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오키] 융해점 4

2015. 9. 18. 21:54

 

 

 

 

 

 

 

 

 

 

 

 

 

 

다다른 곳은 어느 여관이었다. 너무 허름해서 사실 내지키진 않았지만 너무 늦었고, 둘 다 피곤해서 그냥 들어가기로 했다. 허름한 만큼 들어가자마자 그 로비는 술집이었는데 딱 보기에도 범죄자 같이 생긴 무리들이 문을 열고 들어온 우리를 일제히 쳐다보았다. 시끌벅적하다가 갑자기 멈춘 그들의 말소리가 부담스러웠지만, 나와 함께 온 이 악당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여관으로 들어가 두 명이요 하고 말했다. 그렇게 이야기 하는 동안에도 이 무리들은 한참 우리를 쳐다보았다. 내가 쳐다봐도 피한다거나, 하는 것 없이 기분 나쁘게 히죽히죽 웃으면서, 손에 든 술잔을 홀짝 대면서 우릴 위에서 아래로 쭈욱 훑었다.

  

“아, 미안 여기 손님들인데 꽤나 짓굳지?”

  

안내하는 주인은 상냥한 인상이었고, 보자마자 곤도씨와 많이 닮아서 놀랐다. 말투도 그렇고, 턱수염도 그렇고. 약간 세워져있는 머리칼도 닮았다.

  

“둘은 친구니? 여행하는 거야?”

  

친구. 우리 둘은 서로를 잠시 쳐다보다가 서로 피식 웃었다. 그리고 나는 그냥 에.. 뭐...친구.. 이러면서 얼버무렸다.

  

“여기 이 사람들은 여기 단골손님이야. 여기가 상당히 외진 곳이고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용케 볼 수가 없거든 조금 신기해서 그러니까 그러려니 하고 이해해”

  

곤도씨를 닮아서 인지 친근한 그의 인상이 싫지 않았고,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내해준 2층 방에 얼마 없는 짐을 풀어놓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봤어?”

  

“뭘?”

  

“음.. 아냐”

  

우린 서로 이야기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캐묻지 않았다. 이 여관에 손님은 로비의 사람들과 우리 밖에 없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한참 누워있는데 노크를 하곤 그 주인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혹시 출출하면 맥주라도 한 잔 할래? 아래의 손님들은 모두 돌아갔어”

  

나는 원래 붙임성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그런 것을 쉽게 허락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낯이 익어서인지 나도 모르게 마음을 약간은 풀어 놓은 것 같다. 순순히 응하는 나를 이 악당은 그냥 별 상관없다는 듯이 따라서 아래로 같이 내려갔다.

  

테이블에 앉자 그 주인이라는 사람이 우리 둘에게 맥주를 한잔씩 앞에 내려놓았다.

  

“마셔. 오랜만에 어린친구들 보니까 기분 좋다. 어디 갔다가 오는 길이니?”

  

곤도씨보다 말투가 약간 사근사근한 것 같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저희 둘 다 별로 생각이 없어서”

  

이 악당은 그냥 옆에서 여전히 웃는 얼굴을 하고선 술만 홀짝홀짝 마셨다.

  

“그래? 그럼 저기 앞에 바다도 있어. 내일 그쪽에 한번 가봐. 너희 차도 타고 왔던데 그럼 더 가까울거야. 몇 일 더 머물지 그래? 여관비가 부담스럽다면 내가 조금 싸게 해줄게 그냥 너희같은 애들이랑 조금 더 이야기 해보고 싶어서 말야”

  

돈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서 나는 이 악당 녀석을 힐끗 쳐다봤는데 그는 계속해서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가 대답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할까?”

  

사실 나는 내심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그의 대답이 좋았다. 맥주를 두어잔 마시고 나서 방에 돌아왔을 때 이 악당이 물었다.

  

“어때?”

  

“뭐가?”

  

“아니, 네가 꽤나 저 주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아는 사람하고 닮아서. 그 뿐이야”

  

그는 그냥 다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네가 경찰과 연관되어있다는 사실은 숨기는게 더 좋아보여”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내일 바다에 가볼까?”

  

나는 무시하고 물었다.

  

“응 가자”

  

  

  

다음날 그 주인은 우리에게 지도까지 챙겨주면서, 제법 세세하게 이것 저것 알려줬다. 그래서 나는 그 모습도 고마웠다. 진짜로 곤도씨 같았다. 아니, 곤도씨와 히지카타를 적당히 합쳐놓은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꽤나 고분고분하게 의견을 잘 들었고, 고맙다는 인사도 꽤나 정중하게 했다. 나의 그런 모습을 보곤 이 악당은 옆에서 피식 웃으면서 너 이렇게 착했었냐? 하곤 킥킥 웃었다. 이 새끼가 진짜.

  

찾아간 바다는 근사한 바다는 아니었다.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었으니까. 큰 바다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많이 보이지 않는 작은 바다였다. 이 근처에 어부가 많은지 어선이 종종 있었고, 조개껍질도 많았고, 그래서인지 생선 썩은 냄새와 함께 새들도 많이 날아다녔다. 까마귀도 유난히 많아서 그런 점은 약간 기분이 좋진 않았다.

  

“와 바다다. 좋지?”

  

“글쎄”

  

나는 싱겁게 말했다.

  

“니가 오자고 했으면서 싫다고 하면 어떡해? 좋다고 해”

  

그 악당이 말했다. 무시했다.

이 녀석은 가끔 정말 애 같을 때가 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히지카타는 너보다 더 애같은 녀석이 세상에 있을 리가 있냐면서 놀라하겠지만, 있다. 지금 내 옆에.

  

근처에 보이는 어슬렁 거리면서 걸어다니는 아저씨들은 다들 시커멓게 탔고, 턱수염을 덥수룩 하게 기르고 있었으며, 입에 담배를 하나씩 물고서 껄렁껄렁하게 멀리서 우릴 지켜보거나, 기분 나쁘게 쳐다보고 지나갔다.

  

“저렇게 쳐다보는 사람들 죽여버리고싶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죽일까?”

  

그는 싱글싱글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물었다. 아차 싶었던 나는 그냥 농담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나에게 말했다.

  

“봐, 너도 나랑 다를 거 없다니까?”

  

“죽여버리고 싶다 라는 말은 누구나 하는 거거든? 그런 농담을 하는 이유는 진짜로 죽일 수 없기 때문이야 이 새끼야”

  

“넌 할 수 있잖아?”

  

말하곤 그는 다시 키득키득 웃었다. 몇 일째 기분 나쁘게 이 새끼가 자꾸.

  

돌아온 우리를 보고 주인은 우리에게 어땠냐고 다녀온 소감을 물었고, 이 녀석은 대놓고 별거 없던데요? 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냥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녀석이 너도 별로라고 했잖아? 라고 말하면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셋이서 같이 맥주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해도 이 악당은 대화에 잘 끼지 않았다. 이야기 하다보면 이 녀석은 그냥 말 없이 술만 마시거나, 먹다가 먼저 잔다고 하면서 먼저 올라가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일주일 가량을 그 곳에서 보내면서 나는 그 주인과 꽤나 친해졌다. 그 날도 이 악당은 맥주를 홀짝홀짝 저 혼자 다 마시더니 자긴 잔다면서 올라갔다.

  

“저 친구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말 잘 모르겠다.”

  

“저 새낀 맨날 저래요”

  

“넌 담배는 안피니?”

  

담배 하니까 나도 모르게 히지카타가 생각났다.

  

“네 안펴요. 근데 아저씨는 뭐라고 불러야 되요?”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

  

저렇게 이야기 하는 것도 곤도씨 같아서 친근했다. 그 날은 꽤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도 이야기를 하다보니 술을 많이 마셨다.

  

주인 아저씨는 자신에게 나 정도 되는 동생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를 보면 동생이 생각난다고. 어릴 때 사고로 죽어서 아마 별일 없이 컸다면 나 정도 됐을거라면서. 그러면서 그래서 네가 친근한가봐~ 하고 웃었다. 곤도씨가 자꾸 생각나는 나도 말했다.

 

"아저씨도 저 아는 사람하고 꽤 많이 닮았어요"

 

"그래?"

 

"네"

 

"어떤 사람인데?"

 

"음...뭐라고 해야하나.. 엄청 가까운 사이...인데"

 

곤도씨와 내 사이를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우물쭈물하자 그냥 그 사람은 말했다.

 

"안 그럴 것 같았는데 존댓말은 꼬박꼬박 쓰네?"

 

그렇게 말하고는 내 머리칼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나도 그냥 멋쩍게 웃었다

 

분명히 다른 사람인데도 나는 너무나 닮은 이 사람에게 자꾸 곤도씨를 찾았고, 처음 보는 사람을 나 답지 않게 잘 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의 나는 신센구미를 찾지 않고 있지만, 신센구미안의 우리들이 아닌, 부슈시절의 우리들의 모습을 찾고 있었나보다. 신센구미가 아니었다면 우린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그들에게 돌아갈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다. 나를 찾아주길 기다리고 있는지, 아니면 지금 즐기고 있는 이상한 휴식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올 때 보니까 칼을 가지고 있던데 혹시 막부 쪽에 사람이니?”

  

“아.. 그거 그냥 모조품이예요”

  

이런 거짓말을 하고 있다니 쪽팔려서 죽고 싶다. 옆에 그 악당 녀석이 있었다면 아마 큰 소리로 박장대소를 하면서 웃어버렸을 거다.

  

“얼굴 빨간데 많이 마셨어?”

  

그 주인이 내 뺨에 손을 얹으면서 물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썩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스윽 뒤로 빼면서 그런 건 아니라고 말했다.

  

  

  

  

* * *

  

 

 

  

‘....그래서......그럼....언제....’

  

‘..기다려...정보....를.....모르니......것이...’

  

‘...녀석......하지만......아.....근데.....’

  

  

시끄러워! 조용히 좀 했으면 하는 생각에 눈을 가늘게 떴다. 퀘퀘한 냄새와 약간 습한 공기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내가 있는 곳은 어두운 지하로 추청되어 보이는 곳이었다. 그 곳에 그때 첫날 그 술집에서 봤었던 것 같은 그 기분 나쁜 그 인간들이 가득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묶여 있었다. 손목을 살짝 움직여 강도를 보니 느슨하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묶어놓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깜빡 깜빡 거리면서 일어나자 그 주인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상황 판단을 바로 했다. 물론 이 주인을 좋아했다. 잘 따랐고. 그렇지만 충격적이진 않았다. 그냥.. 아. 그래서 잘해줬었구나 하는 회의감이 약간 나를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다. 주인이 내 앞에 다가와서는 큰 손으로 내 턱을 잡고는 말했다.

  

“눈 두 개, 간, 콩팥, 폐, 등등 팔 수 있는 것 다 팔면 얼마 정도 할까?”

  

그 사람의 뒤에선 어떤 안경을 쓴 사람이 나를 유심히 보더니 말했다.

  

“눈 한쪽이 대략 2천에서 3천, 다른 장기들은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어리니까...”

  

하고 중얼거리면서 무엇이 써 있는지 모르는 책을 뒤적뒤적 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궁금했다. 내 몸값이 얼마나 될지.

  

“저, 시력 좋아요 멀리 있는 것도 잘 봐요”

  

내가 말하자 다들 나를 쳐다봤다.

  

“담배도 안펴요. 운동도 잘해서 아마 다른 데도 좋을 거예요. 저 어릴 때 부터 병도 쉽게 안 걸렸거든요. 술은 좋아하지만 아직 어리니까 괜찮겠지 뭐. 등급 좋을 거예요 얼마예요? 완전 비쌌으면 좋겠다”

  

“표정하나 안 바뀌고 그런 말 잘하는구나”

  

“이럴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서요”

  

그 주인은 내 앞에 바짝 다가와서는 내 귀에 대고 말했다.

  

“나는 너 정도 되는 아이들을 참 좋아해 피부가 굉장히 부드럽거든 머리카락도 그렇고”

  

그러면서 내 머리칼을 살며시 헝클었다. 나는 그냥 별 생각이 없었다. 이미 느슨한 밧줄은 거의 다 풀어서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코 이 사람은 곤도씨와 닮았어도 곤도씨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내가 조금이라도 믿고 마음을 줬던 사람이 알고 보니 돈을 벌기위해서 나에게 친절을 베풀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처음엔 덤덤했었는데 점점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내가 그를 좋아했으니까 더 화가 났다. 내 순수함을 배신했으니까. 난 그를 처음부터 믿었다. 아무 조건 없이. 그리고 그 것에 대한 결과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시커먼 무리들과 함께 더불어 내 몸값을 책정하는 장기매매라니. 잠시나마 우리가 신센구미가 아니였다면 하는 가정 아래에서 우리의 모습을 이런 장기매매범을 통해서 봤다는 것에 화가 치밀었다. 나의 곤도씨는 너 같은 새끼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착하고 순수한 사람인데, 감히 그의 탈을 쓰고 이런 짓을 행하지마!

 

묶인 손을 풀고 나서 내가 그의 손을 잡자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분명 묶여 있었는데 어떻게 된거냐 하는 표정이었는데, 그 표정의 물음엔 이렇게 답해주고 싶다. 이렇게 병신같이 묶는 사람에게 잡히는 바보는 세상에 단 한명도 없어. 아 많았으니까 계속 이런 바보한테 장기를 털렸으려나.

 

놀라서 달라드는 그 무리들. 나에게 칼은 없었지만 무기는 이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그 어느것이라도 상관없으니 하나만 빼앗으면 되었다. 나무 몽둥이, 톱, 망치, 도끼, 낫... 칼은 없네. 폐도령 시대에 칼을 구하긴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에겐 칼이 제일 잘 맞는데. 내가 비록 완력은 강하지 않았다고 하나, 이런 제대로 되지도 않은 이런 놈들은 10명이고 20명이고 달라 들어도 상관없다.

 

내가 제일 먼저 노린 사람은 커다란 낫을 들고 있는 사람이었다. 상당히 말랐는데, 이 장기매매범 중에서 돈을 가장 밝히게 생겼다. 게다가 직접 장기를 수술하는지 그의 뒤에 끌고 온 바퀴달린 카트에는 매스나, 비닐장갑, 가위 등등이 피가 들러 붙은 채로 시퍼런 빛을 발하면서 번쩍이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누워있는 사람의 배를 갈라서 우월감을 느끼는 이런 사람들은 사실 싸움은 전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처럼 누워선 꼼짝 못하는 사람밖엔 상대해 보지 않았을 테니까.

  

낫을 손에 쥔 나는 그 안에 있는 거대한 덩치를 한 많은 남자들을 향해서 낫을 휘두르기만 해도 그들의 몸의 일부가 툭툭 떨어지고 그들은 소리를 질러댔다. 나를 괴물을 보듯이 쳐다보면서 도망가려고 문을 향해 달려갔지만 내가 도망갈 것을 염두해서 본인들이 걸어놓은 자물쇠를 당황해서인지 열지 못했고, 그들이 자물쇠를 열기를 기다려줬다가 나가기 직전. 그들 역시 내 손에 반토막이 났다. 문 손잡이를 잡고 주욱 미끌어지는 그 모습이 얼마나 볼만하던지.. 내 표정은 평소와 똑같이 무표정이었겠지만 나는 화가 난 상태였다. 토막 난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덜덜 떠는 곤도씨와 닮은 그 아저씨에게 다가가서 나는 물었다.

  

“담배 펴요? 시력은?”

  

피에 물든 가격이 대강으로 적어져있는 그 책을 집어 들고 물었다. 새 하얗게 질려서 말을 잇지 못하는 그를 쳐다보다가 내가 말했다.

  

“몇살이에요? 늙었을 테니까 값도 얼마 못 받겠네요? 여기서 직접 수술도 하나봐요”

  

나는 카트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그는 정신이 반쯤 나갔는지 아무 말도 못했다. 딱 그 상태였다. 무서워서 도망치지도 못할 만큼 하얗게 질려버린 상태. 나는 이런 상태인 인간들을 많이 만났다. 내가 가장 마지막에 죽이는 사람들은 거의 다 이 상태가 되어서 떨지도 못하고 나를 멍하니 쳐다보곤 했다. 나는 그런 상태의 사람들은 죽이지 않고 보내주곤 했다. 그냥 보내도 정상으로 살지 못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전 어렸을 때 잠시나마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칼을 잡고도 정당하고, 모두에게 머리를 조아림받고, 사람을 죽여도 합법이거든요”

  

나는 그 카트에 있는 수술용 칼을 집어들고 말했다.

  

“공부를 못해서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바로 접었지만”

  

매스를 집어들고 다가가선 그에게 다가가서 귀에 대고 말했다.

  

“곤도씨는, 당신하고 달라요. 순수하거든요”

  

매스를 그의 눈 사이에 살짝 대면서 말했다. 눈이 먼저예요. 한 쪽 눈에 매스를 박아 넣었을 때 그는 괴성을 질러댔다. 얼마나 괴로운지를 뼈저리게 알려주는 그런 소리였다. 나는 가끔 이런 것에도 즐거움을 느껴서 내 주위에 있는 이상한 형태의 토막 난 시체들과 더불어 그 비명소리가 나를 흥분시켰다.

  

“의사놀이 계속 해도 되요?”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을 계속 흘리고 있었다.

  

 

 

 

* * *  

  

 

 

 

이성을 차렸을 때 내 앞에 있는 곤도씨를 닮은 그 주인. 하지만 얼굴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있었다. 입에는 거품을 문채로. 한쪽 눈은 매스가 박혀 있었고. 다른 쪽 눈은 뭉개져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서 복부까지는 살갖의 가죽이 커텐 마냥 활짝 열려있고, 장기들이 밖으로 가득 나와 있었다. 자연스럽게 흘러 나온게 아니었다. 잡아서 꺼낸 것이었다. 그 지하 창고는 장난감 블록마냥 맞춰야 할 것처럼 널부러져 있는 다른 이들의 시체와, 그 주인의 시체가 해부 실험의 끝물에 이성을 잃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난도질을 하고 버린 개구리마냥 쓰러져 있었다.

 

멍하니 그 광경들과, 내 손에 흥건히 묻어 있는 피, 그리고 옆에 나와 함께 있는 낫을 번갈아 보고 있는데 문이 끼익- 하고 조용한 소리를 내면서 문이 열렸다. 나는 떨어져있는 매스를 집어들고 들어오는 사람을 향해서 힘껏 던졌다.

들어온 사람은 악당이었다. 내가 던진 매스를 감각으로 슬쩍 피하면서 말했다.

  

“이렇게 재밌는 걸 할 줄 알았으면 그냥 같이 있을 걸 그랬어”

  

그는 피투성이의 나와 내가 벌인 일을 보고는 아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었는데, 이 악당은 그들이 장기매매범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처음에 들어갔을 때 봤어? 하고 물어봤던 것이 그 것이었는데, 나는 그걸 몰랐던 것이다. 게다가 바다에도 장기들을 잔뜩 버리는 것 같았다고 했다. 까마귀가 많은 이유는 아마 그런 이유일거라고.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서 생각보다 네가 순순하길래 놀랐어 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구경하면서 아주 재밌었다나 뭐라나. 뭐, 딱히 알려줄 의무는 없었으니까 그런 것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고 그에게 서운하다거나, 뭐 그런 사사로운 감정은 없었다.

  

“그것만으로는 알기가 힘들잖아. 진짜로 어떻게 알았어?”

  

그냥 궁금해서 물었다.

  

“그냥 얼굴에 써 있던데?”

  

“얼굴에 써있는 글씨를 읽을 줄 아는구나 난 뭐라고 써있어?”

  

“살인마 라고 써있어”

  

“정말 잘보는구나 너.”

  

 

 

 

* * *

 

 

 

  

그 주인 없는 여관에서 우리는 이틀정도를 더 머물렀다. 이미 묶는 손님도 우리 뿐이었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으슥하고도 수상쩍은 여관인데 우린 말 그대로 겁이 없었으니 이런 곳에 묶게 된 것이다. 떠나야겠다고 생각을 했을 때는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지하실의 시체 썪는 냄새가 올라왔을 때였다.

  

“봐. 너도 다르지 않다니까”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정당방위야”

  

“와아 정말 대단한 정당방위야”

  

그는 비꼬듯이 말하고 키득키득 웃었다. 나는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정당방위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실 이런 동기를 기다렸던 것인지도 몰랐다. 나는 분명히 살인자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옆에 있는 악당과 같지 않다고 힘차게 부정하고 있었다. 그런 거센 부정안에서 사실 거침없는 그를 부러워 했는지도.

 

 

 

 

 

 

 

 

 

 

 

-

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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