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급의 범죄자는 쉽사리 사형을 집행할 수가 없다. 우선 그에게로부터 캐물어야할 것도 많고, 혹시나 정말로 사형선고가 내려졌다고 하더라도 집행하기에 앞서 많은 절차가 있었다. 그를 따르는 다소 난폭한 성질의 귀병대의 존재까지도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사형선고가 내리기도 쉽지 않았다. 심지어 타카스기는 그의 뒤를 봐주는 상위 간부급들의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에 사형선고의 집행을 건의했다고 하더라도 윗 쪽에서는 집행하라는 명을 내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 이유 없이 그를 놓아주라고 말할 수도 없는 그들은 그저 못 들은 척, 모르는 척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운도 좋아... 잡은 순간 사형일 줄 알았는데"


오키타는 마음에 들지 않아 투덜거리면서 타카스기의 앞에 앉았다. 타카스기의 말대로 그가 취조를 하게 되었지만 타카스기의 말을 따라준 것은 아니었다. 그가 잡았다는 이유로 히지카타도 곤도도 그에게 일을 마무리 지으라면서 지시한 탓이었다. 자신이 잡은 범죄자는 본인이 직접 마무리 짓고 싶어 했던 오키타였지만 이번 일은 뭔가 타카스기가 원하는 대로 이뤄준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금은 어두운 취조실에서 히지카타가 대강 정리해 준 자료를 토대로 질문을 하려고 입을 떼려 할 때 타카스기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좋아하는 게 뭐야?"


"... 질문은 내가 해. 너는 대답만 하는 거야"


"너무 무서워하지 마, 나는 꽤나 좋은 사람이야. 가끔은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도 하거든"


무서워하기는 누가. 기가 차서 헛웃음을 한번 짓고는 질문을 했다.


"카츠라와는 무슨 사이지? 카츠라가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어?"


".... 나는....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소원들도 가끔은 들어준다고, "


취조를 할 때 수많은 정신병자들이야 많이 만나봤지만 타카스기의 속삭이는 듯한 말투와 목소리는 심히 거슬렸다. 


"... 카츠라에 대해서 모른다면 네놈이 이끌던 귀병대는 어디에 숨어 있는지 말해"


"내가 이렇게 소원을 들어준다고 이야기하면 다들 이상한 표정으로 '대가가 있겠죠?' 하고 겁먹은 표정으로 물어봐. 하지만 나는 좋은 사람이니까 대가 같은 걸 그렇게 크게 바라지 않아"


대답은 하지 않고 자꾸만 이상한 말을 혼자 해대는 타카스기를 오키타는 한번 쳐다보고는 중얼거렸다.


".... 진짜로 미친 건가?"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도 당연히 있어. 하지만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한 거야"


"...."


"네가 가장 바라는 건 당연히 죽은 누나를 다시 보고 싶다 정도겠지?"


타카스기의 말에 오키타는 약간은 흠칫했다. 어느새 오키타는 저도 모르게 타카스기에게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 했다. 덤덤하게 질문 공세를 하던 그가 조금은 다른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알게 된 타카스기는 오키타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가 말했다.


"누나가 보고 싶지 않아?"


"...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죽은 사람의 이야기는 들먹이지 마. 네놈의 입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도 않고"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믿어보는 건 어때? 딱히 바라는 건 없다니까? 넌 좋잖아?"


"정신병자가 이런 개소리를 지껄이는데 어떤 멍청한 새끼가 믿겠어? 한 번만 더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면 죽여버리겠어"


"나 못 죽여, 너는"


타카스기는 다시 피식 웃었다. 오키타는 칼을 쥐고 싶은 마음이 간질간질 했지만 참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


"오늘은 정신 상태가 이상한 모양이니 내일 다시 하지"


"갈 거야? 그럼 잘 생각해봐. 누나를 살려줘.라고 한 마디만 하면 돼. 대가가 없다는 게 이상하다면.. 이걸로 할게. 나를 여기에서 꺼내줘. 그게 내가 너에게 바라는 대가야. 한번 생각해봐. 응? 이 정도면 완전히 득보는 거잖아, 그렇지?"


"그래, 살려줘. 꼭 그랬으면 좋겠네. 됐어? 이 새끼 끌고 가"


제 발로 들어와 놓고는 다시 꺼내달라니. 오키타는 정신병 환자처럼 저에게 들이대며 말하는 그가 조금은 거슬리기도 해서 신경질적으로 밖에 있는 대원들에게 말했다. 대원들은 허겁지겁 들어와서는 타카스기를 끌어내었고 타카스기는 아무 저항 없이 계속 웃으면서 그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혼자 남은 취조실에서 그는 타카스기의 어이없는 발언에 약간이라도 움찔한 자신이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타카스기 저 새끼는 수많은 범죄의 끝에 결국은 미쳐버린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대역 죄인은 역시 다른 평범한 죄인과는 그릇부터 달랐던 것일까? 미쳤다고 하더라도 그의 말은 그렇게 가볍지 않았다. 




취조를 마치고 나오자 히지카타가 밖에서 담배를 태우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타카스기의 헛소리에 화를 참았던 그는 히지카타의 얼굴을 보자 약간은 안심이 되어 저도 모르게 그날은 그의 가슴팍에 머리를 파묻었다. 힘들어? 히지카타는 작게 묻고서 오키타의 머리칼을 살짝 쓰다듬었다. 도와줄까? 됐어요. 그런 거 아니야. 피곤해? 그것도 아니야 그냥 졸려.. 히지카타는 담배를 서둘러 끄고는 양손으로 그를 꼭 끌어안았다. 평소라면 답답하면서 놓으라고 할 법도 한데 그날은 조용했다. 


"왜 가만히 있어?"


".. 가만히 있어도 지랄이야..."


히지카타는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익숙한 다다미방의 벽에 쿵 하고 벽에 밀쳐진 채로 히지카타는 조금 의아한 듯이 그를 쳐다본다. 오키타는 히지카타가 두르고 있던 스카프를 잡아 자세를 낮추게 한 후에 입을 맞추어 왔다. 입술은 부드럽지만 면도한 턱 부분은 약간 까칠하다. 그 적당한 믹스가 좋았다. 미세한 담배 향도 오늘은 나쁘지 않다. 처음엔 조금은 어색해하면서 했던 키스도 이제는 조금은 익숙해졌는지 입을 맞추어 오면 제 머리칼을 커다란 손으로 헝클어줄 때 간질간질한 느낌이 좋다. 질척이는 키스를 하고 나서 익숙하게 셔츠 단추를 풀어주면 준비되었다는 듯이 히지카타 역시 오키타의 셔츠에 손을 대었다. 오키타는 망설임이 없지만 히지카타의 손길에는 약간의 망설임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 비하면 지금은 어렵지 않다. 어차피 연인의 관계였고, 전혀 이상하지 않은 행위라는 것을 히지카타는 다시금 떠올리면서 반쯤 벗긴 셔츠 안쪽으로 손을 자리하였다.


"히지카타 씨...는.... 치사해....."


"하아.... 뭐가?"


"으읏... 그냥.... ... 다..."


퍼붓던 키스를 점점 목에서 가슴 쪽으로 옮겨가면서 히지카타 역시 그의 목소리와 그의 온도에 흥분해 버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부장이라는 직책이라던가 하는 중요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날아가 버린 듯했다. 태초의 모습 그대로 마주하고 있는 순간만큼은 마치 어린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장난을 하듯이 다른 어떠한 것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순수해졌다.

히지카타의 혀와 끈적한 타액이 그의 피부에 닿을 때마다 그 야릇한 신경에 집중되어 참지 못하고 내지를 교성을 내지르다가 눈이 마주치면 어울리지 않게 수치스러워하면서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곤 했다. 그 모습이 히지카타는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 얼굴. 보여줘.."


".. 흐읏...시.. 싫어.."


끈적이면서도 집요한 애무의 끝에 오키타는 항상 뜨거운 열에 녹은 듯이 힘이 하나도 없이 흐물흐물해졌다. 1번대 대장이라는 그 위엄 따위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이런 것이 약점이라고 한다면 분명 큰 약점이 될 것이었다. 애무의 유희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혹은 부드럽게, 히지카타의 솟아오른 그 부분이 접촉을 시도해 올 때면 두려움이 약간은 앞서면서도 하나가 된다는 생각에 기뻤다. 평소에 흐트러짐 없는 그가 이렇게 이성을 잃을 정도로 자신의 위에서 흥분하고 있다는 점이 오키타도 좋았다. 그를 자신의 안에 담으면 점점 뜨거워진 접촉과 맹렬한 움직임에 숨 쉬는 법을 잊을 정도로 헐떡이더라도 절대로 떨어지고 싶지 않아, 오키타는 히지카타의 목을 꼬옥 끌어안았다. 방 안을 가득 매우는 숨소리와 질척이는 마찰음이 그들의 공기가 되어 춤을 춘다.


행위의 끝을 알리는 뜨거운 액체가 쏟아져 내림과 동시에 뜨거운 숨을 토하고 나서 쓰러진 둘은 서로를 끌어안고 시트 위에서 한참을 쾌락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서로의 살갗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스르륵 감겨오는 따스한 나른함이 기분 좋게 몸을 감싸 안는다.   







오키타는 생각보다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관계가 끝나고 나서 품에 조용히 안겨 그의 잠든 모습을 보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열기가 날아가면서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에 몸을 떨면서 그에게 파고들고, 그와 맞대고 있을 때 다시 느끼는 그 따스함을 좋아했다.


어느새 오키타는 히지카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주체 되지 못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믿지만 믿지 못했고, 내색하지 못했지만 조바심이 일었다. 이 녀석이 떠날 리도 없고, 떠나게 두지도 않을 것이지만.. 혹시나 어떠한 변수로 인해서 자신을 떠난다고 한다면 그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고민했다. 깊은 마음의 골을 매워주는 이 존재에 대해서 그는 너무 사랑하다 못해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히지카타씨, 히지카타씨  혹시나 당신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이렇게 뜨겁게 사랑을 한다면... 차라리 아무도 가지지 못했으면 좋겠어요. 음... 사라져 버리는 게 나아요. 


어릴 적부터 그는 딱히 어떤 것을 가지고 싶다, 하는 욕심이 많은 성격은 아니었다. 무엇을 봐도 별로 관심 없는 눈길로 봐왔지만 그럴수록 본인이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생겼을 경우에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았고 가지지 못할 바엔 남도 가지지 못하게 부숴버렸다. 그의 태도를 본 미츠바는 그를 여러 번 꾸중했지만 고쳐지진 않았다. 다만 미츠바의 앞에서는 조금은 고분고분 해졌다는 정도. 그는 누나의 앞에서는 착한 아이이고 싶어 했다.


눈앞에 있는 그의 속눈썹, 콧날, 입술을 보면서 본인의 마음을 가다듬고서 눈을 감았다. 함께 맞을 수많은 날 들 중 하루는 그렇게 장식되었다.











***












긴토키는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날은 카구라와 신파치를 불렀다. 웬일로 집으로 불렀냐면서 찾아온 카구라는 집안을 뛰어다녔고 신파치는 구석구석을 뒤지면서 청소를 했다. 담배 냄새가 많은 것 같다면서 혹시 담배를 피우냐는 말도 곁들여서 신파치는 평소와 다름없이 잔소리를 해댔다. 이 둘은 역시나 변한 것이 없었다. 그 둘이 집안을 정신없게 할 때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츠라가 찾아왔다. 카구라와 신파치가 집안에 있는 것을 보고는 카츠라는 조금은 당황해하는 기색을 보였고, 그 행동을 보고 긴토키는 그가 타카스기 이야기를 하러 왔음을 눈치채고는 가까이에 앉으라고 말했다.


"타카스기가 잡혔다고 들었어"


카츠라는 그 둘이 들리지 않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신파치와 카구라 둘이서 청소랍시고 시끄럽게 떠들고 있던 터라 딱히 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몰라. 그 씨발 새끼"


긴토키는 귀찮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대답했다.


"뭔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몰라. 알 거 없어"


"누구보다 신경 쓰고 있는 거 다 안다"


그날따라 심각하게 불안정해 보이는 긴토키를 보고 카츠라는 이어서 말했다.


".. 찾아가 보지그래?"


"갔었어"


"네가 걱정할까 봐 내가 왔잖냐, 그 새끼는 걱정할 거 없어. 너 잘 모르던가? 위쪽들하고도 많이 연관되어있다고 들었어. 아마 죽이지는 못할 거야."


"죽든지 말든지.. 그리고 나 찾아갔었다니까? 이 말 전해주려고 온 거야?"


"뭐.."


"그렇다면 돌아가 지금 애들도 있고...."


카츠라는 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무시하고서 소파에 자세를 고쳐 앉아서는 제 집이라도 되는 것 마냥 천연덕스럽게 TV를 틀었다.


걱정? 그래... 미치게 걱정하고 있다고, 생사 확인 같은 거... 그거 지겨울 정도로 하고 있다고.





그 전날도 긴토키는 오키타를 찾아가서 그의 안색을 살폈다. 뜬금없이 자신을 뚫어지게 관찰하는 그를 보고 오키타는 조금은 신경질적인 불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의 기색에 긴토키는 아, 미안하고는 조금은 물러섰다.


"면회 오셨어요?"


"응? 아, 뭐.."


"저 쪽에서 몸수색 받으시고 가세요"


무뚝뚝했다. 오늘도 별로 기분이 안 좋은 걸까? 긴토키는 신경이 쓰여 뒤돌아가는 그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겨 몸수색을 받았다. 몸수색을 하는 대원으로부터 가지고 있던 목검을 두고 가라는 말을 들었다. 얌전히 시키는 대로 목검을 맡기고서 커다란 유리에 구멍이 몇 개 뚫려 있는 쾌쾌한 방으로 들어가 타카스기가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쇠문의 마찰 소리가 들리고 두 손에 반짝이는 수갑을 찬 그가 긴토키의 맡은 편에 나타났다.


"왔구나. 어쩌나.. 이런 곳에서 만나서..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타카스기는 비아냥 대는 말투로 말했다.


"죽었나 살았나 확인하러 왔지"


"설마 죽길 바라고 온 거야? 아니겠지? 하하.. 그보다 난 담배가 피우고 싶어"


".. 담배 같은 소리.."


"참, 긴토키, 나 네가 아끼는 그 녀석을 오늘도 봤어. 음... 뭐라고 해야 하나.. 재미있어 보여"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정말로 재밌어 보여. 게다가 나는 잘 이해가 안가. 전혀 강해 보이지 않던데? 조그만 자극에도 부서져버릴 것 같아"


타카스기는 허공에 시선을 두고서는 키득키득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긴토키는 다시 한번 그가 미쳤다는 것을 다시금 확신하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 보통 그런 타입이 세 보이는 척 온갖 허세를 떨다가 목이라도 매달 타입이야. 아니지 아니지, 목을 매단다기보다는...."


"헛소리 그만해"


"아! 생각났어. 목을 매다는 쪽보다는 연탄가스 같은 걸 들이키는 방법으로 자살할 타입. 아마 목을 매다는 것은 무서워서 준비를 다 해놨다가도 그 두껍고 튼튼한 줄을 보고서 덜덜 떨고 있을걸? 아아, 아플 것 같아.. 하지만 이 이상으로 살고 싶진 않은데... 이러면서"


긴토키는 타카스기를 말없이 노려보았다.


"그렇기에 방법을 바꿔서 밀실 안에서 연탄가스를 들이마시는 방법으로 자살을 하겠지. 본인이 밀실로 만들어 놓고 연탄가스로 서서히 중독이 되어갈 즈음, 마지막 숨넘어가기 직전에는 살고 싶어서 나가려고 발버둥 치다가 죽을 거야. 하지만 본인이 만들어 놓은 그 밀실은 꽤나 완벽해서 나가지도 못할 거고... 문에 견고하게 붙여놓은 청테이프라던가, 음.. 뭐 여튼 그런 걸 정신없이 뜯어내면서, 혹은 괴로움에 문을 긁어 대면서 손톱이 다 나가고 목이 쉴 정도로 소리를 질러대도 그곳은 너무 완벽한 밀실이었으니까.. 그렇게 서서히 중독 대서 죽어가는거. 어때? 잘 어울리지 않아?"


의견을 묻듯이 그는 말꼬리를 올리고서 긴토키를 쳐다보았다.


"...."


"그리고 아무도 발견 못할 거야. 꽤 오랜 시간 동안."


타카스기는 그 말을 하고서 무엇이 재미있는지 한참을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미친 듯이 웃었다. 두터운 유리 벽 사이로 숨이 넘어갈 듯이 웃는 (우는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모를 정도로 흐느끼고 있었다) 그를 보고 긴토키는 자신도 모르게 그가 무서웠고, 동시에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썩은 송장같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누구든지 광기에 돌아버린 사람을 보면 그런 표정을 지어올 것이다.


"하하...... 왜 그런 표정을 지어 긴토키?"


"... 기분이 더러워서"


"꼴려?"


"아니. 전혀"


"너도 올래? 우리 같이 있으면 더 좋을 텐데"


"내가 너처럼 미친줄 알아?"


"으응, 난 지금 가장 너와 하고 싶어"


타카스기는 유리창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


"조금만 참아 긴토키. 나 곧 나갈거야. 게다가 나 내일도 그 녀석을 만난다고" 


그 말을 하고 나서 긴토키의 뒷말은 듣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려는 듯, 면회가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벨을 거칠게 눌러댔고, 붕대가 감아있지 않은 쪽의 가는 눈이 그날따라 더욱 묘한 기운이 돋아 저와 그 사이에 묵묵히 자리하고 있는 견고한 유리벽을 부숴버리고 당장이라도 타카스기의 멱살을 잡아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주먹으로 저 얼굴의 가는 눈이 잘 떠지지 않을 정도로, 혹은 그 눈 역시 다른 눈과 마찬가지로 빛을 잃을 정도로 무자비하게 짓이겨주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 올랐다. 그리고 붉은 액체와 상처 투성이가 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부어오른 그의 얼굴과 고통이라는 괴상한 희열에 파르르 떨면서 자신 앞을 힘 없이, 밟아죽이기 직전에 발악을 하는 벌레처럼 기고 있을 그의 모습을 떠올리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아랫도리가 열과 함께 묵직해짐을 느꼈다. 그 가학적인 상상을 하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곳부터 끓어올라 단단해버린 것이다. 후욱 올라오는 열기와 어느 곳에 풀어야 할지 모르는 그 찝찝함을 느끼면서 신센구미 둔영을 도망치듯이 뛰어 나왔다. 


아... 어제는 정말 최악이었어.











***











따스한 햇볕이 비추기도 전에 히지카타는 나갔는지 옆 자리에 없었다. 가물가물한 기억으로는 그가 일어나는 소리에 잠시 눈을 떴었고, 히지카타는 눈 뜬 자신을 보고서 좀 더 자, 하고 따스하게 말했던 것이 얼핏 생각났다. 얼굴에 웃음이 번지면서 그는 자리에서 주섬주섬 일어선다. 샤워를 마치고서 늘 입는 하얀 셔츠, 검은 제복, 손에 익은 칼을 들고서 나가려다가 어젯밤의 흔적이 남아 있을지 모르는 시트를 주워 들고서 세탁기에 던져 넣고 밖으로 나섰다. 별로 달라진 것 없는 일상이었다. 눈에 아직도 덜깬 잠이 남아있는 듯 눈꺼플이 무겁다. 먼저 나와 대기하고 있는 대원들과 함께 순찰을 가기 위해서 차에 올라탔다.


앞에 탄 두명의 대원들은 그가 타기 전부터 이미 잡담을 하고 있었고 뒷좌석에 앉은 그는 이동 시간동안 얕은 잠에 들었다. 앞좌석의 대원들의 잡담소리가 귀에 들렸다.


"오키타 대장은 저렇게 얌전히 있으면 정말 누님과 닮으셨어"


"그치? 다시 생각해도 신기해 어떻게 저렇게 다른지.."


"조금만 누님을 닮으셨어도 둔영은 평안했을텐데"


얕은 잠결에 둘의 대화소리를 듣던 오키타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비하 때문이아니라 이미 없는 존재, 자신에게 가장 치명적이고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존재의 명사를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눈을 뜨고서 앞에서 대화하는 둘을 잠시 잠자코 지켜보다가 말했다.

   

"..나, 안자고 있어. 그 이야기 그만해"


보통이라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죄송합니다 대장! 하고 안절부절 못해야 할 두 대원은 이번에는 되려 활달하게 웃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누님 앞이라면 아무 소리도 못하시면서. 대장, 오늘 누님 오시는 날이라고 안하셨어요?"


앞 자리에서 뭐가 좋은지 웃는 그들을 보고 오키타는 황당함에 말문이 턱 막혔다. 미츠바가 죽었다는 것을 모를리 없는 이 둘의 반응에 자신을 놀리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늘도 매운맛 과자를 사오시려나요?"


하고 조수석에 앉은 한 명이 그를 돌아보는 순간. 요 몇일 조금 잠잠하다 싶었던 머리가 크게 울리면서 동시에 심장이 잠깐 멈춘 듯한 충격이 그를 덮쳤다. 눈 앞이 빛을 잃은 듯이 순간 시커먼 어둠으로 변했고 괴로운 듯이 머리를 감싸쥐었다. 심장소리가 쿵, 쿵 하고 몇차례 울리는 소리 틈새로 대장, 괜찮으세요? 갑자기 왜그러세요? 하고 차를 세우고서 달려왔는지 뒷좌석 문이 왈칵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서서히 멀어지면서 과격하게 한꺼번에 쏟아지는 괴상한 기억들이 형상을 잡아갔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 미츠바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그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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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오랜만에 히지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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