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오키] 융해점 5

2015. 9. 23. 10:34

 

 

 

 

 

 

 

 

 

 

악당이 아니면 죽일 수 없는 게 나라고 자신 있게 말한 만큼 나는 악당이라고 판단되면 거침없이 달라 들었다. 우리가 조심성이 없는지 아니면 일부러 그런 어둠을 향해서 찾아가는지 알 수 없게 그 장기매매를 일삼던 여관을 나와서부터는 계속 그런 범죄가의 중심 쪽에만 머물렀다.

 

평범한 도박장이 아닌 위험한 냄새가 나는 도박장에서도 우리가 어리고 돈이 있다는 것을 안 많은 위험한 사기꾼이 주변에 들끓었다. 쉽게 얻은 돈이기에 쓸 때도 그 돈이 많은지 적은지 조차 파악되지 않을 만큼 많이 썼다. 몇 번 잃어서 아 저 새끼 존나 잘하네 하고 생각할 때 내 옆에 있던 악당이 말했다.

 

"여기선 속임수가 들키면 손을 자르던가?"

 

하고 말하면서 씨익 웃었다.

 

속임수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악당은 그 자리에서 나와 게임을 하던 그 녀석의 손을 내 허리춤에 꽂혀 있던 칼을 꺼내서 잘라버렸다. 우리를 어린애라서 만만하게 보고 있던 녀석은 뒤늦게서야 소리를 지르면서 잘린 팔목 절단부위를 붙잡고 나뒹굴었다. 나뒹구는 팔 한쪽을 보곤 나는 건조하게 말했다.

 

"어쩐지. 내가 이렇게 못할 리가 없지"

 

나는 중얼거리면서 악당이 잠시 빌려서 썼던 내 칼을 칼집에 꽂아 넣었다. 감히 우리에게 사기를 치려던 그 녀석은 알고 보니 뭐 꽤나 유명한 조직의 보스랜다. 그래서 그 똘마니들이 많이 왔는데, 나도, 이 악당도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끔하게 다 처리했다. 너무 시시해서 김이 샐 정도로. 이 녀석들에 한해서는 나도 안심했던 것이다. 이 녀석들은 나쁜 녀석들이기에 죽여도 상관없어 라고.

 

 

 

 

 

참 우습게도 우리는 마냥 어리고 약하게 보였나보다. 사기를 치려고 과잉 친절을 베푸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들러붙었고, 구걸을 하는 사람도 여럿 만났다. 술을 마시고 진상부리는 사람, 깡패들, 이상한 종교로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사람, 검은 차를 타고 납치를 노리는 납치범들 등등 너무 심하게 우릴 귀찮게 하면 적당히 우리를 놓아주게끔 만들었다. 깡패들은 지들끼리 싸우다가 우리에게 시비를 걸어왔었는데, 이 악당은 그 깡패의 도발을 좋아했다. 나는 그냥 그 거리에서 더 이상 싸움을 하는 게 귀찮아서 그냥 그를 끌고 왔지만. 밤에 숨어있다가 우릴 덮친 납치범은 무기가 있는 나보다는 멍청하게도 그냥 우산 하나를 들고 다니는 이 악당을 납치했다. 뭐..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 외에 위협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야 적당히 무시하면서 걷다가, 우연히 길을 잘못 들어가서 매춘굴을 거닐게 되었을 때는 구역질이 났다. 매춘굴은 신센구미에서도 단속 때문에 몇 번 와본 적이 있지만 올 때마다 이 여자들을 인형처럼 세워놓은 화려한 쇼 윈도우와 진득하게 잘해줄게~ 하고 콧소리와 함께 멍청하게 큰 가슴을 부벼대면서 들러붙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짜증난다. 신센구미에서 갔을 땐 그래도 나는 어리다고 생각해서인지 많이 오지 않았는데 히지카타에겐 유독 많이 들러붙었었다. 몸 파는 주제에 눈은 있다 이건가? 하긴 같은 값이면 더 잘생긴 사람이랑 하고 싶겠지. 왜 유치찬란한 삼류연애 소설 따윌 보면 사연 많은 매춘부가 우연히 찾아온 근사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말도 안 되는 스토리가 많잖아. 하지만 어쩌나? 안타깝게도 니코틴 중독인 그 병신 새끼는 고자여서 이런 쭉쭉 빵빵한 여자들에겐 관심이 없었었다.

 

이번엔 우리 둘이 지나가자 옆에서 수근대는 소리. 뭐야 애새끼들이잖아? 가서 엄마 젓이나 더 먹고 오던가 씨발. 같은 욕설이 간혹 들렸다. 그런 말을 하는 년의 면상을 보니 그런 말을 할 만도 하다. 아줌마 주제에 어려 보이려고 발악하는 듯한 떡칠화장과 볼성사납게 짧은 스커트가 정말이지 보는 내가 열이 받을 정도로 어울리지 않았거든.

 

"여기 여자들은 왜 이러는거야?? 저 유리 안에 사람들은 뭐고?"

 

그가 가리키면서 물었다

 

"몸 파는 거야 한번 하자고 안달 내는 거지"

 

"요시와라 같은 곳인가?"

 

"알고 있구나. 근데 느낌이 여기는 좀 더 어둡고 지저분한 느낌이야"

 

"여자랑 해봤어?"

 

그가 물었다

 

"아니, 그러는 넌?"

 

"해봤어. 나이가 몇 갠데"

 

"좋냐?"

 

"아니 여자가 못생겼었거든"

 

"근데 왜 했어?"

 

"궁금해서"

 

"단순하네. 기왕 할거면 예쁜 애랑 하지"

 

"다 거기서 거기여서 뭐. 전에 요시와라에서 제일 예쁜 여자랑 하게 해달라고 장난삼아서 말했다가 거하게 싸웠거든, 뭐 그건 일부러 싸우려고 자극한 말이었지만. 근데 막상 실제로 보니까 그냥 그랬어"

 

"원래 그런 사람일수록 소문만 무성하지 뭐"

 

 

목이 마르다고 해서 근처의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그 곳은 간판만 편의점이지 편의점이 아니라 그냥 성인용품 판매점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았다. 물을 찾으려고 둘러보는데 이 녀석이 포장이 막대 사탕처럼 되어 있는 콘돔을 집어 들고 물었다

 

"뭐야 이거??"

 

"콘돔이잖아"

 

"뭐 하는 건데?"

 

“섹스할 때 쓰는 거잖아. 해봤다는 새끼가 이런 것도 몰라”

 

“그러는 너는 경험도 없다면서 잘 아네?”

 

그는 웃으면서 그냥 내려놓았다. 기본 상식이다, 기본 상식.

 

“해볼래?”

 

“뭘?”

 

“섹스”

 

“아니. 하고 싶음 혼자 갔다 와”

 

“그럼 너 도망갈 거잖아”

 

“안 갈게. 갔다 와”

 

 

남자 새끼니까 이해했다. 내가 이상한 거겠지. 일단 나는 저런 암퇘지들과 돈까지 줘가면서 뒹굴고 싶지는 않다. 난 정말로 도망갈 생각은 없었고, 근처에 있는 오락실에서 게임이나 하고 있겠다고 말했다. 어차피 이런 곳이야 시간 제한도 있으니 간단하게 빼고 오라고 말하고는 난 오락실로, 그 녀석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나를 순순히 믿는 것도 이상했지만, 어쨌든 난 도망가지 않을 거니까 상관은 없었다.

 

내가 찾아간 오락실은 근처의 매춘굴과는 약간은 달랐다. 시간이 많이 늦지 않은 시간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청소년 정도의 내 또래 사람들도 많이 보였고, 더 어린애들도 많이 보였다.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인 것 같아 보이는 게 아마도 매춘굴에서 일하는 암퇘지들의 자식들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옛날 생각이 나서 아날로그 게임 정도를 하는데 어떤 꼬마가 나를 건드리면서 말했다.

 

“형, 나랑 한 판해요”

 

보기에 대충 다섯 살에서 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맹이여서 이 시간에 무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늦지 않았다고는 하나, 지금은 10시정도 되는 시간이었으니까 이런 꼬맹이들에게는 늦은 시간이다.

 

“집에 안가?”

 

“난 맨날 이 시간에 여기에서 노는데?”

 

그 꼬마는 내 옆에 앉아서는 나에게 물었다.

 

“형도 엄마 기다리는 거야?”

 

“응? 아니 난 그냥..게임하러”

 

부모님이란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 나는 어쨌든 부모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이 꼬마가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나에게 누나가 부모 같은 존재라고 하더라도 누나는 누나였고 그 책임을 다 해줄 수는 없었던 것이니까. 아, 그렇다고 누나가 부족했다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누나는 나에게 최고였으니까. 그냥, 단순하게 누구나가 없는 것에 대해서 부러움을 느끼는 그런 유치한 감정 정도라는 거다.

 

어쨌든 나는 심심하기도 해서 이 꼬마랑 몇 게임을 했다. 어린애들을 썩 좋아하는 나는 아니었지만, 가끔 이런 순수함을 보면 나조차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가끔은, 아주 가끔은 재밌어 했다. 하다가 돈이 떨어졌다 길래 내가 그냥 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서 줬다. 고맙다고 연신 말하면서 동전을 바꾸는 모습을 보니 그냥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시 게임에 집중을 하는데 갑자기 사람들의 시끄러운 웅성거림이 확 멈추더니 이상하리만큼 잠잠하게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두려운 무언가를 본 듯 수근수근대는 소리가 이어져 뭔가 싶어서 그 쪽을 쳐다보았다. 온 몸에 피를 묻힌 악당 녀석이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침 동전을 바꿔서 온 그 어린애는 이 악당을 보고는 들고 있던 동전을 다 떨어트려버렸다. 짤랑 짤랑 하는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새파랗게 질린 채로 멍하니 서 있는 꼬맹이와 오락기에 앉아서 그를 쳐다보는 나, 그리고 우리 둘을 둘러싸고 쳐다보는 다른 사람들. 나는 이 상황에서 빨리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녀석의 감시인이니까.

 

 

“가자”

 

 

그가 말했다. 수근대는 사람들과 공포에 질려서 우리 둘을 번갈아 보는 이 꼬맹이.. 나는 조용히 일어나서 그 오락실을 나갔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또 뭔가 제 맘에 안 들었겠지. 얼마나 맘에 안 들었는지는 몰라도 저 정도의 피를 묻히려면 적어도 이 새끼가 갔다가 나오면서 만난 사람은 다 죽인 것 같다. 나는 묻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 내가 조용히 있으니 이상하게 그 새끼가 나에게 말을 했다.

 

“.... 짜증나게”

 

“응”

 

“재수 없게”

 

“응”

 

“....생각나게”

 

“..원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짜증나는 곳이야 여긴”

 

그 말을 하고나서 우린 아무 말도 안했다.

 

 

 

 

 

 

 

* * *

 

 

 

 

 

 

 

 

얼마나 왔는지도 몰랐고, 얼마나 많은 기간이 지났는지도 몰랐다. 그 곳이 어디쯤인지도 몰랐다. 그냥 계획 없이 이곳 저곳 떠돌았으니까. 짐작이 가는 것은 우린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도시에만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서서히 사람이 많은 것을 보니 약간의 도시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 우린 전혀 내켜하지 않았고 그냥 심드렁하게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차창 밖으로 구경하다가 답답해서 좀 걷기로 했다. 그리고 이 녀석이 뜬금없이 배가 고프다면서 과자가 먹고 싶다며 어떤 작은 가게로 들어갔을 때, 그 앞에서 파는 신문을 잠깐 떠들어 보았다. 나는 사실 신문 읽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히지카타는 신문을 꼭 봐야한다고 항상 잔소리를 해댔지만, 그래서 보는 척을 하면서 그냥 삽화나 사진이나 보다가, 신문에 실린 만화나 좀 보다가, 퀴즈 게임이나 좀 풀거나 했다. 그런 나를 알고 히지카타는 그렇게 신문이 보기 싫으면 범죄자가 실려 있는 페이지라도 보라고 잔소리를 해대서 그 페이지는 보긴 했다. 난 범죄자를 잡는 것에는 꽤나 열정적이었으니까. 그 부분을 자세히 보는 것은 아마 경찰 밖엔 없을거다. 약간의 반 습관으로 신문의 범죄자 쪽 페이지를 펼쳤을 때 나는 보자마자 그대로 얼어붙었다.

 

 

[시골의 어느 곳부터 시작된 엄청난 범죄, 집단으로 시체가 발견 / 용의자는 단 2명으로 파악되고 있음]

 

 

[y지역에서 차에 치인 다수의 사람들이 발생. 그대로 도망쳐 방치까지.. 사망자 12명, 중상자 거의 30명 가량. 공공재 파손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j지역의 은행에서는 은행 강도 짓까지 벌인 것으로 추정. 피해액은 대략 10억 정도로 파악되고 있음. t마을에서는 어느 여관의 주인장과 더불어 한 무리가 지하실에서 사망. 14명의 토막 난 시체와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장난을 친 듯한 시체가 심각하게 훼손 된 채로 발견되었다. 근처의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용의자의 인상 착의가 비슷한 것으로 보아 이 사건도 동일범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둘이 타고 다니는 차량 번호를 추적하려 하지만 쉽지 않음. 게다가 시간이 꽤 지난 지금 아직까지 그 차량을 타고 다니는 지는 의문. 몇 일 전 문제의 N폭력 조직집단의 우두머리와 상당수의 간부급들이 죽어버리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건 또한 이 둘이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 그리고 가장 최근 h지역에서는 매춘 굴에서 일어난 집단 사살사건이 다시 한 번 발생. 동일범으로 추정되고 범인을 잡기 위해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그 아래는 나와 이 녀석이 어디서 찍혔는지 모르는, 화질이 심각하게 좋지 않은 사진 한 장이 실려 있었다. 이 녀석의 주황색 머리칼 색상만 선명하게 보였고, 나는 이 녀석이 둘러주었던 회색 망토를 쓰고 있는 사진인 것을 보니 아마 은행을 갈 무렵 쯔음? 인 듯하다. 얼마나 큰 이슈인지는 모르겠지만 원래라면 가득 매우고 있어야 할 다른 범죄자들은 구석에 작게 있었고 온통 우리 둘이 벌인 범행으로 가득 매워져 있었다. 심지어 우리의 예상경로까지 대놓고 분석해놓고 있는데 우리는 그들의 예상과는 반대로 왔다. 멍청이들. 예상경로 같은 걸 대놓고 신문에 발행하면 어떡하냐?

 

 

[대략의 인상착의는 한 명은 주황빛을 띈 긴 머리 그리고 키는 170정도로 추정. 다른 한 명에 대해서는 정보가 많지 않아 조사 중. 그 한 명도 덩치는 크지 않으며, 키도 비슷한 것으로 추정.]

 

 

혹시나 해서 신문 맨 앞면을 다시 펼쳐 보니 맨 앞도 화려하게 우리의 범죄로 대문짝만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뭐.. 신문카피는 원래 과장이 심하지만 우리를 일컬어서 악마의 자식들이 아니냐, 사실 신이 내린 저주가 아니냐 등등.. 황당해서 말도 나오지 않는 카피로 잔뜩 겁을 주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 악당 녀석을 감시하는 감시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범죄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옆엔 이런 기사도 있었다.

 

 

[신센구미 1번대 대장 오키타 소고 실종.

사망으로 추정 중이지만, 아직 동료들은 인정하고 있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인질로 붙잡혀 있었다고 추정되는 곳에서 발견된 그의 유품을 보고 인정하라면서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음으로 신센구미에서는 그의 사망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형 범죄자가 등장한 탓에 1번대 대장의 후임을 어떤 사람으로 할지에 대해서 막부는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막부의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그런 신센구미의 태도에 대해서 사람들은 많은 비난은 쏟아내고 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신문엔 자주 실려봤다. 신문에 실릴 때의 나는 항상 당당하게 브이 자를 그리고 자신만만한 얼굴로 신문에 실리곤 해서 히지카타에게 항상 잔소리를 듣곤 했는데 이렇게 정식적으로 ‘범죄’ 란에 내가 실리게 된 것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옆에 살아있는 나의 실종기사, 사망 추정기사, 심지어 나를 찾고 있는 나의 동료들의 간절함과 나를 향하고 있는 신뢰가 순간 내 몸에 와 닿으면서 나는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돌아가? 나는 이미 범죄란과 더불어 헤드라인에 대형만하게 실릴 정도로 모든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악당의 동료가 되어버렸는데. 그것도 전적이 아주 화려한. 나는 이 녀석에게 악당이라고 말하면서 부정했지만 어느새 동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신문을 잔뜩 얼어서 한참 쳐다보고 있자 그 악당 녀석이 과자 따위를 사서 나오다가 신문을 보는 내 어깨에 턱을 기대곤 보다가 말했다.

 

“어? 이거 너잖아?”

 

실종기사 위에 있는 나의 사진이었다.

 

“제복을 입었을 땐 이런 느낌이구나?”

 

나는 신문을 확 덮고 그에게 말했다.

 

“차. 버리자”

 

“그래!”

 

“우리 수배되고 있어”

 

나는 약간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응!”

 

너무 당연한 말을 한 건가. 그는 놀라는 기색도, 당황하는 기색도 하나도 없이 그냥 웃으면서 막 사온 과자를 우적우적 먹고 있었다.

 

나는 그 신문을 덮자마자 가게 주인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나 우리를 알아채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전혀 짐작도 못하는 듯 했다. 일반인들은 이런 범죄란을 잘 보지도 않고, 설령 봤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제 눈앞에 이런 대형 범죄자가 떡 하니 여유롭게 나타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게다가 이런 알아보지도 못할 사진으로 누굴 어떻게 찾겠다는 거야?

 

나는 항상 쫓기만 하는 사람이어서 쫓겨 다닌다는 것이 약간은 두려웠나보다. 답지 않게 조바심을 냈다. 아니, 나는 경찰인데 범죄자가 되어버렸다는 자괴감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왜 이렇게 당황해?”

 

그가 나에게 물었다.

 

“아니.. 아니야”

 

“수배되서 무서워? 아냐 이제 오히려 걱정 없지? 이제 그 어떤 일을 저질러도 똑같아. 사형선고. 우린 이미 잡히면 사형이야. 경찰인 네가 더 잘 알잖아?”

 

“...”

 

“근데, 우리가 잡힐 리가 있어?”

 

그는 웃었다. 그 자신만만한 미소. 맞다. 우리가 잡힐 리는 없다. 우린 강하니까. 내가 잡힐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몰라, 그냥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자꾸만 나는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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