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의 사카타 긴토키. 그를 보는 주위 사람들의 평은 다들 우호적이었다. 그가 성실하다거나, 남의 일에 발 벗고 나선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귀찮아하면서도 사람들의 부탁을 투덜거리면서 들어주었고, 엉뚱하지만 일을 곧잘 해결해주는 그런 매력에 사람들은 그가 작은 사고를 치고 다녀도 그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작은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우연히 사람들을 만나면 술 한 잔 정도 얻어먹는 것쯤은 쉬운 일이었다. 털털한 성격에 능력은 없지만, 묘한 끌어당김이 있어서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서 주위에선 말했다.

 

카구라는 같이 살다가 지금은 신파치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 신파치의 집으로 가라는 그 말을 했을 때, 카구라는 어째서 자길 보내냐면서 왈가닥한 성격만큼이나 난리를 쳐댔지만, 어쩔 수 없다면서 완강한 태도로 보냈다. 신파치나 타에는 별말은 안 했지만 이유를 궁금해했고, 긴토키는 그냥 장난 식으로 아아 가끔 아슬아슬할 때도 있잖아? 하고 농담 섞인 말을 했다. 그 말을 마친 후 타에에게 간신히 목숨만 유지할 정도로 맞은 것은 덤. 해결사 일을 그만둔 것은 아니고, 아직도 종종 하고 있다. 일이 들어오면 그때 카구라와 신파치를 불러서 같이 일을 하러 나가곤 한다. 그때는 역시나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카구라와 신파치에게 구박을 받으며 어울렸다.

 

일이 없을 때는 신센구미 내부의 잡일 따위를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잡일 중의 잡일이었는데 문서 정리, 남은 제복 정리, 빨래, 청소 등등... 우연히 사람을 구하고 있는 야마자키를 만나서 구한 일자리였다. 야마자키라면 만만해서 본인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고, 야마자키가 거의 모든 일을 하기 때문에 굉장히 편했다. 야마자키는 신파치만큼이나 잔소리가 많았다. 일을 하고 있을 때면 간혹 한 번씩 마주치는 오키타와 히지카타는 긴토키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한 번씩 쳐다보고는 휙 지나간다. 히지카타와는 교류가 꽤 있지만 사이가 좋다고 하기엔 약간 거리가 있는 사이였고, 오키타는 장난기 많고, 제 자신과 비슷한 긴토키를 꽤나 좋아해서 종종 만나기도 했다. 긴토키 역시 오키타라는 존재를 꽤 좋아해서, 그와 마주치는 것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고, 실제로 우연인지, 의도적인지 모르게 자주 마주쳤다.

 

"해결사 형씨.. 전 그냥 다음부터 다른 사람을 쓰려고..."

 

누워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긴토키를 보고 일을 하는 야마자키가 말하자, 긴토키는 야마자키를 한대 쥐어박으면서, 왜, 나 열심히 하잖아 이 녀석아 하고 말하며 노려보았다. 왜 내 주위는 항상 저런 재수 없는 사람뿐일까 하고 야마자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일을 마쳤는지 땡땡이를 쳤는지, 오키타가 그 둘에게 다가와서는 옆에 털썩 앉았다.

 

"형씨. 이제 해결사 일은 때려치운 겁니까? 왜 여기에서 이딴 일이나 하고 있어요?"

 

오키타를 보곤 긴토키는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곤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때려치우다니? 지금도 일이 너무 많아서 돌아버릴 지경이거든?"

 

"근데 왜 차이나는 갑자기 내 쫓은 겁니까? 여자로 느껴지기라도 하셨나.."

 

".... 그 꼬맹이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겠냐"

 

긴토키는 투덜투덜 대면서 시계를 보더니 집에 갈 시간이라고 중얼거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끝난 거예요? 그럼 나 술이나 한잔 사주세요"

 

오키타가 집에 가려는 긴토키의 앞을 가로막고 서선 장난스레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왜. 가서 히지카타랑 소꿉놀이나 해"

 

"내가 그 자식하고 왜요??"

 

"싸웠냐?"

 

"걔랑 나 사이 몰라요? 새삼스레 왜 이래"

 

긴토키의 말에 오키타는 어이없다는 듯이 툴툴댔고 긴토키는 그런 그를 가만히 관찰하듯이 보다가 어깨에 손을 턱 올리면서 귀에 대고 속닥였다.

 

"너... 다 티나"

 

그의 말에 오키타는 눈이 많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고, 말을 마치 고서 앞서 가는 긴토키를 쳐다보았다.

 

"가자 술 먹자며? 대신 돈 있는 네가 사"

 

오키타는 앞서서 걸어가는 긴토키를 수상쩍은 표정을 지켜보고는 뒤따라 갔다.

 

 

 

 

 

긴토키가 안내한 술집은 돈 없는 아저씨들이 좋아할 법한 작은 술집이었다. 노숙자나 돈이 없는 사람들이 와서 값싼 술을 한 잔씩 먹고 푸념 따위를 늘어놓는 곳이어서 항상 시끌벅적했다. 낡은 나무 탁자와 의자, 값싼 술과 안주들이 반기는 그곳에 익숙하다는 듯이 긴토키는 주인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하며 들어가고는 뒤따라오는 오키타에게 의자를 빼내면서 앉으라고 권했다. 둥근 탁자는 노숙자들에게 점령당해 자리가 없기도 했고, 긴토키는 나란히 앉아서 술을 먹는 것을 즐겼기 때문에 항상 바 테이블 자리에 앉았다.

 

"이런 데에서 술 먹는 거 좋아요? 난 시끄러워서 싫은데"

 

오키타는 탁자에서 술에 잔뜩 취해 우는 사람, 고개를 처박고 자는 사람, 고함을 치는 사람 등등을 쳐다보면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같이 돈 없는 사람들은 이런 데가 아니면 술을 못 먹거든?"

 

"나한테 사달라면서요"

 

"응 네가 사"

 

"뭐야"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메뉴판을 바라보았다. 강력 추천 메뉴가 몇 개 있었지만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 않았다.

 

"뭐가 맛있어요?"

 

"메로구이"

 

추천 메뉴라는 글씨도 붙어 있지 않은 것을 보니 그다지 이 집에서 자신 있게 권하는 메뉴도 아닌듯했지만 긴토키는 강하게 권했다.

 

"저 그거 별로 안 좋아해요"

 

"응. 근데 맛있어. 한번 먹어봐"

 

막무가내로 안주를 주문하고는 다소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쳐다보는 오키타에게 머쓱한 듯이 씩 웃어 보였다.

 

"그래서, 어때?"

 

"뭐가요"

 

"오오구시군 말이야"

 

"어떻긴 뭐가 어때요 똑같지"

 

"다 보인다니까?"

 

"빙빙 돌리지 말고 그냥 물어봐요. 뭐가요"

 

"둘이 사귀는 거 아녀? 아직 서로 떠보는 단계인가?"

 

".... 뭐래.."

 

오키타는 곁눈질로 긴토키를 슬쩍 보고는 그냥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둔영에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단연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전과 다른 점이 전혀 없었으며, 초반에 약간의 어색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전과 똑같이 싸우면서 지냈기 때문이다. 약간의 차이점이라면 히지카타가 전보다 더 그에게 물러서 심한 장난을 받아주느라 힘들어했다는 것 정도였다고 할까.

 

"어떻게 알았지? 하고 눈치 살피는 표정인데?"

 

긴토키는 그를 보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그리곤 다시 말했다.

 

"뭐, 오오구시군이야, 너한테 잘하겠지"

 

웃으면서 술잔을 연거푸 입에 가져가는 그를 보면서 오키타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긴토키를 수상쩍게 쳐다보면서, 조금 집어먹어본 안주는 그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꽤 맛있었다.

 

 

 

 

 

 

* * *

 

 

 

 

 

 

술만 먹었다 하면 취하기 직전까지 마시는 타입이라고는 하나 그날은 그렇게까지 마시지 않았다.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긴 나쁘지 않네요. 하고 덤덤하게 말하면서 안주를 먹는 그 소년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 와중, 그 소년은 걸려온 전화를 받더니 가봐야겠다면서 그만 일어나자고 말했다. 누구인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더 묻지 않고 그냥 능글맞게 웃으면서 보냈다.

 

"그 표정 싫으니까 하지 마요"

 

술잔을 조금은 퉁명스럽게 내려놓고는 덤덤한 말투로 갑니다- 하고 손을 흔드는 그를 보고는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까지 지켜보다 컴컴한 집으로 향했다. 왠지 모를 무거운 발걸음으로. 카구라와 신파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곳은 발랄한 카구라의 목소리도, 또 술을 마셨냐며 잔소리를 하는 신파치의 잔소리도 없이 담배 냄새만이 퀴퀴하게 베어 어둑어둑한 와중에 희미한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 긴토키는 한숨을 내쉬면서 집의 불을 켰다. 불을 환하게 켰다고 한들 밝지 않았다.

 

"어디 갔다가 와?"

 

소파에 쓰러진 듯이 누워서는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타카스기는 긴토키를 보면서 약 올리듯이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집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 몇 번을 이야기해야 하는 거야?"

 

"어디 갔다가 오는 길이냐고 묻잖아"

 

타카스기는 긴토키에게 바짝 다가와서는 그를 살피더니 이어서 말했다.

 

"술 마셨구나? 너"

 

"... 적당히 해. 나 화나려고 해"

 

"왜 화가 나실까?"

 

비아냥대는 말투. 긴토키는 화난 듯이 그를 한참 쳐다보고는 홱 돌아섰다.

 

"아아, 알았다 너 그 꼬맹이 만나고 오는 길이구나? 그래서 이렇게 삐딱하구나?"

 

"... 그만해"

 

"맞네. 왜? 그 애가 뭐래?"

 

"뭘 뭐래. 그런 거 아니야"

 

긴토키는 바짝 다가오는 타카스기를 밀쳐내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긴토키는 술김인진 몰라도 어지러운 머리를 감싸고는 방으로 홱 들어간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타카스기는 신경질적으로 뒤따라 들어갔다.

 

"뭐야 너?"

 

"그만하라잖아"

 

긴토키는 머리를 다시금 감싸 쥐고는 말했다.

 

"뭘 그만해?

 

"...... 됐어, 나가"

 

".... 미쳤구나 너"

 

"왜"

 

"오늘은 나랑 안 해?"

 

"어. 나가"

 

"나는 네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돼"

 

타카스기는 비웃는 듯이 웃어 보이면서 말했다. 아무하고도 있지 마. 나랑만 있어줘.

 

"아.. 그래 지겹도록 들은 말이지"

 

"나... 기다리게 하지 마"

 

"그래, 지겹도록 들었어"

 

지겨운 듯이 타카스기의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긴토키는 건성으로 대답을 하면서 담배연기가 자욱한 집안을 환기시키려 창문을 탁 소리 나도록 신경질적으로 열었다.

 

"긴토키"

 

"뭐"

 

"아, 넌 원래 그랬지."

 

타카스기는 돌아보는 긴토키를 보면서 열받게 하려는 듯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긴토키는 그런 그가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대충 알겠다는 듯이 그를 한번 돌아보았다.

 

"낯짝도 두꺼운 새끼..."

 

타카스기가 그 말을 뱉자마자 긴토키는 화가 난 발걸음으로 타카스기의 앞에 와서 섰다. 타카스기는 그런 그를 살짝 올려다보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저기에 꽂혀있는 사진 앨범, 저기에 왜 아무것도 없어? 원래 잔뜩 있었잖아. 다 버렸어?"

 

 

 

 

 

 

* * *

 

 

 

 

 

 

"어딜 갔다가 와?"

 

"형씨랑 술 마셨어요"

 

"빨리 왔네?"

 

"네가 전화했잖아"

 

"그야... 왔는데 네가 없으니까"

 

"아.. 히지카타씨는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겁니까?"

 

오키타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히지카타에게 물었다.

 

"그러겠냐 꼬맹아. 근데 웬일로 어디냐는 내 한마디에 바로 들어와?"

 

"그런 거 아닌데. 그냥 거기까지 먹고 싶어서 먹다가 온 거예요. 착각은"

 

오키타는 히지카타의 옆에 앉아서 장난스레 말했다.

 

"춥다 들어가"

 

"싫어, 여기 있을 거야"

 

오키타는 주위를 둘러보며 둔영의 둘러보고는,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히지카타의 어깨에 살짝 기댔다. 골칫덩어리, 제 말이면 무조건 싫다는 말을 먼저 하는 새끼. 히지카타는 제 어깨에 살며시 기대오는 그의 머리칼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초반의 간지러운 설렘도 잠깐이었고 익숙해지자마자 다시 본인을 괴롭히는 그 녀석이 히지카타는 좋았다. 가끔은 오늘처럼 알아서 기분을 따라주는 것도 좋다. 한참 그 둘은 서로의 감정에 취해 있었고, 누구나 그렇듯이 그 역시 헤어진 후의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역시 헤어질 생각 같은 것은 하고 있지 않지만, 알 수 없는 변수로 인해서 틀어지는 일은 예측할 수 없기에 괜스레 헤어진다면 어떤 식으로 헤어지게 될까? 하고 이별을 상상하다가 그런 자신이 어이가 없어 그냥 피식 웃었다. 사랑이라는 건 정말 알 수없다. 왜, 언제, 어떻게, 어째서라는 모든 생각의 틀을 깨버리고 빠져나갈 수도 없이 다가와서는, 떠나갈 때 역시 아무리 노력해도 잡히지 않고, 원인을 생각해봐도 납득이 가지 않은 상태로 홀연히 떠나버린다. 그리고 나서는 이후에 더 괴롭게 미련이라는 모습으로 찾아와서는 다시 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는 괜스레 생각이 난다거나, 하는 뒤늦은 후폭풍으로 몰아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사람을 뒤흔들어 놓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의 양면이라고 생각했다.

 

미츠바도 그랬다. 그녀를 옆에서, 멀리서 지켜보는 것으로 자신의 사랑을 대체하려 했으나, 잔인하게도 하늘은 지켜보는 것조차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지금 제 옆에 있는 건 그녀의 남동생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모순되는 상황이기도 하고, 약간 비도덕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이상하게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옆에 기대어 있는 이 소년을 사랑하게 된 것은 그녀를 지켜보지도 못하게 한 하늘의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기대어서 작은 숨소리를 내면서 술을 덜 마셔서 아쉽다- 면서 투덜대는 오키타를 보고 작게 웃었다.

 

"왜 웃냐 너"

 

"아니.. 그냥"

 

오키타는 처음 사랑을 시작했기에도 그렇고, 더구나 그 존재가 히지카타였기에 그가 떠날 것이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몇 년간 히지카타와 곤도와 함께였던 사이여서 다른 사람들은 잘 믿지 못해도 히지카타라면 믿었던 것이다. 히지카타에게 대놓고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히지카타는 어떤 여자들이 봐도 좋아할 만한 남자였다. 일도 잘하고 매사에 열정적인 데다 일명 '얼굴값'을 못하는 남자였다. 사생활이 문란하지도 않다는 점에서 분명히. 오키타는 자신이 생각해도 완벽하고 인기 있을 법 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의 유별난 미각만은 제외하고.

 

"히지카타"

 

"응?"

 

"왜, 드라마처럼 혹시 우리 헤어지면 너, 나 둔영에서 계속 볼 수 있어?"

 

오키타는 갑자기 생각나서 장난스럽게 한 말이었지만, 히지카타는 순간 제 생각을 들킨 것 같아서 조금 놀랐다. 하지만 눈앞에 이 장난기 많은 애인이 원하는 답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니 절대. 넌 나 볼 수 있어?"

 

"당연하지. 못 볼 건 또 뭐야?"

 

약간은 당황하는 히지카타의 표정을 보고 오키타는 그 표정을 원했다는 듯이 키득키득 웃었다. 장난이야- 장난,하고 웃으면서 말하고 오키타는 한참을 웃었다.

 

"니가 헤어져 달라고 애원해도 절대로 헤어져주지 않을 거야. 감히 니가 나를? 내가 마음 변하기 직전까지 너는 절대로 나를 떠날 자격이 없어"

 

오키타는 제멋대로 중얼거렸다. 아이고, 어련하시지. 히지카타는 그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내가 변하면 넌 어떡할래?"

 

오키타가 웃으면서 물었다.

 

"그야..."

 

"넌 놔줘야지! 내가 떠나겠다고 했으니까!"

 

히지카타가 말하기도 직전에 말을 가로채서는 말했다. 너 혼자 물어보고 혼자 답하고, 재밌냐? 히지카타는 그냥 그의 행동이 우스워서 피식 웃었다. 자신과 달리 잡념도 없고, 깊이 고민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 오키타를 보면서 히지카타는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성격 탓이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성격과 비슷하게 겪은 세월의 간격 탓도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저런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오키타 역시 헤어짐에 대한 생각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은연중에 자신에게 말하는 것 같아서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그날은 다시 어릴 적으로 돌아가, 미츠바를 사랑했던 때만큼이나 옆에 기대어 있는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깊은 하늘에 떠서 눈 웃음을 보내고 있는 초승달도, 에도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별 들도 오늘은 유난히 반짝이는 기분이 들어서 히지카타는 오키타의 어깨를 다시 감쌌다. 피곤하다면서 길게 하품을 하는 그를 보면서 어떠한 변수에도 이 녀석과 떨어지지 않길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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