떻게 저걸 못 피하냐, 왜 저걸 맞고 있는거냐, 왜 저렇게 못 때리냐면서 한참을 투덜투덜 거리다가 자신이 나가서 대신 싸워주고 싶다면서 뛰어 나가려는걸 몇 번이나 말렸는지 모른다. 다시는 안와야지. 그래도 이런 걸 구경하고 있는 것을 알면 히지카타는 항상 잔소리를 했었는데, 나보다 더 격하게 반응을 해주는 녀석이 옆에 있다는 것이 약간은 신선하긴 했다.


둘 다 칠칠치 못한 사람일 경우, 조금이라도 나은 한명이 다른 한쪽을 챙기게 된다는 말이 사실인 듯 했다. 나 역시 계획도 없고, 제 멋대로 구는 사람인데, 나보다 더한 이 녀석이 옆에 있으니 나도 모르게 이 녀석을 챙기게 되고 있었다. 누구라도 이랬을 거야. 눈을 떼는 순간 벌어질 일들이 어마어마 했으니까. 난 거의 이 녀석의 감시자라는 위치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이 녀석은 해보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영화도 본 적이 없다, 놀이동산에 가본 적도 없다, 등등 정말 싸움밖에 모르는 녀석이었다.


“어떻게 태어나서 영화를 본 적이 없어?”


“멍하니 앉아서 그거 쳐다보고 있는 건 생각만 해도 지루하잖아”


“재미없는 건 확실히 졸려”


“놀이동산은 뭐하는 곳이야?”


“놀이기구 타는 곳이지 뭐”


“재밌어?”


“한 번씩 가면 뭐.. 나도 많이 가보진 않았어. 보통 일 때문에 갔던 적이 대부분이니까. 보통 어릴 때 부모님하고 많이 가지 않아? 넌 동생도 있고, 부모님도 있잖아”

전에 에일리언이 나타났을 때 차이나의 아빠라는 대머리의 남자를 떠올리고는 말했다.


“아, 뭐”


내 말에 그는 대답을 피하는 것이 보였다.
















'은혼 > 융해점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무오키] 융해점 6  (0) 2015.09.30
[카무오키] 융해점 5  (0) 2015.09.23
[카무오키] 융해점 4  (0) 2015.09.18
[카무오키] 융해점 2  (0) 2015.09.08
[카무오키] 융해점 1  (1) 2015.09.0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