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날카로운 것을 근처에 가져다 대면 바로 탄력 있게 튕겨져 찢어져 버릴 것 같은 긴장감이 그를 죄어온다그래서인지 차 안에 흔히 풍기는 가벼운 시트 냄새와 휘발유 냄새에 순간 멀미가 일어난 것 같이 어지럽기까지 하였다갑자기 머리가 아픈 것 같기도 하다.하지만 이런 대형 범죄자를 두고는 아파도 아프지 않아야 했다오키타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타카스기가 에도에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범죄자를 잡기 위해서 꽤나 열심히 활동을 하는 그였지만 이런 대형 거물급이 아무렇지 않게 제 옆에 와서 자수를 한다니이것은 반갑고 기쁘기보다는 두려움이 먼저 앞서는 것이었다누구라도 그럴 것이다잠시 머릿속에 혼란을 겪은 그는 침착하게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별생각 없어그냥 자수한 거야.숨어서 지내는 것도 이제 슬슬 지겹고.. 이왕 자수하는 거내 친구가 각별히 아끼는 사람에게 공을 주면 좋으니까"

 

"친구? ..각별..?"

 

그 말에 타카스기는 웃어 보이면서 들고 있던 담뱃대에 불을 붙였다히지카타에 의해서 자주 맡아오던 담배 냄새였지만 약간 달랐고그의 담배 향은 더욱이 기분 나쁜 퀘퀘한 향이었다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렇게 자수를 하겠다고 순순히 차에 올라탄 이 범죄자를 그대로 놓아주기도 뭐 하고,그렇다고 감사합니다 하고 덥썩 잡아가기도 뭔가 찝찝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데리고 가야 한다고는 생각했다이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무슨 속셈이 있든지 간에 그럴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서는 천천히 다시 시동을 걸었다.

 

"조사를 한다면 내가 너를 선택해서 자수한 만큼본인이 직접 해줬으면 하는데"

 

"..."

 

"그게 싫다면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곧 죽을 녀석이 말이 많네네 녀석은 조사할 것 따위도 없어."

 

타카스기는 그의 되바라진 말투에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신센구미의 대장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거라고는 생각 하진 않았지만 역시나 였네날카롭게 날을 세우고서 애써 자신을 쳐다보지 않으며 경계를 하는 그를 보면서 타카스기는 아직은 어린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맞붙어도 굉장히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면서 피식 웃었다자신이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마다 거슬리는지 슬쩍 쳐다보는 그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아, 불안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이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주제도 모르고 자신과 싸우고 싶어 하는 속내가 근질거리는 것이 훤히 보여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저 건방진 낯짝을 피투성이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안돼그런 짓을 하면 긴토키가 싫어할 거야.

 

 

타카스기를 옆에 태우고서얼떨결에 휴무인 날에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사람처럼 타카스기를 잡아서 둔영으로 들어오자 당황한 표정의 히지카타와 곤도그리고 다른 대원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뒤에... 설마.."

 

"타카스기예요저쪽에 데려다 놓으면 됩니까?"

 

어어 하고 얼떨결에 대답을 하며 그가 지나가는 길을 자신도 모르게 비켜준 히지카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서 후다닥 뒤쫓아 가서 말했다.

 

"... 뭐야?잡은 거야?"

 

"어쩌다 보니"

 

별 감흥 없이,귀찮다는 듯이 대답을 했고그 옆에 타카스기는 피식 웃었다우선은 조금 있다가 이야기하자.하고 뒤로 물러나자 오키타 본인도 뭔가 찜찜한지 그냥 고개를 한번 끄덕하고는 제 갈 길을 갔다히지카타가 느끼기에도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분명히 칭찬해줘야 할 일이었고다른 대원들은 신기해하면서 "우와 오키타 대장이 잡은 겁니까?" 하고 다들 놀라 했다.확실히 타카스기는 양이지사 중에서도 위험인물이었기 때문에 저들끼리 들떠서는 호기심 반두려움 반에 오키타가 타카스기를 데리고 간 그쪽을 바라보며 웅성웅성 댔다.

 

오키타는 타카스기를 지하의 감옥으로 안내한 후 검은 창살의 문을 열고 들어가라고 말했다위험인물인 만큼 손발을 자유롭지 못하게 단단히 채웠지만 여전히 그를 보고 실실 웃어대는 타카스기는 기분이 나쁘다 못해 도대체 누가 지금 상황에서 나쁜 상황인지도 모를 정도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그렇게 실실 쪼개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네놈 생각대로는 되지 않을 거야"

 

"?"

 

"뭐든"

 

철컥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창살의 문을 닫고서 뒤돌아 나오는 그 길에 아무래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나가는 도중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다여전히 그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띄운 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밖으로 나와 조금은 찜찜한 표정을 짓고 있자히지카타는 오키타 역시 자신과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조금은 풀어주려 말을 걸어왔다.

 

"잘했어설마 타카스기를 잡아올 줄은 몰랐다"

 

"... .. 근데 조금 이상하다구요카츠라처럼 도망갈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렇게 도망칠 거면 왜 순순히 와서 잡혔는지도 의문이고.."

 

히지카타는 모처럼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가 신기하기도 하고한편으로는 조금은 철이 들었나 하는 생각에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경계를 더 강화해서 못 도망가게 하면 되는 일이야모처럼 사고 안치고 좋은 일했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없어요 없어피곤해 그냥 쉴래요"


말은 관심 없다는 식으로 툭 내뱉었지만 히지카타의 그런 손길이 따스해서 그런지 한켠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그래, 불안할 것이 뭐가 있어. 저 녀석이 함께 있는데.

 

 

 








***







 

 

 

 

웬일그날은 대박이 터졌다빠칭코에서 잃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기에 어느 순간부터인지 잔뜩 기대를 하고 그 오락기의 앞에 앉았다고 하더라도 잃고 나오는 일이 자연스러웠다그런데 오늘은 처음 기계서부터 꽤 많은 돈을 땄고그다음도그다음도 성과가 좋았다간혹 조금씩 돈을 땄다고 하더라도 한 번 더 하면 그 이상을 잃었어야 했는데 그 날은 이상하게도 운이 최고점을 찍은 것이다두둑해진 주머니를 만지면서 거의 처음으로 멀쩡하게 빠칭코에서 나왔다.

밀린 집세를 내야겠다는 착실한 생각을 하는 성실한 인간은 아니었기에 긴토키는 그저 오늘 운이 좋았다는 것과 돈이 생겼다는 들뜬 기분으로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거리를 배회했다그리고 나선 곰곰이 생각하다가 간만에 돈이 있는데 뭐라도 좀 사다 줄까 하고는 상점으로 향했다형형색색 한 것들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고옆에서 호객하는 장사꾼들은 긴토키에게 와서 구경을 하라며 귀찮게 굴었다무얼 줘야 좋아하려나 하고 잠시 고민을 하다가 비싼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위치에서 적당해 보이는 가격의 손목시계를 보고서 발 걸음을 멈추고는 멍하니 바라보다가망설임 없이 바로 구입해버렸다딱히 값을 깍지 않아도 되는 점은 무척이나 그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방법이야 어찌 되었든돈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었다시간이 그렇게 많이 늦지는 않았으니아직 잔다거나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 그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어 전화를 걸었다.

 

"오키타, 지금 시간도 얼마 안됐는데 뭐하고 있어일하는 중?"

 

[일 끝나고 쉬고 있죠 뭐어쩐 일이에요?]

 

"아니잠깐 볼 수 있나 해서"

 

[..내일 봐요]

 

"아니 진짜 잠깐둔영 앞이야"

 

사실 둔영 앞은 아니었지만 긴토키는 급하게 지나가는 택시를 잡고서들리지 않게 전화기 스피커 쪽을 손으로 막은 뒤에 주소를 급하게 택시기사에게 말했다.

 

"잠깐 앞으로 나올 수는 있지?"

 

결국 오키타의 알겠다는 대답을 듣고서 긴토키는 택시기사에게 최대한 빨리 가달라면서 졸라댔다택시기사는 긴토키를 힐끗 보더니이 주소는 신센구미 둔영 근처 아니요여자친구 만나는 것도 아닐 텐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하고 물었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냥 그런 날 있잖수막 기분 좋고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날아저씬 그런 날 없어?"

 

"나 참생긴 것 부터 딱 날 백수 구만 뭘"

 

장난 식으로 허허 웃으며 택시기사는 말했다긴토키는 그런 말에 사람 좋게 그저 웃어보였다.

 

 

택시에 내리자마자 잔뜩 짜증난 표정으로 본인을 기다리고 있는 오키타를 보고서는 긴토키는 피식 웃었다유카타 차림에 자고 있었는지 머리엔 여전히 우습게 생긴 안대를 걸쳐놓고선 그를 노려본다.

 

"뭐예요 형씨바로 앞이래서 나갔더니 이제 와요?"

 

평소에도 나른한 말투에 힘이 넘쳐나 보이는 녀석은 아니지만 그 날 따라 유독 피곤해 보이는 인상에 조금은 머쓱해진 긴토키는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뒷목을 긁적였다.

 

"미안.. 근데 나 나쁜 의도로 불러낸 건 아니야"

 

"그니까 뭔데요"

 

"선물"

 

"선물?"

 

긴토키는 본인이 갓 사온 선물을 그에게 내밀었다받은 그의 표정은 정말이지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당연히 그도 그럴게딱히 무슨 날도 아니고평소에 돈 없다고 난리를 치던 사람이 (심지어 딱히 무슨 사이도 아닌뜬금포로 저녁에 막무가내로 찾아와서는 선물을 내밀고 있는 상황은 누가 봐도 조금은 놀랄 상황이었다.

 

"....뭐야이거 안에 뭐 이상한 거 들어 있는 거 아니에요?"

 

오키타는 그가 준 상자를 들고선 위 아래 흔들어 보기도 하고무슨 소리가 나지는 않는지 귀에도 가져다대보고 하였다그 모습이 영락없는 아이같아긴토키는 그 모습을 보고 한참 웃다가 내가 네 녀석이 히지카타에게 하는 짓을 하겠냐면서 손사래를 치면서 열어보라고 말했다이상한 게 나온다면 오늘은 정말로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고 중얼거리며 선물의 포장을 뜯는 그 녀석긴토키는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하면서 천천히 포장을 뜯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손목시계?"

 

"어때?"

 

"...저 이런 거 딱히 안 쓰는데요"

 

"알아그래도 이제 내가 줬으니까 써"

 

"...이런거 걸리적 거리는데.."

 

하긴이 녀석이 크게 좋아한다거나선물을 사준 사람을 봐서라도 설령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좋아요하고 외쳐주는 사근사근하고 상냥한 성격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상해 투덜거렸다.

 

"야 이 녀석아선물 사준 사람의 성의 같은 건 보이지도 않는 거야 네 녀석은?"

 

"보여요"

 

"보이는구나일부러 그러는 거지 이거?"

 

"아뇨암튼 잘 쓸게요고마워요근데 이거 주려고 여기 온 거예요?"

 

"......어어"

 

"그럼 이제 가보세요"

 

".. 그래 다음에 보자"

 

여전히 차갑게 대하는 녀석의 행동에 많이 피곤한가그냥 조금 참았다가 내일 줄걸 그랬나하는 생각에 긴토키는 스스로를 탓하며 뒤돌아섰다.

 

"형씨"

 

"?"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그는 반갑게 다시 돌아보자 그가 둔영에 들어가다 말고 말을 걸어왔다.

 

"저 오늘타카스기 신스케잡았어요"

 

"누구?"

 

"타카스기요형씨가 카츠라와 친하게 친분이 있는 만큼 타카스기와도 친분이 있다는 거 알아요"

 

타카스기아닌데그 녀석은 집에 있을 텐데쫓겨 다니는 것도 지겹다면서 나가기도 귀찮아하는 그런 녀석인데 어떻게...? 긴토키는 적지 않게 당황했지만 다행히도 어둠에 가려져 그의 표정이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그렇다고요나 자랑하는 거예요 형씨에게나 오늘 칭찬도 많이 받았어요지금 주신 것도 무슨 뜻으로 나에게 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형씨가 저에게 해주는 칭찬으로 받을게요.. 지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래...... 근데그 녀석.. ...뭐래어디서 잡았어?"

 

"..누나의 묘 있는 부근에서요본인이 직접 저에게 와서 자수했어요진짜 황당하죠그래서 그런가.. 정말 이상하단 말이에요 기분이여튼들어가세요선물은 잘 쓸게요"

 

그는 그렇게 이야기를 멋대로 마치고는 홀로 둔영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타카스기가오키타에게 잡혀아냐 그럴리가 없어그는 갑자기 드는 불안감에 숨이 몰아쳐서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렸다그럴리가 없었다숨을 몰아쉬면서 집 앞의 계단을 서서히 올라가선 익숙하게 어두운 미닫이문을 천천히 열었다이미 베일대로 베어있는 담배향이 훅 하고 몰려오지만익숙하게 눈앞으로 가려오는 청승맞은 연기는 피어오르지 않았다기척도 없고원래 따스하진 않았지만 그 날의 집은 얼어붙을 것 같이 차가운 냉기를 가득 머금고서 냉랭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종이를 태웠는지 책상엔 종이가 탄 것으로 보이는 가늘게 부숴져 있는 컴컴한 잿가루와 퀘퀘한 냄새가 섞여 지저분하게 쌓여 있다담배나 피우면서 마약 중독자 마냥 누워서 나뒹굴어야 할 그가 보이지 않자 급히 초조함을 느낀 그는 불안한 듯이 집의 한 가운데를 왔다가 갔다가 하며 불안해하다가, 쇼파에 앉아서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확실히 그는 갈 곳도 없고, 카츠라나 사카모토에게 갔을 리도 없다. 이 곳에 없다면 오키타의 말대로 잡혀간 것이 확실했다. 망할 새끼자수병신 같은 소리하네왜 갔어왜 찾아갔어왜 그 녀석을 만나러 간거야?

 

고요한 집에서는 밖에서 들리는 취한 사람들의 주정 부리는 소리이름 모를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간간히 들린다그런 소소한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 수 밖에 없었다불안함이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불안그래 이것은 불안이었다그 개새끼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무슨 행동을 할 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서 오는 초조함속에서 끓어오르는 화가 주체되지 않아서 그는 속으로 계속 욕지거리만 지껄였다개새끼 그 병신새끼그냥 가만히 옆에서 찌그러져 있을 것이지 뭐 그렇게 바라는 게 많아처음부터 나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겠다고 했으면서.

 

 









***











그 곳에 가두어져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이 조용하다누군가 잠을 자면 자는 숨소리라도 들려야 할 것인데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간혹 왔다 갔다 하는 경비들은 타카스기의 가까이엔 다가오지 않았다이미 이름만으로도 꽤나 알려져서인지뒤돌아서면서도 자꾸만 자신을 돌아보던 그 어린 대장과 같이 이들도 자신이 무슨 돌발 행동을 할 것 같아 잔뜩 경계하고 있는 것이었다당사자는 딱히 생각도 없는데 왜 저들끼리 경계하고 난리야안심해나가지 않는다니까?

딱딱한 벽에 기대어 앉아 마주 보이는 벽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려니 등이 차갑게 시렵다바닥도 차가웠다어둠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서도 그는 미친 사람마냥 피식피식 웃으면서 즐거워했다한시라도 빨리 날이 밝아 오기를 기다리면서 눈을 살포시 감는다.내일이 오면 긴토키는 싫어도 내 앞으로 달려 올 수 밖에 없을 걸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나게 해달라고 발악하고 있을 거야내가 이곳에 있으면 하루 종일 안심하지 못할 거니까아마 하루 종일 뒤척거리면서 한숨도 못자면서 걱정하고 있을거야긴토키긴토키이-, 불안해?불안해어서 내 앞으로 달려와이렇게 친절하게도 내가 기다리고 있잖아아무 짓도 하지 않고 가만히여기에서.

 

 








아침이 밝은 둔영은 소란스러웠다히지카타와 함께 아침을 맞은 오키타는 그 날도 여전히 5분만.. 하고 중얼거리면서 일어나지 못했다. 먼저 준비를 마치고서는 문을 닫기 직전까지도 늦지 말고 오라며 기어코 한소리를 하는 히지카타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한참을 이불안에서 뒤적렸다. 

겨우 일어나 거의 반쯤 감은 눈으로 대충 준비를 마친 후, 덜 깬 잠을 떼어내듯 눈을 비비며 회의실로 들어가자먼저 앉아 있는 곤도가 그를 보고는 씨익 웃어보였다어제 일에 대한 칭찬이 오늘까지 이어진 것이다하지만 별로 기쁘진 않았다.

기억도 나지 않는 지루하기 그지없는 회의를 따분하게 듣고 나서 심드렁하게 밖으로 나가자 왜인지 허겁지겁 뛰어온 듯한 긴토키가 회의실 문 밖에 서 있었다딱히 놀랄 일은 없었다어차피 긴토키는 자주 왔다 갔다 하는 사이이고야마자키의 일을 도우는 잡부였기 때문에 별로 당황하지 않고 물었다.

 

"일하러 온 거예요?"

 

"... .. 어 뭐.. 그렇긴 한데.."

 

"야마자키는 저 안쪽에 있어요 곧 나올거예요"

 

"아니아니 너한테 할 말이 있어"

 

"하세요"

 

"....잠깐 자리를 좀..."

 

회의실 문 앞에서 떡하니 서 있는 그 들의 위치를 보고 긴토키는 약간 당황해 하면서 말했다오키타의 뒤에 있는 시커먼 대원들이 전부다 그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오키타는 인지를 못했었는지 저 앞에서 당황해 하는 긴토키를 한 번그리고 제 뒤에 있는 대원들의 무리들을 한번 보고는 따라오라면서 안내했다.

 

".. ...저기 오키타.."

 

긴토키는 잠깐 걷는 그 순간도 참지 못하게 초조해서 뒤 따라가면서 말을 걸었다.

 

"네 형씨"

 

"..그니까 별 일은 없어?"

 

"무슨 소리예요?"

 

"아니야"

 

오키타가 안내한 곳은 손님들이 오면 잠깐씩 앉아서 이야기하는 용도로 쓰이는 어떤 곳이었다긴토키는 그 장소를 알고 있다먼지 청소를 한 적도 있었고 물건을 옮기려 몇 번 들락날락 한 적도 있었다남자들만 있는 곳이라 그런지 청소를 해도 깨끗하고 깔끔하지 않았고어딘가 모르게 칙칙한 분위기가 항상 가라앉아 있는 그런 곳이었다.

 

"형씨무슨 일이세요?"

 

".. 그니까 그게.. 타카스기.. 일로.."

 

"네"

 

"...면회 좀 할 수 있을까?"

 

"면회요?"

 

카츠라가 잡힌 적은 숱하게 많다그가 도망쳐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아서인지 그 때의 긴토키는 항상 덤덤했지만타카스기가 잡혔다는 것을 알고 급히 찾아와 그와 면담을 요청해 오는 긴토키가 조금은 이상해 보였다하지만 오키타는 그의 태도가 오랜만에 만난 삐뚤어진 친구를 한 번은 다시 만나고 싶어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했다.

 

"왜요?"

 

".. 아니 그냥 좀... 궁금한 것도 있고......"

 

"상관은 없어요근데 표정이 왜 이렇게 심각해요?"

 

오키타의 눈에 비췬 긴토키는 평소와 다르게 안절부절 했고 계속 시선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한 채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손가락을 가만히 두지 못 했다.그 모습이 수상한 오키타는 못마땅한 얼굴로 한참을 쳐다보다가 우습다는 듯이 말했다.

 

"무슨 일 있어요돈이라도 떼이셨나"

 

그의 장난스러운 대꾸에 긴토키는 말없이 그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음......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요형씨가 평소와 달라서 오늘은 뭔가 그냥 불안해다음에 오세요."

 

"?"

 

"지금 이렇게 이상할 정도로 진정되지 않은 상태의 형씨는 면담하게 해줄 수는 없다는 말이에요면담은 다음에 하세요."

 

이런 모습의 오키타를 보자 히지카타의 영향을 꽤나 많이 받기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예상외로 단호했고 차가웠다하긴,어제 말하길 오키타 본인도 스스로 불쑥 찾아온 타카스기에 대해서 수상하게 생각하고 있기에 더 예민한 상황일거라고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먼저 가보겠다면서 그 방에서 홀연히 나가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긴토키는 아무 말도 못한 채로 그저 한숨을 한번 푹 내쉬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우선 본인은 우연히 이 곳 둔영에서 일하는 잡부였고대형 거물급 범죄자가 있는 기밀의 장소를 까다롭게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해도 내부자에겐 잡일이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잠깐은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생각해보면 오히려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오키타 녀석과 함께 타카스기를 만나러 갔다면 그 미친 녀석은 더 발작을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 해결사 형씨이런 곳에서 뭐하세요오늘은 지하 감옥 정비를 하러 가야 되는데요?"

 

지하 감옥이라.. 책상에 앉아서 머리 아픈 듯이 감싸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 야마자키가 말을 걸어왔다사람에겐 가끔 기회가 찾아온다지금 그것은 너무나 필연적으로 다가와서 수상하기마저 한 그런 이상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 것을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뿌리칠 수 없이 다시 찾아올 것을 안다이런 상황에서는 항상 그래왔기 때문에그는 야마자키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웃어 보이며 그 곳에 가자고 말했다그 곳엔 아마 타카스기가 있을 것이고타카스기를 오늘 만나게 될 것이다앞서가는 야마자키의 뒤에서 긴토키는 입꼬리 한쪽을 끌어올리며 의미심장하게 웃어보였다.

 

야마자키는 그 곳에 타카스기라는 거물급이 있는지 조차 잘 모르는 듯 했다. 알더라도 그저 잡부의 명분으로만 자신을 생각하기에 한치의 의심도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타카스기와 만나는 것을 금지시켰던 자신을 이렇게 아무 스스럼없이 이런 곳에 데리고 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형씨저 쪽 구역 좀 보고 오시겠어요?”

 

급기야는 혼자 갔다가 오라는 저 녀석. 마침 그 곳의 경비원들은 모두 야마자키가 불러내어 아무도 없었다. 그 구역으로 들어가면 어디엔가는 타카스기가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는 자신을 보면 어떤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웃을 지도 떠올렸다아직은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고 자신을 기다리는 타카스기는 아마도 자신을 보고는 올 줄 알았다는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일 것이 분명했다야마자키가 말한 그 컴컴한 구역의 문을 열고 들어가 숨이 턱 막히는 어둠을 보고는 다시금타카스기는 저 안에 웅크리고 있겠구나 하고 확신했다그는 아마도 지금 발걸음 소리를 듣고 궁금해서 미쳐버릴 것이다아마 창살에 매달려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겠지만 분명히 참고 있을 거야.

텅 빈 창살을 두어개 지나자 무릎을 끌어안고서 제 앞에서 멈춘 발걸음 소리에 붕대를 하지 않은 쪽의 눈으로 그를 힐긋 쳐다보았다그리고는 움직이지 않은 채 눈만으로 웃어보이고는 말했다.

 

왔어?”

 

그래네가 그렇게 네 앞으로 오게 끔 나를 끌어당기는데 어떻게 내가 너를 벗어나겠어?

 

네가 올 줄 알았어.”

 

긴토키는 오키타의 앞에선 왜 그렇게 초조했는지 모를 정도로 타카스기의 얼굴을 보자 놀라울 정도로 침착해졌고그가 있는 철장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서는 양손으로 쇳내가 진동하는 철장을 붙잡고는 말했다.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당연히

 

그에게는 묘한 향기가 흐른다그 향은 사람을 약간은 흥분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고그 대상이 긴토키일 경우엔 더욱이 거세게 작용 되었다그 둘의 향은 닮았다그렇기에 둘은 이런 관계를 아슬아슬하게도 유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때문인지 긴토키는 항상 그런 자신을 후회하는 일이 많았지만 후회도 그 순간 잠깐이었을 뿐매번 반복되었다그 날 역시 뒤돌아서 후회 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시 또타카스기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가까이 와

 

그 말에 타카스기는 어둠 안에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펴고선 가까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그리고는 창살을 사이에 두고 키스를 하려는 듯 바짝 다가온 타카스기를 보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한번 웃어보이고는 어깨를 잡았다.

 

키스 말고아래 해줘

 

타카스기는 그런 긴토키의 눈빛을 잠깐 쳐다보고는 말없이 스르르 주저앉고서 버클을 풀고서 꺼낸 그의 기둥의 머리부터 입술을 사랑스럽게 맞추어가며 말했다.

 

고작 하루 지났을 뿐 인데못 견디는구나 역시역시 쓰레기 같은 새끼야. 그래도 괜찮아 그런 너를 내가 사랑하니까

 

질척이는 혓바닥이 그의 것을 스칠 때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어 다른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았고 보드랍게 휘감아오는 그의 따스한 입안의 온도만이 그를 휘어잡았다그 감각은 사실 대상이 누구여도 좋은 것이었다지금 그의 앞엔 일명 성욕을 받아내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 타카스기일 뿐이다격정에 다다라 그의 질척한 입안에 질펀하게 하얀 액체를 싸지르고서 타카스기의 턱을 쥐고는 알지? 먹어, 난 먹어주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더라하고 다소 비웃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타카스기는 그가 그런 말을 할 것임을 알고 있다는 듯 이내 군말없이 꿀꺽 삼키었다비릿한 냄새였지만 역겹진 않았다긴토키는 그것을 삼키는 타카스기를 보고는 항상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 표정이 수치스러움을 안겨주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되겠지만타카스기는 그 모습 역시도 사랑하였다.

 

그렇게 창살을 사이에 두고 몰래 하는 구강섹스는 긴토키를 더욱 흥분 시켰음을 안다관계가 끝나고서 긴토키는 타카스기에게 말했다.

 

“..왜 만났어왜 자수했어?”

 

여기에 있으면 네가 허겁지겁 날 찾을 거니까

 

타카스기는 한번 잠시 말을 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난 여기서 처형당해도 상관없어그래서 난 도망칠 생각도 딱히 없고.”

 

“....... 제정신이야?”

 

상관있는 건 네 쪽이겠지.”

 

하고 말하고는 킥킥 웃었다.

 

장난이야나갈 거야.나가더라도 나중에.”

 

타카스기는 여유 있게 말하고는 계속 웃어 보였다.긴토키는 열받은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다가 말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이 곳에서 쓸데없는 짓을 시킨 건너잖아?”

 

그가 말하는 것은 방금 전 행했던 행위를 말하는 것이었다. 긴토키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 올렸고, 그 표정을 보고 타카스기는 소리내어서 웃었다.


"형씨, 다 끝나셨어요?"


밖에선 야마자키가 그를 찾는 소리가 들렸고, 타카스기는 다시금 웃어 보이면서 그에게 말했다.


"또 와"


"...."


그의 말엔 대답하지 않고서 긴토키는 표정을 바꾸고서는 그 곳을 나섰다.


"어, 야마자키. 이 곳 봤는데 별 거 없는데?"


"알고보니 저희가 찾는건 저쪽에 있었더라구요"


"사람 일부러 고생시키는거지 너? 그런거지?"


야마자키와 시덥지 않은 대화를 하며 사라지는 긴토키를 보면서 타카스기는 그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병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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