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싸

01












"스승님.. 진짜로 이사 가시는 거예요?"

짐 정리를 도와준다며 온 모브는 내 옆에서 짐 정리를 하다 말고 조금은 촉촉한 눈을 하고서 물었다.

그렇다. 나는 이제 이 생활과 이별을 한다.


먼 곳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가 혼자 생활하시기는 너무 외롭고 삶의 낙이 없다는 둥 나에게 내려오면 안 되겠냐며 조금은 우울한 문체로 편지를 하셨다. 뻔히 전화를 할 수도 있는데 나에게 편지를 하셨다는 것은 손편지가 사람의 감정을 더욱 극대화해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어머니의 교묘하고도 얄팍한 수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손으로 꾸욱 눌러쓴 그 반듯한 글씨라던가 종이의 빳빳한 감촉은 수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방심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사실 내려갈 생각이 많지는 않았다만, 어머니의 처지 한탄을 들으며 나 역시 이곳의 생활에 약간은 염증을 느끼고 있었고 현재 의지할 수 있는 친구조차 없는 쓸쓸한 처지를 의식하며 조금은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게다가 나이도 나이인지라 곧 결혼도 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중학생인 코찔찔이 모브를 데리고 다니면서 영능력자라는 사기꾼 행세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허탈한 생각도 들었고, 이제 나이를 드실 대로 드신 어머니와 함께 살 날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로 결정을 내렸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듯이 후회라는 것을 할 시간도 없이 재빠르게 이사를 결정하고 사무실을 내놓았다.


이런 연유로 약간은 정든 이 사무실을 끝내면서 잘 굴려먹던 제자와도 이별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를 도와주어 고맙다고 말하며 마지막으로 모브에게 타코야키를 사주었다. 내가 먼 곳으로 가야만 한다고 말하자 모브는 이사를 도와주겠다면서 이삿짐을 싸는 날엔 제 동생까지 데리고 왔다. 자잘한 이삿짐을 싸주다가 내가 떠난다는 것을 실감했는지 조금 눈물을 글썽거리는 듯했지만 뭔가 마음을 다 잡은 듯 나에게 말했다.


"스승님 편지할게요. 가서도 연락 계속해주셔야 해요"


"그래 모브. 나야 그렇다 치지만 너나 잘 살아라. 이용당하지 말고 말이야"


"레이겐, 이제 네가 없으니 이용당할 일이 있겠냐?"


얄미운 에쿠보는 모브의 옆에서 초록색 빛으로 둥실둥실 떠다니면서 비웃듯이 말하고는 나에게 잘 가라, 앞으로 볼일은 없었으면 좋겠네~ 하고는 피식 웃었다. 어이, 모브 다 좋지만 저 녀석만큼은 꼭 조심해야 한다. 내 말에 모브는 살짝 웃어 보였다. 이제 스승님이 없이도 제 고민은 제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릴게요. 하고 뭔가 결심한 듯이 말하고서는 편지를 받을 수 있는 집 주소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스승님 제가 편지 쓸게요. 아서라, 계집애도 아니고 웬 편지? 하지만 이제 핸드폰도 없구 연락할 방법도 없잖아요. 혹시 스승님 제가 귀찮다거나... 아니 아니 아니 설마! 모브! 꼭 편지하렴! 설마 내가 이렇게 귀여운 제자를 귀찮아하겠니? 옆에서 에쿠보는 백 퍼센트 귀찮구먼~ 하고 모브에게 속닥이고 있다. 이사를 도와준다는 모브의 부탁으로 끌려온 모브 동생 녀석은 표정부터 왜 내가 이 자식의 이사 따위를 도와줘야 하는 거지? 하는 엄청난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이제 당신이 없으니 형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한 명 줄었네요. 하고 내 이삿짐을 박스 안으로 던져 넣으며 말했다. 야야.., 거기에 노트북 들어있는데 좀 살살 다뤄주라고.... 저기... 모브 동생아...? 이럴 거면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 울고 싶어...


어찌어찌 누구의 잘나신 동생님 덕분에 엉망진창으로 아슬아슬한 이사를 마치고 나서 다음날 아침 일찍 이삿짐 차에 몸을 싣고 정든 이곳을 떠났다. 막상 떠나자니 아쉬웠는지 이곳에서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처음 모브와의 만남부터 여러 가지 일이 많이 있었다. 제령 일도 그렇고 갑자기 나타난 에쿠보의 존재도 그렇고... 모브에게는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뭐... 우선 값싼 시급으로 많은 일을 해주었다는 부분이 가장 고마운 부분이고, 그다음으로 고마우면서도 조금 미안했던 부분은 모브 녀석이 나를 진심으로 동경하는 듯 올려다 봐주었다는 점이다. 그 눈을 보면 사라진 줄 알았던 내 양심의 한 부분이 나를 약간은 괴롭게 만들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인간이고, 최저임금도 쳐주지 않으며 중학생을 굴려먹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나중에라도 알게 된다면 자신을 이용하고 속여왔다며 이빨을 갈며 달려들지 않을까 걱정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이러나저러나 이렇게 적당한 시기에 가장 적당한 이유로 좋은 이별을 하게 된 것은 어쩌면 나에게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만남이 있다면 이별도 있다고, 어차피 언젠간 헤어져야 할 운명이다 모브.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이 스승님처럼 말이야!


도착한 곳은 여유롭고 한적했고 모든 사람들이 웃고 있었다. 삶이라는 곳에 조금 유식하게 음악을 빗대어 본다면 이곳은 비발디의 사계 중 봄 정도?에서 조금은 은은한 음색 정도 되는 경쾌한 삶의 리듬이 있었다. 뭐 중학교 수업시간에 들어본 게 마지막이라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어쨌든, 전에 있던 곳이 회색이었다면 이곳엔 조금의 파스텔톤의 색조가 자리 잡아 편안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서 영능력자라는 사기꾼 생활은 이제 접어두고 어느 작은 회사에 취직을 했다. 이 회사는 바쁠 때는 바빴지만 전에 영등등사무소를 했던 것보다는 마음이 한결 편했다. 일단 사무실 월세 걱정도 없고 일이 들어오지 않으면 어쩌나 마음 졸일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 적당히 남의 돈 받아먹고 사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하다니까.


무엇보다 좋은 점은 어머니가 함께 있음으로써 밥도 빨래도 청소도 모두 해준다는 점이었다. 일단 모든 걱정이 다 덜어졌고 나와 함께 있으면서 어머니도 눈에 띄게 밝아지시는 것을 보니 나 역시도 안심을 하게 되었다. 이런 평범한 생활을 하기 시작하자, 모브와 함께 일을 할 때의 나는 왜 그렇게 힘들어하면서까지 스펙타클한 생활을 해왔는가에 대한 고찰이 뜬구름처럼 머리를 떠다녔다. 초능력자? 애초에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을 누가 믿으며, 그런 말도 안 되는 초능력자나 악령 이야기 같은 거 여기에 있으니 소식조차 모른다. 그저 가끔 뉴스를 보다가 이상한 초자연 현상 같은 것을 보면 나 혼자 속으로 아아, 저거 혹시 초능력자들의 짓이려나? 하고 혼자 지레짐작하는 것이 전부였다. 어머니는 옆에서 아이고, 저런 일들이 자꾸 일어나서 어째.... 세상이 말세다 말세, 하고 한숨을 푹푹 쉬신다. 그래. 이런 것들이 전부 평범한 인간의 삶이다. 모브와 함께 있으면서 영능력자인척하는 것에서도 은근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지 지금은 마음이 한결 편하기도 했고... 그리고 사실 누군가에게 스승님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지 아마 다른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이런 나라도 그런 부담이라던가 압박감은 있다고!


여튼 나는 이곳의 삶에 꽤나 많은 만족을 하고 있었다. 출퇴근 시간이 거의 정확하고 남들 쉴 때 쉬는 평범한 회사를 다니기에 취미생활도 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오가다가 인연을 맺게 된 핑크색 립스틱이 잘 어울리는 이쁘장한 여자를 만나서 연애도 하게 되었다. 아, 얼마나 모두가 바라는 삶인가? 물론 가끔은 전의 영등등사무소를 생각하기도 했다. 그것은 그리움이라던가 그런것은 아니고, 그저 아~ 전에 그런일이 있었지, 그때 웃겼는데, 하고 스치듯이 추억하는 정도였다. 여자친구에게 말한다면 꽤나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될수도 있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영능력이 없다고 해도 여자친구가 나를 조금은 으스스하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봐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물어온다면 그저 작은, 별볼일 없는 사무소를 운영했었다고 둘러대기에 바빴다. 그렇게 안정적인 평범한 삶의 기운은 차차 나를 집어삼켜버렸고 전에 있던 그곳의 삶을 떠올리기며 긴 여운을 느끼며 회상하고, 그 추억의 흔적을 쫓아가기엔 지금의 일상에 너무 많이 빠졌다. 우선 떠올릴 틈이 없이 바빴다. 회사를 갔다가 돌아와서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고 혹시 여자친구가 바쁘다면 집에 돌아와서 여자친구를 만날 때에 못 봤던 밀린 드라마를 몰아서 봐야 한다. 아니면 여자친구와 갈 데이트 장소를 몰색한다던가.... 그렇기에 모브라던가, 밉상인 에쿠보라던가, 싸가지 없는 모브 동생 녀석이라던가 다들 잊어버렸다. 깨끗하게!


그럴 터인데... 그 다음날 그런 나에게 제 존재를 각인시키는 듯이 모브 녀석에게 편지가 왔다. 전에 편지를 한다더니 정말로 편지를 쓴 것이다. 어머니는 편지를 전해주면서 카게야마...시게..오? 레이겐 스승님께 라고 쓰여있는데 설마 너 어린애 상대로 스승이라면서 사기 치고 다녔니? 하고 황당해하면서 편지를 전해주었다.












-

레이겐 스승님께

스승님 안녕하세요. 저예요 시게오예요. 스승님이 떠나신지 벌써 다섯 달이나 지났어요.. 혹시나 스승님께서 먼저 연락이 오지 않을까도 생각해봤는데 역시 스승님은 먼저 연락을 하실 분은 아니었어요. 잘 지내고 계세요? 설마 아예 절 잊고 살고 계셨던 것은 아니죠? 만약 그렇다면 전 정말 슬플 것 같아요.. 

스승님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궁금해요. 아직도 가끔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스승님의 사무실이 있었던 곳에 가끔 가곤 해요. 전에 스승님의 사무실이 있던 곳에는 작은 사진관이 생겼어요. 간판도 글자만 튀어나오는 (이걸 용어로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조명 들어오는 커다란 글씨로 했더라고요. 그래서 밤이면 주황색으로 빛나요. 꽤나 화려하게 되어 있더라고요. 지나가다가 보니까 손님도 꽤 많은 거 같아요. 스승님이 사무실을 할 때도 간판을 이런 걸로 했다면 손님들이 조금 더 많이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사진관을 보면서 생각해보니까 스승님하고 저는 사진 한 장 찍은 게 없더라고요.. 아쉬워요 다음에 답장해주실 때는 사진도 한 장 넣어서 주시면 안 될까요? 저주를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저는 요즘에 여전히 잘 지내고 있어요. 뭐.. 사실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요.. 그래도 얼마 전에 츠보미가 책을 두고 왔다며 빌려 달라고 저에게 부탁을 해서 그걸 빌미로 이야기를 몇 번 했어요. 츠보미는 보면 볼수록 너무 예뻐요. 책에 필기도 해줬구요. 가져다 줄 때 책에 모르고 몇 글자 써버렸는데 괜찮지? 하고 웃으면서 물어봤어요! 정말이지 천사 같았어요. 메자토가 그랬는데 츠보미는 학교의 아이돌이래요. 전 그걸 몰랐어요. 하긴, 그렇게 예쁜데 좋아하지 않을 남자애들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와 츠보미가 소꿉친구인 만큼 리츠와 츠보미도 서로 알고 있어요. 친하진 않지만요. 제가 리츠에게 츠보미의 이야기를 하면, 리츠는 어릴 때부터 봐와서 그런지 어떤지 츠보미가 예쁜지 잘 모르겠데요. 그런데요, 전 이상하게 리츠가 츠보미가 예쁜지 모르겠다고 해줘서 좋았어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뭐..리츠는 인기도 많고 같은 학년에 있는 더 매력적인 여자아이들을 알고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분명 리츠 옆엔 여자애들이 많거든요. 하지만 츠보미는 분명 예뻐요! 스승님이 본다면 분명 예쁘다고 했을 거예요! 


여전히 육체개조부에서는 운동을 하고 있긴 한데 근육이라는 거.. 역시 쉽게 붙질 않네요... 리츠는 육체개조부 만큼의 근육이 없어도 운동을 잘하는데 역시 사람에게는 잘 할 수 있는 게 각각 다 다른가 봐요. 역시 스승님의 말은 옳아요. 


리츠는 얼마 전 시험에서도 만점을 받았어요. 진짜 대단하죠? 리츠는 별일 아니라면서 일일이 칭찬해주는 거 민망하다는데 한 번도 만점을 받아본 적이 없는 저는 그런 리츠가 너무 대단해 보여요. 만약 제가 만점을 맨날 받는다면 받을 때마다 엄마 아빠에게 뛰어가서 자랑을 할 텐데.. 역시 리츠는 대단해요. 그렇죠?


요즘은 조용해서 제 초능력을 쓸 일이 별로 없어요. 악령 같은 게 나타난다면 바로 제령을 하긴 하지만 일단 에쿠보를 제외한 악령이 제 주위에 직접 오는 일은 많지 않고요, 스승님과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악령을 마주칠 일도 많지 않아요. 스승님은 그곳에서도 영등등사무소를 내신 건가요? 엄마에게 스승님이 계신 곳의 주소를 알려줬더니, 이곳에서 엄청나게 먼 곳이라고 하더라구요. 다음에 혹시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찾아가고 싶어요. 스승님. 


얼마 전에는 친구들하고 노래방에 갔어요. 제가 노래를 부르지는 않지만 친구들이 노래 부르고 노는 것을 보니까 저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저는 리츠와는 달라서 친구도 많지 않고, 신나게 놀지도 못해요. 그래서 이렇게 친구들하고 어울리는 것도 좀 어색하긴 하지만 요즘은 그래도 조금씩 적응하고 있어요.


에쿠보는 여전히 저에게 신이 되는 건 어떠냐고 속닥이는데.. 사실 그런 게 되어서 무얼 하려는지 도대체 모르겠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한결같다니까요 에쿠보는. 그래도 에쿠보가 옆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요즘엔 많이 들어요. 하나자와군이 에쿠보를 제령해버렸을때에도 에쿠보가 좋은 녀석이었다는 것을 깨닫긴 했었지만 요즘엔 더더욱 좋은 친구가 된 느낌이에요. 스승님께서는 에쿠보를 조심하라고 했지만 에쿠보는 아직도 저에게 잘 맞춰주고 있는걸요? 게다가 스승님 만큼 조언을 잘 해주는 정도는 아니지만 에쿠보가 저에게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요. 


스승님은 어떻게 지내세요? 답장해주세요. 저 기다릴게요.











-

모브 녀석의 첫 번째 편지. 마지막에 답장해주세요. 저 기다릴게요 라는 문장이 거슬리기도 하고 조금 기분이 좋아서 답장을 썼다. 모브를 잊고 살고 있었지만... 어쨌든 누군가가 나를 그리워해주고 있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게다가 '혹시나 스승님께서 먼저 연락이 오지 않을까도 생각해봤는데 역시 스승님은 먼저 연락을 하실 분은 아니었어요'라는 부분을 읽었을 땐 조금 미안하기도.... 


회사에 널린 에이포 이면지를 한 장 집어와서는 펜을 들었다. 여자친구에게도 써본 적 없는 편지를 이 녀석에게 쓰다니. 


모브에게 물론 절대로 모두를 잊지 못했고(이건 모브를 위한 착한 거짓말이다), 사무실에서 일하던 추억들은 아직도 내 마음 속 아주 아주 깊은 곳 한구석에 보관하고 있다고 썼다. 하지만 지금 영등등사무소는 조금 지겨워져서 운영하고 있지 않고 평범한 회사에 들어가서 정말 눈에 띄지 않을 만큼 평범한 삶은 보내고 있다, 그리고 어머니와 지내고 있어서 건강이 한결 더 좋아진 기분이라며 한껏 자랑을 했다. 여자친구도 생겼는데 지금 한 한 달 정도 되었다고, 미래는 모르지만 혹시나, 정말로 혹시나 결혼을 하게 된다면 초대한다는 이야기까지. 장난 식으로 어이 모브, 혹시나 연애상담이나 모르는 게 있다면 나에게 한껏 상담하라고, 이 스승님은 그 힘들다는 처세술까지 완벽하게 익혔으니까 말이야! 하고 추신을 붙였다. 


최근에 찍은 사진은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집에 돌아온 엄마에게 멋있게 사진을 찍어달라며 한 30장 정도 찍은 사진 중 하나를 골라서 보냈다. 엄마는 나이 처먹고 뭘 하는 거냐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사진을 찍어주면서 꽤나 즐거워했다. 저주를 하던 뭘 하던 우선 남이 내 사진을 가지고 있다면 제일 잘 나온 사진을 가지고 있는 쪽이 기분이 좋다. 


편지봉투에 모브의 집 주소를 적으면서 웃음이 나왔다. 모브 녀석 정말로 편지를 할 줄이야. 책상에 앉아서 한 글자 한 글자 편지를 써 내려가고 있을 그 녀석을 생각하니 저절로 미소가 피어오르는 걸 억누를 수가 없었다. 옆에 있었다면 타코야키라도 사다 주었을 것 같다. 


여자친구에게 모브 이야기를 했다. 레이겐씨 생각보다 대단하네?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아이도 있고 말이야, 여자친구는 웃으면서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기에 종이에 대충 그려주었다. 바가지 머리를 한 모브는 특징 잡기가 참 쉬웠다. 여자친구는 웃으면서 다음에 한번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

리츠모브 같이 해요

+ Recent posts