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생각하는 그 순간 온 세상이 너만 바라보는 것 같아. 너는 너무도 하얗게 빛이 나서 다른 사람들이 혹시나 빼앗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들어. 하지만 다행이야 넌 나를 떠나지 못할 거잖아? 나는 너에게 나의 최선의 사랑을 줄게. 내 안에는 네가 너무나 가득 차서 때로는 네가 두렵고, 소름이 돋아서 까슬까슬해.


입안에 슬그머니 베어 오는 피 맛에 타카스기는 입맛을 쩝하고 다신다. 도발에 화가 났는지 긴토키에게 주먹으로 한 대 얻어맞은 부분이 얼얼했다. 그렇지만 그런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처음도 아닐뿐더러, 그렇게 아프지도 않았으니까. 게다가 일부러 도발한 것 역시 제 쪽이라는 것을 알기에 타카스기는 물 한 잔을 떠서는 화를 삭이려 누워 있는 긴토키에게 다가가선 침대 옆에 걸터앉았다.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 텐데.. 모르는 척인지 모르고 싶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등을 보이는 긴토키의 어깨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오늘은 너,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처음이 아니었다. 수차례 들었기에 타카스기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고서도 결국 잠자리에 들 때는 섹스가 목적이 아니었어도 자신을 옆에 두고서 잠에 드는 긴토키였기 때문이다. 들이키면 피 맛이 진동하는 물을 한 모금 들이키면서 제 옆의 연인을 달래려 다시 바짝 다가가 앉았다. 긴토키가 아무리 남들의 시선에 너무하게 대한다고 하더라도 타카스기에게 긴토키는 생각보다 다정했다. 타카스기는 음식 하나 할 줄 몰랐기에 요리는 긴토키가 담당했고, 담배를 피워대도 환기 같은 건 생각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환기나 빨리 등등도 긴토키가 죄다 맡고 있었다. 상냥하진 않았지만 투덜거림 속에서 대하는 다정한 태도에 타카스기는 그것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한테 못되게 구는 애인이야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한다지만 그런 애인이 남에게 자상하게 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타카스기도 그랬다. 양이지사라는 신분으로 숨어 있는 입장이라서 나돌아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고 그닥 친한 사람도 없었으며 하루 종일 외출나간 긴토키를 기다리는 타카스기로서는 남들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긴토키의 행동에 질투가 나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하지만 그런 타카스기를 긴토키는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그 점이 가끔 타카스기를 가끔은 참을 수 없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타카스기가 생각보다 덤덤 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이렇게 긴토키가 싫다며 등을 보였다고 한들, 짖궂게 손장난으로써 자극하면 긴토키는 언제 그랬듯이 저를 안아왔다는 점. 타카스기는 누워 있는 긴토키에게 다가가서 품 속에 차가운 손을 쓰윽 집어넣으면서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정말 괜찮아?"
 
"... 꺼져"


그의 완강한 태도에 그는 그저 피식 웃으면서 바지춤에 손을 쓰윽 밀어 넣으면서 다시 묻는다.


".. 이래도? 벌써 선거 같은데?"

 
그가 손으로 중요 부위를 손으로 가만히 쥐자 긴토키는 타카스기를 신경질적으로 뿌리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놀래라, 그렇게나 흥분했어?"


타카스기는 다시금 능글맞게 웃어 보였지만 긴토키가 흥분해서 그렇게 일어나 앉은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너, 한 번만 더해. 진짜로 죽는 수가 있어"


"죽긴 누가"


타카스기는 다시금 웃어 보이면서 담배를 물었다. 자신을 향해 웃어 보이는 타카스기를 보고서 긴토키는 다시 주먹을 꽈악 쥐었다가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침대에 누웠다.


"너..... 진짜 그런 식으로 자꾸 나 건들지 마. 죽여버리고 싶으니까"


"네가 나를?"


타카스기는 재밌다는 듯이 키득키득 웃었다. 그런 타카스기의 웃음을 등 뒤로 들으면서 긴토키는 눈을 질끈 감았다.


 




* * *





 

그날 역시 땡땡이 치려 항상 똑같은 장소에 앉아 당고 따위를 먹고 있기에 히지카타는 그런 그를 나무라기 위해 다가왔다. 사실 나무라기 위해서만 온 것은 아니다. 그것을 핑계로 대원들의 눈을 피하고서 조금의 이야기라도 나누려 한 것이었다. 다가온 저를 보고 장난스럽게 쳐다보는 그를 보고는 살짝 웃어 보이며 그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


"나, 싫어?"


앉자마자 하는 어이없는 소리.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아니, 딱히 느껴지지 않아서"


분명히 또 제 반응을 보려고 저런 소리를 지껄인다는 것을 히지카타는 알고 있었다. 저 소리만 벌써 열 번은 들은 것 같다. 저런 말을 하는 이유는 뻔하다. 원하는 게 있으니 나를 만족시켜라,라는 건방진 태도라는 것. 


"오늘은 또 뭐야?"


"또 라니, 히지카타씨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진짜 재수 없어요"


"그래 알았어. 싫어하는 거 아니야. 됐어?"


"아뇨 싫지 않다고 하면 딱 그 정도잖아요. 그렇게 치자면 나, 야마자키가 싫지 않은데? 형씨도 싫지 않고, 곤도씨도 싫지 않아요"


아, 이렇게 따져올 때 만 이렇게 똑똑하게 따져온다.


"아.. 그래 좋..."


"좋다니, 예예 저도 좋아요 형씨도 좋고, 곤도씨도 좋아요"


도대체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건가 하고 잠깐 생각하다가 혹시나, 저 자식이 어울리지 않게 사랑해, 뭐 이딴 오그라드는 말을 원하는 건가 해서 생각만 해도 빨개지는 얼굴을 감추고선 작게 그래.. 사랑해.... 하고 작게 말했다.


"네? 뭐라는 거예요? 안 들려"


"사... 사랑한... 다니까"


"..... 뭐야, 오그라들게. 오늘따라 왜 이래요 히지카타씨? 소름 끼치게"


오키타는 먹고 있던 마지막 당고를 빼서 입안에 넣으면서 막대를 휙 던지고는 말했다. 그리곤 웃으면서, 그렇게나 저를 생각해 주실 줄이

야.. 하고는 먼저 가보겠다면서 유유히 자리를 떴다. 저.... 저 새끼 진짜.... 히지카타는 저를 놀린 것에 성공한 오키타가 기분 좋은 듯이 콧노래를 부르며 가는 뒷모습을 한참 지켜본다. 어쩌겠어. 저 새끼가 좋으면 나도 좋지.

사랑이라는 이념을 생각하는 것이야 각자 다르겠다만, 히지카타는 사랑이란 마냥 아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오키타는 약하지 않은 상대이고, 실제로 실력을 겨루면 본인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야 알지만 아직도 응석 부리는 꼬맹이 정도로만 생각이 되어 히지카타는 그를 굉장히 조심스럽게 보고 있었다. 오키타가 하는 모든 장난을 받아주고, 당해주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히지카타에게 그는 모래와 같아서 쥐었다고 생각하면 어느샌가 손가락 사이 틈을 다 빠져나가 형체조차 찾을 수 없는 존재로 느껴졌다. 그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히지카타는 기간이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깨에 손을 올린다거나 손목이나 손을 가끔 잡아챈다거나 하는 정도의 가벼운 스킨십 외에는 시도하지 않았다. 빨간 과일 맛 사탕같이 달콤해 보이는 입술이나, 하얀 목덜미라던가, 보드라워 보이는 뺨을 본다면.. 심지어 그 존재가 자신의 애인이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제 입술을 맞대어보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히지카타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한낱 추잡한 감정에 이끌려 제 자신을 잃는 사람은 아니었다. 

 

순찰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 오키타는 그의 방으로 쪼르르 와서는 문을 빼꼼 열고는 뭐 해? 하고 묻는다. 들어오라는 뜻으로 손짓을 두어 번 하고는 보고 있던 책을 덮었다. 그의 앞에 와서 앉는 오키타는 막 샤워를 끝내고 왔는지 모랫빛 머리칼이 덜 말라서 촉촉했고 따뜻한 목욕물 탓인지 뺨이 약간 발그레했다.


"머리카락 잘 말려. 감기 걸린다"


"응? 난 안 걸리던데"


"걸려, 이리 와"


오키타가 가까이 다가와 앉자 히지카타는 덜 마른 머리칼을 제 손으로 한번 옆으로 쓸어내렸다. 손에 감기는 느낌이 부드럽고 차갑다. 오키타는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히지카타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확 묻었다. 그의 행동에 약간 놀란 히지카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뒷 목덜미와 유카타 사이로 보이는 속살에 시선이 가는 것을 가까스로 외면하며 품에 가득 끌어안았다. 답답해, 이거 놔! 하고 확 제 팔을 뿌리치는 그의 말에 히지카타는 바로 재빨리 손을 확 놓는다. 놓으란다고 진짜로 놔? 오키타는 그의 그런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저가 머리 꼭대기 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재미있어했다. 맘에 들지 않은 이유는 어째서 연인 취급을 해주지 않느냐는 것. 낮에 자신이 싫으냐며 물었던 질문을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 살짝 물었던 것이었다. 저가 놓으라고 외쳐서 약간은 당황한 듯한 얼굴의 히지카타를 물끄러미 보다가, 한 손으로 얼굴을 붙잡고서 장난스럽게 볼을 쭈욱 늘여 당기면서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키스, 싫어해?"


싫어할 리가. 히지카타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나랑 하기 싫은 건가?"


".. 그런 거 아니야 이 녀석아"


"아아, 혹시나 내가 고자를 사귀고 있는 건 아닌가 했어"


하고 말하고는 갑작스레 입술에 쪽 하고 귀엽게 입을 맞춰왔다. 입을 맞춘 직후 시선을 피하는 쪽도 어째서인지 히지카타. 기지배냐.. 하고 생각했지만 가벼운 입맞춤 한번에 왜 인지 눈앞의 녀석을 똑바로 바라볼 자신이 없다. 그런 히지카타가 우스운 오키타는 히지카타의 표정을 보곤 꺄르르 웃으면서 지켜본다. 또 한번, 또 한번 입술에 장난스레 입을 맞춰오던 오키타는 가늘게 웃으면서 말했다.


"더 진하게 해도 좋은데"


그 말이 주문이 된 양 히지카타는 자신도 모르게 덜 말라서 촉촉한 머리카락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고서 조심스레 입술을 포개었다. 나에게서 도망치면 어쩌나, 다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보란 듯이 웃으면서 빠져나가버리면 어쩌나.. 지금까지 모든 것이 장난이었다고 말할 것 같아서 무섭다. 진득한 타액이 서로에게 전해지면서 촉촉해진다. 하아, 뭐야 키스하는 법 잘 알고 있네. 처음은 누구랑 했어? 하고 나른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히지카타는 말없이 다시 입을 맞추었다. 누구냐고? 네 누나. 이런 말 전할 수 없잖아. 미츠바와 비교한다면 현재 눈앞의 어린 연인은 생김새만 닮았을 뿐, 성격은 전혀 달랐다. 둘 다 자신이 꼼짝 못하는 상대라는 것은 같았지만.


키스를 끝내고 나서는 졸려, 잘꺼야 하고 이부자리에 쏙 들어가선 히지카타에게 어서 오라는 듯 샐죽히 쳐다본다. 아. 사랑스러워. 저렇게 사랑스러운데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가 있어. 이끌려 그의 옆에 누워 어린 제 연인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번져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그의 기분 좋은 숨소리를 더 가까이 듣고 싶어 꼬옥 껴안았다. 불편한지 우웅... 하고 소리를 내는 것이 귀엽다.


 




* * *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긴토키가 집을 나서기 전 식탁을 마주 보고 앉아서는 말했다.


“즈라라도 만나는 게 어때?”


“왜?”


"네가 집에만 있으니까 더 미친놈이 되어가는 것 같아”


그 말에 타카스기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미친놈이라.. 그러는 너는?”


“내가 뭐”


“너는 네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구나”


“나가는 것이 그렇게 꺼려진다면, 집으로 불러도 좋아”


애쓰네. 타카스기는 작게 중얼거리고는 습관적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 좀 작작 펴 진심으로 질식할 것 같으니까 하고 외치고는 일을 하러 가겠다며 문을 신경질적으로 닫고는 나갔다. 나간 뒤, 테이블을 보니 즈라의 연락처가 적혀있다. 관심을 분산시키겠다 이건가? 타카스기는 메모지를 그대로 두고는 창밖을 내다본다. 밖에는 오토세와 장난을 치면서 인사하는 긴토키가 보였다. 저에겐 보여주지 않는 사람 좋은 긴토키의 모습. 가소롭다 못해 우습다. 병신이야 저거. 저걸 본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인간들도 이상한 사람들이지만.


신경질적으로 창문을 닫고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그가 지명해준 카츠라가 아닌 사카모토에게 연락을 취하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은 결코 긴토키가 미친놈이 되어간다고 말을 했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사카모토와 이야기를 하면 조금은 답답함을 벗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카모토는 여행을 많이 다녀서 전부터 항상 이야기 소재가 많았다. 그래서 한마디도 하지 않아도 시끄럽게 저 혼자 떠들어 주는 것이 좋다. 타카스기는 전화기를 들고서 전화번호를 눌렀다.


[킨토키? 자넨가 웬일인감? 아하하]


활달한 웃음소리는 여전하다.


“긴토키 아니야 나야”


[...응? 타카스기?]


“응 긴토키의 집에 있어. 올래?”


전화 한 통이면 바로 달려오는 그, 얼마 있자 사카모토는 숨을 몰아쉬면서 집 앞으로 달려왔다.


“왜 이렇게 서둘러서 왔어?”


“음.. 그니까 네가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지.. 아하하”


숨을 몰아쉬는 문 앞의 그는 조금은 머쓱한지 계속 웃어댔다.


“일은 무슨, 없어 그냥 불렀어”


“아하하 그런감? 그렇다면 다행이지”


쾌활하게 웃으면서 그는 안으로 들어왔다.


“킨토키는 없남?”


“응 없어”


“그 자식 그래도 일은 하고 있네 그려, 맨날 술만 쳐 먹는 줄 알았네만”


“... 전부터 그랬잖아. 그 새끼는 술 먹기 위해서 돈 버는 거지 뭐”


“그 새끼 얼마 전엔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술 주정 한번 거하게 하던데, 무슨 일 있는 건 아닌감? 술 먹고 아주 울면서 미안하다고 전화를 하던데? 여자한테 차이기라도 한건 아닌감?”


사카모토는 급히 오느라 피곤했는지 소파에 등을 기대 고서 털썩 앉았다.


“뭐가 그렇게 미안하시데?”


타카스기는 사카모토의 앞에 앉아서는 물었다.


“그런 것 까지는 말 안 하던데? 뭐라더라.. 그 자식 답지 않게 뭐, 다행이다. 안심이다 이런 이상한 말까지 하지 뭔감. 아. 근데 나 나름 손님인데 차라도 한잔 내주지그래”


“... 손님은 무슨, 저기 있으니까 따라 마시던가”


그 말투에 사카모토는 타카스기가 급격하게 기분이 곤두박질쳤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실제로 타카스기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것을 대충 눈치챈 타츠마는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면서 차를 두 잔 끓여서는 타카스기의 앞에도 한잔 내려놓았다. 너도 마셔, 담배만 피우지 말고. 사카모토는 상냥했다. 어릴 적에도 긴토키와 타카스기의 싸움을 말리는 역할을 담당했었으며 싸움을 싫어하고 사람을 위로할 줄 아는 남자였다. 그래서인지 타카스기는 그가 이렇게 사소한 것을 알아채고 챙겨줄 때면 아, 이런 모습이 보통 애인의 모습이려나? 하는 생각을 가끔, 아주 가끔했다. 그리곤 이내 아냐, 그래도 긴토키가 더 섹시하지. 하고는 생각하는 것이다.


“킨토키와 같이 사는 건감?”


“뭐, 어쩌다보니”


“잘 됐네. 킨토키도 힘들어 하는 것 같던데 네가 옆에서 위로.. 아 아니지 네가 위로 같은 걸 하는 사람인감? 아하하 여튼, 싸우지 말고 지내

라고. 너흰 항상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싸우니까 말야”


아아, 그건 걱정 안해도 좋아. 지금도 지겹게 맨날 싸우고 있어. 침대 위에서 더 격하게 뒹굴어 우리. 상상 못하겠지만 우린 서로의 정액이 무슨 맛인지도 알고 있다고. 음, 뭐랄까 약간 씁쓸하고 기분 나쁘게 미끌거려. 타카스기는 저 혼자 생각하고는 피식 웃었다.


“음.. 근데 신센구미면 너랑 즈라를 쫓고 있는 집단 아닌감?”


“맞아 왜”


“아니, 킨토키는 신센구미와도 친한 것 같길래.. 조심하라는 말이었네, 킨토키가 팔아 넘기면 어쩌려고 아하하”


“팔으라지 뭐”


“거기 어떤 꼬맹이랑 친한 것 같던데 말야. 종종 자주 보이더라고. 그래서 혹시나 걱정되었지 뭔감? 근데 뭐 너라면 걱정 안 해도 되겠지 아하하”


사람 좋은 바보 같은 웃음.


“근데 말야, 날 부른 이유는?”


“...니가 옆에서 떠들어주면 조금은 기분이 나이지지 않을까 했어. 근데 더 최악이 되어버렸네”


“응?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감?”


사카모토는 타카스기의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저가 타온 차를 몇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킨토키와 있는 이유는 뭔감?”


“어쩌다가 라고 말했잖아”


“그 녀석 요즘 이상하지 않남? 붙어 있는 너는 더 잘 알거라고 생각한다만, 요즘 나랑 술만마시면 헛소릴 해대길래.”


“헛소리?”


“오키타..? 맞나? 여튼, 이 비슷한 이름을 이야기하길래”


그 말에 타카스기는 굳은듯이 사카모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잘못 들었나? 하고 타카스기의 표정에 당황하는 사카모토는 괜스레 뒷머리를 긁적였다.


“뭐라고?”


“아, 아냐 역시 잘못 들었어! 아하하!”


왜 인지는 모르지만 타카스기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서 사카모토는 대답을 피했다. 그대로 넘어가려 일부러 그 동안 있었던 모험들을 이야기해주겠다며 조잘대기 시작했다. 얼마 전엔 j행성에 갔었는데 말야, 하고 말을 꺼내려는 중 타카스기는 말허리를 단호히 자르고는 말했다.


“..맞아. 오키타”


“응?”


“알아봐줘”


“뭘?”


“그냥 그 인간에 대해서. 니가 아까 말했던 신센구미에 안에 있어. 긴토키랑 같이 자주 만난다는 꼬맹이 이름이 오키타야”


“..아 그렇구먼..”


“너 잘하잖아. 사람 뒷조사 같은 거”


실제로 장사를 해서 인맥이 꽤나 넓은 사카모토에게 사람 한명을 조사하는 것 쯤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실실 쪼개면서, 평소보다 약간은 낮은 태도로 부탁을 해오는 타카스기는 뭔가 무섭다. 사카모토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뿐, 대답하지 못했다. 왜? 못해? 아니, 싫은 건가? 우리 키스할까? 타카스기는 앉아있는 사카모토의 옆에 바짝 다가와서는 담배연기를 훅 내뿜는다. 달콤한 연기사이로 보이는 한쪽 눈이 가늘게 휘어지면서 서서히 앞에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몽롱함을 느꼈다.


사카모토는 전부터 타카스기를 단순한 친구로서 보고 있진 않았다. 그는 숨긴다고 숨겨왔지만 그 사실을 타카스기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바짝 타는 속을 진정하며 앞으로 다가온 입술앞에서 사카모토는 타카스기를 살짝 밀쳐내고서 말했다.


“드..드디어 미친 건가 자네? 아하하”


당황하는 그의 태도에 타카스기는 그와 함께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너도 긴토키와 비슷한 소릴 하네, 알아봐줄 거지? 타카스기는 다시 묻는다.


“글세, 나는...”


으응, 값을 치르겠다잖아. 내일 다시와. 그 말을 나가는 뒤로 메아리처럼 들으면서 사카모토는 자신도 모르게 긴토키의 집에서 허둥지둥 뛰쳐나왔다. 더 그 곳에 있으면 커다란 실수를 범할 것 같은 기분이 자신을 덮쳐왔기 때문이다. 타카스기의 마지막 말이 자꾸만 저를 다시 그 집으로 돌아오게 끔 잡아끄는 것 같았지만 도리질을 치며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그러나 자꾸만 물에 젖은 무거운 옷을 입은 듯이 온 몸이 무거웠고 괜스레 으슬으슬 춥기까지 했다. 달콤한 담배향을 다시 한번 맡고 싶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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