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타는 너무 어릴적 부모님을 잃었기 때문에 가족의 죽음이란 누나 한 명 밖엔 알지 못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의 누나는 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있었다는 것과 멀리 살고 있었기 때문에 자주 만날 수는 없는 사이였다는 것. 그런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친족의 죽음이란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병행했다고 한들 절대로 덤덤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는 몇 번이나 누나를 꿈에서 만났다. 항상 꿈에서 누나가 나타나는 장면은 달랐다. 갑자기 등장해서 사실 죽었다는 것이 거짓말였다고 웃으면서 나타날 때도 있고,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엄마와 아빠가 누나와 함께 등장해서 즐겁게 웃으면서 식사를 하는 꿈을 꾼 적도 있다. 그럴 때면 아침마다 옆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기 바빴고 눈물을 닦으면서 아.. 꿈이었구나.. 하는 허무함에 그날은 하루 종일 힘이 없었다.

가끔 히지카타는 미츠바의 묘에 찾아가곤 한다는 것을 오키타는 알았다. 하지만 오키타는 기일, 그리고 생일이 아니면 절대로 찾아가지 않았다. 찾아갈수록 느껴지는 누나의 죽음이 소름 끼치도록 실감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물론 평소에는 똑같이 지낸다. 다행히 히지카타라는 존재가 옆에 조금 더 크게 자리 잡아 그를 위로해주었고, 와글와글한 둔영의 분위기 때문에 평소에는 잘 잊고 지냈다. 다를 것 없이 술도 마시고, 똑같이 사고도 치고.. 잊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고나 할까. 그래도 그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그녀는 틈틈이 수면 위로 떠올라 그에게 말을 걸었고, 그럴 때마다 그녀를 따라 비틀비틀 내려앉는다. 가끔 찾아오는 두통이 그녀와 함께 찾아오기도 한다. 최악이었다. 

 

아침은 유난히 예민했다. 그래서 아침마다 하는 회의에선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못했고, 그나마 히지카타 정도가 말을 걸 뿐이었다. 대답도 항상 틱틱대며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숨김없이 드러냈는데, 그래도 히지카타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할 수 있는 한 명이었다. 회의 이후에 히지카타는 항상 오키타를 다시 찾아와선 달랜다고 달래지지 않을 그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려 따로 찾아왔고 오키타는 그런 그의 행동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히지카타 역시 사람인지라 그가 아침마다 투덜거리는 것을 항상 웃으면서 기분 좋게 받아줄 수만은 없었다. 하루는 왜 너는 아침마다 지랄이냐면서 한번 소리를 높였다가 일주일 가까이를 싹싹 빌어야 했다. 잘못했다고 하면 홱 돌아보면서,

"지금도 지랄할 거니까 저리 가시죠"

하고 특유의 싸한 표정을 짓고는 지나간다. 아, 아냐 이건 더 피곤한 일이야, 그는 그때 깨닫고는 그 이후로는 절대로 그에게 그런 식으로는 절대로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






사카모토는 긴토키가 없는 틈새에 다시 한 번 타카스기를 만나려 찾아왔다. 타카스기는 자신을 찾아온 사카모토를 보고서 씨익 웃으면서 들어오라고 안내했다. 그날 그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사카모토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손에 들고 온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사카모토는 사실 꽤나 망설였다. 분명히 신센구미는 본인들의 적이다. 적을 조사하는 일이야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타카스기의 태도에 그냥 조금은 오싹한 느낌을 받으면서 조사를 시작했다. 타카스기가 왜 콕 집어서 그를 지목했는지도 사카모토는 알 수 없었다.
타카스기는 그가 내민 봉투의 서류를 꺼내서 사락사락 한 장씩 대충 훑어보고는 만족하다는 듯이 내려놓았다. 

"사카모토, 너는 역시 조사를 참 잘하는구나. 고마워"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을까? 묻고 싶었지만 물을 수 없었다.

"술 마실래?"

"지금은 대낮이 아닌가?"

"상관없어? 나야 상관없는데 너는 상관이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의외로 별로 아무렇지 않나 보네? 그러면 바로 오던지. 타카스기는 그 말을 덧붙이고는 먼저 침실로 들어갔다. 침실이라고 해봤자 침대가 있는 방일뿐이었지만. 타카스기가 값을 치른다는 의미는 이것을 말한 것이었다. 잠깐의 텀을 두고는 따라들어간 침실에는 긴토키의 체취가 가득했다. 벗길래? 내가 벗을까? 하고 물어오는 타카스기. 사카모토가 멍하니 서 있자 타카스기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제가 벗을 작정인 듯이 제 옷자락을 잡았다. 아, 아니야. 사카모토는 타카스기의 행동을 저지하려는 듯이 손을 강하게 잡았다. 타카스기는 그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서는 쳐다보았다.

"너, 설마.. 설마 긴토키와도 이러는 건감?"

"..... 무슨 소리야?"

"아니지?"

평소엔 항상 바보같이 웃는 사카모토가 화난 듯 엄격한 표정을 지어 타카스기는 잠깐 머뭇하다가 대답했다.

"....응. 아니야."

"그래. 다행이다. 당황스럽네 나는, 나, 너랑 이럴 생각 전혀 없어, 값을 치르라고 했던 것은.. 그냥 자네가 수상해서 한 말이었던 거네만... 그리고 더더욱 이런 것을 뜻한 것도 아니었고."

사카모토는 여전히 진지했고 타카스기는 그런 약간은 머쓱해져, 사카모토를 보고는 풋 하고 웃고는 다시 말했다.

"뭐야, 나도 장난이야. 그럼 설마 정말로 내가 너랑 이럴 거라고 생각한 거야?? 미안 네가 이렇게 진지하게 나오는 걸 보니 진심이었나 보네, 다시는 안 그럴게. 자료는 고마워"

타카스기는 사카모토의 어깨를 작게 툭툭 치고는 다시 거실로 나갔다. 타카스기는 다시 거실의 소파에 앉아 여유 있게 앉아서는 사카모토가 준 서류를 꺼내어 차분히 읽었다.

"뭔가, 내가 도울게 있다면.."

"없어"

이제 딱히 상관없다는 듯이 본인이 준 서류에 집중하는 그를 보고서 사카모토는 한참 옆에 앉아서 타카스기를 쳐다보다가, 자신이 조금은 한심해 보여 긴토키의 집에서 나왔다. 타카스기는 그냥 손을 잠깐 흔들 뿐, 다른 인사말도 없었다. 조금은 찜찜한 기분으로 나온 사카모토는 조금 걷다가 긴토키와 자신이 조사했었던 그 신센구미의 나이 어린 대장이 함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사를 했었을 때, 크게 연관되어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가끔 일적으로 부탁을 하는 사이라는 것 정도? 간단한 신체정보, 공격 스타일, 가족관계(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친한 지인 관계는 신센구미 내부 인원 몇과 해결사 정도 밖에는 없을 정도로 좁았다.

 


당연히 신센구미의 1번대 대장, 게다가 신센구미에서 최고의 검객이라는 칭송을 받는 인물이라면 위협이 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기왕 적을 치려고 한다면 저런 꼬마가 아닌 위의 머리를 치려 들어야 했을 타카스기 였기에 더욱 이상했다. 심지어 타카스기는 적을 이렇게까지 조사를 하는 스타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저 꼬맹이가 저렇게 강한가? 예전에 타카스기는 말했었다. 

'사카모토. 내가 이길 수 없는 적을 이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음... 그런 사람은 아군으로 구슬리면 되지 않겠는가? 아하하'

'아냐, 방법은 하나야. 그 인물을 조사하는 거지. 무엇이든 간에 사소한 것도 모두. 그러면 이길 수 있어. 내가 혹시나 앞으로 누군가를 조사해달라고 하면 정말 세세한 거라도 다 조사해다 줘. 물론 그럴 일은 별로 없겠지만 말이야.'

저 꼬맹이. 물론 강하다고는 들었지만 아직 타카스기나 긴토키와 비교해 저 둘을 뛰어넘을 정도로 위협적일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하다는 것이다.
사카모토는 히히덕 거리면서 대화를 하는 긴토키를 보자 왜인지 모르게 아까 들었던 긴토키 집의 침실과, 눅눅할 정도로 기분 나쁜 그 체취가 갑자기 확 밀려오는 느낌이 들어 마주치고 싶지 않아, 그냥 뒤를 돌아 다른 길로 돌아서 갔다.






***





 



"근데, 어떻게 알았어요?"

"뭘?"

"아니 뭐.. 형씨에게는 숨겨도 별로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요. 이미 알고 있다고도 전에 말했고"

"응? 아아아"

긴토키는 잠시 생각하더니 들고 있던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고는 대답했다.

"뭐.. 그냥.. 말했잖아. 딱 보면 보였다니까? 너희 둔영 애들이야 둔해빠졌으니까 모르겠지만 긴상 같이 눈치 빠른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안 통한다고"

"참나"

긴토키는 그의 말에 웃어 보였다.

"저 얼마 전에 차이나 만났는데"

"그래? 잘 있어?"

"똑같죠 뭐. 근데 요즘 잘 부르지도 않고 집에 찾아가도 문을 안 열어준다는데 왜 그러시는 거예요?"

"문을 안 열어주는 게 아니라, 집에 없으니까 못 열어주는 거지 짜식아"

그의 말에 오키타는 그냥 어이없다는 듯이 살짝 웃어 보였다. 긴토키의 그런 능청스러운 면을 그는 나쁘지 않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또다시 갑작 스레 찾아온 두통 때문에 머리를 붙들고 잠시 아 또 시작이야. 하고는 작게 탄식하듯이 중얼거렸다. 

"왜, 왜 그래?"

"아.. 별건 아니에요.. 그냥 저 요즘 머리가 가끔씩 아파서.."

"... 아 그래?"

"네.. 항상 갑자기 이래요 갑자기. 병원에서도... 별 건 없다는데.... 이거 진짜 짜증 나거든요..."

한참을 머리를 감싸고 있자 긴토키는 옆의 그를 한참 쳐다보다가 오키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 왜요.."

긴토키는 한참을 망설이는 듯이 가만히 있다가, 아냐, 너무 아파 보여서 하고 말하고는 그냥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키타는 그 손길이 왜인지 조금 이상해 긴토키를 한 번 쳐다보았다. 긴토키는 그를 보고는 이제 괜찮아? 하고 웃어 보였다. 긴토키 역시 오키타의 눈빛을 보고는 어색한 듯이 웃어 보인다. 오키타는 머리가 아파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귓 속으로 바람 소리가 쏴아 하고 더욱 크게 울려 퍼지는 것이 이상했다.





오키타는 둔영으로 돌아오면서도 아까의 긴토키가 너무나 어색해서 그가 쓰다듬었던 머리카락을 다시 한번 괜스레 쓰윽 만졌다. 왜인지 모르게 그가 어색해져 버린 그 순간이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이질감이 느껴져 약간 소름마저 돋았다. 아니, 내일이 누나의 생일이라서 조금 예민해졌을 뿐일 것이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둔영에 돌아오자 아직도 일을 하는 히지카타의 방엔 불이 환히 켜져 있다. 그 모습을 보자 가서 장난을 쳐야겠다는 생각에 웃으면서 그쪽으로 다가갔다. 히지카타는 확 열리는 문을 보고는 저렇게 당당하게 문을 확 열어젖히고 들어온 사람은 오키타 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뻔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그를 맞이했다.

"뭐야, 아직도 일하는 거야? 나 심심한데 놀아줘"

오키타는 들어오자마자 책상에 앉아 있는 그의 등 뒤에 매달려 목을 확 끌어안고는 답지 않은 어리광을 부렸다. 이렇게 하지도 않던 행동을 부리는 것을 보고 히지카타는 책상에 있는 달력을 눈으로 힐끗 확인을 했다. 아, 내일이구나. 그가 의도를 했건, 아니건 그 누나의 기일이나, 생일이 오는 그 전 날은 항상 하지도 않던 짓을 종종 해왔다. 예를 들어서 갑자기 일을 열심히 한다거나, 오늘처럼 이런 어리광을 부린다거나.. 더 의욕적으로 무언가를 하지만 결코 슬퍼하는 기색은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었다. 이럴 때는 이런 어리광을 기쁘게, 의외라는 듯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받아줘야 그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받아줄 수 있다는 것을 히지카타는 안다. 

"그래, 그만해야겠다"

펜을 놓고 뒤를 돌아 그를 보아도 오키타는 그를 꼬옥 끌어안고서는 놓아주지 않았다. 벌써부터 내일 그곳에 갈 것을 두려워하고 있구나. 히지카타는 저를 안고 있는 손을 가만히 잡아주었다. 

"놀아달라며? 영화 볼래?"

"아니, 그건 내일"

"... 그럼... 게임이라도 할래?"

"아니 그건 내일 낮에"

"내일 낮?... 너...."

내일은 너 미츠바에게 갔다 오는 거 아니야? 하고 말을 하려다가 말을 삼키고선 다시, 그래 그럼 뭘 하고 싶은데? 하고 물었다. 아무것도 안 할 거야 하고 피곤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를 보고는 측은한 마음과 더불어 그냥 한번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차라리 앞에서 힘들다거나, 슬프다거나 한마디라도 털어놓았으면 조금은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다만.. 이 녀석이 그럴 리가 없으니. 

"그래, 알았으니까 잠깐 이 손 좀 놔봐"

하고 말하자 이대로 목졸라 죽여버릴 거야 하고 말하고는 장난스레 목을 콱 잡았다가 다시 키득키득 웃으면서 손을 놓았다. 저 버릇은 연인이 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 모양이다. 마주 보자마자 샤워하러 가겠다면서 제 방으로 훌쩍 떠버린다. 같이 있으려고 왔던 게 아닌가? 히지카타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혼자 담배를 몇 개비 연달아 물었다. 얼마 후 그가 다시 방안으로 확 들어와서는 말했다.

"키스해줘"

뜬금없는 소리에 놀라서 히지카타는 적지 않게 당황을 했고 그저 멀뚱히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키스하자니까? 하고 말하고는 들어와서는 멱살을 턱 쥐었다. 아아 잠깐만, 잠깐만. 하고 말하자 오키타는 완전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심심하구나?"

"응"

"아, 그... 그니까 곤도 씨에게 갈까?"

"아니"

"심심하다면서. 난 잘 거야"

"그럼 나도"

오늘따라 정말 이상했지만 그런 모습이 히지카타는 나쁘지만은 않아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그의 동그랗게 뜬 눈을 보면서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불을 끄고선 침구에 누웠다. 옆에 누운 오키타는 멍하니 있다가 꼼지락꼼지락 온기를 찾아 그의 품에 들어왔다. 

"왜 이래 오늘따라? 심하네. 1번대 대장님이 아니신 거 같아" 

"응 오늘은 나. 선배님이니까요"

본인이 말해놓고도 어이없었는지 오키타도 풋 하고 웃었다. 히지카타가 제 품에 들어온 오키타의 뒷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자 살짝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고서 히지카타의 입술에 입을 살며시 맞추었다. 격렬하지도, 음탕하지도 않았다. 포개어지는 온도만으로도 그저 좋았다. 한참을 껴안고 입을 맞추다, 히지카타는 꼬옥 끌어안고는 말했다.

"자야지"

오키타는 그를 한번 올려다보고는 떨어지기 싫다는 듯이 다시금 끌어안았다. 우웅 더.. 이렇게 있고 싶어. 더. 하고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히지카타는 그가 사랑스러워 모랫빛 머리카락이며 이마, 부드러운 뺨에 입을 맞추다가 목으로, 어깨로, 입을 옮겨가다가는 헉 하고는 그의 옷을 여미었다. 당황한 히지카타를 보고 오키타는 뭐가 우스운지 피식피식 웃어 댔다. 무엇이 그렇게 우습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그럴 정신이 들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자신이 선을 넘을 그 가운데에서 아슬아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서는 정신만을 간신히 붙잡고 있을 뿐이다. 그 와중에 오키타의 웃음이 조금은 그를 자극하는 듯해 시선을 애써 피했다. 

응? 나 오늘은 하려고 작정하고 온 건데, 히지카타씨, 안아주지 않을 거예요? 왜 자꾸 기회는 여러 번 있는데도 어째서 날 안지 않아요? 하고 묻는 그의 입술과 눈빛이 그는 두렵다. 내가 남자여서 그래요? 아니면 아직은 이런 짓을 할 정도로는 내가 꼴리지 않아요? 내가 하고 싶을 정도의 매력은 없나? 역시 문제는 히지카타씨가 아니라 나한테 있는 거였나 봐. 아, 아니면 혹시.... 하고 그는 말끝을 흐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히지카타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혹시.. 누나의 동생이어서 그런 거예요 설마? 하고 말을 이어올 것 같아 그는 황급히 입을 맞추었다. 웬지 모르게 오키타는 이미 약간은 슬픔에 감염된 듯 촉촉한 눈을 하고 있었지만 이 이상은 놔두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야. 하아.. 아니야, 단지 내가.. 내가 너를 더 아껴주고 싶었을 뿐이야"

분명히 그 말은 진심이었다. 오키타는 약간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을 하고 있었고, 그날 히지카타는 그를 안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조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한켠으로 새어 들어오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지만 지금 그를 안지 않는다면 다른 무엇보다 그에게 더 커다란 상처를 입히고 말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오키타는 지금 이런 식으로의 접촉이라도 시도하고 싶다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것을 히지카타는 알아버린 것이다. 어쩌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도 상관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으나, 이내 그의 하얀 몸의 미세한 온도에, 그리고 살결에, 나른한 표정으로 제 아래에 누워 있는 그를 보고서는 다른 생각은 이내 다 지워져버렸다. 지금 순간만큼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신의 애인이었다. 뒷목을 살며시 끌어안는 그의 손길을 느끼면서 부드럽게 그를 탐해갔다. 꼬옥 끌어안는 손과 잇새로 조금씩 흘러나오는 작은 신음이 귓가에 뜨겁게 닿는다.






***







아.. 어제.. 맞다. 나 어제.. 분명히 실수는 아니었지만 어제는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했던 것은 맞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먼저 일어나 앉은 걸 보면 웬일이냐고 물어오겠지? 오키타는 먼저 자리에서 조심스레 빠져나와 본인의 방으로 돌아가서는 따스한 물로 몸을 씻고선 나갈 준비를 했다. 그곳에 갈 때의 마음은 우울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을 해서인지 출발은 홀가분하고 좋다. 기분 좋게 꽃집에서 누나가 좋아했었던 이름 모를 하얀 꽃도 사고, 기분 좋게 운전을 하면서 라디오까지 들으면서 간다. 하지만 도착해서의 그 마음은 처음 누나가 세상을 막 떴을 때나 시간이 꽤 흐른 지금이나 전혀 변하지 않은 채, 슬픔이라는 안개가 여전히 묵직하게 누르고 있다. 누나, 누나가 만약에.. 만약에 다시 돌아온다면 전 누나를 꼭 옆에 두고 싶어요 더 말 잘 듣고 속도 썩이지 않는 좋은 동생이 되었을 거예요 하고 후회를 해보기도 하고, 저를 혼자 두고 가면서도 편하던 가요 그곳은? 하고 생각하면서 원망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혼자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는 본인만 가슴이 먹먹해져 올 뿐. 오늘도 미츠바의 무덤 앞에서 꽃을 내려놓고는 멍하니 잠시 서 있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아서 이내 뒤돌아서 돌아갈 생각으로 차에 올라탔다. 끄지 않은 라디오에서는 어느 노래가 나오다가 전파에 이상이 있는지 지지직 거렸고, 이내 신경질적으로 라디오를 꺼버렸다. 

오늘 일하러 가지 않은 것은 것이야 좋다만, 이 암울한 곳에는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아, 오늘 낮엔 게임이나 하기로 했지. 그는 생각하고선 느릿하게 시동을 다시 걸었다. 사람도 얼마 없는 길에 포장되지 않는 울퉁불퉁한 길이라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느릿하게 운전을 하는데 웬 사람이 턱하니 가로막고 서 있는 바람에 그는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화려한 무늬의 옷에 한 손에는 담뱃대를 들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도 없는 이런 곳에 뜬금없이.

"뭐야? 저리 비켜 잘못하면 죽는다?"

그러나 그는 별로 놀라지도 않고서 그대로 서서는 담배를 한입 맛 좋게 한입 빨아들이고는 말했다.

"뭐야, 자수하려고 손수 찾아왔는데 알아보지도 못 해서 서운한데?"

뭐? 오키타는 그의 말에 놀라서 그를 다시 쳐다보았다. 신센구미에서 쫓고 있는 가장 위험한 인물. 양이지사 중에서도 가장 난폭하기로 알려진 타카스기 신스케였다. 사실 이런 곳에서 마주칠 거라 생각지 못했고, 지금 그는 현재 이 우울한 덫에서 벗어날 생각만 하고 있었기에 그를 알아보지 못 했던 것이다.

오키타가 허겁지겁 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그는 그저 웃으면서 그대로 조수석 문을 열고는 올라탔다. 

"표정이 왜 그래? 좋지 않아? 나 잡고 싶지 않았어?"

물론 양이지사를 잡는 것이야 그의 책무였고, 그나마 가장 재미있는 일이었기에 열심히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시시하게 자수해 온 타카스기는 다른 누가 봐도 수상해, 옆에 여유 있게 앉은 그를 노려보기만 했다.

"수상해? 걱정하지 마. 정말로 나, 지금은 자수하려고 온 거야" 

차분히 앉아서는 되려 그가 다시 물었다.

"오키타 소고라고 했지? 반가워. 이렇게 이야기를 직접 해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네" 























-

어제 다 써놓고 날려버려서 오늘 복구하느라 정말ㅠㅠ정말로ㅠㅠ 멘탈이 힘들었습니다 흐엉엉ㅠㅠㅠㅠㅠㅠ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